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노려보는 듯한, 그러나 정확히 어느 방향일지는 알 수 없는... 마치 온 몸을 찌르는 듯한 감각에 너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천천히 숲 속을 나아갔다. 그런 감각과는 별개로 접선하기로 한 장소까지는 무난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만... 어째 계속해서 누군가가 노리고 있다는 감각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이미 노출된 건가?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호수 근처의 텐트에서 빠져나오는 에델바이스의 제복을 입은 사내, 아마 이 사내가 가디언즈의 배반자를 데리고 있는 사람...이려나. 그 직후 들려온 질문. 너는 상대방의 모습을 한번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희는 에델바이스 내의 다른 인원의 처분에 대한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받은 적이 없습니다. 굳이 저희들에게 묻는 이유는 뭡니까? 그리고... 이 장소, 안전한 게 맞습니까?"
완곡하게, 최소한 아스텔을 처분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최대 처단되지 않았다. 로 해석될 만한 답을 내놓으며 너는 빠르게 주변을 살피듯 눈을 굴렸다. 그 와중에 다른 동료들이 언제든 공격을 개시하려는 듯한 태세(심지어는 상대의 목에 무기를 겨누기까지)를 취하자 이걸 어쩌나, 하고 잠시 고민했다. 생각해 보면 아는 것이라곤 은밀부대에 속한 이가 이 장소에 있다는 것 뿐, 너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레시와, 웬 뱀 한 마리가 텐트 쪽으로 향하는 걸 보다가 조금 초조해진 듯 입을 열었다.
"여긴 너무 탁 트여있습니다, 호수 옆이라니... 주둔지로는 쓸만할 지 모르지만 은신처로는 너무 안 좋아요, 혼자십니까? 병사는, 지금 필요한 건 짧고 확실한 정보 전달입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보시다시피... 다들 인내심이 바닥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을 제지하기에는, 네가 조금 소극적이었다. 그럴 만한 권한도 없고. 그저 상대가 얼른 상황을 파악하고 대답해주길 기다릴 뿐. 너는 진심을 담듯 눈으로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선우와 승우의 통신에 로벨리아가 이내 대답했다. 즉. 저 사내는 은밀부대원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였다. 한편 레레시아와 마리는 텐트 안을 확인했으나 특별한 것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텐트는 작전에 사용하는 것아라기보다는 그야말로 휴식을 위한 텐트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작전에 사용되는 텐트는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여기서 통신이 잡혔다면 필시 위치는 여기지 않겠는가. 허나 적어도 근처에 사람은 없었다.
개중에는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애매모하게 대답하기도 하며, 하다 못해 자신의 목에 낫까지 겨누고 있는 모습에 사내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두 손을 높게 들었다.
"그런가. 당신들인가. 온다는 사람들이.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들이 접견하려는 이는 아니야. 그 자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 숲 안으로 들어갔어. 가디언즈가 있다면 자신이 일단 시간을 끌어보겠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받아서. 일단 누군가가 접견을 오면 그렇게 말을 하면 될 거라고 하더군. 만약 당신들이 가디언즈 병사라고 한다면... 나는 나대로 여기서 도망칠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아무튼 이렇게 접견해서 다행이야. 자. 이걸 받아둬! 당신들의 대장이건 뭐건 상관없어! 난 이걸 확인하고 더 이상 가디언즈에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당신들도 보고 잘 이용해둬."
이어 사내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USB를 꺼낸 후에 그것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어 에스티아가 조종하는 드론이 그것을 스캔하듯 가볍게 빔으로 투여했다. 이내 드론 내에서 뭔가 분석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고 곧 에스티아의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어왔다.
-바이러스나 위치 추적기, 악성코드 파일은 없어. 정말로 순수하게 문서파일이 하나 들어있어. 다만 암호화가 되어있어서 여기서 푸는 것은 불가능해. 그러니까 회수해. 남은 것은 내가 확인할테니까.
"...아무튼 나는 이걸 넘기고 바로 도망칠게. 미안하지만... 여기는 솔직히 엄청 위험하거든."
어서 USB를 가져가라는 듯, 사내는 살며시 손을 흔들었다. 일단 말을 정리해보자면 은밀 부대원은 확실하게 이 USB를 모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을 끌기 위해 단신으로 가디언즈가 있는 방향으로 향한 모양이었다.
여기서 밝히는 이야기지만 만약 아스텔의 처단에 동조를 한다고 한다면 그 즉시 은밀부대원이 내민 가스 방출과 함께 병사는 퇴각해버리기 때문에.. USB를 얻기 위해서 또 고생을 하거나 혹은 미션 실패 처리가 되거나... 뭐 그런 것도 있어요. 그냥 은밀부대원이 가르쳐준 함정 물음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수면가스이기 때문에 전원 강제 취침 모드가 되버린다는 뭐 그런 이야기.
일단 아스텔은 로벨리아의 오른팔로 알려진 존재니까요.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동조했다고 한다면 이놈들은 내가 접견하려는 이가 아니야. 도망쳐야해! 느낌으로 펑! 하는 느낌이라는 뭐 그런 이야기. 일종의 함정 물음이었어요.
남자의 정체는 에델바이스가 아닌 가디언즈 측의 배신자였다.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말을 들은 그녀가 수긍하며 USB를 받아들었다.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은밀부대는 은밀부대대로 알아서 한다고 했다. 그럼 이걸로 완수인걸까. 일단 그녀는 지휘권을 가지고있는 로벨리아에게 통신하기로 했다.
텐트 안은 아무런 장비도 없었다. 그냥 쉬면 딱 좋을 거 같은 텐트였다. 하지만 상황적으로 이런 텐트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무슨 전개인가 싶어 검은 머리의 사내를 돌아보자, 그가 말하는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한 명이 미끼가 되기 위해 숲에 들어갔다라.
"있지- 그는 어디로 들어갔어-?"
레레시아는 탈주한 가디언즈 병사에게 물었다. 원래 있어야 할 은밀부대원이 어느 쪽으로 갔느냐고. 대답을 들었건 아니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가디언즈가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 슬렁슬렁 걸어서 숲 쪽으로 향한다.
'그럼 넌 누구지?' 라는 물음이 혀 끝까지 굴러나왔지만 이내 삼켜진다. USB에 들어있는 파일이 문서파일인걸 들으면 전해들었던 전 가디언즈 병사가 맞는것만 같다. 이것도 에스티아가 전해준 드론이 해킹이라던가 당했었다면 가짜 정보일수도 있고. 그럴리는 없겠다만, 만약이란게 있지 않은가. 좋게 쳐도 사내는 그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찾는 이가 아니라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갔을 뿐.
그는 사내를 가만 노려보듯이 응시하다가 미간에 힘을 푼다. USB를 받은 대원이 있다면 그걸 본부에 전하는 것은 그 대원의 일이겠지. 그는 누군가가 USB를 받으면 은밀부대원이 있었다는 장소로 향할 것이다.
간부급 두명이 있다는게 사실이라면 그 대원은 이미 죽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런 함정이 있을 거라 생각되어도, 그는 대원이 향했을 방향으로 간다. 즉흥적인 호기심 해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에 대한 갈구인지는 그도 모르겠다마는.
너는 사내의 반응에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금방 정신을 차리고 그가 내미는 USB를 에스티아의 드론이 가볍게 스캔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결과는 아무런 바이러스도, 추적기도 없는, 문서만이 담긴 USB. USB를 넘기고 바로 도망치겠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손에 있는 USB를 받아들고 가만히 내려다보던 너는, 그가 이야기했던, 은밀 부대원이 교란을 위해 이동했다는 장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직후 마치 날아가듯 이동하는 멜피의 모습까지 시선에 담았으니.
"잠...!"
벌써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그녀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던 너는 에스티아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에스티아, USB는 확보했습니다. 지금 당장 귀환 가능합니까?"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상대는 가디언즈의 간부, 그 로벨리아가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라고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직접 굉장히 위험한 작전이라고까지 한 상황에,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을까? 물론 지금 당장 시간을 끌기 위해 사지로 뛰어들어간 동료가 있긴 하지만.
"아니면 드론만이라도 귀환할 수는 없겠습니까? 지원은... 아마 저희들의 위치는 파악되고 있겠죠, 그렇다면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벌써 교전을 각오하기라도 했는지 뛰어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너는 초조하게 답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