>>57 (ㅇ0ㅇ)(깨달음 방어형이 끌리긴 했지만 방어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잘 안 되더라구요... 대신 막아주는 것 자체는 지금까지 몸으로 떼웠는데 음... 아 보검 효과니까 보검 무장으로 막는거라고 하면 상관...없나? 캡 혹시 버스트 지금이라면 바꿀 수 있을까요?
(*농담입니다*) 걱정은 아니고, 그냥 퍼뜩 떠오른 무언가였다. “요 근래 시내에서 결혼 생활 파탄나는 집안이 많이 생겼던데, 원인이 뭘까 안 궁금해?” 뭔 바람이 불었는지, 그저 짖궂은 장난을 치고 싶은 기분이 든 모양이다.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가도, 눈을 깜박이면 다시 무덤덤한 얼굴이 보인다.
“범주를 정하는 의미도 없을 것 같네.”
정해 봐도 그런 것은 넓게 보면, 비세븐스가 세븐스를 보는 시선 비슷해지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더 큰 건 본인들이 아무리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여도 사회 체제는 굳건할 것이다. 바뀌는 것이 없을 테니 의미가 없는 대화다만, 흥미가 있으면 그걸로도 의미는 된다고 생각한다. 뭐라 할 말이 있던 듯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당신을 내려다보다가도 곧 시선은 다시 닦던 냄비로 다시 한다.
“답답하네.”
당신의 답에 긍정하듯 메아리친다. 자신의 비꼬는 말에도 일관적으로 답하는게 그닥 마음에 들진 않는다. 대화의 서두부터 그래왔다만, 그래고 대놓고 기분 나쁘라고 속 긁어대는 태도를 그냥 넘어가는 사람은 불편하다. 자신과의 대비도 불편하고, 그냥 이해도 안 되어서 이상하다. 순간 그의 눈빛이 식었다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신경 쓰다가도 말아버린 것이 얼굴에 훤히 드러난다. “상상력 부족하면 뭔 재미로 살아?” 무던한 회답을 하며 싱크대 주변을 살피던 당신을 눈으로 좇는다.
“말은 잘 하네.” “지금 보는게 본연의 아름다움이라면 어때. 넌 만족해?”
자신은 만족 못 하는지라,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그는 정상인이라고 농을 떨듯 말을 끝마친다. 자신을 이기적인 사람이라 생각해 달라는 당신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뜬다. “너 하는거 봐서.” 차가운 얼굴을 하다가도 끝에 가선 살풋 미소짓는걸 보면, 부정적인 답은 아닐거다.
“지금까지 기억 안 나는걸 보면 앞으로도 여전할지 싶은데.” “미안해서 어째, 말 하다 마는것 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는데.”
그의 미안하다는 말은 진정성이 하나도 담기지 않아 무미건조 하게 들린다. 어째 당신이 조금은 아쉬워하는것 같다는 기분이 들지만 굳이 뭔가 더 말하진 않는다. 술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는 당신의 답을 들으면 그래보인다고, 들으면 실례 될수도 있는 말을 딱히 필터 거치지 않고 내뱉는다.
“알코올이 몸에 안 받는지라, 안 마셔.”
요전에 회식 때도 술은 안 마시고 물만 마셨었다. 마셔도 취하기 전에 토기가 오르고, 얼굴만 벌게지는게 그닥 보거나 느끼기 좋은 것도 아니니 마실 연유가 사실 없다. 설거지를 도우려 하는 당신을 보면 옆으로 살짝 비켜 서준다. 다 씻은 식기들은 건조대에 널듯 차곡히 집어넣으며 대화를 잇는다.
“스물 넷? 나랑 차이..”
차이가 별로 안난다고 하려던 말을 흐리고선 끊어버린다. 때문에 애매해진 문장. 외형만 봐서는 미성년자에 가까운 나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아직 어린 티 못 벗은 것이 꽤 의외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나이를 물으면 곧 답하려다가도 자신이 예전에, 처음 입사했을때 들은 응수를 기억해낸다.
진심이라는 말과, 이어지는 시내에서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은 사람들의 소식을 들었냐는 말이 이어지자 너는 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려나. 농담이겠지.
"답답하죠... 저도 안답니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맞장구 치는 듯한 그의 말에 너 역시 다시 한 번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상력이 모자라면 무슨 재미로 사냐는 말까지 들려오자 너는 그러게요. 라면서 운을 뗐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으니까요."
참 다행이죠, 라면서 싱크대가 넉넉한 걸 확인하고 유루가 닦고 있지 않은 주방도구들을 닦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쏴아. 하고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진다.
"으음... 사실은 말이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해도 제가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물론 지금의 현실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지금 처한 모든 상황 전부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만족한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정상인과 광인은 종이 한 장 차이, 뒤집으면 정 반대가 되고 서로 마주보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너 하는거 봐서 결정하겠다는 그의 말에는 눈가를 살짝 휘며 웃을 뿐이었다.
"그건...아쉽네요, 기억이란 건 갑자기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언젠가 생각이 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렇군요, 그럼 술자리는 싫어하세요?"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과 술자리에 대해 생각하는 건 별개라고 생각했기에 너는 그에게 살며시 물어보았다. 너도 술자리 자체는 싫어하지 않았으니까.
"으음... 스물... 여덟?"
그가 말을 흐려버리자 힌트가 될만한 걸 찾을 수가 없어져 하는 수 없이 그의 외모나 풍기는 분위기를 생각해야만 했다. 일단 너는 나이를 구별하는 데 고려할 대상은 아니었다. 당장 그 나이대로 보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아니 아마도 없었으니까. 그러면 그는 몇 살 정도려나. 일단 겉모습만 봐서는 중년 같지는 않았다. 그럼 청년일텐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냐 하면 그래도 대화를 주고받을 때 딱히 막힘도 없고, 고민하는 기색 없이 이야기하는 걸 보면 나름 생각을 충실히 정리하고 살아온 시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20대 후반이지 않을까.
보검 사용자의 세븐스를 더욱 증폭시키는 힘이니 뭐니, 글라키에스의 친절하고 정연했던 설명은 그의 기억에서 성의 없는 한 줄짜리 요약본으로 변해버렸다. 쉽게 말해 존* 세지게 만들어주는 힘이라는 것 아닌가. 복잡할 것 없이 명확한 기능이라 편했고, 실제로 그 위력 덕에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으나 마냥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제의 일은 여러 행운이 겹쳐 우연히 얻어낸 결과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운 좋게 위기의 순간 보검의 숨겨진 기능이 발동되었고, 어떤 이유에선지 여유를 부리면서도 결코 틈을 내주지 않았던 상대가 눈에 띄게 흔들렸으며, 때마침 탈출 직전 아스텔이 합류해 시간을 벌어주었으니 이 정도 선에서 끝난 것일 테다. 그렇게나 운이 좋았던 덕택에 그도 휴식 없이 곧장 뛰어다녀도 무리 없을 만큼이나 멀쩡했다. 비록 그 운이 누구에게서 비롯했는지를 떠올리자면 기분이 찜찜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은원에 충실했다. 의도나 본심이 어땠든 결과적으로 누군가가 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면 그것은 분명한 호의다. 제 대신 공격 받아 피투성이가 되었던 동료의 모습이 기억에 그린 듯 선연했으므로, 어떤 방향으로든 신세 진 이상 그것을 곧이곧대로 되갚거나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써야 했다. 날이 다 밝기도 전에 훈련실로 달려가서 부지런히 머리 굴려가며 이것저것 해대느라 바쁜 것도 그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사용법을 깨닫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세밀한 조정과 파악이 필요했다. 어디에서부터 무엇까지 가능한지, 어떻게 조합해야 가장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할지. 직접 활동하며 익히는 시간만큼이나 생각하는 시간도 길었기에 몸이 지치는 않았지만, 천착에만 몰두하다 보니 생각을 환기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오늘은 이만 할까 싶어 막 자리를 뜨려고 하던 때였다. 한편에서부터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몇 번쯤 보아온 익숙한 얼굴이 그의 눈에 들었다.
"오, 나한테 이상형 털린 놈. 몸 존* 멀쩡한가 보다?"
……말을 이따위로 하지만 반갑다는 뜻일 거다. 그러는 자기도 몸 존* 멀쩡한 새*니까 틀림없이 비꼬는 말은 아니다. 마침 쉬어야겠다 생각하던 참인데 딱 좋게 나타났네. 그는 참 얄미울 정도로 실실거리며 쥬데카에게 불쑥 다가가서는, 그의 길 앞에 멋대로 버티고 섰다.
생각지 못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눈썹이 까딱 오른다. 오, 그새 이름도 지어줬나. 유루의 특이한 별칭에 관해서는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는 색채에 관해 박식하지 못해서 그럴듯하게 부를 파랑을 모르기도 하고, 이미 그만의 별칭ー또라이ー이 정착된 탓에 그런 식으로 부르지는 않지만. 그는 아-하는 불퉁한 감탄사를 뱉으며 제 머리를 대충 쓸었다.
"아, 맞다. 그 새*도 그랬었지. 오늘 그 또라이 새*- 아니, 걔 본 적 있냐? 살아는 있나 해서."
말로는 나가 뒤져라, 짜증나는 새*, 미**, 기타 등등의 험한 말을 해대도 걱정되는 게 본심이다. 레레시아에게도 마찬가지고. 올려다보는 시선이 제게 닿자 그는 능청스레 웃기만 했다. 사실 용무 전혀 없지만 심심해서 괜히 놀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러는 거다. 그는 쥬데카와 길게 대화해 본 적 없었지만, 그간의 마주침에서 직감적으로 그가 장난치기에 좋은 상대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달은 것이다.
"그게 후퇴한 직후에 의무실로 가신 것 같긴 한데... 그 뒤로는 아직 못 만나봤습니다. 물론 살아계시지만요."
이야기 정도는 들었다. 아마 의무실에 가서 여러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려나. 나중에 만날 때 선물을 좀 준비해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승우가 여기서 하려던 일에 대해 듣는다. 그 직후에 되돌아오는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을 좀 해봐야 했고.
"버스트 말씀이시죠, 저도 비슷합니다."
위험한 임무였으니 쉬어두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마냥 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몸이 굳지 않도록 움직여주기도 해야 하고 지난번 글라키에스와의 전투에서 근접전으로 해결을 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다른 무기도 좀 써볼까. 라는 감각으로 온 셈이다.
뭐, 살아 있으면 됐다. 나중에 찾아가서 속이나 긁어 줄까. 시답잖은 생각을 끝으로 머릿속에 떠도는 걱정을 치워버렸다.
"그래? 넌 씨* 어떤 건데? 나는 글라키… 그 ***이랑 같은 거일걸."
어떤 형태의 버스트인지 묻는 말일 것이다. 이야기를 하려니 필연적으로 어제의 상황이 뇌리에 스쳐갔다. 반응할 틈도 없이 들이닥친 일격, 그리고 후퇴하기 전 터뜨렸던 거센 불꽃과 충격. 음, 역시 생각하니까 좀 열받는다. 잠깐 놀리느니 마니 해도 시시껄렁한 소리나 좀 하다 나가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팔짱 낀 채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대뜸 말했다.
"야. 뜨자."
저 혼자 생각하고 저 혼자 결론내는 꼴이 참 제멋대로다. 그렇지만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사고를 거쳐 내린 판단이었다. 어차피 혼자서만 줄창 연습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붙어가며 배우는 게 더 나을 테고, 상대도 훈련하러 왔다 하니 그렇지 않겠나. 쥬데카의 입장에서는 들어오자마자 봉변 당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것을 고려할 정도로 섬세하지는 못했다. 다행히도 막무가내로 덤빌 생각까지는 없는지, 말만 떨어진다면 곧바로 검이라도 꺼낼 기세로 대답을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