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은 레레시아의 움직임이었다. 그녀가 철창을 긁어 시선을 집중시키자 자연히 병력들의 시선이 모두 레레시아로 향했다. 이내 독액이 쏘아지자 일부는 기절하듯 픽픽 쓰러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를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내 가디언즈 병력 중 하나가 크게 외쳤다.
"뭐야! 뭐하는 놈들이냐?!"
이내 선우가 소총과 폭탄을 꺼내 난사하기 시작했고, 레이먼드 역시 총을 격발했다. 탕탕. 그리고 승우는 세븐스를 사용해 폭발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벌어진 혼란 속에서 무전기를 꺼내서 연락을 하려는 이도 있었으나, 아무도 무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여기저기서 공격이 날아오고 있으니 바로 통신을 넣기가 힘든 탓이었다. 어디 그 뿐일까? 츄이의 떡이 말을 하려고 하는 일부 간수들의 입을 막았고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쥬데카는 아이를 붙잡아내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아이는 구멍 속으로 빠진 후였다. 이어 그 구멍 속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뭔가가 타는 냄새. 그 안에서 느껴지는 직감은 틀림없이 죽음이었다. 여긴 그런 곳이었다. 죽은 아이들을 에너지원으로 삼아서 이 기지를 유지하고 있는 잔혹한 곳.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멜피는 그 사이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감옥 안에 있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기력이 없어보였다. 그 중에는 감옥 안에서 쓰러진 이들도 있었다. 하나같이 겁 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단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훈련실'이라는 방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뒤이어 그 안에서 가디언즈 병력이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수는 총 3명. 아무래도 그보다 더 있진 않은 모양이었다.
"뭐야?! 뭐인거냐?!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일단 구멍 옆에 있는 문은 당장 열리거나 하진 않았다. 허나 근처에 있는 쥬데카는 그 안에서 더욱 진한 피향같은 직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안은 위치설명상으로 봤을 때 전투를 시키는 장소였다. 어쩌면 그 안에선 지금도...
/여러분들의 대난동은 안에 있는 병력을 밖으로 나오게 하긴 했지만 무전기로 연락할 틈 자체가 없었기에 연락을 할 순 없었어요.
분명히 제대로 밥도 주지 않았을 참상. 그러나 여기서 그냥 무턱대고 구한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스텔도 아직 시선을 끌기위해 전투중일테고, 여기서 인원을 나눠서 반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 이런게 가능한것도 아닙니다. 정신을 차립시다. 그녀는 고개를 젓고 훈련실에서 나온 세명을 눈에 담았습니다.
"죽어 이 xx들아."
그녀는 순식간에 보검을 발동해 대낫으로 세명을 한번에 베어붙이고 훈련실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아까 700명 정도 모였다고 했고.. 지금 죽어가는 아이들을 계산해봐도 못해도 500 이상이 있을겁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구해서 나가야..
놓쳤다. 구멍으로 떨어진 아이와 무엇인가 불타는 냄새. 이건 죽음의 수많은 향기 중 하나였다. 그 끔찍한 향에 일그러지는 네 표정은 헬멧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겠지만. 다음 순간 곁에서 어깨에 말뚝이 박혀 고통스러워할 병사의 몸통을 밟고 있는 힘껏 말뚝을 뽑아내는 네 손짓에는 충분히 감정이 담겨 있었다. 여기저기서 계속해느껴지는 비릿한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네가 선 곧 옆에 있는 문 너머로부터 그 어느 장소보다도 강하게 풍겨나오는 짙은 혈향에 너는 반사적으로 문에 있을만한 손잡이를 붙잡으려고 했다. 이 안에 아이들이 있는 건가? 지금 서로를 죽여가며 피를 흘리는 아이들이? 떨리는 손이 손잡이를 잡았다면 있는 힘껏 문을 열어젖혔으리라. 손잡이가 없었다면 그대로 문을 박살낼 듯한 기세로 문을 걷어치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
가쁜 숨소리, 말소리는 섞여있지 않다. 입이 열렸기에 내쉬는 거친 숨은 있지만 그뿐이다. 분명히 이 너머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이 있을텐데,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이게 일을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런 이성적인 판단이 계속해서 너를 괴롭히지만 언제나 이성이 승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적어도 지금의 너에게는 그러했다.
훌쩍 나서며 과연 잘 될까 싶긴 했는데 예상보다 제압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녀는 첫 어그로와 독액 이후로 전투 대신 철창마다 독액의 벽을 적절히 쳐서 혹시 모를 도탄이나 피해가 아이들에게 가지 않게끔 했다. 딱히 애들을 챙긴게 아니다. 구출해야 하는데 다치면 귀찮으니까 그런 거다.
적재적소에서 움직인 덕에 한차례 전투가 지나간 뒤 쥬데카 쪽으로 이동한다. 가디언즈 병사가 아이를 넣던 구멍은... 쯧, 혀만 차고 보진 않는다. 거기서 쥬데카가 뭘 하고 있었을진 모르지만, 그녀도 따라서 구멍 옆의 문으로 향한다. 거기서 극히 분노한 듯이 문을 걷어차는 쥬데카를 보고 한소리 하긴 했지만.
"문 열다가 기운 다 쓰겠다? 정신 차려. 여기서 눈 뒤집히면 답없어."
정신 놓고 거치적거리면 던져버린다. 작은 경고를 남기고 그녀도 문 안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그 안을... 본다.
끔찍하다. 대체 이곳이 지옥이 아니면 어디가 지옥인걸까? 세븐스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아이들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겁먹은 얼굴이다. 훈련실에서 튀쳐나온 자살 희망자 3명은 다른 동료들이 하늘나라로 이민을 보내줄 것이라 믿고 일단 이 아이들을 진정시키로 한다.
아공간에서 인형들과 약간의 분장도구를 꺼내어 화장을 한다. 이전에 자주 하던 일이었고 간단한 분장이었기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우스꽝스러운 분장이 완성되었다.
그는 한손에 인형을 끼우고 연기를 하며 아이들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안녕? 친구들? 무서워할 필요 없어~!!"
아공간을 열어 사탕과 과자를 꺼내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
"우리들은 너희들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달려온 잘생긴 삼촌, 이모, 형이란다!"
쓰고 있는 뾰족 모자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줄 약간의 장난감들을 꺼냈다. 값은 나중에 대장에게 청구하기로 한다.
"자, 너희들끼리 조금만 놀고 있어! 우리는 저 안에서 폭죽놀이를 하고 돌아올게! 궁금해도 절~대 들어오지 말고"
자욱이 깔린 폭연을 헤치고 나아간다. 어수선하게나마 주변 정리는 끝냈으니 이제는 다음 구역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일순 철창 속의 아이들을 향했다.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참상이라는 말에는 사실 그다지 큰 감흥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철창 안에 가둬진 어린애라니, 보고 있으려니 불쾌한 기억이 자극되는 광경이지 뭔가. 그는 짧은 시간 고민했다. 어차피 구해야 한다지만, 내부를 다 정리하기 전까지는 데려가기도 힘든데 그냥 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하자니 앞으로 더 벌어질 난장판을 생각하면 갇힌 채로 휘말려서 죽으면 곤란할 테고……. 적어도 위험할 때 문 열고 나가는 것 정도는 가능하게 해주는 게 더 나은가.
"야, 너네들 씨* 웬만하면 가만히 있어라. 뭐, 말려들어서 뒈지겠다 싶으면 도망가도 뭐라고는 안 할 거지만."
손을 들어 창살을 가볍게 훑자, 손 댄 부분이 서서히 달아오르다 별안간 고열에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다른 동료들을 뒤따랐다. 방향은 훈련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