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벽에 기댄 채 잠깐 캔을 손에 들고 있다가, 그것을 따고서 한 모금 마셨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말은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레지스탕스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뭉친 조직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래. 오히려 임무의 실패가 죽음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너무 오랜 시간을, 그리고 너무 많은 임무를 '다른 곳'에서 수행해서 이런 생각이 머리에 박힌걸지도 모르지."
톡 쏘는 탄산도, 이가 썩어버릴 듯 단 맛의 사치도 한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 제대로 날 인간으로써 대우해 준 것은, 나의 목숨을 필요로 한 이들 뿐이었다.
"물론 가능하면 살아돌아올거야. 그게 내 멋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게 뭐람. 하고 덧붙인 뒤에, 단숨에 음료를 쭉 들이켜 빈 캔을 거진 골프공 정도 크기의 알루미늄 덩어리로 압축시켜버렸다. 캔을 쓰레기통에 휙 던져서 버리고서는 다시 문을 열었다.
"언제까지 과거에만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살아서 내일을 살 생각 정도는 하고 있어. 어쨌든, 부탁한 물건은 잘 부탁할게. 음료수도 잘 마셨고."
등을 돌린 채 손만 들어 인사한 뒤에, 문 밖으로 향했다. 그녀의 생각은 충분히 알았다. 그렇기에, 다른 부탁 하나는 어차피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주머니에 꽂아넣은 한쪽 손에 쥐어진 쪽지를 꽉 쥐어 구겨버렸다. 쪽지엔 '자폭용 폭발물'이라 적혀 있었다.
그녀는 앞을 향해 직진하고, 당신은 그런 그녀를 따른다. 그런데 웬걸. 그녀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거점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방향이다. 어느덧 마을에서 들려오던 소음들도 바람 소리에 거진 묻히기 시작했을 쯤인지 모른다. 그녀는 그런 외진 곳 안에서 어느정도 도달했을 즈음,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당신을 바라본다. 이번엔 손을 내밀며 말하는 것이다.
"엔의 손을 잡아라."
산책을 하는데 굳이 손을 잡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그녀는 당신이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곳까지 온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검고 붉은 눈과는 다르게 새하얗게만 보이는 손이다. 그러나 그 안에 무엇이 고동치고 있는지는 당신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고대의 의복을 입은 안드로이드가 은은한 미소를 띤 채 악기를 연주했다. 완벽하게 프로그래밍 된 칩셋 덕분인지 튕기는 현마다 가지는 음정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했고, 신비로운 선율을 방에 가득 채웠다. 연주하고 있는 악기의 이름 따위는 모른다. 알 필요도 없고, 알아봤자 어차피 금세 흥미가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안드로이드는 페기될 것이다. 흥미가 떨어지면 여기에 있을 가치는 없다.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안드로이드가 있는 곳은 고대의 동양 황실을 기조로 만들어진 너른 방으로, 사람들은 이 장소의 쓰임새에 따라 알현실, 혹은 처소라고 칭했다. 옥색 칠이 된 둥그런 목조 기둥, 대리석으로 된 말끔한 바닥을 비롯해 곳곳에 놓인 고풍스럽다 못해 과분할 정도의 사치스러운 장식품 중에는 무려 2세대 전의 도자기 장식품과 알 수 없는 주술적 도구까지 있었다. 제단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침대 겸 옥좌는 목재로 만들어지고 베일이 달려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끔 했다. 한쪽 벽면은 아예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근사한 전경이 잘 내려다보였다. 창밖으로는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인공 하늘, 그리고 고개를 내리면 인공 호수가 한눈에 보였다. 지금은 해가 뜨지 않은 시스템 상 시간으로는 밤인 것 같았다. 온통 화려하고 우아하지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은 절제된 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옥좌를 기점으로 대략 열댓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좌우로 정렬하듯 마주 보며 뒷짐을 지고 서있다. 오늘 이렇게 모인 이유는 집결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집결 명령을 받는 상황에서는 처소를 알현실이라 바꿔 불렀고, 이곳의 사람들은 처소가 알현실이 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처소가 알현실이 되는 날엔 용의 심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저 호수 밑으로 곤두박질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등골이 오싹했다. 각을 맞춰 정렬한 정장 차림의 군중 사이로 유달리 화려한 차림을 한 남성이 제단 쪽을 향해 시선을 굴렸다. 새하얀 정장을 뒤로, 고대의 의복에 가까운 겉옷을 걸친 채 제단에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남성은 베일 너머 거대한 몸신이 움직이는 것을 눈에 담았다. 용이다. "하나가 부족한데." 베일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막 잠에서 깬듯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가뜩이나 뻣뻣하게 세운 허리를 더 강하게 편다. 화려한 남성이 제단 쪽으로 깊게 허리를 숙였다. "죽었습니다." 며칠 전 영광스러운 충신 하나가 몸을 뒤틀다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했다. 충신의 비보는 한 단어면 충분했다. 잠시간의 정적을 뒤로 베일 너머의 용이 입을 열었다. "가란." 화려한 차림의 남성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호명하셨습니까." "죄인이 있겠군. 그렇지?" "그렇습니다." "입정시키게." "죄인을 들여보내라." 대열 중 가장 끝에 있던 사람 두 명이 잠시 밖으로 나가더니, 특수한 수갑으로 손목을 결박당한 남자 하나를 제단 앞으로 끌고 와 내동댕이 친다.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가란이라 불린 화려한 남성이 죄수의 머리를 짓밟아 다시금 제압했다. 그 모습에 베일 너머로 꿈틀대던 모습이 작아지더니 인간의 실루엣이 언뜻 비쳤다. 옥좌에 모로 기울어지듯 누운 자태는 거만하고도 고압적이었다. 뿔에 긴 머리카락이 실처럼 걸린 모습이 검게 비치는 꼴이 기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실루엣이 움직인다. 인간이라기엔 기이한 손가락의 모습이 언뜻 비쳤다. 시작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8월 24일, 죄인을 심문하옵니다. 죄인은 8월 16일 23시 14분 우리-B를 탈출하여 보안 카메라에 포착되었습니다. 보안 카메라에 녹취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노래하듯 리듬감 있게 얘기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홀로그램 하나를 띄우자 남성이 철장에서 빠져나와 여성 하나를 향해 손을 뻗는 모습이 출력됐다. 경고하듯 총을 겨누던 여성은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더니 쓰러져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죄인은 감히 외부와의 접촉을 시도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폐하의 충실한 신하이자 우리-B의 책임자인 알리사를 살해하였나이다. 이후 무고한 식사 책임자를 협박한 뒤 폐하의 탕약에 극독을 넣었으며, 폐하께서 그 탕약을 드시고 생사를 넘나드셨나이다. 이는 명백한 모반을 일으킨 것으로 반역 죄인을 사형에 처함이 마땅하다 아뢰옵니다." "그래, 저것이 저번에 짐을 시해하려 들었던 그 쥐새끼다 그 말이겠구나." "그렇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시도했다고 했지. 소속이 있나?" 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속된 조직이 있음을 확인하였나이다. 다만 접선 일자만을 알아냈지, 무슨 수를 써도 입을 벌리지 않고 있사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카락이 살갗을 스치는 소리를 뒤로 용이 손을 까딱였다. 가란은 짓밟던 머리에서 발을 떼더니 보이지 않게 구둣발을 바닥에 문질렀다. 닿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는 듯. 그리고 죄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벌렸다. "고개를 들어라." 죄수는 벌벌대다 고개를 들었다. 이제 보니 손을 앞으로 모으고 수갑을 찬 죄수는 손톱이 없었다. 죄수가 일렁이는 실루엣을 보고 눈을 둥글게 떴다. "세.. 세븐스잖아." "무엄하다!" 그러자 가란이 구둣발로 다시금 그의 뺨을 쳐올렸고, 용은 날카로운 손을 들며 두어 번 내저었다. 웃는 소리가 가벼웠다. 모습만큼은 경박했으나 웃음 너머는 스산했다. "내버려 두거라. 원래 죽을 때가 다 되면 그 작은 대가리 한 번 못 거치고 아가리 놀려대는 짐승이 많지 않더냐. 혀를 자르면 대다수 조용해지지만.." "아니 됩니다." 여성 하나가 대뜸 입을 열자. 가란이 눈을 흘겼다. 저 눈치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용은 아량껏 넘어가겠다는 듯 손을 거뒀다. 죄수는 거센 구둣발에 이 하나가 빠졌는지 입에서 피를 뱉었다. "저런, 왜 그렇게 진지하게 나오나, 농담임을 알지 않느냐." 용의 나긋한 목소리에 가란만이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한 사람만이 웃는 기묘한 정적 속에서 용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무미건조한 어투가 입 밖을 타고 흘렀다. "웃어. 내가 농담을 했잖니." 누군가 억지로 낸 마른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웃음이 일파만파 퍼졌다. 미치광이만 모인 것 같은 알현실에서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건 용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죄수였다. 웃음이 점차 작아지고 다시금 숨 막히는 정적이 이어졌을 때, 용의 만족한 목소리가 흘렀다. "왜 죽였지?" "폐하께서 네게 하문하시지 않느냐. 답해라." 가란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채근했다. "……그, 그야, 당연한 거니까.." "무엇이 당연한 것인 줄 모르겠구나.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리도 당연하더냐?" "이곳도 그런 곳이잖아!!" "아둔한 것. 이곳의 죽음은 보호받아야 할 자들의 죽음과는 다르다. 죄 지은 자가 끌려와 죽는 것이거늘, 너 같은 미물이 이해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과거 아둔한 것들의 오만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으로 익히 증명됐듯 본디 신뢰할 수 없는 짐승들이지 않더냐. 그런데도 너는 네 이기심으로 다시금 그 사건을 벌여놓고, 그 죽음이 당연하다 말할 심산이더냐." "당신도 세븐스잖아, 당신도!! 알 거 아니야, 우리의 억압받는 자유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여에게 예를 갖추라." 가란이 죄수의 머리를 거세게 짓밟았다. 쿵 소리와 함께 이마가 깨졌는지 피가 고였다. 그러자 용이 고개를 까딱였다. 머리채를 쥐어잡아 들어올리는 손길이 거칠었다. "다시 묻겠다. 억압받는 자유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당연하더냐? 무고한 사람이 죽는 건 괜찮고, 네가 죽는 건 괜찮지 않다 그것이더냐. 그렇게 피 묻혔으니 네 여기에 왔음에도 여전히 버릇 고치지 못하는 주제에 무얼 더 얘기하고자 하느냐." "……먼저 총, 총을 들어서.. 기절만 시키려 했는데……." "그럼 얌전히 문을 열어주리라 생각했더냐? 뻔뻔하기도 하지. 모두 들었느냐." "들었사옵니다." 가란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렇다면 좌중은 듣고 판단하라. 여가 명하기 전까지는 대답이 모두 예와 아니오로만 정해질 것이다." "예." 용이 몸을 일으킨다. 머리카락 스치는 소리를 뒤로 무언가를 걸치는 듯 그림자가 일렁였다. 가란은 베일을 걷어주며 고개를 숙였다. 고작 겉옷 하나를 걸치고, 긴 머리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내려오는 자태가 우아했다. "죄인은 답하라. 죄인이 속한 곳의 신조는 무엇인가." "……." "다른 사람이 피를 본 만큼 피를 묻히고, 무고한 자도 죽이라 하였더냐?" "그, 그게.." "자비를 베풀어주마. 마지막 기회다. 신조가 무엇이더냐." "가급적, 평화롭게…… 사상자 없이.. 우리는 자유를 위했지 자유를 뺏는 것이 아니라고." "본디 이곳의 관계자를 죽인 자는 곱게 죽지 않는다. 여의 백성을 건드린 죄 달게 받아야 하니, 죽기 직전까지 고신을 받다 솜씨 좋은 의사에게 멀쩡하게 돌아와 다시금 죽음을 기다려야 하지. 네 보니 손톱 죄 뽑혔던데, 고작 그게 고신이라 생각하진 않을 테고. "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를 뒤로 침묵이 이어졌다. 아마 지금쯤 머리를 바쁘게 굴리고 있을 것이다.
"다만.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 방법?" "접선 좌표를 이쪽으로 넘기는 일이지." "아, 안돼." 딱히 반항심을 품고 따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반사적인 행동이라 했지만, 공기가 싸늘해졌다. 저 죄인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다. "가란." "예." "저 자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호송 당시 15개월 된 딸이 있음을 전달받았사옵니다. 세븐스이며 소재 추적이 가능합니다." "아내는?" "며칠 전 이곳에서 죽었습니다." 죄수가 용을 올려다보았다. 꿇어앉은 그의 무릎 주위로 절박감이 넘실거리는 것 같았다. 용은 무기질적인 눈으로 죄수를 내려다보더니 시선을 돌렸다. 저 무기질적인 눈! 몸을 덜덜 떨면서도 간청하는 눈으로 쳐다봤지만 막이라도 덧씌운 듯 꿈쩍도 하지 않는 저 눈이 두려웠다. 죄수가 입술을 벌렸다. "어린 딸만은 안 됩니다, 어린 딸만큼은, 제발……." 누구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죄수는 이를 딱딱대며 부딪쳤다. 벌벌 떨리는 턱 사이로 목소리를 끄집어 냈다. "LO-37294.27.." "믿을만한 정보겠지?" "다, 당연하지.." "자네 하나 살겠다고 거짓을 고했다 치자고. 그렇게 거짓말로 인해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몰살됐어. 하면 어떨 것 같나?" "……." "어차피 자네도 죽겠지만, 내 특별히 유예를 줘서 그 모습을 보여줘도?" "LB-45215.31.." "착하기도 하여라. 조금만 더 말을 잘 들었으면 내 거두어 키웠을 텐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죄수가 황망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엇이?" "당신도 세븐스잖아……. 당신도.." "감히 황제에게 무엄하구나!!" "되었다, 무지몽매한 자가 무엇을 알겠더냐. 그러니 응당 상하관계를 알려주어야겠지." 가란은 머리채를 쥐었던 손을 놓았다. 인간의 것이 아닌 날카로운 손의 중지와 검지를 맞붙인 용은, 이내 죄수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었다. "영광으로 알거라, 한낱 짐승이 여의 손길 닿는다는 것에, 그리고 한 번에 죽을 수 있다는 것에 경배함이 마땅하지 않더냐." "잠깐, 잠깐, 내 딸은.. 제발 딸만큼은.." 그렇게 단순하게 어린아이 딱밤을 놓듯 손가락을 튕겼을 뿐이다. 다만 그 파동으로 머리는 터져나갔고, 목만 남은 몸뚱이는 뒤로 넘어가 쓰러졌다. 풍선 터지듯 쉬운 일이었다. 용은 피가 튀자 역겹다는 듯 손을 두어 번 털더니 아예 어깨에 걸쳤던 겉옷을 벗어버렸다. "모두 돌아가라." 용이 다시금 베일 너머로 들어가려는 듯 뒤로 돌았다. 가란은 튄 살점을 닦지도 않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천자시여, 영원한 밤의 권세를 누리소서." 끝나지 않던 기이한 선율 속, 안드로이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음~ 가진게 없는데? 는 농담~ 가진게 옷 뿐이지만 전체적인 옷차림 중에서도 장갑이지~ 이거를 슬슬 풀어보자면.. (설정집 뒤적) 레시가 늘 끼고 있는 장갑은 흔한 기성품 면장갑으로 검은색이라는거 말고 특징은 없어. 개인실에 가면 박스로 사다놨고 평소에도 예비로 한벌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일상이나 이벤트에서 특별히 벗었다는 묘사가 없으면 항시 착용 중인 거고. 이 단순한 장갑이 레시를 잘 보여준다고 하는 이유는~ 남들과 접촉을 피하고 싶으면서도 차마 아주 포기할 수는 없어서 제일 흔하고 얇은 장갑을 택했다는 점? 대충 정리하면 이 정도네~
자캐의_기분전환_방식은
기분전환이 될 만한 걸 하는 편이지~ 좀 평범해~ 맛있는 걸 먹는다거나 산책으로 바람을 쐰다던가~ 기분을 망친 무언가를 조진다거나..?
자캐가_자고_있는_모습을_서술해본다
늦은 밤. 새로 깐 시트가 바스락거려 쉬이 잠들지 못 하던 그녀가 겨우 잠들었다. 낮고 고른 숨결 들려와 슬그머니 들여다보면, 약간 두께가 있는 이불이 둥그렇게 모여 침대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모로 누워 살짝 웅크린 몸을 꼼꼼히도 감싼 탓이다. 양갈래로 나누어 땋은 머리가 어수선하게 이불 밖으로 나와있어 큼지막한 복주머니 같기도 하다. 갓 잠든지라 아직은 이불 안쪽에 파묻은 얼굴이 세상 무방비하다. 얄팍한 눈커풀이 금방이라도 뜨일 듯 하지만 건드리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다. 어째 베개가 보이지 않아 어찌했는가 싶어 들여다보니, 제법 큰 베개를 품에 넣고 귀퉁이에 걸치듯 베고 있음이 빼꼼히 보인다.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필시 큰 베개를 팔 안 가득 안고 있음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불을 붙잡고 있을지도 모르나, 이 또한 들춰보지 않으면 모르겠지. 잘 때에도 장갑을 끼는지 아닌지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