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20093> [1:1/다크 판타지] ℕ𝕀𝔾ℍ𝕋ℝ𝕀𝕊𝕀ℕ𝔾 - #1 :: 527

◆POCYqa2/e6

2022-09-20 01:45:16 - 2022-10-28 20:25:13

0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1:45:16


“𝙰𝚝 𝚗𝚒𝚐𝚑𝚝 𝚠𝚎 𝚊𝚛𝚎 𝚊𝚕𝚕 𝚜𝚝𝚛𝚊𝚗𝚐𝚎𝚛𝚜, 𝚎𝚟𝚎𝚗 𝚝𝚘 𝚘𝚞𝚛𝚜𝚎𝚕𝚟𝚎𝚜.” ─ᴀʟᴇxᴀɴᴅᴇʀ ᴍᴄᴄᴀʟʟ sᴍɪᴛʜ


Notion 링크 → https://sphenoid-jumper-db7.notion.site/00fd4aa29a6b4273a104da7558c16a8f

461 엘레나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20:21:01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도... 저는 그 물음에 잠시 시야를 넓혀서 주위를 살핍니다. 거기엔 사람은 물론이고 마을도, 여관도, 식당도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이곳은 사람의 손에 의해 개척 된 곳이 아닌 그야말로 험한 산맥이니까요. 있는 것은 저를 물어뜯으려는 야수밖에는 없겠죠.

"―저기, 이네스."

저는 웬만해서는 부탁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알아요, 벌써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아온 사람이 말하기에는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쯤은요. 하지만 제게는 더 중요한 사명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녀를 불러 세우고 이렇게 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염치 없는 부탁입니다만, 하루 묵어도 되겠습니까?"

462 엘레나주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20:25:04

일상파트는 말 그대로 진행이랑은 거의 관련 없는 일상느낌!! 캡틴도 돌려보고 싶은 nmpc같은 캐릭터 있을거자나? :3 그런 캐릭터들로 엘레나랑 일상 주고받으면서 교류한다는 느낌일까~~
진행이랑 분리 되어서 신경 쓸 필요 없고 원하는 시점이나 공간으로 진행을 재개할 수 있는게 장점~~~~ 이라고 생각한다!!

463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20:54:59

음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그럼 다음에 시험삼아 해보는 걸로 할까! 다만 나는 일상을 재미없게 돌리는 참치라 걱정되네 ㅋㅋㅋㅋㅋㅠ 사실 각 잡고 제대로 돌리려고 만든 NPC도 별로 없기도 하고? 그래도 괜찮다면야!

464 엘레나주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21:24:16

일상은 캡틴이 선호하지 않는다면 딱히 안 해도 괜찮아~~~ ㅋㅋㅋㅋㅋ 그냥 왠지 캡틴도 그러고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아서 제안해본거니까 :3

465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21:29:16

선호하지 않는다기보단 엘레나주가 괜찮을까 싶어서 ㅋㅋㅋㅋㅋㅋ() 일상파트라는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해! 일상 돌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466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21:30:26

엘레나의 말에 이네스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당황한 기색도, 긍정도 없습니다. 그러더니 그녀가 말없이 몸을 돌립니다. 역시 무리한 부탁이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따라와."

의외의 대답이 들려옵니다. 친절한 태도는 아닐지라도요. 그녀가 이리도 엘레나를 쉽게 믿어버리는 이유는, 역시 동질감 때문일까요.

"딱 하루만이야."

그 말만을 하고서 이네스는 먼저 비탈길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합니다.

467 엘레나 (meGDeIjCuU)

2022-10-14 (불탄다..!) 16:51:30

"...고맙습니다."

당시 그녀가 호의를 보여주지 않았으면 저는 곤란해졌을거예요. 당연히 감사의 뜻을 전하며 먼저 내려가는 이네스를 따라갑니다.

"저도 그 이상 신세 질 생각은 없으니 염려마세요."

이곳에는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요. 언제까지고 그녀의 집에서 지낼 수는 없겠죠. 그러기로 한 약속입니다.

468 엘레나주 (meGDeIjCuU)

2022-10-14 (불탄다..!) 16:52:19

너무 짧나....?! 요즘 지문을 조금 줄여보려고 해서 과감히 쳐봤는데 괜찮은가 싶다 :3

469 ◆POCYqa2/e6 (nwQMGpn1/c)

2022-10-14 (불탄다..!) 17:51:51

"꽤 오래 걸어야 해."

이네스는 그렇게 당부하며 걸음을 옮깁니다. 오솔길 하나 나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산길입니다. "원래라면 전송 마법이라도 사용했겠지만." 그녀가 중얼입니다.
갱도가 있던 곳에서 조금 내려오자 온통 높게 자란 나무들만 보입니다. 둘은 한참동안 눈 덮인 숲을 걸어내려갑니다. 경사는 그리 가파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추운 바람이 시시때때로 불어옵니다.
어느정도 이동하자 탁 트인 바위 언덕이 나타납니다. 도중에 야수 무리가 보여서 먼 길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내 눈 앞에 완만한 산봉우리가 드러납니다. 산봉우리의 정상에,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성이 있었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성채입니다.

"저기가 우리 집이야."

이네스가 성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가까이서 본 성의 모습은 더욱 참혹했습니다. 성벽은 반파되어 다 무너져가는 중이었습니다. 마모된 벽돌에 이끼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습니다. 그래도, 성곽 안에 세워진 탑은 그나마 멀쩡했습니다. 이네스가 거주하는 곳이 아마도 저 탑일 겁니다.
그녀는 성큼성큼 성벽 안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부서진 나무기둥과 돌더미를 지나쳐 탑으로 다가갑니다. 곧 이네스가 탑의 낡은 나무 문을 열어젖힙니다. 탑 내부에서 따뜻한 공기가 훅 끼쳐옵니다.

470 ◆POCYqa2/e6 (nwQMGpn1/c)

2022-10-14 (불탄다..!) 17:52:34

짧아도 괜찮아~ 엘레나주가 편한대로 하면 되는걸~

471 엘레나 (meGDeIjCuU)

2022-10-14 (불탄다..!) 23:10:33

가는 동안은 상당히 고행길이었습니다. 이네스가 하는 말로 미루어보아서는 아무래도 그 '집'에 가기까지는 평소 일반적인 경로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마법을 이용하고 있었던 거겠죠. 길을 걷는 동안에는 발자국 하나 나지않은 눈 밭위를 거닐고 도중에는 야수의 무리를 보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다른 그녀의 집 말입니다만...

"집치고는 상당히 거창하지 않나요."

작은 오두막 정도를 생각하고 있던 저였기에 상당히 놀라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성은 아니었어요. 이곳저곳이 허물어져서 거의 반쯤은 무너지다시피 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성은 성. 어쩌면 그녀는 몰락 귀족같은 신분이었을까요. 례프 산맥에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걸까요?

"실례합니다."

그녀를 따라 문 안으로 조심히 발을 들입니다. 바깥과는 전혀 딴판인 따뜻한 공기가 얼굴에 불어옵니다. 거기에 코 끝을 스치는 은은한 나무향. 그래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곳은 확실히 사람이 사는 곳이었던 겁니다.

472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0:23:16

"그냥 버려진 성채를 점거한 것 뿐이야."

이네스는 그렇게 대꾸합니다. 엘레나의 생각처럼 대단한 이유는 아닌 모양입니다.
엘레나는 먼저 탑 안으로 들어섭니다. 제일 먼저 벽난로에 때워진 불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던 걸까요. 아마 마법일지도 모르죠. 상당히 아늑한 느낌이 듭니다. 나쁘게 말하면 좁은 거고요.
실내에 비치된 가구는 죄다 낡고 오래된 것들 뿐입니다. 한 쪽에는 간소한 침대가, 그 맞은편에는 넓은 책상이 놓여있는 게 전부였습니다. 책상 위에는 무엇인지 모를 도구들이 잔뜩 늘어져 있습니다.

"좀 누추해도 어쩔 수 없어."

이네스가 뒤따라 들어오며 말합니다.

473 엘레나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01:12:28

"이런 곳에 버려질 성채도 있는건가요?"

저의 흘리듯이 하는 말에 대꾸한 이네스의 대답은 그렇게 대단찮은 것이었지만 제게는 그래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제국의 손도 닿지 않은 례프 산맥에 버려진, 그것도 이정도 규모의 성채가 있다니요.

"누추하긴요. 이정도면 딱 적당한 정도입니다."

오히려 이런 곳에서는 호화로운 대접을 바라는 것이 사치입니다. 저는 그렇게 사치스런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럼 저는 어디에 있으면 좋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던 와중 각종 물건이 널부러진 책상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이건 뭐죠?"

그곳으로 걸어가 잡동사니를 하나 들어올려 살펴봅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완전히 처음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신기했어요.

474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2:18:38

엘레나가 집어든 것은, 검은 돌처럼 생긴 무언가였습니다. 윤기를 머금은 표면이 부드럽게 빛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쾌한 기운도 느껴집니다. 순간 이네스의 표정에 당황이 스쳐지나갑니다.

"아무거나 건들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듯하다가도, 다시금 예의 차분한 태도로 돌아옵니다. "그건 별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어쩐지 대충 둘러대는 듯 석연치 않은 대답입니다.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요?

"어쨌든, 식사라도 하고 싶으면 2층에서 기다리고 있어."

이네스가 그렇게 말하며, 방 한켠의 계단을 가리킵니다. "나는 볼일이 있어서 잠시. 오래 걸리진 않아."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 탑 밖으로 걸어나갑니다.

475 엘레나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02:53:25

이네스의 말에 저는 얼른 물건을 책상 위에 도로 두었어요. 그리고는 헛기침하며 변명하듯 말했죠.

"미안합니다. 처음 보는 물건이 있어서 그만..."

마도구나 마법같은건 제게는 너무나 신기한 것이었으니까요. 저희 땅에서는 마도구 정도를 찾아 보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철없이 행동해버렸군요... 얼굴이 조금 상기 된 것 같아요. 식혀야겠어요. 그나저나 방금 그 기운은 뭐였을까요. 그 구체를 만지는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곧 이네스는 제게 그렇게 당부하고는 방을 떠나버렸습니다. 2층인가요. 한 번 미리 가서 살펴보는 것도 좋겠죠. 저는 그대로 눈에 보이는 계단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476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3:17:40

2층은 주방과 식당을 겸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중앙에는 불이 꺼진 화로가, 그 주변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쌀쌀한 바람이 스며들어옵니다.
화로 위로 조그만 솥 하나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솥 안엔 야채 수프가 담긴 채입니다. 그다지 먹음직스러워보이진 않네요. 둥둥 떠다니는 야채는 흐물흐물하고 국물엔 기름기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솥이 아직 차가웠습니다. 그래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니까요.
일이 벌어진 때는, 이네스가 탑을 나선 뒤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창 밖에서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들려옵니다. 소름끼치는 울음소리입니다. 짐승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야수일까요? 울음소리가 점점 거세집니다. 이는 마치 사냥감을 눈 앞에 둔 야수의 포효와도 같음을, 엘레나는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477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3:26:35

슬슬 자러 가볼게! 좋은 밤 보내!!

478 엘레나주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05:06:06

쓰면서 졸다가 깼당 ㅋㅋㅋ쿠ㅜ 내일 보자 캡틴~~~~

479 엘레나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13:15:17

조용히 주방을 살피고 있는 저의 귓전을 때리는 굉음. 이건 야수의 포효입니다. 이네스가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들려오는터라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그 여자가 야수에게 쉽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무엇보다 이곳은 그녀의 집인걸요.
그래도 등대지기나 되는 몸에 나가보지 않을 수는 없죠. 야수에 의한 사고는 항상 준비되지 않은 불시에 일어나는 법입니다. 저는 빠르게 걸음을 움직여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이네스?!"

손에는 랜턴과 레이피어를 뽑아들고 포효가 울린쪽으로 천천히 접근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주위를 살핍니다.

480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7:26:46

엘레나가 탑 밖으로 나와 이네스를 불러보지만, 대답은 없습니다. 바깥에도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신 성채의 외곽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소리가 바로 그곳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네스와 야수는 저곳에 있는 걸까요? 계단 근처에 놓인 등불이 어렴풋이 주변을 밝힙니다. 야수의 울음소리가 더욱 거세집니다.

481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7:44:50

반응이 없습니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는 건가요? 아니면...
...아니, 괜한 생각은 하지맙시다. 너무 섵부른 판단이에요. 지금도 야수의 포효는 거세지고 있는걸요. 랜턴을 돌려 조금 더 살펴보니 성채 외곽의 계단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등불이 계단의 입구를 밝히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야수의 울음소리도 저곳에서 울려오는 것 같고요. 고민따위 할 필요가 없죠. 저는 바로 움직여서 계단 아래로 내려가봅니다.

"이네스?"

지하실에 들어선 저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482 엘레나주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7:45:39

캡틴 안녕~~ 좋은 저녁~~!

483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8:15:00

엘레나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지하실이 무척 어둡습니다. 희미한 등불만이 이 지하실에 심연이 침범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을 뿐입니다. 지하실 내부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어떤 가구나 생필품 따위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그런 지하실 안에는, 등을 돌린 채 몸을 숙인 이네스와 온갖 도구와 장치들로 속박된 파충류 야수가 있었습니다. 여러 갈래로 나뉜 주둥이가 구속구에 단단히 묶여있지만,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 야수 앞의 이네스는 엘레나가 제 이름을 불렀음에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헌데 어째서 야수와 함께 있는 걸까요?

"루슬란..."

곧 이네스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이름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건 분명, 제 눈 앞의 야수에게 건네는 말이었습니다. 마치 야수가 사람이라도 되는 것마냥요. 하지만 야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은 저렇게 묶여있지만, 언제 족쇄를 부수고 나와 그녀를 덮칠지 모릅니다. 지금도 이네스를 보고 울부짖으며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네스의 행동은 완전히 비상식적인 것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 겁니다.

"널 구하는 건 역시, 너무 헛된 소망이었을지도 몰라."

발버둥치는 야수에게 그리 말하는 이네스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무뚝뚝한 태도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여러 감정이 한데 섞인 그 목소리가 어쩐지 슬프게 들립니다.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 중얼거림을 끝으로, 이네스는 고개를 푹 숙입니다.

484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8:15:33

엘레나주도 안녕~ 쫀저~

485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8:43:43

"이네스!!"

이게 무슨 광경이죠? 저는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그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습니다.

"정신 차리세요! 뭐하는 겁니까?!"

그리고는 면전에다 대고 소리쳤어요. 이네스의 상태는 분명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나 호전적인 야수를 묶어두고 그 앞에서 무방비하게 앉아있다니요. 구속구도, 장치도 마냥 튼튼하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야수를 자극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구속구를 부수고 덮치겠지요.

"여기서 어서 나가도록 해요!"

등대지기로서, 그리고 하나의 사냥꾼으로서. 사람을 야수의 앞에 방치해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녀를 손을 붙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보려 했습니다.

486 엘레나주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8:47:04

야수로 변한 연인....인가!!! 어이어이 뭐냐구 이네스~~~ 대체 뭘 구하려 한거냐구~~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니라구 ㅜㅜㅜㅜ (엉엉ㅇ엉

487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9:41:00

"여긴 왜 왔어."

어깨를 붙들린 이네스의 표정에 짜증이 서립니다. 퍽 감정적인 목소리입니다.

"...손 치워."

곧 이네스가 엘레나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칩니다. 그러더니 제 발로 야수에게서 물러납니다. 자신은 완벽히 제정신이란 걸 보여주려는 것처럼요.

"당신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지?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야수를 묶어놓고 대화까지 하니 말이야."

그녀가 엘레나를 등진 채로 말합니다. 자조적인 비웃음이 그 뒤를 따릅니다. 야수는 여전히 이빨을 드러낸 채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가. 말해두는데, 저 야수는 건들 생각 하지 말아."

이네스의 날선 경고입니다. 어째서 야수를 감싸는 걸까요. 한때 사람이었던 것이라 해도 저것은 이미 야수가 되어버린 존재. 살려둘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488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20:11:30

"...아뇨. 당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야수의 울음소리와 구속구의 마찰음이 신경질적으로 지하실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조용히 대꾸했어요.

"오히려 일반적인 사람이죠. 잃어버린 사람을 그리워하고,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인간이요. 저도 그래요. 지금도 저희 대륙을 좀먹는 광증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일념만으로 이 로라시아에 건너왔죠. 그것이 헛된 걸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래요, 알고있어요. 그녀는 아마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것이겠죠. 이미 광증이 도져 변모한 이 야수가, 자신의 옛적 인연이라고 믿고있는 거예요. 저는 이런 사람을 아주 많이 봐왔습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점이라면 제게는 아주 조금의 시간이 남았다는 거예요. 해결책 없는 광증을 찾겠다고, 그 사실을 부정하며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저는 사냥꾼입니다. 그리고 심문관이 되어 등대를 지키기로 맹세한 자로서, 사람을 위협하는 야수를 그냥 못 본 채 두고 갈 수는 없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니 물러날 수 없어요. 이네스, 거기서 비키세요."

야수와 사람은 절대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핸드캐논을 뽑아 들고 레이피어를 쥔 팔을 펼쳤습니다. 그녀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저항한다면 힘으로라도 제압할 각오가 되어있었습니다.

489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22:50:46

"역시 사냥꾼이란 족속들은 다 똑같아."

이네스가 몸을 돌리며 말합니다. 드러난 눈에서 형형한 분노가 느껴집니다. 퍽이나 적대적인 태도입니다.

"당신을 잠깐이나마 믿었던 내가 어리석었지."

이를 악물며 그녀가 중얼입니다. 이네스도 엘레나처럼 광증의 치료법을 찾고 있다고 했었죠. 그녀가 엘레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 것도 전부 그런 동질감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호의가 오히려 독이 될 줄은 몰랐겠죠.

"나도 물러설 수 없어."

이네스는 아예 엘레나와 야수 사이를 가로막기까지 합니다. 그녀의 주변에서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옵니다.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희미한 기운들은 명백히 이네스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한편 엘레나가 무기를 치켜든 탓에, 야수가 더욱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합니다. 매어둔 구속구에서 날선 금속음이 울립니다. 야수의 울음도 점차 커집니다.

"당신이 루슬란을 해치게 놔두지 않아."

당장이라도 공격해올 듯 이네스가 손을 뻗습니다. 손아귀에 시커먼 어둠이 모여듭니다.

490 엘레나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0:56

아무래도 그녀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이는군요. 건조했던 태도에서 분노가 저를 향하는게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건 루슬란이 아닙니다...! 야수예요!"

저도 각오를 해야겠죠. 레이피어를 꺾어들고 핸드캐논을 쥔 손을 풀어 자세를 잡습니다. 제게는 퍽 익숙한 자세 중 하나였죠. 사람을 판결하는 것 또한 저희 심문관이 할 일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저라고 해도 제게 호의를 배풀어 준 사람을 판결대 위에 세우는 건 마음이 좋지 않아요.

"제발 이네스. 내가 무기를 휘두르게 하지 마세요."

저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간절하게 말해보았습니다만... 저나 그녀나 뜻을 굽힐 생각은 없어보였습니다.

491 엘레나주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1:21

ㅋㅋㅋㅋㅋㅋ 이거 맞나....?? (아리송

492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7:40

ㅋㅋㅋㅋ 뭔가 예상치 못한 전개긴 한데...? ㅋㅋㅋㅋㅋ

493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00:54:32

슬슬 피곤해져서 자러갈게! 좋은 밤 보내!!

494 엘레나주 (6RB7YGW1KE)

2022-10-16 (내일 월요일) 01:09:07

응~~ 낼 또 보자~~~~

496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18:07:10

"아니야!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이네스가 악을 쓰며 외칩니다. 그 눈빛에 광기가 서려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이들은 너무나 쉽게 돌변합니다. 그녀도 그랬습니다. 그건 더 이상 이네스라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이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이네스의 손아귀에서 검은 화살이 여러 발 쏘아져나갑니다. 그건 명백히 엘레나를 노린 일격이었습니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어둠들이 점차 형태를 갖춰갑니다. 사방으로 뻗은 촉수의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뒤틀린 술법은 마법조차 아닌 것 같았습니다. 촉수가 금방이라도 쇄도해올 듯 꿈틀댑니다.
하지만 야수의 몸부림도 더욱 거세집니다. 곧 금속이 파열되는 소리가 하나둘 들리며... 야수가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주둥이를 묶어놓았던 쇠사슬도 야수의 이빨에 처참히 으깨져버립니다. 그리고 야수는 제 앞을 가로막은 이네스에게 맹렬히 달려듭니다. 여러 갈래의 주둥이가 펼쳐집니다.

497 엘레나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18:30:51

순간 제 눈이 커다랗게 띄여졌습니다. 괴이하고 사악한 마법 때문이 아니라, 이네스 뒤에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요.

"젠장!!"

기어이 우려했던 최악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군요. 욕설을 내뱉으며 튀어나가 정면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녀가 날린 마법 화살들은 가능하면 전부 피하고 싶지만, 별 방법이 없다면 맞는 수 밖에요.

"나와!"

코 앞에 다다른 즉시 이네스를 힘있게 밀쳐서 자리에서 벗어나게 하려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시간은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곧바로 팔을 휘둘러서 손에 들린 핸드캐논을 격발시켰습니다. 바로 '루슬란'을 향해서 말이죠. 그 흉하게 갈라진 주둥아리에 탄환을 넣어 일격사를 노리고 싶었지만 급한대로 몸뚱이에 쏴서 움직임을 저지시키려는 시도가 최선이었어요. 여기까지는 모두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경황이 없었어요. 이네스응 어떻게 됐죠? 저는요? 루슬란은 제 탄을 맞고 뻗었을까요?

498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13:11:02

이네스의 화살들이 몇 개인가 엘레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쓰라린 통증이 느껴지지만, 지금 상황에서 신경쓸 만한 건 아닙니다.
엘레나의 행동에 이네스는 옆으로 나가떨어집니다. 그녀 뒤에 모여있던 어둠들도 일제히 흩어집니다. 힘없이 무너진 이네스의 몸이 파르르 떨립니다.

"루슬란..."

이네스가 중얼입니다. 아직도 그 맹목적인 광기에 사로잡혀있는 걸까요. 그 목소리는 웃는 것 같기도, 울먹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한편 탄환이 야수의 몸뚱아리에 박혔지만 야수는 전혀 물러나지 않습니다. 맷집이 생각보다 단단하거나, 극도로 흥분해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거나요. 탄환이 찢어발긴 살갗에서 검은 피가 콸콸 쏟아져나옵니다.
야수의 행동은 매우 재빨랐습니다. 엘레나가 핸드 캐논을 발포하는 것과 동시에 야수가 달려들었습니다. 그것의 시선은 이제 이네스가 아닌 엘레나를 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비대한 몸집이 엘레나를 깔아뭉갭니다. 방심하던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엘레나를 아래에 둔 야수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흘립니다.

499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13:12:04

어제는 좀 피곤했다... ㅋㅋㅋㅋ()
약간 완결형으로 써버렸는데 별로다 싶으면 말해줘!

500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18:19:25

몸이 야수에게 깔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섵불리 야수에게 접근한 탓이겠죠. 하지만 이네스를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이렇게 제압 된 상황에서 고작 한 명의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칼은 저지하는 힘이 좋지 않아 야수를 멈출 수 없고, 제 핸드캐논을 휘두르기에는 바닥이 벽이 되기 때문에 회전 반경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인건, 대처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처법보다는 발악과도 같은 것이지만요.

"큭...!"

저는 레이피어를 일부러 땅에 떨어트리고 양손으로 빠르게 핸드캐논을 쥐어 꽉 붙들었습니다. 팔을 쭉 뻗고서 눈 앞의 야수에 총구를 정렬합니다. 손가락으로는 방아쇠를 지긋이 감싸 힘을 실었습니다. 모든 심문관들은 핸드캐논을 정상적으로 격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원탭 정도는 휘두르지 않고 격발할 수 있도록 요령을 훈련하고 있죠. 보통의 화기들과는 정반대로 이런 상황에 취약해지니까요. 즉, 비상격발입니다.

"떨어져!!"

손가락 끝에 충분히 힘이 모였다고 생각됐을때, 저는 단번에 방아쇠를 짓눌러 제낍니다. 쇠뭉치와도 같은 핸드캐논의 격철이 탄환을 때리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손 안에서 불꽃과 커다란 소리가 일었습니다. 이번에는 저 갈라지는 아가리와 머리를 노리려 했습니다만, 비상격발은 조준선이 흔들려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니 이번 격발이 어떤 결과가 될지는 저도 모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501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18:21:35

갱신~~~~
이번에는 괜찮았는데 나중에라도 별로인 것 같다 싶으면 말해줄게 ㅋㅋㅋㅋ :3

502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0:37:42

야수가 엘레나의 머리를 향해 주둥이를 들이밉니다. 금방이라도 씹어 삼킬듯이요. 곧 핸드 캐논의 탄환이 야수의 목을 관통하고 그것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방으로 검은 피가 흩뿌려집니다. 고통스런 울음이 지하실을 가득 메웁니다. 하지만 야수가 뒤로 엉거주춤하게 물러서는 것도 잠시, 다시금 엘레나를 덮치려 듭니다. 뜯긴 살점에서 피가 질질 흘러나오는데도 야수는 멈추지 않습니다. 야수의 발톱이 엘레나를 향하는 그 순간.
야수의 사지가 무언가에 묶인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뒤늦게 제 처지를 알아차린 그것이 발버둥치지만, 보이지 않는 사슬은 더욱 세게 조여올 뿐입니다. 분노 어린 포효가 귀청을 찢을 듯 시끄럽게 울립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제서야 옆으로 시선을 옮기면, 야수에게로 한쪽 팔을 뻗은 이네스가 보일 겁니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광기는 사라지고 슬픔만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야수에게 술수를 부린 거겠지요. 입술을 몇 번 집씻던 이네스가 입을 엽니다.

"루슬란, 미안, 미안해..."

비통한 중얼거림입니다. 내밀었던 손을 내리며 이네스가 엘레나를 응시합니다. 그 눈가에 물기가 어른거립니다.

"당신이 끝내줘, 나는, 못 하겠어..."

그녀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옵니다.

503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1:26:26

"...이네스."

날아드는 발톱에 올렸던 반사적인 방어기재로 올렸던 팔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연약한 팔은 야수를 상대로 어떠한 자기보호도 할 수 없죠. 이대로라면 분명 찢겨졌던 것은 아마 저였을 겁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야수는 그 순간에 무언가에 걸린듯 전혀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야수를 끝까지 보호하려 했던 그녀 덕입니다. 다시 도로 구속 당한 탓인지, 탄환에 고통을 느끼는 탓인지 그저 분노로 가득한 이성 없는 밤야수의 포효 소리가 더욱 더 심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목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땅에 떨어트렸던 레이피어를 주워올렸어요.

"심문관의 이름에 따라, 그리고 그녀의 뜻을 정식으로 이어받아―"

그리고는 보다 확실히 끝을 맺기 위해 자세를 잡습니다.

"최대한 고통 없이 빠르게 심판을 진행하도록 하죠, 루슬란."

신체를 감싸듯 무기를 쥔 서로의 팔을 교차시키고서, 그 틈사이로 야수를 바라봅니다. 이 자세는 '심판의 자세'로, 강력한 수생 야수들을 단숨에 제압하기 위한 심문관들의 기본 자세 중 하나입니다. 구태여 이런 자세를 취한 것은 야수로 돌변하기 전의 루슬란에게 표하는 경의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어떤 이였는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는 지금의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네스에게 굉장히 소중했었다는 사람이라는 것은 압니다. 당장 저를 해하려 하면서까지 저지하려고 했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런 그와 그녀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심문관으로서 예를 표하며 숨을 거두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광증에 걸려버린 이상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말이에요.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겠죠. 비통하게 흐느끼는 그녀를 옆에 두고, 과거 '루슬란'이었던 광폭한 야수를 앞에 두고, 그 둘의 사이에 있는 저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무기를 꽉 쥡니다.

"편히 쉬시길."

레이피어를 시작으로 몸과 팔을, 그리고 핸드캐논의 반동을 타고 차례대로 회전하며 연속해서 휘두릅니다. 먼저 총성 한 발이 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두 발의 총성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저는 그렇게 탄창에 남았을 터인 나머지 세 발의 탄환을 급소에 고스란히 꽂아넣었습니다.

504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1:28:04

아이고 이네스 ㅜㅜㅜㅜㅜㅜ 훌쩍훌쩍....

505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2:04:24

야수의 울음소리가 뚝 끊깁니다. 그것의 목숨줄이 맥없이 끊어집니다. 야수가 맨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곧 야수의 사체는 천천히 스러져갑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야수는 이렇게 최후를 맞습니다. 몸뚱이가 연기로 화하며 다시 심연의 일부가 되는 겁니다.

"루슬란은... 내 하나뿐인 가족이었어."

주저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네스가 중얼입니다.

"부족에서 추방당한 나를 돌봐준 사람."

그녀의 표정에서, 이전의 무감정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정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광증에 걸린 루슬란을 내가 구해주겠다고 했었는데."

사라지는 야수에게서 그녀의 초점 잃은 시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치료법 따위는 없었던 거야..."

이네스는, 방금 전까지 야수가 쓰러져 있었던 지면을 매만집니다. 필사적으로 루슬란의 온기를 찾아보지만 돌바닥은 그저 차가울 뿐입니다. 그 사실이 그토록 서러웠던 걸까요. 그녀가 소리내어 울음합니다. 흐르는 눈물방울이 점차 굵어집니다.
루슬란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지만 이네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야수로 변한 그가 아직 살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언제나 비극입니다.

506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2:04:39

울지마! 뚝!()

507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2:07:49

그래서 진정했읍니다 (급침착

508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3:57:47

야수가 캐캐묵은듯한 검고 짙은 연기가 되어 허공 중으로 흩어졌습니다. 야수가 처음에 태어났던 곳으로, 심연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저는 줄곧 그것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네스..."

이네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저는 오열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앉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저는, 어떻게 보면 그들의 이야기에 비극이라는 형태로 마침표를 찍은 사람일테니까요.

"...당신과 루슬란에 대한 일은 진심으로 유감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로라시아의 사냥꾼이 아닌 저같은 이국의 사냥꾼의 손에 의해 거둬지게 된 것도 송구스럽게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나마의 진심이 어린 말을 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속이 타는 탓에, 저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래요. 저는 저의 여명을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하여, 광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심연과 맞서고 싶다고 생각해서 심문관이 된 거예요. 아까 제 고향 사람들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했었죠. 저는 그들을 광증에서 해방시키고 싶어요. 당신에게 일어난 것과 같은 비극을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서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설령 헛된 것이라 해도... 무를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그녀와 저는 완전히 방금 조우한 타인입니다만...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 전혀 남일 같아 보이지 않았어요. 사실 이런 일들은 제가 고향의 땅에서 수도 없이 마주했던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이번엔 제 차례가 됐습니다. 그녀가 루슬란을 잃은 것처럼, 저도 고향을 잃게 되는 것은 이제 시간과 싸우는 문제가 됐어요. 제 주변과 이 세상의 일들은 전부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러니 이네스, 루슬란은 비록 먼저 떠났습니다만. 당신은 유능한 마법 사용자잖아요. 진정 그가 바랬던 세상을 위해 그 힘을 써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녀의 이야기 중 한 장은 분명한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저는 이대로 끝나게 두고 싶지 않았기에, 슬퍼하는 그녀가 빛을 잃지 않길 바라며 그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것이 등대지기가 할 일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509 ◆POCYqa2/e6 (xCJe3RGHAc)

2022-10-18 (FIRE!) 03:34:56

엘레나의 말에 이네스가 울음을 멈춥니다. 훌쩍이며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이 발갛습니다. 새하얀 피부가 잔뜩 상기되어 있습니다.

"유능한 마법 사용자라고...?"

아직 가시지 않은 슬픔에 목이 잔뜩 메어있습니다. 이네스가 고개를 젓습니다.

"마녀 취급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지."

확실히 방금 전 이네스가 부린 술법들을 되새겨보면, 일반적인 마법이라기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로라시아에서는 주술이라고 하는 것들이죠. 이네스는 이전에도 마녀라 불린 적이 있었던 걸까요?
한탄하듯 말한 이네스의 눈에는 한 줄기의 빛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실감이라는 어둠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어둠이, 그녀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네스의 손이 바들바들 떨려옵니다.

"루슬란... 루슬란은 유능한 사냥꾼이었어."

문득 그녀가, 지난날을 회상하듯 입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난 항상 그를 닮고 싶었는데."

이네스는 울음을 삼킵니다.

510 ◆POCYqa2/e6 (xCJe3RGHAc)

2022-10-18 (FIRE!) 03:35:37

어느새 시간이... ㅋㅋㅋ() 자러갈게! 쫀밤!

511 엘레나 (1Qm4JiDI32)

2022-10-18 (FIRE!) 11:31:28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만.

"...그런게 무슨 상관인가요?!"

저는 버럭 소리치며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왜 그랬냐고 하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예에, 마법과 주술의 차이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이라고 보여지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저희 동쪽 대륙은 이렇게까지 마법을 사용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요! 그들은 제 주머니에 들어있는 전송석 하나만 가져가도 대단하다며 하루 온종일 함성을 지를 사람들이라고요!

"마녀건 마법 사용자건 제 눈에는 별반 다르지 않게 보여요! 대체 그것들이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거죠? 둘 다 자연의 섭리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들이잖아요!"

그리고, 네! 물론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지금 제 얼굴은 분명 빨갛게 상기되어 있겠죠! 어둠이 제 모습을 가려주길 바란적은 등대에 맹세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심문관이 이렇게나 불순한 생각을 하다니요...!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저는 그 어떤 사리분별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당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그 이상한 술법들을 익히고 연마해왔어요. 아닙니까? 그건 귀중한 시간들이에요. 그것들의 출처가 어떻게 되든간에 당신의 노력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거란 말입니다. 당신이 마녀든 뭐든, 그게 루슬란에게 당할뻔한 제 목숨을 살렸다고요. 제 말이 틀렸나요?"

말을 한 번에 너무 많이한 것 같군요. 하지만 답답했던걸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기술을, 그런 식으로 썩힐 생각을 하는 건 말이에요.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그런 것을 우선 자신부터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알아준다는 말인가요?
후우. 그런 답답함을 털어내듯, 저는 잠시 크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일단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왠지 속이고 있는 기분 같아 제 마음이 좋지 않으니까요.

"...제가 아는 황실의 의사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 광증을 연구하고 있어요."

루슬란의 이야기를 하며 울음을 삼키는 이네스를 바라보며 저는 조용히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어떤 생기도 광채도 자리잡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얘기했어요. 그녀도 귀가 있으니 제가 계속 나불거리면 어떤 방식으로든 듣겠죠.

"사실 전 지금 그와 뜻을 같이 해서 광증의 단서를 하나씩 파해치고 있는 중이였어요. 그래서 로라시아의 불모지인 례프 산맥에 오르기로 한 거예요. 이곳이라면 조금 특이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 이네스가 아직 광증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고, 유지를 이을 의지가 있다면... 제가 기꺼이 그에게 당신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굉장히 열의가 넘치고 믿을만한 학자예요."

그래요, 저는 이네스에게 제안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준다고 해도 되겠죠. 무엇보다 황실이니까요. 알비온의 그 커다란 인공태양도 구현해낸 황실이요. 물론 황태자의 첫인상은 조금 예외였지만, 적어도 황제와 멜리아나. 그들은 믿을만 해보였으니 말이에요. 심문관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뭐, 당장 결정하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저도 루슬란을 잃은 당신의 심정을 이해하는데다, 저는 단지 하루 잠시 머무르기로 한 식객일 뿐이니까요. 다만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 생각보다 인내심이 많지 않은 인간이라서요. 당신의 비극은 정말로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건에 묶여서 언제까지고 당신을 다독여줄 정도의 시간이 제게는 없습니다."

충격을 받은 사람인데, 조금 매몰찬 말이었을까요? 하지만 그게 제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말은 잘 못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어줍잖게 그들의 관계를 침범하여 아는 체 하는 것이 더 실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처음 마주하는게 아니니까요... 문득 과거의 그런 일들을 생각하니 열이 올라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게 됩니다.

"저는 하루 빨리, 저희의 땅을 좀먹고 있는 광증을 몰아내고 싶은 생각밖에 없습니다... 지금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에요. 그러니 제가 떠나고나서도 이 버려진 성에서 계속 울든 죽든 그건 순전히 당신의 마음입니다만―"

이네스의 앞에 앉아있던 저의 몸을 일으키고서는 옷을 가볍게 텁니다. 야수에게 그나마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들의 흔적은 남을 수 있어도 사체는 남지 않는다는 거죠.

"우선은, 이 거지같은 곳에서 일어서시죠."

정리할 필요도 없이 깔끔히 떠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저는 주저앉아 있는 그녀를 일으켜 줄 생각으로 손을 건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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