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우당탕 핫 이해도가 높다는 말을 듣다니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아무렇게나 지른 게 맞았다!(?) 음음 역시 보이는 것만큼 더 복잡한 관계였어요! 뭔가 이제는 슬슬 서로에게서 벗어나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이제 레시와 라라가 아니라 레레시아 그리고 라라시아가 되는 걸까요!
보통 위키나 시트 스레 설정을 자주 참고하고 정독하는 데 솔직히 직관적으로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은 적당히 제가 이해한대로 생각하는 데 그러지 않은 부분이 많네요. ㅎㅎ 특히 세븐스 대우나 마을 규모 등이요. 다른 건 다 이해가 가는 데 이 두부분은 어렵네요 ㅎㅎ
아 맞다 질문이요! 가디언즈에 대해서 민간인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단순히 영웅이라는 것 정도만? 아니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간부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얼마나 알려져있는지도 궁금해요! 일단 지금까지 봤을 땐 적어도 레지스탕스 입장에선 거의 알려진 듯한 느낌이 아니어서...
>>22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고 있고 어쨌건 자신들을 지켜주고 있으니까 지지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간부에 대해서는 아주 살짝 설정을 푼 적이 있는데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어요. 물론 알려진 이들도 있지만 일단 대부분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요. 공개적으로 잘 나오지도 않는 편이고요.
>>31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마을에 있는 것들은 자율에 맡긴다고 했고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전 자율로 생각하라고 한 적은 없어요. (시선회피) 그냥 마을 안의 시설들을 자율로 하라고 했었지요. 세븐스의 차별은 정말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민족말살정치를 당한 민족들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네요. 그 어떤 자유도 없고, 모든 것을 빼앗기고, 그러고도 탄압당하고, 저항하거나 도우면 바로 죽을 수도 있고..
그냥 말 그대로 세븐스에게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아요. 그 어떤 것도. 그렇기에 레지스탕스가 생긴거고요.
따뜻하다. 손길은 장갑 너머로도 부드럽다. 이스마엘은 이런 사람에게도 어떠한 과거가 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섣불리 묻거나 추측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도달한 세븐스가 가진 과거가 어떤 부류인지 이스마엘은 잘 알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니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혹여 그렇지 않다고 한들 여전히 조심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예상치 모를 역린을 건드릴 수도 있으니.
아, 언니가 나빴다는 건 아닌데! 이스마엘은 잠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가벼이 받아주는 것임을 깨닫곤 입술을 꾹 다문다. 입술의 속살을 자근자근 짓씹는 모습을 보니 멋쩍은 것 같다. 초콜릿의 단 향내가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놀라고, 많이 안심하고, 많이 풀어지던 탓에 이젠 한 감정에 오래 머물기 위해 무진 노력하기로 했다.
"네, 좋아합니다."
이스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쇼카콜라는 어릴 적 카페인 때문에 먹지 못했지만, 가끔 맛보는 허쉬의 맛은 끝내줬다. 마시멜로 시리얼을 사주기도 했지만 허쉬의 묵직한 단내만큼 깊진 못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초콜릿은 먹고 싶었지만 이가 썩는단 이유로 성인이 되어서도 잘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초콜릿 상자는 매력적이다 못해 사랑스럽게 보인다. 매력적인 초콜릿의 윤기, 좋은 냄새, 거기다 하루에 하나씩 먹는다 해도 나누어 먹으면 열흘, 혼자 먹으면 스무 일은 족히 먹을 수 있는 양. 카카오는 신의 열매라고 하더니, 그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 것만 같다.
검은 장갑 대신 하얀 손이 보인다. 머뭇거리는 모습에 이스마엘은 당신의 능력을 떠올렸으나, 모른 척하듯 초콜릿에 집중했다. 알고 있어도 가끔 유하게 넘어가 주는 것이 좋으니까. 유산지 포장 그대로 들어 올린 초콜릿이 입술 위에 톡 닿는다. 거부감 없이 입을 벌려 입술 사이로 초콜릿을 물었다. 기실 독이 있든 없든 당신이라면 먹었을 테다. 이스마엘은 동료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면 칼이라도 기꺼이 찔려주었을 테니. 입술로 문 초콜릿을 천천히 입속으로 굴려 넣자 볼 한구석이 빵빵하게 차오른다. 손등으로 뺨을 스쳤을 적 초콜릿의 윤곽이 느껴질 정도로.
"응……?"
초콜릿이 혀 위에서 눅진하게 녹아간다 쌉싸름하고 적당히 단맛이 혀 위를 오래 맴돌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진다. 입안에 음식이 있는데 얘기하긴 좀 그랬는지 다물린 입을 우물거리며 대답을 고민한다. 언니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냐는 말엔 작은 고민을 가졌다. 누나라 부르는 게 나았을까, 아닌가. 일단 이 상황은 제하고. 동생을 하지 않겠느냐니. 초콜릿이 잇새에서도 부드럽게 씹혀 녹더니 이내 목구멍에 흐르듯 넘어갔다.
"지금은…… 조금."
아직 고민하고 싶었던 것 같다. 화이트 초콜릿과 붉은 시럽이 장식된 초콜릿. 이스마엘은 머뭇거리다 수줍게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 사이로 눈이 또 구석을 향해 도르르 굴러간다. "말씀은 정말 고맙지만, 아직 많이 부끄럽습니다." 누군가의 가족이 되는 행위 같기도 했다. 두 사람의 사이에 낀다면 행복하겠지만, 그건 목표를 이루고 난 뒤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스마엘은 목표를 향해 올곧은 눈을 가지고 있었기에.
세븐스와 비능력자를 떠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은 대로 행하는 법이다. 지극히 일부의 타고난 성질과 성향을 제외하고- 사람이란 여백이 많은 캔버스와 같아서, 세상을 인지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든 감각이 정지할 때까지 주변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것으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누군가에게 희노애락과 가치관과 생각하는 법을 배우며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그것을 가르쳐준다. 가르치는, 표현하는 방법에 차이와 옳고 그름은 있지만. 무릇 사람이라면 그렇게 스스로가 받은 것을 여러 이름의 타자에게 행한다. 자신이 그렇게 대해졌기에.
농의 어조로 그녀가 나빴다 하니 고운 녹색 눈동자가 동그래진다. 하지만 금방 가라앉는다. 입술을 꼭 깨물고 잘근대는 것이 무안하기라도 하나 싶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레시아의 숨에 웃음기가 섞인다. 무안하다면 더 말을 얹지 않아야겠지. 가만히 바라보다가 초콜릿 좋아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져오길 잘 했네. 어쩐지 네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나더라니. 그래서 그랬나보다."
네가 좋아할 것 같았으니까. 역시나 지나가듯 중얼거리는 말이지만 거짓이나 농담 같지는 않다. 일단 사실이긴 하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냥 저번처럼 시시콜콜한 대화나 좀 하다가 그녀의 개인실로 돌아갈 줄 알았다. 어떤 의미로는 좋은 선택이었던 걸까.
이스마엘은 그녀가 맨손으로 초콜릿을 집어주었음에도 거부나 다른 행동 없이 받아먹었다. 주저함이 없는 그 모습은 그녀로서는 생소하며 기분이 묘해지게 만든다. 그녀의 세븐스를 모르지 않을 텐데. 순한 눈빛이 잠결에 경계하며 칼을 세우던 아까의 것과 오버랩된다. 천장과 바닥만큼이나 차이 나는 두 눈빛이 어째서인가 하나로 보인다. 그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뺨을 쓸어주자 초콜릿의 볼록한 굴곡이 콕 하고 지나간다.
내 동생 할래. 툭 하니 내놓은 제안에 답이 늦길래 영 내키지 않나 했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래서 레레시아도 초콜릿을 물고서 기다리자, 수줍게 미소를 짓는 입술에 그새를 못 참고 굴러가는 눈동자가 새삼 귀엽다. 잠시 고민을 한 듯한 이스마엘은 지금은- 이라며, 완만한 거절 혹은 사양의 뜻을 말해온다. 뭐, 한 번 해 본 말이니까. 그녀는 고개 한 번 끄덕이며 말했다.
"네 대답이 그렇다면야.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얘기해. 아니면 그냥 적당히 기댈 곳으로 여겨도 되니까."
거창하게 동생이니 뭐니 할 거 없이 그저 동료라는 이름의 의조처로, 의지하는 상대로 써먹어도 된다고. 선뜻 그렇게 얘기해주고 씨익 웃는다. 하얀 손이 또다시 이스마엘의 얼굴을 간질이고 얄미운 목소리가 말한다.
"그럼 지금은 귀-여운 마엘이의 약점 찾기라도 해볼까나. 어디, 간지럼은 잘 참는 편일까?"
저번에 보니까 살짝 약해보이던데- 라며 지난 번 입김이 닿았던 목덜미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거나 도망치지 못 하게 꾹 붙들고 조금 더 장난질을 치며 얼마간의 시간을 더 보냈겠지. 무게 없는 시시콜콜한 대화에 맛있는 초콜릿도 있으니 분명 나쁘지 않은- 좋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이케이케 막레 할게~ 와 진짜 오래 돌렸다 ㅋㅋㅋㅋ... 이셔주 바쁜 현생 와중에 답레 다느라 고생했구~~ 후후후 우리 초카와이이한 온나노코 이셔 설정 두둑하게 챙겨갑니다~~
이미 지옥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거라는 당신의 가벼운 말이 재밌었는지, 공기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너나, 나나. 이름값 하려는건 비슷하네.” 마찬가지로 흘리듯 하는 말이다. 속삭이듯 무언가 흥얼거리다가도, 그 다음 마디로 넘어가지 않고 끊어버린다.
“감당할 자신 없다니, 나 이외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걸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한테 죄책감을 느껴줄 정도로 정이 든 걸까.”
살살 웃다가도 들려올 말.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느껴 준다니, 비세븐스가 된것 같아서 기분은 좋네.” 이런 사회에 있어서 세븐스끼리 서로를 헐뜯어도 이상하지 않은 마당에, 동류애를 느끼는것 같은 당신. 소속감이 강한 편일까? 그래서 같은 가축을 죽이는 것에 머뭇거리는가? 의문은 딱히 숨기지 않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물론 전부 당신이 진실을 고한다는 전제 하 하는 생각이니, 이 주제를 깊이 파고 들려 하진 않는다.
“좋은 편으로만 생각하다보면 나보다 더 미치광이가 되버릴 거야.”
비아냥거리듯 하는 말은 가볍게도 들린다. “미치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일생에 한 번은 느껴 봐야지.” 키득이는 척 하다가도 깔끔히 정리된 무표정. 당신의 실 없는 농담에 눈길만 돌려 바라보더니, 다시 하던 일을 한다.
“파이가 맛있으면 차라리 걔가 방에서 키우는 바퀴벌레들에게 줘야지. 걔네들 빈 집 지키느라 고생 많이해.”
정작 폭발 아티스트 그 분 방엔 벌레 안 나오지만, 그는 그저 이름 모를 그분 평판 추락시키는게 재밌나 보다. 당신이 누구 말 하는지 모르는것 같아서 조금 허무해도 괜찮다.
“이기심도 이타심도 결국 비슷한거 아닌가. 같은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의 내부에서는 늘상 폭발이 일어날듯 한다면, 그의 내부는 이질적인 울림이 들려올 정도로 고요하다. 귀 기울이자면 찢어지게 시끄럽지만, 정신을 다른데 돌려버리면 적막하기 그지없다. 번뇌가 다가오면 그는 그저 그게 비켜가거나 잦아들 때까지 그걸 마주볼 뿐이다. 다 꾸민 파이 위에 시나몬 설탕을 듬뿍 뿌린다.
“...I love you like an alcoholic.” 처음에 허밍하던 가사를 이제야 끝마친다. 내색하는 것은 여전히 별로 없지만, 어째 향수가 어렴품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그런 특이한 사람이니 말이다.
“조심스럽네. 좀 재미없어.”
자신의 농담을 듣고 잘 모르겠다고 하는 당신의 말을 그저 종교싸움 하기 싫다는 뜻으로 들어버린다. 당신이 천주교 우월주의적 말을 하던 뭘 하던 사실 그는 재밌는 반응 없었을 테다. 무교니까. “왼뺨 맞으면 오른쪽 뺨도 내 준다는 반응들도 그렇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이상적인 크리스천이야.” 그런 서론을 하고선 뱉는 본론은, 호수 물이나 와인으로 바꿔오라는 종잡을수 없는 그 나름의 유머이다.
“이것도 지옥 가면 못 느낄 감각이네, 그치?”
그런 이상한 농담을 하더니, 예열된 오븐을 열면 후끈한 공기가 밀려나온다. 그는 이게 익숙한 양 소매 부분으로 손을 감싸고선 오븐 랙을 끄집어낸다 (*이러면 안됨, 화상 입는다*). 컵케이크 틀을 오븐에 집어넣고선 당신 몫도 이제 넣으라는 양, 밑 부분의 랙을 맨 손으로 끄집어 낸다. 조금 뜨거운지 (**많이!!!! 뜨겁습니다!!**) 손가락 하나로만 깔짝대듯 꺼내는게 참 미련해 보일지도 모른다. 오븐 장갑 찾는게 그렇게 귀찮았니..?
승우의 오늘 풀 해시는 아침에_일어나니_눈이_와있다면_자캐반응 크게 내색은 안 하지만 와 눈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좋아해. 내색 안 한다는 건 그냥 혼자서 와~한다는 의미로. 특히 눈 밟는 걸 좋아해서 눈 오는 날의 강와지처럼 빙글빙글 돌며 뛰어다니는 이 친구를 볼 수 있을지도~
자캐의_손_특징 음~ 그냥 보통 정도 크기. 살이 많지는 않아서 마른 손이지만 살가죽 앙상하게 보일 정도는 아님~ 핏줄이나 뼈가 울퉁불퉁하게 두드러지진 않아도 남자 손이다 싶을 정도는 되고. 피부 상태는 좋은 편...이긴 한데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보들보들 곱지는 않아. 자잘한 상처나 흉이 좀 있음. 간단하게 말하자면 얘는 생긴 것만은 예쁜 자식이라서 손도 예쁘다구...🤔
자캐는_울_때_소리를_참는가 👌🏻 호흡 안 흐트러지고 가만히 눈물만 흘리면서 울어... 뒤에서 보면 티 안 나지롱~
아마데우스는 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치솟는 그리운 목소리, 그러나 바라는 것을 이루기 전까진 만날 수 없는 그 사람의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니 한 여인의 흐릿한 실루엣이 보였다. 아마데우스는 입만 벙긋거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입 모양으로 봤을땐 아마 '언니' 라고 말하는 듯 했다.
"---, 넌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
"---! 도망쳐!"
"---, 사랑한다."
그 말을 끝으로 실루엣과 목소리가 일그러지더니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 순간 아마데우스는 눈을 떴다.
다른 사람들이 즐길 것이 있다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그냥 자신이 하고 싶으면 하면 될 일이었다. 그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고 자유가 있었다. 방금 전 살짝 보니 보는 사람이 적은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슬며시 갸웃했다. 허나 그가 그만둔다고 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그의 선택이었으니까.
"...너 같은 이가 뭘 의미하는건진 모르겠지만, 제 0 특수부대에 고작 금고를 털라는 임무가 주어지진 않을걸. 그런 일이 아니어도 자금책은 있어. ...자세한 것은 공표할 수 없지만."
일단 그 부분은 윗 고위 간부들이 공유하는 비밀 사항이었다. 물론 아스텔에게도 어느 정도 전해지는 것은 있었으나 그에 대해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는 듯,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그는 선우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임무에 대해서는 내가 배분하지 않아. 그 관련은 대장에게 알아봐줘. 내가 지시를 하거나 하진 않아."
자신에겐 그런 권한이 없다는 듯, 아스텔은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임무가 시행될 때 현장에 같이 있으면 지시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사적인 요소. 즉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굳이 부를 순 없지 않겠는가. 사실 부르지 않아도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하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이내 그는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해 그의 이마를 살며시 식혀주려고 했다.
"...굳이 내 쪽에서 부탁할 것이 있다면 체력을 길러라..정도야. ...제 0 특수부대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일을 하게 될테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야."
아마데가 가져야 하는 행복의 이유는 언니로 하여금 비롯된 걸까? 짧은 글인데도 그리움이 느껴지는 절절한 독백이네.. 언니와 이복자매라는 설정도, 세븐스가 아니더라도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도 어쩐지 알 듯하면서도 모를 듯 긴가민가하네...🤔 귀한 아마데 독백.. 맛있게 먹었다! >:3
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야 정말 수도 없이 봤기에 아스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애초에 레지스탕스인 이상 그런 이들이야 천지에 널려있었다. 자신들은 세계 그 자체와 싸우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가 말하는 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야 정말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였다. 물론 단순히 레지스탕스 내에서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의 옛 기억 속에서도 그런 이는 많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고야 말았지만.
"...나는 그런 임무를 하진 않아. ...그러니까 내가 데려갈 일은 없어."
그 부분에 대해서 그는 딱 잘라 이야기했다. 실제로 가지 않는 것을 자신이 데려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다른 부대에서는 갈지도 모르지만 그 부대에게 데려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따라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와중에 관전과 서포트. 여러모로 긴장감이 부족한 이가 아닐까 생각을 하나 그에 대해서 굳이 아스텔은 말하지 않았다. 개개인의 스타일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에.
"...아니. 그냥 그만큼 공연했으니까 덥지 않을까 해서 네 이마를 식혀주고 싶었던 것 뿐이다만. 문제가 있었어?"
있었다면 얘기해달라는 듯, 아스텔은 발걸음을 멈추고 선우를 가만히 바라봤다. 혹여나 바람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괜히 더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허나 자신을 향해 바람을 컨트롤 하는 것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산책을 하면서 바람을 쐬는 것. 그게 나름 산책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아무튼 임무가 없을 땐 굳이 관전이나 서포트를 하지 말고 쉬는 것이 좋을텐데. ...저번 임무에서 솔직히 이야기하면 위험했다고 들었다만. ...그럼 관전과 서포트보다는 자신을 단련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어. ...아니면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쉬던지."
좀이 쑤시는 성격이라고 한다면 어쩌겠는가.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냥 그것으로 납득을 하기로 하면서 아스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른 편이기도 하고, 자신도 가만히 앉아서 쉬는 것보다는 낚시를 즐기러 많이 가지 않던가. 그의 말에 납득하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산책에 집중했다.
한편, 슬슬 가봐야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아스텔은 그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공연을 하면서 지친 것이겠지. 그렇게 자의적으로 판단하면서 그는 오른손을 들어 그에게 가만히 흔들었다.
"...알겠어. 조심해서 들어가."
물론 이 마을 내에서 조심해서 들어갈 이유는 없겠지만 그런 것이 또 인사치례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아스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후, 그를 보낸 후, 다시 마을 안을 천천히 걸었다. 이대로 조금 더 걷다가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왕 나온 김에 식사 때까지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추가적으로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180 어...그 부분은 정확하게는 모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레이버에게 배신자, 라고 불린 게 전부니까요... 아직 가디언즈라는 걸 말한 건 아니니까 엄... 확실한 물증은 없다 정도? 상황은 딱히 상관없어요! 그냥 지나가다 마주쳐도 괜찮구, 아니면 마을에서 자원봉사 하듯이 돌아다녀도 괜찮고...
아마데우스는 현재 떠돌이개마냥 떠돌고 있었다. 이유는 단지 심심해서였다. 그녀는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지나가던 사람을 도와주기도 하고, 우울해보이는 사람에게 늘 갖고 다니는 단검으로 묘기를 부려(...) 달래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사람들을 도와주려 애쓰고 있었다. 다행히도 사람들이 착한 덕에 (귀찮을법 한데도)다들 호응을 해주었다.
그렇게 나름 보람찬 시간을 보내던 아마데우스는 잠깐 딴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부주의한 실수를 저질렀다. 간단히 말해 지나가던 사람과 어깨가 부딪힌 것이다. 그녀는 깜짝 놀라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그러던 그때, 아마데우스는 자신과 어깨를 부딪힌 인물이 초면이 아님을 알았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전투를 할때 마주친 적이 있었다.
"어! 당신..."
잠시 그를 뚫어져라, 마치 마약탐지견이 수화물을 탐색하듯 보던 아마데우스는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부터- 서서히, 이른 아침 혹은 늦은 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해 떠있는 시간마저 성큼 줄어드는 계절이 왔다. 사철 푸를 것 같던 나뭇잎의 끝에 조금씩 매마름이 보이기 시작하는 이 계절엔 더이상 긴 소매와 스타킹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그러니 자연스레 외출이 잦아지고, 특히 낮에는 볕 좋은 곳에 나가 한 잠 하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무런 방해 없이 잠깐이지만 걱정 없이 늘어질 수 있다는게 어떤 디저트보다도 달콤하고 달았지. 어디까지나 이 마을 안에서의 제한적인 자유이지만.
제한적, 이라. 마악 기지 입구에서 밖으로 발을 디디며 든 생각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날씨도 좋은데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꼭 지금이 아니어도 매일 하잖아. 완전 워커홀릭 수준이라니까. 지금은 그저 이 한정적인 낮 시간을 어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나 하자며, 얇지만 긴 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걸음을 내딛는다. 타닥. 닳고 닳은 캔버스화의 밑창이 경쾌하게 소리내었다.
골목을 지나쳐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니는 마을 중간을 가로질러간다. 한낮의 마을은 시끄럽지만 유쾌하다.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눈을 흘기거나 욕설을 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교류하며 물건을 사고 판다. 그야말로 작은 이상향이다. 얼굴이 익은 상인 몇과 눈인사, 손인사를 하며 지나가는데 뭔가 휙 날라온다. 둥그런 그림자의 그것을 한 손으로 받아채니 초콜릿 박힌 쿠키 한 봉이다. 좀 전에 구운 거란다- 아마 가장 많이 보았을 디저트가게 주인장의 인심에 윙크로 답을 한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돌아가는 길에 사가야지.
뜻밖의 선물을 하나 꺼내 입에 물고서, 붐비는 마을 한복판을 벗어나면 마을을 둘러싼 숲이 나오고, 그 숲 어딘가에는 길이 있었다. 처음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내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잇새로 씹히는 쿠키는 바삭달콤하고 포근한 낮 공기가 나무들 사이로 어우러져 시원하다. 덕분에 꽤 긴 길을 금방 지나갔다. 끝없을 것 같던 길의 끝으로 나가면 갑자기 화악 트이며 넓은 호수가 나온다.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는 오늘도 고요하고 인적 하나 없었다. 그래. 아무도 없네. 주변을 둘러보아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해본다. 괜히라고? 조용히 해. 그런 다음 천천히 호수의 가장자리를 돌며 옅게 흔들리는 수면을 바라보았다. 간간히 물고기의 비늘빛이 보석처럼 반짝 지나간다. 하지만 못 생겼겠지. 역시 물고기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야. 별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한 반 바퀴쯤 돌고, 걸음이 멈춘 곳에 주저앉았다. 그늘이 살짝 드리워서 햇살이 너무 따갑지도 않고 딱 좋은 자리다. 두 다리 쭉 뻗고 앉아서 빛나는 호수를 바라보다가 벌렁 드러누웠다. 그랬더니 왠 노오란 눈 한 쌍과 시선이 따악.
"우와악!"
깜짝 놀라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보자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르는 고양이가, 노란 줄무늬를 가진 하얀 고양이가 거기 있었다. 고양이는 비명도 놀라지 않고 다소곳이 앉아서 줄곧 쳐다봐왔다. 뭐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주 바라보다가 혹시.. 마리니...? 하고 물어본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는게 그냥 고양이...겠지...?
"와- 십년감수 했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분명히 없었는데."
혼자 놀라고 자시고 했던게 무안해져서 괜히 고양이에게 투덜대며 다시 드러누웠다. 뭐, 상대 안 하면 알아서 가겠지. 코트를 반쯤 깔개 삼아 눕고 팔로 머리를 받쳐 눈을 감으려는데. 바삭바삭. 가벼운 발소리가 멀어지기는 커녕 가까이 다가온다. 신경 끄자. 신경 꺼. 계속 무시하려는 생각을 알았는지 어쨌는지. 작은 발소리의 주인은 기어코 코트 자락까지 발을 디뎠다. 그 뿐일까.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고 드러누운 몸 위로 올라와 턱- 하니 자리를 잡아버리는게 아닌가. 더는 무시할 수가 없어 눈을 뜨자, 나름대로 말랑한 베개를 턱을 얹고서 둥글게 자세를 잡는 고양이와 눈이 또 마주쳤다. 너무나 당당하게 그리고 뻔뻔하게 누워서 쳐다보는 시선에 그만 어이가 없어졌다.
"야. 너 누가 올라오래. 어? 허. 참나."
허어! 혀를 찰 때마다 배가 들썩이며 자세가 흐트러지는 듯 하자 이 고양이님, 목을 울리며 불편함을 표현하신다. 그게 또 어이가 없어서 눈을 가늘게 떠 흘겨보다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있으면 배 안 시리고 좋겠네. 그래. 좋은게 좋은 거지. 휴식에 방해만 안 되면 된다. 고양이를 그대로 두고 다시 눈을 감- 으려다가 한 손으로 고양이를 받친 후에야 드디어 눈을 감았다. 자세가 고정되고 조금 지나자 작게 들려오는 그르릉거림에, 털 위를 살살 쓸어주며 서서히 짧은 낮잠에 들어갔다.
아. 이 얼마나 평화롭고 좋은 오후이던지.
여담이지만, 깰 무렵에는 고양이가 배 위에서 팔 안쪽으로 내려와 둘이 비슷하게 뻗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던가. 아니라던가.
"문제의 좌표로 가서 아이들을 구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버렸나."
자신의 사무실에 앉은 로벨리아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렸다. USB에 담겨있던 데이터의 내용에 따르면 정말로 끔찍한 일이 일어날 예정이었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 출동을 하려고 작전을 세워뒀으나 하필 오늘 들어온 또 하나의 보고가 보통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그녀의 부하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무전으로 이렇게 보고를 올렸다.
-푸른 날개가 최근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공격당해 사상자가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푸른 날개.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와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신들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비슷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 레지스탕스 부대였다. 지금 그곳이 공격당하고 있으며 사상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이것을 또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한쪽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인만큼 그녀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쪽에서도 조금 크게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
이를테면 자신이 나간다던가. 다른 부대를 조금 빌리고 아스텔과 에스티아. 둘 중 하나를 동행시킨다면 어쨌든 어느 한 쪽은 어떻게든 해결 할 수 있을테고 남은 제 0 특수부대원들의 멤버를 모두 다른 포인트로 이동시키면 둘 다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그녀의 계산이었다. 허나 어디로 제 0 특수부대원들을 보내야 할지는 조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일단 조만간에 소집을 해야겠어. 최대한 빠르게."
멤버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고,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바로 다른 포인트로 다른 부대를 이끌고 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눈을 감았다.
그가 한 말에 동의한다는 듯 덧붙이던 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그가 웃음소리를 내자 그를 쳐다보았다. 이름값이라... 지나가듯 흘린 말이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이어진 말에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뜬다.
"글쎄요, 누구든 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어버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지는 않은걸요."
물론 누구든, 이라는 게 이 세상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다만 그건 누구든이 문제라기보다는... 지금 그가 하는 말을 듣자면 떠오르는 세븐스의 처지.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그 위치를 생각해 보면 그럴만 했다.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으니까 자신 때문에, 혹은 자신이 직접 죽여버린다고 해도 인간에게 느끼는 불쾌감 따위는 없다.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을 지닌 존재라는 건 그렇게나 끔찍한 걸까.
"세븐스든, 세븐스가 아니든 에봇은 지금 여기 있고... 제가 세븐스가 아니었다면- 같은 소리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저는 에봇, 당신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가정 따위는 의미 없다. 그 때의 나를 상상해서 무엇하랴, 어차피 지금의 너는 그 때의 네가 될 수 없다. 지금 수십 번 수천 번 다짐하더라도 천지가 개벽해 모든 걸 잊고 네가 아무런 문제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지금 이런 생각은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차리 그 때의 너는 네가 아니니까. 네 죽음으로부터 태어난 존재를 너라고 부를 수는 없으리라.
"미치광이라, 미치지 않고는 제대로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광인 사이의 범인은 결국 광인이다. 그들에게는 세븐스가 광인과 같겠지만 세븐스들에겐 그들이 광인이겠지. 결국은 모두 광인이거나, 모두 범인일 텐데. 아마 둘 다 광인이 아닐까 한다.
"바퀴벌레가 엄청나게 불어날 텐데요... 그건 빈 집을 지킨다기보다는 집을 차지하는 게 아닐지..."
그러면 많이 소름끼치지 않을까, 아니 소름끼치는 걸로 끝날까 싶어 그렇게 말하던 너는 결국 이타심과 이기심이 비슷한 게 아니냐는 그의 말에 긍정하듯 고갤 천천히 끄덕였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들 하죠. 결국은 하나의 선 위에 놓여 끝끼리 맞닿는 띠 같은 거니까요."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 그게... 답이 궁금한데요."
진짜 몰라서 그랬을 뿐이라고 덧붙이며 혹시 재미있는 답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답을 영영 못 들을거라는 생각도. 좀 아쉬우려나.
"그럴지도요."
그러다가 그가 위험하게 자꾸 맨손이나 얇은 천만으로 손을 감싸 뜨거운 걸 만져대자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보더니 오븐용 장갑을 찾아내 그의 곁에 서서 실례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그의 앞으로 움직여 그와 오븐 사이에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 자꾸 맨손을 쓰면 안 되는걸.
"제가 할게요, 앗 뜨."
장갑 너머로도 느껴지는 열기에 이걸 손으로 그냥 꺼내려고 했다고? 라는 생각을 하며 랙을 꺼내본다. 충분히 꺼낸 뒤에는 네가 만들어 둔 컵케잌 틀을 집어넣었으리라.
situplay>1596630079>987 조건 없이 에델바이스를 가족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진실게임에서도 나왔듯이 이건 엔 혼자 일방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이죠 엔도 그것을 알고 있고 설령 그렇다해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그들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엔의 호감도를 올리고 싶다면 꾸밈없는 진솔한 태도로 대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기는 그 뒤에요!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걸 보게 된다. 풍선을 들고 돌아다니는 아이들, 간단한 식사를 준비해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냥 평소같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까지. 다만 적어도 그들은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들 나름의 시간을 보내며 적어도 현실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런 모습을 스쳐 지나가듯이 넘어가던 너는 멀리 있는 모습들을 보고 있던 탓에 정작 가까이에 다가오는 인영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 반응이 늦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예상했던 것보다 상대방의 덩치가 있어서였을까. 어깨를 부딪혀 너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주의를 못했네요."
누가 봐도 네 쪽이 좀 더 충격을 크게 받아서 휘청였건만 너는 상대방에게 묻다가 얼굴이 낯이 익은 듯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어디까지나 자세히 보려고.
"아, 네?"
비슷한 곳에 점, 그녀의 얼굴을 보니 입가에 점이 있었다. 너도 모르게 네 입가에 있는 점을 향해 손을 대다가 정신을 차리곤 그녀에게 살짝 고갤 숙였다.
"네? 아뇨! 이건 제 책임입니다. 길을 걷는데 딴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괜찮으신가요?"
다시 보니 눈앞의 소년... 소녀? 아무튼 그 인물은 아마데우스보다 머리 하나가 작았다. 아마데우스가 근육빵빵 보디빌더 타입 몸매는 아니었지만(근육이 있긴 해도 마른 체형이다) 그녀가 무게를 실어 들이받았다면 과장해서 저 멀리(...)까지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자랑인 입가의 점이 다른 사람에게도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사소한 것에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아마데우스였으니까.
"저... 그런데, 아가씨... 우리 지난 전투에서 마주친 적이 있지요?"
아가씨? 이런, 아마데우스는 눈앞의 인물을 여성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본인은 자주 남성으로 착각되는 인물이었으니 은근히 아이러니한 모양새였다.
"그때 전투에서 무사히 귀환하셨군요! 다행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동료들이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네, 괜찮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책임이라며 괜찮냐고 되묻는 그녀에게 너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일단은 다친 곳도 없고.
"...네? 네, 그렇죠. 같이 임무에 나섰으니까요."
너는 그녀가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지난 임무를 떠올린다. 날렵하고 아무튼... 대단했던 것 같다. 그보다 그녀가 너를 아가씨라고 부른 것 같은데, 잘못 들은 거 아니려나 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일단 넘겨버린다.
"그 쪽에서 무슨 변덕인지 내버려뒀으니까요. 아마 방해받았다면 멀쩡하게는 돌아오지 못했겠죠..."
여러 의미로 운이 따라줬다고 덧붙인 너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이 사람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하고 생각했다. 남자? 신장은 너보다 훨씬 컸으나 네 키가 빈말로라도 큰 편은 아니었기에 그것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었다. 머리카락이 길기는 했으나 지금 당장 네 머리카락도 길지 않은가. 목소리는? 낮은 목소리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 두껍고 진한... 남성성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는 또 아니었다. 어째 열에 아홉 정도는 너랑은 반대되는 것 같은데...
"그, 성함이... 아마데우스 씨, 맞나요?"
이름 정도는 외워두려고 했기 때문에, 너는 그녀의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키기 위해 일단 묻는다.
"으음... 그쪽 딴에는 자비였던 걸까요. 그런데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는 전혀 없을텐데..."
그 순간, 아마데우스의 머릿속에 배신자. 라는 말이 스쳐지나갔다. 배신자? 분명 어디서 들은 말인데? 정신 없을때 들은 말인가, 왜 명확한 기억이 나지 않지? 왜 지금 배신자라는 말이 떠올랐는지 의문이 드는 아마데우스였다. 그녀는 쥬데카의 물음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벨리아 - 굳이 말하자면 힘이 있다고 자부해서 무모하게 돌진했다가 목숨을 잃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피해를 대원이 입지 않을까라는 점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었죠. (시선회피)
에스티아 - 사실 지금 가장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드론을 달아서 하늘로 띄우는 그런 장치이고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이들에게 달아주고 싶어한다네요. 하지만 아직 여러모로 실용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옆눈)
아스텔 - 소거법은 아스텔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낸 답이었기에 자신 나름대로는 이 정도면 무난하게 넘겼지. 라는 마인드로 아직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애라서 죄송합니다. (옆눈) 아무튼 다른 것으로 바꾼다고 한다면 상대를 붙잡을 수 있는 크로 계열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아스텔은 역시 검이 제일 익숙하기 때문에 바꾸진 않을 것 같아요.
>>235 가장 정신나간 물건은 모르겠으나 가장 쓸모없는 물건으로 계란 껍질을 까주는 기계를 만든 적은 있는데 너무 복잡하게 작동하는 문제점이 있어서 그냥 폐기처분하고 직접 톡톡 쳐서 까서 먹고 있답니다.
"오. 도련님께선 한번에 제 정체를 알아맞추셨군요? 네. 저는 이름도 남자, 언뜻 보기엔 남자같지만 여자가 맞답니다."
아마데우스는 쥬데카에게 딩동댕 정답-! 이라는 듯 작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눈앞의 쥬데카의 연령을 가늠하는 중이었다. 으음... 소년인가? 아니면 많이 어려보이는 청년? 아마데우스는 그를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19살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그냥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 문제인데... 하여튼 아마데우스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저도 남자로 오해받는 일은 익숙하답니다. 왠지 공통점이 입가의 점 말고도 더 있는 것 같군요?"
어딘지 장난스러운 미소였다. 다만 장난을 치려는 의도는 없어보였다. 그저 보기에만 장난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이 개구져 보였던 거라고 설명해야할까... 아무튼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 넘어가자.
"참고로 저는 친구를 사귀는 걸 좋아합니다. 애정을 쏟을 사람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혹시 리오 씨가 좋아하는 것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천자天子에게 예를 갖추지 않고 무엇 하더냐?" "그래,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에서 갈 것인가 잘 생각은 했고? 조그마한 미물이 아둔한 머리로 얼만큼 생각하였는지 내 신경쓸 일은 아니지만 예의상으로 물어주지 않더니." "패배자, 승리자.. 죽으면 어차피 관에 묻히는 건 똑같은 존재끼리 급 나누어봤자 무얼 더 탓하는지.. 뭐.. 우리가 잘 교배된 개라도 되더냐? 세븐스로 태어났으니 망했노라 울부짖었을 건 같은 주제에." < 여기서 이셔주 이마 박박침
>>243 왜 전부 시선회피와 옆눈이 들어가있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 로벨리아... 앞으로 더 걱정하게 될 지도 모르겠는걸..? 에스티아는 대원들로 드론쇼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니야) ㅋㅋㅋㅋ 아스텔... 아직도 뿌듯하게 생각한다니 귀여워서 봐준다 하지만 레시도 그렇게 생각할까! ㅋㅋㅋㅋㅋ
>>251 글라키에스:하지만 그 중에서도 승리자로 분류되는 이는 있는 법이야. 글라키에스:똑같은 존재? 아하하하. 이 세상에 똑같은 존재가 어디에 있지? 글라키에스:실제로 너희와 우리의 대우는 완벽하게 다르잖아. 그 차이조차도 알지 못하니까 너희가 패배자라는 거야. 글라키에스:좀 더 노력하고 올라와보렴. 올라올 수 있다면 말이야. 아니면 입이라도 놀리면서 그렇게 계속 말해봐. 글라키에스:그렇게밖에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지 못하는 불쌍한 패배자 테러리스트 군.
음~ 그럼 이스마엘의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스아빠는 어떤 마음에서 이셔를 데려가 어떤 마음으로 지금의 가치관을 가르쳐가며 키우게 되었는지... 가디언즈였으면서 어쩌다 변절(일반적인 사회의 기준에서)했는지... 이스와 아버지의 평화롭던 생활이 어쩌다 깨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셔가 아버지에게 어째서 패륜을 저질렀다고 말하는지... 일단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이스마엘의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 일단.. 이셔 아빠, 헬무트는 세븐스 테러범에게 가족을 잃은 세븐스로, 가디언즈에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그 이후 충실하게 살아왔어.
이스아빠는 어떤 마음에서 이셔를 데려가 어떤 마음으로 지금의 가치관을 가르쳐가며 키우게 되었는지... 가디언즈였으면서 어쩌다 변절(일반적인 사회의 기준에서)했는지... > 수잔나가 이셔를 꿈 상자에 넣고 버렸을 때, 헬무트는 순찰을 돌고 있었고, 어린 핏덩이인 이셔를 발견했어. 메모에 써있는 세븐스라는 말에 총구를 겨눴는데, 갓난아기인 이셔가 총구를 조그마한 손으로 쥐었을 때 심경의 변화가 생겨 이셔를 데려왔고, 결국 같은 세븐스를 죽인다는 양심의 가책을 갓 태어난 생명으로 하여금 느꼈던 거야.
다만 이셔가 말을 떼며 능력과 태블릿을 미숙하게 조작할 수 있을 때부터, 의무감과 부성애 사이에서 고민해왔어.
가디언즈로 키우려 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이셔에게 매몰찼으며, 그럴 때마다 이셔가 눈치를 봤지. 아직 어리고 세상을 모르는 아이에게 이런다는 사실이 혐오스러워 대화가 단절되던 날도 있었고, 어느 날은 이셔를 상냥하게 대할 때도 있었다가 결심한 거야. 이셔에게 직접 선택하게.
그래서 이셔에게 나는 사실 너와 같은 능력자를 죽인다고 현실을 알려줬는데, 이셔는 말 없이 헬무트를 안아주고 아빠는 그 당시에 선택해야 하던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지.
그렇게 부성애가 이기고 오로지 이셔를 위해 변절했어.
세상은 이지경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아직 많은 차별이 있지만 너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겁이 많고 모순적인 나와 달리. 이스마엘은 그의 목소리 대로 꿈을 키워나갔다. 장황하고 통제된 네트워크를 뒤적이며 단편적인 세상을 보는 것보다 더 넓고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직접 본다면, 직접 겪는다면! 여러 장소가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낄 수만 있다면! 그리고 내가 겪을 차별을 이겨낼 수 있다면! 화면을 몇 번이고 두들겨야 제대로 글씨가 뜨는 태블릿과 함께 희망을 키워나갔다. 언젠가 같이, 누군가 죽어가고 공격받는 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도록. - 비설 中
이스와 아버지의 평화롭던 생활이 어쩌다 깨지게 되었는지 > 아버지가 남몰래 레지스탕스를 지원하기 시작해서. 결국 꼬리가 밟혔어. 가디언즈가 개발 중단 구역을 급습했고 아버지는 이스마엘을 도망치게 했지.
도망쳐라, 이스마엘.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차별 없는 낙원이다. 그 낙원은 아니지만 또 다른 낙원이 나의 눈 앞에 있다. 세상이 눈이 내린 듯 하얗구나. 아름답다. 너도 같이 온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네가 가기엔 너는 너무나도 어리지. 널 잠시나마 데려가고 싶다 생각했다니.. 나는 끔찍한 사람이다. 아니, 처음부터 난 끔찍한 놈이었어. 세븐스를 사냥하던 내가 죄책감에 세븐스를 키우다니.. 그러니.. 네 낙원을 찾아라, 이스마엘. 이 외곽과 나는 이제 너의 낙원이 아니다. 여기는 널 지키기 보단 사냥할 사람이 더 많을 거야. 그러니, 멀리, 저 멀리 가라. 떠나라.
그리고 그의 숨이 끊어졌다. 단 한 순간에, 이스마엘은 외곽에서 추방된 자가 되어버렸다. 이스마엘은 자신의 머리에 큰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느꼈다. 마치 두들겨도 이제 화면이 뜨지 않는 태블릿처럼. - 비설 中
이셔가 아버지에게 어째서 패륜을 저질렀다고 말하는지. > 이스마엘의 죄책감 때문이야. 혼자 살아서 도망쳤으니까 패륜이라 생각하고 있어.
웹박수 확인했어요. 이번 것은 이번 것대로 꽤 묵직하네요. 음. 결론은 이대로 하셔도 좋을 것 같지만 질문이 하나 있는데 그 주요인물 중에 에델바이스와 연관이 되어있는 캐릭터가 있는 건가요? 뭔가 그렇다는 직접적인 설명은 없긴 하지만 혹시나 해서. 물론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고 연관이 있다는 설정을 넣고 싶다면 넣어도 괜찮아요. 이건 제 개인적인 궁금증일 뿐이고 그 외에는 괜찮을 것 같네요.
>>299 (칼 들고 물어봤다가 설정이 너무 아름답고 슬프고 감동적이라 무력하게 엎어져서 울기.......)
굉장히 수고로운 질문폭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세세하게 답변해줘서 고마워 ᵒ̴̶̷̥́ ·̫ ᵒ̴̶̷̣̥̀ 그리고 어... 어떻게 이렇게 굉장한 서사가... 이스주는 천재에여... 게임이나 영화의 웅장한 프롤로그를 보는 느낌... 이셔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아부지의 딸이었어... ꃼ.̫ ꃼ
아무도 없는 훈련장에서 그녀는 보검의 장비를 재정비할겸 이것저것 시험해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든 생각은. 역시 엄청난 장비라는 평입니다. 이런게 오리지널의 30%짜리 출력이라니..
그녀는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글라뭐시기나 레뭐시기와의 전투때의 상황을. 모조보검이라도 없었다면 아마 상대도 안 됐겠죠. 하지만 그 마저도 1대1의 상황에서 단 한번에 제압당할 정도의 힘 차이입니다. 물 쓰는 녀석을 어느정도 몰아붙이는데 성공한것도 결국 모조보검을 들고 다대일을 해서이고. 그마저도 정말 끝까지 갔으면 무조건 이겼을거라고 보장된 상황조차 아니니까요.
"음~"
보검의 출력을 올리는건 지금으로서 무리기에 이 상태로 업그레이드가 없는거겠죠. 그녀는 보검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없는것을 탐내봐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럴 시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어떤것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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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아~~~~~!!! 머리 아파!!"
한차례 발동시킨 스페셜 스킬이 사라져가는것과 동시에 그녀는 보검을 해제하며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자신이 혼자일때가 아니면 발동할 수 없는 그녀의 비장의 수단. 그러나 이 기술로 그 얼음을 깰 수 있냐고 물으면 확신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연습할 수 밖에요. 그녀는 손쉽게 강해지는 방법같은건 몰랐으니까요.
".........."
그녀가 스페셜 스킬을 혼자일때만 사용할 수 있는건 대단한 이유가 있는게 아닙니다. 아군이 휘말린다거나 하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으면 가뜩이나 아군의 움직임까지 일일히 경계해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그녀이기에. 뇌의 용량을 한계까지 잡아먹는 '이것'을 사용하지 못할뿐이에요. 뒤를 경계하지 못해서 공격당하면 어쩌지- 하는 한심한 이유 때문에요.
"아-"
"집어쳐 집어쳐."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갑작스레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 그래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나보네요. 이유는.. 뭐 간단하네요.
386사이보그 전사 실버 봄버! 제 37화 - 악의 과학자 닥터 이브 나타나다
(1NZ8uD9urU)
2022-10-06 (거의 끝나감) 15:50:53
[...]
[...]
[...(폭발하는 효과음) 엄청난 폭발이 땅을 휩쓸었다! "크아아악!" 폭발에 휩쓸려 날아가고 마는 실버 봄버! (충돌하는 효과음) 콰앙! 엄청난 소리를 내며 실버 봄버는 차에 처박혔다. "끝이다. 실버 봄버." 그의 눈 앞에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하늘에서 내려앉는다.]
[여성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전설의 사이보그 전사도 여기서 죽는구나!" 그 한쪽 눈은 푸르게, 한쪽 눈은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바위가 떨어지는 효과음) 실버 봄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닥터 이브... 나를 개조한 것도 네놈이지! 그리고 그 수많은 괴인을 만든 것도... 절대로 용서 못해!" 실버 봄버의 격렬한 분노가 담긴 통언! 그러나 닥터 이브는 훗, 하고 비웃는다.]
["물론 내가 널 만들었어. 그 밖의 다른 괴인들도 만들어냈지." 닥터 이브는 주먹을 꽉 쥔다... "하지만 내가 널 만든 이유는..."]
[...]
[...] 쾅! 라디오를 내리친다.
[...실버 봄버는 천천히 생기를 잃어가는 그녀의 몸을 안고 있었다. "이런 팔로는 당신을 지켜줄 수 없어...! 이런 몸으론 당신을 안아줄 수 없어...!" (비 내리는 소리) 차갑게 흘러내리는 빗소리가 세상을 적시자, 닥터 이브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괜찮아.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마음이 있으니까... 용기있는 영혼이 있으니까..." 그리고, 천천히 손이 떨어졌다.]
[더이상 심장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차가운 비가 몸을 적시고, 실버 봄버의 얼굴을 타고 물방울 흐른다. 그 차가운 몸 안에, 뜨거운 뭔가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
[...]
"에에이, 고물딱지 같으니." 쾅! 라디오를 내려쳐도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새 걸로 바꾸시는게 좋은거 아니에요?" 옆의 연구원이 말했다. "뭐래." 난 그 놈의 엉덩이를 걷어차주며 라디오를 가지고 밖으로 나섰다.
개조받는 인간들로 가득 찬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선다. "으으, 추워라." 하늘에 해는 보이지 않고, 차디찬 바람만 살을 에듯 불어온다. 품의 라디오는 지직거리는 소리만 내고 있다. 이 고물딱지, 이제 맞는 부품도 없어서 고물상을 다 뒤져야 한다고... 문득, 골목길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광고가 나온다. [싸워라! 가디언즈 V! 최신발매! 악의 에일리언, 에델바이스 군단과 싸워라! 영원한 영웅 가디언즈 V!]
"..." 멍하니 모니터를 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비가 몸을 적시고, 얼굴을 타고 물방울이 흐른다. 그 차가운 몸 안에, 뜨거운 뭔가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소용돌이 치고 있을까? 길거리에 나앉아 돈을 구걸하는 세븐스 노인의 깡통을 걷어차버리고, 난 골목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지루하다. 등짝에 구멍이 뻥 뚫린 거 같은 기분이다. 빈둥거리면서도 이렇게 허전한 적은 처음... 은 아닌가. 한동안 얌전하게 좀 살았더니 좀이 쑤신다. 그저 좀이 쑤시는 정도라면 다행인가?
최근엔 점점 자극에 둔감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쉬어주지만, 신체는 가면 갈수록 아드레날린을 갈구한다. 어쩌면 이게 스스로를 내던진 자의 죗값일수도 있겠다. 자기 목숨 소중한 지 모르는 죄인.
나 같은 놈이 술이나 담배, 약물, 혹은 향정신성 영상매체를 접하지 않은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것들로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유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 따분하다 이 말이다. 그렇다고 더 위험한 짓을 했다간 뭔가...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고, 남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 뭔가 적당한 게 없을까 하며 그저 마을 안을 떠돌아다니던 그 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젠 이 마을 대부분이 익숙하지만.
"그렇죠...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에델바이스의 목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크든 작든 세븐스와 비세븐스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존재한다는 건 큰 힘이 된다. 눈에 보이는 증거란 심지가 되고, 심지는 몸과 정신을 지탱한다.
"않은 걸 좋아하시는군요, 나중에 한 번 면 요리라도 먹을까요."
록 음악은 즐겨 듣는 편은 아니었지만 싫은 건 아니었고... 제대로 알지는 못했을 뿐이니 뭔가 추천하는 곡을 받아서 듣다보면 괜찮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 말고는 확실히 그녀의 성격이 밝은 편이라는 거 정도. 또 의외로 쓴걸 잘 못 먹는다...고 해야 하나? 쓴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
"저도 쓴 건 별로라서요, 약이 달콤하다면 참 좋을텐데요."
약을 먹을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는 발상도 있지만 그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루 양, 어디 가는 중이셨나요?"
그러고 보면 서로를 못 보고 걷다가 부딪혔었지, 어딘가 목적지가 있었는지 궁금해 물어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낮이 아니라 저녁 다 돼서 답레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ㅐㄹㄴ절 박겠습니다ㅠㅠㅠㅠ
>>414 앗... 쫌 설렌다 나도 찢어줘(?) ㅋㅋㅋㅋㅋㅋㅋ근데 제주 이모지 표정 왜 으;;하고 있어ㅋㅈㅋㅋㅋㅈㅋㅋㅋㅋㅋ 경고는 안 때리고 속으로 옐로카드 버리다가 조져버리는 유형이구나... 오잉 그리고 발???등은 익숙??? 제쟝도 뭔가 심상치 않은 과거사라는 게 보이는데요.??? (・Д・)
여승우 의 오늘 풀 해시는 싫어하는_무언가를_자캐의_입에_억지로_집어넣어보았다 오... 바로 죽빵 갈긴 다음 뱉고 다시 갈겨. 그리고 욕한 다음 다시 주먹 갈기고 또 갈겨(?) 갑자기 그런 불쾌한 짓을 하다니 이건 친해도 가차 없다...
물론 여친은 제외지만 만약 그런다면 진심으로 삐질걸?🤔
자캐의_도덕성은 음... 제대로 못 배운 것치고는 모난 데 없는 편이지만 깊이 따지면 문제 있는 부분도 꽤 있어. 대표적으로 자신의 집단에 속하지 않는 외부인에게는 쉽게 공격성을 표출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 평소에 좀 어리숙하고 맹한 것도 사실 마을 한정이라서... 적대하는 상대라거나 자기랑 전혀 관계 없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말랑하지도 않고 그 인간들이 죽든 말든 별 관심도 없고, 누굴 해치는 데도 거리낌이 없음... 물론 에델바이스의 규칙을 준수해야 하기도 하고, 인성 자체에 문제 있는 게 아니라 나서서 해치고 다니는 것까진 아니지만. 암튼 우리 편 아닌 새*들 한정으로는 심각하게 양심이 사라짐...
자캐의_탄생화 모른다!!!! 설정상 생일을 모르기 때문에 나도 그냥 안 정했다! 그래도 대충 여름에 태어났다는 설정은 있어~
>>417 용은 여러 동물의 짬뽕형이니까 사실 고양이일수도 있음(?) 찢어달라니 즈기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옐로카드 버리다가 갑자기 조져버려서 인성이 이따구인 거야..😒 엥? 나는 몰?루~~~~~ (도망)
>>418 선우 유죄다... 그 얘기 때문에 웃고 다니냐고 아이고 선우야...ㅠㅠ 그런데 중2병 좀 짜릿한걸 여기 전부 암울한 사람 뿐이니까 중2병이어도 괜찮지 않아????(대체) 세상 낙천적인 선우도 천사다.. 선우야 꽃길만 걷자....
>>419 싫어하는 건 죽빵..(메모)(밑줄쫙) 멜피가 넣어도.. 삐진다..(흐뭇한 표정) 그런데 조금 놀랍다.. 도덕성 부분에선 우리 귀여운 말랑 욕쟁이는 적에게 인성 없겠지? 싶었는데 적이 아니라 관계 없는 바깥 사람에게도 정이 없구나... 여름에 태어난 여승우.. 어 라임 좋은데(?)
>>424 그래 사실 호랑이도 고양이니까 용도 고양이일 수 있는 거지!!! 아이고 제야 나는 네 성격도 너무 깜찍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표현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아님 사실 표현 제대로 안 해주는 인성캐 짜릿함◠‿◠)
그동안 사람을 많이 못 만났었기 때문에 관계 맺지 않은 타인은 자신에게 있어 중요하지 않음→동질감을 느끼지 않으니 관심과 공감의 대상도 아님 대강 이렇대...🤔 관계와 소속으로 묶인다면 생긴다면 그게 예외적인 경우가 되는 거고. 암튼 시트캐들한테는 항상 말랑욕데레바보니까 문제 없다~!!! ◠ ̫◠
제주도 맛저~ 나도 슬슬 저녁 먹고... 빡빡 씻고 와야겠다....다들 좋은 저녁 보내라구~!!!!
할 일을 찾아보자는 말에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다정하신 분이군요! 오늘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굳이 쥬데카한테 귀찮은 일을 떠맡기고 싶지 않아 천천히 고개를 젓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오늘의 좋은 일은 충분히 많이 했으니까요. 괜찮으시다면 카페에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 대접해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마시멜로 핫 코코아 하나, 기본 크로플 하나, 초코바나나 쉐이크와 캐러멜 크로플 주문하겠습니다."
주문이 끝나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아마데우스는 그쪽으로 쥬데카를 불렀다.(당연히 계산은 했다) 의자에 앉은 아마데우스는 쥬데카에게 말했다.
"휴일에 동료들과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네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아마데우스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녀는 쥬데카와 여럿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취미는 무엇이며, 고양이와 개 중엔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 나이는 몇살이며 찐빵 중엔 무슨 맛이 가장 좋냐는 등등. 물론 아마데우스가 먼저 자신은 사람 만나기와 음악 감상이 취미이고, 개를 더 좋아하며, 올해로 29살, 찐빵 중엔 단팥맛이 가장 좋다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낙일. 태양이 떨어진 자리를 달이 꿰찼을 적 제는 승천했다. 고성이 들렸으나 무시했다. 어차피 들어봤자 영양가도 없을 뿐더러 이미 승천한지 오래기 때문이다. 지금 고성을 지른다 해서 돌아갔으면 이렇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총성이 울렸으나 총탄은 닿지 않는다. 이쪽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쏜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지만 왜 쐈을까? 화가 난 건가? 저렇게 어리석을 수 있나. 그렇게 혀를 굴려대더니 막상 쫓아갈 단서를 쥘 머리는 없는 것 같다. 비웃음이 목을 쿡 치고 혀를 타 밖으로 나올뻔했으나 웃을 수도, 멈춰 지켜볼 수도 없었다. 바람은 제의 편이었고,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는 없을 것임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날았을까, 제는 도심을 스쳤다. 거대한 몸신이 꿈틀거리며 무기질적인 건물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빠른 속도로 스치고 아찔한 색을 자아낸다. 뺨에 와닿는 바람은 차갑지만 아직까지는 역풍이 아니라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좋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민담과 설화에서만 입방아를 찧던 무언가가 허공과 건물 사이를 활보했기 때문인지 경악의 손가락질과 시끄러운 소리, 그리고 뒤에서 추격하는 가디언즈가 당장 멈추라 외치는 요란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저 멍청이들은 멈추라고 외치면 멈춘다 생각하는 건가? 저들의 군주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참 안타깝다. 누군가 추격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을 적, 제는 몸을 크게 뒤틀더니 위로 더 거세게 꼬리를 박차더니 하늘 위로 사라져버렸다. 바람을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제는 그렇게 온전히 도심을 빠져나가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게 계속 날았던 것 같다. 날밤을 새웠는지 해가 따스하게 내리쬘 적 제는 기감을 세웠다. 고개를 흘끔 뒤로 돌리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디언즈의 추격을 따돌린 것이 확실했다. 한결 편안한 공기가 뺨을 스친다. 분명 그렇게 말했지, 약속된 장소에 가서 붉은 머리의 여성에게 증표를 보여주면 될 것이라고. 제의 한쪽 눈이 데룩 구른다. 저기인가. 제는 몸을 한 번 크게 뒤틀듯 꼬며 하강했다.
"……."
한적한 숲에 발을 내딛는다. 제는 호수를 뒤로하고 희게 빛나는 몸신을 가볍게 꿈틀거렸다. 이 여성인가? 용의 몸으로 지켜보던 제가 목 너머로 소리를 냈다. 아직 입은 벌리지 못했으나 잇새로 다행스럽게 소리가 흐른다.
주문을 마치고 너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 자리에 앉으니, 그녀는 너를 보면서 지금 상황이 굉장히 좋다는 말을 했다. 확실히 좋은 건 맞다.
"네, 이런 사소한 것 같은 일들에서 느끼는 좋은 감정이 쌓여서 더 큰 감정이 되는 거겠죠,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통해 많은 걸 알아가기도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혼자 자문자답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던 일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붙잡기도 하고... 그동안 네게 전해지는 질문들을 하나하나 경청하고 정성을 들여 하나씩 대답하기 시작했다. 취미는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고 책을 읽는 것과 조용한 곳을 찾아 거니는 것, 좀 더 좋아하는 쪽은 고양이, 나이는 스물 넷, 찐빵은 다 좋지만 굳이 따지자면 야채 찐빵이 좋다고 대답한다.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 일단 부탁은 있긴 했으나 상대를 그렇게 호락호락 마을로 들여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직접 만나보겠다고 판단한 로벨리아는 아스텔을 대동한 후, 아스텔을 근처에서 대기시키고 약속장소에 발을 딛었다. 참으로 조용하기 그지 없는 한적한 숲속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용의 몸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아니면 세븐스인지, 어디서 탈출한 실험동물인지. 아무튼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이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물음에 로벨리아는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자네인가? 라. 어떤 의미로 하는 말인지 물음을 먼저 던져보도록 하지. 우린 초면이지 않나?"
상당히 여유로운 목소리톤이었으나 그렇다고 방심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일단 의사소통은 가능한 이라고 판단하며 로벨리아는 오른쪽 손을 자신의 허리춤에 올리고 제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우선 자신의 소개를 해줬으면 하는데. 그래야 우리가 서로 만나기로 한 이인지, 아니면 우연히 여기서 마주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첫마디가 자네인가. 라는 말로 보아 꽤 거만한 성격이 아닐까. 라고 로벨리아는 판단했다.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었다. 거만하면 자신도 지지 않을 정도로 떨 수 있었으니까.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은채 로벨리아는 상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말해주니 부끄럽다. 너는 부끄러운 듯 입가를 가리다가 네 답변과 그녀의 말을 통해 알아본 취향이 거의 정 반대라는 걸 알 수 있게 되자 조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 역시도 마찬가지인 모양.
"그러게요, 많은 부분이 다르네요. 우리 둘은."
이렇게까지 많은 부분이 다르기도 쉽지 않은...가? 어쨌건 이건 이거 나름대로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호칭은 그대로가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그럼 다행입니다. 라면서 웃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문했던 음료와 크로플이 테이블에 올려진다. 앞에 놓인 코코아를 보며 흐뭇한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에 달콤한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어 살짝 미소를 짓곤 네 앞에 놓인 쉐이크와 크로플로 시선을 돌렸다. 금방 들려온 목소리에 다시 시선을 옮기기는 했지만.
"하하... 저도 마찬가지에요, 타루 양."
외롭지 않다...라, 평소에는 외로움이라도 느꼈다는 이야기일까? 하긴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하고 취미라고까지 했으니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잘 주고받지 못하는 날이라던가 하면 외로울 수도. 그게 아니라면... 이 부분은 일단 넘기자.
외로울때가 있냐는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낮은 목소리로 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한때 외롭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외로워지게 되었다. 무슨 말이냐고? 그녀를 사랑해주는 아군이 있었으나 아마데우스가 그 사람 곁을 떠났거나 그 사람을 잃었다는 뜻이다.
지금은 뜻이 맞는 동료들이 있어 외로운 나날은 적어졌지만 집에 혼자 있을땐 가끔 죽도록 외로워졌다. 오늘 그녀가 밖에 나온 이유 중엔 심심함도 있었지만 외로움도 있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며 그들의 밝은 에너지를 받아들이는게 그녀의 주된 취미지만 그럴수록 더 지독히 외로워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전투를 나갈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출동 명령을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 싸움은 좋아하지 않으면서... 아, 죄송합니다. 이런 어두운 이야기를... 이만 끝내고 음료나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죠!"
인간인 이상...이라. 외로움은 특별한 감정은 아니다. 많은 이유로 외로움은 찾아오고 또 많은 이유로 외로움이 떠나가지. 어쨌건 적어도 지금 그녀는 너와의 대화에서 외로움을 걷어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말이 진심을 표현한 거라면 그렇겠지. 아마 진심이리라.
"그렇군요, 그럼 언젠가 한번 피크닉이라도 갈까요? 싸우러 갈 때가 아니더라도 같이 뭔가 할 수는 있으니까요."
어두운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누구나 내면에 어둠은 간직하고 있으며 그 어둠을 꺼내놓지 않는다면 영영 어두운 채로 있게 된다. 물론 네가 그녀에게 그 정도의 위치를 차지한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없는 건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네가 해줄 수 있는 건 뭘까 싶어 소박한 답을 내놓아 본다.
"네, 그럼 가볍게 단 음식을 즐길까요."
말이 끝나고 쉐이크를 한 모금 넘긴다. 시원하고 달콤한 느낌이 입 안을 지나 목을 타넘는다.
연구실 안에 있는 에스티아는 잠시 앉아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었다. 정확히는 USB의 내용을 확인한 후로는 그런 날이 많았다. 그 장소는 자신에게 있어서도 나름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물론 좋은 의미가 아니라 최악의 의미로써. 허나 그 사실을 굳이 지금 당장 공표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무튼 조만간에 그곳으로 작전을 나가게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 레이먼드였다. 무슨 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에스티아는 자리에서 일어선 후, 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자연히 에스티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찌그러져있는 무언가였다. 줄과 끈을 매어서 만든 그 무언가는 적어도 에스티아의 눈으로는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두 눈을 멀뚱멀뚱 깜빡이던 에스티아는 레이먼드를 바라보면서 다시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그 쓰레기는 뭐야? 아. 혹시 뭐 만드는데 쓰라고 재료로 가지고 온 거야? 음. 어느 정도는 재료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강도라던가 괜찮을까? 찌그러진 것을 보면 그다지 센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에스티아는 괜히 고개를 갸웃했다.
호수를 등지자 흰 비늘이 햇빛에 반사된 물 때문인지 반짝인다. 피식 웃는 모습 뒤로 초면이지 않냐는 지적에 눈을 좁힐 적, 반짝이는 면적이 조금 더 넓어진다. 제는 가볍게 그르륵대며 고개를 털었다. 당신의 모습에 잠시 의심을 했으나 금세 거둔 모양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가짜라면 죽여버리면 되는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진짜에겐 기다리게 한 값을 톡톡히 치르게 하는 수밖에. 시체를 던져주면 알아서 미안해라도 하겠지. 괜찮은 방법이다.
"붉은 여자를 만나라 했기에 확인하고자 했네만.. 이 방법은 아니었나 보군 그래."
짧았던 언사에 대한 이유를 댄 뒤로 제는 가만히 여성을 훑듯 쳐다봤다. 예민한 코가 한 명의 사람을 더 느꼈으나 지금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소개라." 짧은 되물음을 뒤로 제는 느긋하게 몸을 움직였다.
"여에 대해 소개해 보라 하나 자네가 바라는 방식의 소개는 어려웁네만.. 여가 안식의 황제, 영원한 밤을 호령하는 신수. 그렇게 불리긴 했다마는 그것이 자네가 바라는 답이 아닌 것 같으니 말입세."
앞발을 내디뎌 미끄러지듯 당신의 앞에 섰다. 크기가 조금 작아진 느낌이다.
"하여 지금부터 제帝라고 불러주면 좋겠네만.. 보다시피 인간이 아닌 모습이나 인간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네. 다만 내 지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지라 양해해 주면 참 좋겠어."
이걸 보여주면 된다던데. 라고 덧붙인 제는 이내 툭, 하고 코로 당신의 팔 한 쪽을 두어 번 건드려보려 하더니 주둥이를 벌린다. 다행스럽게도 잇새에 물어 젖지 않은 무언가를 손바닥 위에 내려주기 위함이었다. 붉은 에델바이스를 상징화한 배지 하나.
줄을 다시 크랭크로 감아넣고, 끈을 이용해 왼쪽 팔에 매어둔다. 고물의 찌그러진 부분을 툭툭 치고선 밸브를 돌려서 열자 기체가 새 나오는 소리가 잠깐 들린다. 이제 왼팔을 들어 연구실의 한쪽, 비어있는 벽에 향한 다음엔 다 녹슨 오토바이 브레이크를 방아쇠 삼아 달아놓은 것을 누른다.
가스가 퍽 하는 소리를 내며 발사되고, 그 힘으로 줄의 끝 부분이 벽을 향해 날아간다.
"대충 어떤 물건이냐면, 새롭게 달고 싶은 장비의... 시제품이라기보단 컨셉 참고용 목업 같은거랄까. 이 줄 끝에 갈고리를 달아서, 와이어처럼 쓰려고."
크랭크를 다시 손으로 감아서 줄을 되감지만 가끔씩 턱턱 걸리는 등 난황을 겪자, 난처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붙잡으려고 하는 이일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로벨리아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모습은 보이지 않겠지만 어딘가에 아스텔이 숨어있을테고, 만일의 경우에는 움직일테니 그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상대가 자신이 모르는 보검을 사용하는 세븐스 중 하나라고 한다면 조금 힘들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제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그 말에 로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본명이라기보단 자신이 따로 칭하는 호칭 같지만 사실 본명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내 붉은 에델바이스를 상징화한 뱃지를 받아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머리의 여성이 자신이냐는 물음에 이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를 이끌고 있는 대장인 로벨리아 올리에트. 로벨리아라건, 올리에트건 편하게 부르도록 해. 그건 그렇다고 쳐도 설마 부탁으로 만나게 된 이가 이런 이일 줄이야. 변신형 세븐스인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은 즉, 저 자의 세븐스는 변신형 세븐스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이어서 말을 이었다.
"내가 부탁받은 것은 세븐스 하나를 탈출시킬테니 받아달라는 것이었다만. 너는 어쩌고 싶지? 아니. 애초에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를 들은 바가 있나?"
일단 상대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 로벨리아는 굳이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에 대한 깊은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부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저 자를 동료로 받아줄 순 없는 일이었다. 일단 여러모로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었으니까.
대체 왜 그랬냐는 의미가 담겨있는 에스티아의 눈빛이 레이먼드에게 향했다. 고철을 주워서 만들다니. 당장 여기로 오면 자신이 이것저것 만들어서 제공해줄 수 있는데. 자신의 실력이 못미더워서 그런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나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며 에스티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보아하니 와이어 같은 것을 만들고 싶은 것일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여기서 뚝딱 만들어내라고 한다면 그건 무리였지만.
"정확한 용도가 어떻게 되는 거야? 와이어처럼 걸어서 이동하고 싶은 그런 거야? 아니면 적을 붙잡고 싶은거야? 갈고리를 단다고 해도 그 용도가 다 다르잖아."
벽에 걸쳐서 이동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적의 무장을 뺏거나 하기 위해서 붙잡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하고 싶은 것인지. 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면서 에스티아는 가만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온 물건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손을 휘저었다.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만드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것을 재활용한다기보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좀 더 가볍고 단단한 소재를 쓰면 무게도 훨씬 많이 줄어들테니까. 당장 만들어내라는 조금 힘들고... 며칠은 걸리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면?"
즉, 시간을 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의 세븐스가 기계를 만들어내는 세븐스는 아닌 것을. 그렇기에 제작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아. 보상은 필요없어. 나는 물건 만드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것으로도 충분히 보상이야! 대충... 3일 정도는 걸릴 것 같아."
피크닉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갤 끄덕이던 네 말에 그녀가 뺨을 붉히며 부끄러워하자 뭔가 부끄러울 만한 말을 했는지 네가 했던 말을 곱씹어 본다. 으음...
"하하... 부끄러워하시라고 말을 한 건 아니긴 하지만요. 기분이 좋다니 다행입니다."
수치심보다는 칭첸을 듣고 느끼는 일종의 쑥스러움이겠지.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에는 저도 마찬가지에요. 라고 대답해 준 이후에는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오가는 대화 중 틈틈히 음료와 크로플을 먹어가니 벌써 탁자는 깨끗해져 간다. 기쁜 듯이 웃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너 역시 살짝 미소를 지은 채로 간단한 시간을 끝마친다.
"즐거웠습니다 타루 양. 그러면 일주일 뒤에 피크닉 준비를 하고 다시 만나요."
아, 그 전에 마주치게 될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약속은 지키겠다며 덧붙인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 그렇게 약속을 마지막으로 아마 헤어지지 않았으려나.
당신이 나오자 계단에 앉아있던 그녀가 고개를 치켜들면서 아는 척을 한다. 보아하니 신발을 고쳐신고 있는 중이었던 것 같다. 대원을 호칭하며 반응하는 건 그녀만의 인사 대신이자 반가움의 표시였다. 아니나 다를까, 곧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당신 앞으로 졸졸 다가가 당신을 올려다 보는 것이었다.
"아니다. 엔은 방금 식사를 마쳤다. 그래서 이제 바깥으로 나오게 한 거다."
그녀라고 항상 먹고만 있는 것은 아닐테니. 오히려 그녀가 바깥에 나와있는 경우는 '식사'를 마친 후 밖에는 없었다. 다만 '포식'이나 '사냥'은 또 다른 경우다. 하지만 그걸 뭐라고 하더라- 그녀는 조금 고민하다가 지금을 포괄하는 단어가 생각났는지 "산책이다." 하며 말을 덧붙였다.
그럼 이대로 자리를 떠도 되겠지만, 왜인지 그녀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러더니 문득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럼 이것보다 제트 분사기를 따로 장착하는 것이 좋을텐데. 그래도 이게 좋다면 알았어."
한번 제대로 만들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에스티아는 일단 근처에 있던 노트에 쓰여있는 할 일 리스트에 한 줄을 더 추가했다. 이것저것 많이 쓰여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하는 것은 꽤 이것저것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레이먼드의 의뢰를 해결할 정도의 여유는 있는 모양이었지만. 아무튼 레이먼드의 추가적인 부탁에 에스티아는 가만히 그가 가지고 온 것을 바라봤다. 이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팔이 무거운 것은 와이어 때문이 아니라 무거운 재료를 써서 그런 거야. 고철을 주워서 써서 만들었다면 안 무거운 것이 이상하잖아. 요즘은 신소재를 쓰지. 고철을 쓰진 않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일단 참고하겠다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다만 굳이 등쪽까지 확장을 시킬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은 있었다. 그래도 그런 컨셉을 원한다면 어느 정도 만들어줄 수 있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보검의 무장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추가적인 무장을 달 생각이야? 물론 그건 개개인의 자유지만 말이야. 아무튼 오케이. 일단 기동성이 좋게 만들어주면 되는 거지?"
혹은 더 부탁할 것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려고 하면서 에스티아는 웃으면서 두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에게 맡겨만 달라는 듯이.
2년 전. 어느 도시의 빈민가로부터 갓 스물 된 여자 쌍둥이가 탈출하던 중, 때마침 근방에 파견되었던 에델바이스 대원에게 구조되었다.
당시 한 명은 전신 곳곳, 특히 옆구리에 심한 부상을 입어 간신히 숨만 붙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피투성이였으나 부상이 일절 없었다. 마주쳤을 땐 심히 두려움을 드러내며 경계했으나, 가디언즈가 아닌 레지스탕스라는 것을 알자 태도가 돌변하여 그녀들의 구조를 희망했다. 이후 부상을 입은 쪽은 시급히 치료에 들어갔으며 몸은 멀쩡하지만 정신이 없어 횡설수설하는 쪽에게 들은 얘기로는, 자신들은 근처의 빈민가에서 살았고 몇시간 전 억울하게 누명을 쓴 그녀들의 어머니가 자신을 희생하여 둘만 겨우 도망쳤다는 내용이었다. 혹여 생존했을 어머니의 구출을 희망하는가 물었지만 그녀는 눈물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이미 그녀들을 대신해 다수의 총탄을 맞았으며 건물에서 벗어나자마자 폭발이 일어나 무너지고 있었으니 괜한 희망은 갖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 뒤엔 그녀에게도 휴식을 권했으나 부상 당한 쪽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사흘 후. 사경을 헤매던 쪽이 정신을 차렸다. 다시 사흘 정도 시간을 들여 회복이 이루어진 후, 두 사람에게 안전한 마을로 갈 것인지를 물었으나 거절하고 에델바이스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둘 모두의 적극적인 의사표명이었다- 라기보단 부상이 없었던 쪽의 일방적 의사인듯 했으나, 양쪽 모두 직접 말한 것은 사실이므로 이후 보고를 통해 두 사람은 에델바이스에 입단하게 되었다.
숨이 넘을락말락 했던 부상의 여파인지는 알 수 없으나. 노란 눈을 가진 쪽은 입단 후에도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배정 받은 개인실에서 종종 비명소리가 나거나 벽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기초 훈련을 받으러 나왔다가 쓰러지거나 그 자리에서 구토를 하는 일도 있었다. 이 기간은 대략 1개월 가량이었다. 그동안 다른 한 쪽이 극진한 보살핌으로 돌본 결과, 그 뒤로는 서서히 나아져 어떤 증상도 다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간은 자폐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 몇몇 대원들 사이에선 저러다 다시 그러는거 아니냐, 내보내야 하지 않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나긋하게 속삭이면서도 어조의 말미에서 느긋하게 송곳니를 드러낸다. 부드럽게 말했으나 은연중에 누굴 데려왔는지 몰라도 이쪽도 경계하고 있노라 경고한다. 인간의 모습이었더라면 필히 미소까지 짓고 있을 모양새였다. 상황이 첨예했을 뿐이지, 아직 발톱을 드러낼 시기가 아니다. 드러낸다 한들 싸움을 거절할 이유도 없지만. 다만 제는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상대를 얕게나마 신뢰하기로 했다. 스스로를 소개하는 말 덕분이다. 적어도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런 편이지."
변신형 세븐스라, 아직 익숙지 않은 말이다. 제법 껄끄럽게 목을 긁으며 나오는 단어를 뒤로 제는 꼬리의 끝을 살랑인다. 여의치 않으면 인간으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지만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이런 차가운 곳에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일절 없다.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라면 연약한 두부 같은 인간의 몸뚱이를 추위에 내놓고 싶어 할 리도 없겠지.
"어렴풋이는 알고 있네."
용의 모습이라 한들 눈꺼풀이 포개어지더니 호선을 긋는다. "반동분자의 미숙한 발버둥." 뱉는 언사가 노래하듯 낭랑하다. 레지스탕스에게 뱉기 무례한 발언이나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 본인도 마저 할 말이 있는 듯싶다.
"여가 있던 곳에서는 그렇게 듣고 살았네. 있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 자유라는 허상을 들먹이며 세상이 바뀔 것이라 노래하다 끝까지 구제받지 못하고 하찮은 생 마감하는 미물이라고. 어쩌고 싶냐 물었는가?"
제의 시선이 붉은 배지로 간다. 포개진 호선이 천천히 굳는다.
"그 미물이 노래하는 자유가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뿐일세. 대체 얼마나 귀한 것이길래 그리 노래하다 죽는지."
물론 보검이 100% 안전하냐라고 하면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조차도 보검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분석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건 U.P.G에서 만든 것으로서 세븐스를 더욱 강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허나 적어도 그것을 사용한다고 해서 부작용이 일어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에스티아도 알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이 모조 보검을 만들 때 그런 기능은 만들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튼 레이먼드의 뜻이 그렇다고 한다면 일단은 알겠다는 듯이 에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주문한 의뢰는 3일 정도 후에 끝내도록 할게. 일단 지금 하는 것이 있기도 하고, 다시 말하지만 바로 뚝딱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 일단 설계도부터 확실하게 그리고, 이것저것 재료를 구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니까."
이럴 때 자신의 세븐스가 기계를 단번에 만드는 것. 이라면 참 편할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븐스는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지금의 세븐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에스티아에게 있어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세븐스는 유용하다 못해 정말로 마음에 드는 능력이었으니까.
"그럼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있다면 지금 다 얘기해줘. 나중에 이거 추가해줘. 저거 추가해줘..라는 것은 내 기준에선 오케이지만 자연스럽게 또 장비를 회수해야하고 또 만들어야 하고, 그러면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그러니까 요구조건은 한 번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에스티아는 오른손 검지를 올려서 숫자 1을 표시했다.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동료가 만들어준 그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면전에서 그러겠다고 말할 양아치 따위는 아니니까.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무언가에 하나만 의존하고 있을 때, 그것을 잃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싶지 않은데도 알게 되었다. 보험 정도는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주의가 생겼다.
그러다가 다음에 이어지는 '한꺼번에 말해달라'는 말에 살짝 움찔했다. 그도 그럴게... 더럽게 많을테니까!
"...너무 많지 않을까? 보검 무장에 추가하고 싶은 장비도 있고, 총기도 좀... 새로 구하고 싶고 하거든. 실탄이든 에너지탄이든."
자신의 총은 이미 꽤나 낡은 편이었다. 스크래치도 많고, 충전 코일도 노후화가 되어가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적이 나타날 지 모르는데, 기존의 총으로 적에게 얼마나 피해를 줄 수 있는지도 미지수였다.
"총이 통하지 않는 녀석들에게 유효한 피해를 입힐만한게 필요해. 그래서 보검 무장에 아예 대구경 활강포를 달아놓을까 고민까지 할 정도야."
물론 그러면 당연히 무거워지고, 기동력도 떨어지고, 그걸 개선하기 위해 세븐스를 더 많이 쓰고... 몸뚱아리는 더 망가지겠지만.
"어디에서 왔는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작자들이 할법한 말이로군. 꽤나 직설적이라서 오히려 마음에 들 정도야."
반동분자의 미숙한 발버둥. 그 표현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로벨리아는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 오히려 그렇게 봐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얕잡아 볼 때 어느 순간 판은 뒤집어지기 마련이고, 모든 것이 역전하기 마련이었으니까. 자신들을 비웃는 이는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고, 세븐스를 차별하는 지금의 세상은 공존의 세상으로 바뀌리라. 로벨리아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당장 그렇게 되진 않았으며, 자신들이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 뜻을 이어갈 이들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그녀는 믿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다음 목소리는 상당히 당당했다.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했나? 네가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자유지. 자유가 없는 이는 그런 말을 할수조차 없어. 이렇게 말을 하라고 강요를 받을 뿐이지. 그래. 네가 행동하고 있는 그 모든 것.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지시받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자유'라고 부르는 것이야. 지금의 세븐스는 네가 아주 당연하게 하고 있는 그 행위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지."
아주 가볍게 예시를 들어서 로벨리아는 제에게 자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이어 그녀는 용 모양의 상대를 바라봤다. 그리고 상대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그리고 고개를 살며시 들어올려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려고 했다.
"귀한 것이 아니지. 흔한 거야. 허나 그 흔한 것 조차 많은 이들은 빼앗겼고 박탈당했지. 넌 원하나? 그 자유라는 것을. 네가 지금 당연하게 말을 할 수 있고, 걸어올 수 있고, 나와 접대할 수 있는 것 등을 말이야."
이내 붉은 눈동자에 강렬한 안광이 휘돌았다. 그리고 붉은 빛, 당당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나왔다.
"여기에 있다고 해서 이 땅에 반드시 자유가 온다는 법은 없고, 솔직히 말해 목숨도 보장할 수 없어. 안전하게 살고 싶다면 여기를 떠나 근처 마을에라도 숨어있는 것이 살아남을 확률이 더 클거야. 단순히 호기심이 아니라 당연하게 느껴보고 싶지 않나? 공기처럼 당연하게 존재해야 했던 것을?"
뒤이어 로벨리아는 숨을 약하게 내쉰 후, 뒤로 세걸음 정도 물러서면서 빠르게 상대와 거리를 띄웠다. 그리고 여전히 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과정이 힘들어도 느껴보고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을 갖고 싶다면 동료로 들어와라. 허나 어설픈 각오로 문을 두들기겠다면 그 날개로 멀리 떠나라. 내가 필요한 것은 단순히 알고 싶은 자가 아니야. 그것을 가지고 싶고 누리고 싶은 자지."
아까부터 계속 무장을 이야기하는 것에 에스티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세븐스는 사실상 엄청난 무기가 아니던가. 보검으로 더욱 강화된 세븐스라면 당연히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줄텐데. 굳이 쓰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에스티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말했다. 물론 전투를 그렇게 하겠다면 그녀로서는 딱히 말릴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그렇듯, 세븐스마다 각자 잘 맞는 방식이 있을테니까. 아무튼 총도 통하지 않을 이에게 통할만한 무기라고 한다면... 너무나 많지 않나 싶어 에스티아는 그에 대해서는 살짝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경 활강포. 그건 아무래도 어떻게 해도 무게를 줄이긴 힘들 것 같네. 아무튼 나는 이번에 만드는 것에 대해서 요구사항이 있으면 한 번에 얘기해달라고 한 건데 아예 다른 무장까지 부탁하려고? 음. 그러면 어차피 지금은 방금 의뢰받은 것에 집중할 생각이니까 그 동안에 리스트로 정리해서 대략적인 설명이라도 써서 보여줘. 그러면 만들 수 있는 것은 만들테니까."
어차피 여기서 자신이 이러쿵저러쿵 적는 것보다는 그 물건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그가 리스트를 만들어서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어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이라면 보검의 힘을 개방해서 무장을 만들어서 쓰는 것도 나쁘진 않아. 그래보여도 출력도 괜찮은 편이고 일단 안전하니 말이야. 급하지 않다면 리스트를 만들어서 보여줘."
"신체능력의 강화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각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가능해. 즉 운동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도 있어. 또 근력을 강화시켜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폭발적으로 힘을 낼 수도 있을테고. 해봤자가 아니야. 결국 사용하기 나름이야."
불을 뿜고 벼락을 날리는 세븐스만이 뛰어난 세븐스겠는가. 사용법에 따라서는 신체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도 상당히 뛰어난 세븐스였다. 결국 자신이 어떻게 사용하기 나름이 아니겠는가. 그런 지론에 대해 확신이 있었는지 에스티아는 굳은 목소리로 그럻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눈동자에 레이먼드를 비추긴 하나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으면서 그녀는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일단 처음에 의뢰받은 것만 만들게.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3일 후에 찾으러 와."
그 이전에 완성이 되면 자신이 직접 전해주러 갈 생각이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에스티아는 딱 잘라서 이야기했다. 기계라는 것이 어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겠는가. 특히 전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은 더더욱. 무게를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강도까지 조절해야 하고 수도 없이 많은 테스트를 해야만 했다.
"이 참에 이 에스티아님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줄게. 아까 그것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으로 만들어줄테니 기대나 하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리고 내심 기대를 걸어주지 않을까 하ㄴ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에스티아는 가볍게 '엣헴~'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나름 잘난척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물론이지. 알고 있어. 다만 그저... 총을 다루는게 좀 더 익숙해서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거기다, 내 세븐스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내 자신을 좀먹어갔다. 어느 정도라면 훈련을 통해 버틸만한 몸이 되었지만, 더더욱 신체를 궁지로 몰아넣으면 몰아넣을수록 그 강도도, 부담도 심해진다. 더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져버릴 가능성도 있는, 저주같은 세븐스. 하지만 그 저주 외엔 가디언즈에게 대항할 방법도 없는 우스운 꼴이다.
"생각보다 훨씬 빠른데. 난 몇 주는 걸릴 거 같았어."
3일. 이젠 귀에 '3일'이라는 글자 모양으로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지만, 굳이 말해두진 말자. 다만 그런 기계를 설계부터 시작해서 단 사흘 안에 완성을 시켜보이겠다니... 역시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연히 좀전의 그 고철-누더기랑은 비교도 안될 물건이 나오겠지. 어찌됐든 잘 부탁할게. 실력 발휘 한번 해달라고."
자신도 괜히 그 말에 들떠서 홀로 팔짱을 낀 채 웃어 보였다. 잘난 사람이 잘난 척을, 그것도 내게 도움이 되는 방면으로 하면 재수 없을 게 다 무어냐.
웃음이 터진다. 제는 느긋하게 당신을 쳐다본다. 당사자에게 무의미한 발버둥이라 하였으니 우스울 법도 하나, 당신에게는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다. 잘 알고 있는 모습이다. 승자가 가질 수 있는 여유에서 나오는 웃음이며 오만한 자가 가질 수 있는 당돌함이다. 적수에게 양껏 두려워하라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라, 그 녀석은 어찌 이런 인간을 찾았을꼬. 제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 흥미가 동하였기 때문이다. 꼬리가 느긋하게 살랑이자 햇빛에 반사된 빛이 가느다랗게 땅을 비춘다. 당신이 말하는 세븐스의 자유처럼.
이것 또한 자유라. 제법 알 법도 하다. 그간 다물라 하면 입 닥치고 있던 것들이 자유를 뺏긴 것이고, 죽을 때가 되어서야 말을 하라 입을 벌리게끔 하는 것 또한 자유를 억압받는 행위였던 것인가. 과거는 과거니 신경 쓸 일은 아니다만. 제법 자유라는 것에도 흥미가 동한다. 세븐스가 허락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눈을 마주하자 날카로운 동공이 당신을 향한다. 한쪽 눈은 공막이 새하얗지만 다른 쪽은 그렇지 못하다. 검은 공막. 그 사이에서 희미한 벽자색에 가까운 눈동자가 당신을 향해 구른다.
"아무렴, 흥미가 동하였어."
흔한 것이라 해도 뺏기고 나면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소중한 것이기에 욕심이 난다. 당연히 말을 하는 것을, 걸어올 수 있는 것을, 아니, 그 이상의 것을 바란다. 묵묵히 하나의 연설을 들으며 안광에도 정자세를 유지한다. 긴 침묵이 이어진다.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하였으나 되레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에 거센 흥미가 생겼다. 당연하게 느껴볼 수 있는 것을 쥐는 과정에서 튀는 피라. 아득히 좋고도 좋아라. 침묵이 이어지더니 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위엄 있어야 할 존재의 목에서 간지럽게 흘러나오던 것은 점차 만족스러운 듯 크게 울린다. 낭랑하고 간드러진 웃음을 뒤로 용이 공중에 떠오른다. 당신을 향해 앞발 두 개를 뻗는가 싶더니 비늘이 점차 흩날리던 꽃잎처럼 사라진다. 당신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져봐야 이것이 꿈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10대 중반, 그 정도 되어 보이는 조그마한 체구의 인간이 되어, 둥실거리는 그 상태로 뺨을 부여잡아보려 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길고 숱 많은 머리카락에 육신이 가려졌지만 웃음은 가릴 수 없었다.
"자네 보기엔 내가 도망칠 사람으로 보이는가? 아니지, 아니야. 고작 한 뼘의 자유로 만족해 꼬리말고 도망치면 군주가 아니지. 내 힘든 것은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않네. 어찌 내가 그런 것으로 힘들다 하겠나. 알고 싶은 것도 사라지는군. 내 쥐고 싶네, 동료가 되겠어. 그리고 손 뻗어 가지고야 말겠네. 내 원체 욕심이 많아서 말이야, 자네 말을 들었으니 거절했다간 잠도 못 이루겠단 말이지."
커다란 눈동자가 긴 호선을 긋는다. 순진무구한 듯 욕심 많은 미소였다. "허락해 줄 거지? 올리에트."
"전 무장을 다 만들어야 한다면 그 정도는 걸리겠지만 이 에스티아 님의 손에 들어오면 고작 그거 하나 정도야 뭐."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자랑스러운지 그녀는 뿌듯한 듯, 엣헴. 하는 느낌으로 포즈를 취하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스스로 취한 그 행동이 조금 무안하긴 했는지 그녀는 쿡쿡 웃으면서 바로 포즈를 풀었고 자신의 왼손을 올린 후,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를 살며시 붙인 후 엄지를 빠르게 움직이며 탁 소리를 냈다. 이내 저 편에 놓여있던 기기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세븐스 컨트롤러였다. 바로 아래에 있는 커다란 종이 아래에 레이저를 이용해 도면을 그리는 그 기기를 바라보던 에스티아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이 능력. 컨트롤러를 이용하면 굳이 내가 앞에 서지 않아도 내 머리만으로 기기를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움직임을 동시에 취할 수 있거든. 물론 정밀하게 하려면 조금 집중을 해야하지만 대충 머릿속에 있는 구도를 설계도로 그리는 것 정도야 뭐. 훨씬 좋고 가벼운 것으로 만들어줄게. 기대해도 좋아. 아니. 기대해줘."
자신에게 기대를 하는 것을 은근히 기대하며 그렇게 이야기하던 에스티아는 작게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그리고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다가 근처에 있던 미니 냉장고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닥터 페퍼를 꺼내서 내밀었다.
"마실래?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맨 손으로 보내긴 좀 그래서 뭐라도 줄까 했는데 당장을 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서. 아무튼 잘 싸울 수 있겠어? 앞으로의 전투. 어쩌면 경우에 따라서는 보검을 쓰는 가디언즈의 세븐스와도 충돌을 또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상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인간의 형태로 돌아와 자신의 뺨을 만지려고 하자 로벨리아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뭔가를 제지하는 행동을 취했다. 허나 상대에게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아스텔에게 행한 것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상대가 자신을 만지려고 해도 그녀는 딱히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무례한 곳에 닿으려고 하지 않는한.
"유감스럽게도 난 상대를 단순히 첫인상만으로 믿진 않아. 단순히 이럴 것 같다. 저럴 것 같다는 결국 빗나갈 때가 많아서 말이야. 용기있는 척 나서나 결국 전장에 가면 도망치는 이들이 있고, 의외로 겁이 많아보이지만 누구보다 잘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도 있지. 네가 스스로 말하는 군주인지, 아니면 그저 입만 산 도마뱀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
말 그대로 지금의 그 모습으로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이었다. 즉 로벨리아는 아직 상대를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경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레지스탕스를 이끌면서 입만 번지르르 한 이들은 수도 없이 봤고 결국 도망치거나 목숨을 잃는 이들도 여럿 봤기에 더더욱.
"허나 갖고 싶은 것은 가져야지. 그게 넘봐서는 안될 것이 아니라 부당하게 뺏기고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했던 것이라고 하면 더더욱.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했던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면 다시 되찾아야 하는 법이야."
세븐스의 자유와 권리. 원래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했던 것이었으나 '누군가'의 어리석은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뺏겨야만 했던 것. 로벨리아는 절로 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나도 약속하지.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는 반드시 그 모든 것을 모두에게, 그리고 너에게도 돌려주겠다고. 도망치거나 쫓기거나 숨어서 살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다른 이들과 어울려서 함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허나..."
한가지 마음에 걸린다는 듯, 그녀는 가만히 자신의 턱을 만졌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우리도 일단은 거점을 숨기고 있는 레지스탕스야. 바로 우리의 거점으로 들여보낼 순 없고 며칠 정도 그쪽의 안전 여부를 조사해보도록 하겠어. 그쪽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야. 네 의도와는 상관없이 너를 이용하려고 하는 쥐새끼들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야. 쥐가 한 마리 들어와버리면 순식간에 엉망이 되기 마련이거든."
대신 그 기간동안 있을 수 있는 장소와 식품과 물 정도는 제공하도록 하지. 그렇게 다른 이들에게도 했을 조건을 내걸면서 로벨리아는 어쩔 것이냐는 듯이 상대를 바라봤다.
세븐스를 이용해 설계를 하는 모습을 잠깐 바라봤다. 확실히 편리한 능력이군. 어쩌면, 나는 내 세븐스에 대해 다른 이들에 비해 열등감을 가진걸수도 있겠다. 나쁜 능력은 아니다.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의 부담은 여전히 내 발목을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할 때 마다, 내 몸이 죽어간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머리 속에 있는걸 정확하게 현실로 끄집어 낼 수 있다, 라... 결과물이 기대되는데."
에스티아가 건네 준 음료수를 감사, 하고 인사하며 받아들었다. 마침 목을 좀 축이고 싶었던 와중인데, 잘 됐군. 이어지는 말은 내 각오에 대한 것이었다. 앞으로 잘 싸울 수 있겠느냐는 말...
"잘 싸울 수 없을지도 몰라. 다음 임무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그래도 싸워야 해. 싸워서 이기면 살고, 지면 죽고. 그게 다야."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냥 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기다리는 건 죽음 뿐이다. 도망칠 여유따윈 없다. 임무라는게, 다 그렇지.
"싸우긴 하겠지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현실적인 대답이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답은 아니야."
물론 그가 자신의 마음에 맞는 답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마치 죽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라고 하는 것 같았기에. 자신의 생명의 무게를 그다지 높게 보지 않는 것 같았기에. 오지랖은 좋지 않았기에 그녀는 입술을 살짝 우물거리면서 뭔가 말을 할까 하다가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았다.
이어 그녀는 다른 닥터 페퍼를 꺼낸 후에 캔을 따고 그 음료수를 천천히 마셨다. 톡 쏘는 탄산 맛이 상쾌한지 그녀는 기분 좋게 웃었다. 달콤한 것도 적당하고. 물론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되긴 하지만. 나중에 신체 검사기나 돌려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근처에 있는 자신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라면 싸워서 이기면 살고, 지면 진흙탕을 굴러서라도 도망쳐서 살아남을거야.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난 졌다고 죽고 싶진 않으니까. 비겁이고 뭐고 죽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 그리고 언니도 그걸 바랄거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으나 그녀는 레이먼드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죽지 말고 진흙탕을 굴러서라도 살아남으라고. 그건 마냥 비겁한 것은 아니라고. 물론 레이먼드가 어떻게 들을진 자신도 알 길이 없었지만.
"딱히 우리 레지스탕스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임무를 달성해라..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걸."
자신도 벽에 기댄 채 잠깐 캔을 손에 들고 있다가, 그것을 따고서 한 모금 마셨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말은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레지스탕스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뭉친 조직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래. 오히려 임무의 실패가 죽음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너무 오랜 시간을, 그리고 너무 많은 임무를 '다른 곳'에서 수행해서 이런 생각이 머리에 박힌걸지도 모르지."
톡 쏘는 탄산도, 이가 썩어버릴 듯 단 맛의 사치도 한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 제대로 날 인간으로써 대우해 준 것은, 나의 목숨을 필요로 한 이들 뿐이었다.
"물론 가능하면 살아돌아올거야. 그게 내 멋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게 뭐람. 하고 덧붙인 뒤에, 단숨에 음료를 쭉 들이켜 빈 캔을 거진 골프공 정도 크기의 알루미늄 덩어리로 압축시켜버렸다. 캔을 쓰레기통에 휙 던져서 버리고서는 다시 문을 열었다.
"언제까지 과거에만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살아서 내일을 살 생각 정도는 하고 있어. 어쨌든, 부탁한 물건은 잘 부탁할게. 음료수도 잘 마셨고."
등을 돌린 채 손만 들어 인사한 뒤에, 문 밖으로 향했다. 그녀의 생각은 충분히 알았다. 그렇기에, 다른 부탁 하나는 어차피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주머니에 꽂아넣은 한쪽 손에 쥐어진 쪽지를 꽉 쥐어 구겨버렸다. 쪽지엔 '자폭용 폭발물'이라 적혀 있었다.
그녀는 앞을 향해 직진하고, 당신은 그런 그녀를 따른다. 그런데 웬걸. 그녀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거점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방향이다. 어느덧 마을에서 들려오던 소음들도 바람 소리에 거진 묻히기 시작했을 쯤인지 모른다. 그녀는 그런 외진 곳 안에서 어느정도 도달했을 즈음,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당신을 바라본다. 이번엔 손을 내밀며 말하는 것이다.
"엔의 손을 잡아라."
산책을 하는데 굳이 손을 잡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그녀는 당신이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곳까지 온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검고 붉은 눈과는 다르게 새하얗게만 보이는 손이다. 그러나 그 안에 무엇이 고동치고 있는지는 당신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고대의 의복을 입은 안드로이드가 은은한 미소를 띤 채 악기를 연주했다. 완벽하게 프로그래밍 된 칩셋 덕분인지 튕기는 현마다 가지는 음정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했고, 신비로운 선율을 방에 가득 채웠다. 연주하고 있는 악기의 이름 따위는 모른다. 알 필요도 없고, 알아봤자 어차피 금세 흥미가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안드로이드는 페기될 것이다. 흥미가 떨어지면 여기에 있을 가치는 없다.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안드로이드가 있는 곳은 고대의 동양 황실을 기조로 만들어진 너른 방으로, 사람들은 이 장소의 쓰임새에 따라 알현실, 혹은 처소라고 칭했다. 옥색 칠이 된 둥그런 목조 기둥, 대리석으로 된 말끔한 바닥을 비롯해 곳곳에 놓인 고풍스럽다 못해 과분할 정도의 사치스러운 장식품 중에는 무려 2세대 전의 도자기 장식품과 알 수 없는 주술적 도구까지 있었다. 제단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침대 겸 옥좌는 목재로 만들어지고 베일이 달려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끔 했다. 한쪽 벽면은 아예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근사한 전경이 잘 내려다보였다. 창밖으로는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인공 하늘, 그리고 고개를 내리면 인공 호수가 한눈에 보였다. 지금은 해가 뜨지 않은 시스템 상 시간으로는 밤인 것 같았다. 온통 화려하고 우아하지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은 절제된 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옥좌를 기점으로 대략 열댓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좌우로 정렬하듯 마주 보며 뒷짐을 지고 서있다. 오늘 이렇게 모인 이유는 집결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집결 명령을 받는 상황에서는 처소를 알현실이라 바꿔 불렀고, 이곳의 사람들은 처소가 알현실이 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처소가 알현실이 되는 날엔 용의 심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저 호수 밑으로 곤두박질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등골이 오싹했다. 각을 맞춰 정렬한 정장 차림의 군중 사이로 유달리 화려한 차림을 한 남성이 제단 쪽을 향해 시선을 굴렸다. 새하얀 정장을 뒤로, 고대의 의복에 가까운 겉옷을 걸친 채 제단에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남성은 베일 너머 거대한 몸신이 움직이는 것을 눈에 담았다. 용이다. "하나가 부족한데." 베일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막 잠에서 깬듯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가뜩이나 뻣뻣하게 세운 허리를 더 강하게 편다. 화려한 남성이 제단 쪽으로 깊게 허리를 숙였다. "죽었습니다." 며칠 전 영광스러운 충신 하나가 몸을 뒤틀다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했다. 충신의 비보는 한 단어면 충분했다. 잠시간의 정적을 뒤로 베일 너머의 용이 입을 열었다. "가란." 화려한 차림의 남성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호명하셨습니까." "죄인이 있겠군. 그렇지?" "그렇습니다." "입정시키게." "죄인을 들여보내라." 대열 중 가장 끝에 있던 사람 두 명이 잠시 밖으로 나가더니, 특수한 수갑으로 손목을 결박당한 남자 하나를 제단 앞으로 끌고 와 내동댕이 친다.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가란이라 불린 화려한 남성이 죄수의 머리를 짓밟아 다시금 제압했다. 그 모습에 베일 너머로 꿈틀대던 모습이 작아지더니 인간의 실루엣이 언뜻 비쳤다. 옥좌에 모로 기울어지듯 누운 자태는 거만하고도 고압적이었다. 뿔에 긴 머리카락이 실처럼 걸린 모습이 검게 비치는 꼴이 기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실루엣이 움직인다. 인간이라기엔 기이한 손가락의 모습이 언뜻 비쳤다. 시작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8월 24일, 죄인을 심문하옵니다. 죄인은 8월 16일 23시 14분 우리-B를 탈출하여 보안 카메라에 포착되었습니다. 보안 카메라에 녹취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노래하듯 리듬감 있게 얘기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홀로그램 하나를 띄우자 남성이 철장에서 빠져나와 여성 하나를 향해 손을 뻗는 모습이 출력됐다. 경고하듯 총을 겨누던 여성은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더니 쓰러져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죄인은 감히 외부와의 접촉을 시도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폐하의 충실한 신하이자 우리-B의 책임자인 알리사를 살해하였나이다. 이후 무고한 식사 책임자를 협박한 뒤 폐하의 탕약에 극독을 넣었으며, 폐하께서 그 탕약을 드시고 생사를 넘나드셨나이다. 이는 명백한 모반을 일으킨 것으로 반역 죄인을 사형에 처함이 마땅하다 아뢰옵니다." "그래, 저것이 저번에 짐을 시해하려 들었던 그 쥐새끼다 그 말이겠구나." "그렇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시도했다고 했지. 소속이 있나?" 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속된 조직이 있음을 확인하였나이다. 다만 접선 일자만을 알아냈지, 무슨 수를 써도 입을 벌리지 않고 있사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카락이 살갗을 스치는 소리를 뒤로 용이 손을 까딱였다. 가란은 짓밟던 머리에서 발을 떼더니 보이지 않게 구둣발을 바닥에 문질렀다. 닿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는 듯. 그리고 죄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벌렸다. "고개를 들어라." 죄수는 벌벌대다 고개를 들었다. 이제 보니 손을 앞으로 모으고 수갑을 찬 죄수는 손톱이 없었다. 죄수가 일렁이는 실루엣을 보고 눈을 둥글게 떴다. "세.. 세븐스잖아." "무엄하다!" 그러자 가란이 구둣발로 다시금 그의 뺨을 쳐올렸고, 용은 날카로운 손을 들며 두어 번 내저었다. 웃는 소리가 가벼웠다. 모습만큼은 경박했으나 웃음 너머는 스산했다. "내버려 두거라. 원래 죽을 때가 다 되면 그 작은 대가리 한 번 못 거치고 아가리 놀려대는 짐승이 많지 않더냐. 혀를 자르면 대다수 조용해지지만.." "아니 됩니다." 여성 하나가 대뜸 입을 열자. 가란이 눈을 흘겼다. 저 눈치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용은 아량껏 넘어가겠다는 듯 손을 거뒀다. 죄수는 거센 구둣발에 이 하나가 빠졌는지 입에서 피를 뱉었다. "저런, 왜 그렇게 진지하게 나오나, 농담임을 알지 않느냐." 용의 나긋한 목소리에 가란만이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한 사람만이 웃는 기묘한 정적 속에서 용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무미건조한 어투가 입 밖을 타고 흘렀다. "웃어. 내가 농담을 했잖니." 누군가 억지로 낸 마른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웃음이 일파만파 퍼졌다. 미치광이만 모인 것 같은 알현실에서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건 용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죄수였다. 웃음이 점차 작아지고 다시금 숨 막히는 정적이 이어졌을 때, 용의 만족한 목소리가 흘렀다. "왜 죽였지?" "폐하께서 네게 하문하시지 않느냐. 답해라." 가란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채근했다. "……그, 그야, 당연한 거니까.." "무엇이 당연한 것인 줄 모르겠구나.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리도 당연하더냐?" "이곳도 그런 곳이잖아!!" "아둔한 것. 이곳의 죽음은 보호받아야 할 자들의 죽음과는 다르다. 죄 지은 자가 끌려와 죽는 것이거늘, 너 같은 미물이 이해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과거 아둔한 것들의 오만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으로 익히 증명됐듯 본디 신뢰할 수 없는 짐승들이지 않더냐. 그런데도 너는 네 이기심으로 다시금 그 사건을 벌여놓고, 그 죽음이 당연하다 말할 심산이더냐." "당신도 세븐스잖아, 당신도!! 알 거 아니야, 우리의 억압받는 자유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여에게 예를 갖추라." 가란이 죄수의 머리를 거세게 짓밟았다. 쿵 소리와 함께 이마가 깨졌는지 피가 고였다. 그러자 용이 고개를 까딱였다. 머리채를 쥐어잡아 들어올리는 손길이 거칠었다. "다시 묻겠다. 억압받는 자유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당연하더냐? 무고한 사람이 죽는 건 괜찮고, 네가 죽는 건 괜찮지 않다 그것이더냐. 그렇게 피 묻혔으니 네 여기에 왔음에도 여전히 버릇 고치지 못하는 주제에 무얼 더 얘기하고자 하느냐." "……먼저 총, 총을 들어서.. 기절만 시키려 했는데……." "그럼 얌전히 문을 열어주리라 생각했더냐? 뻔뻔하기도 하지. 모두 들었느냐." "들었사옵니다." 가란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렇다면 좌중은 듣고 판단하라. 여가 명하기 전까지는 대답이 모두 예와 아니오로만 정해질 것이다." "예." 용이 몸을 일으킨다. 머리카락 스치는 소리를 뒤로 무언가를 걸치는 듯 그림자가 일렁였다. 가란은 베일을 걷어주며 고개를 숙였다. 고작 겉옷 하나를 걸치고, 긴 머리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내려오는 자태가 우아했다. "죄인은 답하라. 죄인이 속한 곳의 신조는 무엇인가." "……." "다른 사람이 피를 본 만큼 피를 묻히고, 무고한 자도 죽이라 하였더냐?" "그, 그게.." "자비를 베풀어주마. 마지막 기회다. 신조가 무엇이더냐." "가급적, 평화롭게…… 사상자 없이.. 우리는 자유를 위했지 자유를 뺏는 것이 아니라고." "본디 이곳의 관계자를 죽인 자는 곱게 죽지 않는다. 여의 백성을 건드린 죄 달게 받아야 하니, 죽기 직전까지 고신을 받다 솜씨 좋은 의사에게 멀쩡하게 돌아와 다시금 죽음을 기다려야 하지. 네 보니 손톱 죄 뽑혔던데, 고작 그게 고신이라 생각하진 않을 테고. "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를 뒤로 침묵이 이어졌다. 아마 지금쯤 머리를 바쁘게 굴리고 있을 것이다.
"다만.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 방법?" "접선 좌표를 이쪽으로 넘기는 일이지." "아, 안돼." 딱히 반항심을 품고 따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반사적인 행동이라 했지만, 공기가 싸늘해졌다. 저 죄인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다. "가란." "예." "저 자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호송 당시 15개월 된 딸이 있음을 전달받았사옵니다. 세븐스이며 소재 추적이 가능합니다." "아내는?" "며칠 전 이곳에서 죽었습니다." 죄수가 용을 올려다보았다. 꿇어앉은 그의 무릎 주위로 절박감이 넘실거리는 것 같았다. 용은 무기질적인 눈으로 죄수를 내려다보더니 시선을 돌렸다. 저 무기질적인 눈! 몸을 덜덜 떨면서도 간청하는 눈으로 쳐다봤지만 막이라도 덧씌운 듯 꿈쩍도 하지 않는 저 눈이 두려웠다. 죄수가 입술을 벌렸다. "어린 딸만은 안 됩니다, 어린 딸만큼은, 제발……." 누구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죄수는 이를 딱딱대며 부딪쳤다. 벌벌 떨리는 턱 사이로 목소리를 끄집어 냈다. "LO-37294.27.." "믿을만한 정보겠지?" "다, 당연하지.." "자네 하나 살겠다고 거짓을 고했다 치자고. 그렇게 거짓말로 인해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몰살됐어. 하면 어떨 것 같나?" "……." "어차피 자네도 죽겠지만, 내 특별히 유예를 줘서 그 모습을 보여줘도?" "LB-45215.31.." "착하기도 하여라. 조금만 더 말을 잘 들었으면 내 거두어 키웠을 텐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죄수가 황망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엇이?" "당신도 세븐스잖아……. 당신도.." "감히 황제에게 무엄하구나!!" "되었다, 무지몽매한 자가 무엇을 알겠더냐. 그러니 응당 상하관계를 알려주어야겠지." 가란은 머리채를 쥐었던 손을 놓았다. 인간의 것이 아닌 날카로운 손의 중지와 검지를 맞붙인 용은, 이내 죄수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었다. "영광으로 알거라, 한낱 짐승이 여의 손길 닿는다는 것에, 그리고 한 번에 죽을 수 있다는 것에 경배함이 마땅하지 않더냐." "잠깐, 잠깐, 내 딸은.. 제발 딸만큼은.." 그렇게 단순하게 어린아이 딱밤을 놓듯 손가락을 튕겼을 뿐이다. 다만 그 파동으로 머리는 터져나갔고, 목만 남은 몸뚱이는 뒤로 넘어가 쓰러졌다. 풍선 터지듯 쉬운 일이었다. 용은 피가 튀자 역겹다는 듯 손을 두어 번 털더니 아예 어깨에 걸쳤던 겉옷을 벗어버렸다. "모두 돌아가라." 용이 다시금 베일 너머로 들어가려는 듯 뒤로 돌았다. 가란은 튄 살점을 닦지도 않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천자시여, 영원한 밤의 권세를 누리소서." 끝나지 않던 기이한 선율 속, 안드로이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음~ 가진게 없는데? 는 농담~ 가진게 옷 뿐이지만 전체적인 옷차림 중에서도 장갑이지~ 이거를 슬슬 풀어보자면.. (설정집 뒤적) 레시가 늘 끼고 있는 장갑은 흔한 기성품 면장갑으로 검은색이라는거 말고 특징은 없어. 개인실에 가면 박스로 사다놨고 평소에도 예비로 한벌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일상이나 이벤트에서 특별히 벗었다는 묘사가 없으면 항시 착용 중인 거고. 이 단순한 장갑이 레시를 잘 보여준다고 하는 이유는~ 남들과 접촉을 피하고 싶으면서도 차마 아주 포기할 수는 없어서 제일 흔하고 얇은 장갑을 택했다는 점? 대충 정리하면 이 정도네~
자캐의_기분전환_방식은
기분전환이 될 만한 걸 하는 편이지~ 좀 평범해~ 맛있는 걸 먹는다거나 산책으로 바람을 쐰다던가~ 기분을 망친 무언가를 조진다거나..?
자캐가_자고_있는_모습을_서술해본다
늦은 밤. 새로 깐 시트가 바스락거려 쉬이 잠들지 못 하던 그녀가 겨우 잠들었다. 낮고 고른 숨결 들려와 슬그머니 들여다보면, 약간 두께가 있는 이불이 둥그렇게 모여 침대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모로 누워 살짝 웅크린 몸을 꼼꼼히도 감싼 탓이다. 양갈래로 나누어 땋은 머리가 어수선하게 이불 밖으로 나와있어 큼지막한 복주머니 같기도 하다. 갓 잠든지라 아직은 이불 안쪽에 파묻은 얼굴이 세상 무방비하다. 얄팍한 눈커풀이 금방이라도 뜨일 듯 하지만 건드리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다. 어째 베개가 보이지 않아 어찌했는가 싶어 들여다보니, 제법 큰 베개를 품에 넣고 귀퉁이에 걸치듯 베고 있음이 빼꼼히 보인다.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필시 큰 베개를 팔 안 가득 안고 있음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불을 붙잡고 있을지도 모르나, 이 또한 들춰보지 않으면 모르겠지. 잘 때에도 장갑을 끼는지 아닌지 역시.
꿈이 아니구나. 적어도 헛꿈 꾸고 기분 잡칠 일 없어 기분이 좋다. 제지하는 행동에 멈출 사람도 아니거니와 자신에게 보내는 것도 아니었으니 양 뺨을 꾹 잡고 기분이 좋다는 듯 방실방실 웃는 모습 얼굴만 보면 어린아이 웃든 말갛기에 귀엽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보면 경악하기 충분한 일이었다. 볼을 손가락 끝이 아닌 손바닥을 오므렸다 펴는 것으로 주물주물 만져보려 해보곤 잠깐 눈을 깜빡인다. "아하, 이렇게 생겼군."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더니 제는 허공에 뜬 모양새 그대로 양반다리를 한다. 한쪽 무릎을 굽힌 모습 덕분인지 머리카락이 가릴 것은 다 가려주어 다행이지만.
"참.. 유감이군, 그래. 입만 산 도마뱀이었으면 여가 이곳에 오지도 않았네만.."
동공이 일순 수축하나 느긋하게 웃는 것으로 심기를 추스른다. 허공에서 일자로 죽 내려온 꼬리가 다시 방실 떠오르더니 끝이 가볍게 흔들린다. 아무래도 당신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됐다, 그래도 괜찮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더 괜찮지 않은가. 시답잖게 너도 죄인이었다 같은 말을 하느니 새로 사는 것도 즐거울 테다. 갖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어떻게 새로 사지 않겠는가? 허공에 앉은 모습 그대로 조그마한 손이 턱을 괸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좋을 게야, 여의 성격이 그리 좋지 못해서 받지 못하면 여의 방식대로 엎을 생각이니."
가벼운 농을 덧붙인 제는 가만히 턱을 만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뭘 그렇게 곱씹고 생각하실까, 싶었건만 제법 익숙한 소리다. 레지스탕스는 본디 거점을 숨긴다 하였지. 이쪽도 그런 것 같다. 더군다나 증표로 바로 신뢰하지 않는 걸 보니 제법 철저한 곳임도 틀림없다.
"마음대로 해도 좋네."
느슨한 미소가 얼굴에 걸린다. 머리카락을 걷어내려고 하다 손이 멈춘다. 대다수의 인간은 의복을 갖춰 입습니다. 비록 의복이 필요 없으신 분이지만, 그래도 어찌 황제가 옥체를 쉬이 드러내겠습니까……. 그랬었지. 손을 대충 내려둔다. 어차피 켕기는 것도 없다. 쥐새끼라 해도 쭉정이를 쳐내는 일은 쉬울 것이라 판단했다. 제 미소를 거둔다. 장소와 식품 정도는 줄 것이라. 알아서 골라 먹으면 되겠지.
"못할 것 같으면 시조조차 하지 않았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
그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이야기하지 않으며 로벨리아는 말을 마쳤다. 아무튼 일단 옷부터 가지고 오도록 지시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상대의 몸 사이즈를 대충 가늠했다. 아마 거점에 남는 유니폼이 있었지. 일단 그것을 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특정 방향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스텔. 제 4 휴게소에 데려갈 예정이니 미리 그쪽에 연락해서 중간 정도의 유니폼 사이즈를 준비시켜. 그리고 먹을 것과 마실것도 같이. 며칠 신세를 지게 해야 하니까 그 동안에 조사부대에 연락도 해두고."
이내 근처 풀숲이 부스럭거리는 듯 햇고 그에 따라 기척이 살며시 도는 듯 했으나 이내 그 기척은 사라졌다. 기척을 지운 것인지, 아니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난 것인지. 아무튼 기척이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로벨리아는 상대를 바라보면서 다시 이야기했다.
"따라오도록. 조금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냥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있으면 돼. 그리고 너에 대한 위험 요소가 없다고 한다면 동료로 정식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너에게 말할 것이 있어."
이어 로벨리아는 미소를 짓고 자신의 오른손을 슬며시 내밀었다. 마치 잡으라는 듯, 혹은 악수를 청하는 듯.
"어서 와라.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에. 어긋난 세상을 바로 잡고 네가 가지고 있어야했던 모든 것을 다시 되찾도록 하자."
응한다면 아마 손을 천천히 흔들다가 놓았을 것이고, 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상 그녀는 어느 정도 상대를 동료로 받아들였기에.
로벨리아 대장님 카리스마 너무 쩔어서 잇는 내내 제가 꼬리 말고 누님 언니님 보스 따거 눈나 여왕님 하려는거 꾹 참았어...🥺 로벨리아 당신.. 최고야.. 이쯤에서 막레 할게! >:3 캡틴 정말정말 고생 많았어! 제쟝 악수 처음 해보곤 아하! 하더니 꼬리 붕붕방방방 할 것 같은데~~
>>723 확인했어요! 이번 것은 이전보다 괜찮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1부에서 그 요소를 약으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굳이 뭐 그 요소로 하겠다면 그것도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약이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 캡틴 생각이라서. 뭐, 일단 2개 다 저대로 해도 될 것 같네요. 다만 진행은 선우주가 해야하고 선우의 서사를 푸는 것은 상관없으나, 다른 캐릭터들이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조절을 잘 하도록 해야 할 것 같네요. 개요를 보면 자칫 잘못하면 선우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들러리로 빠지게 될 가능성도 커보이거든요. 그 점만 조금 조심하시면 될 것 같아요.
>>724 엗. 옷은 줘야죠! 당연히! 아무튼 일상 수고했어요!!
굳이 말하자면 카시노프가 보검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시선회피) 그 와중에 타츠가 누구인가 싶어서 검색을 해봤는데..어어..(동공지진)
>>712 레샤의 장갑은 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과거가 언뜻 보여서 슬퍼.. 접촉을 피하고 싶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다, 이 부분에서 레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조금이나마 보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우리 레샤 왤케 화끈해..? 기분을 망친 무언가를 조진다.. 그렇지 팝콘은 자고로 남의 집 강냉이 후려쌔벼서 튀기는 거랬어..(?) 자고 있는 레샤도 귀엽다... 양갈래 땋은 머리 너무 귀엽다 자고 일어나서 풀면 웨이브 짱 많이 들어있는 이유가 이거구만!!! 냥모나이트 김밥돌돌.. 보쌈해가고 싶다......
승우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기억은_그대로인_채_과거의_자신으로_돌아간다면 (・Д・)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독방생활이라니 이건 너무 못할 짓인데...? 진단메이커 규탄한다 자캐 인권을 보장하라─!!!! 음... 아무래도 멘탈이 조금 바삭해지겠지? 그래도 한 번 나간 거 두 번은 못 나갈 것 없다... 정신 차려서 탈출계획 세우고 겸사겸사 후회되는 옛날 일에 관해서도 뭔가 해보지 않을까?🤔
자캐가_보는_영화유형 장르 안 가리고 잡히는대로 아무거나 봐. 디즈니 애니에서부터 사회고발 다큐까지 전부 볼 수 있음! 영화 자체를 잘 안 보는 편이기도 하고, 재미를 위해서라기보단 공부하는 느낌으로 보는 거지만. 사회 전반의 상식이나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상상력을 넓히는 등 여러 방면의 목적...이 있긴 한데 아직은 좀 멀었지~(대충 밍맹몽한 표정)
자캐별로_사심이_있다면_어쩌실_겁니까_를_말해보자 "아, 개** 진짜. ……그래. 내가 존* 그런 생각 하고 있었으면 뭐, 네가 씨* 어쩔 건데."
>>739 !!! 멜피야!! 승우가 할말있대!!!!!!!!! (쩌렁쩌렁) ㅋㅋㅋㅋ 리제로 독방생활 너무한거 아니냐고... 그래 한번 나간거 두번도 나갈 수 있어! 흐음 영화를 공부 느낌으로 보는구나. 그렇다면 책은 좋아하는 편일까나? 레시랑 같이 러X 크래X트 전집 보지 않으련...? ㅋㅋㅋㅋ
진단 맛있다.. 멘탈이 바삭한 승우라니 사실 승우는 쿠키런이야(아무말) 승우가 과거로 돌아간다니 리제로 멈춰~~!!! 세븐스의 인권을 보장하라! 규탄한다~~ 영화 가리지 않고 보는구나... 밍맹몽 뭐야 귀여워 ㅋㅋㅋㅋㅋ 사심이 있으면 어쩔건데에서 역시 우리 욕쟁이 승우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승우야 미안하다 네가 국밥 하나 말아주면 세븐스 차별도 사라질 것 같다(?)
>>773 사람을 잠깐 바라보면서 일상을 잠깐 구경하지 않을까 싶네~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하는 눈으로 개인실로 가겠지만..
>>774 거의 뜯어고친 수준이지 않을까 싶네.. 와식 생활과 좌식 생활을 선호해서, 높은 책상과 의자 보다는 소반에 가까운 낮은 책상과 방석이 주가 될 것 같고, 낮 밤을 직접 설정해 인공 햇살과 달빛이 내리쬐는 가짜 창문을 붙여두고, 침대에는 누워서 홀로그램 영상을 편하게 볼 수 있게 신소재 커튼을 쳐서 가둘 수 있는 구조가 될 것 같아. 위에는 푹신한 이불과 베개가 있고.. 참고로 베개가 여섯 개나 되는데 전부 푹신하라고 깔아둔 거야. 0.< 또.. LED 호롱불 같은 것도 있겠네. 자신을 위한 횃대도 하나 뒀을 것 같아. 가끔 침대가 지루하면 아무렇게나 휘감겨 잘 수 있도록.
머리 없는 시체는 질질 끌려나갔다. 붉은 이정표가 생겼으나 조만간 청소 안드로이드가 대리석을 말끔하게 닦아 시체가 있었다는 흔적을 말끔히 지울 것이다. 용이 베일 너머로 들어가자 가란은 얌전히 그 위에 새 담요를 덮어주고, 베일을 내렸다. "평안한 밤 되소서." 짤막하게 예를 갖춘 인사를 뒤로 가란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뒤로 돌았다. 앞으로 뻗는 손짓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정렬하며 밖으로 나섰다. 가란이 마지막으로 뒤를 돌았을 적, 용은 피곤했는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서자 복도는 화려했다. 가란은 따뜻한 난색 조명과 더불어 웅장한 박물관 내지 미술관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로코코-바로크 양식의 건물에 붉게 깔린 레드 카펫을 구둣발로 밟아가며, 수없이 놓인 여러 장식품을 지나쳤다. 가란이 지나친 아름다운 풍경화는 며칠 전 죽은 세븐스의 피와 물감을 섞어 그린 것이고, 방금 지나친 머리카락으로 만든 듯한 둥지는 가디언즈 배신자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것이다. 둥지 위에 놓인 알은 레지스탕스의 두개골이다. 이렇게 아름답게 세공하며 제각기의 새로운 삶을 부여할 수 있음에도 그 시체를 아무렇게나 버린다니! 막대한 지원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일은 꿈도 꾸지 못했겠지만, 이따금씩 가디언즈의 야만적인 행동에 넌더리가 날 때가 있었다.
"보스." "무슨 일이지."
가란이 무기질적으로 대답했다. 여성 하나가 요란한 굽소리와 함께 가란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방금 전 용이 심문을 하던 도중, 아니 된다며 분위기를 깨뜨린 여성이다. 누구더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이번에 새로 온 사람인 것 같다. 분명 눈치 없는 녀석은 뽑지 말라 했는데, 심산에 거슬리던 찰나였다. 그런 가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펜으로 대충 틀어올린 머리를 한 여성은 품에서 작은 신소재 태블릿 하나를 꺼냈다.
"좌표를 확인했습니다. LB-45215.31이면 이곳에서 조금 나간 숲 근처입니다." "아, 그래. 신속히 확인했어야지. 잘 했네." "어떻게 할까요?" "지금부터 우리 관할이 아니지." "아뇨, 그 15개월 세븐스요." "찾았나?" "예. 이제 막 이쪽으로 이송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럼 적당히 아버지 쪽이랑 같이 붙여둬서 박제하라고 지시해. 작품명은 아빠와 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무언가 얘기하기를 망설이자 가란의 진한 자수정색 눈이 구른다. 얘기하라는 듯 적당히 턱짓하자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비호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무슨 의미지?" "아무리 신비롭다 해도 그것도 결국 세븐스지 않습니까. 누군가 본다면.. 그것을 섬기는 것 자체를 반역이라 할 겁니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가란은 말도 없이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더니, 여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여성은 정확하게 가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기에, 얼굴에 정확하게 탄환을 맞아 옆으로 휘청이듯 쓰러졌다. 전시된 세븐스의 두개골이 사라진 머리 대신 자리를 잡듯 떨어졌다. 가란은 시체를 확인하지도, 발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총신이 식지 않았기에 한 손가락에 걸치듯 대충 걸어두고 터덜터덜 걷던 가란이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새끼. 주어진 대로 살았더라면 네 명은 보다 안전하고 길었을 텐데."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총성을 듣고 밖으로 나온 용이 어느덧 천장 위를 기듯이 조용히 날아왔기 때문이다. 용이 공중에서 물끄러미 가란을 내려다보자, 가란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 나의 황제시여." "밖이 소란스럽더구나." "쭉정이 하나가 설쳤기에 어쩔 수 없었나이다." "들었다." "저딴 고깃덩이의 말은 신뢰치 마시옵소서, 폐하를 섬기는 것은 이 가란의 사명이요 응당해야만 할 일이오니, 누가 감히 막겠습니까?" "아무렴 네 그렇다면 그렇겠지."
천장을 기어 오던 용이 내려와 그의 목에 휘감긴다. 가란이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미물들이 혈투를 벌인다 하더이다." "흥미롭구나." "친히 발걸음 하시기엔 피곤하실 터이나, 부디 신과 함께 미물의 어리숙한 발악을 관전할 영광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도중에 피곤하면 돌아갈 터이다." "만일 피곤하시다면 신의 침소로 가시지요. 옥좌는 지겹지 않습니까. 신이 폐하를 위해 준비한 것이 많습니다."
용은 눈을 감았다. 허락이 떨어지자 가란이 목에 휘감긴 용의 갈기를 한 번 쓸어보곤 경쾌한 발걸음으로 어느 한곳을 향했다. 마침내 문을 열었을 때, 가란이 쏟아지는 빛 너머로 외쳤다.
제: 313 모친에 대한 생각 진단님이 나른한 오후부터 사람 패는것에 재주가 있어 아주(?) 제는 모친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237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사람은 미워하지 않네."
제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공중에서 모로 누웠다.
"다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라고 했으니 죽는 것은 당연한 법. 어찌 용서를 구하는지 모르겠군.. 혹 목숨이 두 갠가?"
333 본인이 알고있는 생일과 실제 탄생일이 같은가요?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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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에 성적인 감정을 느껴?" 제: 자네, 드디어 미쳤나? 이전부터 미쳤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었네만 드디어 머리가 돌아버렸나 보군. (경멸어린 시선!)
"그 애는, 그 애는... 죽지 않았어!" 제: 죽었네만. 어쩌겠는가, 산 사람은 살아야지. 자네가 죽은 사람이 남겨준 비참한 운명을 끌어안았으니 유감스럽다 얘기해줄 아량은 있으나 여기까지네. 나머지는 스스로 해야지, 복수의 칼을 갈아 원수를 찌르든, 그대로 비참한 감정만 끌어안다 스스로 부식되어 죽든.
"내가 졌어. 너에게 이길 수 없었어. 그게 다야. 할 말은?" 제: 네 당연한 소리를 합리화로 겉포장 하는 능력이 있구나. 네가 이길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를 만난 것. 네 운수는 고작 여기까지였던 것이다. (제는 상대의 머리를 날카로운 발로 짓밟은 채 고압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 살고 싶나? 그랬으면 운이 좋았어야지.
>>828 승우 탄산 중립이면 샤인머스캣 콩콩 빻고 그 위에 액상시럽 한 스푼에 레몬향 탄산수 콸콸 레몬즙도 한 스푼에 쉐낏쉐낏 해서 에이드 내주고 싶어..(구체적 욕망) 음식 먹는 순서도 천국 인고 천국 지옥 천국 반복하는 것 같아서 귀엽다.. 쿨톤이라고? 쿨톤 특 비비드랑 펄 어울림.. 비비드 펄 가보자고(?)
승우 그래도 호구는 아니구나.. 어디 가서 코 안 베여서 다행이야.. 본인도 아니면서 묻는다는 건.. 멜피야!!!!!!!! 승우가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잇대!!!!!(아님) 후회 안하는 승우 칭찬 스티커 백만 개로 진단미슐랭을 마치겠어... 테이스티
>>837 아공간을 이용한 마술이라면 백만 번도 더 봐줄 수 있어 선우야.. 박수도 쳐줄게.. 꽃도 던져줄게.. 뭔지 알아야 알려준다는 현실적인 답도 굉장히 좋아.. 선우한테 곤란한 질문 하다가 한대 얻어맞고 싶다(?) 상대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잠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 패치 너무 잘 됐는데요!!! 한국인이라고 하지만 패치가 너무 2022 한국인 패치인데요!!!!!!!!!!! 이쪽도 칭찬 스티커 백만 개!!!!!!!
>>839 쥬주 맛잘알이구나..? (소심하게 하파 시도) 이런 캐가 멘탈 전부 박살나도 자존심 하나는 못 놓고 눈물 떨어지기 직전인데도 이 악물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맛있어.. 음~~~~ 제는 변덕이 좀 심해서 사람 많은 걸 좋아하는데, 가까이 있는 건 싫어해. 왜.. 있잖아..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데 사람 있어도 좋고, 그런데 혼자만의 시간은 가졌으면 좋겠는.. 그런거.. 알지?🤔
가장 먼저 든 생각이라...음음 에델바이스에 입단한 직후의 생각 말씀이신거죠? 그러면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건가? 라든가, 숨을 장소를 찾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을 거고요. 처음에는 딱히 뭔가 임무에 차출된다기보다는 자원봉사하듯 무급으로 마을에서 일할 거라는 생각을 했겠네요. 적어도 로벨리아에게는 본인의 과거에 대해서 대부분 말했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살 수 있을까 하고 생각도 했을 거에요. 물론 도망쳐서 레지스탕스에 들어갔다는 것도 들켰고, 임무...그것도 특수부대에 소속된 상태고... 같은 부대의 사람들하고도 안면을 트고 있고... 너니까 이 부대에 소속되어야 한다라는 말도 들었고... 애초에 생각했던 건 전부 빗나간 상태입니다ㅋㅋㅋㅋㅋ
>>856 희희 마싯당.. 쥬쟝 생각했던 건 전부 빗나갔지만 그래도 잘 적응? 하면서 살고 있는 거 매우 기쁘다구..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었지만 이제 아니지.. 갠적으로 쥬쟝 지금 필사적인 이유가 과도하기 속죄하는 느낌도 있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만큼 레지스탕스에 진심인 것 같기도 한데..🤔 쥬 꽃길 맞지? 불꽃길 그런거 말고(빠안)
>>857 아 이거........ 정말 뻘한 질문이지만 제쟝은 신기하게 볼 것 같은데..🤔 자기랑 비슷하게 생겼고 움직이는 것도 비슷하다면서..🤔🤔
>>858 ㅋㅋㅋㅋㅋ그렇죠...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죄라... 그런 것도 있고, 다른 이유도 물론 있습니다만... 이건 안물어봤으니까 대답 안해주겠다(??) 일단은 이 활동 자체에 진심인 건 맞아요! 꽃길...맞지 않을까요...? 꽃이 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요 히히
>>873 사실상 금단의 능력으로 취급받는 능력인데 아무튼 뭐 정말로 죽은 이를 그대로 살려내는 능력자인지라 원작에서도 꽤나 골치 아픈 애랍니다. 요령을 알면 쉽게 이길 수 있지만.. 이 이상 알고 싶다면 원작을 해보시라! 닌텐도 스위치에도 스팀에도 있다!! 건볼트1!! (아. 안 사요)
일단 최소인원은 확보가 되었으니 바로 스토리를 시작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190의 pre-story는 읽는 것을 권장할게요! 사실 pre-story는 스토리 프롤로그 같은 것이기 때문에 올라오면 가급적 읽는 것이 좋아요! 보통 스토리가 있는 주, 수요일에 올리니까 참고해주세요.
레이버와의 전투가 끝나고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언제나처럼 임무 브리핑이 있으니 참여하라는 메시지가 날아왔을 것이다. 각각 각자의 생각을 하고 들어왔을테고 로벨리아는 그들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들어오는 이들에게 인사했다. 다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항상 임무에 나가 있어서 보이지 않던 아스텔도 로벨리아의 옆에 서 있다는 점이었다. 그 외에은 언제나처럼 에스티아가 노트북 앞에 서 있었고 로벨리아가 프레젠테이션 앞에 서 있다는 점이었다.
"일단 저번 임무는 다시 한 번 수고했어. 아마 모두에게 연락은 갔을텐데 일단 저번에 회수한 USB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도록 하지. 에스티아."
이어 에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노트북을 조작했다. 로벨리아의 뒤에 있는 스크린에 해당 문서가 떠 있었고 그 아래에 적당히 요약한 요약본이 있었다. 그 요약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가디언즈 서드 보검 계획.
이전 개량형 보검을 만들때 사용했던 방식을 채용. 세계 각지에서 1000명의 세븐스 아이들을 한 곳에 집결시킨다. 좌표는 X3S7G6N1. 싸우는 방법과 죽이는 방법을 전수. 그렇게 하며 전투력을 최대한 높인 후, 1000명의 아이들에게 동양에서 전해져오는 고독의식에 의거하여 최후의 1인이 남도록 유도한다. 이전에 사용한 인원 300명으로는 샘플이 부족하다고 판단. 그보다 더 늘려 샘플을 만든 후, 초기형 보검을 제공하여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존 욕구와 투쟁심을 자극. 더욱 더 강하고 우수한 샘플이 뿜어내는 세븐스 반응을 보검에 저장하여 그 데이터를 분석. 보검의 힘을 더욱 강화시킨다. 또한 의식의 끝에 남아있는 최후의 1인은 차후 가디언즈의 병력으로 채용한다.
이 계획의 책임자는 섬멸부대 부대장. 그리고 개량형 보검에서 훌륭한 데이터를 제공한 체험자. 글라키에스가 담당한다.
그 줄을 하나하나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다시 한 번 내용을 읽어주던 로벨리아는 한숨을 내쉰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기서 고독 의식이라는 것은 동양에서 비롯된 주술을 의미하는 건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수많은 독을 가진 벌레나 생물을 한 통에 집어넣고 단 한 마리가 살아남을 때까지 내버려두면 그 한 마리는 정말로 막강한 독을 가지게 되고, 그것으로 주독 의식을 치룬다거나 뭐 그런 내용이야. 말 그대로 이 문서의 내용은 아이 1000명을 모아서 그 중 한 명만 살아남게 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을 가디언즈가 주도하고 있다는 거다. 뭐, 놀랍지도 않아. 과거에도 이런게 있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있던 아스텔은 물론이고 에스티아 역시 입을 꾹 다물었다. 특히 아스텔은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혀를 차는 모습을 보였다.
"참고로 말하는데 약 15년 정도 전에도 이런 의식이 있었어. 개량형 보검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였고 그때 사용된 인원이 300명. 그리고 거기에 참가했었던 것이 여기에 있는 아스텔과 에스티아다. ...뭐, 운 좋게 내가 빼오긴 했는데 아무튼 그에 대한 사정은 지금은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지. 정 듣고 싶으면 나중에 임무가 다 끝난 후에 두 사람에게 따로 묻던가 하도록. 물론 이야기해줄지의 여부는 별개긴 한데. 아무튼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의 허락을 받고 이야기하는 거니까 개인 프라이버시니 뭐니 그런 것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도록. 아무튼 일단 이 문서의 내용이나 저 의식에 대해서 질문이 있는 이 있나? 있다면 내가 아는 선에선 대답하도록 하마. 일단 나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는 거니까."
우선 해당 문서. 즉 저 고독 의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이야기를 하며 로벨리아는 모두를 바라봤다. 만약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묻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임무 브리핑에 참여하라는 메세지를 받고 희의실로 가니 왠일로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한 자리에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이번 임무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탈주병으로부터 받았던 그 정보. 글라키에스가 주도한다는 실험. 아니나다를까 스크린에 띄워진 내용은 그 요약본이었고 에스티아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귀기울여 들을 것도 없었다.
고독 의식. 그녀는 이미 아스텔에게 들어서 알고 있기도 했다. 그 때에는 그저 알아두기만 했으나 저 정보를 전달받은 후엔 별도로 조사를 했었다. 동양의 주술 중에서도 지독한 축에 속하는 그 의식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독충들을 모아서 행하지만, 인간을 써서 행한 실례가 없지 않았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극악무도한 규모는 어떤 자료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
레레시아는 태연한 척 턱을 괴고서 아스텔을 잠시 응시했다. 실은 요전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말을 못 꺼냈다. 아무리 과거라고 해도 결코 좋지 않은 과거니까. 혀를 차는 모습에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다가, 임무로 생각을 돌린다. 지금은 이쪽에 집중해야 할 때다. 해서 질문을 하려고 했으나. 나올만한 건 다 나온 듯 하니 다음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어 로벨리아는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해 '글라키에스'라는 단어를 가리켰다. 이어서 들려오는 물음에는 일단 기다리라는 듯이 그녀는 제스쳐를 취했다.
<쥬데카> "임무에 대한 것은 조금 후에 또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아무튼 반항하는 경우라. 글쎄. 적어도 내가 아는 바. 그런 이들 중 살아남은 이는 한 명도 없어. 나도 단편적으로밖에 듣지 못했으니까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한 명이 남아있지 못한 경우는... 적어도 이전 사례에선 한 명이 살아남았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일단 중요한 것은 지금, 단 한 명이 살아남았다는 선례가 있다는 것이라고 로벨리아는 이야기했다.
<선우> "문서의 내용에 따르면 가디언즈를 저렇게 뽑는다고 하지만, 저것만으로 가디언즈를 뽑을리가 없지. 저건 그냥 살아남은 이를 자신의 병력으로 쓰겠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해야 할 거야. 애초에 전부 저렇게 뽑는다면 가디언즈가 모를리가 없지 않겠나."
말의 모순점이 될지도 모르는 점을 콕 집어주면서 로벨리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가디언즈는 저렇게 뽑히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방식이 추가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아는 바로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야."
<공통> "아무튼 에스티아는 물론이고 다른 부대의 병력을 이용해서 특정 포인트를 감시한 결과 열차를 이용해... 정확히는 너희들이 한 번 싸운 적이 있는 블러디 레드와 같은 모델의 열차를 이용해 아이들을 실어나르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어. 참고로 위치는 여기다."
이어 에스티아가 타이밍을 맞춰서 노트북을 조작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제법 큰 크기의 가디언즈 기지의 모습이었다. 철문으로 문이 막혀있고, 마치 요새처럼 쌓여있는 높은 벽 위에는 가디언즈의 병력들이 전방을 감시하고 있었다. 얼핏 봐도 침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보다시피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열차 하나를 탈취해서 그 열차에 탑승하여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저 안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미션을 진행하려고 했다만... 또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이어 또 다시 화면이 넘어갔고 스크린에 떠 있는 것은 푸른색 날개 모양의 엠블렘의 모습이었다. 그 아래에는 [푸른 날개]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 앰블렘을 가리키고 로벨리아는 말을 이었다.
"이건 우리처럼 온건파 레지스탕스인 '푸른 날개'의 엠블렘이다. 일단 우리들과 동맹 및 협력관계에 있고, 너희들이 오기 전 몇번의 임무에서 우릴 지원한 적이 있어. 그런데 최근 이 부대가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있고 사상자가 꽤 나왔다는 모양이야. 그래서 어제 지원 요청이 있었어. 당연하지만 이 레지스탕스 부대가 멸하게 둘 순 없어. 협력관계를 떠나서 우리와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동지야. 즉, 어느 쪽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생각해봤다만 너희들이 행하고 싶은 미션을 골라라. 다수결로 정해서 가장 많은 쪽으로 너희를 투입하고, 아스텔과 에스티아 중 원하는 이가 있다면 데려가도 좋아. 단 한 명 만이야. 너희가 가지 않는 미션은 나와 너희와 가지 않은 이, 그리고 붉은 저항의 레지스탕스 소속의 다른 부대원가 갈 생각이다."
즉, 잘 생각해서 정하라는 이야기였다. 선택지를 그들에게 온전히 제공하면서 로벨리아는 이야기했다.
"각자 향하고 싶은 미션을 이야기하도록. 그리고 아스텔과 에스티아 중에서 필요한 이가 있으면 말하도록. 기권은 없다. 아무거나도 없다."
/분기점이에요.
1.아이들을 구출하러 기지에 잠입한다. 2.푸른 날개를 구출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덧붙여서 서포트 효과를 이야기하자면...
1.아스텔 - 미션 진행에 여러 도움을 준다. (이를테면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던가 병력을 자신쪽으로 유도해서 경비병의 수를 줄여준다던가.) 2.에스티아 - 전투에서 여러 도움을 준다. (베리어를 쳐준다던가, 매턴 회복을 시켜준다던가, 전투에 끼여드는 지원병을 막아준다던가.)
다수결로 정해지는만큼 자신이 원하지 않는 미션과 서포트가 동행한다고 화내고 삐지고 그러면 안돼요. 9시까지! 어차피 어딜 가나 난이도는 비슷하니 편하게. 편하게.
무엇이든 성공한 사례가 있으면 다음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전 실험에서는 몇 인원이 빠졌어도 결국 글라키에스라는 사례가 생겨버렸다. 그런 이상 저 실험이 마냥 허황되었다고 보긴 어렵지. 그래서 결국 구출하는 쪽으로 임무가 주어지나 했으나, 다른 일이 겹쳐있었다. 동맹인 레지스탕스의 구출이라는 일이.
"흠-"
이런저런 얘기 끝에 갈 임무와 동행할 서포터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임무는 역시, 아이들의 구출 쪽일까. 동맹 쪽은 적이 누군지 모르지만 로벨리아가 간다면 전력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서포터를 누구로 하느냐인데.
"나는 아이들 구출 쪽- 서포트는- 아스텔- 일까나."
조금 그런 말이긴 하지만, 실험 대상자였으니 구출 루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투력도 그렇고, 만약의 상황을 생각하면, 음.
대략적인 개요를 전해듣고 나서 그가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은, 상상력이 참 더러우면서도 기발하다는 거다. 아무리 참고자료가 있다 해도 그걸 진짜로 해보겠다는 생각은 웬만하면 안 하지 않나. 이런 편견 없는 실행력만큼은 적들을 본받아야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팔짱 낀 채 몇 번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설마 이번 열차도 저번처럼 존* 변신하고 그 지* 나는 거 아니겠지?"
떨떠름한 표정이 되어서는 이렇게 묻는 걸 보아하니 생각은 이쪽으로 기운 모양이다. 어차피 처음 진행하려던 계획은 이쪽이라고 하니 계획대로 가는 게 나을 테다. 결과적으론 글라키에스 같은 자식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목적이라니 놔둬서 좋을 것도 없고.
로벨리아의 물음에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아스텔은 에델바이스의 절대적인 무력의 소유자이다. 기지에 투입되면 분명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녀는 브리핑을 들은 순간부터 가디언즈에 대한 호기심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독 의식이 진행되는 그 현장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번 임무는 두 가지. 그러나 동시에 둘을 해낼 수는 없다...그도 그럴 것이 네 몸은 하나인걸. 그러나 포기하는 건 아니었으니, 너를 비롯한 특수부대원들 외에 로벨리아가 직접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결정을 하는 데는 심사숙고가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했다. 지금 네 상관인 로벨리아를 믿지 않으면 뭘 믿을 수 있을까.
"아이들을 구출하러 가겠습니다."
둘 다 중요한 사안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저지르는 일은 묵인할 수 없다. 남은 한쪽은 그 쪽으로 향하는 이들이 맡아 잘해주리라 그렇게 믿을 뿐. 그렇지만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가에 이르면 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둘 다 큰 도움이 되겠지...그러나. 두 사람을 악몽 속으로 데려가는 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으니.
"다수결로 봤을 때 아이들을 구출하러 가는 미션에 아스텔을 동행시킬 생각인가? 뭐 좋아. 일단 작전지는 가디언즈의 기지 중 하나인만큼 최대한 조심하도록."
"다들 조심해. ...거기는, 거기는... 정말로 위험하니까. 아스텔도 조심해."
"...알고 있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로벨리아에 통신이 하나 들어왔다. 모두에게도 들릴 수 있도록 스피커로 이어지는 그 통신 내용은 특정 좌표에서 열차를 탈취하는데 성공했다는 다른 부대원의 보고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이미 탈취가 끝이 났기에 그 열차를 타고 바로 철로를 이용해 기지로 잠입하면 되는 모양이었다. 이어 아스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대장. ...너희들도 최대한 준비를 하고서 따라와. 워프 장치를 통해서 이동할 거니까. 아마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릴테니, 열차 안에서 쉬는 것도 좋을거야. ...물론 완전히 경계를 늦추면 안되겠지만."
이어 아스텔은 먼저 출발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서 회의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워프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른 이들도 각자의 준비를 마치고 워프게이트로 들어가면 에스티아가 미리 설정해준 좌표를 이용해 철로 바로 옆 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저번에도 한 번 탑승한 적이 있는 블러디 레드가 있었다. 그 근처에는 붉은 에델바이스 마크를 달고 있는 다른 부대원들이 서 있었다.
"제 0 특수부대원입니까? 이번 임무. 상당히 위험할테니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열차 안에 탑승한 후,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자유였다. 특별히 문제가 될법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아스텔에게 아직 묻지 못한 것이 있다면 물어봐도 좋을테고 혹은 그냥 조용히 쉬는 것도 답일 것이다. 이내 모두가 탑승하면 열차는 출발했을 것이다.
에델바이스의 다른 대원들이 해주는 배웅을 받으며 올라탄 기차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너는 아스텔을 발견하곤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여러가지 묻는 걸 보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와 이야기할 시간은 지금 말고도 있을 테니까. 지금은 조금 쉬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너는 잠시 눈을 붙였다.
지난날 그렇게나 요란하게 싸웠던 탓인지 열차의 관한 기억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남아 있다. 눈앞에 선 빨간 차체는 그때와 꼭 같은 모습이라 왠지 기분이 나빴지만 쓸데없는 사감은 털어내었다. 떠나기 전이나 지금이나, 극도로 위험하다는 경고를 몇 번이고 들었더라도 상황이 직접 닥치기 전까지는 그 위기감을 실감하기가 어렵다. 태연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상력과 가정의 빈약함 탓이다. 그는 군말 없이 열차 위에 오르려다 잠시 멈칫했다.
"글라… 그 새*랑 부딪쳤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아는 거 있냐? 그 씨* 뭐냐, 습관이나 주로 쓰는 기술, 대략적인 사고방식 같은 거."
정확히는 그 붉은 열차의 또 다른 모델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의 눈엔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유산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크게 넓어진 동공으로 모습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엔은 블러디 레드를 먹었었다.'
이 열차와는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저번엔 그녀가 블러디 레드의 심장(엔진)을 삼켰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포식자로서 어떤 유대감이라도 발동하고 있는 걸지도. 열차에 들어선 그녀는 창가 근처의 자리로 얼른 뛰어가 자리를 잡는다. 자리에 앉는 일 없이 무릎으로 몸을 세워서 창 밖의 흘러가는 풍경들을 바라본다. 세상이란 그녀에겐 생소한 것이다. 그런 그녀가 문득 떠오른듯이 아스텔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스텔. 엔네가 이번에 주의해야 할 행동 지침을 말해다오."
이런들 저런들 지금부터 향하는 곳은 적의 거점이다. 단순하게 우르르 들어가서 다 같이 엎어버리는 임무가 되긴 어려울테니, 수월한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미리 아스텔의 판단을 들어두는게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한 것 일테다.
<츄이, 선우, 엔> 세 사람의 공통적인 질문. 행동 방침이나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아스텔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고민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이내 그는 세 사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상황은 실제 작전지로 들어가봐야 알 수 있지만 일단 기지를 점령하려고 하지 말 것. 그리고 단독 행동으로 적에게 돌진하지 말 것. 그리고 가능하면 살아남을 것. 그리고 필시 열차에서 아이들을 끌어내기 위해서 열차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있을 거야. 그 녀석들이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전에 빠르고 신속하게, 그리고 조용히 제압하거나 처치해서 우선 안으로 제대로 잠입하는 것이 중요해. 아마도 끌려온 아이들이 있는 곳은 지하 시설일테니까 가급적 조용히 지하로 향하는 계단으로 내려가야 해. 그 후 상황은 그 안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일단 구조가 그대로라고 가정한다면 지하 1층으로 내려간 후, 정면 복도의 가장 끝 방을 열면 아이들을 가둬놓는 방이 있는 공간과 아이들에게 싸우는 법과 죽이는 법을 교육시키는 교육실. 그리고 그 교육을 기반으로 실제로 서로 죽이게 하는 전투장이 있어. ...그리고 전투장 옆에는.. 죽은 시체를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기도 있지."
"아무튼 간단하게 말하자면 최대한 시끄럽게 움직이지 마라는 이야기야."
최대한 조용히 지하로 잠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답을 마쳤다.
<승우> "...최대한 근접하지 마. 잘못 근접하면 오히려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정말로 중요한 사항인지 아스텔은 승우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뒤이어 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승우에게 말을 하나 더 전했다.
"혹시나 전투가 벌어지면 최대한 후퇴하는 것을 생각하고, 하늘에 뭔가 떠오르면 절대로 그곳을 보지 마. 절대로."
<레레시아> 레레시아의 말에 아스텔은 잠시 레레시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침묵을 지켰다. 이어 그녀의 말에 조용히 대꾸하듯 입을 열었다.
"...이쪽의 이야기야. ...다른 이들도 그렇지만 너도 무리는 하지 마."
만약 후퇴해야 할 상황이면 망설이지 말고 후퇴하라고 이야기를 마치며 아스텔은 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공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열차 너머로 스크린으로 보였던 그 기지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철로를 통해 질주하는 열차를 확인했는지 그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드륵 열렸고 열차가 안으로 들어서자 다시 문이 닫혔다. 이내 열차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철로를 통해 기지 안으로 들어섰다. 창가로 보면 또 다른 블러디 레드 형 열차가 상당히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열차를 이용해서 아이들을 이송한 모양이었다. 자연히 누군가는 첫 임무때 구출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아무튼 1층 기지 안으로 들어서자 상당히 고요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바깥 쪽을 경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한편, 아이들을 밖으로 끄집어낼 생각이었는지 가디언즈 병력 총 9명이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아스텔은 쉿 소리를 냈고 이내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가장 앞으로 다가오는 이를 향해 바람을 일으켜 빠르게 돌진했고, 그가 가지고 있던 무전기를 단번에 뺏은 후에 박살냈다.
즉 저들에게 있어서 당장 무전을 해서 추가 병력을 부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였다.
"뭐, 뭐냐?! 너희들은?!"
/만약 아스텔이 오지 않았으면 무전기도 고려해서 움직여야 했지만 아스텔을 골랐기에 아스텔이 무전기를 알아서 박살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포트에 따라서 전개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있어요.
잠깐의 휴식 이후 스크린으로 보았던 기지의 모습이 열차의 창문 너머로 보이고 있었다. 기차를 맞이하기 위해 열리는 철문과 그 안에 보이는 또 다른 열차들의 모습. 그리고 열차 안으로 들어오려는 가디언즈의 병력들... 다음 순간 박살난 무전기와 기습에 놀란 듯한 가디얹의 모습, 너는 기차를 박차고 튀어나가 가장 먼저 마주친 가디언즈의 입에 천을 쑤셔넣어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쉿."
소리 내지 마. 작게 속삭이듯 입을 움직인 너는 곧바로 몸을 틀어 발 뒤축으로 가디언즈의 턱을 노렸다. 정타라면 그대로 기절할 가능성이 높겠지. 그 뒤에는 넘어지려는 가디언즈의 몸뚱이를 붙잡아 쓰러지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으리라.
아스텔의 대꾸에 레레시아는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후퇴해야 할 상황이라- 그래야 한다면 과연 제때에 물러날 수 있을까. 만약 글라키에스와 교전 중일 때 후퇴를 해야 한다면. 모르겠다. 아직 그녀는 칼을 뽑을 줄만 알고 갈무리 하는 법은 몰랐으니.
시간이 얼마인가 지나자, 열차 밖 풍경이 바뀌고 어느 시설의 내부로 들어온 듯 했다. 딱 봐도 기지인 듯한 모습이 여기인가 싶다. 앞서 들었던 주의사항을 되새기며 긴장의 끈을 살며시 당기고 있으니, 열차의 문이 열리고 가디언즈의 병력이 들어온다. 인원은 대략 9명. 아스텔의 빠른 선제공격으로 무전기가 부서지는 걸 보자마자 그녀도 앞으로 나서 길게 뽑은 독액을 휘둘렀다. 강한 수면효과와 심정지를 유발하는 성분을 섞은 독이었다.
아스텔의 충고는 잘 새겨들었다. 함부로 다가갔다간 어떻게 될지 뻔하고, 두 번째는……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혹여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확실히 기억해 둘 필요는 있겠다.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흘러가던 풍경이 점차 느려지고, 어느덧 차창은 일렬로 선 열차들의 종착점을 비추고 있다. 그 이후의 일은 아직까지는 설명대로다. 앞으로도 순조롭게 끝날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는 적이 당황한 틈을 타 빠르게 자리를 박찼다. 앞으로 내민 손 위로 일부분의 무장이 둘러지고, 그와 동시에 손 안에 소리 없는 붉은 열기가 끓어올랐다. 달아오른 손으로 정면에 선 적의 얼굴을 붙잡아 찍어누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