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피는 막 밖으로 나온 3명을 아주 가볍게 제압하고 처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승우는 철창의 문을 녹였다. 허나 아이들 중 밖으로 나오는 이들은 없었다. 다들 겁을 먹었는지, 혹은 힘이 빠졌는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아무런 말도 못하는 와중, 선우가 아이들을 달래주긴 했지만 이미 마음이 철저하게 부서지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도 웃는 이가 없었다. 눈에 생기는 없었고, 그야말로 정말로 이 아이들이 살아는 있는 것일까 싶을 정도의 느낌이 났을지도 모른다.
"...죽고 싶지 않아.." "...다른 이와 말하면...죽는댔어요."
그런 작은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나오지 말라고 말할 것도 없이 아무도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겁을 먹은 아이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공허하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혼이 쏙 빠져있는 느낌 그 자체였다.
한편 훈련실 안으로 들어서면 특별히 더 보이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그곳에 모여서 칼을 휘두르거나 세븐스를 각자 사용하고 있거나, 혹은 훈련용 인형을 파괴하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아무도 감시하는 이가 없었지만 그 아이들은 계속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이는 정말 다양하게 있었다. 많아봐야 13살. 혹은 정말로 어린 5살 정도의 아이의 모습도 있었다. 대부분이 눈에 생기가 없었고, 그저 죽이고자, 싸우고자. 그렇게 훈련된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일단 이쪽 부분에는 특별히 더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수용되어있는 공간이 고작인 모양이었다.
[전투실 방향]
쾅!! 쥬데카로 인해 문은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강한 스파크가 튀고 있는 여러개의 링 위에 아이들이 한쌍씩 올려져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무기를 휘두르고 세븐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작은 어린아이가 자신과 싸우고 있는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의 칼을 휘둘렀고 그 때문에 그 남자아이는 뒤로 밀려났다. 모두가 입고 있는 마치 보검용 무장 같은 것 때문인지 죽진 않았지만 강한 스파크가 파지직 튀었고 비명소리가 울렸다. 이내 그 아이는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넘어졌지만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무도 두 사람을 보지 않았다. 그저 강한 살기를 보이면서,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움직임만을 보이고 있었다.
"이 세상의 가장 확고한 규칙. 그건 약자는 멸시당하고 강자는 대우받는다. 즉, 패배자는 멸시당하고 승리자는 우대받는다라는 이야기지. 패배자들은 아무것도 누릴 자격이 없지만 승리자는 모든 것을 다 누릴 수 있어."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면 저 앞쪽에 글라키에스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내 그녀는 탁 신호를 줬고 그와 동시에 철창에 있는 모든 전류가 사라졌다. 그러자 마치 그런 명령이 인식이라도 된 것처럼, 아이들은 일제히 밖으로 나왔고 글라키에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녀의 앞쪽에 일렬로 섰다.이내 그 모습을 바라보며 글라키에스는 싱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서 계단을 내려와 아이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강한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해. 패배자 테러리스트 여러분." "병력은 굳이 더 부르지 않을테니 안심해. 하지만 몇을 불러와도 너희들을 상대할 수 없을테니까." "그러니까 누군가의 추가적인 개입이 오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것 정도로만 해볼까?"
이어 그녀는 무전기를 꺼낸 후에 그 무전기에 대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훈련실과 전투장을 포함해 혹은 기지 여기저기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침입자가 침투했어. 카시노프가 제공한 '데스트로이어'를 이용해서 정찰해서 발견하는 즉시 막아. 전투장인 여기까지 오지 못하게 해."
완전히 아스텔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버린 후, 글라키에스는 싱긋 웃으면서 다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마치 조금도 강자라고 여기지 않는, 그야말로 너희 따위가 있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이 피식 웃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했다.
"로벨리아 아가씨가 보냈어? 정말 위선적이라니까. 그 패배자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너무나 위선적이라서 놀랍지도 않아. 뭐, 좋아. 그래서 일단 요구조건이나 들어볼까? 뭘 원해서 여기까지 왔지? 뭘 노리고 여기까지 왔지? 아니면... 무슨 희망을 가지고 여기까지 들어온거지? 패배자 제군."
/1시 30분까지! 그리고 다음이 마지막 레스! 반응 레스는 여기까지! 덧붙여서 아직 전투가 시작된 것이 아니기에 글라키에스에게 공격을 해도 유효타는 들어가지 않아요.
아이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적은 처음이다. 뭐가 모자랐던 것일까? 분장이? 연기 실력이? 개그가? 아니, 어쩌면 이 아이들은 내 무슨 짓을 해도 웃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심각하게 마음 속 무엇인가가 무너졌을 테니까. 이 아이들은 그저 시키는 것만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시체와도 같은 상태일 것이다.
선우는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이전에 멜피가 처리했던 놈들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거울을 꺼내어 자신을 비춰보니 어색하지만 제법 봐줄만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한번 창살 앞으로 걸어갔다. 이것은 도박이었다.
커다란 아공간을 하나 열고 목소리를 깔고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주목! 모두 일어서라!"
주변을 둘러 본 후 다시 말했다.
"이번 훈련은 이 구멍 안에서 진행한다. 어서 이 곳으로 들어가라! 굼벵이들아!"
훈련실 안쪽 아이들을 구출하기 전 이곳의 아이들을 먼저 빼내는 게 우선이었다. 현재 아이들은 가디언즈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역이용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이런 상태로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기 힘든 법인데다, 바쁜 와중에 자상하게 설득할 말재주도 시간도 없다. 그러니 친절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안으로 향했다. 훈련실의 광경은 예상했던 것보다 평화로웠다. 적어도 당장 눈앞에 시체가 굴러다니지는 않으니 이만하면 참상은 아니다. 이제 이곳의 인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던 차에 동료들이 먼저 나서주었기에, 그는 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발길을 돌려 전투장으로 달려갔다.
문을 여는 강한 행동 탓에 안쪽의 비릿한 혈향이 확 풍겨와서 미간을 찡그린다. 그러나 코를 찌르는 냄새보다 더 강렬한 진풍경이 안에 펼쳐져 있었다. 아이들. 아무리 봐도 어린 아이들이 무장을 입고 무기를 들고 세븐스를 써서 싸우고 있었다. 스파크가 튀는 링 위에서. 같은 아이들을 상대로.
그리고 그 안쪽에 있었다. 빌어먹을 글라키에스.
"혓바닥 매끄러운 건 여전하네- 정말 다행이다. 그새 쫄아서 말도 못하게 됐으면 어쩌나 걱정했거든-"
냐하하. 레레시아는 가늘게 웃는 얼굴을 하며 감흥 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속으로는 분노의 칼을 꺼내 단단히 고쳐쥐면서. 그 와중에 울리는 무전 소리에 보이지 않게 혀끝을 깨물었다. 허나 겉으로는 전혀 티내지 않는다.
"또- 또 위선이니 패배자니- 야. 원래 인간은 모두 위선적이야. 위선적으로 태어났으니 그렇게 살겠다는데, 뭐가 잘못됐지?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한바탕 뒤집어 놓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니들도 똑같이 그러고 있으면서."
빈정대며 떠드는 사이 다른 방향으로 갔던 인원도 슬슬 모이고 있었다. 그녀는 슬쩍 인원들을 보고, 다시 글라키에스를 보았다.
"희망은 됐고. 일단 애들 내놔. 그리고 저번에 했던 약속은 지켜야지? 오면 상대해준다며. 같이 춤이나 한 곡 추자고."
Shall we dance? 빈 손을 내밀어 까딱거린다. 그 뒤로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올린 미소를 짓는다.
정말로요. 네게 경고하듯 말하는 레레시아에게 짧게 대답한다. 어차피 그녀도 대충은 알고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아마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는 않을 터였다. 그 외에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한가로이 만담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서로를 쓰러트려, 아니... 확실히 숨통을 끊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모습을 여유롭게 보고 있던 글라키에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너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예의 그 오만한 몸짓과 내리까는 듯한 말, 아스텔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한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듣던 너는 네 손에 쥐어진 토마호크를 꽉 쥐었다.
"위선자를 나무랄 수 있는 건 완전한 선인뿐이겠죠, 그런데 그런 사람이 누군가를 나무랄 것 같습니까? 그럴 리 없잖습니까. 이미 타인을 위선자라고 부르는 시점에서 당신은 잘 쳐줘야 동급인 겁니다."
이런 이야기도 어차피 패배자들의 말이니 하며 넘기겠죠. 좋겠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갈라진 세상에서 살아가니.
"부정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합니다. 지금 당신이 그 자리에 있는 걸 부정하는 게 되고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게 될 테니까요."
그렇지만 스스로 자신을 부정해보지 않는다면 억지로 부정당하게 될 겁니다. 쩔그렁, 하는 소리와 함께 네 소매를 타고 촤르륵 흘러내린 체인의 끝에 매달린 토마호크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아이들은 데려가겠습니다. 이분법이 아니면 알아듣기 어려우십니까? 그렇다면 좀 더 쉽게 말씀드리죠."
순순히 아이들을 내놓든지, 한판 붙은 다음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내놓든지.
"쉽지 않습니까? 전부 가졌다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는 결핍된 승리자여."
이해가 안 됩니까? 벌써부터 당신이 말하는 승리자, 패배자와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만은. 헬멧 너머로 정제된 목소리를 내는 네 호흡은 어느새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멜피의 말에는 별 반응이 없었으나 선우가 가디언즈 병력의 복장을 입고 돌아오자 아이들의 시선이 그때야 선우에게 향했다. 이내 훈련을 구멍 속에서 진행한다는 말에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그적, 느그적. 어슬렁어슬렁. 하나둘, 하나둘. 그렇게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겁먹은 표정도 있었고, 자포가지한 얼굴로 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디 그 뿐일까. 훈련장에 있는 아이들 역시 빠져나와 구멍 속으로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한편 전투장에서 제 0 특수부대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글라키에스는 자신이 쓰고 있던 검은색 빵모자를 벗은 후에 휙 저 편으로 던졌다. 거추장스러운 모자가 사라지고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바람을 통하게 하고 목숨을 원한다라. ...다른 이는 몰라도 그쪽의 패배자는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거 잘 알지 않아?"
그녀의 조롱은 명백하게 멜피를 향해있었다. 이전, 자신에게 덤비고 팔을 통째로 얼려버린 그녀의 모습은 글라키에스도 기억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편 레레시아와 쥬데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글라키에스는 침묵을 조용히 지켰다. 그러다 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나름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로벨리아 아가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하긴 너희들에게 말해줄리가 없지. 그러니까 더욱 불쌍하기 짝이 없는데? 우리 패배자 레지스탕스 제군들. 아스텔도, 에스티아도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 모양이지? 하긴 말해줄리가 없지. 아하하하! 좋아. 나도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을 거야. 말해줄 이유도 없고, 말해주지 않는 쪽이 너희에게 걸맞는 대우일 것 같으니까.타인에 대한 이해의 결핍이라. 왜 내가 너희 같은 패배자들을 이해해줘야하지? 그럴 이유가 없잖아. 이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규칙은 강자는 대우받고 약자는 멸시받는다. 강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약자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그렇기에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거고, 지금 이곳은 이 세상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그대로 시행한 곳이야. 약하기에 죽고, 약하기에 사라지고, 약하기에 살아남지 못하는 거야. 반대로 강자는 살아남고 대우받고... 이런 지옥에서도 살아서 나갈 수 있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뭐, 정말로 운이 좋아서 패배하고도 빠져나간 이가 두 명이 있긴 하지만... 결국 아무런 대우도 받지 못하고 만인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테러리스트가 되었잖아. 정말 패배자다운 모습이야. 아하하하!"
이내 그녀는 오른손을 살며시 하늘로 들었다. 주변 공기가 얼어붙기라도 하는 것인지, 허공에서 얼음덩어리가 생성되었고 그녀는 그 얼음덩어리를 손으로 쥐었다. 이내 그 얼음덩어리는 쨍그랑 깨졌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눈부시게 화려하게 반짝이는 하얀색 보검의 모습이었다.
"스탭을 밟아야하는 것은 내가 아니야. 너희들이지. 조금은 놀아줄게. 레이버를 대처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너희들이 얼마나 버틸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내 그녀의 보검에서 하얀색 빛이 반짝였고 이내 그 빛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그리고 그 빛은 글라키에스를 집어삼켰다. 뒤이어 제 0 특수부대는 엄청난 추위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눈이었으며, 조금만 가만히 있어도 마치 땅이 자신의 다리를 붙들어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어 빛이 사라지자 글라키에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무장은 그야말로 전신이 새하얀 얼음 빛이었다. 발 부분은 그야말로 스케이트와 비슷한 모습이었고, 양손에는 보검과는 별개의 형태인 얼음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검 두자루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어깨의 뒤쪽 부분에는 차가운 냉기를 내뿜고 있는 장치가 달려있었고 상반신과 하반신은 얇지만 그래도 상당히 단단해보이는 얼음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장갑으로 덮여있고 등에는 하얀색 망토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 어느 정도는 버텨주길 바랄게." "그래야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 얼마나 허상이고 바랄 수 없는 꿈인지를 알게 될테니 말이야! 그저 바라기만 하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패배자 제군."
SR석 예약 완료. 으아. 진짜 매번 이 가수 콘서트 할 때마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흐릿) 어머니에게 주긴 하지만 친척 중에 진짜 모 가수 팬이 있어서..콘서트 하는 거 다 예약해주고 그래야해서 너무 힘들다는 불평 한마디. 흑흑. 진짜 올해에 이 가수가 한 거 진짜 다 예약해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