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편에서 바람 소리가 고요하게 들리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아스텔이 신속하게 빠르게 근처를 돌아다니는 병력들을 처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는 편하게 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아스텔은 근처를 돌아다니는 병력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제 0 특수부대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안에 들어서자마자 쥬데카는 상당히 불길한 기운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곳은 절대로 정상적인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다행스러운 것은 문이 열자마자 바로 정면이 노출되는 장소는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근처 벽에 쉽게 은폐, 엄폐를 할 수 있었기에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일단 그렇게 숨던지, 아니면 정면으로 그냥 대놓고 보던지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정말로 넓은 공간이 펼쳐져있다는 것이었고 마치 감옥 같은 방이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 안을 좀 더 자세히 봤으면 겁에 질려있는 아이들이 수도 없이 그 방에 최소 10명씩 들어가있는 것도 확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전기를 들고 있는 간수들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른쪽을 봤으면 뭔가 쓰레기를 버리는 공간처럼 커다란 구멍이 벽에 있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이내 가디언즈 병력은 움직이지 않는 어린아이. 정확히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그 구멍 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쥬데카가 봤다면 그 오른쪽 문 쪽. 그곳에서 정말로 수많은 이들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구멍에 아이를 집어넣고 있는 가디언즈 병력 2명. 그리고 감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는 병력은 얼핏 봐도 20명 이상. 모두 제각각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 움직이면 걸리기 딱 좋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시 카메라처럼 보이는 것은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을까?
"...쓸모없는 꼬맹이 같으니. 그래. 죽어서라도 에너지원이 되어라. 이 기지를 발전시키는 발전기의 에너지 말이야." "그건 그렇고 아직 700명 정도라고 했나? 300명이 더 모일까?" "덜 모이면 어때? 어차피 가장 강한 이를 꼽는 거잖아. 이미 전투를 시작한 이도 있고 말이야. 방금 우리가 넣은 애도 그 애에게 죽은 거잖아." "죽인 이가 아마 여동생이었던가? 그 애의.." "하핫. 남매건 뭐건 뭐가 중요해. 어차피 여기서는 한 명밖에 살아남을 수 없어."
진입한 방 안은 방이라기보다 한 구역이라 보는게 맞을 것 같았다. 같이 진입한 팀원들처럼 몸을 숨기고 안을 보자 곳곳의 철창과 갇힌 아이들과 아이들을 어디론가 집어넣는 가디언즈 병사들이 보인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이들이 있었으나. 떠드는 소리로 보아 이조차도 아직 다 모인게 아닌 듯 하다. 아예 막을 수는 없으나 중단은 시킬 수 있으니 다행인건가. 그러니 일단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총알받이 하나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
레레시아는 모두에게 들으란 듯이 말하고 숨기던 곳에서 성큼 앞으로 나갔다. 허리에 두른 모조 보검에 손을 얹고서 전개시키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검은 독액의 망토가 크게 펄럭인다. 일부러 크게 늘인 망토가 남은 팀원들의 위치와 이동을 어느 정도 가려줄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기본 무기인 검을 들어 근처의 철창을 긁어 시선을 집중시킨다.
"재밌는 건 어른들끼리 해야지- 애들한테 시키면 쓰나?"
놀자고. 어? 철창을 긁었던 검으로 바닥을 찍자 그녀의 검과 방어구로부터 독액이 사방으로 쏘아진다. 누구 하나 특정하는 것 없이 독액이 닿는 가디언즈 병사들을 기절시킬 셈이었다. 아니어도 남은 팀원들이 어찌해주겠지.
냉정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여동생이라는 이야기에 순간적으로 멈칫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다행인건. 그녀가 열받을수록 차가워지는 사람이라는걸까요.
"후우."
다른 이들은 아무래도 공격을 나서려는 모양인데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몰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선은 끌렸을테고.. 최대한 교전은 피하라고 했고. 현 목적은 아이들의 구출이니까요. 그녀는 시선이 끌리는 동료들쪽 말고 조금 빙 돌아서라도 움직여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나 가보려했습니다
벽 뒤로 숨어들어 내부를 빠르게 훑는다. 짐작했던 대로 여러 의미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장소다. 철창 하나 당 갇힌 인원은 최소 10명 정도. 주변 병력은…… 씨* 뭐 저렇게 많아. 과연 출동 전부터 위험하다 여럿 경고 들은 만큼은 되는 인원이었다. 이대로 숨어서 통과하기엔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들키지 않고 깔끔하게 제압하기에는 수가 많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그건가. ……이 안의 병력들까지야 어떻게 처리 가능하다 해도 뒤이어 다가올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워 선뜻 나서기엔 꺼려지지만,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도화선은 불타버렸으니.
그는 먼저 앞으로 나간 동료가 시선을 끈 사이 무장을 전개했다. 혹시나의 오발을 방지하기 위해 넓게 펼쳐진 총열로부터 쏘아진 탄환들이 바닥면을 향해 박히고, 이내 적들이 밟고 선 땅 아래로부터 산발적인 폭발이 일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다 조져버리는 수밖에 없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인 건 상상 이상이었다. 몸 이곳 저곳이 따끔거리는 듯한 감각... 이 곳에서는 죽음의 향기가 진하게 나고 있었다. 공포, 그리고 분노, 슬픔... 가문이 열리고 보이는 근쳐의 벽에 몸을 숨긴 뒤에야 그 꺼림칙한 느낌의 근원을 찾기 위해 움직일 수 있었다. 보이는 건 넓게 펼쳐진 공간과 감옥처럼 철창으로 막힌 방들 그리고 겁에 질린 채 방 안에 갇힌 아이들까지. 그 앞에는 무전기를 손에 쥔 간수들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단번에 모두를 제압하지 않는 한 무전으로 기습은 들키고 말겠지. 그런 생각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벽과 그 구멍으로 아이를 집어넣으려고 하는 2명의 가디언즈 병사와 감옥을 돌아다니는 병사들의 숫자가 대강 20명 정도 된다는 걸 바탕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총알받이 하나 있으면 편할 거라는 말과 함께 펼쳐지는 독액의 막과 철창을 긁어서 발생하는 금속의 파열음. 파열음이 마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경주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인 양 순식간에 무장으로 몸을 감싼 네 손끝에 쥐어진 것은 손가락 마디만큼의 두께인 체인, 망설임 없이 던진 체인의 끝에 달린 말뚝은 아마 레레시아의 독액의 막을 뚫고 지나가며 독으로 감싸였을 터다. 그 끝이 노리는 건 아이를 집어넣고 있던 병사의 어깨.
어깨를 꿰뚫는 데 성공한다면 말뚝의 끝이 금속음을 내며 사방으로 가시를 뻗듯 가지를 드러냈을 테니 네가 잡아당기기만 하면 그대로 병사의 어깨에 단단히 박혀 네 몸이 그쪽으로 딸려갈 수 있게 만들었으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망설임은 없다. 강하게 체인을 잡아당김과 동시에 용수철이 튀어나가듯 땅을 박찬 너는 네 말뚝이 박힌 병사 곁의 나머지 병사 한 명을 노려 왼쪽 무릎을 치켜들었겠지. 제발 떨어지지 마라, 아이야, 제발.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너는 구멍으로 집어넣어지는 아이를 붙잡아내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