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20093> [1:1/다크 판타지] ℕ𝕀𝔾ℍ𝕋ℝ𝕀𝕊𝕀ℕ𝔾 - #1 :: 527

◆POCYqa2/e6

2022-09-20 01:45:16 - 2022-10-28 20:25:13

0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1:45:16


“𝙰𝚝 𝚗𝚒𝚐𝚑𝚝 𝚠𝚎 𝚊𝚛𝚎 𝚊𝚕𝚕 𝚜𝚝𝚛𝚊𝚗𝚐𝚎𝚛𝚜, 𝚎𝚟𝚎𝚗 𝚝𝚘 𝚘𝚞𝚛𝚜𝚎𝚕𝚟𝚎𝚜.” ─ᴀʟᴇxᴀɴᴅᴇʀ ᴍᴄᴄᴀʟʟ sᴍɪᴛʜ


Notion 링크 → https://sphenoid-jumper-db7.notion.site/00fd4aa29a6b4273a104da7558c16a8f

1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1:46:53

이쪽으로 와! >>0에 링크 한번 훑어보고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구!

2 이름 없음 (GCcMVnaJME)

2022-09-20 (FIRE!) 01:47:41

나왔다!
오~ ㅋㅋㅋㅋ 앰비언트 부금까지? 센스 굿~~

3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1:50:01

어서와!! ㅋㅋㅋㅋ 좀 있어보이게 할라구

4 이름 없음 (GCcMVnaJME)

2022-09-20 (FIRE!) 01:57:43

안녕하심까 센세~ 흐후훗
아직 나도 인코쓸 필요는 없겠지? 왜냐면 시트가 없으니깐...
아니 그래도 쓸까?? (어쩌라는

노션은 확인했어!
아직까지 궁금한 점은 없네~ 오히려 생각보다 본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이런 세계관으로 혼자서만 놀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괘씸한데?
빨리 합류해서 혼쭐내줘야겠다 이거 ㅋㅋㅋㅋ

5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2:05:11

인코는 너참치 편한대로~ ㅋㅋㅋㅋㅋㅋㅋ 좋게 봐줘서 고마워 마음에 들어하니 다행이다
뭔가 너참치가 굴리고 싶은 캐릭터라던가 떠오르는 건 있을까? 별건 아니고 궁금해서()
그리고 일대일이니까 물어보는 건데 NMPC와의 연애 요소라던가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쪽이야

6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2:06:25

이건 시트양식! 시트는 천천히 써줘도 되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구

"(한마디, 생략 가능)"

이름 :
성별 :
나이 :
종족 :

외형 :

성격 :

배경 : (과거사를 적는 곳, 공란 가능)

기타 :

7 이름 없음 (GCcMVnaJME)

2022-09-20 (FIRE!) 02:19:34

떠오르는 거 물론 있슴다~
먼저 내 캐릭터 컨셉! 역시 다크판타지에 블본 느낌인 만큼 이방인 컨셉이 좋다고 생각했어!
약간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세계를 탐험하게 된다거나~
아니면 캐릭터랑 같이 동행하던 인물이나 물건이 실종 됐는데 그걸 되찾기 위해 여가저기 해집게 된다거나~ 그런거려나!
그리고 연애요소는 아 당근빳따 좋죠!!! ㅋㅋㅋㅋㅋ 나는 대환영입니다 선생님~

8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2:29:25

둘다 괜찮은 느낌이다 방랑자 캐릭터라니 벌써 기대되는중()
완성된 시트를 빨리 보고싶어져 ㅋㅋㅋㅋ 물론 재촉하는건 아님!
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나도 연애요소는 좋아하고 ㅋㅋㅋ
그리고 앞서서 말했다시피 진행을 즉흥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아서~ 혹시 너참치가 원하는 방향성이나 그런게 있다면 부담없이 말해줘도 되구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해!!

9 이름 없음 (1I8ChWhykk)

2022-09-20 (FIRE!) 02:36:29

헤헹 나도 나름대로 욕망에 충실한 참치라서 (우쭐
앞으로 잘 부탁한다구~~~~
굉장한 m/npc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시야
그런데 캐릭터는 나도 아직 컨셉만 있을 뿐이라서 ㅋㅋㅋ 메이킹은 너참치도 같이 도와줬음 좋겠는데 괜찮아?
그리고 너참치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계속 너참치 너참치 하기도 뭐하자나~~~!

10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2:41:25

굉장한 npc들... 노력해볼게 ㅋㅋㅋㅋ
응 물론이지~ 뭐부터 도와주면 될까나
그럼 적당히 캡틴이라고 불러줘 ㅋㅋㅋ

11 이름 없음 (S9o3yOStlY)

2022-09-20 (FIRE!) 02:46:06

그런가~ 캡틴인가~
노력하지 않아도 캡틴이 보여주는 캐릭들은 전부 굉장한게 당연하잖아 :3 ㅋㅋㅋ
일단 설정 관련 질문! 무의 바다 건너편에 있는 동쪽 대륙에 대한 설정은 없어? 아님 내가 임의로 써두 되나?
혹시 있으면 공개가능?!

12 이름 없음 (S9o3yOStlY)

2022-09-20 (FIRE!) 02:48:08

아 그리고~ 캡틴도 편하게 대해줘도 되니까 넘 부담갖지말기야!

13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2:49:10

ㅋㅋㅋㅋㅋㅋ 부담감이 올라가는 거 같은데...?!(농담)
그쪽은 따로 설정을 짜두진 않았어 너참치가 설정해주면 나야 좋지!
동쪽 대륙 출신 캐릭터인가~(두근두근)

14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2:50:46

너참치는 착하구나...() 물론 부담을 느끼거나 그러진 않아 ㅎㅎㅎ

15 이름 없음 (S9o3yOStlY)

2022-09-20 (FIRE!) 02:55:16

엑 ㅋㅋㅋㅋㅋ 내가 짜도 되는거야?! 렬루?
으으응~ 그러면 무의 바다에 대한 설정 쪽은 어때? 거기도 뭔가 설정같은거 있어?
글고 여담이지만 캡틴도 야행성인거야? :3 ㅋㅋㅋㅋ 피곤하면 자도 돼~!

16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2:58:55

(이것은 설정 만들기를 참치에게 떠넘기는 캡틴의 모습이다)(?)
바다 쪽도 딱히...? 일단 수생 야수들이 많이 산다는 설정 외에는 뭐가 없네 ㅋㅋㅋㅋ
이렇게 보니까 세계관이 부실한 거 같기도 하고()
으음 기본 야행성은 아니지만 가끔씩 잠이 안 올 때가 있어서 ㅋㅋㅋㅋ 아직은 안 피곤하니까 괜찮아~!

17 이름 없음 (OLWxwj6YmU)

2022-09-20 (FIRE!) 03:08:05

ㅋㅋㅋ 아냐~ 내가 괜히 이곳저곳 찔러보는것 뿐이니까 캡틴은 나쁘지 않아!
방랑자 컨셉을 하려면 역시 조금 유니크한 배경으로 해두는 게 좋지 않으려나 생각하고 있거든..!!
그래서 그걸 위해 바다나 동쪽 대륙을 한 번 쓸 수 있으면 써볼까나~ 생각하는 중.... (고민
동쪽 대륙은 땅덩이가 작아 수생 야수들이 특히나 잦게 들이닥치는 곳이고 그렇기에 고립 되어 있으며, 이의 대처를 위한 특별한 단체가 조직되어 있다... 같은 느낌으로 생각해보고 있어 아직은!

18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3:15:47

ㅋㅋㅋㅋㅋ 그런 유니크한 배경 좋아! 겸사겸사 빈 설정도 채우고(ㅋㅋㅋㅋ)
괜찮은데? 수생 야수는 일반적인 육지 야수보다 더 강력하니까(방금 급조한 설정) 그런 단체가 생길법도 하고~ 그럼 캐릭터는 그 단체 출신이 되는걸까나

19 이름 없음 (S9o3yOStlY)

2022-09-20 (FIRE!) 03:22:00

급조한거야? ㅋㅋㅋㅋㅋ 거대한 어둠이라고 할 수 있는 밤바다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왔으니 육지야수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게 자연스럽겠지!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물에 약하기도 하고 말이야~
여기에서 조금 한 술 더 떠보자면, 이런 이유로 동쪽대륙에는 보통의 것보다 특이한 광증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 광증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강력해져서 동쪽대륙은 거의 멸망 위기를 맞게됨에따라 치료법을 찾기 위해 로라시아 대륙으로 내 캐릭터가 건너오게 됐다던가...?
이런건 어때? :3 너무 좀 그런가? ㅋㅋㅋㅋㅋㅋㅋ

20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3:35:10

그렇지 딱 그런 느낌으로 급조한 설정이지(?) ㅋㅋㅋ
특이한 광증이라~ 사실 세계관이 그렇게 빡빡한 건 아니라서 괜찮을 것 같기는 해!
사실 넣으려다가 폐기했던 설정 중에, 심연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역도 있었거든
그곳에서 태초에 어두운 자들이 태어났다거나 어두운 자들의 본신이 존재하고 있다던가 그런 설정도 있었구
동쪽 대륙이 그런 경우라고 하면 안될 건 없지 싶어 ㅋㅋㅋㅋ

21 이름 없음 (h6fRtFVDLw)

2022-09-20 (FIRE!) 03:42:02

그랬던거야? ㅋㅋㅋㅋ 셋상에~~~~
그럼 지금까지 나왔던걸로만 정리해보면 내 캐릭터는~
동쪽 대륙 출신의 수생 야수 사냥꾼이고 동쪽 대륙은 심연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해양 지역인데 이로 인한 재앙이 거듭 될 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 이런 현상을 완화(혹은 해결)시키기 위해 로라시아 대륙을 방황하게 된다...인거려나!
ㅋㅋㅋㅋㅋ 이런 설정으로 해도 정말 괜찮은 겁니까 선생님?

22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3:50:29

ㅋㅋㅋㅋㅋㅋ 괜찮은걸~ 딱히 문제될만한 것도 없어보이구?
과연 이 이방인은 동쪽 대륙의 재앙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그럼 캐릭터 메이킹은 대충 마무리된 걸까!

23 이름 없음 (b9qzLun85I)

2022-09-20 (FIRE!) 03:56:48

이걸 오케이 해준다구....? 진짜 착한 천사 참치는 선생님 아니었을까요.... 꺼이꺼이
물론 컨펌이 떨어진 만큼 캐릭터 메이킹은 이대로 해도 되겠지만...! 하루만 좀 더 고민해 봐도 될까;? ㅋㅋㅋㅋ (뒷북
세계관 설정을 더 자세히 읽어보고 쓸 수 있는 건 쓰고싶다고 생각해서 :3 느림보라 미안!!

그리고 이 어장은 일단 1:1 어장이기도 하니까!
캡틴은 내 캐릭한테 바라는거나 궁금한 거 있어~~? 있으면 맞춰줄수 있다구~

24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4:04:25

좀 생각해봐도 괜찮아~ 느긋하게 기다리지 뭐!
바라는 거는 딱히 없어 너참치 편한대로 시트 써주면 될 거 같아
궁금한 거라면... 성별 정도? 너무 사소한 거긴 하지만 ㅋㅋㅋㅋ
이쪽도 마찬가지로 보고 싶은 NPC라던가 있으면 말해달라구
최대한 반영시킬 테니까~

25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4:05:22

그리고 나는 슬슬 피곤해져서 자러갈게
좋은 새벽 보내길 바래! 나중에 또 보자구

26 이름 없음 (X1EaJBeUGk)

2022-09-20 (FIRE!) 04:07:01

그래 좋아~ 자고 일어나서 보자구 후후

27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14:14:22

갱신~ 하는 김에 지도를 만들어왔다구
볼품없긴 하지만 ㅋㅋㅋㅋㅋ

https://postimg.cc/Q9FG3sZK

28 이름 없음 (BifCqXMJtk)

2022-09-20 (FIRE!) 18:05:11

예비 사냥꾼 갱신함다~
지도까지??? ㅋㅋㅋㅋ 이거랑 같이 지리 설정 읽으면 되겠다!

29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18:10:27

어서와!!
ㅋㅋㅋㅋㅋ 예전에 만들어놓은 거에 글자만 붙여서 가져왔지롱

30 이름 없음 (EzRkVsmtnE)

2022-09-20 (FIRE!) 18:19:33

준비성이 평범하게 철저하자나 이 캡틴....
동대륙은 지도 저 건너편에 있다고 봐야겠지?

31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18:27:43

ㅋㅋㅋㅋㅋ 철저한...건가()
응 그렇지!

32 이름 없음 (0SUfGCoA6I)

2022-09-20 (FIRE!) 18:31:11

그럼 알비온 제국의 중심인 키옌은 대륙 어디쯤에 자리잡고 있을까나?

33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18:36:10

여기 빨간점 쪽일까~

34 이름 없음 (Mp0i1LWF2E)

2022-09-20 (FIRE!) 18:40:04

에~ ㅋㅋㅋㅋ 안히 생각보다 동쪽에서 엄청 멀잖아....?
그러면 일단 내 캐릭터는 로라시아에 오자마자 케르탈이랑 익시카틀 사이에서 엄청 구르겠꾼... (상상

35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18:45:13

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도 제국의 도시나 마을은 있겠지만 건투를 빌겠어 ㅋㅋㅋㅋ
그럼 너참치 캐릭터는 동쪽 출신이라는 설정대로 가는 걸까? 물론 더 생각해봐도 괜찮으니까!!
다름이 아니고 캡틴이 진행해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는 중이라 ㅋㅋㅋㅋㅋ()

36 이름 없음 (Mp0i1LWF2E)

2022-09-20 (FIRE!) 18:49:42

으으응~ 아마 그러지 않을까나~? 캡틴이 써도 된다고도 했고 말이야 후후후
다만 지금 고민중인건 동쪽 대륙의 문화나 그에 따른 야수사냥법...
그리고 캐릭터의 무장이랑 성별 정도...려나!

앗 그럼 시트는 가급적 빨리 작성해보도록 하지!
나도 빨리 진행해보고 싶구!

37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18:56:19

문화랑 사냥법이라! 정 고민되면 넘겨도 좋지 않을까~ 사실 나도 로라시아의 사냥법을 자세하게 설정하진 않았고()
ㅋㅋㅋㅋ 그래도 너무 서두르진 않아도 돼

38 이름 없음 (Mp0i1LWF2E)

2022-09-20 (FIRE!) 19:12:25

뭐어뭐어~ 간단한 거니까 이정도는!
사실 캐릭터에게 합당하게 총을 들려주고 싶어서 고민중인거기도 하구 ㅋㅋㅋ (욕심
지금 생각하는 방향은 동대륙은 강력한 수생야수들을 상대하기 위하여 화포가 발달 한 지역이라는 건데... 캡틴 생각에는 어때?

39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19:16:55

총! 총 좋지 특히 근대 무렵의 머스킷이라던가 그런 거 정말 좋아...()
수생 야수들 때문에 화포술이 발달한건가! 그정도면 괜찮다구 생각해
로라시아에도 총은 있으니까~ 나는 동대륙이 뭔가 낙후된 환경일거라 생각해서, 무장은 냉병기가 되는 걸까 생각하고 있었거든 ㅋㅋㅋㅋ

40 이름 없음 (Mp0i1LWF2E)

2022-09-20 (FIRE!) 19:39:25

>>39 원래는 오리엔트적 요소를 섞어서 궁술이나 고류 무술이 발달했다는 느낌으로 해보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너무 질리는 맛인가 싶어서 조금 바꿔봤거든 ㅋㅋㅋㅋㅋ
뭔가 클리셰 비틀기 같은 느낌? (다르다
나참치는 블본에서 치카게 애용하는 훈타이기도 했고~!

41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19:43:27

ㅋㅋㅋㅋ 오히려 좋은걸
오호 그랬구만~ 나는 극한의 성능충이라 무궤톱만 썼던 기억이()

42 이름 없음 (tdFy1tWxE.)

2022-09-20 (FIRE!) 21:11:01

ㅋㅋㅋㅋ 무궤톱도 좋은 무기지만 치카게 멋있자나~
그러면 일단 간략하게 시트 써볼까... 오늘 캡틴은 언제까지 깨어있을 생각?

43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21:14:39

글쎄~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1~2시까지는 깨어있지 않을까
피곤하면 그 전에 뻗을수도 있고 ㅋㅋㅋ...

44 이름 없음 (T9yieM6SJI)

2022-09-20 (FIRE!) 21:45:13

그럼 오늘 진행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는걸.... ㅋㅋㅋㅋ
진행에 대해 얘기나 해볼까? 캡틴은 진행의 방향이라든가 대략적으로 생각나는게 있는가!

45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22:03:47

ㅋㅋㅋㅋ 그럼 내일 하면 되겠지~
방향...이랄까 딱히 생각은 안나네 ㅋㅋㅋㅋ() 그냥 즉흥적으로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글러먹음)

46 이름 없음 (IohPm3LeyU)

2022-09-20 (FIRE!) 22:21:32

애드립에 진심인 캡틴 안되겠구만... 진짜 혼좀 내줘야겠는데? ㅋㅋㅋㅋㅋ
그럼 아예 내일 가져오는 김에 스타팅 전개까지 생각해볼까~

47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22:26:17

에엣 이래뵈도 애드립엔 자신있는데 ㅋㅋㅋㅋㅋㅋ()
그래주면 나야 좋긴 한데 너참치한테 너무 부담 주는건 아닐지 걱정되네 ㅋㅋㅋㅋㅠ
딴소리지만 방금 생각났는데, 캐릭터가 동쪽 출신이니 언어의 장벽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

48 이름 없음 (IohPm3LeyU)

2022-09-20 (FIRE!) 22:37:35

뭐어뭐어~ 부담이라고 느껴지면 안하면 그만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
언어의 장벽은 엄..
스레적 허용이라는 걸로....? ㅋㅋㅋㅋㅋ

49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22:48:10

참치는 정말 천사야...()
ㅋㅋㅋㅋ 그럼 스레적 허용이라고 할까 ㅋㅋㅋㅋㅋ 시작부터 그러면 아무래도 곤란하니까

50 이름 없음 (IohPm3LeyU)

2022-09-20 (FIRE!) 22:51:32

편한게 좋잔아~~~ ㅋㅋㅋㅋ 이런 부분은 쉽게쉽게 넘어가자궁
내 뇌피셜일뿐이지만 설정을 보면 로라시아 대륙 내에서도 언어는 꽤 여러가지가 쓰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고~
정 그렇다 싶으면 내 캐릭터를 사냥꾼이 아닌 다른 설정으로 바꿔도 되니깐? (학자같은거

51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23:16:22

언어가 여러개긴 하지만! 굳이 설정까지 바꿀 필요는 없구 ㅋㅋㅋㅋ 그냥 편하게 넘어가는걸루~

52 이름 없음 (IohPm3LeyU)

2022-09-20 (FIRE!) 23:21:47

좋아 그럼~ ㅋㅋㅋ
캐릭터를 여캐로 할지 남캐로 할지 막연한 고민이 들었어 으으으으

53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23:32:05

ㅋㅋㅋㅋ 성별도 고민되는 요소지... 아니면 다이스로 정한다던가(?)
그리고 방금 노션 지리 문서에 이미지를 추가했다구

54 이름 없음 (IohPm3LeyU)

2022-09-20 (FIRE!) 23:38:34

오~~~ 하나같이 좋아!
전부 예쁘고 어울리는 이미지지만 나참치는 특히 나락이 마음에 드는데? ㅋㅋㅋ 생각했던거랑 똑같아 ㅋㅋㅋㅋㅋ

55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23:44:26

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니 다행이다 ㅋㅋㅋㅋㅋ 나도 나락 이미지가 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 이미지의 풍경이 나오는 게임에서 나락의 모티브를 따온 거기도 하구

56 이름 없음 (BcYow2riN2)

2022-09-21 (水) 00:03:22

오~ 겜 스샷이야? ㅋㅋㅋ 한 번 맞춰볼까? 이건 스카이림이다!

57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00:06:24

오 반쯤 정답! 스카이림 모드였다가 스탠드얼론으로 나온 게임이야 ㅋㅋㅋㅋㅋ

58 이름 없음 (BcYow2riN2)

2022-09-21 (水) 00:12:50

결과는 세모인가~~~ (까비
스탠드얼론이라니! 캡틴도 꽤 게임 좋아하는 편~?

59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00:14:11

게임 좋아하지 ㅋㅋㅋㅋ 근데 요새는 사양이랑 재력이 안 따라줘서 인방으로만 구경하고 있어

60 이름 없음 (BcYow2riN2)

2022-09-21 (水) 00:16:19

그런가~~ 그건 아쉽구만 ㅋㅋㅋ
나는 지금 캐릭 픽크루 돌려보면서 외모 설정해보고 있어!
근데 생각보다 맘에 드는게 안 나오네 으음~~~

61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00:21:19

외모 정하는게 힘들긴 하지 ㅋㅋㅋㅋㅋ 픽크루 그림체마다 분위기도 달라지고 그래서 취향에 안 맞을 때도 있구
너참치의 픽크루 탐방을 응원한다~()
난 벌써 피곤해지기 시작해서 좀 일찍 들어가볼게! 좋은 밤 보내구 내일보자!

62 이름 없음 (BcYow2riN2)

2022-09-21 (水) 00:43:01

그래~ 잘 자고 내일 보자구~

63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3:22:09

갱신갱신~

64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6:48:30

설정 정리하다 발견한 세계관 TMI
로라시아 대륙에는 계절이란 개념이 없다. 영원한 밤 때문에 사시사철 춥고 어둡기 때문. 그 대신 1년을 4분기로 나누어 구분한다. 3개월마다 1분기로 나누는 식. 참고로 역법은 현실의 것과 다르지 않다. 캡틴이 따로 설정짜기 귀찮았어서(...)

66 ◆dlQfK5NZTI (IKtJOvgS3g)

2022-09-21 (水) 17:07:05

기다렸지~ 시트 가져왔어!! 어떠려나?!

67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7:17:39

우와 시트!! 잘 봤어 설정도 엄청 마음에 든다 ㅋㅋㅋ 왠지 모 게임이 생각나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되는 캐릭터야~ 이제 엘레나주라고 부르면 될까나

68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17:24:38

ㅎ흐후후후후후~ 마음에들어? 다행이다~~
캡틴이 지금 모 게임이 생각나는 건.... 아마 맞을걸? ㅋㅋㅋㅋ 패러디수준으로 내가 좋아하는 이런저런거에서 따온거 많으니까 (
응 그렇지! 엘레나주~
그가 나를 엘레나주라 부르자 나는 엘레나주가 되었다.... (갑자기

69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7:30:41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입꼬리 승천하는 중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을 시작해도 되는 걸까 ㅋㅋㅋㅋ 아니면 조금 있다가?
그리고 시작 부분에서 엘레나가 배를 타고 익시카틀의 해안 도시로 들어오는 장면이 떠올랐는데 어떠려나~

70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17:44:03

후후 역시 나란 참치... 캡틴을 웃게만드는 유능한 참치..... 훗 ㅋㅋㅋㅋㅋㅋ (?
오~ 역시 캡틴은 다 계획이 있구나?
나도 비슷한 걸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불시착한다는 점이 좀 다르려나? ㅋㅋㅋ
건너가는 도중에 수생 야수의 습격을 받고 익시카틀이랑 케르탈 평원 사이에 밀려왔다는 느낌...?
근데 해안도시가 있으면 그쪽으로 가도 괜찮을것 같아서 고민되네!! 으아아아 ㅋㅋㅋㅋ
일단 나는 밥 먹고 올테니까! 캡틴도 밥먹고와서 레스 적어주면 어떨까나?

71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7:47:31

불시착도 괜찮은데? ㅋㅋㅋㅋㅋ 갑자기 나도 고민되기 시작했어~ 정 결정하기 힘들면 다이스를 굴려보는 것도?
그래그래 맛저하고 와~ 그럼 각자 저녁 챙기고 와서 진행 시작하는 걸로 할까!

72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17:50:08

블본을 포함한 프롬겜들은 시작은 전부 위기로 시작하니까 말이지~ ㅋㅋㅋ 그래서 전통을 따르는 겸 그렇게 생각해봤지!
그럼 다이스 한 번 가볍게 굴려보고 다녀올까~


.dice 1 2. = 1
1 해안도시 이상무
2 불시착

73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7:52:00

ㅋㅋㅋㅋ 해안도시 도착이 걸렸구나~ 나도 밥먹구 올게

74 엘레나주 (CmhvTER4N.)

2022-09-21 (水) 18:02:30

다녀와서 보자구 캡틴~~~ (손흔들

75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8:43:49

밥먹고 끼적이다 보니 진행 시작 레스가 완성되었다!

76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19:34:25

나도 다녀왔어!!
벌써? ㅋㅋㅋㅋ 그럼 시작해봐도 되는건가!

77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9:37:28

어서와!! 그럼 바로 레스 올려볼까~

78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9:39:17


아지무 엘레나, 동방의 심문관.
그녀는 고향을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대륙에 만연한 광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요.
이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멀어지는 고향 땅을 보며 엘레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항해는 그만큼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국과 동방의 교류는 자연스레 끊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엘레나가 서쪽 대륙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선조들이 남긴 '로라시아'라는 이름 하나 뿐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엘레나는 그 이름 하나만을 좇아 뱃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항해는 순탄했습니다. 보통 바다를 건너는 배들은 수생 야수들의 공격을 받고 난파되기 일쑤인데, 엘레나가 탄 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무의 바다의 뱃길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등대도, 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두컴컴한 바다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숙련된 조타수 덕인지 별 탈은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선박은 이제 뭍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선장이 말하길 여기가 로라시아 대륙의 해안 도시라고 했던가요. 달과 등불의 빛에 도시의 정경이 어렴풋이 비춰집니다. 깨끗히 닦인 도로에 가로등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무거운 갑옷을 걸친 채 거리를 지나는 기사들도 보입니다. 또 석재 벽돌로 쌓아올린 건축물들이 꽤나 기묘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렇게 지어진 민가들이 저 뒤 언덕 위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주택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는 넓은 탑도 세워져 있고요.
그런데 어쩐지 해안이 시끌벅적합니다. 갑판으로 나오면, 엘레나는 몰려있는 인파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동쪽에서 배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도시 주민들이 전부 한달음에 달려가 선착장을 기웃거리던 탓입니다.

"저게 그 배야? 누가 타고 있는 건가?"
"글쎄, 동대륙의 높으신 분 아닐까?"
"그것보다 어떻게 저리 멀쩡하게 도착했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구만, 동방에서 오는 배도 다 보고."

아마도, 이전에 수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나타난 배의 윤곽을 보았던 거겠지요.
배는 이제 닻을 내리고 완전히 정박했습니다. 엘레나가 배에서 내리면... 무수한 시선이 그녀를 향할 겁니다. 그래도 적개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죠.

79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19:39:57

답레는 느긋하게 줘도 되니까 부담갖지 말구~

80 엘레나 (Rm7.Cxk9P.)

2022-09-21 (水) 20:27:52

"후우."

로라시아 대륙. 서쪽에 존재하고 있다는 커다란 대륙.
무사히 낯선 땅에 온 것에 안도하며 땅 위로 내려왔습니다.
그러자 진작에 몰려들고 있었던 인파가 거리를 두고 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아니, 느낌으로만 따지자면 갑판 위에서 봐둔 것보다 훨씬 더 불어난 것 같네요.
제가 그렇듯 저들도 바다를 건너서 온 사람이 퍽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그럼요. 저는 엄연한 한 명의 자랑스러운 심문관이니까요. 좀 더 신기하게 여겨도 좋아요.
서쪽 대륙이라고 해도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 것 같군요.
그러나 저기 보이는... 기사? 라고 하는 존재는 다소 낯설었습니다.
그들은 철옹성같은 갑옷을 두르고 동화 속의 양철로봇처럼 뻣뻣하게 걷고있었습니다.
저렇게 둔해서는 야수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없을텐데요. 혹시 야수가 아니라 대인을 상정한 장비인 걸까요?
이곳은 습격과 생존 외의 문제를 따질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있는거라고 생각이 됐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만큼 치열했었던 동쪽에서의 삶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어두운 하늘 아래에 있지만 보이는 풍경은 이렇게나 다르군요.
문득 바람을 타고 바다의 내음과 낯선 도시의 향취가 섞여서 코를 스쳤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렇게나 넓은 대륙이라면, '어쩌면, 고향에 좋은 소식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저답지 않게 그런 성급한 생각이 들고있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보는 눈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이건 마치 구경거리라도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 아무리 젊은 나이에 심문관이 된 저라도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있어요.
등대지기는 어느 상황에서나 바다를 밝히는 빛처럼 고결해야 합니다. 아무렴요.

"크흠."

괜스레 헛기침을 하면서 앞으로 걷습니다.
일단 먼저 정보를 입수하고 제가 가야 할 길을 탐색하는게 좋겠죠. 저는 이 땅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로라시아'라는 이름 뿐이었으니까요.
다행인 점은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주변이 온통 사람, 사람, 사람이었으니까요.

"거기 남성분.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동대륙에서 온 심문관, 아지무 엘레나라고 합니다."

그 중 한 사람을 지목하여 다가가서 서서는 당당하게 자신을 밝힙니다.
예의 중 기본이니까요.
그런데 이쪽 사람들이 심문관이 뭘 하는 사람들인지는 알까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제쳐두고 질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나라의 수도로 향하는 길을 알고 싶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대답해주시겠어요?"

81 엘레나주 (Rm7.Cxk9P.)

2022-09-21 (水) 20:28:40

처음이라서 조금 길게 써봤다 ㅋㅋㅋㅋ....
원래 쓰는 글은 이거보다 짧아!

82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0:42:04

좋아좋아~ 엘레나 귀엽잖아 ㅋㅋㅋㅋ

83 엘레나주 (CuXhvcn0EI)

2022-09-21 (水) 20:54:10

ㅋㅋㅋㅋㅋㅋ 뭐어어~
너무 무게잡을 필요는 없나~~~ 싶어서 ㅋㅋㅋ

84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1:00:51

ㅋㅋㅋㅋ 나는 여기서 NPC(MPC?)를 투입시킬까 싶은데~ 엘레나주는 가벼운 성격의 캐랑 진지한 성격의 캐 중에 어떤 쪽이 좋아? 라곤 해도 후보가 둘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첫 시작이니까 엘레나주한테 맞춰볼까 싶어서 ㅋㅋㅋ

85 엘레나주 (SYKi9mdAjY)

2022-09-21 (水) 21:03:16

음~ 내 생각엔 엘레나가 조금 진지한 면이 있으니까 가벼운 성격이 좋으려나!

86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1:07:54

접수! 후딱 써올게!

87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1:19:26

엘레나가 앞으로 나아가자 인파도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흡사 신화 속에 나오는 기적 같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지나가던 행인들도 인파에 가세합니다. 이 정도면 이 도시의 주민들이 전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저 멀리 순찰을 돌던 기사들도 이쪽을 힐끗 눈여겨보고 있네요.

"저 사람 혼자만 온 거야?"
"그러게."
"난 또 제국이 동방이랑 교류라도 시작했나 했는데, 그건 아닌가 봐."

긴장한 엘레나를 두고 관객(?)들은 여전히 저들끼리 숙덕댑니다. 그 와중 관심의 대상인 그녀가 한 사람을 지목한 탓에 그쪽으로 시선이 와르르 쏠립니다.
엘레나에게 지목당한 남성은, 어쩐지 경망스런 인상의 청년이었습니다.

"응? 나?"

청년은 짐짓 놀란 듯이 되물어봅니다. 그는 저를 쳐다보는 행인들을 질린 듯한 표정으로 흘겨보다가, 엘레나에게 눈을 돌립니다.

"수도라면, 서쪽으로 멀리 가면 나오지."

엘레나의 질문에는 착실히 답해줍니다.

"근데 여기서 수도까지 가려면 좀 오래 걸릴텐데?"

그리 덧붙이며 청년이 턱을 매만집니다. 그의 말은 딱히 거짓처럼 들리진 않습니다.

"방금 심문관이라지 않았어?"
"결사단원인가?"
"아니지, 동대륙에서 왔다잖아."

한편, 주변인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엘레나의 귀에도 들립니다. 결사단은 또 뭘까요? 그녀에겐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뭐, 마차로 가면 나흘 내에 도착할 수 있긴 해~ 근데 아가씨, 돈은 있어?"

그리고,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던 청년이 다시 입을 엽니다. 그러더니 그는 제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원 모양을 만들어 들어보입니다.

"은화 말이야."

청년이 말하는 건 이 대륙의 통화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엘레나는 막 이곳에 도착했고, 그러니 로라시아에서 쓰이는 돈 따위가 있을리 없습니다.

88 엘레나 (iR96ApcyZI)

2022-09-21 (水) 21:42:31

제가 또 움직이기 시작하자 저를 두고 사람들이 수근 거리기 시작합니다.
이건 마치 신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군요.
뭐, 방금 말로 저의 신분에 대해서 추측을 늘어놓는 거겠죠.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결사단원이라는 낯선 단어도 들립니다.
결사단원이란 뭘까요? 저희 심문관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일까요?

"...아뇨, 없습니다."

상대 남성 분의 말에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서로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그건 당연한 거지만 막상 자신이 무일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이쪽 대륙에 대해 조사해보고 올 걸 그랬어요!
하지만 그건 시간낭비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저는 이렇게 급하게 로라시에 대륙에 온 겁니다.
제 고향에서 몇 달을 있었든, 몇 년을 있었든, 이 대륙에서 쓰이는 통화를 알아 낼 수 있을리가 없죠.
새삼 저희 나라가 엄청나게 폐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립니까? 도보로는 안 되나요?"

나중에나 안 사실이지만 이건 완전히 바보같은 질문이었습니다.
저희 고향은 아무리 멀어도 하루 안에는 전 지역을 돌 수 있을만큼 좁은 곳이라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마음이 급한 마당에 돈까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이런 질문을 던지고 말았던 겁니다.

89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21:46:08

첫 npc의 등장!! 어떤 인물이려나! (두근두근

90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2:15:40

"흐음."

돈이 없다는 말에 청년은 가만히 고민합니다. 그러다가도 엘레나가 하는 말에 눈썹을 꿈틀댑니다.

"도보?"

그가 묘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묻습니다. 꽤나 황당한 말을 들었다는 듯한 반응입니다. 그와 함께 인파의 웅성거림도 커집니다. 이곳 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이라, 좋은 가십거리인 건 틀림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긴 하지만요.
한편으론 청년이 인파를 조금씩 흘겨보기도 합니다. 이쪽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갈 수야 있겠지만... 한 2주는 넘게 걸릴 걸."

곧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합니다. 하지만 엘레나의 입장에서는 놀랄 만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로라시아 대륙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니 말입니다. 하지만 땅덩어리가 그만큼 넓으니 광증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근데 아가씨는 뭐 때문에 수도에 가려고?"

청년은 그렇게 물어봅니다. 주변 시선을 불편해하면서도 계속해서 캐묻는 걸 보니, 무슨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91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2:17:22

ㅋㅋㅋㅋㅋㅋ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줘()
혹시 나중에라도 레스 잇기 곤란하다던가 하면 언제든 말해줘~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두

92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22:22:33

그럼 기대 안 해야지~! 유후우우우~~~~ (?
응응 그래~ 캡틴도 혹시 그런거 있으면 말해달라구 ㅋㅋㅋ

93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22:26:45

아 그런데~ 곤란한건 아닌데!
원래는 돈에 대해서 엘레나가 자기네 대륙에서 로라시아의 은화를 본따서 챙겨왔다는 설정도 생각하고 있었어 ㅋㅋㅋ (본격 위조통화 이방인

94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2:27:21

에엣() ㅋㅋㅋㅋㅋㅋ 그래그래 그럴때는 꼭 말할게~

95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2:28:16

아앗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괜찮았을 것 같아~ 뭔가 내 입맛대로 진행시켜버린 것 같네()

96 엘레나 (DTpUnwX61g)

2022-09-21 (水) 22:51:24

"문제 있나요?"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입을 한 번 열때마다 인파가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저는 돈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입니다! 그게 뭐 이상한가요?

"2주...라고요?!"

하지만 눈 앞의 남성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생각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방금 인파가 술렁였던 이유를 납득했습니다.
물론 로라시아 대륙이 저희 고향과 똑같은 면적을 가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곤란합니다.
2주... 물론 저 하나 자리를 비운다고 수생 괴수가 날뛰지는 않을거예요.
고향에 있는 등대지기 분들도 저보다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나약한 분들은 절대 아닙니다만. 제가 실로 걱정 되는 건 그동안 주민들이 과연 광증을 버틸 수 있는가 였습니다.
거기에 수도로 가는데에만 2주라는 말은 왕복까지 적어도 4주는 걸린다는 말이잖아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최대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래요. 저는 고향에 발병한 광증으로부터 고통을 해방시켜야하는 사명을 지닌 심문관.
기가 죽을 이유는 없습니다. 남성분의 물음에 아주 자신만만한 태도였죠.

"제 나라에 발병중인 광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아니, 찾아야만 해요."

로라시아의 사람들도 아직까지 광증에 대해서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절망적인 답변을 듣기 전까진 말이에요.

"혹시 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게 있습니까?"
"그리고 제 이름은 아가씨가 아니라 아지무. 심문관, 아지무 엘레나예요."

저는 그런 운명에 처한 것도 모르고 남성분이 아까부터 저를 부르는 그 낯간지러운 호칭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호칭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고향에서 저를 감히 아가씨라고 부르는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97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22:52:29

>>95 으으응~ 아냐~~
어느정도 이런 식으로 리드해주는 편이 나는 더 좋은걸 후후~

98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3:21:49

엘레나의 당돌한 태도에 소란은 서서히 잦아듭니다. "그래~ 2주." 청년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말에 확답을 내놓습니다. 확실히 2주라면 엘레나에겐 곤란할 겁니다. 고향에 언제 큰일이 닥칠지 모르는데 말이죠.
하지만 뒤이어 엘레나가 발언하자, 인파가 다시 한 번 웅성입니다. 방금 전보다 더욱 큰 소란입니다.

"광증 치료라고?"
"그게 가능한 거였어?"

그런 말들은 엘레나에게도 들렸을 겁니다. 무리의 수군거림은 점차 높아졌습니다. 아까와 달리 그칠 기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그들에겐 광증의 치료법이라는 말이 황당하게 들린 거겠죠.

"그런 거라면, 길을 잘못 찾아왔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는걸."

뒤이어 청년의 입에서 나온 말 또한 꽤나 절망적인 대답이었습니다.

"광증 치료법은 여기도 없어. 아마 어디에도 없을 거야."

그랬습니다. 광증은 인류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심연에서 유래된 것을 인간이 손댈 수 있었다면, 야수도 영원한 밤도 찾아오지 않았겠죠. 심연이란 그런 것입니다. "음, 실례. 그게 입에 붙어버려서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그런 폭탄발언을 해놓고서 태연하게 제 발언을 사과합니다. 그러고서 팔짱을 끼는 게 별로 진지한 태도는 아닙니다.

"그럼 이제 어떡할래? 아지무 씨가 왔던 데로 다시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어."

그리고 청년은, 방만하게도 그런 말을 꺼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겠지만...

99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3:23:22

그래도 좋다니 다행이네!
진행하다 보니 슬슬 결말의 윤곽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너무 이르지만 ㅋㅋㅋㅋ

100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23:27:58

응??? ㅋㅋㅋㅋㅋㅋ 벌써 결말을 생각하고 있다고??
이 캡틴 진도가 얼마나 빠른거지....?!?

101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3:30:14

내가 좀 성질이 급한 편이라서 ㅋㅋㅋㅋㅋ 물론 결말까지 가려면 중간에 여러 사건도 있어야겠지만 ㅋㅋㅋㅋㅋ

102 엘레나 (DTpUnwX61g)

2022-09-21 (水) 23:49:26

"...아뇨."

남성분의 말씀은 확실히 제게 적잖스럽게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오자마자 얻은 정보가 이따위 것이라니...
로라시아 정도나 되는 넓은 땅이라면 당연히 광증의 치료도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넘겨짚었던 제가, 잘못이었던 걸까요.
'광증의 치료법은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배를 탄 순간부터 이런 결과는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제가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겠죠.

"제가 온 곳에는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광증과 야수와 싸우면서, 하루하루 힘겹고 치열하게 버티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저를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기고 기다리고 있어요. 멋대로이지만, 그만큼 절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이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요, 조금도 말이에요.

"그러니 절대 빈 손으로는 돌아가지는 않겠습니다."

남성분께 그렇게 말하는 저의 눈은 확고한 의지로 차있었을 터입니다.
이곳에 있는 누군가. 혹자는 이런 저를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제가 생각해도 이건 하늘의 별따기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만행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고향을 생각하면 저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돌아가면 죽어가는 주민들을 손놓고 구경하는 꼴밖에 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심문관의 이름을 걸고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정보 제공에 감사드립니다, 신사분. 그럼 이만 저는 물러나도록 하죠."

실마리라고는 없는 여행길. 제가 이제부터 걷게 될 길은 그런 길이 되겠죠.
저는 이제 남성분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습니다. 광증으로 고통받는 동대륙 사람들을 해방하기 위해, 로라시아 대륙의 더욱 깊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어쩌면, 아무도 닿지 못했을 곳까지.

103 엘레나주 (DTpUnwX61g)

2022-09-21 (水) 23:51:33

나는 조금 길게 보고 있었거든 ㅋㅋㅋㅋ (로라시아 구석구석 다닐 생각이었음
캡틴이 그렇게 말하니 아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네~

104 ◆POCYqa2/e6 (555lisDuCk)

2022-09-21 (水) 23:54:10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다면 노력해볼게 ㅋㅋㅋㅋ
그리고 엘레나가 엔딩을 맞이하더라도 다른 캐릭터로 새로 플레이할 수도 있고? ㅋㅋㅋㅋ

105 엘레나주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00:03:45

그런거야? ㅋㅋㅋ 으응~~~ 어떠려나~~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지금 진행을 열심히 할까!

106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00:17:32

엘레나의 굳센 다짐에 행인들은 여전히 수군대고 있습니다. 반면 청년은 말 없이 팔짱을 끼고만 있는 채입니다. 방금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긴 한 건지 의심될 만한 태도라고 할 수 있네요.
말을 마친 엘레나가 걸음을 옮겨 청년을 지나칠 때쯤, 그가 나지막히 중얼거렸습니다.

"재밌는 사람이네, 아지무 씨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 설령 그 절망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누군가가 멍청한 사람이라 비난할지 몰라도 청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가 팔짱을 풀고 몸을 빙글 돌립니다. 그리고선 마저 걸어가려던 엘레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수도까지 가는 걸 내가 도와준다고 하면 어때?"

이번엔 청년의 말로 군중이 들썩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목받는 상황을 정말 싫어합니다. 그럼에도 이를 감수하고 엘레나에게 제안해온 것은, 그녀에게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죠. 청년은 그런 사람이 싫지 않았습니다.

107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00:18:16

그래야지 ㅋㅋㅋㅋ 열심히 해보자구

108 엘레나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00:55:34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종횡무진하던 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아니, 멈추어졌다고 표현하는게 더 정확할까요. 그만큼 그 목소리는 제게 상당히 의외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왜죠?"

몸을 반쯤 돌려서 방금의 남성분을 바라봤습니다.
그것은 아까 전 사람으로서 사람을 자연스럽게 대하는 눈이 아닙니다.
심문관으로서 심문을 하는 눈이였죠.
노려본다고 해도 이의가 없을 만큼 날카롭게 벼려진 제 눈입니다. 물론 부정할 생각도 없어요. 남성분께 따로 감정같은건 없지만, 의문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저는 이국에 어떠한 정보도 없이 온 이방인입니다. 이정도 조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제가 수도에 방문해도 광증의 해소법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나요? 그 사실을 알려준 건 당신이에요. 저를 도와서 수도에 도달한다 해도 당신에게 있는 메리트 같은 건..."

저는 말을 하다가 도중에 말을 멈췄습니다.
그러나 말을 멈춘 건 제 말에 어떤 확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모든 심문관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에 흔들림이 일체 있어서는 안 돼요. 하물며 저는 나름대로 우수한 등대지기입니다. 사람의 인간성따위는 얼마든지 꿰뚫어 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 경우...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제가 말을 한 마디 할 때마다 그게 무슨 신의 전언이라는 듯이 반응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거슬려요. 이런 상황은 제게 처음이었기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어요.
큭, 사람이란 정말 귀찮은 존재군요. 여기에 와서 처음 느끼는 생각이에요.

"...일단 장소를 바꾸죠."

할 수 없이 남성분께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옷깃을 꾹 잡은 채로 앞장을 서서 일단 항구를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수도가는 길은 커녕 이곳 지리도 모르는 제가 말이에요. 우스운 일이였죠.

"그래서, 왜죠? 대답해보세요."

하지만 제 심문이 끝이 난 건 아니에요. 걷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그 즉시 저는 알아 챌 겁니다.

109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01:30:37

"왜냐니~"

별 걸 다 묻는다는 듯한 표정입니다. 그러다가도 엘레나가 장소를 바꾸자고 하면, "뭐,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옷깃을 잡힌 청년은 그대로 순순히 끌려갑니다. 걷는 와중에도 엘레나는 심문하듯 이유를 캐묻고,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무섭게시리."

말은 그렇게 해도, 전혀 겁먹은 기색은 아닙니다. 청년이 큭큭 웃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사라지니 그의 태도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데 이유가 필요하나."

청년은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 능청을 떱니다. 사실 이 말이 궤변이란 건 그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아가씨는, 이방인인 자신을 누가 해하려 들까 걱정하는 것이겠죠.

"그냥 아지무 씨가 마음에 들었거든.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좋은 거잖아? 그러니까 도와주겠다는 거지."

엘레나의 감으로 보아도, 딱히 거짓을 말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솔직하다면 솔직한 모습입니다.
이윽고 둘이 도착한 곳은 인적 드문 거리였습니다. 가로등의 어슴푸레한 빛만이 주변을 비추고 있습니다. 숨막히는 군중들 사이보다는 훨씬 나은 장소입니다.

110 엘레나 (K/9Ur7k/D.)

2022-09-22 (거의 끝나감) 02:36:22

"필요합니다. 사람은 그냥이라는 이유로는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동기는 반드시 죄에만 묻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사람의 본질이예요."

제가 심문관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진리이자 야수와 인간의 극명한 차이점이죠.
인간은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저 움직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어야 하죠. 뭐, 인간에 전부 속물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지만요.
이건 저라는 사람에도 해당되는 근원적인 이야기예요.
―하지만.

"...하지만 당신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군요."

그 많은 인파에서 빠져나오니 조금 살 것 같은 기분이군요.
여기까지 오면 됐겠죠.
이제는 멈춰서서 뒤를 돌아 청년분을 바라봤습니다. 그의 눈을 살피는 겁니다. 조금 가까이 들여다 보아야 해서, 실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런 저의 노력에도 다른 이질적인 흔들림을 감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태도...랑은 상관 없잖아요."

그 와중에 당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나 늘어놓기는요.
하지만 그가 솔직하게 말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저는 할 수 없이 떨어져서 다시 그와 거리를 뒀습니다.

"제가 얼마나 열심히 광증의 해결법을 찾든, 어디까지 포기하지 않든, 없는 건 없는 거니까요. 지금 저는 허황된 것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은 이곳의 현지인인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겠죠."

제 입으로 다시 한 번 거듭 말하면서도 참 어리석은 처지군요. 있을리 없는 것을 찾고 있다니.
저는 어쩌면 청년분이 차라리 강도 비슷한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다면 정당하게 이 답답한 마음을 풀 수라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도, 당신은 그런 저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말하는 겁니까?"

저는 청년분께 재차 물었습니다. 제가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체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당찬 목소리입니다.
만약 그가 단순한 동정따위로 저를 돕고자 하는 거라면 금방 드러나게 되겠지요.

111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03:11:28

엘레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청년이 즉답합니다. "그러니까. 허황된 걸 찾는다고 해도 상관 없어." 그리고서 뭐가 문제냐는 듯 씩 웃어보입니다.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든다는 거야~ 안되는 걸 해결해보려는 행동 말이지."

그의 푸른 눈에서 생기가 엿보입니다. 이 남자는 철저히 흥미 위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또 남에게 관심이 많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가 엘레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허황된 것, 그것도 광증 치료법을 찾겠다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값싼 동정과 비슷할지도요. 그 동기가 연민이 아닌 흥미라는 점만 빼면 말입니다.

"뭐, 싫음 말고. 나도 싫다는 사람 억지로 붙잡을 생각은 없어."

사실 투자라고는 해도 수도까지만 바래다주는 거겠지만 말이죠. 수도로 가는 마차의 비용은 그에겐 그다지 비싸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어깨를 으쓱이곤 그대로 걸어나가버릴 듯 몸을 반쯤 돌렸습니다.

112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03:12:21

내 글솜씨가 별로라서 지루하진 않을까 급 걱정이네 ㅋㅋㅋㅋㅠ

113 엘레나주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03:21:26

응?? ㅋㅋㅋ 글은 나도 엄청 못쓰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걱정 안해도 돼~~~
근데 캡틴 오늘은 오래 깨어있네! 슬슬 안 자도 괜찮아?

114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03:23:42

ㅋㅋㅋㅋㅠ 엘레나주는 역시 천사야
안 그래도 슬슬 잘까 싶었는데... 말 나온 김에 자러가야겠어() 엘레나주 좋은밤 보내 나중에 보자~

115 엘레나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03:36:35

"자, 잠깐-!"

이 거리를 돌아나가려 하는 그를, 그렇게 덥썩 붙잡고 말았습니다. 그건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었어요.
인정하긴 싫지만... 이 남자분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걸 저는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받도록 하죠, 도움."

저는 도움을 받는 입장이죠. 예,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왜 져서 분하다는 기분이 들고있는 걸까요. 표정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순전히 호의를 배풀어주고 있는 건 이쪽 신사분이신데 말이죠.
그건 아마 저의 안좋은 버릇때문일 겁니다. 무엇이든 단정짓고, 심문하려는 버릇이요. 이건 제 나름의 직업병같은 겁니다. 심문관은 절대 틀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거든요.
동쪽 대륙의 등대지기들은, 그 정도로 고결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또, 아까 항구에서 그가 제가 가장 들어서는 안 되는 답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광증의 해결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저를 수도로 보내주세요."

116 엘레나주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03:37:17

응응 캡틴도 좋은 밤 보내구~~~ 반응은 미리 올려놨다!

117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15:44:50

청년은 그렇게 미련없이 돌아서려 하다가 결국 엘레나에게 붙잡힙니다. 돌아본 그의 표정은, 어쩐지 의외라는 듯 합니다. 그러다가도 금세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변합니다.

"그래, 좋아."

그가 얄밉게 웃어보입니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듯 눈짓을 한 번 주고는, 앞장서서 성큼 걸어갑니다. 그를 따라서 넓은 거리로 나간 뒤 잠깐 걸어가면 마차역이 보일 겁니다. 도시의 초입 너머로 높은 산맥들이 솟아있는 것 또한 보입니다.

"딱 수도까지만. 그 뒤로는 그쪽이 알아서 해야 할 거야~ 나도 바쁜 몸이라 말이지."

마차역을 둘러보며 그가 그리 말합니다. 한편 단촐하게 차려진 마차역에는 두 구의 마차가 정차해 있습니다. 각자의 말들에게 여물을 챙겨주는 마부도 보입니다.
청년은 왼편에 자리잡은 마부에게 다가갑니다. 비쩍 말라서 뼈까지 보일 것 같은 남자였습니다. 매섭게 찢어진 눈에 염소 수염을 기른 게 딱 사기꾼 상입니다. 그래도 청년은 별 생각 없이 마부에게 말을 붙여봅니다.

"어이, 형씨, 제국 수도로 가려고 하는데."
"수도? 흐음, 80은화요."

말의 고삐를 손보던 마부가 청년을 훑어보며 답합니다. 엘레나의 감이라면, 이 말라깽이가 값을 평소보다 더욱 올려치기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지도요.
하지만 청년은 아무런 고민도 없이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냅니다. 그러자 마부의 눈이 휘둥그레 뜨입니다. 곧 그가 탐욕스럽게 눈을 빛내며 주머니를 받아듭니다. 동전 짤랑이는 소리에 마부의 침이 꿀떡 넘어갑니다. 가난한 평민들에게 80은화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세 끼를 풍족하게 챙겨먹을 수 있는 값이었으니까요.
마부의 솔직한 반응 덕에 이방인인 엘레나도 그 가치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을 겁니다.

"어서 타시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요."

돈을 받아먹은 마부의 태도가 묘하게 공손해진 것 같습니다. 그는 돈주머니를 말의 안장 주머니에 넣어두고서 마부석으로 올라탑니다.
"가자고." 청년도 엘레나를 한 번 흘겨보고는 앞서서 좌석에 오릅니다. 이 마차의 좌석은 낡은 목재로만 구색을 갖춘 모양새였습니다. 천장도 없고, 탑승감도 그다지 편하진 않습니다. 그냥 짐 싣는 수레랑 별다를 게 없어보입니다.

118 엘레나주 (hpZEKBSTNE)

2022-09-22 (거의 끝나감) 16:18:39

캡틴 안녕~~ 그런데 이거.... 태클 걸기 각인가?!

119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16:20:11

안녕 어서와!! 태클 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싶으면 해보는 거다!

120 엘레나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16:56:09

"좋아요. 저도 바라던 바입니다. 빚을 지운 사람을 계속 데리고 다니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니까요."

저는 평소에 웬만해서는 다른 이의 도움을 청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이번만큼은 예외로 둘 수 밖에 없었어요.
아무리 헛된 꿈이라도 잠들지 못하면 꿀 수 없으니까요. 이건 그 초석이라고 해두죠.
그리고는 경박스러운건지 친절한건지 모를 그를 따라서 마차역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동안 짧은 거래가 오고갔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라고하면 역시나 였을까요.

"잠깐, 기다리세요. 거기의 마부."

'어서 타시죠' 라고요. 말은 잘하는군요. 분명 저희가 처음이 아니었을겁니다. 좌석에 오르는 그를 잠시 멈춰세우고 마부에게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80은 너무 많지 않나? 은화 60만 받으시죠. 그리고 당신은 이 뻔히 보이는 싸구려 기만에 뭘 흔쾌히 주머니를 여는 건가요?"

이정도 사기는 딱히 제가 심문관 출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뻔히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이 로라시아의 지리도, 통화의 시세도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의 문외한입니다만 마차가 수도까지 이동하는데 이 정도의 값을 받는다는 건 엄연히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이 마부의 반응으로 봤을 때 60도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 청년분은 현지인임에도 왜 이런 사기에 걸려주는 걸까요. 흔히 말하는 상식이 부족한 백만장자인가요?

"미리 말해두지만 탐욕스러운 인간이 모는 마차에 몸을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여행길을 초치는 법이거든요. 그러니 당장 값을 깎지 못하겠다면 저희는 다른 마차를 찾아보겠어요."

저는 여기서 확고히 말해둔 뒤에 마부의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당장 20 은화를 청년분께 돌려주는게 현명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60 은화도 무른 뒤에 즉시 다른 마차를 찾아갈 생각이었으니까요.

121 엘레나주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16:57:44

그래서 걸어봤습니다! ㅋㅋㅋㅋㅋ 헤헤~

122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17:33:25

엘레나가 부르자 마부는 고개를 흘끔 돌립니다. 청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좌석에 올라간 발을 내렸습니다.
곧 이어진 엘레나의 말에, 마부는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빽 질렀습니다. "뭐요!?" 제가 받은 돈의 4분의 1을 깎으라는 얼척없는 요구 탓입니다. 그러다 돌연 제게로 날아온 화살에 청년도 당황한 것처럼 보입니다.

"엥? 그야 이런 거 일일히 신경 쓰면 귀찮잖아. 그리고 80은화는 쉽게 벌 수 있다고."

상식이 부족하다기보단 그냥 돈 쓰는 걸 고민하지 않는 쪽에 가까운 것 같네요.

"아니, 이보쇼. 뭘 모르시나 본데..."

한편 어이없다는 듯 잔뜩 격양된 투로 말을 이어나가려는 마부. 하지만 그의 시야에, 무장한 기사가 마차역으로 들어오는 광경이 보입니다. 물론 이 마부가 사기를 치는 걸 알고 오는 건 아닐 겁니다. 단순히 순찰을 돌고 있을 뿐이었죠.

"어휴, 됐다. 그럼 20은화 돌려드리면 되는 거요?"

그는 갑자기 말을 바꾸더니 한숨을 푹 내쉽니다. 60은화면 좀 아쉽긴 하지만, 괜히 소란 피우다 경비병에게 걸려서 벌금을 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마부석에서 내려온 마부가 말들에게 터덜터덜 걸어가더니 안장 가방에서 10이라 쓰인 주머니를 두 개 꺼냅니다. 주머니들은 휙 날아가 청년의 발치에 놓였습니다. 그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입니다. 그러더니 군말 없이 돈을 챙기는군요.

"이제 진짜 출발할 겁니다. 어서 타쇼."

방금 전의 소란 탓인지 마부의 목소리에 기운이 없습니다.

123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17:34:00

ㅋㅋㅋㅋㅋㅋ 정의구현 당한 마부씨(이름없는 모브)

124 엘레나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18:25:14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쉽게 벌었건 어렵게 벌었건 돈은 항상 정당한 거래 아래에서 오고 가야 하는 거예요."

오자마자 이런 부당한 사기를 목격하게 되다니요.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로라시아 대륙은 제 고향보다 많은 면에서 발전한 줄로 알고있었습니다만, 이런 부분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건가요.
마부는 염치를 모르고 여전히 제게 반론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제일 질색입니다. 자기 자신이 범한 오를 인정하지 못하고 추태를 보이는 인간들이요. 아마 지금도 저의 출신과 겉모습만을 보고 얕보고 있는 거겠죠?
그런 그가 갑자기 꼬리를 만 것도 조금 지나서입니다. 뒤에서는 기사들이 철컹거리며 걷고 있었는데, 아마 저들 덕이겠죠. 저런 양철로봇 같은 사람들은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군요.

"가죠."

은화를 돌려 받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저는 마차에 올라탔습니다. 모든 일은 해결됐지만 저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어요.
마부라는 사람의 언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요.
이런 허접한 사기를 뻔히 알면서도 받아주려고 하는 그랑, 그렇게 하는게 당연하다는듯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는 이 분위기가 저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도착하자마자 최악의 소식을 접했는데... 열이 받네요!

"당신도 조금은 조심하도록 하세요."

마차에 난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로 그에게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얘기했습니다. 괜한 분풀이였었죠.

125 엘레나주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18:26:05

ㅋㅋㅋㅋㅋㅋ 나이스~ 그럼 원래 마차 가격은 얼마정도 했으려나? (궁금

126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18:38:20

40~50은화? ㅋㅋㅋㅋㅋ

127 엘레나주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18:40:51

역시 60도 비싼거였나!!!! 캬아아아아악 (하악질

128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19:29:54

"뭐, 노력은 해볼게."

엘레나를 뒤따라 마차에 올라탄 청년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실실 웃으며 답합니다. 진지함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네요. 그는 엘레나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랴!" 마부의 목소리와 함께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말발굽이 거친 돌바닥을 박차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차의 좌석도 울퉁불퉁한 돌바닥을 지나며 일순 덜컹입니다.
바깥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방으로 온통 암석들과 바위산이 높게 솟은 풍경이 보일 겁니다. 그리고 그 풍경은 마차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여정이 시작된다는 실감이 엘레나에게 잘 느껴질 순간입니다.
그리고 청년도 입을 열었습니다. 엘레나에게 심문관이 무엇인지, 동대륙은 어떤 곳인지를 묻는가 하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제 이야기를 술술 불기도 했습니다. 엘레나가 대꾸하든 대꾸하지 않든간에요. 덕분에 엘레나는 방금 전의 해안 도시가 아타후알파라는 이름이었다는 것도, 이 청년이 대륙 전역을 떠도는 용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 시끄럽게 떠들던 청년은 어느 순간 눈 좀 붙이겠다는 말을 끝으로 조용해졌습니다. 고개를 꾸벅 흔들며 졸고 있는 모습이 퍽이나 편안해 보입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험한 고원을 오래도록 달려나가자 바깥 풍경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드높게 세워진 바위산들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지평선이 훤히 보이는 너른 광야가 펼쳐졌습니다. 저 멀리 말을 탄 사람들과 이동식 천막이 움직이는 광경도 보입니다.
마차는 그 후로도 한참을 달렸습니다. 어둑어둑한 밤하늘 아래 놓인 대초원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슬슬 구경이 질릴 때가 되자 새로운 풍경이 나타납니다. 조촐하게 지어진 작은 마을의 모습입니다. 아까 보았던 유목민들과 달리, 이곳에 정착해 생활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마을과 어느 정도 가까워진 마차는 곧 그 자리에 멈춰섰습니다. 이곳이 마차가 경유하는 마을들 중 하나인 모양입니다. 마차가 완전히 정차하고 마부가 내립니다. 그는 마차에 매달린 수통으로 말들에게 물을 먹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부에게 두 명의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 보입니다. 한 명은 이제 막 얼굴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체구가 작은 게 어린아이처럼 보였습니다. 헌데 아이는 온통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자세한 생김새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여인과 마부의 대화소리는 여과 없이 엘레나에게도 들려옵니다.

"저기, 혹시 수도까지도 가시나요?"
"안 그래도 수도로 가던 참이었수다. 타시려고?"
"아, 네. 돈은 충분하니까... 되도록 빨리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급해서요."
"그럼 타쇼. 40은화요."

둘의 대화는 이상한 구석이 없었습니다. 엘레나가 보아도 저 마부, 아까 전처럼 사기를 치려고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녀에게 따끔한 한 소리를 들어서일까요.
곧 여인은 아이를 이끌고 마차에 올라탑니다. "잠깐 실례할게요." 그녀는 아이의 손을 꼭 쥐고서 좌석 한켠에 앉습니다. 이윽고 엘레나와 청년을 쳐다보면 여인이 넉살 좋게 웃으며 말을 건네옵니다. 한편 로브를 쓴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두 분도 수도로 가시는 길인가요?"

말소리에 잠이 깬 건지 청년이 슬쩍 눈꺼풀을 뜹니다. 그의 시선은 여인이 아닌 아이에게 가 있습니다. 아이는 제가 눈길을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청년의 눈빛이 일순 날카롭게 빛난 것도 같습니다.

129 엘레나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20:37:49

항구도시 아타후알파를 벗어나자 대평원이 펼쳐졌습니다.
어디까지고 이어질 것 같은 녹지가 밤하늘 아래에 드리워져있는 풍경은 말 그대로 웅장한 것이었습니다. 저기에는 우리와 같이 말을 탄 사람들과 그 뒤를 따르는 커다란 천막들도 보입니다. 이게 유목민이라는 걸까요.
이곳에게는 이곳 나름의 고민과 고충이 있겠죠. 하지만 이런 초원도 유목 생활도 제게는 전부 처음보는 것들 뿐이라 그저 신기하고, 또 더 없이 평화롭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자 자연히 제 고향도 생각납니다. 저희의 고향도, 이런 평원의 반만이라도 평화로웠다면 좋을텐데.
등대지기들은 바다에서 덮쳐오는 야수들을 잘 막아내고 있을까요. 주민들은 광증을 잘 버텨내고 있을까요.
제가 너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차가 중간에 멈춰서자 두 사람이 올라탔습니다. 여인과... 아이인가요? 마부는 다행히 그들에게서는 돈을 갈취하지 않았던 것 같았어요.
그럼요, 유능한 심문관인 제가 아직 타고 있는 걸요.

"그렇습니다. 수도에 볼 일이 있거든요."

저는 여성분께 화답하듯 살풋 웃으며 대답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주위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빛이 조금 이상했거든요.
그게 조금 의아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파악한 바로는 그는 워낙에 경박한 인물 같았으니까요. 네, 그건 아마 마차를 모는 마부라도 알 수 있었겠죠.

"자녀분이신가요?"

여성분께는 넌지시 물었습니다. 그건 교류상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확인차 하는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130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21:42:04

다시금 마부의 채찍질과 함께 마차가 출발합니다. 여인이 움직이는 마차 밖을 한 번 바라보고는 엘레나의 물음에 답합니다. 로브를 쓴 아이는 어째선지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습니다.

"네, 저희 딸이에요."

여인은 몸을 떨던 아이의 어깨를 끌어안습니다. "괜찮단다, 우리 아가." 그리고서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고개를 돌려 나지막히 속삭입니다. 다시 엘레나에게 시선을 둔 그녀가 환히 웃으며 다시금 입을 열려 했지만.

"아파 보이는데."

청년의 말 한 마디에 여인은 그저 입을 오물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넉살 좋던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불안한 기색만이 그녀의 주름 패인 입가를 맴돕니다.

"...맞아요. 아이가 희귀병을 앓고 있거든요."

그녀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립니다. 엘레나라면 단번에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여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요. 하지만 정확히 뭘 숨기고 있는진 알 수 없습니다. 청년 역시 여인의 거짓말을 어렴풋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참 착한 아이인데... 어쩌다 이리 된 건지."

여인이 한숨을 내쉽니다. 여전히 초조한 모습입니다. 딸의 병 탓이라기엔 급격히 태도가 변했는 걸요. 청년도 아직 무언가를 확신하지 못한 듯 아이의 모습만을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노려본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떨림은 아까부터 멈추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뭔가 이상해."

청년이 조그맣게 중얼거립니다. "네?" 여인이 근심스런 목소리로 반문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131 엘레나주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22:20:44

광증각이다 광증각!!! 잠깐 밥먹고 와서 이어줄게 캡틴~

132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22:23:42

다녀와~~

133 엘레나 (sKR3NWOtDc)

2022-09-22 (거의 끝나감) 22:56:46

"―우연이군요."

긴장의 공기가 떠도는 마차 안에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습니다.

"제 고향 사람들도 희귀병을 앓고 있거든요."

'희귀병'이라고요. '뭔가 이상하다'고요.
그런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잘 알고있어요. 지금 엄습해오는 아주 익숙하디 익숙한 불안감 말이에요.
그것은 달이 기움에 따라 천천히 덮쳐오는 그림자처럼 사람을 좀먹어오죠. 가장 어두운 밤 중에서도, 더욱 어두운 심연은 있는 법이니까요.

"실례지만 부인, 제가 자녀분의 상태를 잠깐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심문관. 그 실체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로브를 걷어보기 위해 한 손을 조심스럽게 뻗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반대쪽 손으로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부인이 눈치채지 않도록 조심히 핸드캐논이 걸려있는 홀스터에 손을 얹었습니다.
저라고 이런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만, 부디 이 부인이나 아이가 저를 공격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134 ◆POCYqa2/e6 (IoppecSisw)

2022-09-22 (거의 끝나감) 23:45:43

여인은 엘레나의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아아, 죄송해요,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그저 고개를 떨군 채 쉼없이 사과의 말을 되뇌이고 있을 뿐입니다.
엘레나가 로브를 들추자 아이 몸의 달싹거림은 더욱 심해집니다. 그리고 엘레나는, 홍채와 공막까지 온통 검게 물들어버린 아이의 두 눈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뿐이 아니라 아이의 피부도 시체처럼 창백했습니다. 아이의 검은 머리칼들이 뱀마냥 주변을 설설 기는 것도 보입니다. 그 중 한 가닥이 엘레나의 손등을 침범합니다. 거칠고 축축한 촉감이 느껴집니다. 틀림없이 이건 야수화의 전조입니다.

"저희 딸은 광증을... 앓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 아빠가 말하길 제국 수도에 가면 치료약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그리 말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퍽 불안정합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엘레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 이 대륙의 수도에는 광증을 치료하는 약이 어디엔가 있는 걸까요? 하지만 그런 희망이 무색하게도, "헛소리네." 하고 청년이 옆에서 중얼입니다. 수도에 광증의 약이 없다는 건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당신은... 사냥꾼이신가요?"

돌연 고개를 퍼뜩 들어올리는 여인.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룩 흘러내립니다. 초점 잃은 시선이 엘레나를 향합니다.
한편 아이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뺨을 타고 흐르는 건 시뻘건 핏방울이었습니다.

"부디 저희 딸만은 해치지 말아주세요, 수도까지만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부디 저희 딸만은..."

여인은 다시금 같은 말을 반복해댑니다. 억양 없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읊조리는 그 모습이 기이하게까지 느껴집니다.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습니다. 그녀에겐 사냥꾼이 그리도 무서운 존재로 느껴지는 걸까요?

"자식의 병을 숨긴 벌은 그 뒤에 받을 테니..."

그러더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꾹 닫아버립니다. 그녀의 치마자락이 떨어트린 눈물로 흠뻑 젖어들어갑니다.

"언제 변이할 지 모르는 광증 환자랑 같은 마차를 탔다, 라." 그리 말한 청년의 표정은 그닥 밝지 않았습니다. 마부는 좌석의 상황을 알긴 하는 건지, 혹은 알고서도 외면하는 것인지 말을 모는 걸 멈추지 않았습니다.

135 엘레나 (MTKoOlWlzo)

2022-09-23 (불탄다..!) 01:31:02

이성을 놓아버린 것 같은 여인의 반응에 저는 빠르게 아이의 로브를 걷었습니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요. 그 안에 있는건 희귀병처럼 구실 좋은 병따위가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흔한 광증을 앓고있는 아이였습니다.
앓는다는 수준이 아니에요. 이 안에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거의 야수입니다.
옆에서는 그가 헛소리라며 무색한 희망에 태클을 겁니다. 아까부터 정말 시끄럽군요. 그 정도는 이미 이 부인도 알고 있어요.

"...마부! 마차를 멈추세요!!"

저는 일단 마차 내부를 주먹으로 두어번 두드려 마부에게 마차를 멈추도록 했습니다. 일단은 거기서부터겠죠.
자, 그러면 이제 타국의 심문관인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부인이 보는 앞에서 아이를 이 자리에서 쏴죽여야 할까요? 당신이 찾는 광증의 치료같은건 없다고 알려야 할까요? 눈물을 흘리는 부인을 보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광증이라는 건, 어딜가나 사람을 괴롭히는군요.

"부인,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아지무 엘레나. 동쪽 대륙에서 방금 건너온 심문관... 즉, 네. 사냥꾼입니다."

우선 저의 이름과 신분, 그리고 출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홀스터에 얹어놓았던 손을 움직여 단숨에 핸드캐논을 꺼냈어요.
오로지 강력한 심연의 야수들을 부수기 위해 만들어져서 등대지기들에게 손과 손으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중후한 6연발 개인 화포. 심문관의 보구이자 파트너.
저는 묵빛의 그것을 부인에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이단을 처단할때 사용하는 도구죠. 부인, 사람에게 광증이 발병했다면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니라 야수입니다. 남녀노소. 그런건 상관 없어요. 저희 심문관의 의무는 이단과 야수를 즉결처단하고 길을 밝힘으로써 밤의 어둠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와 같은 사명에 따라서, 이제 부인의 따님도 제 목표중 하나가 됐죠."

이것이라면 분명 아무런 문제없이, 한 밤중의 악몽에 고통받고 있는 이 아이를 깨워주겠지요.

"...하지만 이번은 못 본 걸로 하겠습니다."

제가 있었던 동쪽 대륙이었다면... 말이에요.
저는 제가 들고 있던 핸드캐논의 포구 끝으로 아이를 겨누는 대신, 마차의 문을 밀어 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마차를 떠나세요. 그리고 마을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걸어서 갈 수 있을겁니다. 마을에 도착하는 대로 따님이 아직 인간으로 있을 때 부인의 손으로 안식을 주고 무덤을 만들어 주세요. 못하겠다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냥꾼에게 부탁하세요."

제가 지금 실수를 하고있는 걸까요? 괜한 짓을 해서 피해자를 늘리고 있는 걸까요? 부인에게 너무 심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뇨, 제 머리는 지금 그 세상 어느 것보다 차갑고 냉정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제가 지금 즉시 해드리겠습니다. 이것이 심문관인 제가 배풀 수 있는 최소한의 자비입니다."

이제 달려 있는 것은 부인의 선택이겠죠. 저는 그녀가 딸을 데리고 떠나길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36 ◆POCYqa2/e6 (JtHww4LMWg)

2022-09-23 (불탄다..!) 01:46:17

크아아 피곤해서 자러갈게...! 좋은밤 보내구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 가져올게

137 ◆POCYqa2/e6 (JtHww4LMWg)

2022-09-23 (불탄다..!) 16:21:32

엘레나의 말에 마부는 황급히 말을 세웁니다. 뒤이어 그녀가 꺼내든 육중한 화기를 보고, 여인은 겁에 질려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입니다.
엘레나가 말을 이어감에 따라 여인의 표정도 더욱 일그러집니다. 끝내 엘레나가 여인에게 선택권을 넘기자.

"...알겠어요. 사냥꾼 님이 시키시는 대로 할게요."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치고서 그렇게 답합니다. 그녀가 던진 잔인한 말들에 정신이라도 차린 걸까요. 곧 여인은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 마차에서 내립니다. 미련이 남았는지 여인은 몇 번 마차를 쳐다보다가, 결국 종종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납니다.

"와, 십년감수했네~"

둘이 자리를 뜨자 청년도 평소의 경박한 태도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다리를 꼬며 피식 웃습니다.

소란이 끝난 뒤 마차는 재빨리 출발합니다. 말들이 초원을 내달립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나아가면 중소규모의 도시가 보일 겁니다. 마차는 그곳에 멈춥니다. 아타후알파보다 작은 규모의 도시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줄곧 시끄럽게 떠들던 청년은 이곳에 볼 일이 있다며 먼저 하차했습니다. 그는 떠나기 전 엘레나에게 은화 주머니를 건네주었습니다. 마차가 이삼일은 내리 달릴 테니 돈이 필요할 거라 하면서 말입니다. 주머니에는 총 서른 닢의 은화가 들어있었습니다. 아까 마부한테 떼먹힐 뻔한 거에 덤을 얹었다나요. 엘레나가 거절한다고 해도 받으라며 고집을 부렸을 겁니다. 청년은 그렇게 거리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이후의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지고 마차가 다시 달립니다. 새로이 마차에 탑승하는 승객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차는 다시 달려 새로운 마을에 도착합니다. 밤하늘에 뜬 달이 23시를 가리킬 무렵이었습니다. 광활한 평야를 배경으로 초라하게 세워진 민가들이 보입니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기사들은 흙바닥에 주저앉아서 카드 놀이나 하고 있습니다.
말을 세운 마부가 여관에서 한숨 자고 오겠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늦었으니까요.

"그... 사냥꾼 씨도 좀 쉬고 오시지요."

그가 헤헤 웃으며 엘레나를 쳐다봅니다. 말투가 아까 전과는 딴판입니다. 자신만만한 사기꾼 상이었던 얼굴도 누그러진 모습입니다. 다만 지금은 간신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일까요. 엘레나는 방금의 광증 소란을 완벽하게 해결했으니, 그녀를 대하는 마부의 태도가 바뀌어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엘레나가 텅 빈 마차에서 내리면, 고즈넉한 마을의 풍경이 보일 겁니다. 엮은 볏짚으로 지붕을 올린 흙집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사이사이 난 오솔길 곁으로는 긴 횃불이 촘촘히 박힌 모습입니다.
엘레나는 쉽게 여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침대가 그려진 간판을 매단 집이 바로 보였거든요. 여관은 다른 민가들보다 넓었지만 그렇게 널찍한 건 아니었습니다. 후미진 곳에 흔히 있을 법한 여관의 크기였죠.

138 ◆POCYqa2/e6 (JtHww4LMWg)

2022-09-23 (불탄다..!) 16:22:01

(너무 급전개인 거 같아서 걱정되는 캡틴)

139 엘레나 (MTKoOlWlzo)

2022-09-23 (불탄다..!) 17:37:54

부인과 아이는 떠나고, 경박한 용병분도 중간에 마차를 내렸습니다.
그는 떠나면서 또 해프게끔 저에게 은화 주머니를 건넸어요. 괜찮다며 몇번이고 말했지만 끝내 호의를 거절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내분의 태도가 완강한 것도 있지만. 뭐, 저는 급한 상황에 처해있으니까요. 받을 수 있는 건 감사하며 받아 두어야겠죠.
그렇게 도착한 것이 이 또 다른 마을이었습니다. 하늘에 뜬 달을 보니 벌써 이 밤도 더욱이 깊어져가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달려왔으니 무리도 아니지요.
그런데 저를 대하는 마부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동행하던 사내분이 떠나면 태도가 돌변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아까 전에 광증으로부터 마차를 보호했기 때문일까요.
흥, 그렇다고 간신같은 얼굴을 하고있기는요. 정말 알기 쉬운 인간이군요.

"사냥꾼이 아닙니다."

마차에서 내려온 저는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장비를 확인했습니다. 차가운 빛을 내는 레이피어와 랜턴, 무거운 화포와 탄띠. 이것들은 전부 동쪽에서 등대지기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이제는 몸에 배어든 습관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의 분신같은 것들이기도 해요. 이 땅의 사냥꾼들은 과연 밤에 저항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고개를 돌려 마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심문관이에요."

.
.
.

콩콩콩. 문을 노크하자 나무와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습니다.

"저기-"

여관을 부러 노크하고 고개를 들이밀 필요는 없겠지만요.
하지만 이곳의 여관이란 보통 민가랑 거의 차이가 없어보여서 왜인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절대로, 낯선 곳에 혼자서 왔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게 아니에요.
그런데 이 여관의 주인 되는 분은 누구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혼자 쓸 방 하나를 빌리고 싶은데요."

배랑 마차를 오랫동안 타고 오기도 했고, 저도 얼른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내일 또 움직이려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테니까요.

140 엘레나주 (MTKoOlWlzo)

2022-09-23 (불탄다..!) 17:39:27

나도 조금 급하게 넘어간 것 같아서 띠용하기는 했지만 ㅋㅋㅋㅋ 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이 정도로도 좋다고 생각해 음음!!

141 ◆POCYqa2/e6 (eZHo7ro97Q)

2022-09-23 (불탄다..!) 19:07:03

ㅋㅋㅋㅋㅋㅋ 역시 급한 성질을 죽여야겠어... ㅋㅋㅋㅋ
그리고 오늘은 답레 쓰기가 힘들 수도 있어서...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고맙겠어!

142 엘레나주 (MTKoOlWlzo)

2022-09-23 (불탄다..!) 19:15:16

원래는 엘레나한테 용병아저씨랑 왜 쏘지 않았는지 같은거 얘기하면서 200 은화정도 뜯어볼생각 하고 있었거든 ㅋㅋㅋㅋㅋ (
그리고 확인~~~ 천천히 기다린다!!

143 ◆POCYqa2/e6 (niBYJ0p61o)

2022-09-24 (파란날) 15:58:37

엘레나가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중년의 부부가 구석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손님 없는 홀에 앉아 엘레나가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아무래도 이들이 여관 주인인 것 같습니다. 그 중 통통한 여성이 잽싸게 일어나 엘레나에게 다가옵니다. 그녀는 푸근하게 웃으며 엘레나를 맞이합니다.

"아이고, 어서오세요! 물론이죠, 이리로 오세요."

여성이 엘레나에게 손짓하며 카운터로 향합니다. 그리고 카운터 아래를 뒤적이더니, 곧 작은 나무 명패가 달린 열쇠를 카운터에 내놓습니다. 명패에는 2호실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습니다.

"아까 그 친구네 마차를 타고 왔나보구먼."

다른 한 명, 건장한 체격의 남성도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 쪽으로 설렁설렁 다가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마부도 이 여관에 있는 모양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긴 하지만요.

"사실 이 마을에 멈추는 마차가 그리 많진 않아요. 그래서 외지인 보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죠."

여성은 기쁜 듯 그렇게 말합니다. 주인 대 손님뿐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엘레나를 무척 반기는 태도입니다.

"하하, 우리 집사람이 낯선 얼굴 보는 걸 워낙에 좋아한다오."
"아유, 당신도 참. 쓸데없는 말을 하고 그래."

그 말에 응수하듯 그녀가 제 남편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며 핀잔을 줍니다.

"잠자리랑, 식사 포함해서 딱 3은화만 받을게요."

다시 엘레나에게 시선을 둔 여성이 손가락을 세 개 들어보이며 웃습니다. 방을 하루 빌리는 건 생각보다 저렴했습니다.

144 ◆POCYqa2/e6 (niBYJ0p61o)

2022-09-24 (파란날) 16:00:18

200은화 ㅋㅋㅋㅋㅋㅋㅋ(이 참치 대단하다) 다음부턴 좀 천천히 해보는걸루
아무튼 기다려줘서 고마워!

145 엘레나 (8enb4l29jk)

2022-09-24 (파란날) 16:52:42

"맞습니다. 항구도시에서부터 먼 길을 떠나고 있는 중이거든요."

아까 그 친구라는 건 마부를 말하는 거겠죠.
하긴, 이 작은 마을에 대놓고 보이는 여관은 여기밖에 없는 것 같았으니까요. 이런 곳에선 마부와 같은 여관을 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이 여관 뿐 아니라 마을 자체가 타지 사람의 방문이 드문 모양이니까요. 그런 상황 탓에 저라는 사람이 반갑게 느껴지는 건지, 마치 만담이라도 하는 듯한 두 주인의 모습을 보고 저는 '아하하.' 소리내며 가볍게 웃는 시늉을 했습니다. 이건 또 금슬이 좋은 부부네요...

"3 은화요. 좋아요."

5 은화도 받지 않는다니. 저렴하군요. 저로서는 더 없이 좋은 가격입니다.
경박한 용병에게서 받은 주머니를 쓸 때가 왔어요. 저는 지체없이 주머니를 뒤적여 은화 세 닢을 건넸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준비되어 나오나요?"

그러고보면 타국에 온 이래로 처음 맛보는 로라시아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껏 바다 건너에서만 있었던 동 대륙 사람에게는 기념비적이죠. 솔직히 말하면 흥미가 생겼기에 이 두 분께 물었어요.
부디 맛 좋은 밥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146 엘레나주 (8enb4l29jk)

2022-09-24 (파란날) 16:53:57

용병아저씨가 먼저 돈을 해프게 쓰고 있었으니까!!! ㅋㅋㅋㅋㅋ 캡틴 어서와~ 좋은 주말이야~~~

147 엘레나주 (8enb4l29jk)

2022-09-24 (파란날) 17:02:10

그런데 엘레나는 어때? 캡틴이 보기엔 잘 하고 있는 것 같나!!!

148 ◆POCYqa2/e6 (niBYJ0p61o)

2022-09-24 (파란날) 17:25:33

안녕~ 엘레나주도 좋은 주말!
당연히 잘 하고 있지 ㅋㅋㅋㅋ

149 ◆POCYqa2/e6 (niBYJ0p61o)

2022-09-24 (파란날) 19:25:48

"항구도시라면... 참 먼 길 오셨구만요."

여성이 눈웃음지으며 은화를 받아듭니다. 받은 은화를 카운터의 수납장에 넣어두고, 명패 달린 열쇠를 엘레나 쪽으로 내밉니다.
엘레나가 식사에 대한 것을 묻자 남성이 대답합니다.

"아침 식사라면 그때그때 다르지만, 보통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요리들로 준비하는 편이오. 수프나 샌드위치 같은 것들."
"원하신다면 후식으로 달콤한 디저트도 드린답니다."

그녀도 남편의 말에 사족을 덧붙입니다. 썩 쾌활한 목소리입니다. 뒤이어 남성이 제 수염을 쓰다듬으며 껄껄 웃습니다. 아무래도 요리 준비는 그의 몫인 것 같습니다.

"그보다 손님, 저녁은 드시고 오셨나요?"

여성이 물어봅니다. 저녁 먹는 시간이라기엔 너무 늦긴 했습니다만, 엘레나는 로라시아 대륙에 도착한 뒤로 제대로 된 식사를 챙기지 않았으니까요. 줄곧 마차를 타고 달려오느라 먹을 틈도 없었죠. 여성은 그걸 또 어찌 기막히게 알았는지 말을 마저 이어갑니다.

"괜찮으시다면 늦은 시간이나마 식사를 내어드릴까 싶어서요."

그녀가 다시 한 번 웃어보입니다.

150 엘레나 (8enb4l29jk)

2022-09-24 (파란날) 20:06:03

식사인가요. 여관 주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지금껏 내내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놀랍게도 저는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던 겁니다.
오자마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까요. 어쩐지 아까부터 힘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이것 때문이겠죠.

"그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 디저트도요."

열쇠를 챙기면서 주인 분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요, 식사도 식사이거니와 타국의 디저트는 절대 빼놓을 수 없죠. 좋은 견문이 될 것 같습니다. 달콤한 디저트... 후후후.
...읏, 큰일이군요! 고결한 심문관이 디저트따위에 넋을 놓고 말다니...
하지만 왜일까요, 제가 놓인 상황은 한 없이 절망 그 자체인데 갑자기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보다 일단 입가에 침부터 닦아야겠어요...

"크흠...! 그러면, 제가 다시 홀에 오면 될까요? 아니면 방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됩니까?"

보통 여관은 식사를 위한 공간이 따로 준비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뉘기에 여쭤봤습니다.
1박에 은화 세 닢을 받는 여관이니 어느쪽이어도 상관없었어요.

151 ◆POCYqa2/e6 (uw1KFJC5JY)

2022-09-25 (내일 월요일) 00:13:42

"그럼요! 당신, 들었죠? 빨리 가서 준비해요."

그녀가 푸근한 미소로 엘레나에게 화답하더니, 금세 표정을 바꾸어 남편을 재촉합니다. "맛있는 요리를 내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시오." 한 번 호탕하게 웃어보인 남성은 소매를 걷어붙인 뒤 카운터 뒷편 주방으로 향합니다.

"아아, 일단 방으로 올라가 계시다가, 식사가 준비된 후에 홀로 내려오시면 되어요. 물론 식당에서 기다리셔도 되구요."

여성이 한쪽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카운터의 바로 오른편에 간소하게나마 차려진 식당입니다. 그렇게 넓은 건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아늑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한편 주방에서는 식기와 재료를 준비하는 듯 분주한 소음이 들려옵니다. 식사가 나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할테니, 방에 짐을 풀어놓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홀의 나무 계단을 오르면 일자 복도에 네다섯 개의 문이 붙어있는 게 보입니다. 문들에는 이 방이 몇 호실인지를 알려주는 명패가 크게 붙어있었습니다. 엘레나가 배정받은 2호실은 복도 오른쪽, 1호실과 마주보는 곳입니다.

152 엘레나 (XdDT4ue8cc)

2022-09-25 (내일 월요일) 01:20:05

"그럼 저는 방에 한 번 들렀다 오도록 하죠.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방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식사는 이제 준비가 시작 되었으니까요. 시간이 걸리겠죠.
방은 생각대로 많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아늑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들어가서 방을 한 번 살피고 짐을 풀고, 창 밖의 전경도 한 번 바라봅니다.
어두운 하늘 아래 어둠이 땅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만큼은 제 고향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밤바다의 파도 소리와... 회전하며 지면을 내달리는 등대의 불빛만 빼면 말이에요.
네, 어둠은 어딜 가나 어둠이군요. 어둠은 사람을 야수화에 빠트리는 주된 요인인거죠. 하지만... 어째선지 이럴때 만큼은 정말이지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슬슬 한 번 내려가 볼까요. 저는 올라왔던 나무 계단을 다시 내려가 홀로 내려갔습니다. 발걸음이 가벼워진게 느껴져요.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후후.

153 ◆POCYqa2/e6 (lp/tiLfX7U)

2022-09-25 (내일 월요일) 19:12:00

딱 있을 것만 차려둔 방은 조금 좁았습니다. 이 좁은 방에는 침대 하나와 낡은 협탁, 그리고 등불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묵은 때 붙은 이불이나 쿰쿰한 냄새가 나는 침대를 보면 잠자리도 그리 편안할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하룻밤 자고 떠나기에 안성맞춤일지도요.
엘레나는 방에서 어느정도 시간을 보낸 뒤 홀로 내려갑니다. 홀에는 온통 맛있는 냄새가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주방에서부터 풍겨오는 것이겠죠. 카운터에 앉아있던 여성이 엘레나에게 눈인사를 합니다. 홀 곁의 식당에는 테이블 몇 개와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식당도 마찬가지로 좁았지만 대여섯 명이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중 한 자리에 앉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가 내어졌을 겁니다. 여성이 두꺼운 장갑을 낀 채, 쇠쟁반을 들고 식당으로 들어섰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갓 잡은 닭으로 만든 훈제 통닭이에요."

쟁반 위에는 통으로 구워진 닭 한 마리가 뉘여져있습니다. 방금 막 화덕에서 꺼냈는지 후끈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바싹 구워 노릇노릇한 색감이 올라온 게 퍽 아름답습니다. 닭의 속내에도 마찬가지로 잘 구워진 채소와 과일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만 닭의 크기가 다소 작고 살집이 부실한 게 흠이랄까요. 그래도 값싼 여관에서 이 정도의 식사라면 훌륭한 수준입니다. 일단 맛도 있어 보이고요.

"맛있게 드셔줬으면 좋겠네요."

쟁반이 테이블 위에 놓입니다. 옆에 놓인 나무 포크와 스푼이 보입니다. 그녀가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엘레나를 바라봅니다.
한 입 먹으면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가 느껴집니다. 잘 익은 껍질이 바삭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그 속의 살결도 촉촉하며 부드럽습니다. 최고의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맛있는 요리입니다. 이 정도면 주린 배를 만족스럽게 채울 수 있겠군요.

154 ◆POCYqa2/e6 (lp/tiLfX7U)

2022-09-25 (내일 월요일) 19:14:06

어제는 어디 놀러갔어서 텀이 좀 불규칙했는데 이제 집에 들어왔으니까 바로바로 잇는 거 가능!

155 엘레나 (XdDT4ue8cc)

2022-09-25 (내일 월요일) 21:13:19

홀로 들어서기 전에도 구운 닭의 냄새가 제 코 앞을 스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방도, 식사도 아주 고급진 건 아니었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걸 기대하면 강도나 다름 없는 겁니다. 제가 지불 한 건 고작 3 은화라고요.
게다가, 저희 고향에서는 식문화 대부분이 수산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닭을 먹을 기회는 그렇게 흔치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로서는 아주 만족이었답니다.
닭은 언제나 옳으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충분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자리에 앉아 여관 주인께 간단히 인사한 뒤에 닭을 천천히 음미해봅니다.
닭은 조금 작지만 여사분의 정성이 그것을 커버하고 있군요.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죠. 아주 괜찮은 식사예요.

"정말 맛이 좋네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사에게 살풋 웃어보이며 말했습니다.
배가 굶주렸기 때문이었을까요. 이 뒤로 저는 말 없이 그릇을 비우는데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156 엘레나주 (XdDT4ue8cc)

2022-09-25 (내일 월요일) 21:18:40

놀고 온 거였어? ㅋㅋㅋㅋㅋ 조금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지랖
잘 놀다 왔나 캡틴!!

157 ◆POCYqa2/e6 (lp/tiLfX7U)

2022-09-25 (내일 월요일) 22:12:03

"아유, 아니에요. 맛있게 드시니까 보기 좋네요."

여성이 손에 낀 장갑을 벗어 옆 테이블에 올려두고, 손사래를 치며 웃습니다. 엘레나가 식사하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네요.

"손님은 어디로 가던 길이셨나요?"

그러더니 그녀는 넉살 좋게 말을 붙여봅니다. 아줌마들은 원래 다 이렇게 친화력이 좋은 건가요? 엘레나가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수다를 시작할 기세입니다.

158 ◆POCYqa2/e6 (lp/tiLfX7U)

2022-09-25 (내일 월요일) 22:13:08

ㅋㅋㅋㅋㅋㅋㅋ 걱정까지?! 아무튼 잘 놀다 왔어~

159 엘레나 (xdVxMJBmIc)

2022-09-26 (모두 수고..) 00:13:10

여주인이 저의 여행길에 대해서 스스럼 없이 물어오네요. 아줌마들이 원래 다 그런 법이죠. 하물며 인적이 드문 이런 곳이라면요.

"으음. 수도로 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는 곳곳마다 제 행선지와 목적에 대한 정보를 흘려도 되는 지에 대해서는 슬슬 의구심이 들고 있군요...
...뭐, 상관 없겠죠? 이곳은 그저 후미진 곳의 여관일 뿐인 걸요. 게다가 저는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주눅이 들 이유따위는 없어요.

"저는 아지무 엘레나. 동쪽 대륙에서 온 심문관입니다. 엘레나라고 불러주세요."

여주인이 저를 계속 손님이라고 부른 것도 조금 그렇기에, 여기서는 살짝 제 이름과 신분을 알려드렸습니다.

160 엘레나주 (xdVxMJBmIc)

2022-09-26 (모두 수고..) 00:14:45

그야 하루동안 답도 없고 하니까 걱정되는걸~~~
암튼 잘 놀다왔다니 다행이구나!

161 ◆POCYqa2/e6 (7G8o346wLc)

2022-09-26 (모두 수고..) 01:01:04

"수도로구만요. 수도가 그렇게 좋은 곳이라 하던데... 우리 아들도 수도에서 살았었답니다."

그 말에 묻지도 않은 사족이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과거형일까요. 여성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어진 엘레나의 말에는 깜짝 놀란 눈치입니다. 그러다가도 금세 표정을 바꾸어 웃어보입니다.

"알겠어요, 엘레나 양. 그보다 동쪽 대륙이라면... 아이고, 정말 엄청 멀리서 오셨네요."

여성이 감탄하듯이 소리내어 웃습니다. 다른 세계의 이방인에 대한 기대감, 호기심,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곧 그녀는 엘레나의 자리 맞은편에 의자를 빼고 앉습니다.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기 위함일까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동대륙은 어떤 곳인지 물어보아도 될까요?"

여성은 금세 호기심이 동했는지 눈을 빛내며 경청할 준비를 마칩니다. 하지만 동대륙이 그녀의 생각만큼 평안하지 않다는 사실을 엘레나는 알고 있습니다.

162 ◆POCYqa2/e6 (7G8o346wLc)

2022-09-26 (모두 수고..) 01:02:17

걱정시켜서 미안해지네...!()
슬슬 자러갈게 좋은밤 보내!!

164 엘레나주 (IEI7Mb98hI)

2022-09-26 (모두 수고..) 15:27:12

안히~~ ㅋㅋㅋㅋㅋ 미안해 하지는 않아도 되는걸~
오늘은 나 좀 늦을 것 같은데!!!

165 ◆POCYqa2/e6 (7G8o346wLc)

2022-09-26 (모두 수고..) 15:57:59

ㅋㅋㅋㅋ 알겠어~ 편할 때 이어줘

166 엘레나 (xdVxMJBmIc)

2022-09-26 (모두 수고..) 20:51:08

수도에 살았'었다'라. 왜 과거형인걸까요.
살짝 신경쓰이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부러 묻지는 않으려 했습니다. 괜한 이야기를 해서 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을 뿐더러... 뭐, 그냥 별 의미없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동대륙... 말인가요."

그리고 이곳의 여주인, 그녀는 이미 충분히 넉살이 좋은 것 같으니 말입니다.
저는 먹던 닭을 천천히 그릇 위에 올려두고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았습니다. 물론, 여주인이 듣고 싶어하는 동쪽 대륙의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서죠.
글쎄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잠깐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습니다.

"제가 온 곳. 그러니까, 동쪽 대륙은 매우 치열한 곳입니다. 땅은 이 로라시아보다 3배는 더 작은데 사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죠. 바닷물이 만조에 이르렀을 때는 해저에 도사리는 야수들이 주민들을 해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옵니다. 그러면 무릎까지 치밀어오른 파도 안에서 주마등처럼 땅을 맴도는 등대와 랜턴의 불빛에 의존해가며 싸워야 해요. 거기서 곱게 죽으면 운이 좋은 거고, 살아남아 광증에 걸려 그 야수들과 같은 몰골이 되면 운이 나쁜 거죠. 그런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저희 등대지기들. 심문관이 조직 된 겁니다."

이야기를 풀어놓는 제 눈은 흔들림 없고, 얼굴은 여느 때와 비견해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진지했습니다. 결단코 여주인분을 겁주거나 귀찮게 생각하여 떠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랬다면 아예 입을 열지 않았겠죠.
그러니 이것이, 일말의 과장 하나 없는 동대륙의 실태였습니다. 이 땅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제 고향의 모습이요.

"제가 이렇게 떠드는 지금에도 그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제가 돌아갔을 때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치며 먹다가 남은 닭을 마저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이 닭은 정말 맛있네요.

167 엘레나주 (xdVxMJBmIc)

2022-09-26 (모두 수고..) 20:57:26

음음~~~ 이렇게 글로 늘어놓고보니 동쪽 대륙은 생지옥이군~ 큭큭큭

168 ◆POCYqa2/e6 (7G8o346wLc)

2022-09-26 (모두 수고..) 22:13:48

동대륙의 처참한 실상을 엘레나는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그러자 여성의 미소도, 빛나던 눈빛도 서서히 사라집니다. 자못 진지한 모습입니다. 엘레나의 말이 끝났을 땐 안타까운 표정마저 지어보였습니다.

"...그랬군요. 동대륙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니..."

여성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습니다. 그래도 애써 눈웃음지어보이며 쾌활함을 잃지 않고자 합니다.

"그러면 엘레나 양은, 왜 고향을 떠나면서까지 수도로 가려고 하시는 건가요?"

곧 그녀는 엘레나의 목적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물어봅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고향을 등지고 타지에 왔다면, 그만한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엘레나가 찾는 게 다소 허무맹랑한 것이라곤 이 여성도 생각지 못했겠지만요.

"너무 꼬치꼬치 캐묻는 거 같다면 미안해요. 나이를 먹으니 주책바가지가 되어버려서."

그러다 뒤늦게 뒷말을 덧붙입니다. 대답하지 않아도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169 ◆POCYqa2/e6 (7G8o346wLc)

2022-09-26 (모두 수고..) 22:15:22

ㅋㅋㅋㅋㅋㅋㅋ 살아남아라 동대륙인(아무말)

170 엘레나 (xdVxMJBmIc)

2022-09-26 (모두 수고..) 22:41:35

이런, 아무래도 여주인의 기세가 한 풀 꺾인 것 같네요. 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은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제 땅에 대한 이야기를 미화할 생각은 정말 요만큼도 없답니다. 그거야말로 저희가 하고있는 처절한 투쟁에 대한 기만일테니까요. 오히려 말할 거라면 이렇게 확실하게 해두는 편이 좋겠죠.

"그래도 사람들은 점잖고 재치있으며 용맹하답니다. 특산물인 생선요리도 맛있고요. 땅이 좁아서 오히려 관광하기도 편해요. 언제 한 번 방문하시죠, 대접 해드릴테니."

익살스럽게 살짝 입꼬리를 휘어보이며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말해봤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은 권유라는 걸 압니다. 대체 어느 누가 수생 야수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무의 바다를 건너서 일부러 그런 오지까지 올까요. 정말 대단한 사명을 지니고 있거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 이상 그런 생각은 하지 못 할 거예요. 그게 지금까지 로라시아와 저희 대륙이 교류가 단절되고 있던 이유이기도 했을테고요.
즉, 농담이라는거죠.

"아뇨, 괜찮습니다. 저도 이곳에 와서는 처음으로 나누는 제대로 된 대화니까요."

닭을 나이프로 썰다보니 뼈에 툭 걸리는 느낌이 납니다. 세상에, 저는 이걸 벌써 다 먹은 걸까요. 아쉽네요. 모처럼 먹는 닭요리였는데.

"사실 제가 하고 있는 이 원정은, 그들을 고통에서부터 해방시킬 방법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 닭고기 한 점을 입 안으로 가져가, 말끔히 뼈 밖에 남지 않은 접시를 옆으로 치웠습니다. 턱을 괴고 창 밖을 바라봅니다. 어두운 심야네요.

171 엘레나주 (xdVxMJBmIc)

2022-09-26 (모두 수고..) 22:43:09

로라시아인을 쫄게만드는 이방인..... 엘레나!!! (

172 ◆POCYqa2/e6 (Mj4lm8n1f.)

2022-09-27 (FIRE!) 00:40:33

"호호호, 언젠가 꼭 들를게요."

여성도 엘레나의 말이 농담인 걸 아는지, 마찬가지로 가벼운 대답으로 응수합니다. 금세 기운을 되찾은 모습입니다.

"어머나, 그런 숭고한 뜻을 가지고 계셨다니."

그 말에 여성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손을 맞대어 가벼운 박수소리도 한 번 냅니다. 순수한 놀라움의 의미입니다. 약간의 존경도 담아서요. 다수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홀로 여행길에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엘레나 양의 원정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그녀가 그리 말하며 웃습니다.
엘레나가 닭을 전부 해치웠을 무렵, 딱 알맞은 타이밍에 남성이 식당으로 들어섭니다. 작은 쟁반을 든 채로요. 그는 뼈만 남아버린 닭을 보고서 호탕하게 웃습니다.

"식사는 맛있게 하신 모양이오. 이건 요청하신 디저트요."

곧 테이블 위에 디저트 두 접시가 올라옵니다.
하나는 손바닥 크기의 블루베리 파이입니다. 파이 틀에 새콤달콤한 잼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반으로 쪼갠 생 블루베리도 올라가 있어 씹는 맛이 한껏 배가됩니다.
다른 하나는 노란 빛깔을 내는 복숭아 푸딩입니다. 탄력 있고 탱글탱글해서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복숭아 과육이 알알이 박혀있습니다. 한 스푼 떠먹으면 기분 좋은 단맛이 느껴집니다.

173 ◆POCYqa2/e6 (Mj4lm8n1f.)

2022-09-27 (FIRE!) 00:42:21

ㅋㅋㅋㅋㅋㅋㅋ 요새는 뭔가 일찍 피곤하네~ 슬슬 자러 가볼게 오늘도 좋은밤!!

174 엘레나 (n1vS3PblWE)

2022-09-27 (FIRE!) 14:25:20

"감사합니다."

여주인께 가볍게 답하자 곧 남성분께서 두 접시를 가져와주셨습니다.
그런데... 뭐죠 이 빛깔은? 상당히 본격적인 디저트가 아닙니까!

"...이건...!"

웬만한 일에 놀라는 법이 없는 저입니다만, 그냥저냥한 애플파이 정도를 내올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찬란한 외형은 물론이고, 한 입 넣자마자 미뢰 위에서 부담없이 퍼지는 이 수려한 단 맛은 대체... 이런게 숨겨진 디저트 맛집이라는 거군요.

"직접 만드신 건가요? 무척이나 양품이군요!"

175 엘레나주 (n1vS3PblWE)

2022-09-27 (FIRE!) 14:26:48

갱신하면서 답레 얍~~~~ 벌써 날은 밝았지만 어젯밤에는 잘 잤길 바라 ㅋㅋㅋㅋㅋ

176 ◆POCYqa2/e6 (Mj4lm8n1f.)

2022-09-27 (FIRE!) 16:30:36

남성은 엘레나가 놀라는 모습을 보더니 껄껄 웃습니다. 자기 요리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모양입니다. 하기야 그가 내온 후식은 디저트 전문점과 비교해 보아도 모자라지 않을 맛이니까요.

"하하, 마음에 드신다면 다행이오. 외지인이 방문한 건 오랜만이라 힘 좀 써봤소."

가슴을 몇 번 두드리는 그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습니다. 엘레나의 칭찬에 기분이 썩 좋아진 덕입니다.

"우리 신랑이 요리 하나는 잘 한다니까~ 오죽하면 내가 이 양반이랑 결혼까지 했겠어!"

여성도 새침하게 웃으며 몇 마디를 덧붙입니다. 칭찬인지 뭔지 모를 말이긴 하지만요. 확실히 금슬 좋은 부부입니다.

"내일도 꼭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드리리다."

남성이 자신만만하게 장담합니다. 내일 식사가 기대되겠네요.

177 ◆POCYqa2/e6 (Mj4lm8n1f.)

2022-09-27 (FIRE!) 16:32:08

안녕~~ 잠은 항상 잘 자고 있다!

178 엘레나 (n1vS3PblWE)

2022-09-27 (FIRE!) 16:46:41

때를 놓치지 않고 남편 자랑인가요. 하지만 충분히 이해 되네요. 이런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남자가 어디 몇 명이나 될까요.

"그럼 내일도 기대하고 있도록 하죠. 후후."

디저트를 전부 비우기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맛있는 건 이렇게 금방금방 사라진다니까요. 아쉬운 일이죠 정말.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부부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방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앞서 만난 안 좋은 소식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

179 ◆POCYqa2/e6 (Mj4lm8n1f.)

2022-09-27 (FIRE!) 22:41:05

"안녕히 주무세요, 엘레나 양~"
"좋은 꿈 꾸시오."

부부도 각자 엘레나에게 인사를 하고서 제 할 일들을 합니다. 식기 치우는 소리가 분주합니다. 배를 이리 만족스럽게 채웠으니 좋은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엘레나는 다시 방으로 올라갑니다. 간소한 방은 아까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노란 빛의 등불이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열린 창 너머로 서늘한 바람이 새어들어옵니다. 밝은 색의 커튼이 가볍게 살랑입니다.
지금 잠자리에 들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180 ◆POCYqa2/e6 (Mj4lm8n1f.)

2022-09-27 (FIRE!) 22:41:20

답레를 너무 늦게 봐버렸어... ㅋㅋㅋㅠ

181 엘레나 (vv4tW6GRhg)

2022-09-28 (水) 00:27:33

여행길에는 많은 일들이 따라오는 법이죠. 그것이 좋든, 그렇지 않든 말이에요.
오늘처럼 긴 여행길은 저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분명 더욱 길겠죠.
이 여행은 언제 끝나며,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뭐, 그것을 위해서는 일단 지금 자두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저는 그렇게 다음 날을 준비하기 위해 잠에 들었답니다.

182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00:28:28

오이오이 캡틴~~~!! ㅋㅋㅋㅋㅋ 다른 일 하고 있던거야?

183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00:45:26

잠자리가 썩 편안하진 않지만 여행의 피로를 풀기엔 충분합니다. 엘레나는 그렇게 깊은 잠에 듭니다.




그리고 엘레나는 깨어납니다. 벽에 걸린 낡은 시계가 6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바깥은 늘상 어두컴컴하지만 인간의 몸만은 기가 막히게 제 시간을 맞추곤 합니다.
낯선 타지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날입니다. 지난 밤 엘레나는 꿈 없는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몸의 피로가 전부 풀린 것 같습니다.
시간이 이른 만큼 주인 부부가 깨어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어제 든든히 먹어둔 덕에, 그렇게 허기지진 않습니다.

184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00:46:05

ㅋㅋㅋㅋ 게임하고 있었어서 ㅋㅋㅋㅋ()

185 엘레나 (vv4tW6GRhg)

2022-09-28 (水) 14:53:42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맑아진 머리와 타지의 어두운 하늘이 저를 맞이해 줬습니다.
먼 옛날, 전해져오는 구전으로는 하늘에서 빛이 내려올 때가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들어도 뜬구름 잡는 신화적인 이야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군요.
그나저나 마차의 출발 시간은 어떻게 되려나요. 홀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마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와 저는 같은 여관에 머물고 있었으니까요.
자, 그럼 또 움직여볼까요. 준비와 몸단장을 마치고 홀로 내려가봅니다.

186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14:55:25

핫... 어제는 나도 잠들어 버렸다 ㅋㅋㅋ
게임!! 어떤 게임?

187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15:46:58

"어머, 엘레나 양. 일찍 일어나셨네요."

홀로 내려가니 카운터에 앉아있던 여성이 환히 웃으며 엘레나를 맞이합니다. 주방에서 분주한 소음이 들려오는 걸 보니 남편도 있군요.
한편 식당을 살펴보면, 식사하는 중인 마부가 보입니다. 그도 엘레나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 모양입니다. 의외로 성실한 사람...일까요?

"아침 내어드릴까요?"

여주인이 묻습니다.

188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15:53:32

엘든링~ 몇달 전에 산 건데 이제서야 하고 있어 ㅋㅋㅋ
것보다 지금 전개가 좀 루즈하진 않을까 걱정이네() 수도로 바로 도착하는 이벤트라도 있어야 하나 싶고~ 엘레나주가 원하면이지만?

189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16:03:17

엘든링 재밌지!!! 나도 막나왔을때 몇 달 동안은 그것만 했는데 ㅋㅋㅋㅋㅋ
그리고 전개는 으응~~ 안 그래도 나도 그렇게 느껴서 템포 조금 올려보고 있는 중 ㅋㅋㅋ 아직까진 괜찮았는데 이제 다음에 수도로 도착하면 될 것 같다!

190 엘레나 (vv4tW6GRhg)

2022-09-28 (水) 16:17:57

내려가니 아침부터 깨어있는 마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흐음, 의외로 성실한 구석이 있군요?
장사를 해야하니 당연히 거기에 몸이 맞춰진 걸지도 모르죠. 어쩌면 제가 닥달할게 무서워서 일어난 걸 수도 있구요.

"예에. 가볍게 부탁드리죠."

잘 됐네요. 저도 아침 식사를 마치고 그와 타이밍 좋게 여관을 나서면 될 테니까요. 아침을 먹고 바로 나갈 채비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191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16:38:53

"알겠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여성은 그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부부의 대화소리가 자그맣게 들려옵니다. 들어보니 오늘의 메뉴는 평범한 팬케이크인 모양이네요.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온 여성이, 돌연 분주하게 주위를 뒤집니다. 찬장, 서랍 등등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무언가를 찾는 듯 합니다.

"엘레나 양은 수도로 간다 하셨죠?"

문득 그녀가 질문해옵니다.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왜 재차 물어보는 걸까요.

192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16:40:24

그래서 빠르게 진행한다!

193 엘레나 (vv4tW6GRhg)

2022-09-28 (水) 16:52:24

오늘 아침은 평범한 팬케이크가 주인공이군요. 나쁘지 않죠. 간단해서 오히려 배를 채우기 좋아요.

"그렇습니다만."

사람이 들었던 정보를 다시 언급하는 경우는 보통 할 말이 있어서인 경우인데요.

"뭔가 신경쓰이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194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16:52:41

나도~~~ :3 !!!

195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17:47:54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찾던 여성은 곧 찾았다, 하며 숙였던 고개를 들고 엘레나를 바라봅니다. 그녀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습니다.

"아니, 줄 게 있어서 말이지요."

곧 여성이 카운터를 빠져나와 엘레나에게 다가갑니다. 그녀가 손을 펼치자, 주먹 크기 정도 되어보이는 돌멩이가 보입니다. 바른 모양으로 보기 좋게 깎아놓았군요. 그뿐만 아니라 돌에서는 금빛 기운 같은 게 넘실넘실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돌의 표면도 노랗게 반짝입니다.

"수도로 가는 전송석이에요. 전송 마법을 담아놓은 거랬나, 사용하면 바로 수도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하더래요. 한 번만 쓸 수 있고요. 참, 마법이란 게 신기하긴 해요."

그러니까 이 돌은, 마력을 불어넣어서 마법을 기억시킨 도구였던 겁니다.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각종 기계와 장치들처럼요. 다만 전송 마법을 사용하는 도구는 그리 흔치 않았습니다. 전송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마법 사용자들이 별로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상당한 희귀품이었습니다. 일회용이라는 점도 한 몫 하고요.

"수도에 사는 우리 아들 본다고 비싼 돈 들여서 사놓았는데, 녀석이 그렇게 떠나버려서 쓸 일이 없어졌지요."

그러면서 여성은 맥없이 웃어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분명 그런 얘길 했었죠, 수도에 아들이 살았었다고. 하지만 부부의 아들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세상을 뜬 모양입니다.

"부디 받아주시지 않겠어요? 엘레나 양이 하려는 일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선, 잠자코 엘레나를 쳐다봅니다.

196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17:54:20

응??? ㅋㅋㅋㅋㅋㅋ 귀환템 주는거야?

197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18:01:07

ㅋㅋㅋㅋㅋㅋ 템빨...

198 엘레나 (vv4tW6GRhg)

2022-09-28 (水) 18:25:52

제가 있던 땅은 마법이 발달하지 않아 마법 사용자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마도구를 기용하는 일 자체는 꽤 흔히 있는 일이었습니다. 마도구의 성능은 진짜 마법에 비해서는 한계가 명확하지만 관련 학문을 닦지 않은 문외한이라도 사용 할 수 있는게 장점이니까요.
그렇기에 여주인이 손을 펼쳐서 제게 보여준 돌맹이가 평범한 돌맹이가 아닌 마법이 담긴 물건이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드님이 말이지요."

그러고보면 어제도 그런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일부러 묻지는 않았지만 역시 아드님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거군요.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물건입니다. 이런 걸 제게 넘겨도 괜찮은걸까요. 저는 잠시 돌맹이를 바라보다가 그 금빛의 전송석을 제 손으로 가져왔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게는 큰 도움이 될 거에요."

199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18:26:51

템빨은 중요하다~~!!! (콰아아아

200 ◆POCYqa2/e6 (tCNmirPZYs)

2022-09-28 (水) 18:35:24

지금 밖이라서 답레는 나중에 달게!!

201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18:57:52

응응 :3 기다리구 이쓰께

202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19:15:34

"아유, 받아줘서 고마워요. 애물단지였거든요."

여성이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여태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보았던 어떤 것보다 더욱 밝은 표정입니다. 애물단지라고는 해도, 그녀에겐 아들을 추억하게 해주는 물건이었을 겁니다. 그런 것을 넘겨준 건 엘레나에게 호의와 존경을 보인 것과도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제의 대화가 썩 인상깊었던 모양입니다.

"아, 이제 슬슬 아침 준비가 끝났겠네요. 식당으로 가 계시면 바로 식사를 내올게요."

여성은 그렇게 말하고서 주방으로 종종걸음을 합니다. 엘레나가 식당으로 들어서면,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홀을 흘겨보던 마부를 볼 수 있겠네요. 그의 테이블에 놓인 접시는 싹 비워져 있습니다.

203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19:26:55

아침 식사씬은 스킵하고 바로 갈까? 캡틴은 어케 생각해?

204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19:39:59

그럼 그렇게 하자! 아무래도 루즈한 구간이니까~

205 엘레나 (vv4tW6GRhg)

2022-09-28 (水) 19:52:43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이런 걸 받아가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손 안에서 금빛을 은은히 자아내는 귀환석이 구르고 있었습니다. 분명 당장은 쓸모 없어졌다고 할지라도 여주인에게는 아들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었을 겁니다. 마법은 웬만해서는 시세가 떨어지는 일도 없으니 다시 팔아도 비싼 돈을 받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러지 않고 오로지 호의로 이런 물건을 제게 넘겨주는군요. 저는 단지 이방인인데도 말이에요. 아무래도 이곳의 부부는 과거를 딛고 설 수 있을만큼 현명하고 사려깊은 인물들인 모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들르도록 하죠."

가볍게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힘내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이제 아침을 먹고 힘내서 수도로 향하는게 좋겠습니다. 다시 밤 중에서도 깊은 밤이 찾아오기 전에 말이죠. 참, 팬케이크도 맛있었어요.

206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0:34:14

주인 부부는 여관을 떠나는 엘레나를 밝은 표정으로 마중했습니다. 마부는 전송석을 받아든 엘레나를 보며 아쉬운 눈치를 보냈습니다. 유능한 사냥꾼인 엘레나가 동행하지 않을 거라는 점 때문일까요.
어쨌든 엘레나는 전송석을 사용합니다. 전송석을 꼭 쥐니 따뜻한 기운이 피부를 타고 전해져옵니다. 그런 뒤 눈을 감으면 서서히 주변 공기가 바뀌는 게 느껴집니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도 납니다. 머리도 살짝 어지럽네요. 급격한 이동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이윽고 전송석의 열기도, 금빛으로 빛나던 표면도 천천히 사그라듭니다.

전송이 완료된 것 같습니다. 살며시 눈을 뜨면, 방금 전 있었던 마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 눈 앞에는 지평선도 보이지 않을 만큼 건물이 빽빽이 자리잡은 것이 보입니다. 쌓아올린 벽돌집들이 대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펼쳐져 있습니다. 민가의 창문을 사이로 밝은 빛이 새어나옵니다. 어제 보았던 중갑옷의 기사들도 이곳의 넓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하늘 위를 봅니다. 언뜻 보면 특이할 것 없는 밤하늘처럼 보이겠지만, 자세히 보면 저 너머에 밝은 빛이 밤하늘로 스며드는 풍경이 약간이나마 보입니다. 저건 어디서 나는 빛인지 궁금해집니다.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높은 장벽이 세워져 있습니다. 야수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 같습니다. 장벽엔 흠집마저 없고 무척 튼튼해 어떤 야수들도 쉽사리 깨부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문득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납니다. 그곳엔 정교하게 놓인 철로 위로, 증기를 내뿜는 열차가 있었습니다. 열차의 문이 열리자 승객들이 탑승하고 내립니다. 잘 꾸며진 열차역도 보입니다. 저 열차, 엘레나는 난생 처음 보는 물체가 아닐까요. 그래도 저 쇳덩이가 이동수단이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동대륙의 심문관 엘레나는 알비온 제국의 번화한 수도, 키옌에 입성했습니다.

207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20:48:41

엩 ㅋㅋㅋㅋ 전송석 바로 쓰게 되는 거야?? 나는 나중에 쓸 일 있으면 쓰려고 했는데~~~!

208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0:49:59

앗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당연히 쓰는줄 알고... ㅋㅋㅋㅋㅋ 안 그러면 다시 쓸까?

209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20:54:44

음~~~ 아니! 캡틴 번거롭게 다시 쓸 필요는 없고~ 그냥 우리끼리만 마차를 타고 제국에 입성했다~ 이런 식으로 알고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어때?

210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0:57:19

오케! 그럼 한 이틀동안 마차 타고 수도에 도착했다는 걸로!

211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21:01:55

헉 이틀이나 걸리나?? ㅋㅋㅋㅋㅋㅋㅋ 맞다 수도까지 꽤 거리 있었지... (까먹었음
으음~~ 그러면 아쉽지만 그냥 전송석 쓴 걸로 할까~? 혹시 마차로 중간에 오면서 사건 계획해둔거 있어?

212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1:05:07

ㅋㅋㅋㅋㅋㅋ 사건은... 뭐 없어도 되는 거니까~ 엘레나주 원하는 대로 결정해줘!

213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21:11:26

캡틴이 생각해둔거 있으면 그쪽 따라가려구 했지 ㅋㅋㅋㅋ 놓치면 아깝자나!!
그럼 일단 지금 이대로 쓴 걸로 해서 진행해보자~

214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1:12:51

그래그래!

215 엘레나 (vv4tW6GRhg)

2022-09-28 (水) 22:00:09

"으, 속이야..."

여주인이 건네준 전송석은 확실히 유능한 것이었습니다만, 저 자체가 마법에 서툰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던 것 같군요...
뭐, 마도구니까요. 수도에만 제대로 입성했다면 된 것 아닐까요? 어지러운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을 뜨자 확실히 저는 여관과는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하나 같이 듣도 보도 못한 것들 뿐이라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아요!
뒤에는 철벽같은 장벽이 높게 쌓여있고 하늘의 저편에는 구전신화를 재현해 놓은 것처럼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 시끄럽고 연기가 나오는 건 뭐죠? 새로운 야수인가요?!
...아니, 그럴리가 없겠죠. 저건 운송수단일 겁니다. 안에서 인파가 쏟아져나오는 걸 보면 퍽 많은 사람을 싣을 수 있게 되어있는 것 같네요. 제가 타고왔던 마차랑은 완전히 딴 판이군요.
로라시에 대륙에 온 건 이제 이틀뿐인데도 전혀 다른 풍경을 셋이나 봐버렸습니다. 제 고향이 만약에 이렇게 큰 도시였다면 수생 야수들도 함부로 저희의 땅을 넘어오지 못했을텐데요... 허나 이런 풍족한 환경임에도 불구, 로라시아 대륙에 아직도 광증의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이 심연의 위험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고 있엇습니다.

'그런데.'

수도에 온 것 까진 좋습니다만.
저는 이제 어디로 향해야 하는거죠?! 광증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수도로 가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단숨에 오게 되니 막연한 기분이 드는군요!

"...으음..."

그리고 턱을 붙잡고 주위를 빙빙 맴돌던 저는 생각해낸 겁니다.

"...술집으로 가죠!"

여관에서 나오자마자 술집에 갈 생각을 하다니 조금 글러먹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역시 소문이 모이는 곳은 술집이랑 여관만한 곳이 없죠. 거기서 정보를 조금 알아보고 움직여야겠습니다.
...항구도시에 처음 내렸을때처럼 미친 사람 취급받고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에요. 그럼, 목적지도 다시 정해졌으니 움직여보죠.

216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22:02:36

일단은 주점으로 가게 해봤는데 ㅋㅋㅋㅋㅋㅋ (
괜찮으려나~~~~

217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2:32:28

엘레나는 주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로의 바로 옆에 당당히 간판을 올려놓았으니 말입니다. '꿈꾸는 달'이라는 이름의 주점입니다. 내부에 불이 켜진 걸 보면 영업 중인 모양입니다.
주점 내부는 넓지만, 손님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른 시간이기 때문일까요. 손님은 테이블 앞에 홀로 앉아 음료를 홀짝이는 사람부터 두세명이 모여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까지 다양했습니다.
카운터에 서서 잔을 닦고 있던 주인이 엘레나를 흘끗 쳐다봅니다. 머리를 빡빡 민 데다가 얼굴에 흉터까지 그득한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주점으로 들어오는 엘레나를 보고도 별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금세 시선을 거두고 다시 제 일에 전념할 뿐이었죠.

218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2:35:29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를 가든 괜찮지~
것보다 앞으로의 스토리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되네()

219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22:44:18

오오~ 진행 고민 돼?? 그럼 잠깐 멈추고 같이 상의해볼까?

220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3:06:08

음 그러면 나야 좋지 ㅋㅋㅋㅋㅋ

221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23:09:32

그럼 얘기해보자구~ 후후후~! 그럼 먼저 캡틴은 뭔가 대충이라도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방향있어?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고 가고 싶다든가~ 이런거 해보고 싶다든가~

222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3:31:29

글쎄~ 아직은 극초반이니까 여러 사건을 해결하면서 구르는거지~ 이제 그러다가 후반부 되면 대륙 이곳저곳을 떠돌고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쪽으로 생각중!
지금은 뭔가 준비된 사건이 몇 개 없어서 ㅋㅋㅋㅋ() 그래서 좀 고민되는 거구

223 엘레나주 (vv4tW6GRhg)

2022-09-28 (水) 23:37:12

으응~~ 글쿤글쿤! (끄덕
사건은 진상과 관련 된 여러 떡밥들을 뿌린다는 느낌으로 진행해보면 괜찮게 나오지 않을까?
사실 엘레나에게 새로운 인물이나 단체를 맞닥뜨리게 하거나 전투시키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건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 ㅋㅋㅋ
그럼 내가 대충 생각하고 있는 진행 방향? 같은 것도 조금 말해줄까? 캡틴 참고 될 수 있게~~

224 ◆POCYqa2/e6 (wy8DjV7sDM)

2022-09-28 (水) 23:43:29

떡밥을 열심히 생각해야겠네~ 엘레나주 생각은 그렇구나!
궁금하니까 말해줘 ㅋㅋㅋㅋㅋㅋ 물론 참고도 하구

225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00:16:04

ㅋㅋㅋㅋ 그랭~
그럼 볼까~~ 일단 지금 막 도시에 입성한 엘레나니까~ 슬슬 주요 NPC가 등장해도 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거든! 엘레나랑 같이 행동할 인물을 하나 등장시켜서 캡틴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기 편하게 만드는거야~
그리고 엘레나가 이방인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 이와 관련해서 소동이 한 번 있어도 될 것 같고? 지금 술집같은 곳에서는 엘레나가 자신을 동쪽에서 온 심문관이라고 소개하지만 너같은게 뭔 심문관이냐면서 무시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엘레나는 자존심이 강한 캐릭터니까 못 믿겠으면 보여줄테니 덤벼봐라~ 라는 느낌으로 해서 말이지
이런 소동으로 그 동쪽 대륙에서 사냥꾼이 왔다더라~ 하는 소문이 제국의 왕실 (왕실이 있겠지?) 같은 곳이나 피의 결사단에게도 퍼져서 그들의 거점까지 들어가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여기서 엘레나랑 비교되게끔 같은 느낌으로 젊은 나이에 기사단이나 사냥꾼이 된 인물이 나타나도 되겠지!
그리고 그들에게도 고민거리가 있는데 이방인의 실력도 볼 겸 이걸 엘레나에게 맡긴다고 하면 그런 명목으로 대륙의 이곳저곳에 원정시킬 수도 있겠고~
또 이런 의뢰들을 하는 와중에 습격이나 예상치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걸로 사건이 몇 개 일어나도 되지 않을까? 그 지역 퀘스트라는 느낌으로 ㅋㅋㅋㅋ 그러면서 떡밥도 흘려보고~
아무튼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광증의 실마리에 조금씩 다가가는 느낌으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떠려나 ㅋㅋㅋㅋ 도움 되려나 이거 (

뭔가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일단은 어디까지나 엘레나주의 뇌피셜에 기반한 진행 피드백이었습니다~~~ (짝짝짝

226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00:24:02

와 엘레나주의 정성이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 읽어봤어! 엄청나게 도움되는걸! 엘레나주가 말한 거 참고해서 진행해보도록 할게 ㅋㅋㅋㅋㅋ

227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00:36:10

에이 무슨 정성이야~~ ㅋㅋㅋㅋㅋ 그냥 생각나는거 두서없이 늘어놓은 것 뿐인데! (...
그래도 도움 됐다면 다행이다!! 헤헤~
참 그리고 노션도 간간히 보고있었는데 캡틴 디게 정리 잘 해놨더라~~ 뭔가 캐릭 쓴 보람이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228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00:46:32

ㅋㅋㅋㅋ 암튼 고마워 ㅋㅋㅋㅋ
아잇 뭔가 쑥스럽네~

229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00:49:31

ㅋㅋㅋㅋ 뭐어뭐어~ 암튼 중간중간에 어려운 부분 있으면 잔뜩 상의해줘도 되니깐 주저없이 말해달라구 :3
그리고 지금 생각난거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락도 한 번 가보고 싶어서 그쪽 관련 사건도 있었으면 좋겠당 ㅋㅋㅋ 쿠쿠

230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00:53:59

안그래도 나락쪽 사건이 리스트에 있지 ㅋㅋㅋㅋㅋ 언젠간 가게 될 것이다!

231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00:55:49

캬~~~ 조아조아 역시 우리 캡틴 ㅋㅋㅋㅋ 완존 믿음직해~~~ (부둥부둥
그러면 캡틴의 고민도 해결 된 것 같으니까 나는 계속 답레 써주면 되려나~~!

232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00:57:59

ㅋㅋㅋㅋㅋㅋㅋ(부끄) 이제 답레 줘도 괜찮아!

233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01:07:09

뭔가요. 이 험악한 남자. 인사가 없는 건 둘째치고 손님을 본 척도 안하는군요.
뭐,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용건이 있는 건 저니까 제쪽에서 말을 걸면 되는 거니까요. 도시의 주점은 뭔가 세련된 풍경이라고 상상했습니다만 술집은 결국 어딜가나 술집이군요.

"크흠. 저기―"

저는 주점 안으로 걸어들어가 남자 앞에 서서는 헛기침으로 그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했습니다.

"잠깐 묻겠습니다. 이곳의 사냥꾼들은 어딜 가면 만날 수 있죠?"

뭘 물어봐야 할 지는 뻔하죠. 사냥꾼이라면 사냥꾼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법입니다. 저는 비록 이방인입니다만, 그들과는 비슷한 고충을 가지고 있겠죠.

234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01:09:56

빠르게 (?
써왓닥우~~~

235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01:37:36

말을 걸자 주점 주인은 눈동자만 살짝 움직여 엘레나를 바라봅니다. 곧 그는 엘레나의 행색을 노골적으로 훑어봅니다. 그러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리기까지 합니다.

"외지인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고서 혀를 쯧 찹니다. 이방인을 어지간히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당사자 앞에서 이게 무슨 실례인가요. 예의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도시 중앙의 광장 지구로 가보시게."

주인이 영 마뜩찮다는 투로 대답합니다. 좀 성의없긴 하지만 위치라도 알려주는 게 어디인가요. 지금 그의 태도를 보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입니다.

236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01:45:39

상대의 태도에 저는 맞서듯이 말했습니다.

"외지인입니다."

뭔가요. 이 무례한 말투와 저 눈. 지금 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그런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 주인의 오늘 하루는 운이 아주 나쁜 하루가 될테니까요.
태도가 조금 나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원하는 답은 줬습니다. 괜히 이런 곳에서 소란 피워봤자 상황이 안 좋아지는 건 먼 땅에서 온 이방인인 저겠죠.

"후우. 알겠습니다."

간단히 답 한 다음 주점을 나가기 위해 걸음을 돌립니다. 광장 지구라고 했던가요. 한 번 가보죠.

237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01:50:32

슬슬 피곤해서 자러 가볼게! 좋은밤 보내!!

238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01:56:05

그래~ 낼 보자 캡틴~~

239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13:39:18

엘레나가 등을 돌리자 주인은 얕은 한숨을 내쉽니다. 그래도 더 이상의 적개심을 드러내진 않습니다. 손님 몇이 이쪽을 흘겨보다 시선을 거둡니다. 주인도 곧 그녀를 쏘아보는 걸 멈추고 제 일에 매진합니다.
주점을 나가서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길가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넓은 쇠 기둥에 화살표 모양의 명패가 대여섯 개는 넘게 붙어있습니다. 지금 엘레나가 있는 이곳은 거주 지구라고 하는 곳이네요.
광장 지구라고 쓰인 명패는 북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대로를 따라서 쭉 직진하면 될 것 같습니다.

240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14:35:04

좋아요. 저는 제대로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대로 가면 이 동네의 사냥꾼들과 마주할 수 있겠죠. 물론 그 주점의 남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줬다면 말이에요.

241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15:57:13

그렇게 엘레나는 길가를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좀처럼 오래 걸어도 거주 지구의 민가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도시, 도대체 얼마나 큰 걸까요.
반복되는 풍경이 슬슬 질릴 무렵 이변이 벌어진 건 그때였습니다. 엘레나가 지나온 길의 뒤쪽에서, 새된 비명소리와 고함이 들려왔습니다.
사건의 진원지는 어느 2층짜리 벽돌집 앞마당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은 붉은 옷을 입고 무장한 사람 여럿과 그들 사이의 남자 한 명, 길바닥에 넘어진 여자 한 명이었습니다. 붉은 옷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그녀의 앞에 서있었습니다. 그가 여자에게 손찌검이라도 한 듯 보입니다.

"이거 놔요! 난 아니라니까!"

남자가 악을 바락바락 쓰며 소리칩니다. 하지만 붉은 옷 대장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남자의 손은 구속구에 결박된 채 붉은 옷 무리들에게 붙잡혀 있어서, 반항하려 해도 별 수가 없을 듯합니다.
"그 사람은 아무 죄도 없다고 몇 번을 말해요!" 주저앉아있던 여자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입니다. 곧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오열하기 시작합니다.

"갑시다."

곧 붉은 옷 대장이 여자에게 등을 보이며 뒤돌아섭니다. 그리고는 무리와 남자를 이끌고 자리를 뜨려 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242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17:21:24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습니다. 이 도시는 너무 커서 마치 사막을 걷는 기분이에요. 실제로 사막을 걸어본 적은 없지만 말이에요.
그렇게 꿋꿋히 걷는 와중 소란이 벌어집니다. 굉장히 억울해 보이는 남자와 그를 데려가는 붉은 옷의 사람들.
흠, 특이하군요. 지금까지 양철로봇처럼 보였던 기사랑은 다른 사람들일까요? 설마 저 사람들이 사냥꾼인 건 아니겠죠.

"무슨 일이죠?"

자세한 사정을 알기 위해 주저앉은 여성분께 다가가 물었습니다 제게는 어떤 종류더라도 정보가 필요해요.

243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17:52:57

붉은 옷들이 남자를 억지로 끌고 자리를 뜹니다. 여자가 아예 목놓아 울기 시작합니다. 그 붉은 옷의 무리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기에 이리 슬퍼하는 것인지요.
거리는 한산했습니다. 그나마 적은 수의 행인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전부 사건 현장을 보고도 못본 척 지나쳤습니다.
여자에게 다가간 사람은 엘레나가 유일했습니다. 여자는 제게 다가오는 엘레나를 보고도 계속 울부짖다, 질문을 하자 그제서야 오열을 멈추었습니다.

"...결사단, 사람, 들이, 우리 그이를, 데려갔어요..."

밀려오는 울음기를 참는 탓에, 여자의 말이 끝나기까진 약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녀가 시뻘개진 눈가를 소매로 닦으며 훌쩍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이단, 이라면서..."

여자는 그렇게 말합니다. 물론 제3자 입장에선 그 남자가 진짜로 죄를 짓지 않았는지를 알 턱이 없지만요.

244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18:18:34

"결사단이라고요?"

결사단이란 또 뭘까요. 이방인인 저에게는 그저 아리송하게만 들려올 뿐입니다. 이쪽 땅에서는 사냥꾼들을 결사단이라고 부르는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들도 저희 심문관들과 같이 이단을 처단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같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지금으로선 명확한게 없습니다.

"자세히 말씀 좀 해주시죠."

일단 이 사람을 일으키는게 좋겠네요. 저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직도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 여성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245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18:52:14

"네... 결사단, 이요."

줄곧 훌쩍이던 여자는, 내밀어진 엘레나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 덥석 잡습니다.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눈이 퉁퉁 불어버린 게 꼴이 말이 아니네요.

"아... 혹시 외지인... 이신가요...?"

여자는 엘레나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고서 조심스레 묻습니다. 그녀도 엘레나가 외지인이라는 사실을 쉽게 파악했습니다. 수도의 사람이 결사단의 이름을 못 들어보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죠.

"피의 결사단이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심판관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제국 각지에서 이단자를 찾고 처벌하는 역할을 하는데, 몇 년 전부터 이상한 낌새를 보였어요..."

들어보니 결사단이란 곳은 원래는 공명정대한 조직이었던 듯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행동이 돌변했다 하는군요. 조금의 낌새만 있어도, 심지어 아무런 증거가 없는 결백한 시민도 이단으로 몰아 화형대에 세우는 일이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다고 합니다.
여자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양 손에 얼굴을 파묻는 게 아직도 진정이 덜 된 모양입니다.

246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20:04:56

"네, 외지인입니다. 아지ㅁ... 아니, 그냥 엘레나라고 부르세요."

제 성은 동쪽 대륙의 것을 그대로 따르는지라 여기서는 그냥 이름만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방금 주점에서 본 사람들도 외지인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정도만 해두는게 이롭겠죠.
그나저나 방금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피의 결사단이라고 하는 모양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역시나 제가 하는 것과 같이 도시의 치안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죠. 저희 등대지기들은 이단의 낌새를 그냥 보고 넘기는 일 없이 확실하게 일을 처리합니다. 다만 이들의 행동방침은 무슨 이유에선지 살짝 비틀린 것 같네요. 그렇다면 방금 끌려간 남자의 운명도 안 봐도 뻔하군요.

"이상하네요. 심판관이라는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하죠?"

247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20:51:41

"네..."

고개를 들어올린 여자가 힘없이 대답합니다. 엘레나가 외지인이라고 밝혔지만 그녀는 딱히 경계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게요... 흑."

그런 이들에게 끌려간 제 연인이 생각났는지, 그녀는 다시금 눈시울을 붉힙니다. 그래도 애써 울음을 참으려 합니다.

"아, 듣기로는 추기경... 그러니까 결사단의 지도자가 바뀐 뒤로 그렇게 되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여자가 덧붙입니다. 물론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니 믿는 것은 자유지만요.

248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21:08:19

결사단의 지도자라... 리더가 바뀐 뒤로 이런 폭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건가요. 자세한 내막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역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인 분에 대한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연인이겠죠? 순전 감에 의한 어림짐작이었습니다만 왜인지 확신이 있었습니다. 아들이라기엔 너무 젊고, 가족이라기에는 지금은 여성 혼자밖에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피의 결사대가 몇 년째 애먼 사람을 이단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군요.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 도시에서 결사대 외에 활동하고 있는 사냥꾼 단체가 있나요?"

저는 마저 움직여보려다가 원래의 목적이 생각났기에 이대로 여성분께 물어봤습니다.

249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21:58:58

유감이라는 말에 여자는 말 없이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다 엘레나가 물어오자 얼굴을 엉거주춤히 들고선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 사랑하는 이의 연행으로 심신이 어지러울 텐데도 그녀는 엘레나의 궁금증을 순순히 해결해줍니다.

"사냥꾼 단체라면... 사냥단이요?"

뒤이어 그녀는 수도 키옌에 거점을 둔 사냥단만 해도 열 곳을 족히 넘어간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사냥꾼이 아니라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덧붙입니다.

"그래도... 밤사냥단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요. 유명한 사냥단이라고... 하더라고요."

밤사냥단. 여자는 그 이름을 입에 담습니다. 사냥꾼이라는 이들이 본디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름이 잘 알려진 사냥꾼 단체라면, 그만큼 그들이 대단하다는 말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그런 자들이라면 엘레나가 찾는 것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요? 괜한 희망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250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22:01:35

ㅋㅋㅋㅋㅋ 여자 착해

251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22:07:32

ㅋㅋㅋㅋㅋㅋㅋㅋ 진행의 편의성을 위해()

252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22:12:42

밤사냥단이라... 이름을 기억해두는게 좋겠네요. 제가 마주칠 수 있는 사냥단일지도 모르니까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결사단에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사냥단이 여럿. 이곳의 사냥이 돌아가는 일들도 그렇게 다르지 않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여성분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제 일어나 봅니다. 그래요, 다소 허무하죠. 제가 이 여성분을 도울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지금 방금까지도 피의 결사단이 뭘 하는 사람들인지 몰랐던 이방인입니다.
값 싼 동정심으로 도와주겠다고 책임지지 못할 말을 섵부르게 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떠나주는게 더욱 현명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남자가 무사했으면 좋겠네요. 혹시 언젠가 저와 마주친다면... 그때는 제가 도울 수 있을테니까요. 자 그럼, 광장 지구로 다시 향해보죠.

253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23:08:08

엘레나는 다시 수도의 길거리를 걸어나갑니다. 다시 한참을 걸어가고 나서야 수두룩하게 지어진 벽돌집들이 모습을 감춥니다. 한편 도시 초입에서 보았던 하늘의 밝은 빛도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둡긴 하지만 저 정체불명의 빛 덕에 하늘이 조금 밝아진 것도 같습니다. 꼭 영원한 밤을 몰아낸 것처럼, 찬란했던 광명시대의 편린처럼 말이죠. 다소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감명깊은 풍경입니다.
곧 엘레나의 눈 앞에 넓고 큰 공터가 나타납니다. 방금 전의 거주 지구와 달리, 드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세련된 건물들이 여럿 세워져 있는 모습입니다. 척 보아도 광장 지구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광장의 곳곳에는 원형으로 벤치가 둘러져 있고, 그 안에 나무들이 몇 그루 심어져 있습니다. 잎이 파릇파릇한 게 무척 건강해 보입니다. 곳곳의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54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23:15:51

음~~ 근거가 부족한데~ 여기선 뭘하면 좋을까?

255 ◆POCYqa2/e6 (zZpwUnpPyg)

2022-09-29 (거의 끝나감) 23:22:27

아무나 붙잡고 물어본다던가~ 아니면 아까처럼 주점 같은 곳에 들어가봐도 되고? 사실 그냥 아무거나 해도 되지만()

256 엘레나주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23:25:47

주점은 아까 들어갔을 때 너무 이른 느낌이었으니까 ㅋㅋㅋㅋ 아무거나인가~ 흐으으음

257 엘레나 (u2Xfpz7YoE)

2022-09-29 (거의 끝나감) 23:43:22

하늘이 밝네요. 밝은 하늘은 조금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저건 구전으로 전해져오는 광명시대를 인공적으로 구현해낸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생각보다 신화스러운 느낌은 그다지 없었지만 로라시아에서 제국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습니다. 이런 거대한 빛은 저희 땅에나 더 필요한 것 같은데요.
광장 지구에는 도착했지만 이래선 그저 넓기만 한 공터네요. 이런 곳에서 사냥꾼들이 모이고 있다는 건지요. 눈에 띄는 사냥꾼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제국의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같아보여요.
조금 더 수소문을 해보는게 좋겠지만... 솔직히, 여기까지 오는 건 너무나 먼 길이어서 지쳤습니다. 다행히 이곳에 벤치는 많네요. 조금 앉아서 생각을 정리해보는게 좋겠어요.

"에구구..."

...음, 저도 모르게 할머니 같은 소리를 내고 말았군요. 벤치에 앉아 주변을 살펴봅니다. 그야말로 '도시'라는 풍경이 눈에 하나씩 들어오네요. 지금까지는 왠지 간과하고 있었지만, 그제야 제가 타국의 큰 도시에 와있다는 느낌을 실감했습니다.

'저는 정말 멀리왔군요...'

고향의 사람들은 잘 하고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좋은 소식을 찾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때까지 고향이 멀쩡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죠. 지금은 광증의 치료법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아갑니다. 저는 그러기 위해서 온 거니까요.
조금은 긴장을 풀고, 허문 자세로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빛이 있는 하늘이라. 묘한 하늘이었습니다.

258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01:01:52

에고 졸았다... 그런 김에 자러갈게...! 좋은밤 보내!

259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16:40:36

엘레나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어렴풋이 떠있는 달의 형태를 보아하니 9시도 되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피곤한 느낌입니다. 오래도록 걸어서 그런 걸까요.
그때 엘레나는 문득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낍니다. 누군가 휘파람을 불며 엘레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휘파람소리의 주인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였습니다. 사내와 비견될 정도로 빼빼 말라붙은 남자 셋도 그 뒤에 붙어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윽고 엘레나의 앞에 뚝 멈춰선 사내가 음흉하게 웃습니다. 뒤의 마른 남자들도 입꼬리를 슬며시 올립니다.

"이봐, 이쁜 아가씨. 혼자야? 우리랑 같이 놀래?"

듣기만 해도 인상 찌푸려지는 발언입니다. 질 나쁜 남자들이 흔히 던지는 추파로군요. 그러다 마른 남자들 중 한 명이, 엘레나가 찬 핸드 캐논을 보고서 코웃음칩니다. 그가 꺼낸 말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어이구야, 엄청 무서운 걸 갖고 계시네. 근데 그 총, 아가씨 거 맞아? 쏘는 법은 알아?"

그 말에 일행 모두가 웃음을 터트립니다. 아예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수도에는 이런 사람들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건가요. 주변 행인들도 엘레나가 처한 상황에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260 엘레나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17:23:06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저도 조금은 온화하게 보였나봅니다. 척봐도 질 나쁜 남자들이 제쪽을 향해 다가왔습니다. 이런 싸구려 악당들이 활동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 아닌가요?
한숨이 나오는군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조금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동쪽 대륙에서는 아무도 저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이게 대도시라는 걸까요.
그러나 아쉽게도 저라는 사람은 이런 걸 경고 정도로 넘어갈만큼 무르지 않아요.

"이 물건에 흥미가 있습니까?"

홀스터에 꽂혀져 있던 핸드 캐논을 순식간에 뽑아들어 손아귀에 쥐었습니다. 그들은 움찔거릴 시간도 없었을 겁니다. 퀵드로우는 심문관의 기본 소양 중에도 기본이에요. 보통 이걸 뽑아든 시점에서 위험을 느끼고 도망치는게 상식적인 인간일 테지만... 이 무지한 사람들이 그럴리는 만무하죠.
뭐, 와중에도 저는 다행히 상식인이기 때문에, 몽매한 사람에게 함부로 총부리를 겨누거나 하는 결례를 범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댁이 한 번 가르쳐주시죠. 쏘는 법."

핸드 캐논을 반 바퀴 돌려 손잡이가 무뢰배를 향하도록 기꺼이 건네어줍니다.
예에, 저는 자신있습니다. 이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권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사람은 제대로 드는 것 조차도 할 수 없죠. 제가 이 물건을 처음 만졌을 때가 떠오릅니다. 힘이 들어간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단 한 발조차 격발하기도 힘든 방아쇠 압. 그리고 운 좋게 쐈다고 하더라도 그 뒤를 따르는 자학에 가까운 수준의 반동. 그 순간 저는 이것이 순수하게 인간이 아닌 것들을 상대하고 처단하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손대포'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저희의 땅에는 이와 비슷한 도구, 그리고 이를 이용한 고유무술이 여러 갈래로 전해져 내려올 정도로 전통적인 문화로서 형성 되어있죠. 단순히 총이라는 말로는 형용 할 수 없는 겁니다. 특히나 심문관의 이것은 좀 더 제대로 숙지시키지 못하면 전혀 다룰 수 없는 그런 무구에요. 이 핸드 캐논은 그런 물건이었습니다.

"귀가 먹었습니까? 받으세요."

로라시아와 동 대륙은 여태까지 교류라는게 전혀 없었습니다. 이 참에 문화교류를 확실히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저는 손의 핸드 캐논을 가볍게 흔들면서 도발하는 목소리로 재촉했습니다.

261 엘레나주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17:25:10

헤헤 나도 캡틴 기다리다가 드르렁 해버렸닥우 :3
암튼 갱신~~~ 캡틴도 안녕!

262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18:16:21

엘레나가 핸드 캐논을 재빨리 뽑아들자 남자들이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 분명합니다.

"...그래? 보여주자고, 대장!"

마른 남자가 그리 외칩니다. 곧 제일 앞에 선 사내가 겁도 없이 엘레나의 핸드 캐논을 받아드는데, 그것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사내는 앓는 소리를 냅니다.

"끙... 뭐야, 존나게 무겁잖아!"

그렇게 욕까지 섞어가며 불만을 표시하다가 돌연 사내가 눈을 빛냅니다. 탐욕이 질질 흘러나오네요. 눈치 빠른 엘레나라면, 이 사내가 핸드 캐논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뭔진 몰라도 꽤 비싸보이는데?"

사내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핸드 캐논을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그런 주제에 그립을 양 손으로 잡고 있는 꼴이 참 볼품없습니다.

263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18:16:51

안녕안녕~!!

264 엘레나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18:42:00

새로운 물건을 손에 들자마자 눈빛이 탐욕으로 차오르는 꼴이란... 정말이지 너무 뻔하군요.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입에 넣으려는 갓난 아기들을 보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목숨이 붙어있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물건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자가 있기에 의미가 있는 법이죠. 제가 봤을땐 당신들이 그걸 댁네 장물아비에게 가져간다고 해도 한 푼도 받지 못할 것 같군요."

사내에게 다가가 레이피어를 뽑아들어 턱 밑에 칼 끝을 마주칩니다. 정비를 한 치도 소홀히 한 적 없는 제 레이피어예요. 야수는 물론이고 사람의 머리를 꿰뚫는 건 더욱 쉽겠죠.

"당신처럼 머리 나쁘고 무식한 사람도 쏠 수 없는 무거운 권총을 누가 돈 주고 사고 싶어할까요? 안 그렇습니까?"

이 자가 무리의 대장이겠죠. 대장을 제압하면 보통은 순순히 물러납니다. 이 멍청이들은 어떨까요. 저는 남자를 레이피어로 위협하면서 주변의 말라깽이들을 살폈습니다.

265 엘레나주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18:47:18

tmi로 엘레나의 핸드 캐논은 칼처럼 휘두르면서 쏴야 정상적인 격발이 가능하고 그냥 조준하고 쏘면 방아쇠가 안 눌리기 때문에 웬만한 단련으로는 쏠 수가 없다는 설정! 이때문에 핸드 캐논에는 가늠자 가늠쇠도 없다구~~~
혹시 캡틴이 이해 못 했을까봐 ㅋㅋㅋㅋㅋ

266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19:23:07

"글쎄? 그건 직접 봐야 알겠지."

사내는 여전히 핸드 캐논을 양 손으로 쥐고 흔들어댑니다. 하지만 아예 레이피어가 목 아래에 들어오자 잠깐 동안은 놀란 표정이 됩니다.

"어이쿠, 아예 그냥 찔러버리시게?"

하지만 곧 사내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이죽대며 깝치는 게 영 꼴불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을 찌를 배짱은 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지요. 하지만 저쪽이 시비를 먼저 걸었으니 찔러도 정당방위가 아닐까요?
뒤의 남자들도 사내와 같은 생각인지 킬킬대며 비웃습니다. 한술 더 떠 사내는 "그렇게 나오니까 더 마음에 드는데? 난 아가씨 같은 여자가 싫진 않거든." 라며 저질스런 추파를 날리기까지 합니다.

267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19:24:17

그렇군!! 엘레나의 전투씬이 얼른 보고싶다 ㅋㅋㅋㅋㅋ()

268 엘레나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19:58:18

이 사람들, 뻔뻔하기 짝이 없군요. 이대로 남자의 목을 찔러도 되겠지만 이런 번영한 도시 한복판을 피로 더럽히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막 방문했을뿐인 제 평판도 떨어질 뿐더러 그걸 청소하는 사람들은 무슨 죄일까요. 무엇보다 제 레이피어를 그렇게 쉽게 더럽힐 수는 없죠.

"―그래요.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레이피어에는 찌르는 검술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그것도 모르고 있었겠죠? 칼 끝을 내려서 거두는 시늉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주먹으로 이 '대장'의 턱을 후려갈깁니다. 제 주먹을 감싸는 레이피어의 사이드 링과 핸드가드는 야수의 공격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서 말이에요. 사람이 맞으면 기절하지 않을까요?

"저 사실은 이방인이라서 말이죠. 본디 동쪽 대륙에서 야수와 이단을 사냥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도시는 제가 지내던 곳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크고 넓더군요. 네, 이곳 지리를 빠삭하게 아는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자칫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말이에요."

의식이 흐릿할 남자에게서 핸드 캐논을 집어 손으로 도로 가져왔습니다. 잠깐이라고는 해도 이런 무식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만들다니. 제 파트너에게 안 될 짓을 했군요. 나중에 꼼꼼히 닦아주어야겠어요.

"잠시 도시 신사분들께 길 좀 묻도록하죠."

물론, 한 번 시작한 일은 끝내고 나서 말이에요. 돌아서서 자세를 잡는 즉시 주변의 잔당들에게 레이피어와 핸드 캐논을 휘두릅니다. 물론 멀쩡한 사람을 상대로 베거나 쏘지는 않아요. 단지, 이 물건들에게 직접 가격 당하거나 얕게 찔리는 정도로도 죽는게 낫겠다 생각이 들만큼 아프겠죠.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겁니다. 후회하게 해주겠어요. 레이피어를 움직여 남자들의 어깨를 찔러 경직시키고, 만들어진 틈으로 안쪽으로 파고들어서 핸드 캐논으로는 복부를 깊게 때려넣습니다.

269 엘레나주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20:00:16

전투씬...은 아니고 폭력씬? ㅋㅋㅋㅋㅋ (?

270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21:15:54

"왜? 우리랑 놀아주려... 컥."

엘레나의 주먹을 얻어맞은 사내는 그대로 엎어져서 기절했습니다. 갑작스런 사태에 뒤의 남자들도 깜짝 놀란 듯 합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엘레나에게 대항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실컷 두들겨맞은 남자들이 멍투성이가 된 몸으로 현장을 떠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겁에 질린 채로 떠나갔습니다. 엘레나를 괴물 보듯이 하며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잠깐의 소란 탓에 몇몇 행인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네요. 한편 남자들이 도망치듯 돌아간 길에는 기사 한 명이 서있었습니다.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남성입니다. 저 기사도 방금의 소요를 목격한 걸까요? 그는 천천히 엘레나에게로 걸어와 입을 엽니다.

"불량배들을 직접 혼내주다니 배짱 한 번 대단하군. 사냥꾼인가?"

기사의 표정은 무심했으나 상대를 나무라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흘깃 쏘아봅니다.

271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21:16:31

폭력씬 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좋은...()

272 엘레나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21:47:43

얻어맞은 잔당들이 저를 야수라도 보는 눈을 하며 등을 보이고 도망칩니다.
몇 번 팔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이래서는 오히려 제쪽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네요. 방금 그 치들을 쓰러트려서 길을 좀 물으려고 했는데 하나는 기절에 나머지는 도망이라. 뭐, 아무튼 소동은 정리 됐습니다.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후우."

무기를 거두고 숨을 내뱉고 있자 저 편에서는 기사가 다가옵니다. 이런, 설마 다 보고 있던 걸까요. 방금 소동 때문에 저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물론 지금의 행위에 대해서는 부끄러움 없이 당당한 태도였습니다만, 기사분이 제게 하는 말은 전혀 다른 의도의 것이었습니다.

"혼내주다니요. 그들이 저와 놀고싶어하는 눈치인 것 같아 놀아줬을 뿐입니다. 하지만 먼저 뻗어버리다니, 이 도시 남자들은 전부 이 모양인가요."

날카롭게 뜬 눈으로 기절한 불량배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단지 이 남자뿐만이 아닙니다. 방금의 주점이나 연인을 잃고 오열하는 여자. 그리고 그 모든 걸 방관하는 시민들. 어쩐지 도시의 좋은 면보다는 나쁜 면을 더 많이 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새삼스럽진 않아요. 어둠을 틈타 이상한 마음을 먹는 자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요. 그것을 위해 기사나 심문관 같은 이들이 있는 것이죠.

"저는 동쪽 대륙의 심문관, 아지무 엘레나입니다."

기사분께 저의 신분에 대해 제대로 소개했습니다. 이런 불경한 깡패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밤바다를 밝히고 등대를 지키는 고결한 심문관입니다.

273 엘레나주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21:48:06

ㅋㅋㅋㅋㅋㅋ 마음에 들어? :3

274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23:30:50

"허, 그랬었군."

기사는 짧게 대답합니다. "키옌엔 워낙 다양한 인간들이 많아서 말이지." 뒤이은 엘레나의 의문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합니다.
그러다 엘레나가 자기 신분을 밝히자, 그도 적잖이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립니다. 교류가 단절된 동대륙에서 온 사람을 본다면 누구라도 놀랄 겁니다.

"동쪽 대륙? 이거 참 귀한 손님이 오셨구만."

그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집니다.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요? 그러다가도 금세 손을 내립니다.

"반갑네, 엘레나 경. 제국 기사단의 제1기사단장 레너드 드윈이라고 한다."

곧 기사도 제 소개를 합니다. 기사단이라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기사들이 모인 단체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중년 남자는 자신을 그 기사단 중 하나의 수장이라 소개했고요.

"심문관이라면 뭘 하는 사람인가?"

275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23:31:43

마음에 들지 당연히~ 야수랑 싸우는 엘레나도 보고 싶고 ㅋㅋㅋㅋㅋ()

276 엘레나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23:56:14

네, 맞아요. 저는 귀한 손님입니다. 하지만 어떨 때는 단지 아무 것도 모르는 이방인일 뿐이죠. 그래도 이쪽의 기사분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하물며 이 분은 한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기사단장님이셨던 모양입니다. 좋아요. 이제야 조금 어깨를 펴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언제는 주눅이 들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뭐, 여태까지 너무 다사다난 했잖아요. 그렇지 않은가요?

"저희 심문관은 바다에서 올라오는 수생 야수를 상대하고, 광증을 앓는 이단을 사전에 파악하고 처단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냥꾼과는 조금 다릅니다. 저희는 더 위험하고 본격적인 위협과 맞서며 주민들의 안전에 힘쓰고 있죠. 무엇보다도 가장 음울한 바다 속에서도 빛을 비출 수 있는 꺾이지 않는 영혼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등대지기라고도 불리죠."

이야기를 늘어놓고 보니 조금 길어졌네요. 하지만 심문관의 고결하고 숭고한 목적을 전달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사냥꾼들보다 조금 더 상위에 있는 자경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경단이라는 말로는 전부 설명이 되지 않을테니까요.

"그럼 바로 실례하겠습니다만 레너드 단장님, 혹시 밤사냥단에 대해서 알고계신 것이 있습니까? 저는 그들과 접촉해보고 싶은데요."

그나저나 여기서 기사단장님을 만난 건 행운이네요. 어쩌면 방금 일어났던 소동도 아예 쓸모가 없던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시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있을테니까요.

277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0:01:21

이대로 진행하다보면 빠른 시일 내에 싸우게 되지 않을까? ㅋㅋㅋㅋㅋ
그런데 알비온이 제국이면 공주같은 사람들도 있으려나?? 있으면 개인적으로 한 번 보게하고 싶은데~~~

278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0:08:41

>>276 "그럼 바로 실례하겠습니다만 레너드 단장님, 혹시 밤사냥단에 대해서 알고계신 것이 있습니까? 그들이 이 도시의 가장 큰 사냥 활동 단체라고 들어서 한 번 접촉해보고 싶은데요."

글구 대사가 조금 어색한 것 같아서 이걸로 수정함 :3

279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0:20:47

황녀라던가는 당연히 있지~~ 보고 싶다니 한 번 반영해보는 걸로 ㅋㅋㅋㅋ

280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0:23:53

앗 그럼 황녀랑 친구해도 돼?? ㅋㅋㅋㅋㅋ 심문관들의 사냥 무술같은거 살짝 알려주거나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막연

281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0:40:47

ㅋㅋㅋㅋ 친구 먹는 것도 가능! 생각보다 금방 만날 수 있을지도~

282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1:13:12

"흐음, 그런가. 그야말로 빛을 비추는 등대지기인 거로군."

레너드가 짧은 감상을 읊습니다. 그도 알고는 있겠지요, 밤의 지배에 맞서는 게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요.

"밤사냥단... 이라."

엘레나의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뒷말을 잇습니다.

"이곳 광장 지구에 밤사냥단의 거점이 있지. 저기 은행 건물 뒤쪽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네."

그러면서 그는 손을 치켜들어 은행 쪽을 가리킵니다. 은화 모양의 간판을 내건 3층 건물이 보입니다. 저곳이 은행인 모양입니다. 밤사냥단의 거점은 저 뒤쪽에 있는 건가요? 오랫동안 걸어 광장 지구에 도착한 보람이 있었네요.

"헌데 엘레나 경은 무슨 일로 그들을 보려는 건가?"

레너드는 그리 묻습니다. 추궁하는 것 같지만 실은 단순한 궁금증 때문입니다.

283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1:27:05

단장님의 손을 따라 시선을 향해봅니다. 저 은행의 뒷편인가요. 아무래도 주점의 주인이 괜한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군요. 흥, 아주 심술궂은 사람은 아닌 모양이죠?
단장님께 감사를 표하고는 걸음을 마저 움직이려 했습니다만, 역시 물어오는군요. 떳떳하지 못한 이유는 아니라 밝히지 못할 것은 없지만...

"제 고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단서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만나보려고 합니다. 사냥을 하는 이들이라면 마음 통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역시 광증에 약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그대로 말하기는 조금 꺼려지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아무것도 모르고 로라시아 대륙에 왔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을테니까요.

"...주민들의 고통을 제가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동대륙에서부터 배를 타고 온 이유를 되새기며 꾸욱 쥐어보인 주먹을 가슴에 가져갔습니다. 그래요, 하지 않으면 안 되는겁니다. 이 앞길이 허무로 가득하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만둘 수 없어요. 그것이 저의 사명이라는 것이겠죠.

284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1:28:02

금방 만날 수 있다니 이거 기대해도 되는 건가?! ㅋㅋㅋㅋㅋ 어쩐지 사심만 가득해진 기분이 드는 나참치.... (꿀밤

285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1:44:32

엘레나의 말이 끝난 뒤에도 레너드는 침묵을 유지합니다. 그가 건넨 말은 짧았습니다. "경건한 마음가짐이군. 꼭 일이 좋게 해결되길 바라지." 그리고선 고개를 끄덕여보입니다.

"그럼, 잘 가시게. 행운을 빌겠네."

레너드는 그렇게 인사하곤 걸음을 옮겨 멀어집니다.
그의 안내를 되새기며 은행 옆 골목으로 향하면, 2층짜리 건물들이 수없이 늘어진 풍경이 보입니다. 또 골목이라곤 해도 길이 넓고 밝아 음침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건물들 사이에는 유난히 수수한 양식의 건물이 있었습니다.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 1.5배 정도는 더 커보이기도 합니다. 건물 앞의 작은 표지판에는 달과 밤을 형상화한 심볼과 함께 '밤사냥단'이라는 글귀가 쓰여있습니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 것 같습니다.

286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1:46:03

ㅋㅋㅋㅋㅋㅋ 사심이라면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구
나는 슬슬 자러 가볼게! 좋은밤 되길 바라!!

287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1:46:41

응응~~~ 낼 보자 캡틴!!

288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14:36:32

이곳이 밤사냥단의 건물인가요. 단체의 이름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수수하고 비교적 커서 눈에 띄는 건물이었습니다. 그냥 밀고 들어가도 되겠지만... 여기서는 노크를 먼저 해볼까요.

"저기-"

주먹으로 세 번정도 문을 가볍게 두드려봅니다.

"계십니까?"

289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15:40:32

엘레나가 문을 두드리자 약간의 정적 이후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헌데 문을 열어준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문이 열린 것처럼요. 이 또한 마법일까요?
건물 내부는 무척 넓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수수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우아하고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홀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양쪽 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난간 너머로 2층 복도가 보입니다. 홀 중앙에 긴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파에는, 긴 금발 남성이 앉아있었습니다. 테이블에 작은 찻잔을 올려놓은 걸 보면 티타임을 즐기던 중이었나요. 그가 엘레나를 보고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녀를 맞이하듯 기품있는 인사를 해보입니다.

"사냥꾼이시로군요, 반갑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남성이 웃음지으며 말합니다.

290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16:30:05

문을 노크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처음 생각했던대로 밀고 들어가려 했습니다만, 공교롭게도 문이 열리는군요. 혼자서 스스로 말이에요. 흐음, 제국의 기술인걸까요? 마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저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니 사냥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저희 고향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거점을 꾸미거나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인테리어와... 금발의 남성인가요.

"그냥 사냥꾼이 아닙니다. 심문관이에요."

버릇처럼 남자의 말을 수정했습니다. 이 남자도 심문관에 대해 알 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제게는 일종의 습관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곳이 밤사냥단의 거점입니까? 단장을 보고싶군요. 긴히 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주변에게 눈길을 주어 내부를 둘러보면서도 성급하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291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18:25:04

"심문관이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요."

남성의 두 눈에 의아한 기색이 떠오릅니다. 그렇지만 부러 캐묻지 않고 엘레나의 다음 말에 대답합니다.

"예, 이곳이 밤사냥단입니다. 헌데 긴히 할 이야기라?"

남성이 문득 시선을 옮겨 엘레나를 꼼꼼히 뜯어봅니다. 노골적이진 않지만 약간의 경계심이 서려있습니다. 마치 취조당하는 기분입니다.
잠깐의 짧은 시간 이후, 남성은 엘레나의 말이 거짓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그제서야 다시 미소를 머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남성은 엘레나를 이끌고 홀의 뒷문으로 걸어갑니다. 방금 엘레나가 들어왔던 정문과 비슷하게 생긴 문입니다. 그가 조심스레 문을 열어젖힙니다.
그 너머로, 막다른 골목에 마련된 넓은 공터가 나타납니다. 여러 개의 짚단 인형들이 세워져 있고, 가장자리에는 작은 벤치들이 몇 개 놓여있습니다. 보아하니 훈련장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소녀와 그녀를 지켜보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소녀는 날이 뭉툭한 소드스피어로 짚단 인형을 열심히 두들겨패는 중이었고요.
남성은 엘레나를 멈춰세우곤 먼저 여성에게 가 말을 전했습니다.

"누님, 누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는 손님이 오셨습니다."
"흠, 그래? 저 여자인가?" 여성이 엘레나를 흘깃 쳐다봅니다.
"예. 사냥꾼처럼 보이는데, 스스로는 심문관이라 소개하셨습니다."
"알았다. 멜리아나, 훈련은 잠시 멈추도록." 그 말에 소녀가 힘찬 대답을 하며 행동을 멈춥니다.

짧은 대화를 끝낸 이후, 여성은 엘레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누님이라는 호칭이 괜한 말은 아닌지 저 금발 남성과 꽤 닮은 외모입니다. 반면 곱상한 외모의 동생과 달리 상당히 호쾌해보이네요.

"반갑다. 밤사냥단의 단장 카산드라 크롬웰이라고 한다. 용건이 뭐지?"

여성은 간단한 소개 이후 바로 본론을 물어봅니다.

292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18:49:37

저를 살피는 눈빛에 경계심이 어려있군요. 의외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다소 생뚱맞은 방문이었으니까요. 생전 처음 보는 무기를 찬 여자가 들이닥쳐서는 심문관이라 소개하며 단장을 찾는 모습이란. 하지만 지금의 제 상황은 그정도로 급한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이 남자가 막으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는 수 밖에요.
그러나 그가 저를 막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소로 안내해주네요. 저는 분명 쫓겨날 각오까지도 하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만. 흠, 이게 대도시의 여유라는 걸까요. 아니면 밤사냥단이라는 이 모임은 제 생각보다 더 규모가 큰 걸지도 모르겠네요. 저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겠죠.
조금 더 금발 남성을 따라가니 뒷편의 넓은 공터에 올 수 있었습니다. 이 특유의 풋풋하고 치열한 풍경. 저는 이곳이 사냥단의 훈련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미 훈련이 진행중인 모양이었지만요. 저는 바로 그곳에서 이곳의 단장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밤사냥단의 단장은- 의외로 여성분이시군요. 조금은 의외였어요. 그녀는 크롬웰이라는 이름으로, 한 눈에 보기에도 억센 기개가 느껴지는 분이셨습니다. 이제는 제 소개를 해야겠죠. 저도 지지않도록 몸가짐을 다시 잡고는 단장의 눈을 마주쳤습니다. 지금의 저는 어떻게보면 저희 등대지기들의 대표, 또는 외교관이라고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어제 막 바다를 건너 온 동쪽 대륙의 심문관, 아지무 엘레나라고 합니다. 편하게 엘레나라고 불러주시길."

어떤가요. 이정도면 꽤 간결하고 단호한 자기소개였겠죠? 심문관의 고결한 영혼이 잘 전달 되었을까요? 아무튼 그건 그렇다치고, 제가 여기에 온 이유를 슬슬 말해야 할 차례입니다.

"제가 이렇게 찾아 온 용건은―"

저는 잠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뜸을 들였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에요. 어차피 이곳말고는 달리 갈 곳도 없잖아요. 스스로 찾고있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이든 간에요. 안 그런가요? 그러니, 여기서는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도록 합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고개를 추켜 올려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대륙을 좀먹고 있는 광증의 해결책에 대해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입니다."

293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19:50:28

"동쪽 대륙, 이라. 놀랍군. 그곳과의 교류는 먼 옛날에 끊어진 줄 알았는데."

카산드라가 가볍게 웃습니다. 그것도 잠시, 이어진 엘레나의 말엔 웃음기를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증의... 해결책?"

그 말에 카산드라는 적잖이 놀란 눈치입니다. 저 뒤에서 카산드라를 지켜보던 남성도, 소녀도 역시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곳은 일찍이 광증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이젠 학자들마저도 광증 연구에서 하나둘 등을 돌리기 시작한 로라시아 대륙입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엘레나의 말이 얼마나 생뚱맞게 다가오는진 이들의 표정만 보아도 명백했습니다.

"광증에 치료법 따위가 없다는 건 알고 있는 건가?"

카산드라가 재차 확인하듯 묻습니다. 물론 엘레나는 진작에 들어 알고 있지만 카산드라는 그걸 알 턱이 없습니다. 그저 타지의 이방인이 뭣도 모르고 나불대는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밖에요.

294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0:17:37

역시 이런 반응인가요. 하긴,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광증을 일찍이 포기한 도시 사람이라는, 반대 입장이었다면 말이에요. 그만큼 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겠죠.

"네,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꽤 최근 일이죠. 제가 항구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듣게 된 사실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당시의 충격을 생각하니 무력감이 다시금 덮쳐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저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이미 마음을 먹은 일이니까요. 저는 다시 이곳의 단장님께 말씀을 올렸습니다. 이번엔 꽤 강하게요.

"그래서 일부러 수도까지 찾아와 도움을 요청드리는 겁니다. 사냥꾼이라면 광증과 심연에서 눈을 돌릴 수 없는 법이니까요. 광증에 대해 알고계신 단서를 제게 알려주세요. 뭐라도 좋습니다. 완벽한 치료가 아니더라도 좋아요. 아주 실낱같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의지를 가다듬은 눈으로 단장을 바라봤습니다. 이들이 보기에는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보였을까요. 크게 다르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제가 가려는 곳은 한 없이 어둠이었을 뿐이죠.

295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21:16:56

"...그랬군."

카산드라가 팔짱을 끼며 한탄하듯 내뱉습니다.

"단서, 라고는 해도. 아직까지 우리는 광증을 조금이나마 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내지 못했어."

그렇습니다. 학자들이 백날 천날 방법을 알아내고자 연구해도, 심연은 인류의 영역이 아닙니다. 마땅한 해결책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은 아니죠.

"광증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거라곤 심연의 영향을 받아 발병한다는 것 뿐이야."

하지만 이 사실은 누구나 아는 내용일 겁니다. 말을 마친 카산드라는 잠시 고민하는 듯 시선을 내리깝니다.

296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1:39:05

"그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뻔한 이야기를 듣자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에요!"

저도 모르게 이를 갈면서 큰 목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이래서는 방금 그 몰상식한 깡패들이랑 다를게 없을텐데 말이에요. 그만큼 제가 절박하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불안했습니다. 이곳마저 아는 게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불안이, 현실이 되어 보여지고 있었으니까요.

"...언성을 높혀서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찾아야만 해요."

그래도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이사람들을 다그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에요. 저는 빠르게 방금 폐를 끼쳤던 사실을 사과했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의 큰 사냥단이라고 심연에 대한 대책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죠.

"좋습니다. 그렇다면 광증에 관련하여 아직도 연구하고 있는 단체나 사람을 알고 있다면 알려주세요. 소란 피우는 건 그곳에 가서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벌써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얼마나 벌어져도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제가 배를 탄 순간부터 정해진 숙명입니다. 지금의 제 눈은 조금 날카로운 모양새가 되었을까요. 그런 눈으로 왜인지 고민하고 있는듯한 단장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297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1:39:59

ㅋㅋㅋㅋㅋ 엘레나 이녀석.... 민폐인데? (?

298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22:57:54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카산드라가 눈을 슬며시 감으며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그녀에게도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야하는 것이 꽤 달갑지 않겠지요.

"황실 소속의 의사가 광증을 연구하고 있긴 하지만, 황궁이라는 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말이야."

곧 엘레나의 질문에도 답을 내놓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대답입니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라니요. "나조차도 초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는 곳이 황궁이다." 그녀가 몇 마디를 덧붙입니다. 제국의 황궁이란 곳은, 이름을 날리는 사냥단의 단장이라고 해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모양입니다.

"다른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런 답변만 주게 되어 유감이군."

299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22:58: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폐라니()
살짝 스포하자면 다음 턴에 황녀가 난입한다!

300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3:18:48

"―그렇습니까."

황궁이라. 이 제국을 통치하고 다스리고 있는 기관이겠죠. 답을 얻은 제가 이제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니 '치익-'하고 끄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럼 가봐야겠네요."

그런데, 어디로 가냐고요? 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직접 황궁의 문을 두드리러."

이곳에서 볼일은 다 본 것 같습니다. 정보가 없으니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고 있을 이유가 없어요. 계속 움직여야죠.

301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3:18:56

헉...! 황녀~~!! 너무 기대 되는데? ㅋㅋㅋㅋㅋ

302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00:13:10

"...행운을 빌지."

카산드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납니다. 그녀도 더 이상 도와줄 순 없는 걸까요. 엘레나는 그대로 훈련장을 벗어나기 위해 발을 옮깁니다. 하지만...

"잠깐만요, 그런 거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돌연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소녀가, 앞으로 나서서 엘레나를 막아섭니다. 뒤의 남성도 카산드라도 놀란 듯 소녀를 바라봅니다. "황녀님?" 남성이 소녀를 부르는 호칭은, 분명 그러했습니다.

"...그래요. 제가 어떻게 잘 말하면 엘레나 씨를 황궁에 들여보내는 건 어렵지 않을 거에요."

소녀는 자신이 황녀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합니다. 헌데 한 나라의 황녀 되는 사람이 왜 이곳에서 무기를 다루고 있던 걸까요?

"게다가 엘레나 씨는 동쪽 대륙에서 오셨잖아요. 그런 귀한 손님이라면, 분명 저희 아버지도 엘레나 씨를 보고싶어하실 거에요."

황녀가 그리 단언합니다. 진지하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결연하기까지 했습니다.

303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00:13:40

별 건 없었지만 ㅋㅋㅋㅋㅋ

304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01:32:37

불러세우는 목소리에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칫 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가려고 하는 곳은 이 제국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황궁. 분명 쉽게 들여 보내주지는 않겠죠. 그런데...

'황녀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요.'

몸을 도로 돌리고는 훈련장의 그들을 바라봅니다. 무기를 휘두르던 소녀. 어째서 황녀가 이런 곳에서 무기를 연습하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멜리아나. 아니, 황녀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찬 물 더운 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죠. 오히려 지금 상황은 말하자면 찬 물에 얼음을 띄운 것과 같아요! 그 정도로 운이 좋은 상황입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저는 걸음을 성큼성큼 옮겨서 자신을 황녀라고 소개한 소녀 앞으로 냉큼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왜 그랬을까요.

"이 저를, 아지무 엘레나를 반드시 황궁 안으로 들여 보내주세요!"

무릎을 굽혀 앉아 손을 맞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녀라는 사람과 눈까지 마주치려고 하면서 말이에요.

305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01:33:18

오오~~! 훈련하고 있던게 황녀님이었구나! ㅋㅋㅋㅋㅋ 어쩌다 이런 누추한 곳에....?

306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01:59:22

ㅋㅋㅋㅋㅋㅋㅋ 답레 잇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졸리다...! 내일 보자! 좋은 밤 보내~

307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02:03:13

그랭~~~~ 내일 보자구 캡틴~~

308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5:50:32

황녀라지만 그녀는 멋 부린 드레스도, 화려한 복식도 차려입지 않은 모습입니다. 여느 시민처럼 평범한 옷을 걸친 채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을 뿐이죠.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엘레나가 그리 간청하자 황녀는 쩔쩔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제게 격식 차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입니다. 방금 전, 단장이 그녀를 부를 때도 어떠한 존칭을 붙이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엘레나 씨를 돕고 싶으니까요. 아니, 꼭 도와드릴 거에요."

곧 그녀는 엘레나에게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렇게 선뜻 나서주는 이유는 그녀 역시 광증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보아왔기 때문이겠죠.

"그럼 정식으로 인사해야겠죠? 저는 멜리아나 레인 로에그리아, 황가의 둘째이자 장녀에요. 부디 잘 부탁드려요."

황녀, 멜리아나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합니다. 그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카산드라도 한 마디 거듭니다. "잘 됐군. 황궁에 가서는 부디 자네가 원하는 걸 알아내길 바라지."

"아무튼, 바로 출발하시겠어요?"

309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6:40:24

막상 이렇게 얘기하니 황녀는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이었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의 저는 외지인인 입장이고 부탁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물며 한 제국의 황녀라는 사람이니까요. 사실은, 저희 대륙엔 통치나 외교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건지도 스스로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 소녀는 틀림없는 황녀였어요. 제 소개를 굳이 다시 할 필요는 없겠죠.

"네, 따라가도록 하죠."

황실...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그리고 그들은 광증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요. 제국의 황녀를 따라나서는 순간에도 저는 조금 궁금해지고 있었습니다.

310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6:41:52

약간 서민 스타일을 좋아하는 황녀님이신건가~~~ 후후후후

311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7:29:47

멜리아나는 남매에게 인사하고는, 엘레나를 이끌고 사냥단 거점 밖으로 나섭니다.

"황궁은 이 광장 지구의 북쪽, 사유 지구에 있어요."

둘은 골목을 나와 중앙의 대로변으로 나옵니다. "조금 머니까 열차를 타야 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합니다. 열차라면 아까 엘레나가 보았던 큰 쇳덩이를 말하는 거겠죠.

"동쪽 대륙은 어떤 곳인가요? 궁금해요."

멜리아나가 앞서서 길을 안내해주는 도중, 그렇게 물어봅니다. 그녀 역시도 궁금한 게 많겠죠.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가면, 곧 넓은 길가에 깔린 철로와 기차역이 나타납니다. 철로 위에는 아직 열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312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7:30:38

이래뵈도 황녀님은 사냥꾼 지망생이지 ㅋㅋㅋㅋ

313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8:20:43

"동쪽 대륙 말입니까."

궁금하겠죠. 오랫동안 교류라고는 없던 땅에서 온 사람입니다. 작은 여관을 운영하는 주인도 제게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었는데, 한 제국의 황녀라면 오죽할까요.
어쩌면 여기서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제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따로 지침을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요. 흐음, 아예 돈까지 받아버리면 어떨까요? 장사치는 아니었지만 지금의 제 사정은 완전히 궁핍 그 자체입니다. 수입원을 만들어두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죠.
뭐, 물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냥 훈련에 열심히 힘쓰고 있던 황녀님께는 무료로 해드리겠지만 말이에요. 문득 훈련장에서 짚단 인형을 두들기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살짝 웃고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곳, 로라시아와는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좁은 곳이에요. 그리고 알비온보다는 낙후됐지만 제가 지나온 다른 지역보다는 사정이 낫죠. 땅의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잠잠할 때는 하늘을 담은 수면이 넘실거리고 달에 비춰서 은빛으로 빛나죠. 시간에 지나 파도가 격해지고 물이 차오르면 이제 거기서는 심연에서 사는 야수들이 하나 둘 씩 기어나와요. 그것들이 둥지를 튼 수면 아래 뿐 아니라, 우리의 땅도 모조리 차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동대륙인을 구원할 것은 바다 안개마저도 꿰뚫고 나가는 빛과... 놈들을 부수는 무거운 대포들 밖에는 없죠."

어느덧 저는 무심코 벨트에 매달린 홀스터에 손을 가져가 핸드캐논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저희 땅의 정수가 담긴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요. 말 그대로 대포를 소형화 시킨 야수 사냥의 무기입니다. 손이 닿기만 해도 만에서 쾅쾅거리며 우레같은 굉음을 토하는 화포들의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저희 등대지기와 사냥꾼들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고향의 땅을 지키기 위하여 영혼을 갈고 닦으며 힘쓰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움직인다 한들, 광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바람에..."

뒤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대로라면 기다리고 있는 건 제 고향의 전멸이라는 결말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현재진행중이기도 했습니다.

314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8:21:31

엩 그런거였어?? ㅋㅋㅋㅋㅋㅋ 재밌는 설정이잔아!

315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0:57:43

"동대륙에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엘레나의 말에 멜리아나는 슬픈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이 넓은 로라시아에서도 백성들이 광증으로 고통받는데, 하물며 땅이 더 좁은 동대륙은 얼마나 힘들까요.

"하지만 엘레나 씨는 꼭 해내실 수 있을 거에요.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도 오셨잖아요."

멜리아나가 단언하듯 엘레나에게 말합니다. 물론 상황이 마냥 희망적인 건 아니지만, 그녀는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저희도 광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래도요."

그러더니 그녀는 머쓱하게 웃어보입니다.
둘은 어느새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잠깐을 기다리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차가 정차합니다. 열차의 문이 열리자 인파가 우르르 빠져나옵니다.

"열차, 도착했네요. 어서 타요."

멜리아나가 앞장서서 열차에 오릅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은화 몇 푼을 꺼내 승무원에게 건네고 빈 좌석에 앉습니다. 엘레나더러 앉으라는 듯 옆자리를 통통 치네요.
열차 내부는 깔끔했습니다. 넓은 창문으로 바깥 풍경이 훤히 보입니다. 차려진 좌석들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도 있고, 사냥꾼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인도, 허름한 옷을 대충 걸친 일꾼도 보였습니다.

316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0:58:56

재밌는 설정인가 ㅋㅋㅋㅋㅋ 자세한 건 직접 알아가보구~

317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1:38:10

로라시아도 광증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터예요. 저희 나라가 앞서서 몰락의 위기에 처한 만큼, 어쩌면 이 아이에게 황녀로서 나라의 걱정을 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저에게 먼저 용기를 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는 나름 뚝심이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실천할 수 있을 만큼의 행동력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그녀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되니 최근 내내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멀었군요. 살풋이 웃어보입니다.

"그렇겠죠. 말씀 감사합니다. 으음, 그러니까..."

그녀를 무심코 '황녀님'이라고 부르려다가 발언을 물렀습니다. 이곳의 황녀는 너무 격식을 차리는 건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요. 그런 그녀를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는 사이에 그녀를 따라 열차 안으로 올랐습니다. 그 거대한 철덩어리 안에 이런 좌석들이 마련되어 있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만 몰랐던 거라고요? 먼저 자리를 잡고 가볍게 두드리는 옆자리로 몸을 이끌고 가서 앉힙니다. 이곳은 완전히 별세계군요. 덕분에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낯설어 보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신사와 사냥꾼, 여행객이나 노동자까지. 그러다 문득 저 자신은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우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굉장하네..."

저는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황녀가 듣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야, 이런 것들은 제가 온 땅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요. 새삼 제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고 있었는지 느꼈습니다.

318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1:38:58

사냥은 아무래도 궂은 일이니까 말이지 :3 ㅋㅋㅋㅋ 의외로 황녀는 터프한 성격일지도....?

319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2:35:16

"그냥 멜리아나라고 부르셔도 돼요."

엘레나가 호칭을 고민하자, 멜리아나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굉장하죠? 아직은 키옌에만 있지만 훗날엔 로라시아 전역에도 열차가 보급될 거에요! 이래뵈도 열차는 제국의 3대 발명품 중 하나니까요. 다른 건 도시를 밝게 비추는 인공 태양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대의 발전된 문명을 있게 해준 마공학 기술 그 자체에요."

멜리아나는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신나서 떠들고 있습니다. 엘레나의 또래 소녀지만, 지금 보면 어린아이 같기도 합니다.
"출발합니다!" 승무원이 크게 소리치고 곧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느리지도 않은 속도입니다. 무척 큰 쇳덩이인데도 희한하게 잘 움직이네요. 창 밖으로 도시의 풍경이 느리게 지나갑니다. 마차와는 또 다른 생경한 느낌이 들겠지요.
열차가 나아가면 나아갈 수록 바깥의 거리 모습도 점점 달라지는 게 보입니다. 고딕 양식의 높은 건축물들이 웅장하게 솟아있는 광경입니다. 광장에서부터 보았던 하늘의 빛이 점점 밝아지기도 하네요.

320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2:36:31

ㅋㅋㅋㅋㅋ 터프하기보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거에 가깝겠지만~

321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3:31:24

"―그럼 멜리아나로."

승무원이 출발한다며 소리치자 객실 -이렇게 부른다는 건 꽤나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 덜컹거리며 흔들렸습니다. 저는 문득 깜짝 놀라서, 움찔거리며 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고 말았습니다. 열차가 움직이는 것 뿐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런 것도 모르는 거였죠. 멜리아나의 설명에 의하면 이 열차가 바로 제국의 굉장한 삼대 발명품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확실히, 그렇네요."

창 밖으로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이 눈에 흘러옵니다. 제가 아는 모든 마차보다 엄청난 차이가 나는 정도로 빠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모든 인원을 수용하는 거대한 철 덩어리가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놀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이건 왠지, 두근두근 하네요. 제 고향 사람들에게 이런 물건을 알려준다면 엄청나게 흥분하겠죠. 그들은 굉음이 나는 철붙이랑 불꽃과 연기를 좋아하니까요. 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럼 멜리아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묻겠습니다만."

이번엔 제 차롄가요? 저 또한 그녀에게 아직 궁금한게 있었습니다. 사실은, 아주 많았지만 우선은 이거겠죠.

"왜 황녀가 밤사냥단 같은 곳에서 야수를 사냥하는 연습을?"

멜리아나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습니다. 질문이 이렇게 되었지만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군요. 이건 단지 순수한 궁금증이었기 때문입니다. 알비온 제국의 황녀나 밤사냥단을 욕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요. 단지 황녀가 제국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 완전한 이국에서 온 저도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322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3:33:38

아아~ ㅋㅋㅋㅋ 확실히 그럴수도 있겠네... 귀족이구먼~ (댕청
그리고 멜리아나 엘레나랑 또래였구나!!! :3 몰랏서...! 훨씬 어린애인줄 알고있었는데 ㅋㅋㅋㅋ

323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00:19:09

"헤헤."

멜리아나는 자랑스럽다는 듯 웃어보입니다. 제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엘레나가 질문해옵니다. 멜리아나는 잠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미소짓습니다.

"그건 당연히, 사냥꾼이 되고 싶어서죠."

그녀는 그리 대답합니다. 사냥꾼은 대륙 어디에서든 존경받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귀족, 그것도 황제의 피를 이어받은 자가 편안한 삶을 버려가면서까지 위험한 사냥에 뛰어들 이유는 없습니다. 하더라도 알량한 명예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겠죠.

"제국을 돌보는 건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일이니, 저는 사냥꾼이 되어 제국의 백성들을 지키려고요."

그렇지만 멜리아나의 목적은 그런 시시한 것 따위에 비견될 게 아닙니다. 그녀는 뭇 백성들의 위에 군림하는 황족으로써 그들 모두를 수호하고 싶어합니다. 고귀한 혈통을 타고났음에도 그녀는 그 책무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황궁에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게 질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멜리아나가 실없이 웃습니다.
쉴새없이 달려가던 열차는 어느새 멈춥니다. 열차가 정차한 곳은 또 다른 역이었습니다. 승객들이 내리면, 다른 사람들이 다시 탑승합니다. "이제 다음 역에서 내리면 돼요." 멜리아나가 그리 설명합니다.

324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00:20:14

ㅋㅋㅋㅋㅋㅋㅋ 성인이 막 됐다고 했었으니까~ 정확히는 19살!

325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01:31:59

자러갈게!! 내일 보자~

326 엘레나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04:27:46

자신의 조국을 자랑스러워 하는 미소군요. 아주 바람직해요. 저 또한 같은 마음이기에 알 수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냥꾼이 되고 싶어한다는 마음을 보여줬어요.
그렇지만 그것이 제게는 조금 의아하게 다가왔습니다. 비록, 심문관이 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바쳐온 저입니다. 그렇기에 설득력은 떨어집니다만... 그리고 그것에 후회는 일절 없습니다만.
―사냥꾼의 삶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쌍수들고 환영만 할 일은 아닙니다. 물론 사냥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경의를 표해야 마땅하죠. 하지만 동시에 사냥은 틀림없이 힘든 일이며, 일반적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위험이 매번 뒤따르는 일입니다. 매번, 어쩌면 죽을 때까지 그것과 마주해야하지요. 가장 최악인 것은 그 죽음이 자신이 그다지 바라던 방식의 죽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거고요.
예에, 저는 알고있습니다. 사냥꾼을 위협하는 건, 단지 야수뿐만이 아님을. 그것도 아주 물릴 정도로 알고 있지요.

"하지만, 황녀로서 백성을 위할 수 있는 일도 충분히 많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런 말들을 당장 저를 돕겠다는 황녀 앞에서 모조리 할 수는 없었습니다.
황녀와 황실의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전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평범한 주민들과는 다른 고귀한 혈통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땅 위의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해 이어지고 있는 특별한 핏줄이지요. 저희의 땅에는 그런 혈통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야수를 상대할 수 있는 강한 자들만이 땅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지금껏 이상한 구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단지, 이 거대한 제국에 입성하고 황녀를 만나고 나서는 우리의 땅에도 백성을 다스리고 통솔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였던가요.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자신의 자리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진취적입니다만, 심문관인 제가 보기에는 밤바다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어요.
어쩌면 제가 그녀를 너무 얕잡아보고 있는지도요. 정작 본인인 저는 그걸 가장 싫어하는데도 말이에요.

"제가 멜리아나를 감히 걱정 하는건 실례가 될까요?"

멜리아나가 마음을 정했다면 제가 뭐라 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이 도시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밤사냥단의 단장도 그녀를 순순히 가르치고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그녀의 각오를 조금 더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고개를 살짝 돌려 멜리아나 쪽으로 눈으로 시선을 주며 물었습니다.

327 엘레나주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04:28:39

으어어어 늦게줘서 미안하이~~~ 일어나서 보자 캡틴!!

328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17:15:40

엘레나의 의문에, 멜리아나도 덩달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됩니다.

"물론 많겠죠.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곧 그녀는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엽니다.

"작년 한 해동안 야수에게 목숨을 잃은 사람만 수천 명에 달해요. 집계되지 않은 사례까지 따지면 더욱 많겠죠."

그런 만큼 야수는 인류의 최대 적입니다. 그렇지만 멜리아나는 어째서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제가 황녀로서 백성들에게 물심양면의 지원을 수없이 베푼다 한들 그들은 야수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지 못할 거에요."

그건 단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백성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바라보고, 지키며 도와주고 싶기 때문이었죠.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냥꾼이 되어 야수에게 위협받는 백성들을 조금이라도 구할 거에요."

그녀가 가슴께에 손을 올립니다. 그 행동에서 굳센 결의마저 느껴집니다. 물론 그 말대로 의미없는 행동이 될지도 모릅니다. 야수는 인간이 번식하는 것처럼 심연에서 끝없이 튀어나오고 있으니까요. 단순한 사냥 행위로는 그들의 수를 줄이기엔 몹시 힘듭니다. 그렇지만 멜리아나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 희망이 말도 안 되고 헛된 것이라 할지도요.

"물론 사냥이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이란 건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정도는 각오했고요."

목숨을 걸겠다는 위험한 각오 없이는 사냥꾼이 되기 힘듭니다. 그리고 멜리아나는 철없이 꿈꾸기만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죠. 그녀도 오랜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니 엘레나 씨는 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말이에요."

멜리아나가 살풋 웃어보입니다.

329 엘레나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18:45:41

소녀가 저에게 들려준 뜻은 한 때의 치기 어린 혈기같은 것보다도 더욱 위대한 것으로, 그 일념은 백성들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사냥꾼들은 이런 원대한 뜻을 가지고 야수 사냥에 함께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실력에 상관없이 단지 야수 사냥이 돈벌이가 나쁘지 않으니까, 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혹은 야수 사냥에 따라오는 명예나 존경같은 겉치레만 보고 뛰어드고 속물들도 절대 적지 않은 편이었죠.
그러나 이 아이에게서는 그런 것보다도 훨씬 다부진 각오가 엿보입니다. 눈에서 그걸 읽을 수 있었어요.
그야, 저는 심문관인걸요. 그녀는 틀림없이 황녀로군요.

"후후... 그렇습니까."

그때 제가 흘린 웃음은 아마 최근들어서 가장 자연스럽게 지어보인 웃음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무심코 그녀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 머릿결을 쓸어주었습니다. 황녀의 몸에 손을 대는 건 어쩌면, 굉장히 무례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일은 까맣게 잊고 말이죠.

"제가 그만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말았군요."

마치 예전의 저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렇게, 한 때는 심문관이 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사냥의 전선에 뛰어들었던 적이 있었죠. 그녀도 그녀가 바라는, 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배제할 수 있는 어엿한 사냥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네, 황녀라는 직함이 아닌 무기를 들고 야수를 사냥하는 하나의 동료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아직 움직임이 서툴러 보이던데요, 멜리아나."

대답을 듣고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말투가 살짝은 허물어진 상태로 약간의 익살을 담은 장난스런 말을 그녀에게 건넸습니다. 검창으로 열심히 짚단들을 패고있던 모습이 다시금 떠올라 그녀를 따라 살풋 웃었습니다.

"그곳의 단장은 어떤가요? 제대로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나요?"

그곳이라면 물론 밤사냥단입니다. 그곳의 단장, 카산드라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조금은 궁금해졌기 때문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르치는 것과 실력은 별개이기도 하고요.

330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20:12:11

엘레나의 손길에, 멜리아나는 다시금 새침한 웃음을 흘립니다. 이럴 땐 참 사랑받기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네요.

"아니에요, 엘레나 씨가 걱정해주시는 것도 이해는 돼요.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처음엔 그러셨으니까요."

생각해보면, 황녀의 그런 결정에 대해 황가에서도 많은 소란이 일었을 겁니다. 그래도 그녀가 어떻게든 그들을 설득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겠죠.

"아직 견습생이니까요. 더 노력해야겠죠!"

엘레나의 농담엔 투지를 불태우며 강한 의지를 내보입니다. 정말 앞날이 기대되는 꿈나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카산드라 씨는 훌륭한 사냥꾼이시고, 저에게는 또 좋은 스승이세요. 그런 분의 가르침은 당연히 빈틈이 없어요. 저도 그분 같은 사냥꾼이 되고 싶어요."

카산드라는 사냥꾼으로서도, 스승으로서도 완벽한 인재인 모양입니다. 멜리아나가 이렇게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걸 보면요.
열차는 어느덧 멈추기 시작합니다. 승무원이 이번 역은 사유 지구라고 소리치는군요. 멜리아나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제 도착했어요, 어서 내려요." 그녀는 엘레나를 이끌고 열차를 내립니다.
사유 지구라고 불리는 이곳은, 그야말로 굉장한 곳이었습니다. 웅장한 저택이 한 채도 아니고 여러 채, 길가마다 이곳저곳 세워져 있었습니다. 민가들만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삭막하게까지 느껴지던 거주 지구와 다르게 가로수와 풀밭도 간간히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엘레나는 아까 전부터 도시를 비춰오던 것의 정체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저택들 사이에 높이 솟아있는 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상공에 띄워진 황금색 구체가 보일 겁니다. 그 덕인지, 사유 지구의 풍경은 마치 신화 속의 낮과 같았습니다. 이는 불완전하게나마 어둠을 몰아낸 인류의 걸작이었습니다.

331 엘레나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21:15:33

"잘 됐군요. 앞으로도 그렇게 정진하시길."

저는 자랑하듯이 말하는 멜리아나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검창이라는 무장도 단장인 그녀가 쥐어준 것일까요. 저희 땅에는 냉병기 하나만 가지고 사냥에 나서는 이는 전혀 없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땅의 사냥꾼들이 일하는 방식은 본 적이 없군요. 언젠가는 볼 수 있을까요? 좋은 점이 있다면 서로 공유해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서로 수다를 나누는 사이에 열차는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짧지만 즐거웠어요. 그리고 그 검고 커다란 철마차에서 내린 순간, 저는 또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세상에..."

밤사냥단의 거점에서 홀로 나서려 했던 제 생각이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인지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제가 방금 막 떠났었던 거리도 굉장히 잘 꾸며져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사유 지구는 아예 차원이 다른 곳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엄청나게 커다란 광원과 밝은 하늘이 말이에요.
이건 마치 신화속의 그림이 아닌가요. 저는 거기에 압도당해 감탄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저뿐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살고있고, 여기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멜리아나, 저게 그 방금 말한 인공 태양인가요?"

황실이 있는 곳이라 범상치 않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이었어요. 저런 빛나는 구체가 하나 있기만 해도 저희 땅은 좀 더 살기 좋아질 텐데 말이에요.

"척 보니, 멜리아나가 아니었다면 저는 입장도 못 했겠네요."

332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23:23:45

"네, 맞아요. 멋지죠!"

멜리아나가 신난 듯 대답합니다. 그러더니 그녀는 인공 태양에 대해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합니다. 인공 태양은 천문대라는 건물에서 관리하고, 순수한 마력의 힘으로 운용된다네요. 그 역사는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헤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에요. 키옌의 모든 거리는 누구에게든 개방되어 있으니까요."

말은 그렇지만, 누가 감히 귀족들의 거리에 발을 들이겠나요. 명목상으론 그렇지만 이 사유 지구에 방문하는 행인들의 수는 극히 적었습니다. 지금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평범한 시민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는 걸요.

"이제 황궁으로 가요. 잘 따라오시고요!"

멜리아나는 괜시리 걱정되는 듯 당부의 말을 전합니다. 그도 그럴 듯이, 이곳엔 희한한 것들이 많아 시선을 쉽게 떼기 어려웠습니다. 우뚝 솟은 시계탑이라던가, 각자의 개성을 지닌 저택들이라던가요. 방금 전의 광장 지구와 달리 행인은 별로 없었지만 하나같이 치장을 잔뜩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곁에는 시종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요.

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꺾고, 계속 직진하자 마침내 거대한 건축물이 나타납니다. 그 건물은 높은 지대 위에 세워져선 제 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계단이 놓인 오르막은 길게 펼쳐져 있고, 주변을 활보하는 기사들도 다른 곳보다 더 많습니다.
필시 저기가 황궁일 겁니다. "저기가 황궁이에요." 멜리아나도 저쪽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황궁은 우아하고도 화려한 외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뾰족이 솟은 첨탑이 사방에 세워져 있습니다. 계단의 끝, 황궁의 입구는 육중한 철문 한 쌍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 옆을 지키는 근위병들이 흐트러짐 하나 없는 정자세로 입구를 지킵니다.
멜리아나가 계속해서 엘레나를 이끌고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의 수가 좀 많네요. 계속해서 올라간 끝에 둘은 황궁의 정문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정문 옆의 두 기사가 멜리아나에게 깍듯이 경례합니다.

"어서오십시오, 황녀님! 헌데 동행하신 분은...?"

둘 중에 키가 더 큰 쪽이 그녀에게 의아하다는 듯 물어봅니다.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이에요. 황궁에 볼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신분은 제가 보증할 수 있으니 들여보내주시겠어요?"
"그렇습니까..."

대답을 들었음에도 기사는 미적지근한 반응만 할 뿐이었습니다. 곧 그가 아무래도 의심스럽다는 듯 엘레나를 흘겨봅니다. 황녀가 신분을 보증하겠다고 하는데도 왜 그러는 걸까요.

333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23:26:35

약간 뒷북이지만 인공 태양은 이런 모양~ 스카이림 블랙리치 지역의 구조물인데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지 ㅋㅋㅋㅋ

334 엘레나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23:55:10

사유 지구는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시시해지는 커녕,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로라시아 대륙에 보물창고가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지요. 황궁은 그 중에서도 특출난 것이었습니다. 귀한 몸이 있는 곳이니 저렇게까지 화려한 것도 당연하겠지요. 어쩐지 예전 동화나 신화에서나 보았던 그림을 직접 보게되니 굉장히 현실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계단이 조금 많군요... 거점을 등대로 두고있는 저야 괜찮지만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방문조차도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르다가 철푸덕 넘어질지도 모르죠. 계단을 전부 오르니 문지기 기사 둘이 저를 가로막습니다. 물론, 그들은 그것이 일입니다. 수상한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는 거요. 하지만 멜리아나가 저를 보증을 했음에도 이런 눈으로 보고 있는 건 왜일까요. 제가 그렇게 못미더워 보인다는 겁니까?
조금, 답답해졌어요. 헛기침을 하고서는 단호하게 뜬 눈으로 기사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동쪽 대륙에서 온 심문관, 아지무 엘레나입니다. 로라시아와의 교류를 위해 바다를 건너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뭐,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진실이죠. 제 신분도 진실이고, 로라시아에서 광증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건너왔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다만 이런 기사들이 그런 자세한 내막을 알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알아 들었으면 이만 실례하죠."

무시나 괜한 오해를 받는 걸 특히나 싫어하는 저는, 날카롭게 말하면서 가로막는 기사를 가볍게 밀치고 지나가려 했습니다. 물론 멜리아나도 데려와야죠. 이제보니 지금의 저는 조금 까탈스럽네요. 하지만 저 스스로는 본래 부드러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접근조차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죠. 멜리아나도 혹시 저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나요.

335 엘레나주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23:57:34

오~~~ 스카이림하면서 저런 건 못봤는데 ㅋㅋㅋㅋ 혹시 DLC지역인가??
뭔가 내가 생각한거랑 비슷하면서도 달랐네!!! :3 나는 블본의 그 커다란 발광뇌 같은거 ㅋㅋㅋㅋㅋㅋ 생각하고 있었거든... (

336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00:36:27

DLC...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해 ㅋㅋㅋㅋㅋㅋ 아니었던 거 갗기도 하구...? 발광뇌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만 자러 갈게! 좋은 밤 보내!!

337 엘레나주 (yFe3K7fdNQ)

2022-10-04 (FIRE!) 01:00:51

나 dlc없이 바닐라만 했으니까 말야~~~ 아마 그렇지 않으려나....?! 사실 나도 가물가물해 ㅋㅋㅋㅋㅋ
응응~~~ 잘 자고 낼 보자!! 이제 드디어 황궁 입성인가!!!!

338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13:43:48

기사들을 지나친 엘레나는 곧 문 앞에 도달합니다. 멜리아나가 말 없이 그 뒤를 따릅니다. 기사들이 쑥덕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황녀가 또 문제를 일으키려고 한다느니, 이래서야 황실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지겠다느니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척 봐도 무거워보이는 이 철문 한 쌍은 어떻게 열어야 하는 걸까요. 그래도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문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열렸습니다. 방문자를 알아보고 스스로 문을 열어주는 걸 보아하니 밤사냥단의 거점에서 봤던 것과 같은 마법인 모양입니다.
황궁의 내부는 온통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방에 금칠을 해놓아서 어디를 보아도 눈이 부셨습니다. 몹시 사치스런 느낌이 듭니다. 중앙에는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계단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한 나라의 통치자가 기거하는 곳에 알맞은 화려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멜리아나는 아까 전과 달리 잔뜩 위축된 모습입니다. 황궁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도 모자랄 판에요.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해요."

그러더니 돌연 자신이 사과를 합니다. 방금 전의 소란 탓입니다.

"근위병들이 저렇게 행동하는 건 저 때문이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 탓이라고 해도,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말이죠.

"사고를 좀 많이 쳤었거든요."

도대체 어떤 종류의 사고를 쳤기에 기사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정도일까요.
멜리아나는 그렇게 침울한 모습을 보이다, 다시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려 노력합니다.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퍽 어색합니다.

"여기 앉아계세요.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올게요."

그녀가 홀 한켠에 주르륵 놓인 등받이 의자를 가리킵니다.

339 엘레나 (yFe3K7fdNQ)

2022-10-04 (FIRE!) 14:41:33

황궁은 놀랍도록 사치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어딜 보아도 금빛으로 가득한데다 번쩍거려, 눈을 두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런 장소를 와보는 건 처음이라 이상한 기분이 드는군요. 한편 멜리아나는 자신의 집에 돌아왔음에도 그다지 신나보이지가 않네요. 방금 보였던 저의 거친 태도 때문이겠죠. 왜 그녀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할까요. 저를 가로막은건 저들인데 말이에요.
몸을 돌려 서서는 허리를 살짝 굽혀 멜리아나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보란듯 미소 지어보이면서 말이죠.

"멜리아나 탓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침울해 하는 얼굴은 어울리지 않네요. 역시 그녀에게 사냥꾼은 어울리지 않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운차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멜리아나의 머리칼을 쓸어주었습니다.

"그럼 저는 기다리도록 하죠. 다녀오시길."

줄지어 놓인 의자 중 아무 것이나 다가가 몸을 앉힙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죠. 아버지... 라고 하는 건 분명 이 제국의 왕을 말하는 거겠죠. 어떤 사람이려나요. 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340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16:22:55

멜리아나는 엘레나를 보며 웃다가, 뒤돌아서 계단들을 성급히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녀는 열린 문 뒤로 사라집니다.
황궁은 웅장한 것 만큼이나 거느리는 종들도 많았습니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하인과 시녀들이 이곳저곳에 있었으니까요.
그녀가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다리는 것도 슬슬 지쳐갈 무렵, 드디어 계단 위 문이 열리고 멜리아나가 걸어나옵니다. 그녀는 얼굴 가득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보아도 황제와의 대화가 잘 끝난 모양입니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엘레나에게 뛰어옵니다.

"아버지가 엘레나 씨를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어서 알현실로 들어가요!"

멜리아나는 다시 엘레나를 이끌고 알현실로 향합니다.
알현실 역시도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벽에 뚫린 큰 창문들 너머로 사유 지구의 모습이 비추어집니다. 높은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알현실 중앙에는 화려한 왕좌마저 놓여있었습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을 중심으로 양옆에 기사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멜리아나가 지나가니 역시나 절도있는 경례를 합니다.

"아버지는 지금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계세요. 곧 있으면 행차하실 거에요."

멜리아나가 눈을 빛내며 말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귀신같이 알현실의 문이 열립니다. 황제가 벌써 도착한 걸까요? 뒤를 돌아보면 건장한 체격의 젊은 남성이 보입니다. 멜리아나는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뜹니다.

"저희 오라버니에요. 장차 황제가 되실... 그러니까 황태자세요."

그녀가 엘레나에게 그리 속삭입니다. 황태자는 둘이 서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엘레나를 노려봅니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멜리아나는 허리를 숙입니다. 문득, 그의 시선이 멜리아나를 향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을 모두 압도해버릴, 그런 기세입니다.

"소문이 돌더군. 네가 또 누군지 모를 사람을 데려왔다고."

341 엘레나 (yFe3K7fdNQ)

2022-10-04 (FIRE!) 17:03:26

무릎에 팔을 받치고 턱을 괸 자세로 하인과 시녀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이 담긴 어항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생각보다도 더 오래 걸리는군요. 방금 멜리아나가 했던 말도 그렇고, 오히려 쫓겨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황실은 사실상 대륙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여기서 쫓겨나면 저는 대체 어디로 가야할까요. 그런 걱정을 하니 입에서는 실소가 나왔습니다. 곧 멜리아나가 저를 데리러 오는 바람에 그런 쓸데 없는 걱정은 전부 사라졌지만요.
알현실이라는 곳도 정말 으리으리하군요. 고작 한 사람만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서있다니. 제가 바깥에서 여기까지 오며 봐온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겠죠. 그리고, 멜리아나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하자마자 문이 열립니다. 굉장한 눈빛이네요. 하지만 기세라면 저도 지지 않아요. 멜리아나와 저에게는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실례네요.

"누군지 모를 사람이 아닙니다. 심문관이에요."

멜리아나 대신에 황태자라고 하는 그에게 그렇게 대꾸했습니다. 그래요, 고결한 심문관이요. 우수한 사냥꾼이기도 합니다. 보란 듯이 고개를 빳빳히 치켜들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동쪽 대륙에서 온 아지무 엘레나라고 합니다."

이 땅에 온 이래로 이 소개만 거의 입이 닳도록 하고 있는 것 같군요. 어쩔 수 없죠. 저는 그만큼 먼 곳에서 왔고, 먼 곳까지 건너왔으니까요.

"부디 안심하시길. 괜한 소란을 피울 생각은 없으니까요."

뭐, 어디까지나 저쪽에서 먼저 건드려오지 않는다면- 이지만요.

342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19:13:43

황태자는 엘레나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멜리아나를 질타하듯 쏘아보았습니다.

"이번엔 외지인, 그것도 로라시아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인간이라. 그래, 황실의 사생아를 데려온 것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군."

그는 명백히 멜리아나를 나무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말에선 이방인에 대한 혐오가 분명히 느껴집니다.

"오라버니! 저는 분명 아버지께 허락을 받았어요. 아버지도 이분을 황궁의 손님으로써 대접하시겠다고도 하셨고-"
"하지만 아버지의 허락을 받기 전부터 다짜고짜 황궁으로 들어온 건 맞지 않나. 허락을 받지 못했다면, 외부인을 황궁에 들인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그랬지?"

멜리아나가 발끈하며 반박하지만, 황태자는 단박에 그녀의 말을 끊으며 언성을 높입니다.

"그건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지금 와서 이랬으면 어쩔 거냐, 가정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어쨌든 아버지가 허락해주셨잖아요."

그런 말에도 황태자는 그저 코웃음칠 뿐입니다. 곧 그의 시선이 다시금 엘레나를 향합니다.

"도대체 멜리아나는 당신의 무슨 면을 보고 그리 맹신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가 팔짱을 끼며, 비소를 머금습니다.

"외지인은 믿을 수 없으니 말이다."

343 엘레나 (yFe3K7fdNQ)

2022-10-04 (FIRE!) 20:52:18

'사생아라고요?'

그 말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황실자체를 모욕하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황녀라면 황태자의 여동생 아닌가요? 멜리아나가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과오가 있던간에 저렇게 쏘아붙이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글쎄요, 로라시아 황태자의 생각보다 황녀가 좀 더 안목이 뛰어난 재목이었나 보죠. 안 그런가요?"

하지만 제가 굳이 열을 올릴 필요는 없겠죠. 곧 있으면 황제가 알현할 겁니다. 저는 그에게 받아치듯 냉소로 일관했습니다.

344 엘레나주 (yFe3K7fdNQ)

2022-10-04 (FIRE!) 20:52:55

아 ㅋㅋㅋㅋㅋㅋ 황태자 폭언 마려운거 꾹 참았다... ㅋㅋㅋㅋ

345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22:01:08

"건방지군."

황태자의 표정이 일순 일그러집니다. 제 품위를 깎아내리는 말에 강한 적대감을 내보입니다.

"황태자에게 감히 그런 말을 지껄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가 우습다는 듯이 내뱉습니다. 확실히, 제국에서 황족을 모욕하는 건 중죄입니다. 하지만 먼저 시비를 건 건 저쪽인데 말이죠.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당장 네년의 목을 매달아버리는 건데. 네 고향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예의도 안 가르쳐주는 모양이지?"
"에드릭!"

황태자가 위협과 모욕을 들먹이기 무섭게 문 너머로 성난 고함이 들려옵니다. 곧 두 호위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중년의 남성이었습니다. 황태자 또한 키가 컸지만, 그는 그런 황태자보다도 더욱 큰 키와 다부진 풍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가 걸친 옷은 무척 화려했고 그의 걸음걸이에서도 넘치는 기품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분명, 이 알비온 제국의 황제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내가 맞이할 손님에게 무슨 개짓거리를 하는 거냐. 아주 눈에 뵈는 게 없구나."
"하, 저 여자는 이방인입니다. 제국에 득될 거 없는 인간이란 말입니다. 아버지께서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내가 판단한다. 썩 꺼지지 못할까!"

짧은 말싸움 끝에 황태자는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는 대놓고 불쾌하다는 듯 코웃음까지 치며 알현실을 나섭니다. 이걸로 소동은 일단락된 걸까요. 황제가 호위들을 물리고 왕좌로 나아갑니다. 왕좌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한숨부터 내쉽니다.

"오자마자 좋지 않은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네. 외지인만 봤다 하면 저렇게 버릇없어지는 놈이라."

이 도시에는 이방인을 좋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은근 있는 듯했습니다. 수도에 처음 들어와서 본 주점 주인도, 심지어는 황태자마저도 그러니 말입니다. 다행히 황제는, 말이 통하는 상대인 것 같습니다.

"먼저 인사하지. 로라시아 대륙에 자리잡은 알비온 제국의 13대 황제, 벨레인 우르스 로에그리아라고 한다."

왕좌에서 일어난 황제가 가슴께에 손을 짚으며 상체를 숙입니다.

"그대는 동쪽 대륙의 심문관이라고 하였지? 그 먼 곳에서 로라시아까지 찾아온 용건이 무언가."

346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22:02:34

원래 주먹 마려운 캐릭터로 설정했으니까...? ㅋㅋㅋㅋㅋ 혹시라도 도가 너무 지나치면 못난 캡틴을 혼내줘()

347 엘레나 (yFe3K7fdNQ)

2022-10-04 (FIRE!) 23:07:15

황태자의 얼굴이 찌푸려지는군요. 눈빛에서 강렬한 적대감이 느껴집니다. 이 제국에 살고있는 이라면 누구든지 저 모습 앞에서 벌벌 떨며 엎드리겠죠. 하지만 이상한 일입니다. 지금의 저는 비릿하게 웃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예에, 사람 말을 하지 못하고 짖는 야수에게 경의를 표하는 법은 따로 배우지 않았거든요. 공교롭게도 저희 심문관은 인간과 야수를 기가 막히게 구분하고 사냥하는 특기가 있답니다. 신경쓰이신다면 한 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거기서 저는 제 벨트에 매인 레이피어를 드러내며 자루에 손을 살짝 가져다 대었습니다만, 곧 엄중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손을 치울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요, 이제 황제님이 행차하신 거지요. 어쩔 수 없지요. 기술 시연은 다음으로 미루는 수 밖에요.

"아뇨, 황태자님 덕에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당찬 매력이 있으신 분이네요."

제 고개가 문득 황태자가 물러난 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를 비롯한 제가 마주한 알비온의 사람들은 외지인을 곱게 여기지 않는 듯 했습니다. 이유라도 있는걸까요.

"동쪽 대륙에서 건너 온 심문관, 혹은 등대지기. 아지무 엘레나입니다. 황제님과 비하면 미천한 이방인 신분입니다만, 부디 편한대로 불러주시길."

황제의 환대에 맞추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존중을 표하는 커트시를 해보입니다. ...만, 이건 제가 이론적으로 담아두기만 한 지식이라서 제가 제대로 인사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이런 귀족들이 보기에는 이상해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땅의 방식으로 인사하기에는 오해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황제가 제게 용건에 대해 물어옵니다. 마침내 이 때가 왔군요. 이번에는 부디 괜찮은 답이 나오기를 빌어봅니다. 그리고, 멜리아나가 저를 올바르게 데려왔기를 바라는 수 밖에요. 저는 주변에 있는 그녀에게 한 번 시선을 주고는, 왕좌 위의 황제를 올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제님의 황녀께서, 황실에서는 광증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는 말을 제게 전해주시고 낯선 땅에서 방황하는 저를 여기까지 친히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연구를 제가 도울 수 있도록 황제님께서 허해주시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돕는다라는 건 사전에 얘기 되어있지 않은 사항이었지만, 그건 순전히 제가 지금 즉석에서 떠올린 발상이었습니다. 이 편이 저의 유능함을 어필 할 수 있는데다가 도움을 먼저 청하는 걸로 나중에 보상으로 협력을 요구 할 수 있을테니까요. 최대한 격식을 차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 덤입니다. 나름대로 전략적인 접근이었죠. 꽤 괜찮지 않은가요? 후후훗.
뭐, 물론. 황제가 제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가능한 얘기지만요...
...하지만 귀한 이방인의 말을 그냥 무시하지는 않겠죠?!

348 엘레나주 (yFe3K7fdNQ)

2022-10-04 (FIRE!) 23:09:28

아냐 ㅋㅋㅋㅋ 엘레나도 한 성깔하는 캐릭터니까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이런 황족이 하나 나올거라고 생각했어! 재밌다~~~!!!! (?

349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01:04:49

"그래, 멜리아나에게서 전해들었다. 광증의 해결법을 찾고 있다고."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합니다. 멜리아나는 초조한 표정으로 엘레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릴지 걱정하는 거겠죠.

"아지무 공이 들은 대로, 황실의 일원이 광증을 연구하고 있는 건 사실이네."

황제의 손가락이 왕좌의 팔걸이를 톡톡 두드립니다.

"헌데 그의 연구는 몇 년동안이나 진척이 없어. 물론 이방인인 그대가 협력해준다면, 어쩌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황제는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엘레나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생각하는 겁니다. 엘레나가 이방인임을 차치하고서라도, 오늘 처음 본 사람을 순순히 믿긴 어려울 겁니다. 그의 침묵이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곧 헛기침과 함께 황제가 입을 엽니다.

"그래, 허락하도록 하지. 멜리아나가 그대를 믿으니 나도 그대를 믿는 거라네."
"잘 됐네요!"

멜리아나가 활짝 웃습니다.

350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01:05:32

ㅋㅋㅋㅋㅋㅋ 재밌으면 다행이고~

351 엘레나 (ruqOnbnW62)

2022-10-05 (水) 02:47:18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아요. 어떻게든 잘 들어먹힌 모양이네요. 사실 황제의 너그러움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만약의 이야기입니다만 지금까지의 알비온의 느낌을 보면 저를 당장 내쫓았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이런 분이 군림하고 계셔서 다행이군요.

"―대신, 황제님"

자, 그럼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저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섰습니다.

"갑작스러우나 저희 대륙은 현재 광증으로 인해 전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전부 야수로 변모하거나 야수가 된 주민에 의해 파멸하게 되는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는, 저희 민족은 그야말로 벼랑의 끄트머리에 몰려있다고 해도 되겠지요."

저희는 폐쇄적인 문화를 취하고 있었으니까요. 분명 역사의 한 페이지에 연대기 한 줄 조차 적어넣기 힘들어지게 될 겁니다. 이런 민족이 있었다는 것조차 기억되지 않는 채로... 그야말로 심연에 먹혀지게 되는 겁니다.

"송구하지만 아주 만약에. 만의 하나라도 연구의 성과가 나오게 된다면... 심문관들의 대리인으로서 알비온의 공식적인 협력을 요청해도 될지요."

벌써부터 헛물을 들이켜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광증은 실제로 이곳에서도 진척이 없는 연구라고 하니까요. 오랜 기다림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로 절망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런건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마리를 코 앞에 두고 연구가 멈추고 있다면요? 지금까지 광증의 진실을 찾기 위해 깊고 어두운 심연 앞으로 나아갈 정도로, 그정도로 절박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면요? 그렇다면 그건, 제가 될 수 밖에 없지요.

"부탁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여보이며 생전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는 타국의 황제에게 간청했습니다. 저희의 민족을 살려달라고 말이죠. 걸 곳은 여기밖에 없어요.

352 엘레나주 (ruqOnbnW62)

2022-10-05 (水) 02:51:20

캡틴의 진행이 노잼일리가 업자나~~~~ (부둥부둥
캡틴도 엘레나가 뭔가 너무한다 싶으면 말해주셔! :3

353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03:10:47

황제는 엘레나의 말을 잠자코 듣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물론이네."

의외로 황제는 즉답했습니다. 고민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광증의 연구는 우리 로라시아인들에게도 더없이 중요한 것. 그대가 연구에서 성과를 보인다면 마땅히 사례해야 하겠지."

황제가 그리 말하며 엘레나를 내려다봅니다. 그녀를 믿어보겠다는 굳센 의지가 그 눈빛에서 엿보입니다.

"이걸로 용건이 끝났다면 슬슬 가보아도 되지 않겠나? 황실 의사에게 가는 길은 멜리아나, 네가 안내하거라."

멜리아나가 활기차게 대답하며 엘레나를 돌아봅니다. 곧 황제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깁니다. 이번 황제와의 알현은 이렇게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잘 해결돼서 다행이에요. 이제 탑으로 갈까요?"

멜리아나는 그리 말합니다. 그 탑이란 곳이 황실 의사가 있는 곳인 모양입니다.

354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03:13:13

흑흑 고마워~ 감동받았어! 재미없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되는 때가 많았거든...!
엘레나가 너무할리 없잖아~() 그래도 그렇게 느껴지면 꼭 말할게~
나는 이제 자러갈게! 좋은 새벽 보내!

355 엘레나 (ruqOnbnW62)

2022-10-05 (水) 04:12:30

로라시아의 황제는 생각보다도 더 사려깊은 인물이었습니다. 혹은 멜리아나를 눈에 넣어도 전혀 아파하지 않을 자상한 아버님인 걸지도 모르죠. 외지인인 저를 이렇게나 의심없이 믿어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은 여관에서 만난 주인들을 제외하면 두 번째였습니다.

"등대지기의 이름을 걸고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죠. 저희 동쪽 대륙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에요."

이건 그저...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군요. 저는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로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답해보였습니다. 아직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세상에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조금은, 기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황녀의 말에 끄덕이고는 그녀를 뒤따라 이제는 황실의 의사를 만나보러 갑니다. 황실의 구성원들을 이렇게 동시에 마주하게 되니...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오르네요. 잠자코 생각만 하던 그것을 살짝 입 밖으로 내어봅니다.

"멜리아나는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군요."

여왕은 아직 본 적 없지만, 저처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들여 주고 진심으로 로라시아 사람들을 어둠 속에서 구원 할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은 필시 한 나라의 지도자가 보여야 할 자애로움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요. 이런 것을 부전자전이라고 하는 걸까요.

356 엘레나주 (ruqOnbnW62)

2022-10-05 (水) 04:14:35

ㅋㅋㅋㅋㅋ 뭐어뭐어~ 어차피 1:1이고 하니까 너무 압박느끼고 할 필요 없다구~~~ 고민있으면 언제든지 내가 들어주고 할테니까! 나만 믿어라 캡틴~! (허당이면서
그래~ 그럼 또 일어나서 보자구~~~ :3

357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16:32:07

황제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곧 둘은 알현실을 빠져나옵니다.

"그렇게 느끼셨나요? 헤헤, 저도 아버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멜리아나가 자랑스럽게 웃어보입니다. 그녀는 엘레나를 데리고 황궁을 벗어납니다.
둘은 계단을 내려와 홀의 뒷문으로 나왔습니다. 이곳에는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정원에는 각양각색의 초목이 심어져 있습니다. 정원의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곧 높은 탑을 보게 될 겁니다.
무척 고풍스런 고딕 양식의 탑입니다. 척 보기에는 어떤 용도로 세워진 탑인지 모르겠지만요. 멜리아나가 말하길 이곳은 황궁 내부의 병원 같은 곳이라 합니다. 이곳의 황실 의사는 황가를 모시고 있는 만큼 의술에 조예가 깊고, 심지어 마공학 또한 그의 특기라는군요.
멜리아나가 앞으로 나서 탑의 문을 두어 번 두드립니다. 문이 열리기까지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어젖힌 건 갈색 피부의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온통 흰 옷을 입은 채 안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어이쿠, 황녀님. 오셨습니까."

그가 고개를 깊이 숙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멜리아나도 인사에 가볍게 대꾸합니다. 곧 남자의 축 처진 눈이 엘레나를 향합니다.

"동행하신 분이 제 연구를 도와주실 분인가 보군요. 방금 막 폐하께서 말씀하셨죠. 반갑습니다. 황실 직속 의사인 다르샨 루트라라고 합니다."

둘이 알현실을 나선 건 채 10분도 되지 않은 일인데, 황제는 어떻게 그에게 바로 말을 전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아무튼 다르샨은 안경을 고쳐쓰며 자리를 비킵니다.

"자, 들어와서 앉으시죠."

탑 내부는 상당히 넓었습니다. 황궁에 비견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요. 책꽂이 모양의 벽들마다 책이 무수히 꽂혀있는 것을 보니 왠지 도서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탑의 1층은 응접실 같은 느낌입니다. 중앙에 테이블이 하나 있고, 그 양옆으로 낮은 소파가 놓여있습니다.

358 엘레나 (ruqOnbnW62)

2022-10-05 (水) 17:17:00

탑이라. 역시 탑이 안정되는 구조네요. (등대의 영향 때문인걸까요.) 의사인 그가 저의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고 하니 제 소개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방인이란 이런 부분에서는 참 불편한 입장이네요. 저는 그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서는 눈에 보이는 소파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황제에게서 전언을?"

막연한 궁금증이었기에 묻습니다. 이곳은 마공학도 연구하고 있다는 모양이니, 아마도 마법의 일종일거라고 생각하지만요.

359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21:27:18

멜리아나와 다르샨도 각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다르샨은 테이블에 쌓인 책들을 이것저것 뒤져보다 하나를 손에 듭니다. 그러고서 내용을 이리저리 훑어봅니다.
그러다 엘레나가 질문하자, 그는 책에서 눈을 뗍니다.

"당연히 통신 마법이지요."

그의 눈이 일순 번쩍입니다.

"통신 마법은 멀리 있는 상대와도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아주 편리한 마법입니다. 다만 단점은,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마법 사용자여야 한다는 거죠. 마법 사용자가 흔한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다른 것들처럼 통신 마법을 위한 마도구를 만든다? 그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마력이죠. 통신 마법은 통신의 길이나 그 거리에 따라 마력 사용량이 극도로 차이나는데..."
"선생님."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던 다르샨의 이론 수업은 결국 멜리아나가 한 마디 끼어들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이게 연구자라는 걸까요.

"네? 아, 크흠. 죄송합니다."

그가 부러 헛기침하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하여튼 이제 광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요. 광증은 인간의 육체가 심연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일어나는 현상의 통칭입니다. 선대 학자들은 여기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웠죠. 심연은 암흑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빛이 마력을 방출해내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니 육체의 암흑을 끄집어내거나 소멸시킨다면 광증 또한 치료될 것이라는 가설이 생겨났습니다. 이 가설은 현대의 학자들에게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검증되진 않았지만요. 그래서 대다수의 광증 연구자들은 체내의 암흑을 소멸시키는 방법을 밝혀내려고 합니다. 저 또한 그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는 오랜 세월동안 성과가 없는 연구니, 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기로 했습니다. 심연은 빛을 비추면 소멸합니다. 심연에서 유래된 암흑도 마찬가지로 광원에 닿으면 제 힘을 쓰지 못합니다. 헌데 광증 환자는 아무리 빛을 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 현상이, 체내 암흑이 숙주의 몸을 방패삼아 빛을 막아내는 거라고 생각하지요. 인간이 맨살을 옷으로 둘러 추위를 대비하듯이 말입니다."
"암흑은 심연의 부산물입니다. 그리고 마력은 빛의 부산물이지요. 그래서 저는 광증 환자에게 마력을 주입하려 했습니다. 빛에서 유래된 마력에도 역시 어둠을 쫓는 성질이 미약하게나마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육체를 침범한 암흑이 자리잡고 있는 장소가 어딘지,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흔히 마법을 사용할 때 마력이 저장되는 곳과도 또 다른 위치라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마법 사용자들이 광증에 걸리지 않았을 테지요. 그래도 마력을 불어넣는 시도를 일단 해보았지만 모두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제 연구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해결책이 보이나 했는데, 그마저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다르샨이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마칩니다. 그는 안경을 다시 고쳐쓰며 말을 더 이어갑니다.

"한편으로는 심연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주는 마도구 따위의 것도 상상하고 있지만... 아직 광증 치료에 대한 마땅한 방법도 없는 상황이니 너무 실현하기 힘든 아이디어죠."

다르샨은 들고 있던 책을 덮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엘레나 씨는 어떤 방법으로 제 연구를 도우실 거지요?"

360 엘레나 (ruqOnbnW62)

2022-10-05 (水) 22:17:28

제가 묻자 황실 의사는 통신 마법에 관한 이야기들을 내리 쏟아냅니다. 순간 학생이라도 된 기분이었지만, 멜리아나의 제지에 바로 설명을 멈추는 것을 보고는 가벼운 웃음을 냈습니다.
아무래도 상당수의 학구파들이 괴짜이듯이 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군요. 그렇지만 꽤 흥미로웠어요. 사실 저희 심문관들은 서로 떨어져 있을 때를 대비해서 신호만을 송출하고 전달받는 마도구를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제대로 된 통신을 갖추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던 것은 다 이유가 있던 거군요.

"연구에 쓸 수 있는 또 다른 표본을 구해오거나... 미개척지 탐사라면 어떤가요."

광증에 대해 기나긴 이야기를 마친 그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저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황실이나 제국의 사람들에게는 섵불리 지시하지 못했던 일들, 그런 걸 제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야기는 들으셨겠지만 저는 이래봬도 심문관. 즉, 꽤나 뛰어난 사냥꾼이랍니다. 현장 조사가 필요한 일은 저를 믿고 맡기셔도 좋아요."

보란듯 가슴께 위에 손을 얹으며 자신있게 말합니다. 네, 조금 위험한 일이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심문관으로서 있기 위해 쌓았던 기술이나 경험들은 전부 허투루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때에 쓰지 않으면 언제 쓸까요.

361 엘레나주 (ruqOnbnW62)

2022-10-05 (水) 22:18:15

ㅋㅋㅋㅋㅋ 토커구나 우리 의사양반

362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23:31:18

ㅋㅋㅋㅋ 이 부분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363 엘레나주 (ruqOnbnW62)

2022-10-05 (水) 23:34:16

막힌거야? ㅋㅋㅋㅋㅋ 의논 필요해~~?

364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23:38:24

의논해주면 고맙지...? 자꾸 의존하는 거 같아서 미안하다 ㅋㅋㅋㅋ... 사실 현장 조사라고 하면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서()

365 엘레나주 (CzcJ6xyE3Y)

2022-10-06 (거의 끝나감) 00:08:48

어허~~~ 미안할 필요 없데두 그러네! :3
나는~ 엘레나가 말한 것처럼 연구실에서 뭔가 마음 짚히는 곳은 있지만 별로 단서가 확실하지도 않고 리스크가 크니까 일반적인 사냥단에게는 부탁하기 어려운 그런 애매한 지역들이 있다는 설정으로... 또는 그런 명목으로? 엘레나를 이곳저곳에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데바가타나 익시카틀 같은 곳은 아직 개척되지 못한 오지가 많을테니까 거기서만 통하는 토속 주술 혹은 광증을 대하는 견해도 다를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곳에 보내서 광증의 새로운 단서를 찾아오게 한다든가! 그럼 엘레나는 그쪽에 가서 관련 지역 인물이랑 만나는 식으로 여러 사건이 일어날테고? 단순하게 예를 들자면 데바가르타 숲에는 야수를 먹는 야수가 있다는 소문이 확인 됐는데 광증의 연구에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조사를 부탁한다든가... 엘레나는 막상 가보니 야수를 먹는 야수는 알고보니 광증으로 인해 변모한 사냥꾼이었고 광증을 앓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종종 야수의 행동 패턴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다든가... 여기서 황실 의사는 힌트를 찾는다든가?
혹은 피의 결사단 떡밥도 있었으니까~ '사실은 피의 결사단 사람들이 요즘 조금 이상한 것 같다. 황실 사람들을 유독 경계하고 있으니 얼굴을 모르는 엘레나가 가서 광증에 대해 먼저 자문을 좀 구해볼겸 살피면 어떻겠느냐' 하는 식으로 그쪽을 먼저 진행시켜도 되고... 그러면 피의 결사단이 사실은 어떤 비밀을 숨기기 위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그렇게 잡아들이고 있었다는 식으로 떡밥도 흘릴수 있고!
퀘스트라인 같은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 ㅋㅋㅋㅋ 위의 두 경우는 보스몹이 야수를 먹는 야수 아니면 타락한 피의 결사단이 될거고, 보상은 광증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되겠지~

개인적으로는 황실 의사가 엘레나에게 고위험지 탐사를 맡기지만 혼자서 가기는 어려우니 동행할 사람 하나를 구하고, 둘이 쓸 귀환석 하나 씩을 지급받은 후, 멀리 탐사를 나간 후 목적을 어떻게든 달성해 귀환하려 하지만, 이 과정 중에 귀환석 하나가 부서져서 한 명 밖에는 귀환 할 수 없게되고, 엘레나가 동료를 먼저 보낸 뒤 그 지역에 남는다... 하는 식으로 얘기가 전개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어!
ㅋㅋㅋㅋㅋㅋ 뭐 이부분은 완전히 그냥 내 사심 가득한 얘기지만.... 좀 더 사심 부려보자면 동료는 마녀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아무튼 이상인데 어떻게 생각해? 캡틴의 의견은! 참고로 전부 내 뇌피셜이고 어디까지나 예시임을 잊지말것!!

366 ◆POCYqa2/e6 (2fzMGB68zQ)

2022-10-06 (거의 끝나감) 00:50:07

고마워!! 어떻게 이을지 생각을 열심히 하는 중...! 엘레나주의 사심도 잘 접수했다구...()

367 엘레나주 (CzcJ6xyE3Y)

2022-10-06 (거의 끝나감) 00:56:25

ㅋㅋㅋㅋ 자극이 되었을까?
사심도 접수 나이스~~~ ㅋㅋㅋㅋㅋㅋㅋ (
얼떨결에 마녀라고는 했는데 도적같은 친구도 나쁘지 않을것 같고....? 이런 저런 물건에 대해서 잘 안다는 설정으로 진행에도 도움 될 것 같고~

368 ◆POCYqa2/e6 (2fzMGB68zQ)

2022-10-06 (거의 끝나감) 01:19:29

약간은...? ㅋㅋㅋㅋㅋ 둘 다 데려가면 되겠네~()

369 ◆POCYqa2/e6 (2fzMGB68zQ)

2022-10-06 (거의 끝나감) 02:15:22

"현장 조사라..."

다르샨은 고민하듯 앓는 소리를 냅니다. 그의 고민이 마무리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로라시아 대륙엔 아직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있고, 어쩌면 그곳에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 정도면 충분한 도움이 되겠네요."

그의 대답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자처해서 일을 해주겠다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겠나요.

"그보다 일단 저는 먼저 다른 부탁을 드리고 싶군요."

다르샨이 말을 마친 뒤 잠시 뜸을 들입니다.

"대륙 북쪽, 례프 산맥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무척 폐쇄적이고 거친 환경의 지역이지요. 대륙 전역을 주름잡은 제국도 례프 산맥엔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엽니다. 로라시아 북부의 례프 산맥이란 곳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엘레나가 말한 미개척지는 아니지만, 제국의 입김이 닿지 않는 오지입니다. 제국조차 고전할 정도면 꽤나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까요.

"그리고 례프 산맥에 사는 키릴족들은 사냥의 명수라죠. 그들의 사냥 기술 또한 눈여겨볼만하겠지만, 저는 그들이 광증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느냐가 제일 궁금합니다."
"물론 키릴족은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니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지요.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 겁니다."

다르샨이 안경을 밀어올립니다. 즉 그는 엘레나에게 례프 산맥에서 광증에 대해 알아오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겁니다.

"힘겨운 여정이 되겠지만, 부탁드려도 될지요."

곧 그는 깍지낀 손을 탁자 위로 올려놓습니다. 사뭇 진지하게 엘레나를 바라보는군요. 곁의 멜리아나도 그녀에게 시선을 줍니다.

370 ◆POCYqa2/e6 (2fzMGB68zQ)

2022-10-06 (거의 끝나감) 02:15:38

이제 자러 갈게! 좋은 밤 보내고 내일 보자~!

371 엘레나 (CzcJ6xyE3Y)

2022-10-06 (거의 끝나감) 15:53:10

례프 산맥인가요. 물론 저는 들어보았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가 가야할 길은 별로 차이가 있지는 않겠죠. 야수가 있는 곳은 어디나 험난한 곳이니 말이에요. 그런 어둠을 포착하고 몰아내는 것이 등대지기의 책무입니다.

"이런 제국도 들어가지 못했다니 왠지 묘하네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큰 제국도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곳이 있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또 다른 이국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국 속의 이국이라...

"좋습니다. 제가 다녀오도록 하죠."

저는 물론 요구를 승낙합니다. 제게는 사명이 있으니까요. 우선은 여기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것이 맞겠죠.

372 엘레나주 (CzcJ6xyE3Y)

2022-10-06 (거의 끝나감) 15:57:09

갱신~~~ 어제는 그냥 자버렸당.... 헤헤
ㅋㅋㅋㅋㅋ 둘 다 데려간다고? 너무 받아주는거 아니야?

373 ◆POCYqa2/e6 (2fzMGB68zQ)

2022-10-06 (거의 끝나감) 19:06:46

"좋아요."

다르샨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곧 그는 한 쪽 선반에 놓여있는 마도구들을 훑어보며 손짓합니다. 그의 손에 날아들어온 것은 엘레나도 보았던 물건이었습니다.

"이건 키옌으로 돌아오는 전송석입니다."

그가 전송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주저하지 말고 전송석을 사용하십시요."

다르샨은 당부하듯 그렇게 말합니다. "제일 중한 건 목숨이지요. 그리고 협력자가 실종되면 저도 곤란한 상황이 되니까요." 아무래도 개척이 되지 않은 오지니만큼 그런 걱정을 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북쪽의 노르크라는 마을로 가시면, 례프 산맥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지요."

다르샨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허리를 숙입니다. 멜리아나도 엘레나를 바라보며 가자는 듯 시선을 줍니다.

374 ◆POCYqa2/e6 (2fzMGB68zQ)

2022-10-06 (거의 끝나감) 19:12:01

딱히 힘들진 않을 거 같아서? ㅋㅋㅋㅋㅋ 뭐 말은 그렇게 해도 굳이 둘 다 데려갈 필요는 없으니까~

375 엘레나 (CzcJ6xyE3Y)

2022-10-06 (거의 끝나감) 19:22:25

황실 의사에게서 전송석을 받아갑니다. 이건 저도 한 번 봤던 물건이네요. 확실히 상당히 편리한 도구였습니다. 마차를 탈 필요도 없이 이동이 가능하니까요. 여기서 한동안 일을 하게 되면 자주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빨리 그 어지러운 감각에 익숙해지는 수 밖에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마주 허리를 숙여 인사한 저는 멜리아나를 따라 탑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특이한 사람이었네요."

의사였지만 학자의 면모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 땅에서 보기는 쉽지 않은 타입의 사람이에요. 마술과 친한 사람들은 전부 저런 면을 갖추고 있는 걸까요.

376 ◆POCYqa2/e6 (2fzMGB68zQ)

2022-10-06 (거의 끝나감) 22:02:30

"그런가요?"

멜리아나가 미소지으며 말합니다. 어릴 적부터 황실 의사를 보아왔을 그녀에겐 잘 와닿지 않는 말이겠죠. 멜리아나는 엘레나를 이끌고 다시 본궁으로 향합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엘레나를 향해 몸을 돌립니다.

"시간도 적당하니 식사하시고 가시지 않으실래요? 저희 황실의 요리는 무척 맛있거든요. 아, 생각해보니 입맛에 맞지 않으실 수도 있겠네요."

그녀가 골똘히 고민합니다. 아무래도 황족들이 먹는 음식이니 이방인에게 낯설진 않을지를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멜리아나는 엘레나의 대답을 기다리다, 다른 말을 또 덧붙입니다.

"그리고... 례프 산맥엔 엘레나 씨 혼자서 가실 건가요?"

어떤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곳이니 그녀가 홀로 가는 게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377 ◆POCYqa2/e6 (2fzMGB68zQ)

2022-10-06 (거의 끝나감) 22:06:57

https://picrew.me/image_maker/1055649
외형 참고용으로 멜리아나 픽크루를 만들어봤어~

378 엘레나 (CzcJ6xyE3Y)

2022-10-06 (거의 끝나감) 22:27:46

"듣던 중 대단히 고마운 초대입니다만, 이번에는 마음만 받도록 하죠. 안 그러면 멜리아나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지는 것 같으니까요."

저녁 권유에는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물론 황실은 멋진 곳입니다. 음식도 물론 굉장히 맛있겠죠.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은 음식의 맛이 어떻든 간에 밥이 넘어갈 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요. 오히려 제게는 안 맞는 옷처럼 굉장히 사치스러운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식사를 할 때에는 편안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 저입니다.

"일단은 그럴 생각이에요."

로라시아에는 연줄도 없고 혼자서 온 몸이니까 말이죠.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용병같은 사람들을 구하자니 미덥지 못합니다. 례프 산맥에서 뭘 마주치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니까요. 그럴 바엔 사전에 아예 정보가 없던 제가 가는 편이 좋습니다. 다행히 심문관들은 혼자서 심판을 수행하는 데에 최적화 된 생존 기술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왜 그러죠? 멜리아나가 저와 함께 가주려고요?"

저는 살짝 장난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농담합니다. 그녀가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멜리아나를 이 여정에 데려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녀는 지금 황녀입니다. 귀한 몸이죠. 사냥꾼으로서의 자질을 떠나서 제 책임이 너무나 막중해져요. 황제가 허락할 것 같지도 않지만요.

379 엘레나주 (CzcJ6xyE3Y)

2022-10-06 (거의 끝나감) 22:31:52

오오오~~~~ ㅋㅋㅋㅋㅋㅋ 역시 황녀님... 곱다.....
황안일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적발인건 전혀 예상 밖이라서 조금 의외였어 ㅋㅋㅋㅋㅋ 단발일거라고도 생각 못해따....!!

380 ◆POCYqa2/e6 (c9ZmCbuaNI)

2022-10-07 (불탄다..!) 00:04:09

"아쉽네요. 그래도 언젠간 꼭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드릴 거에요!"

거절의 뜻을 내비쳤지만 멜리아나는 오히려 눈을 빛낼 뿐이었습니다. 흔한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이 담긴 말입니다. 엘레나의 속뜻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도 마음같아선 그러고 싶어요, 헤헤."

멜리아나가 맑은 웃음을 흘립니다. 엘레나를 혼자 보내기 걱정되는 것도 있지만, 키옌 바깥의 낯선 여행이라는 점도 그녀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노르크로 바로 가실 거면 마차가 서는 곳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둘은 어느새 황궁의 정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내려가는 계단을 앞에 두고 멈춰선 멜리아나가 그렇게 말합니다.

381 ◆POCYqa2/e6 (c9ZmCbuaNI)

2022-10-07 (불탄다..!) 00:05:02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금안이란 걸 맞췄으니 세모를 주겠어~(?)

382 ◆POCYqa2/e6 (c9ZmCbuaNI)

2022-10-07 (불탄다..!) 00:27:26

피곤해서 자러 갈게! 좋은 밤 보내~!0

383 엘레나 (820sEk/iq2)

2022-10-07 (불탄다..!) 00:30:42

눈을 빛내는 그녀에게 웃음만을 지어서 답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그녀가 진심으로 저를 위해주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언제 그런 날이 오게 될 지는 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던 까닭입니다. 어쨌든 그녀는 고마운 인연이니까요. 계속 피할 수만은 없겠죠. 아마 례프 산맥에서 돌아온 이후가 될 것 같군요...

"그것만큼은 사양않고 부탁드리죠."

마침 잘 된 일입니다. 저는 노르크로 가는 방향은 커녕 마차가 서는 곳도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황녀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돌아다녀도 될지 싶은 걱정 비스무리한 생각은 조금 들었습니다만. 뭐, 제가 호위라는 셈치면 될테니까요. 그렇죠?

384 엘레나주 (820sEk/iq2)

2022-10-07 (불탄다..!) 00:31:40

앗 자러 가는구나! ㅋㅋㅋㅋ 그랭 낼보자~~~~

385 ◆POCYqa2/e6 (c9ZmCbuaNI)

2022-10-07 (불탄다..!) 17:21:55

빠른 진행을 위해서... 마차 타는 부분까지 스킵해도 될까?!

386 엘레나주 (820sEk/iq2)

2022-10-07 (불탄다..!) 17:37:27

스킵해도 된다 싶은 부분은 과감하게 스킵해버려!!! :3

387 ◆POCYqa2/e6 (c9ZmCbuaNI)

2022-10-07 (불탄다..!) 18:13:20

둘은 다시금 열차를 타고, 외곽에 내린 뒤 북문으로 빠져나와 도시의 장벽 밖으로 나왔습니다. 사유 지구와 멀어지면서 하늘의 빛도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13시가 막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도시 밖의 마구간에 마차가 여러 대 줄지어 멈춰있습니다. 멜리아나는 제일 앞에 선 마차에 엘레나를 데려갑니다. 그녀가 마부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값을 대신 치릅니다. 엘레나가 마차에 탑승하기 전까지도 멜리아나는 아쉬운 눈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녀가 손을 설레설레 흔듭니다. 말들은 곧 땅을 박차고 달려나갑니다. 여러 도시와 마을들의 풍경이 창 밖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노르크에 도착하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차가 서고 마부가 도착을 알립니다. 북방 마을 노르크는 그다지 번화한 마을이 아니었습니다. 엘레나가 이전에 머물렀었던 부부의 여관이 있는 마을보다 살짝 큰 정도였습니다. 작물과 가축을 기르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모습입니다. 마을 경계는 허름한 나무 목책으로 둘러져 있었는데 야수의 습격을 막기엔 너무 부실해 보입니다.
마을의 뒷편은 너른 평원이 펼쳐진 것이 아닌 거대한 대산맥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저곳이 례프 산맥의 일부일 겁니다. 자세히 바라보면 넘기조차 버거울 만큼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방에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아마 례프 산맥으로 진입하면 더욱 추워지겠죠.

388 엘레나 (820sEk/iq2)

2022-10-07 (불탄다..!) 18:55:08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쌀쌀한 바람이 저를 맞아주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노르크군요. 황실이 있던 사유 지구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이 경우, 사유 지구가 특별한 거겠죠. 제게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요. 이 바람도 바다의 바람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있고 말이에요.

'먼저 식당을 찾아보는게 좋겠군요...'

저는 황실의 식사도 마다하고 왔으니까요. 그렇다고 호의를 계속해서 받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마차도 멜리아나가 대신 값을 내주었고 말이죠. 아무튼,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요. 마을 뒷편에 위치한 거대한 산맥을 한 번 바라본 뒤 발걸음을 식사할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389 ◆POCYqa2/e6 (c9ZmCbuaNI)

2022-10-07 (불탄다..!) 22:52:41

노르크라는 마을은 무척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행인 하나 없는 거리는 고요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추운 북부 지역이라 그런 걸까요.
마을에 식당처럼 보이는 곳은 없었습니다. 대신 여관이 있네요. 한 끼 식사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여관 안으로 들어가면, 무뚝뚝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 카운터에 앉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여관도 마찬가지로 그닥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엘레나가 전에 지냈던 여관과는 몹시 다른 모습입니다.

390 엘레나 (820sEk/iq2)

2022-10-07 (불탄다..!) 23:29:11

쌀쌀맞은 건 바람 뿐만이 아니었던 걸까요. 분위기가 처음 방문했던 여관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죠. 태도가 어떻든 제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문제 없어요.

"방 하나를 쓰고 싶군요."

카운터에 다가가 여성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경박한 그 용병에게서 받은 은화가 아직 있으니 쓸 돈은 충분할 겁니다.

391 ◆POCYqa2/e6 (c9ZmCbuaNI)

2022-10-07 (불탄다..!) 23:54:48

"7은화."

주인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값만을 부릅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후미진 시골 마을에 무슨 대단한 게 있다고요.
이윽고 주인이 손을 펼쳐 내밉니다. 묘하게 불친절한 태도입니다. 그녀 역시 엘레나가 외지인이라고 꺼려하는 걸까요.

392 엘레나 (tIYOAANq3Y)

2022-10-08 (파란날) 00:42:42

퍽 불친절 하군요. 이곳 시세는 모르지만 7은화는 너무 비싼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6은화로 하죠."

흥정을 시도합니다. 그다지 특별한 여관도 아닐텐데 5은화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이것도 많이 내주는 거예요. 사실 제 사정이 넉넉했다면 말하는 대로 지불했겠지만 지금의 저는 한 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393 ◆POCYqa2/e6 (Q2.8THjGYI)

2022-10-08 (파란날) 01:17:43

오늘은 하루종일 피곤하네... 이만 자러 갈게! 좋은 밤 보내!!

394 엘레나주 (tIYOAANq3Y)

2022-10-08 (파란날) 04:31:37

어쩐지 캡틴 피곤한것 같드라 ㅋㅋㅋㅋㅋ 응응 푹 쉬고 일어나서 보자~~~

395 ◆POCYqa2/e6 (Q2.8THjGYI)

2022-10-08 (파란날) 17:08:44

"안 돼요."

주인이 단칼에 거절합니다. 6은화도 충분히 비싼 값인데,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어요."

그녀가 입을 뾰루퉁하게 내놓고선 퉁명스레 쏘아붙입니다. 몹시 완강한 태도입니다. 엘레나가 무슨 말로 흥정하려 해도 들어먹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돈 없으면 가세요, 가."

한 술 더 떠서 아예 나가라는 듯 손사래를 칩니다. 이렇게 예의없는 언행이라니요.

396 엘레나 (tIYOAANq3Y)

2022-10-08 (파란날) 17:56:15

"아, 그래요."

주인의 태도에 물렸습니다. 객과 다툼을 하려는 장사꾼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물며 그런 여관에서 하루를 보내는 건 그야말로 최악 아닌가요!

"그럼 번창하시길."

저는 그 말을 끝으로 여관을 나섭니다. 주인 분께서 나가라니 나가야죠. 뭐, 근처 여관이야 찾아보면 또 나오지 않을까요. 아니면 근처 적당한 곳에서 노숙 하는 수 밖에요.

397 엘레나주 (tIYOAANq3Y)

2022-10-08 (파란날) 17:58:05

ㅋㅋㅋㅋㅋㅋ 나가버렸는데.... 괜찮겠지? (눈치

398 ◆POCYqa2/e6 (Q2.8THjGYI)

2022-10-08 (파란날) 18:22:44

엘레나는 가차없이 여관의 문을 나섭니다. 여관 주인의 태도에서도 보았듯이 이 마을의 사람들은 외지인을 환영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나마 길거리에 나와있는 사람들도 엘레나를 냉랭하게 흘겨볼 뿐이었으니까요.
마을을 둘러보아도 다른 여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행객도 자주 들르지 않는 곳 같으니, 이런 마을에 여관이 한 채라도 있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이대로면 식사는 고사하고 노숙까지 해야 할 판입니다.
문득, 엘레나는 마을 한가운데 서있는 키 큰 인영을 발견합니다. 흰 머리칼을 가진 낯선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등을 보이고 돌아서서, 마을 너머의 거대한 산맥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이곳 사람은 아닌 거 같습니다. 뭘 하고 있는 걸까요?

399 ◆POCYqa2/e6 (Q2.8THjGYI)

2022-10-08 (파란날) 18:23:13

ㅋㅋㅋㅋㅋ 뭘 하든 자유니까 눈치볼 필요 없다구

400 엘레나 (tIYOAANq3Y)

2022-10-08 (파란날) 18:52:54

걸음을 뻗어 나가는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영 곱지 않음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도 외지인을 그렇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군요. 그렇게 티가 나는 걸까요. 하긴,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지만 저희 땅에도 다른 땅의 사람이 오게 되면 저라도 바로 알아 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중에 다른 숙소는 보이지도 않는군요... 역시 그냥 7은화를 내고 묵을걸 그랬나요. 이제와서는 그다지 의미없지만 잔잔하게 후회가 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낯선 여성이 제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런 차가운 거리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저는 다가가서 묻습니다. 뭐, 남을 신경 쓸 상황은 아니지만. 여성의 행색을 보면 저와 같은 외지인인 것 같으니까요. 어려운 사람끼리는 돕고 살아야죠. 그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겁니다.

401 ◆POCYqa2/e6 (Q2.8THjGYI)

2022-10-08 (파란날) 20:39:54

엘레나의 부름에 여성이 고개를 돌립니다. 한쪽 눈은 가려져서 보이진 않지만, 남은 눈은 분명히 엘레나를 향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그녀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합니다. 잠시간 엘레나를 응시하던 여성이 다시금 입을 엽니다.

"당신, 외지인이네. 이런 마을엔 무슨 용건?"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가벼운 질문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그녀마저도 외지인이긴 하지만요.

402 엘레나 (tIYOAANq3Y)

2022-10-08 (파란날) 21:11:29

그러는 당신도 외지인 아닌가요? 라고,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요. 다만 의아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본인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니 그렇게 알아들어야겠죠.

"이런 마을에 용건 따위는 없어요."

저는 여자의 물음에 답했습니다. 조금 퉁명스러운 목소리였어요. 그야 손님에게 다짜고짜 나가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마을이니까요. 저는 그런걸 곱게 받아줄만큼 무른 사람이 못 됐답니다. 참으로 아쉽게도.

"저는 례프 산맥을 오르기 위해 잠시 머물러 있는 것 뿐입니다."

지금은 그것조차 못하게 생겼지만요. 아니면 그냥 이참에 바로 산을 올라버리는 것도...는, 너무 무모한 생각이겠죠.
휴우, 이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에요. 역시 이런 사람에게 신경을 쏟는 여유는 부리지 않는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03 ◆POCYqa2/e6 (W95XctnAJg)

2022-10-09 (내일 월요일) 00:07:43

"그렇네. 이 촌구석은 그리 좋은 곳이 아니니까."

여성이 평이한 어조로 대꾸합니다. 그녀 역시도 이 마을에 좋은 감정은 없는 듯 합니다. 마찬가지로 외지인이니까요.

"목적이 같네."

엘레나의 대답을 들은 여성은 미동 하나 없이 그런 말을 꺼냅니다.

"나 또한 대산맥을 넘어가야 하거든."

길가에 가만히 서서 산맥을 올려다보던 이유가 그 때문인 걸까요.

"그런데 례프 산맥은 여행하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야. 거길 가려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여성은 다시금 물어옵니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녀는 이전에 례프 산맥을 방문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404 엘레나 (X2/d0yWKBQ)

2022-10-09 (내일 월요일) 11:24:59

키 큰 인영의 여성도 말 하는 걸 보면 이 마을을 그렇게 좋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와는 마음이 맞는 구석이 있는 것 같네요. 어쩌면 이 여자도 방금 그 여관에서 쫓겨났던 걸지도 모르죠. 그런 일을 당하면 누구라도 이 마을에 좋은 인상은 남지 않을 테니까요.

"당신도 그런가요?"

아무래도 그녀도 례프 산맥을 올라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호오, 상당히 기연이군요. 왜냐하면 황실에서 들었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로라시아인들에게 있어서도 저 산맥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굳이 이유라도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먼저 물어오는 건 저쪽이었습니다.

"여행같은게 아닙니다."

여행이라. 차라리 여행같은 거라면 나았을지도 모르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제가 해야하는 일에는 조금도 변화가 있지는 않았을테지만요. 저는 이 여자에게 제 목적을 말해도 괜찮을지 조금 고민했습니다만.

"저는 광증의 단서를 얻기 위해 산맥을 오르려는 겁니다."

뭐, 상관없겠죠. 그러니 그냥 말해버립니다. 이왕 말하는거 눈까지 마주치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래요, 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한 쪽 눈 말이에요. 어차피 이 대륙에 광증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말이에요. 저를 머리가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광증을 몰아내기 위해 광인이 된다라.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우습군요.

405 엘레나주 (X2/d0yWKBQ)

2022-10-09 (내일 월요일) 11:26:11

어제는 기절해버렸당.... (
ㅋㅋㅋㅋ 대신 조금 일찍 이어봤다! :3 좋은 주말 캡틴~~~

406 ◆POCYqa2/e6 (W95XctnAJg)

2022-10-09 (내일 월요일) 16:20:25

"응, 돌아가야할 집이 있어서."

여성은 대산맥을 다시금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합니다. 저 산맥 너머에 그녀의 집이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그녀는, 례프 산맥에 터를 잡고 살아간다는 이들 중 한 명일 겁니다.

"광증의 단서?"

일순 여성의 표정에 동요가 입니다.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역시, 그녀도 엘레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일까요.

"당신도 광증의 치료법을 찾으려는 거야?"

그녀의 질문은 조금 특이했습니다. '당신도'라니, 이 여성도 광증의 치료법을 찾는다는 것처럼 들렸으니까요. 그렇다면 이건 정말 기이한 만남이 아닐 수 없습니다.

407 ◆POCYqa2/e6 (W95XctnAJg)

2022-10-09 (내일 월요일) 16:20:47

엘레나주도 좋은 주말!!

408 엘레나 (X2/d0yWKBQ)

2022-10-09 (내일 월요일) 17:10:15

"돌아가야 할 집이라고요? 그럼 당신은 본래 저 산맥에서 살고 있던 겁니까?"

대산맥으로 시선이 도로 향하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황실 의사에게서 산맥에서 사는 이들에 대해 듣기는 했었죠. 그들은 외부인들을 배척하며 접근조차 쉽지 않을 거라고...
...이 마을이랑 다른게 없지 않나요? 그렇게 홀로 생각하던 참에 그녀에게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만, 그 내용은 조금 특이한 것으로.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혹시 당신도?"

저는 조용히 긍정하면서 되묻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건 정말 기연이로군요. 어쩌면 황실 의사에게 부탁 받은 일을 좀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때의 저는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409 ◆POCYqa2/e6 (W95XctnAJg)

2022-10-09 (내일 월요일) 18:16:48

"그래, 외출을 겸해서 종종 대산맥을 내려오긴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합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대산맥 등반을, 그녀는 그렇게 일상적으로 하는 걸까요.

"맞아."

여성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합니다. 엘레나의 예상대로였습니다. 산맥 너머에도 광증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니, 황실 의사가 보면 눈을 빛낼 게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진 마, 아직 이뤄낸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엘레나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410 엘레나 (X2/d0yWKBQ)

2022-10-09 (내일 월요일) 19:19:12

여자는 제 말에 전부 긍정했습니다. 하지만, 대산맥에 사는 사람이 일부러 이런 마을까지 내려 올 일이란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들에겐 저주와도 같은 광증을 연구하고 있다니 상대는 아무래도 학자같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의사인 걸까요?

"그, 그런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안 그래도 저는 그것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까요."

...잠시나마 기대했던게 사실입니다만, 그 사실은 상대가 알지 못하도록 감추고 말했습니다. 그럼 그렇죠. 광증의 치료법이라는게 이렇게 쉽게 나올리가 없죠. 여기서 그녀가 긍정했다면 오히려 저는 의심했을 거예요. 그리고는 심문관으로서 심문을 시작했겠죠... 그럼 결국 또 뭔가요, 저만 피곤해지는 일 아닌가요!
하지만 가만있자, 황실을 떠나기 전 멜리아나가 제게 해주었던 말이 재상기 되었습니다. 그때의 황녀는 제게 동료를 언급했었죠. 그리고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저는 분명하게 동행은 필요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동행, 하는건 어떻습니까?"

저는 잠시 뒤, 낯선 그녀에게 넌지시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그야 그녀는 제가 가야 할 목적지에서 일부러 거슬러 온 사람인걸요. 거기에 례프 산맥의 사람들은 굉장히 배타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금은 의미심장하긴 하지만, 비록 당장 광증에 대한 힌트는 없어도 이 여자와 동행한다면 귀찮고 사소한 문제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죠.

411 ◆POCYqa2/e6 (W95XctnAJg)

2022-10-09 (내일 월요일) 20:17:42

엘레나의 제안에 여성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고민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녀는 가만히 서서 깊은 생각에 빠집니다.

"좋아."

곧 그녀로부터 명확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의외라면 의외일까요. 이방인인 엘레나에게 쌀쌀맞게 굴 법도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원래는 동행에 대가를 받았겠지만... 당신도 나와 같은 처지인 것 같으니."

하기야 그녀는 초행길도 아니니 동행을 데려갈 이유는 굳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녀는 엘레나와 목적이 같았기에, 대가 없는 동행을 허락했습니다. 이 여성 또한 광증으로부터 지키고 싶은 이들이 있는 걸까요.

412 엘레나 (X2/d0yWKBQ)

2022-10-09 (내일 월요일) 20:30:26

의외군요.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저의 제안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주다니요. 어쩌면 그녀는 례프 산맥의 사람들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편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여자의 말대로라면 어쩐지 빚지는 기분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요.

"그럼 당분간 잘 부탁드리죠. 그리고 저는 '당신'이 아니예요."

뭐, 별 수 있나요. 이방인에다 사명을 짊어진 제게는 그렇게 선택권이 많지 않습니다. 시간이라는 인질도 잡혀있는 몸이니까요. 쉬운 길이 있으면 골라두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분은 명확하게 밝혀두는게 좋겠죠. 언제까지고 저렇게 부르게 둘 수는 없을테니까요. 저는 자세를 다시 가지런하게 고쳐세우고 말합니다. 심문관은 항상 고결해야 하니까요.

"동쪽 대륙에서 온 심문관인 아지무 엘레나라고 합니다. 서로 동행하게 된 처지이니 부디 편한대로 부르시길."

413 ◆POCYqa2/e6 (W95XctnAJg)

2022-10-09 (내일 월요일) 22:17:56

"이네스."

여성은 별 감흥 없이 제 이름을 밝힙니다. 이네스라는 이름의 그녀는 몸을 돌려 엘레나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대산맥은 험한 곳이야. 오르기 전 채비를 단단히 해두는 게 좋아."

외출과 귀가라는 말로 대산맥을 자주 드나드는 그녀라도 오지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자기 발목 잡지 말라는 뜻도 담겨있지만요.

"출발은 언제쯤?"

이네스가 넌지시 물어옵니다. 지금 준비를 하고 빠르게 출발해도 되겠지만, 엘레나가 결정하기 나름입니다.

414 엘레나주 (ybgqh5uAqk)

2022-10-10 (모두 수고..) 16:58:15

으으으음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415 ◆POCYqa2/e6 (nKghlJ7Ihg)

2022-10-10 (모두 수고..) 17:46:06

엘레나주가 정확히 뭘 고민하는진 모르겠지만... 어떻게 행동해도 괜찮으니까~ 일단 아무거나 해보는 것도?

416 엘레나주 (ybgqh5uAqk)

2022-10-10 (모두 수고..) 17:48:50

캡틴 안녕~~~ 휴식 안 취하고 바로 가도 되는건지 고민하고 있었어 ㅋㅋㅋㅋㅋ 딱히 그럴 필요는 없는 건가?

417 ◆POCYqa2/e6 (nKghlJ7Ihg)

2022-10-10 (모두 수고..) 18:07:14

엘레나주도 안녕! 그랬구나 ㅋㅋㅋㅋㅋ 바로 가도 괜찮지!

418 엘레나 (ybgqh5uAqk)

2022-10-10 (모두 수고..) 18:25:31

대산맥이라. 어느정도 긴장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야 저희의 구역이나 마찬가지지만 저렇게 커다란 산을 올라본 적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상황이 어떻게 되든 제 한 몸 지킬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괜찮습니다만. 이네스가 다른 볼일이 있다면 다녀와도 좋아요."

여관에서 묵기는 그르친 것 같으니, 바로 출발하는 게 좋겠죠. 저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419 엘레나주 (ybgqh5uAqk)

2022-10-10 (모두 수고..) 18:26:10

그럼 바로 가자~~~~~ :3

420 ◆POCYqa2/e6 (nKghlJ7Ihg)

2022-10-10 (모두 수고..) 19:48:26

"그러면 바로 출발하자."

이네스는 그렇게 말하곤 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갑니다. 곧 둘은 마을을 벗어나 한참을 걸어야 했습니다. 마을을 등지고 산맥 쪽으로 나아가니 작은 언덕들이 나타납니다. 등불조차도 놓여있지 않은, 사람의 흔적이랄 것도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사방을 비춰주는 건 달빛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걸음을 멈춘 이네스의 손에서 불씨가 피어오릅니다. 자그마한 불꽃들이 서로 뭉쳐 이윽고 큰 불길이 일어납니다. 주변을 밝혀주는 화염은 이네스의 손아귀 안에서 맹렬하게 타오릅니다. 마법의 일종일까요? 광원을 확보한 그녀는 다시 걸음을 재촉합니다.
이네스는 그 후로도 말 한 마디 없었습니다. 둘은 어느덧 산맥의 초입까지 다다랐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올려다본 대산맥이 상당히 가파른 게, 무작정 산을 타고 올라가기엔 힘들어 보입니다.

"이쪽에 버려진 갱도가 있어. 산맥 중턱까지 이어지는 곳이야."

이네스가 입을 엽니다. 그녀는 여전히 불꽃을 손에 두른 채 익숙하게 길을 찾아나섭니다.
그녀가 다다른 곳은 대산맥의 가장자리를 파고들어간 동굴이었습니다. 그 말대로 광산처럼 보이는 곳입니다. 버려진 탓인지 그 안은 어두컴컴했지만요.

"야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곧 이네스가 앞장서서 갱도로 들어갑니다. 인위적으로 파놓은 티가 나는, 상당히 넓은 동굴입니다.

421 엘레나 (ybgqh5uAqk)

2022-10-10 (모두 수고..) 20:47:23

역시 제국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오지인건가요. 조명이 하나 없는 산길의 초입이 어두웠습니다. 그런데, 이네스 당신 마법 사용자였나요? 범상치 않아 보이는 분위기이기는 했습니다만, 이렇게 구체적인 마법을 다루는 모습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인지라... 저도 모르게 불꽃을 일으키는 그녀에게 눈이 계속 갔습니다. 그렇지만 광원은 저도 있는걸요. 이 여자에게 지고만 있을 수는 없죠. 벨트에 얹어두었던 휴대용 랜턴을 손 안에 들어 올립니다. 그러면 저의 행동에 반응하여 순백의 불빛이 퍼져나가면서 제 주위를 밝힙니다. 이건 평범한 랜턴이 아닙니다. 이것 또한 심문관의 무장들과 위상을 같이 하는 특별한 장비죠. 로라시아에서도 아마 이런 물건을 찾아보기는 힘들걸요?

"근처에 보이면 경고하도록 하죠."

문명화 되지 않은 지역인 만큼 꽤나 출몰이 잦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이 산맥의 야수들은 어떤 습성을 띄고 있을까요. 그러고보면 아직 로라시아의 야수와 맞닥뜨린 적이 없습니다. 물론 마차 안에서 광증 환자를 보기는 했지만... 그러고보면 그때의 부인이 잘 처리했을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금 걱정됩니다. 역시 다소 강경하더라도 제 손으로 해야했던 일일지도요. 그것을 위해 있는 심문관이자, 사냥꾼이니까요. 등 뒤를 따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네스가 마을에 홀로 있던 것도 생각납니다. 분명 그녀는 산맥을 가만히 바라보며 서있었죠.

"그런데 이네스는 방금 마을에서 뭘 하고 있던 건가요?"

저벅저벅 갱도 안을 걸으며 물었습니다.

422 엘레나주 (ybgqh5uAqk)

2022-10-10 (모두 수고..) 23:23:37

요즘 유행하는 ai한테 엘레나양 그려달라고 해봤다~~~~!!
좋게 뽑힌 걸로만 올려봤는데... 어떠려나? ㅋㅋㅋㅋ

423 ◆POCYqa2/e6 (nKghlJ7Ihg)

2022-10-10 (모두 수고..) 23:38:51

갱도의 넓은 공터를 지나니 길이 급격히 좁아집니다. 여러 갈래로 뻗친 길들을 따라 이네스가 앞장섭니다. 갱도 내부엔 여러 도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발 밑으로 시꺼먼 벌레 무리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이 광산이 방치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합니다. 어두운 굴 내부를 두 불빛이 환하게 비춥니다.

"대산맥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뿐이야."

이네스의 대답은 간결했습니다. 사실 그녀도 외지인이니, 마찬가지로 마을에서 환영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별 용건은 없었겠죠.
계속 걷다 보면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납니다. 슬슬 고도가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길이 높아서 힘들만도 한데, 이네스는 지친 기색도 없이 오르막을 쭉 올라갑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아까와 같이 평평하고 너른 공터가 보입니다. 사방은 여전히 돌무더기로 막혀있긴 하지만요.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야수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엘레나 당신은, 무엇 때문에 광증의 치료법을 찾으려는 거야?"

문득 이네스가 입을 엽니다. 궁금해지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424 ◆POCYqa2/e6 (nKghlJ7Ihg)

2022-10-10 (모두 수고..) 23:40:46

헤엑 너무 이쁘자나 ㅋㅋㅋㅋㅋㅋ 옷도 너무 어울려!!

425 엘레나주 (ybgqh5uAqk)

2022-10-10 (모두 수고..) 23:55:28

고마워라~~~ 최대한 사냥꾼스러운 복장으로 갖춰봤지!! 요즘 기술 너무 대단해 :3 ㅋㅋㅋㅋㅋㅋ

426 엘레나 (vtE3r9FRjU)

2022-10-11 (FIRE!) 14:00:44

불빛을 비추자 발 아래로 벌레의 무리가 물결처럼 지나갔습니다. 이 갱도, 사람이 있었던 흔적은 보이지만 지금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것 같네요. 갈수록 더욱 험한 길이 이어졌지만 바깥의 산길을 그대로 오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네스가 없었다면 어둠 속에서 이런 길은 찾기조차 어려웠을지도 모르죠. 웬만한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제 고향이... 종말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네스는 제 물음에 간결하게 답했습니다. 저 또한 그랬어요. 광증의 치료 방안을 찾으면 해피엔딩. 그렇지 못하면 전멸. 동화 만큼이나 간단한 이야기죠. 문제는, 세상의 상황이 거의 후자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없어요."

그렇게 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한 고집일까요.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짊어진 것은 그런 사명이었습니다.

427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16:01:03

"그랬구나." 엘레나의 대답에 이네스는 가볍게 호응합니다. 둘 사이에 일순 침묵이 감돕니다. 그 적막을 깬 건 다시금 입을 연 이네스의 목소리였습니다.

"내게도 구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

이네스가 말합니다. 그녀가 광증 치료의 실마리를 찾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까요.
둘은 공터를 지나 계속 나아갑니다. 오르막이 나타나고 방금 전보단 덜 험한 길이 이어집니다. 비좁지 않고 적당히 넓은 굴입니다.
그리고 엘레나는 무언가 다른 기운을 눈치챕니다. 지면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땅 속을 헤집어놓는 것처럼요. 이네스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듯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428 엘레나 (vtE3r9FRjU)

2022-10-11 (FIRE!) 16:56:44

구해야 하는 사람인가요. 그렇다면 저희는 각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광증의 실마리를 찾아 해매고 있는 거군요. 그녀는 얼핏 보아선 무뚝뚝 해보이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심문관들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다들 냉정하고 무섭게 보여도 사실은 남을 생각하고 있죠. 뭐, 그렇다고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냐고 물으면, 제 입으로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이네스, 거기 서세요."

그리고 저는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습니다. 반대손으로는 벌써 레이피어를 뽑고 있었어요. 굴 안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서 퍼지는군요. 그건 중요한게 아니죠. 그녀도 느끼고 있었을까요?

"무언가가 있어요."

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진동이에요. 이건 단지 지진같은게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429 엘레나주 (vtE3r9FRjU)

2022-10-11 (FIRE!) 17:04:23

캡틴 안녕~~~~ 좋은 저녁!!

430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19:28:51

이네스는 엘레나의 부름에 우뚝 멈춰섭니다. 진동의 근원은 점점 빠르게, 둘이 있는 곳으로 다가옵니다. 땅의 울림도 점점 격해집니다. 끝내는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요. 비틀거리던 이네스가 한발짝 물러납니다.

"야수야."

이네스가 침착하게 말합니다. 엘레나도 예상했을 그것이 맞습니다. 인기척을 감지하고 사냥에 나선 모양입니다.

"싸우는 수밖에 없어."

가야할 길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 달려 도망치기엔 무리인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 땅 속 야수와 전면전을 벌이는 수밖에요.
지면이 요란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흙과 자갈더미가 튀어내립니다. 엘레나와 이네스 사이의 땅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꿈틀댑니다. 곧 바위가 쪼개지는 굉음과 함께 야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뱀의 모습을 한 야수였습니다. 비늘은 날카롭게 세워져 가시처럼 솟아있고 주둥이에는 입 대신 예리한 큰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야수의 몸통 절반은 아직도 땅에 파묻혀있을 정도였습니다.
뱀 야수가 뚫고 나온 구멍에서 몇 개의 머리가 모습을 더 드러냅니다. 먼저 나온, 제일 큰 머리가 목을 고무줄마냥 늘입니다. 그러더니 곧장 엘레나에게로 주둥이를 뻗어옵니다.

431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19:30:13

엘레나주도 안녕! 좋은 저녁! 이제서야 야수가 처음 등장했어 ㅋㅋㅋㅋ()

432 엘레나 (vtE3r9FRjU)

2022-10-11 (FIRE!) 20:09:40

엄청난 크기의 야수입니다. 이건... 뱀의 형태로군요. 역시 이 산맥은 그들이 말하던 것처럼 그냥저냥 만만한 산이 아니었어요. 들어선지 얼마 걷지도 않아 이렇게 마주하게 되다니요. 이런 야생 환경의 야수들은 보다 호전적인 경향을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덤벼오는 모습이군요.
저는 재빠르게 스텝을 밟아 뱀의 주둥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즉시, 뽑아 들고 있던 레이피어를 휘둘러 그 머리를 갈라놓으려 했어요. 가벼운 견제입니다. 그러나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제 검날은 아주 날카롭거든요.

"이네스, 제가 당신 걱정까지는 안 해도 되겠죠?"

손에 들고있던 랜턴을 벨트에 매달며 조금 큰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무래도 야수가 땅에서 튀어나오면서 그녀와는 서로 갈라진 모양이었으니까요. 산을 오르기 전부터 그렇게나 기세등등했던 여자였으니 큰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요.

433 엘레나주 (vtE3r9FRjU)

2022-10-11 (FIRE!) 20:11:15

와! 드디어 첫 야수!!! 첫 사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스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만큼 어떤 의미로는 정말 감동인걸 흑흑그흑.... (

434 엘레나주 (vtE3r9FRjU)

2022-10-11 (FIRE!) 20:16:33

참 맞다~~! 이네스도 ai로 한 번 그려봐도 돼?? :3

435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20:37:50

먹잇감을 놓친 야수의 큰턱이 딱딱 마주부딪힙니다. 엘레나가 레이피어를 휘두르지만 솟아난 비늘들이 두껍고 단단한 탓에 큰 타격은 주지 못했습니다. 뱀의 등 뒤로는 또 다른 머리 둘과 이네스가 대치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불을 두른 팔에서 무수한 불꽃이 튀어오릅니다. 야수의 비늘에 불이 옮겨붙지만 불꽃들은 제 힘을 다하지 못하고 금세 꺼져버립니다.

"당신 목숨이나 잘 간수해."

이네스가 목소리를 높여 대꾸합니다. 살짝 까칠하게도 들리는 말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게 큰 대수인가요. 제 목을 다시 수축시킨 야수가, 이번엔 머리를 땅 속으로 밀어넣습니다. 쪼개진 흙과 바위가 사방으로 튑니다. 이내 다시금 땅이 울립니다. 이번엔 아래에서 습격하려는 모양입니다. 야수의 머리가 땅을 헤치고 다가오는 게 엘레나에게도 느껴집니다.
재빠르게 행동하면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덧붙여 땅에 파묻힌 야수의 목이 무방비하게 방치되어 있으니, 다가가서 공격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436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20:38:46

ㅋㅋㅋㅋㅋㅋ 감동까지? 즐겨주니 고마운걸~
해주면 나야 좋지~ 외형 참고용으로 픽크루라도 올려둘까!

437 엘레나 (vtE3r9FRjU)

2022-10-11 (FIRE!) 21:41:24

비늘이 꽤 단단하군요. 단순히 칼로 베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힘들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보다 무른 부분을 치는 수밖에요. 마침 후속 공격을 준비하는 듯이 야수가 땅에 머리를 처박기 시작했습니다. 땅에서부터의 공격은 기습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본체는 무방비해지기 마련이죠. 게다가 저는 야수를 사냥하는 사람이에요. 이정도는 별로 놀랍지도 않아요!
바닥을 박차고 야수의 몸으로 재빠르게 달려갔습니다. 계속해서 움직이면 이 야수가 예측이라도 하지 않는 한 쉽게 공격을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뱀의 목 부분이 보이네요. 이쪽이 물러보이는군요. 여길 찌르면 과연 어떨까요. 가까이 접근한 저는 쏜살같은 속도로 검을 두어번을 휘두릅니다.

438 엘레나주 (vtE3r9FRjU)

2022-10-11 (FIRE!) 21:43:14

픽크루까지 해주면 좋지~~~! 사실 이미 멋대로 몇 번 돌려보고 있었지만 ㅋㅋㅋㅋㅋ

439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21:49:35

https://picrew.me/image_maker/69653
얍! 엘레나주가 돌려본 것들도 궁금하다 ㅋㅋㅋㅋㅋ

440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22:20:24

엘레나가 빠져나가기 무섭게, 그 자리에 야수의 머리가 솟아오릅니다. 엘레나가 레이피어를 휘두르자 야수의 목에서 시꺼먼 피가 터져나옵니다. 단단하지 못한 비늘과 가죽이 칼질에 속절없이 찢겨나갑니다.
야수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틉니다. 그 여파로 흙과 자갈이 사방팔방 튑니다. 하지만 야수의 상처가 재생되는 건 금방이었습니다. 베인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합니다. 본래 야수는 재생력이 뛰어나지만, 이 뱀 야수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까다로운 적이네요.
지면을 뚫고 나온 야수는 다시 목을 늘려 엘레나를 잡아채려 합니다. 한편 이네스 쪽의 머리들은 그녀가 무슨 수를 썼는지,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옴싹달싹못하고 있습니다.

441 엘레나주 (vtE3r9FRjU)

2022-10-11 (FIRE!) 22:39:09

오오오오~~~ ㅋㅋㅋㅋ 이네스는 저런 느낌이었구나~~ 내맘대로 돌린거 올리면 캡틴한테 혼날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442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22:48:00

아닛 궁금하다구~ 안 혼낼테니까 후후()

443 엘레나 (vtE3r9FRjU)

2022-10-11 (FIRE!) 23:22:22

제 손에 들린 순백의 검은 뱀 야수의 목을 완벽하게 갈라냈습니다...만, 그다지 효과는 없는 모양이군요. 좀 더 정확히는, 유효한 상처를 입혔지만 그것이 무용할 정도로 너무나 빠르게 재생하고 있었습니다. 이래서는 얼마나 상처를 입힌들 결과는 똑같아요. 그렇다면 머리를 죽여야죠. 하지만 제 칼은 단단한 비늘을 뚫기에는 역부족인걸요. 때마침 회복을 마친 야수가 다시 지면을 뜷고 제게 공격을 가해오고 있네요.

"흥."

그러나 공교롭게도 제 무기는 레이피어 뿐만이 아니랍니다. 야수가 목을 늘려 제게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를 감아두르려는 모양인데요. 그리고 저 또한 반대쪽 빈 손을 벨트에 가져가고 있었죠. 가죽 홀스터 위에 손을 얹어둡니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오면... 그래요, 바로 지금.

―투쾅!!

귓구멍을 애는 듯한 굉음이 갱도 안을 가득 매웠습니다. 만약에라도 소리가 마을에까지 퍼져나간다면 이 소리를 들어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야수의 울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직 야수와 이단을 말살하기 위해 쇳덩어리로 태어난 작은 야수. 지금 제 손에서 연기를 흘리고 있는건 그런 물건이니까요.
예에, 저는 그것을 이 짧은 사이에 격발시켰습니다. 홀스터에서 무기를 뽑는 즉시 휘두르면서 총구의 사선이 접근해오는 야수의 머리에 일치했을 때 널널해진 방아쇠를 당긴다. 대구경의 순은 탄환을 야수를 향해 떄려박고 나머지 회전 반경으로 팔을 타고 전해져오는 무거운 반동을 흘려낸다.
이것을 최소 0.5초의 시간으로 해낼 수 있으면 당신도 꽤 훌륭한 심문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기술은 저희 사격술을 이루는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것이에요. 퀵드로우는 심문관의 소양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외지인이라고 깔보면 마시죠."

그건 야수에게 뱉은 말이었을까요 그녀에게 하는 말이었을까요. 아니면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무례한 사람들에 대한 작은 울분 표출이었을지요. 어찌되었든 중요한 사실은, 고결한 심문관인 제가 야수를 사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444 엘레나주 (vtE3r9FRjU)

2022-10-11 (FIRE!) 23:24:10

첫 핸드캐논 발포.....!!인만큼 조금 오바해서 써봤는데 이런거 싫어하려나~~~ ㅋㅋㅋㅋㅋ (어흑

445 엘레나주 (vtE3r9FRjU)

2022-10-11 (FIRE!) 23:26:34

그리고 픽크루 없을때 내가 맘대로 상상해서 돌려본 이네스!!! :3 이래놓고 혼나는 거 아니겠지??? ㅋㅋㅋㅋㅋㅋ

446 ◆POCYqa2/e6 (xWe/LnIFFM)

2022-10-11 (FIRE!) 23:36:21

싫어하긴! 오바하는 것도 좋은걸~ 그림들도 너무 맘에 들어 ㅋㅋㅋㅋㅋㅋ 분위기도 멋지구~ 너무 잘 만들어서 혼낼거야!()

447 엘레나주 (vtE3r9FRjU)

2022-10-11 (FIRE!) 23:43:14

ㅋㅋㅋㅋㅋ 뭐어뭐어~ 그림 자체는 그냥 특징 넣고 ai 돌리면 나오는거니까~
산맥 사람에다가 마녀니까 털 코트를 입은 차가우면서 신비로운 인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
눈가림 머리랑 키 크다는 묘사 보고 엘레나보다는 조금 성숙한 느낌일 것 같다~~ 하고 돌린거야 :3 ㅋㅋㅋㅋ

448 ◆POCYqa2/e6 (VBOoeKAL0U)

2022-10-12 (水) 00:38:51

ㅋㅋㅋㅋㅋㅋ 딱 그런 느낌이긴 해~ 아무튼 만들어줘서 고마워!
나는 이만 자러 갈게! 좋은 밤 보내구~

449 엘레나주 (XdlwqbHu6.)

2022-10-12 (水) 00:58:22

그래~~~~ 내일 또 보자 캡틴!! Ai그림 혹시라도 따로 필요하거나 하면 언제든지 말해쥬~~ :3
안히 근데 ㅋㅋㅋㅋ 위에 대사 오타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중요한 순간에.....(쥐구멍

"외지인이라고 깔보지 마시죠."

이걸로 대신 봐줘~~~ 아마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왜 이걸 몰라쓰까.... 어흑마이깟

450 ◆POCYqa2/e6 (VBOoeKAL0U)

2022-10-12 (水) 17:48:55

격발음과 함께 큰 머리가 터져나갑니다. 검은 피와 살점이 사방팔방 튀어나갑니다. 엘레나의 탄환은 야수를 단순히 찢거나 뚫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터트려버렸습니다. 머리를 잃은 목이 힘없이 곤두박질칩니다.
한편 야수의 등 뒤에서도 살점을 으깨는 듯한 굉음이 들려옵니다. 이네스와 대치하던 뱀 두 마리가 육편을 흩뿌린 채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뱀의 머리들은 이미 으스러져서 처참한 몰골을 한 지 오래였습니다.
야수의 몸통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걸로 끝일까요?

"다른 야수들이 몰려올 수도 있어. 서둘러야 해."

이네스는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만약 야수들이 더 있다면, 그들을 전부 상대하는 것보다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451 엘레나 (XdlwqbHu6.)

2022-10-12 (水) 19:14:56

탄환에 직격당한 뱀 야수가 분쇄됩니다. 본래 수생 야수들을 상대하는 물건을 평범한 야수가 맞아버렸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쓰러진 야수의 파편과 몸통을 눈으루 훑고는 이네스의 말을 따라 이곳을 벗어나려 했어요. 무장은 이대로 손에 들고갑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방금 같은 야수가 많나보죠?"

452 엘레나주 (XdlwqbHu6.)

2022-10-12 (水) 19:15:29

캡틴 안녕~~~ 쫀저~~@!

453 ◆POCYqa2/e6 (VBOoeKAL0U)

2022-10-12 (水) 21:46:25

둘은 야수의 사체를 뒤로하고 빠르게 굴을 헤쳐나갑니다. 다행인지, 다른 야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많은 편이지."

이네스가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대답합니다. 하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니 야수가 많을 수밖에 없겠죠.

"산맥에도 야수가 자주 나타나니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야 해."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을 유지합니다.
이후로도 이변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오르막을 올라가자 다시 평평한 공터가 나타납니다. 둘은 공터를 지나 쭉 직진합니다. 공기가 차가워진 걸 보니 고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슬슬 지겨울 무렵, 마침내 이 긴 갱도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굴 저편에서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들어옵니다. 달빛 비추는 풍경이 흐릿하게나마 눈에 들어옵니다.
엘레나와 이네스는 곧 동굴을 벗어납니다. 높고 어두운 하늘, 무수한 산봉우리들, 눈 덮인 풍경, 그 모든 것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둥그런 보름달이 온 대지를 어슴푸레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도착했네."

이네스는 곧 걸음을 멈춥니다.

454 ◆POCYqa2/e6 (VBOoeKAL0U)

2022-10-12 (水) 21:47:01

엘레나주도 안녕안녕~ 야수랑 전투가 뭔가 싱겁게 끝난 거 같아서 아쉽네 ㅠㅋㅋㅋㅋ

455 엘레나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15:16:32

"절경이군요."

이네스를 따라 갱도의 끝에 다다른 저는 그 옆에서 조용하게 한 마디를 얹습니다. 어둠이 깔려있는 것이 아까울 정도의 풍경이었습니다. 그야 저는 이런 건 처음 보는 걸요. 고난스러운 여정인 것과는 별개로 돌아가면 할 이야기들이 아주 많아지겠네요.

456 엘레나주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15:18:57

갱신~~~~ 어제는 피곤해서 일찍 들어갔다 :3

그러게!! 나도 캡틴이 조금 더 끌어줄 줄 알았는데 바로 끝나버렸더라구 ㅋㅋㅋㅋㅋ 다음 전투에서 오래 하면 되지~~~

457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18:44:34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불현듯 이네스가 물어옵니다. 어떻게 할 거냐고 해도, 바로 행동에 나서긴 어려워 보입니다. 그야 발 아래론 험한 산세가 펼쳐져 있고 주변에 마을 같은 것도 보이질 않았으니까요. 이래서야 오늘 하루를 지샐 만한 잠자리도, 식사도 해결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가만히 엘레나를 쳐다봅니다. 산맥까지 도착했으니 동행은 끝이라며 등을 돌릴 법도 한데 그녀는 그러지 않습니다. 그저 엘레나의 대답을 기다릴 뿐입니다.

458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18:45:33

안녕! 사실 그렇게 강한 야수는 아니었어서 ㅋㅋㅋㅋㅋ...(라고 변명) 부족한 캡틴 이대로도 괜찮은가...()

459 엘레나주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20:02:39

흐으으음~~ 캡틴이 혹시 힘들거나 하면 진행 뒤에 쉬는 텀을 가지는건 어때? 지금까지는 진행만 거의 무호흡으로 해왔는데 진행파트 한 챕터를 끝내면 잠시 끊고 진행한다거나~ 일상파트를 따로 나눠서 돌린다거나? 그러면 불필요한 씬은 바로바로 넘길 수도 있고 남는 시간동안은 나랑 얘기 나누면서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의견 나눠볼 수도 있고?

460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20:20:21

딱히 힘든 건 아니지만...! 엘레나주 의견도 괜찮은 거 같네~ 일상파트라고 하면 대략 어떤 느낌?

461 엘레나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20:21:01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도... 저는 그 물음에 잠시 시야를 넓혀서 주위를 살핍니다. 거기엔 사람은 물론이고 마을도, 여관도, 식당도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이곳은 사람의 손에 의해 개척 된 곳이 아닌 그야말로 험한 산맥이니까요. 있는 것은 저를 물어뜯으려는 야수밖에는 없겠죠.

"―저기, 이네스."

저는 웬만해서는 부탁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알아요, 벌써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아온 사람이 말하기에는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쯤은요. 하지만 제게는 더 중요한 사명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녀를 불러 세우고 이렇게 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염치 없는 부탁입니다만, 하루 묵어도 되겠습니까?"

462 엘레나주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20:25:04

일상파트는 말 그대로 진행이랑은 거의 관련 없는 일상느낌!! 캡틴도 돌려보고 싶은 nmpc같은 캐릭터 있을거자나? :3 그런 캐릭터들로 엘레나랑 일상 주고받으면서 교류한다는 느낌일까~~
진행이랑 분리 되어서 신경 쓸 필요 없고 원하는 시점이나 공간으로 진행을 재개할 수 있는게 장점~~~~ 이라고 생각한다!!

463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20:54:59

음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그럼 다음에 시험삼아 해보는 걸로 할까! 다만 나는 일상을 재미없게 돌리는 참치라 걱정되네 ㅋㅋㅋㅋㅋㅠ 사실 각 잡고 제대로 돌리려고 만든 NPC도 별로 없기도 하고? 그래도 괜찮다면야!

464 엘레나주 (O03oQWtcgw)

2022-10-13 (거의 끝나감) 21:24:16

일상은 캡틴이 선호하지 않는다면 딱히 안 해도 괜찮아~~~ ㅋㅋㅋㅋㅋ 그냥 왠지 캡틴도 그러고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아서 제안해본거니까 :3

465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21:29:16

선호하지 않는다기보단 엘레나주가 괜찮을까 싶어서 ㅋㅋㅋㅋㅋㅋ() 일상파트라는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해! 일상 돌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466 ◆POCYqa2/e6 (vbJtcBPQXw)

2022-10-13 (거의 끝나감) 21:30:26

엘레나의 말에 이네스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당황한 기색도, 긍정도 없습니다. 그러더니 그녀가 말없이 몸을 돌립니다. 역시 무리한 부탁이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따라와."

의외의 대답이 들려옵니다. 친절한 태도는 아닐지라도요. 그녀가 이리도 엘레나를 쉽게 믿어버리는 이유는, 역시 동질감 때문일까요.

"딱 하루만이야."

그 말만을 하고서 이네스는 먼저 비탈길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합니다.

467 엘레나 (meGDeIjCuU)

2022-10-14 (불탄다..!) 16:51:30

"...고맙습니다."

당시 그녀가 호의를 보여주지 않았으면 저는 곤란해졌을거예요. 당연히 감사의 뜻을 전하며 먼저 내려가는 이네스를 따라갑니다.

"저도 그 이상 신세 질 생각은 없으니 염려마세요."

이곳에는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요. 언제까지고 그녀의 집에서 지낼 수는 없겠죠. 그러기로 한 약속입니다.

468 엘레나주 (meGDeIjCuU)

2022-10-14 (불탄다..!) 16:52:19

너무 짧나....?! 요즘 지문을 조금 줄여보려고 해서 과감히 쳐봤는데 괜찮은가 싶다 :3

469 ◆POCYqa2/e6 (nwQMGpn1/c)

2022-10-14 (불탄다..!) 17:51:51

"꽤 오래 걸어야 해."

이네스는 그렇게 당부하며 걸음을 옮깁니다. 오솔길 하나 나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산길입니다. "원래라면 전송 마법이라도 사용했겠지만." 그녀가 중얼입니다.
갱도가 있던 곳에서 조금 내려오자 온통 높게 자란 나무들만 보입니다. 둘은 한참동안 눈 덮인 숲을 걸어내려갑니다. 경사는 그리 가파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추운 바람이 시시때때로 불어옵니다.
어느정도 이동하자 탁 트인 바위 언덕이 나타납니다. 도중에 야수 무리가 보여서 먼 길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내 눈 앞에 완만한 산봉우리가 드러납니다. 산봉우리의 정상에,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성이 있었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성채입니다.

"저기가 우리 집이야."

이네스가 성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가까이서 본 성의 모습은 더욱 참혹했습니다. 성벽은 반파되어 다 무너져가는 중이었습니다. 마모된 벽돌에 이끼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습니다. 그래도, 성곽 안에 세워진 탑은 그나마 멀쩡했습니다. 이네스가 거주하는 곳이 아마도 저 탑일 겁니다.
그녀는 성큼성큼 성벽 안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부서진 나무기둥과 돌더미를 지나쳐 탑으로 다가갑니다. 곧 이네스가 탑의 낡은 나무 문을 열어젖힙니다. 탑 내부에서 따뜻한 공기가 훅 끼쳐옵니다.

470 ◆POCYqa2/e6 (nwQMGpn1/c)

2022-10-14 (불탄다..!) 17:52:34

짧아도 괜찮아~ 엘레나주가 편한대로 하면 되는걸~

471 엘레나 (meGDeIjCuU)

2022-10-14 (불탄다..!) 23:10:33

가는 동안은 상당히 고행길이었습니다. 이네스가 하는 말로 미루어보아서는 아무래도 그 '집'에 가기까지는 평소 일반적인 경로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마법을 이용하고 있었던 거겠죠. 길을 걷는 동안에는 발자국 하나 나지않은 눈 밭위를 거닐고 도중에는 야수의 무리를 보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다른 그녀의 집 말입니다만...

"집치고는 상당히 거창하지 않나요."

작은 오두막 정도를 생각하고 있던 저였기에 상당히 놀라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성은 아니었어요. 이곳저곳이 허물어져서 거의 반쯤은 무너지다시피 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성은 성. 어쩌면 그녀는 몰락 귀족같은 신분이었을까요. 례프 산맥에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걸까요?

"실례합니다."

그녀를 따라 문 안으로 조심히 발을 들입니다. 바깥과는 전혀 딴판인 따뜻한 공기가 얼굴에 불어옵니다. 거기에 코 끝을 스치는 은은한 나무향. 그래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곳은 확실히 사람이 사는 곳이었던 겁니다.

472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0:23:16

"그냥 버려진 성채를 점거한 것 뿐이야."

이네스는 그렇게 대꾸합니다. 엘레나의 생각처럼 대단한 이유는 아닌 모양입니다.
엘레나는 먼저 탑 안으로 들어섭니다. 제일 먼저 벽난로에 때워진 불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던 걸까요. 아마 마법일지도 모르죠. 상당히 아늑한 느낌이 듭니다. 나쁘게 말하면 좁은 거고요.
실내에 비치된 가구는 죄다 낡고 오래된 것들 뿐입니다. 한 쪽에는 간소한 침대가, 그 맞은편에는 넓은 책상이 놓여있는 게 전부였습니다. 책상 위에는 무엇인지 모를 도구들이 잔뜩 늘어져 있습니다.

"좀 누추해도 어쩔 수 없어."

이네스가 뒤따라 들어오며 말합니다.

473 엘레나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01:12:28

"이런 곳에 버려질 성채도 있는건가요?"

저의 흘리듯이 하는 말에 대꾸한 이네스의 대답은 그렇게 대단찮은 것이었지만 제게는 그래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제국의 손도 닿지 않은 례프 산맥에 버려진, 그것도 이정도 규모의 성채가 있다니요.

"누추하긴요. 이정도면 딱 적당한 정도입니다."

오히려 이런 곳에서는 호화로운 대접을 바라는 것이 사치입니다. 저는 그렇게 사치스런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럼 저는 어디에 있으면 좋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던 와중 각종 물건이 널부러진 책상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이건 뭐죠?"

그곳으로 걸어가 잡동사니를 하나 들어올려 살펴봅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완전히 처음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신기했어요.

474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2:18:38

엘레나가 집어든 것은, 검은 돌처럼 생긴 무언가였습니다. 윤기를 머금은 표면이 부드럽게 빛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쾌한 기운도 느껴집니다. 순간 이네스의 표정에 당황이 스쳐지나갑니다.

"아무거나 건들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듯하다가도, 다시금 예의 차분한 태도로 돌아옵니다. "그건 별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어쩐지 대충 둘러대는 듯 석연치 않은 대답입니다.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요?

"어쨌든, 식사라도 하고 싶으면 2층에서 기다리고 있어."

이네스가 그렇게 말하며, 방 한켠의 계단을 가리킵니다. "나는 볼일이 있어서 잠시. 오래 걸리진 않아."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 탑 밖으로 걸어나갑니다.

475 엘레나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02:53:25

이네스의 말에 저는 얼른 물건을 책상 위에 도로 두었어요. 그리고는 헛기침하며 변명하듯 말했죠.

"미안합니다. 처음 보는 물건이 있어서 그만..."

마도구나 마법같은건 제게는 너무나 신기한 것이었으니까요. 저희 땅에서는 마도구 정도를 찾아 보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철없이 행동해버렸군요... 얼굴이 조금 상기 된 것 같아요. 식혀야겠어요. 그나저나 방금 그 기운은 뭐였을까요. 그 구체를 만지는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곧 이네스는 제게 그렇게 당부하고는 방을 떠나버렸습니다. 2층인가요. 한 번 미리 가서 살펴보는 것도 좋겠죠. 저는 그대로 눈에 보이는 계단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476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3:17:40

2층은 주방과 식당을 겸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중앙에는 불이 꺼진 화로가, 그 주변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쌀쌀한 바람이 스며들어옵니다.
화로 위로 조그만 솥 하나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솥 안엔 야채 수프가 담긴 채입니다. 그다지 먹음직스러워보이진 않네요. 둥둥 떠다니는 야채는 흐물흐물하고 국물엔 기름기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솥이 아직 차가웠습니다. 그래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니까요.
일이 벌어진 때는, 이네스가 탑을 나선 뒤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창 밖에서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들려옵니다. 소름끼치는 울음소리입니다. 짐승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야수일까요? 울음소리가 점점 거세집니다. 이는 마치 사냥감을 눈 앞에 둔 야수의 포효와도 같음을, 엘레나는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477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3:26:35

슬슬 자러 가볼게! 좋은 밤 보내!!

478 엘레나주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05:06:06

쓰면서 졸다가 깼당 ㅋㅋㅋ쿠ㅜ 내일 보자 캡틴~~~~

479 엘레나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13:15:17

조용히 주방을 살피고 있는 저의 귓전을 때리는 굉음. 이건 야수의 포효입니다. 이네스가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들려오는터라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그 여자가 야수에게 쉽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무엇보다 이곳은 그녀의 집인걸요.
그래도 등대지기나 되는 몸에 나가보지 않을 수는 없죠. 야수에 의한 사고는 항상 준비되지 않은 불시에 일어나는 법입니다. 저는 빠르게 걸음을 움직여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이네스?!"

손에는 랜턴과 레이피어를 뽑아들고 포효가 울린쪽으로 천천히 접근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주위를 살핍니다.

480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7:26:46

엘레나가 탑 밖으로 나와 이네스를 불러보지만, 대답은 없습니다. 바깥에도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신 성채의 외곽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소리가 바로 그곳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네스와 야수는 저곳에 있는 걸까요? 계단 근처에 놓인 등불이 어렴풋이 주변을 밝힙니다. 야수의 울음소리가 더욱 거세집니다.

481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7:44:50

반응이 없습니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는 건가요? 아니면...
...아니, 괜한 생각은 하지맙시다. 너무 섵부른 판단이에요. 지금도 야수의 포효는 거세지고 있는걸요. 랜턴을 돌려 조금 더 살펴보니 성채 외곽의 계단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등불이 계단의 입구를 밝히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야수의 울음소리도 저곳에서 울려오는 것 같고요. 고민따위 할 필요가 없죠. 저는 바로 움직여서 계단 아래로 내려가봅니다.

"이네스?"

지하실에 들어선 저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482 엘레나주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7:45:39

캡틴 안녕~~ 좋은 저녁~~!

483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8:15:00

엘레나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지하실이 무척 어둡습니다. 희미한 등불만이 이 지하실에 심연이 침범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을 뿐입니다. 지하실 내부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어떤 가구나 생필품 따위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그런 지하실 안에는, 등을 돌린 채 몸을 숙인 이네스와 온갖 도구와 장치들로 속박된 파충류 야수가 있었습니다. 여러 갈래로 나뉜 주둥이가 구속구에 단단히 묶여있지만,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 야수 앞의 이네스는 엘레나가 제 이름을 불렀음에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헌데 어째서 야수와 함께 있는 걸까요?

"루슬란..."

곧 이네스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이름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건 분명, 제 눈 앞의 야수에게 건네는 말이었습니다. 마치 야수가 사람이라도 되는 것마냥요. 하지만 야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은 저렇게 묶여있지만, 언제 족쇄를 부수고 나와 그녀를 덮칠지 모릅니다. 지금도 이네스를 보고 울부짖으며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네스의 행동은 완전히 비상식적인 것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 겁니다.

"널 구하는 건 역시, 너무 헛된 소망이었을지도 몰라."

발버둥치는 야수에게 그리 말하는 이네스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무뚝뚝한 태도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여러 감정이 한데 섞인 그 목소리가 어쩐지 슬프게 들립니다.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 중얼거림을 끝으로, 이네스는 고개를 푹 숙입니다.

484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8:15:33

엘레나주도 안녕~ 쫀저~

485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8:43:43

"이네스!!"

이게 무슨 광경이죠? 저는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그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습니다.

"정신 차리세요! 뭐하는 겁니까?!"

그리고는 면전에다 대고 소리쳤어요. 이네스의 상태는 분명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나 호전적인 야수를 묶어두고 그 앞에서 무방비하게 앉아있다니요. 구속구도, 장치도 마냥 튼튼하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야수를 자극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구속구를 부수고 덮치겠지요.

"여기서 어서 나가도록 해요!"

등대지기로서, 그리고 하나의 사냥꾼으로서. 사람을 야수의 앞에 방치해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녀를 손을 붙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보려 했습니다.

486 엘레나주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8:47:04

야수로 변한 연인....인가!!! 어이어이 뭐냐구 이네스~~~ 대체 뭘 구하려 한거냐구~~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니라구 ㅜㅜㅜㅜ (엉엉ㅇ엉

487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9:41:00

"여긴 왜 왔어."

어깨를 붙들린 이네스의 표정에 짜증이 서립니다. 퍽 감정적인 목소리입니다.

"...손 치워."

곧 이네스가 엘레나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칩니다. 그러더니 제 발로 야수에게서 물러납니다. 자신은 완벽히 제정신이란 걸 보여주려는 것처럼요.

"당신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지?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야수를 묶어놓고 대화까지 하니 말이야."

그녀가 엘레나를 등진 채로 말합니다. 자조적인 비웃음이 그 뒤를 따릅니다. 야수는 여전히 이빨을 드러낸 채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가. 말해두는데, 저 야수는 건들 생각 하지 말아."

이네스의 날선 경고입니다. 어째서 야수를 감싸는 걸까요. 한때 사람이었던 것이라 해도 저것은 이미 야수가 되어버린 존재. 살려둘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488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20:11:30

"...아뇨. 당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야수의 울음소리와 구속구의 마찰음이 신경질적으로 지하실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조용히 대꾸했어요.

"오히려 일반적인 사람이죠. 잃어버린 사람을 그리워하고,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인간이요. 저도 그래요. 지금도 저희 대륙을 좀먹는 광증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일념만으로 이 로라시아에 건너왔죠. 그것이 헛된 걸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래요, 알고있어요. 그녀는 아마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것이겠죠. 이미 광증이 도져 변모한 이 야수가, 자신의 옛적 인연이라고 믿고있는 거예요. 저는 이런 사람을 아주 많이 봐왔습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점이라면 제게는 아주 조금의 시간이 남았다는 거예요. 해결책 없는 광증을 찾겠다고, 그 사실을 부정하며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저는 사냥꾼입니다. 그리고 심문관이 되어 등대를 지키기로 맹세한 자로서, 사람을 위협하는 야수를 그냥 못 본 채 두고 갈 수는 없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니 물러날 수 없어요. 이네스, 거기서 비키세요."

야수와 사람은 절대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핸드캐논을 뽑아 들고 레이피어를 쥔 팔을 펼쳤습니다. 그녀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저항한다면 힘으로라도 제압할 각오가 되어있었습니다.

489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22:50:46

"역시 사냥꾼이란 족속들은 다 똑같아."

이네스가 몸을 돌리며 말합니다. 드러난 눈에서 형형한 분노가 느껴집니다. 퍽이나 적대적인 태도입니다.

"당신을 잠깐이나마 믿었던 내가 어리석었지."

이를 악물며 그녀가 중얼입니다. 이네스도 엘레나처럼 광증의 치료법을 찾고 있다고 했었죠. 그녀가 엘레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 것도 전부 그런 동질감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호의가 오히려 독이 될 줄은 몰랐겠죠.

"나도 물러설 수 없어."

이네스는 아예 엘레나와 야수 사이를 가로막기까지 합니다. 그녀의 주변에서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옵니다.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희미한 기운들은 명백히 이네스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한편 엘레나가 무기를 치켜든 탓에, 야수가 더욱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합니다. 매어둔 구속구에서 날선 금속음이 울립니다. 야수의 울음도 점차 커집니다.

"당신이 루슬란을 해치게 놔두지 않아."

당장이라도 공격해올 듯 이네스가 손을 뻗습니다. 손아귀에 시커먼 어둠이 모여듭니다.

490 엘레나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0:56

아무래도 그녀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이는군요. 건조했던 태도에서 분노가 저를 향하는게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건 루슬란이 아닙니다...! 야수예요!"

저도 각오를 해야겠죠. 레이피어를 꺾어들고 핸드캐논을 쥔 손을 풀어 자세를 잡습니다. 제게는 퍽 익숙한 자세 중 하나였죠. 사람을 판결하는 것 또한 저희 심문관이 할 일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저라고 해도 제게 호의를 배풀어 준 사람을 판결대 위에 세우는 건 마음이 좋지 않아요.

"제발 이네스. 내가 무기를 휘두르게 하지 마세요."

저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간절하게 말해보았습니다만... 저나 그녀나 뜻을 굽힐 생각은 없어보였습니다.

491 엘레나주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1:21

ㅋㅋㅋㅋㅋㅋ 이거 맞나....?? (아리송

492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7:40

ㅋㅋㅋㅋ 뭔가 예상치 못한 전개긴 한데...? ㅋㅋㅋㅋㅋ

493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00:54:32

슬슬 피곤해져서 자러갈게! 좋은 밤 보내!!

494 엘레나주 (6RB7YGW1KE)

2022-10-16 (내일 월요일) 01:09:07

응~~ 낼 또 보자~~~~

496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18:07:10

"아니야!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이네스가 악을 쓰며 외칩니다. 그 눈빛에 광기가 서려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이들은 너무나 쉽게 돌변합니다. 그녀도 그랬습니다. 그건 더 이상 이네스라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이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이네스의 손아귀에서 검은 화살이 여러 발 쏘아져나갑니다. 그건 명백히 엘레나를 노린 일격이었습니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어둠들이 점차 형태를 갖춰갑니다. 사방으로 뻗은 촉수의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뒤틀린 술법은 마법조차 아닌 것 같았습니다. 촉수가 금방이라도 쇄도해올 듯 꿈틀댑니다.
하지만 야수의 몸부림도 더욱 거세집니다. 곧 금속이 파열되는 소리가 하나둘 들리며... 야수가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주둥이를 묶어놓았던 쇠사슬도 야수의 이빨에 처참히 으깨져버립니다. 그리고 야수는 제 앞을 가로막은 이네스에게 맹렬히 달려듭니다. 여러 갈래의 주둥이가 펼쳐집니다.

497 엘레나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18:30:51

순간 제 눈이 커다랗게 띄여졌습니다. 괴이하고 사악한 마법 때문이 아니라, 이네스 뒤에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요.

"젠장!!"

기어이 우려했던 최악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군요. 욕설을 내뱉으며 튀어나가 정면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녀가 날린 마법 화살들은 가능하면 전부 피하고 싶지만, 별 방법이 없다면 맞는 수 밖에요.

"나와!"

코 앞에 다다른 즉시 이네스를 힘있게 밀쳐서 자리에서 벗어나게 하려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시간은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곧바로 팔을 휘둘러서 손에 들린 핸드캐논을 격발시켰습니다. 바로 '루슬란'을 향해서 말이죠. 그 흉하게 갈라진 주둥아리에 탄환을 넣어 일격사를 노리고 싶었지만 급한대로 몸뚱이에 쏴서 움직임을 저지시키려는 시도가 최선이었어요. 여기까지는 모두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경황이 없었어요. 이네스응 어떻게 됐죠? 저는요? 루슬란은 제 탄을 맞고 뻗었을까요?

498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13:11:02

이네스의 화살들이 몇 개인가 엘레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쓰라린 통증이 느껴지지만, 지금 상황에서 신경쓸 만한 건 아닙니다.
엘레나의 행동에 이네스는 옆으로 나가떨어집니다. 그녀 뒤에 모여있던 어둠들도 일제히 흩어집니다. 힘없이 무너진 이네스의 몸이 파르르 떨립니다.

"루슬란..."

이네스가 중얼입니다. 아직도 그 맹목적인 광기에 사로잡혀있는 걸까요. 그 목소리는 웃는 것 같기도, 울먹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한편 탄환이 야수의 몸뚱아리에 박혔지만 야수는 전혀 물러나지 않습니다. 맷집이 생각보다 단단하거나, 극도로 흥분해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거나요. 탄환이 찢어발긴 살갗에서 검은 피가 콸콸 쏟아져나옵니다.
야수의 행동은 매우 재빨랐습니다. 엘레나가 핸드 캐논을 발포하는 것과 동시에 야수가 달려들었습니다. 그것의 시선은 이제 이네스가 아닌 엘레나를 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비대한 몸집이 엘레나를 깔아뭉갭니다. 방심하던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엘레나를 아래에 둔 야수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흘립니다.

499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13:12:04

어제는 좀 피곤했다... ㅋㅋㅋㅋ()
약간 완결형으로 써버렸는데 별로다 싶으면 말해줘!

500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18:19:25

몸이 야수에게 깔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섵불리 야수에게 접근한 탓이겠죠. 하지만 이네스를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이렇게 제압 된 상황에서 고작 한 명의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칼은 저지하는 힘이 좋지 않아 야수를 멈출 수 없고, 제 핸드캐논을 휘두르기에는 바닥이 벽이 되기 때문에 회전 반경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인건, 대처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처법보다는 발악과도 같은 것이지만요.

"큭...!"

저는 레이피어를 일부러 땅에 떨어트리고 양손으로 빠르게 핸드캐논을 쥐어 꽉 붙들었습니다. 팔을 쭉 뻗고서 눈 앞의 야수에 총구를 정렬합니다. 손가락으로는 방아쇠를 지긋이 감싸 힘을 실었습니다. 모든 심문관들은 핸드캐논을 정상적으로 격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원탭 정도는 휘두르지 않고 격발할 수 있도록 요령을 훈련하고 있죠. 보통의 화기들과는 정반대로 이런 상황에 취약해지니까요. 즉, 비상격발입니다.

"떨어져!!"

손가락 끝에 충분히 힘이 모였다고 생각됐을때, 저는 단번에 방아쇠를 짓눌러 제낍니다. 쇠뭉치와도 같은 핸드캐논의 격철이 탄환을 때리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손 안에서 불꽃과 커다란 소리가 일었습니다. 이번에는 저 갈라지는 아가리와 머리를 노리려 했습니다만, 비상격발은 조준선이 흔들려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니 이번 격발이 어떤 결과가 될지는 저도 모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501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18:21:35

갱신~~~~
이번에는 괜찮았는데 나중에라도 별로인 것 같다 싶으면 말해줄게 ㅋㅋㅋㅋ :3

502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0:37:42

야수가 엘레나의 머리를 향해 주둥이를 들이밉니다. 금방이라도 씹어 삼킬듯이요. 곧 핸드 캐논의 탄환이 야수의 목을 관통하고 그것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방으로 검은 피가 흩뿌려집니다. 고통스런 울음이 지하실을 가득 메웁니다. 하지만 야수가 뒤로 엉거주춤하게 물러서는 것도 잠시, 다시금 엘레나를 덮치려 듭니다. 뜯긴 살점에서 피가 질질 흘러나오는데도 야수는 멈추지 않습니다. 야수의 발톱이 엘레나를 향하는 그 순간.
야수의 사지가 무언가에 묶인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뒤늦게 제 처지를 알아차린 그것이 발버둥치지만, 보이지 않는 사슬은 더욱 세게 조여올 뿐입니다. 분노 어린 포효가 귀청을 찢을 듯 시끄럽게 울립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제서야 옆으로 시선을 옮기면, 야수에게로 한쪽 팔을 뻗은 이네스가 보일 겁니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광기는 사라지고 슬픔만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야수에게 술수를 부린 거겠지요. 입술을 몇 번 집씻던 이네스가 입을 엽니다.

"루슬란, 미안, 미안해..."

비통한 중얼거림입니다. 내밀었던 손을 내리며 이네스가 엘레나를 응시합니다. 그 눈가에 물기가 어른거립니다.

"당신이 끝내줘, 나는, 못 하겠어..."

그녀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옵니다.

503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1:26:26

"...이네스."

날아드는 발톱에 올렸던 반사적인 방어기재로 올렸던 팔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연약한 팔은 야수를 상대로 어떠한 자기보호도 할 수 없죠. 이대로라면 분명 찢겨졌던 것은 아마 저였을 겁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야수는 그 순간에 무언가에 걸린듯 전혀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야수를 끝까지 보호하려 했던 그녀 덕입니다. 다시 도로 구속 당한 탓인지, 탄환에 고통을 느끼는 탓인지 그저 분노로 가득한 이성 없는 밤야수의 포효 소리가 더욱 더 심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목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땅에 떨어트렸던 레이피어를 주워올렸어요.

"심문관의 이름에 따라, 그리고 그녀의 뜻을 정식으로 이어받아―"

그리고는 보다 확실히 끝을 맺기 위해 자세를 잡습니다.

"최대한 고통 없이 빠르게 심판을 진행하도록 하죠, 루슬란."

신체를 감싸듯 무기를 쥔 서로의 팔을 교차시키고서, 그 틈사이로 야수를 바라봅니다. 이 자세는 '심판의 자세'로, 강력한 수생 야수들을 단숨에 제압하기 위한 심문관들의 기본 자세 중 하나입니다. 구태여 이런 자세를 취한 것은 야수로 돌변하기 전의 루슬란에게 표하는 경의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어떤 이였는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는 지금의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네스에게 굉장히 소중했었다는 사람이라는 것은 압니다. 당장 저를 해하려 하면서까지 저지하려고 했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런 그와 그녀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심문관으로서 예를 표하며 숨을 거두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광증에 걸려버린 이상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말이에요.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겠죠. 비통하게 흐느끼는 그녀를 옆에 두고, 과거 '루슬란'이었던 광폭한 야수를 앞에 두고, 그 둘의 사이에 있는 저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무기를 꽉 쥡니다.

"편히 쉬시길."

레이피어를 시작으로 몸과 팔을, 그리고 핸드캐논의 반동을 타고 차례대로 회전하며 연속해서 휘두릅니다. 먼저 총성 한 발이 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두 발의 총성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저는 그렇게 탄창에 남았을 터인 나머지 세 발의 탄환을 급소에 고스란히 꽂아넣었습니다.

504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1:28:04

아이고 이네스 ㅜㅜㅜㅜㅜㅜ 훌쩍훌쩍....

505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2:04:24

야수의 울음소리가 뚝 끊깁니다. 그것의 목숨줄이 맥없이 끊어집니다. 야수가 맨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곧 야수의 사체는 천천히 스러져갑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야수는 이렇게 최후를 맞습니다. 몸뚱이가 연기로 화하며 다시 심연의 일부가 되는 겁니다.

"루슬란은... 내 하나뿐인 가족이었어."

주저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네스가 중얼입니다.

"부족에서 추방당한 나를 돌봐준 사람."

그녀의 표정에서, 이전의 무감정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정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광증에 걸린 루슬란을 내가 구해주겠다고 했었는데."

사라지는 야수에게서 그녀의 초점 잃은 시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치료법 따위는 없었던 거야..."

이네스는, 방금 전까지 야수가 쓰러져 있었던 지면을 매만집니다. 필사적으로 루슬란의 온기를 찾아보지만 돌바닥은 그저 차가울 뿐입니다. 그 사실이 그토록 서러웠던 걸까요. 그녀가 소리내어 울음합니다. 흐르는 눈물방울이 점차 굵어집니다.
루슬란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지만 이네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야수로 변한 그가 아직 살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언제나 비극입니다.

506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2:04:39

울지마! 뚝!()

507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2:07:49

그래서 진정했읍니다 (급침착

508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3:57:47

야수가 캐캐묵은듯한 검고 짙은 연기가 되어 허공 중으로 흩어졌습니다. 야수가 처음에 태어났던 곳으로, 심연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저는 줄곧 그것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네스..."

이네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저는 오열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앉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저는, 어떻게 보면 그들의 이야기에 비극이라는 형태로 마침표를 찍은 사람일테니까요.

"...당신과 루슬란에 대한 일은 진심으로 유감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로라시아의 사냥꾼이 아닌 저같은 이국의 사냥꾼의 손에 의해 거둬지게 된 것도 송구스럽게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나마의 진심이 어린 말을 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속이 타는 탓에, 저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래요. 저는 저의 여명을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하여, 광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심연과 맞서고 싶다고 생각해서 심문관이 된 거예요. 아까 제 고향 사람들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했었죠. 저는 그들을 광증에서 해방시키고 싶어요. 당신에게 일어난 것과 같은 비극을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서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설령 헛된 것이라 해도... 무를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그녀와 저는 완전히 방금 조우한 타인입니다만...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 전혀 남일 같아 보이지 않았어요. 사실 이런 일들은 제가 고향의 땅에서 수도 없이 마주했던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이번엔 제 차례가 됐습니다. 그녀가 루슬란을 잃은 것처럼, 저도 고향을 잃게 되는 것은 이제 시간과 싸우는 문제가 됐어요. 제 주변과 이 세상의 일들은 전부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러니 이네스, 루슬란은 비록 먼저 떠났습니다만. 당신은 유능한 마법 사용자잖아요. 진정 그가 바랬던 세상을 위해 그 힘을 써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녀의 이야기 중 한 장은 분명한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저는 이대로 끝나게 두고 싶지 않았기에, 슬퍼하는 그녀가 빛을 잃지 않길 바라며 그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것이 등대지기가 할 일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509 ◆POCYqa2/e6 (xCJe3RGHAc)

2022-10-18 (FIRE!) 03:34:56

엘레나의 말에 이네스가 울음을 멈춥니다. 훌쩍이며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이 발갛습니다. 새하얀 피부가 잔뜩 상기되어 있습니다.

"유능한 마법 사용자라고...?"

아직 가시지 않은 슬픔에 목이 잔뜩 메어있습니다. 이네스가 고개를 젓습니다.

"마녀 취급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지."

확실히 방금 전 이네스가 부린 술법들을 되새겨보면, 일반적인 마법이라기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로라시아에서는 주술이라고 하는 것들이죠. 이네스는 이전에도 마녀라 불린 적이 있었던 걸까요?
한탄하듯 말한 이네스의 눈에는 한 줄기의 빛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실감이라는 어둠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어둠이, 그녀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네스의 손이 바들바들 떨려옵니다.

"루슬란... 루슬란은 유능한 사냥꾼이었어."

문득 그녀가, 지난날을 회상하듯 입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난 항상 그를 닮고 싶었는데."

이네스는 울음을 삼킵니다.

510 ◆POCYqa2/e6 (xCJe3RGHAc)

2022-10-18 (FIRE!) 03:35:37

어느새 시간이... ㅋㅋㅋ() 자러갈게! 쫀밤!

511 엘레나 (1Qm4JiDI32)

2022-10-18 (FIRE!) 11:31:28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만.

"...그런게 무슨 상관인가요?!"

저는 버럭 소리치며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왜 그랬냐고 하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예에, 마법과 주술의 차이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이라고 보여지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저희 동쪽 대륙은 이렇게까지 마법을 사용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요! 그들은 제 주머니에 들어있는 전송석 하나만 가져가도 대단하다며 하루 온종일 함성을 지를 사람들이라고요!

"마녀건 마법 사용자건 제 눈에는 별반 다르지 않게 보여요! 대체 그것들이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거죠? 둘 다 자연의 섭리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들이잖아요!"

그리고, 네! 물론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지금 제 얼굴은 분명 빨갛게 상기되어 있겠죠! 어둠이 제 모습을 가려주길 바란적은 등대에 맹세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심문관이 이렇게나 불순한 생각을 하다니요...!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저는 그 어떤 사리분별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당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그 이상한 술법들을 익히고 연마해왔어요. 아닙니까? 그건 귀중한 시간들이에요. 그것들의 출처가 어떻게 되든간에 당신의 노력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거란 말입니다. 당신이 마녀든 뭐든, 그게 루슬란에게 당할뻔한 제 목숨을 살렸다고요. 제 말이 틀렸나요?"

말을 한 번에 너무 많이한 것 같군요. 하지만 답답했던걸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기술을, 그런 식으로 썩힐 생각을 하는 건 말이에요.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그런 것을 우선 자신부터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알아준다는 말인가요?
후우. 그런 답답함을 털어내듯, 저는 잠시 크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일단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왠지 속이고 있는 기분 같아 제 마음이 좋지 않으니까요.

"...제가 아는 황실의 의사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 광증을 연구하고 있어요."

루슬란의 이야기를 하며 울음을 삼키는 이네스를 바라보며 저는 조용히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어떤 생기도 광채도 자리잡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얘기했어요. 그녀도 귀가 있으니 제가 계속 나불거리면 어떤 방식으로든 듣겠죠.

"사실 전 지금 그와 뜻을 같이 해서 광증의 단서를 하나씩 파해치고 있는 중이였어요. 그래서 로라시아의 불모지인 례프 산맥에 오르기로 한 거예요. 이곳이라면 조금 특이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 이네스가 아직 광증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고, 유지를 이을 의지가 있다면... 제가 기꺼이 그에게 당신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굉장히 열의가 넘치고 믿을만한 학자예요."

그래요, 저는 이네스에게 제안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준다고 해도 되겠죠. 무엇보다 황실이니까요. 알비온의 그 커다란 인공태양도 구현해낸 황실이요. 물론 황태자의 첫인상은 조금 예외였지만, 적어도 황제와 멜리아나. 그들은 믿을만 해보였으니 말이에요. 심문관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뭐, 당장 결정하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저도 루슬란을 잃은 당신의 심정을 이해하는데다, 저는 단지 하루 잠시 머무르기로 한 식객일 뿐이니까요. 다만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 생각보다 인내심이 많지 않은 인간이라서요. 당신의 비극은 정말로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건에 묶여서 언제까지고 당신을 다독여줄 정도의 시간이 제게는 없습니다."

충격을 받은 사람인데, 조금 매몰찬 말이었을까요? 하지만 그게 제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말은 잘 못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어줍잖게 그들의 관계를 침범하여 아는 체 하는 것이 더 실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처음 마주하는게 아니니까요... 문득 과거의 그런 일들을 생각하니 열이 올라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게 됩니다.

"저는 하루 빨리, 저희의 땅을 좀먹고 있는 광증을 몰아내고 싶은 생각밖에 없습니다... 지금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에요. 그러니 제가 떠나고나서도 이 버려진 성에서 계속 울든 죽든 그건 순전히 당신의 마음입니다만―"

이네스의 앞에 앉아있던 저의 몸을 일으키고서는 옷을 가볍게 텁니다. 야수에게 그나마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들의 흔적은 남을 수 있어도 사체는 남지 않는다는 거죠.

"우선은, 이 거지같은 곳에서 일어서시죠."

정리할 필요도 없이 깔끔히 떠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저는 주저앉아 있는 그녀를 일으켜 줄 생각으로 손을 건네었습니다.

512 엘레나주 (1Qm4JiDI32)

2022-10-18 (FIRE!) 11:34:41

갱신~~~ 굉장히 늦은 시간에 답레를 올렸구나 ㅋㅋㅋㅋㅋ

513 ◆POCYqa2/e6 (xCJe3RGHAc)

2022-10-18 (FIRE!) 21:30:12

엘레나가 소리치고 열을 올려도 이네스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듣고 있기나 한 걸까요.
이내 내밀어진 엘레나의 손을 그녀가 가만히 바라봅니다. 초점 없는 시선이 퍽 무감정합니다. 그렇지만 이네스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마음이 꺾여버린 걸까요.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이네스가 마음을 다잡은 듯 주먹을 쥐어보이더니 엘레나의 손을 잡고 일어섭니다. 힘없는 몸짓입니다.
이네스는 엘레나를 등지고 먼저 비척비척 걸어갑니다. 그러다 문득,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발을 멈춥니다.

"...아까 했던 말은 생각해볼게."

이네스의 말은 그러했습니다. 황실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거겠죠. 적어도 흘려듣진 않은 모양입니다.

514 엘레나 (BMCs4s8nnI)

2022-10-19 (水) 01:34:36

"네, 얼마든지요."

힘 없는 발걸음을 멈칫거리는 그녀에게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시종일관 멍한 얼굴이었습니다만, 제대로 듣기는 한 모양이죠. 정신적 충격이 심할 겁니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을 주는게 좋아보이는군요. 몰아붙이는 건 좋지 않아요. ...네? 이미 몰아붙이고 있었다고요?
저는 그녀를 따라 지하실을 벗어나 성의 내부로 돌아갑니다. 그곳에는 아직 따뜻한 공기와... 식은 수프가 있죠. 일단은 식사부터 하고 잠들어야겠네요. 이제 례프 산맥의 초입일 뿐이었지만 어쩐지 굉장히 피곤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녀가 제안을 받아주면 좋을텐데요... 하지만 괜한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겠죠. 소중한 사람을 광증으로 잃은 여자에게 다짜고짜 협력 제의를 하다뇨.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격한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고 있었습니다.

515 엘레나주 (BMCs4s8nnI)

2022-10-19 (水) 01:35:30

이 다음은 아마 식사하는 단계일텐데~ 굳이 필요없다 싶으면 넘겨서 진행해도 되고? ㅋㅋㅋㅋ 그냥 편한대로 바로 아침으로 바꿔도 괜찮아~~~

516 엘레나주 (xc4/qyWUJI)

2022-10-20 (거의 끝나감) 00:09:42

캡틴 혹시라도 잇기 힘들면 말해줘~~

517 ◆POCYqa2/e6 (P.vxQibB96)

2022-10-20 (거의 끝나감) 16:01:31

말없이 자리 비워서 미안해!! 왠지 기력이 없고 글이 잘 안 써져서... ㅠㅠㅠ 엘레나주 답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구 내 고질적인 문제라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ㅠ 최대한 빨리 이어보도록 할게

518 엘레나주 (IXYhjiosAY)

2022-10-20 (거의 끝나감) 18:15:18

캡틴이 힘들구나... ㅜㅜ
으으음~ 글이 안 써진다면 억지로 써도 좋지 않으니까 조금 쉬었다가 하면 어때? 아니면 일정 부분까지 스킵해도 좋구~

519 ◆POCYqa2/e6 (P.vxQibB96)

2022-10-20 (거의 끝나감) 21:31:10

그럼 염치불고하고 조금 쉬다 와도 될까...! 흑흑 부족한 캡틴이라 미아내...

520 엘레나주 (SHrCFA5kcw)

2022-10-20 (거의 끝나감) 21:48:11

좋아~ ㅋㅋㅋㅋ 그럼 서로 일주일동안 쉬다 오는 걸로~? 어때??

521 ◆POCYqa2/e6 (P.vxQibB96)

2022-10-20 (거의 끝나감) 22:04:14

좋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ㅠ 그동안 쉴새없이 달렸으니까 엘레나주도 푹 쉬자구!

522 엘레나주 (fSMN4BXOIg)

2022-10-21 (불탄다..!) 00:00:23

아냐~~ ㅋㅋㅋㅋ 캡틴이 힘들게 돌리면 나까지 힘들어진다구... 무엇보다 서로 재밌자고 하는거기도 하고?
그럼 일주일 뒤에 스레에서 보는 걸로~~!! 마치 도원결의 처럼 재소집이닷!!!!

523 엘레나주 (4GwSJGHPBo)

2022-10-28 (불탄다..!) 00:04:25

그날인가!!!!! :3 먼저 갱신해두겠다구~~~

524 ◆POCYqa2/e6 (fnSb20ottw)

2022-10-28 (불탄다..!) 17:30:44

엘레나주는 그동안 잘 지냈을까?
기다렸을텐데 답레 못 가져온 거는 미안해
쉬면서 생각해봤는데 내가 진행하는 거에 어느 순간부터 부담을 느끼고 있더라고
슬럼프가 온 것도 사실 그거 때문인 거 같아
아무래도 스토리 흐름이나 사건을 준비해둔 게 거의 없으니까...
게다가 세계관에 구멍이 많아서 그런지 구멍 메꾸는 것도 힘들고 흥미도 잃어가고 ㅠ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진행하자니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도 않구 엘레나주한테도 민폐일 거고...
이건 전부 내가 부족한 탓이니까 혹시라도 엘레나주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고민해봤는데, 정말 염치없는 말이지만 스레를 여기서 중단해도 괜찮을까...?
다른 방식으로라도 이어가볼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또 같은 실수를 할까봐... 그게 걱정스러워서. 그러면 또 폐 끼치게 되는 거니까
나도 너무 아쉽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ㅠㅠㅠㅠ
오랜만에 왔는데 무거운 얘기 꺼내게 되어서 정말 미안해

525 엘레나주 (PDknnpaDs.)

2022-10-28 (불탄다..!) 18:39:58

음~~~ 일단 전혀 무겁지 않아! 왜냐하면 사실 나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거든 ㅋㅋㅋㅋㅋㅋ 저번에 진행하면서 캡틴 힘들어보이기도 했구...
그게 나쁜 건 전혀 아니지! 더군다나 캡틴은 진행같은건 처음이라고도 했으니까? 심적 부담도 많았을거고
그거랑은 별개로 많이 아쉽긴 하네 ㅋㅋㅋㅋ ㅜㅜㅜ 캡틴의 세계관이나 설정도 맘에들고 엘레나도 사실은 예에에엣날에부터 굴리고 싶었던 캐릭터이기도 해서.... 그리고 캡틴이나 나나 게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여차하면 역할을 바꿔서 캡틴에게 세계관 설정을 빌리고 반대로 내가 캡틴을 진행해주는.... 그런 것도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이건 캡틴한테 실례겠지 ㅋㅋㅋㅋㅋ
그래서 음~ 결론은 중단해도 괜찮아 나도 캡틴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돌리고 싶지는 않은걸

526 ◆POCYqa2/e6 (5rK.c/PWnY)

2022-10-28 (불탄다..!) 19:27:37

이해해줘서 고마워 엘레나주 ㅠㅠ 그럼 중단하는 걸루...
나도 역시 아쉽긴 해...! 엘레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진행시켜보고 싶었는데 너무 무리였나봐 ㅋㅋㅋㅠ
그동안 놀아줘서 정말정말 고마웠어!! 가끔씩 조언도 해줘서 엄청 도움 됐었고
언젠가 다른 곳에서 익명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엘레나 시트는 하이드 해둘테니까 다른 곳에서라도 재활용해도 돼! 엘레나주 항상 즐상판하길 바라!!

527 엘레나주 (4A7ZJp0fGA)

2022-10-28 (불탄다..!) 20:25:13

나야말로 잠시나마 놀아줘서 고마웠다구~~~~ 즐거웠다!!! ㅋㅋㅋ 담에 또 어디선가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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