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한 방 안은 방이라기보다 한 구역이라 보는게 맞을 것 같았다. 같이 진입한 팀원들처럼 몸을 숨기고 안을 보자 곳곳의 철창과 갇힌 아이들과 아이들을 어디론가 집어넣는 가디언즈 병사들이 보인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이들이 있었으나. 떠드는 소리로 보아 이조차도 아직 다 모인게 아닌 듯 하다. 아예 막을 수는 없으나 중단은 시킬 수 있으니 다행인건가. 그러니 일단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총알받이 하나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
레레시아는 모두에게 들으란 듯이 말하고 숨기던 곳에서 성큼 앞으로 나갔다. 허리에 두른 모조 보검에 손을 얹고서 전개시키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검은 독액의 망토가 크게 펄럭인다. 일부러 크게 늘인 망토가 남은 팀원들의 위치와 이동을 어느 정도 가려줄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기본 무기인 검을 들어 근처의 철창을 긁어 시선을 집중시킨다.
"재밌는 건 어른들끼리 해야지- 애들한테 시키면 쓰나?"
놀자고. 어? 철창을 긁었던 검으로 바닥을 찍자 그녀의 검과 방어구로부터 독액이 사방으로 쏘아진다. 누구 하나 특정하는 것 없이 독액이 닿는 가디언즈 병사들을 기절시킬 셈이었다. 아니어도 남은 팀원들이 어찌해주겠지.
냉정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여동생이라는 이야기에 순간적으로 멈칫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다행인건. 그녀가 열받을수록 차가워지는 사람이라는걸까요.
"후우."
다른 이들은 아무래도 공격을 나서려는 모양인데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몰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선은 끌렸을테고.. 최대한 교전은 피하라고 했고. 현 목적은 아이들의 구출이니까요. 그녀는 시선이 끌리는 동료들쪽 말고 조금 빙 돌아서라도 움직여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나 가보려했습니다
벽 뒤로 숨어들어 내부를 빠르게 훑는다. 짐작했던 대로 여러 의미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장소다. 철창 하나 당 갇힌 인원은 최소 10명 정도. 주변 병력은…… 씨* 뭐 저렇게 많아. 과연 출동 전부터 위험하다 여럿 경고 들은 만큼은 되는 인원이었다. 이대로 숨어서 통과하기엔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들키지 않고 깔끔하게 제압하기에는 수가 많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그건가. ……이 안의 병력들까지야 어떻게 처리 가능하다 해도 뒤이어 다가올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워 선뜻 나서기엔 꺼려지지만,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도화선은 불타버렸으니.
그는 먼저 앞으로 나간 동료가 시선을 끈 사이 무장을 전개했다. 혹시나의 오발을 방지하기 위해 넓게 펼쳐진 총열로부터 쏘아진 탄환들이 바닥면을 향해 박히고, 이내 적들이 밟고 선 땅 아래로부터 산발적인 폭발이 일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다 조져버리는 수밖에 없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인 건 상상 이상이었다. 몸 이곳 저곳이 따끔거리는 듯한 감각... 이 곳에서는 죽음의 향기가 진하게 나고 있었다. 공포, 그리고 분노, 슬픔... 가문이 열리고 보이는 근쳐의 벽에 몸을 숨긴 뒤에야 그 꺼림칙한 느낌의 근원을 찾기 위해 움직일 수 있었다. 보이는 건 넓게 펼쳐진 공간과 감옥처럼 철창으로 막힌 방들 그리고 겁에 질린 채 방 안에 갇힌 아이들까지. 그 앞에는 무전기를 손에 쥔 간수들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단번에 모두를 제압하지 않는 한 무전으로 기습은 들키고 말겠지. 그런 생각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벽과 그 구멍으로 아이를 집어넣으려고 하는 2명의 가디언즈 병사와 감옥을 돌아다니는 병사들의 숫자가 대강 20명 정도 된다는 걸 바탕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총알받이 하나 있으면 편할 거라는 말과 함께 펼쳐지는 독액의 막과 철창을 긁어서 발생하는 금속의 파열음. 파열음이 마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경주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인 양 순식간에 무장으로 몸을 감싼 네 손끝에 쥐어진 것은 손가락 마디만큼의 두께인 체인, 망설임 없이 던진 체인의 끝에 달린 말뚝은 아마 레레시아의 독액의 막을 뚫고 지나가며 독으로 감싸였을 터다. 그 끝이 노리는 건 아이를 집어넣고 있던 병사의 어깨.
어깨를 꿰뚫는 데 성공한다면 말뚝의 끝이 금속음을 내며 사방으로 가시를 뻗듯 가지를 드러냈을 테니 네가 잡아당기기만 하면 그대로 병사의 어깨에 단단히 박혀 네 몸이 그쪽으로 딸려갈 수 있게 만들었으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망설임은 없다. 강하게 체인을 잡아당김과 동시에 용수철이 튀어나가듯 땅을 박찬 너는 네 말뚝이 박힌 병사 곁의 나머지 병사 한 명을 노려 왼쪽 무릎을 치켜들었겠지. 제발 떨어지지 마라, 아이야, 제발.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너는 구멍으로 집어넣어지는 아이를 붙잡아내려고 했다.
첫 시작은 레레시아의 움직임이었다. 그녀가 철창을 긁어 시선을 집중시키자 자연히 병력들의 시선이 모두 레레시아로 향했다. 이내 독액이 쏘아지자 일부는 기절하듯 픽픽 쓰러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를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내 가디언즈 병력 중 하나가 크게 외쳤다.
"뭐야! 뭐하는 놈들이냐?!"
이내 선우가 소총과 폭탄을 꺼내 난사하기 시작했고, 레이먼드 역시 총을 격발했다. 탕탕. 그리고 승우는 세븐스를 사용해 폭발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벌어진 혼란 속에서 무전기를 꺼내서 연락을 하려는 이도 있었으나, 아무도 무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여기저기서 공격이 날아오고 있으니 바로 통신을 넣기가 힘든 탓이었다. 어디 그 뿐일까? 츄이의 떡이 말을 하려고 하는 일부 간수들의 입을 막았고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쥬데카는 아이를 붙잡아내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아이는 구멍 속으로 빠진 후였다. 이어 그 구멍 속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뭔가가 타는 냄새. 그 안에서 느껴지는 직감은 틀림없이 죽음이었다. 여긴 그런 곳이었다. 죽은 아이들을 에너지원으로 삼아서 이 기지를 유지하고 있는 잔혹한 곳.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멜피는 그 사이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감옥 안에 있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기력이 없어보였다. 그 중에는 감옥 안에서 쓰러진 이들도 있었다. 하나같이 겁 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단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훈련실'이라는 방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뒤이어 그 안에서 가디언즈 병력이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수는 총 3명. 아무래도 그보다 더 있진 않은 모양이었다.
"뭐야?! 뭐인거냐?!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일단 구멍 옆에 있는 문은 당장 열리거나 하진 않았다. 허나 근처에 있는 쥬데카는 그 안에서 더욱 진한 피향같은 직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안은 위치설명상으로 봤을 때 전투를 시키는 장소였다. 어쩌면 그 안에선 지금도...
/여러분들의 대난동은 안에 있는 병력을 밖으로 나오게 하긴 했지만 무전기로 연락할 틈 자체가 없었기에 연락을 할 순 없었어요.
분명히 제대로 밥도 주지 않았을 참상. 그러나 여기서 그냥 무턱대고 구한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스텔도 아직 시선을 끌기위해 전투중일테고, 여기서 인원을 나눠서 반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 이런게 가능한것도 아닙니다. 정신을 차립시다. 그녀는 고개를 젓고 훈련실에서 나온 세명을 눈에 담았습니다.
"죽어 이 xx들아."
그녀는 순식간에 보검을 발동해 대낫으로 세명을 한번에 베어붙이고 훈련실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아까 700명 정도 모였다고 했고.. 지금 죽어가는 아이들을 계산해봐도 못해도 500 이상이 있을겁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구해서 나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