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누가 그랬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패배는 패배, 볼썽사나워도 승리는 승리인 것이다. 그래, 레이버의 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진실은 상대적이고 세간: 비세븐스가 저항군은 보는 시선은 말 안해도 잘 안다. 그가 보는 세상의 진실도 대중이 보는 것과 다르다. 상대적으로, 그는 틀린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요전에 상기되었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시점에서 속한 사회는 그런 그와 비슷한 뜻으로 저항하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이 시점으로 보면 그의 뜻은 진실되었다. 그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선 자신의 주위를 배회하던 물감에 능력을 더욱 가한다. 물감은 거세게 일렁이고 있다.
물줄기 하나는 에스티아가 펼친 베리어에 의해 막히지만, 그걸로 베리어는 제 역할을 다한 걸까. 빗방울만이 튕겨져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직접 움직여 회피해야 하는 것인가?
2타의 레이저는 회피나 방어를 하지 않는다. 능력을 쓰려면 기력이 필요하고, 쓸데없이 움직이면 능력의 위력이 떨어질 것이니. 허공에 띄웠었던 물감은 고요하게 아까의 얇게 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어느샌가 기체가 되어 레이버 쪽으로 흩어진다. 흩어지는 속도와 그 범위는 가히 인위적이다. 암막을 위해 흩뿌린 것일까, 기체는 진한 푸른색을 띄고 있다. 물감 특유의 독한 내음이 옅게 펴지며, 그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진다.
그는 3타의 레이저가 날아오는 것을 보면 몸을 틀어 회피하며 반격을 시도한다. .dice 1 2. = 2 반격을 하고자 하면 일렁이던 파동의 중앙에선 구체 하나가 뜯겨져 나가, 레이버에게로 쏘아올려진다. 목표는 관자놀이.
레이버에게 조금 공격을 시도했으나 느껴지는 건 물줄기의 물 맛 뿐. 그러나 방어를 이번 공격으로 벗겨냈다고 생각하면 나쁜 수확은 아니었다. 이어서 물줄기가 탄환이 되어 광선처럼 날아온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몸을 기민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떨어트려냈다. 그러나 접근도 멈추지 않는다.
"엔, 서걱서걱이 되어라."
그녀는 마지막 물줄기를 피함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고기에 보검의 파츠인 블레이드를 융합시킨다. 그러자 그녀의 팔에는 일체 된 넓고 날카로운 칼날을 모습이 드러냈다. 몸을 핑글 회전시키면서 원심력으로 실어 그대로 레이버의 신체를 향해 내려친다.
테러리스트가 어쩌니 해도 반박하거나 도발하며 따질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어차피 그는 정의나 명분 같은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지금은 한가롭게 공론이나 할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팔의 외장이 갈라지며 짤막한 총열 여러 대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주변의 물줄기를 향해 탄환이 마구 쏘아져 방발했다. 산탄에 가깝도록 아무렇게나 비산한 총탄들은 곧 거센 폭발을 일으키며 물줄기의 흐름을 흩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쏟아지는 공세를 무효화하기엔 역부족이다. 몰아치는 물줄기의 힘에 휩쓸려 바닥을 구르다 간신히 몸을 피해 중심을 잡는다. 틈이 생김과 동시, 그는 곧바로 거대한 물기둥의 중심을 조준하여 격발했다. 레이버의 가슴 한가운데를 노리고 날아간 총탄은 목표물의 지척에 다가간 순간 터져 나갈 테다.
"정의? 누구를 위한 정의지? 정의는 언제나 상대적이야- 방사능 먹은 물고기야. 절대적인 정의는 없어."
레레시아는 레이버가 쏘아낸 물줄기를 피해냈다. 한 번은 맞을 뻔 했으나 에스티아가 펼쳐준 방어막 덕분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 썩어도 물고기라고 독액 그 자체는 듣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돌진시켰던 독액을 거둬 형태를 갖추었다. 물로써 질식시킬 수 없다면 때려잡을 뿐이다.
독액을 긴 채찍으로 만들어내 레이버의 몸통을 노린다. 저 거만한 몸뚱이를 지상으로 먼저 끌어내려주기 위해.
떨어지는 빗방울조차도 위험하다. 마치 바늘처럼 온 몸을 찌르고 꿰뚫을 기세로 떨어지는 빗방울. 다행스럽게도 몇몇 동료들의 세븐스와, 이어진 에스티아의 드론이 펼친 베리어에 더 이상 따끔거리는 빗방울에는 신경을 그렇게까지 쏟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어진 공격들로 물줄기를 벗겨내는 것도, 나름 선방한 거라고 볼 수 있겠지. 문제는 그 다음인데... 레이버는 삼지창을 들어올려 돌리기 시작했고, 당연한 수순인 양 물줄기가 작게 갈라지더니 총탄, 아니 그 이상의 속력으로 발사되고 있었다. 꿰뚫리면 아플 거라는 말에 반응하는 것보다는 지금 눈 앞으로 날아오는 물줄기를 피해야 했다. 몸을 바짝 낮춰 한 번, 코 앞에서 자기장에 부딪혀 분산된 물줄기 하나. 두 번은 막아주지 못하겠지. 너는 바로 몸을 놀려 계속해서 너를 노리는 물줄기를 피해 발을 놀렸다.
"당신이 그 아픔을 압니까? 놀라울 따름이군요."
꿰뚫어 보기만 한 게 아니었나? 대체 누구한테 꿰뚫려 봤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너는 물줄기의 틈을 노려 레이버에게 뛰어들어 몸통을 톤파로 가격하려고 했다.
한 번은 막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말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스마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최근들어 부쩍 말이 많았던 이스마엘인데, 이번 전투에서는 기이하게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말을 하고싶어도 이후의 상황이 되레 기를 빨아먹을 것을 안다. 충돌을 피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고 각자의 사정이 있다. 아마 저 사람도 가장 나은 선택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사실을 아는데, 아는데…….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정의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라."
같은 인간임에도 격을 나눈 자가 잘못한 것이노라 생각했다.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그대로 공격을 피하려 했다. 비록 공격을 맞을지언정. 그 끝으로는-
아마데우스는 창을 휘둘러서 레이버의 목을 노리려고 했다. 분명히 명중하긴 했고 그에 따른 데미지는 확실하게 들어갔지만 당연히도 레이버의 몸은 장갑으로 덮여있었기에 목을 꿰뚫는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허나 제대로 타격은 들어갔는지, 본능적으로 살짝 긴장을 했는지 레이버는 몸을 움찔했다. 그 때문에 다른 이들의 공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유루의 구체가 레이버의 관자놀이에 명중했고 선우의 소총 공격이 레이버의 쇄골 부위에 명중했다. 그러는 와중 레레시아의 채찍이 레이버의 몸통을 내리쳤고 쥬데카의 톤파가 레이버의 몸통을 제대로 가격했다. 어디 그 뿐일까. 엔의 블레이드가 레이버의 몸통을 내리쳤고, 이스마엘의 염력이 레이버의 몸통을 억눌렀고 승우의 총탄이 물줄기에 닿아 폭발했고 그 때문에 레이버가 생성한 물줄기는 산산조각 났고 레이버의 몸 역시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추락하는듯 했다. 허나 이내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들이 다시 뭉쳐 새로운 물줄기를 생성했고 땅에 떨어질듯한 그녀의 몸을 지탱해서 다시 높게 띄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검은 아니라고 해도 보검은 보검이로구나. 이 보검이 없었다면 위험했어. ...평범한 가디언즈 병사라면 죽거나 크게 다쳤을거야. ...인식을 조금 바꿔야겠어. ...아까 그 정도로는 죽지 않겠구나."
적어도 일반적인 적으로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듯이 레이버는 모두를 가만히 바라봤다. 분명히 타격은 들어가긴 했으나 정말로 크게 데미지가 피격되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다른 곳에 약점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의 힘의 차이가 있어서 보검 출력에서 확실하게 막히는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가디언즈에서 정의를 위해서 행동하는 무기. ...노예라고 해도 맞는 말이야. ...그런데 그게 뭐? ...그게 이 세상을 위해서야. 실제로 비능력자들은 우리가 있기에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 ...그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거라면, 그게 곧 정의. 누구를 위한 정의냐고? 이 세상을 위한 정의. ...실제로 세상은 평화롭게 바뀌었어. 절대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평화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정의. ...그것을 부정하는 자는 인류의 적."
"...가디언즈는 인류의 적을 용서하지 않아."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 실렸고 이내 레이버는 물줄기 속으로 들어간 후에 인어가 헤엄을 치듯이 빠르게 위로 솟구쳤고 정말로 높게, 상당히 높게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삼지창을 물줄기 속으로 던졌고 빗방울은 그 물줄기를 향해 계속 모이고 있었고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들어오렴. 물 속으로."
이내 그 삼지창은 물줄기를 반으로 갈랐고, 제 0 특수부대를 향해 해일처럼, 정말로 거대하고 거대한 크기로 밀려왔다. 확실한 것은 저기에 휘말려서 좋을 것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메가 웨이브 - 데미지는 없으나 흽쓸리게 될 경우 다음 1턴 동안 물 속에 잠겨 행동(회피+방어+공격) 불가. 이 공격은 방어가 불가하다. 단 회피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날리고 흽쓸리는 것은 가능. 어쨌든 방어는 불가능하고 회피는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