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물음에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무구하게 자신을 의심하며 고개를 기울이며 그렇게 되물을 뿐. 그것이 곧 긍정이 된다는 것도 모른채. 바람이 불어오면 그것만으로 이런 높은 철탑이 미세하게 휘청인다. 그것이 그 꼭대기에 올려진 사람의 감각으로 느껴진다. 세상에는 부러 스릴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설계 된 시설들이 있다지만, 이건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안전장치라고는 전혀 구비되지 않은 잠재적인 위협.
승우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자주_짓는_표정_세_가지 1: 장난치거나 반가울 때 짓는 미소! 주로 실실거린다, 히죽, 히, 얄밉게, 능청스레, 장난스럽게 등등으로 묘사되는 웃음이다! 2: 한쪽 눈썹은 들고 다른 한쪽은 찌푸리는 표정. 주로 아니꼬움, 황당함, 의문, 혹은 골똘하게 고민할 때 나오는 표정임! 3: 열받거나 짜증나서 팍 찌푸린 표정!
자캐의_질투는_어떤방식 저번에도 답한 답변이다!!! 일단 질투라는 감정 자체에 둔감하기 때문에 질투를 느낀다 해도 의도치 않게 건전하게 풀거나 질투심을 유발한 사람을 수상하게 느껴서 의심함...() 그리고 애초에 질투라는 걸 하기엔... 얘의 사회경험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질투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해도 그게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름....🤦♀️
자캐의_아픔을_참는_방식 일단 참는다! 그리고 참는다! 무작정 눌러서 참는다! 참고 참아서 억눌려 가라앉을 때까지 견디고 기다리기만 해. 이로 인한 부작용도 외부보다는 내부로 돌리고. 좋지 못한 방식이지🤔
"그런 거였어? 그렇지만 나는 밥 먹을래 술 마실래 했는 걸. 술을 고른 건 아스텔인 걸-"
그렇다. 정확히 약속을 하던 때로 되돌아 가보면 레레시아는 밥 한 끼 하던지 술을 마시던지 라고 했었다. 거기서 아스텔이 술을 골랐으니 그러자고 했던 거였지. 사실 밥을 골랐어도 2차로 술 한 잔 하거나 반주를 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인 걸로.
골목길을 걸으며 한 번 흘끔이니 아스텔은 주변을 둘러보는 듯 했다. 길을 기억해두려고 그러나. 뭐, 좋은 곳이니 알아주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녀로서도 기쁘지만. 그녀 없이 온다면.. 기분이 좀 그럴지도 모르겠다. 왜인지도 모르겠지만. 짧은 상념은 그녀의 질문에 답하는 아스텔의 목소리가 일깨운다. 다시 돌아보자 미소가 보이길래 그녀도 싱긋- 웃었다.
"취하기 전의 감각이라. 헤에. 고기 좋아하는구나. 나도 무겁지 않은 고기 안주라면 좋아해. 육포 같은 거. 순살로 된 닭튀김도 좋지."
말하니까 먹고싶네. 오늘은 맥주에 닭튀김이나 잔뜩 시켜볼까. 그렇게 떠들다가도 다시 말이 들려오면 가만히 그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라길래 기회는 만들면 되지- 라고 답을 하고,
"가끔 그러는 사람이랑 아닌 사람은 딱 보면 티가 나. 넌 아닌 쪽이라는 거 잘 보인다구. 어. 그렇다기보다 안 그럴 거 같은데 의외라는 느낌인가? 술 좋아하는거나 은근히 하는 말들 신경쓰는거나?"
그건 아닌가아? 얼굴은 앞을 향한 채 눈만 옆으로 굴려 아스텔을 보면서 하는 그 말 참 얄밉다. 반으로 곱게 접힌 눈동자가 선연히 웃고 있어서 더더욱.
잠시 주던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고 한 발 성큼 내딛자 어둡던 골목이 끝나고 은은한 조명빛이 밝히는 작은 거리가 새로이 나타난다. 화려한 네온사인은 없고 가게마다 작은 등이나 빛을 내는 장식 등등이 있을 뿐이다. 그녀는 코트 주머니에서 한 손을 빼서 아스텔의 팔을 가볍게 잡고, 나무로 된 입간판을 세운 한 가게로 다가갔다. 입간판엔 커다란 쉼표 하나가 그려져 있는게 전부이며 가게 외관도 수수하기 그지없었다. 문을 열 때는 전자음이 아닌 영롱한 금속 종소리가 작게 울리고, 내부는 따뜻한 조명과 전체적으로 나무결을 살린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그저 그런 펍의 풍경을 하고 있었다. 자리는 점원과 바로 얘기할 수 있는 바테이블과 별도의 테이블들이 있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나무나무한 가게네- 어디 앉을래? 창가? 아니면 저기?"
안에는 손님이 몇 있었지만 자리를 고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했다. 레레시아는 처음 온 아스텔에게 편한 자리를 고르라고 해주곤, 자리가 어디가 됐든 고르는 곳으로 가서 앉았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바로 메뉴판이 나왔을 테니 뭐가 있는지 볼 수도 있었을 거고.
"...육포는 몰라도 순살 닭튀김은 괜찮은 안주지. 뼈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편하게 먹을 수 있잖아. 술먹을 땐 제격이야. 그건 그렇고 그렇게 의외야? ...벽을 치면서 산 기억은 없는데."
은근히 하는 말을 신경쓰는 것이 의외라는 느낌에 아스텔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자신이 다른 이와의 교류가 은근히 서툴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냥 차갑게 군 적도 없고, 마냥 무뚝뚝하게 군 적도 없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짓지만 이내 그는 표정을 관리했다. 너무 꼴불견인 모습을 보여서 좋을 것은 없기도 했을뿐더러 그가 가지고 있는 습관 중 하나였다.
아무튼 자신의 팔을 잡고 가게로 다가가는 모습에 아스텔은 저 가게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걸어오면서 위치는 파악했기 때문에 다음에 또 올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다시 한 번 그 가게의 입간판을 바라봤다. 쉼표. 쉬었다 가라는 의미인 것일까. 꽤나 인상적인 가게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의 상당히 차분하고 수수한 분위기가 아스텔의 기준에는 딱 좋았기에 그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술을 먹기에는 딱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잠시 자리를 고민하다 저 편. 정확히는 조금 더 안쪽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창가도 나쁘지 않지만, 술을 먹을 땐 안쪽이 좋아. 좀 더 가게의 인테리어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니까."
창가 자리에 앉으면 아무래도 자연히 창밖의 풍경이 눈에 보이기 마련이었기에 카페 안의 인테리어와 고유한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적게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적어도 아스텔의 기준에선 그러했다. 아무튼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간 후, 그는 테이블 앞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어 메뉴판이 나오자 그는 메뉴판을 잠시 바라보다가 하나를 골랐다.
"난 블루 하와이. 너는?"
왜 블루 하와이를 골랐는가.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블루 하와이의 색이 마치 자신이 낚시를 하는 호수와 비스무리한 색이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런 이유를 딱히 밝힐 이유는 없었고, 밝힐 생각도 없었기에 그는 특별히 이유를 더 말하진 않았다. 레드아이도 나름 괜찮을 것 같지만 이건 숙취를 해소할 때 먹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들은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블루 하와이를 선택했다.
간결히 대답하고는 눈으로 당신의 움직임을 쫓았다. 그후 그녀는 아주 잠시동안은 말이 없었다. 귓전에 스치는 바람과 그것이 자아내는 철근의 소음들을 즐기게 두는 것처럼. 그 후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앞에서 만났던 레이의 표정이 복잡하게 보였다."
앞이라면 아까 신발을 만지고 있던 그때인가. 그러고보니 그때의 그녀는, 당신의 얼굴을 거진 뚫을 기세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반려동물이었나. 반려는 몰라도 동물과는 거의 비슷하도록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으니. 어쩌면 당신에게 일어난 미세한 변화를 어렴풋이 알아챈걸지도.
"아니라면 미안하다."
물론 그것은 그저 그녀의 기우일 수 있을 것이다. 원채 호기심이 많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단지 당신이 신경쓰이고 있었을 뿐일테니.
용이 호명하자 화려함 일색의 남성이 뒤를 돌았다. 가란이라 불린 남성은 가히 매력적이었다. 새하얀 정장과 고대 동양을 기조로 한 화려한 도포를 걸친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최근 기르기 시작해 짧은 꽁지를 묶은 은색의 윤기 있는 머리카락, 자수정을 빼다 박은 눈에 여우처럼 깊은 눈웃음까지. 마흔을 갓 넘겼음에도 20대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대로 늙어 세월을 마주해도 많은 사람들이 길을 지나다 다시 한번 눈에 담고자 뒤를 돌았을 것이다.
"션은 어디에 있느냐?" "저런, 요즘 신이 아니라 어리숙한 녀석만 찾으시니 섭섭합디다."
가란은 인간의 모습을 한 용을 바라보다 어깻죽지로 손을 뻗어 도포를 벗었다. 용의 모습에서 인간으로 막 돌아왔는지 실오라기 하나 없는 살결 위로 자신의 도포를 걸쳐주자 용의 몸이 어디 하나 드러나는 곳 없이 전부 가려졌다. 용이 옷깃을 여밀 적, 가란은 엉성한 손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흘러내리려 하는 어깨 부분을 조금 더 세밀하게 정렬해주며 동여맸다.
"어리숙한 면에 흥미가 동하여 곁에 두도록 허한 것이 누구더라." "신이옵지요." "그렇다면 다시 뺏지 않는 이상 탓하지 말아야지." "총애를 되찾고자 억지로 손 뻗으면 노하실 것이면서." "잘 아는구나."
가란은 용의 감흥 없는 눈을 마주했다. 이따금 가란은 저 감흥 없는 눈에 다른 감정이 담기는 걸 상상했다. 공포, 경멸, 굴복, 사랑……. 눈물이 맺힌 날, 그 눈물이 지금껏 수집한 보석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음을 알기나 할까. 온전히 손에 쥔 날 공포에 질렸더라면, 어떻게 될까, 때로는 사랑에 흠뻑 빠져들어 열과 눈물, 혹은 수치심에 범벅 져 자신만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추잡한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가란은 내색하지 않는 대신 가늘게, 의뭉스러운 미소를 짓기로 했다.
"그렇다면, 과연 폐하께서 총애하는 션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하, 좋은 곳에 있겠군요. 아주 좋은 곳에."
또 시작이군. 용은 속으로 생각했다. 가란이 저런 미소를 지을 때마다 아랫사람들이 갈려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션도 조만간 가란의 괴팍한 성격에 죽어라 갈려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 꾸짖거나 막을 생각은 없었다. 용은 지금껏 가란을 막은 적이 없었고, 버티지 못하는 쭉정이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흥미가 떨어지면 거기서 끝이다. 더는 상종할 가치가 없으니 지금껏 흥미가 동했으나 식은 쭉정이들처럼 적당히 가란이 처리할 것이다. 과연 션은 어떨까. 내 기대를 충족하기나 할까? 용은 손을 뻗었다. 가란이 고개를 내밀자 뺨을 쓸었다.
"그래, 어디 용써보련. 내 이로 인해 흥미가 동하면 그 노고를 치하해 줄지 어찌 알겠니." "그 말이 신을 살아가게 합니다." "그러면 안아주렴, 내 걷기 싫으니 네가 일꾼이 되어주어야 마땅치 않겠더냐." "총애하는 션이 있는 곳은 아니될 텝니다, 폐하." "아무렴 안다. 단지 여흥이 늘어지는 듯하니, 물갈이를 할 시간이 되었겠거니 싶어서 말이다."
가란은 얌전히 용을 안아 올리며 끓어오르는 쾌감을 억누르려 애썼다. 말하지 않아도 거기까지 신경 썼구나. 그 어리숙한 션이 하루빨리 떨어져 나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가란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과연 높은 곳에 올라 마주한 용의 눈은 어떨까. 입술을 짓씹는다. 오늘 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참이고 생각하겠구나. 션은 직업윤리에 대해 이따금 고민할 때가 있었다. 세상이 이지경이니 직업윤리를 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직업윤리를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찾고 싶은 날이 있었다.
"상태는 어떻지?" "보다시피 물고기라 속이고 횟감을 쳐도 믿어줄 정도지요."
정당성을……. 왁자지껄한 웃음을 뒤로 피가래 끓는 소리가 희미했다. 원래부터 하고자 했던 일이 이런 부류였으니 각오는 했지만, 막상 마주하니 정신이 아득했다. 차라리 눈앞에 있는 것이 포르말린에 절은 카데바였더라면. 그 아찔한 냄새에 감정이라도 무뎌졌더라면…….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자 누군가 느긋하게 어깨 위에 손을 짚었다.
"보, 보스." "정신 차려야지, 션 군. 안색이 왜 이리 안 좋을까?" "그게……."
션은 시선을 굴렸다. 고통을 이겨내려는 손가락이 수술대 위를 광적으로 긁어내는 것이 눈에 선명히 박혔다. 방금 손톱이 부러졌다. 누군가 그걸 발견했다. 션은 입술 속의 연한 살을 짓씹었다.
"아하, 션 군. 이해하네. 당연히 이해하지. 많이 괴롭구나?" "아, 아닙니다." "그렇지? 당연히 아니어야지. 션 군은 저게 사람으로 보이나?" "아, 그게, 시, 신체적 구조로는……."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새하얗게 물든 손길에 고통이 스몄지만 션은 짓씹은 살을 악물고 버텼다. 가란이 느긋하게 미소를 지었다.
"션 군…. 7이 박혔는데 신체적 구조가 같다고 할 수 있나? 혹 자네는 반동분자일까? 지금 문밖에 가디언즈 병사가 대기하고 있으니 입 조심해야지. 즉결 처형 당하기 싫으면." "……." "알아 들었으면 입 똑바로 열어. 이게, 뭐야?" "……세븐스입니다." "옳지, 잘 아네."
손이 떨어졌다. 옷에 핏자국이 남았다. 어깨에서 막혔던 피가 통하는 느낌이 들기가 무섭게 손이 닿았던 곳이 뜨겁다. 가란이 한가롭게 웃는 모습이 누군가를 닮은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괜히 짓씹은 속살을 혀로 훑었다. 피가 배어 나왔다.
"알면 거기 있는 실톱 좀 줄래?" "……저, 실톱은 어디에 쓰시려고.." "당연하잖니."
가란이 피로 범벅 진 의료용 장갑을 낀 검지 끝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들겼다.
"션 군, 나는 이런 일에 대한 면허는 없지만 이런 일에는 경력이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머리통 하나는 끝장나게 잘 연단다. 그러니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렴.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아야지."
션은 애써 웃는 표정을 유지하며 실톱을 건넸다. 소름 끼치는 소리를 뒤로 각종 경박한 문장이 흘렀지만 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몸을 꿈틀대며 피거품과 함께 질러대던 비명소리가 가늘어졌을 때, 가란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고정했다.
"우리 션 군, 눈 감았네?"
안색은 새파랗고,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느끼는 감정과 다르게 뇌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이 상황을 도피하고자 반대되는 표정을 택했다. 션은 가쁜 숨을 뒤로 고른 치열을 내보이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