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에게 다가은 꼰대인건지 마인드가 이상한 건지 모를 경찰관이, 하라는 인적사항 확인은 안 하고 꼰대소리나 늘어놓기 시작하자...멀리서 빈센트를 보며 해맑게 손을 흔들던 강산의 표정이 잠깐 굳는다, 아뿔싸.
"경위님, 너무 그러지 마시라요. 저 형님은 제 급우이신데 형님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신 모양입니ㄷ..."
그래도 강산은 서글서글한 미소를 띄며 꼰대 경찰관을 말리기 위해 다가가며 말하지만...그 사람이 도리어 영 아니꼽다는 기색을 드러내며 턱짓해보이자, 표정이 다시 싹 굳어 정색해서는 꼰대 경찰관에게 머리를 들이민다.
"아저씨, 적당히 하시라니까요. 신고자 대하는 태도가 너무하시지 않습네까? 아니 형님이 오늘 망념 좀 쌓여서 피곤하셨을 수도 있죠. 민원 무서운 줄 모르시요? 어디 명가의 가주 아들래미가 직접 민원 넣으면 그건 좀 무서우시갔소? 엉?"
그러고는 경찰관을 노려보다 못해 눈을 희번뜩하게 뜨며 '심기 불편한 명갓집 망나니 자제' 티를 팍팍 낸다. 평소의 그가 보이기에는 다소 과장된 언행이긴 했지만 실제로 심기가 불편한 건 맞았으니까. 그리고 그가 보기에 선은 상대 측에서 먼저 넘었다! 아무튼 그러자 강산의 신원을 먼저 확인했던 다른 경찰관이 놀라 다가와서는 "얼른 사과드려!"라며 경찰관을 타이른다. 그들은 빈센트를 더 귀찮게 하는 일 없이 조사를 순식간에 끝내고 곧 도둑을 연행해가서 사라진다.
강산이 뭐라고 말하며 경찰과 싸우고 있었지만, 빈센트는 귀를 막은지 오래였다. 넌 짖어라. 난 막으니까. 빈센트는 막힌 고막 너머에는 신경쓰지 않은 채, 그들이 떠들도록 두었다. 최근에는 너무 시끄러웠고, 빈센트는 꽥꽥대는 인간들 사이에서 휴식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던 빈센트는 한숨을 쉬고, 경찰들이 떠나자 그제서야 조심스레 귀를 뗐다. 그리고 강산에게 말했다.
"쓰레기 잡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시끄럽기만 한 놈들을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센트는 강산이 정확히 뭘 말했는지는 몰랐지만 대충은 알았다. 처음은 빈센트를 옹호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경찰이 말을 안 듣자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라고 말해서 경찰들을 쫓아냈지.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강산을 바라보았다.저 사람은 면책권이 있을까?
강산은 가만히 빈센트의 말을 들었다. 의아한 기색이 잠시 얼굴에 떠올랐으나, 뒤이은 말을 듣고 그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빈센트의 마도 실력과 성향이라면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그는 불을 좋아했으니까. 그런데도 그는 그저 상황을 거의 방관하기를 택했다, 평소의 그와는 다르게. 곧 그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UHN에서요? 왜요? 아무튼 그래서...몸을 사리고 계셨던 거군요. 음...그러시길 잘 하신 것 같다고는 생각합니다만. 방금 말씀하신 대로 하셨다면, 그 말씀대로 잘못된 대응...과잉 진압이 되었을테니까요."
결과적으로는 빈센트가 크게 개입하지 않은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강산은 빈센트가 조금 기운없어 보인다는 감상을 받았었다.
"아무래도 그러려나요. 방금의 일은 순전히 제 호의로 사건에 개입한 거니까."
어쨌든 강산은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 그 가방 주인이 그럴 사람 같진 않아보였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최소한 우승이라도 하던지, 아니면 사자왕이라도 이기던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훌륭은 했어야지. 그들이 했던 말을 우스꽝스럽게 따라한 빈센트는, 우스꽝스러운 웃음을 지우고 범죄자에게도 짓지 않던 심각한 표정으로 강산을 바라보았다. 이제, 빈센트가 당한 다른 일도 이야기할 차례였다.
"물론... 이 정도였다면 제가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람이야 안 죽이면 그만이고, 범죄자야 안 죽이고 안 잡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베로니카를 감금했습니다."
빈센트는 이를 악문다.
"저에게 있어 가장 약한 고리라는 걸 아는 거죠. 마치... 어린아이에게서 장난감을 뺏고 돌려받고 싶으면 공부하라는 부모처럼요." //11 앗 강산주 안녕히 주무세여
>>229-232 빈센트 쪽은 베로니카도 UHN이 쥐고 있으니까 좋든 싫든 UHN 쪽으로 많이 엮이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이 부분은 역시 캡틴 말씀대로 준혁이가 개인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고 기본적으로 빈센트 측에서 직접 서사를 쌓아나가야 할 것 같고... 장기적으로는 여명 길드의 전반적인 내실을 다져놓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다보면 나중에 자연히 더 엮이게 되지 않을까요? 개인은 대응이 어렵지만 길드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들도 생길 것 같고요. 빈센트의 큰 목표들 중 하나도 (베로니카 관련해서) 대형 빌런 집단인 프리핸드에 복수하는 건데 이것도 아마 빈센트 혼자서는 힘들테니까...
>>233 내부 결속을 다지고 나면 외교에 힘쓰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당.
>>239 '불법사' 키워드는 아직 완전히 죽은 건 아니라고 생각함다....! 칭호도 불꽃이랑 관련이 있잖아영.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