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제 말에 전부 긍정했습니다. 하지만, 대산맥에 사는 사람이 일부러 이런 마을까지 내려 올 일이란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들에겐 저주와도 같은 광증을 연구하고 있다니 상대는 아무래도 학자같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의사인 걸까요?
"그, 그런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안 그래도 저는 그것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까요."
...잠시나마 기대했던게 사실입니다만, 그 사실은 상대가 알지 못하도록 감추고 말했습니다. 그럼 그렇죠. 광증의 치료법이라는게 이렇게 쉽게 나올리가 없죠. 여기서 그녀가 긍정했다면 오히려 저는 의심했을 거예요. 그리고는 심문관으로서 심문을 시작했겠죠... 그럼 결국 또 뭔가요, 저만 피곤해지는 일 아닌가요! 하지만 가만있자, 황실을 떠나기 전 멜리아나가 제게 해주었던 말이 재상기 되었습니다. 그때의 황녀는 제게 동료를 언급했었죠. 그리고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저는 분명하게 동행은 필요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동행, 하는건 어떻습니까?"
저는 잠시 뒤, 낯선 그녀에게 넌지시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그야 그녀는 제가 가야 할 목적지에서 일부러 거슬러 온 사람인걸요. 거기에 례프 산맥의 사람들은 굉장히 배타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금은 의미심장하긴 하지만, 비록 당장 광증에 대한 힌트는 없어도 이 여자와 동행한다면 귀찮고 사소한 문제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죠.
의외군요.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저의 제안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주다니요. 어쩌면 그녀는 례프 산맥의 사람들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편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여자의 말대로라면 어쩐지 빚지는 기분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요.
"그럼 당분간 잘 부탁드리죠. 그리고 저는 '당신'이 아니예요."
뭐, 별 수 있나요. 이방인에다 사명을 짊어진 제게는 그렇게 선택권이 많지 않습니다. 시간이라는 인질도 잡혀있는 몸이니까요. 쉬운 길이 있으면 골라두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분은 명확하게 밝혀두는게 좋겠죠. 언제까지고 저렇게 부르게 둘 수는 없을테니까요. 저는 자세를 다시 가지런하게 고쳐세우고 말합니다. 심문관은 항상 고결해야 하니까요.
"동쪽 대륙에서 온 심문관인 아지무 엘레나라고 합니다. 서로 동행하게 된 처지이니 부디 편한대로 부르시길."
이네스는 그렇게 말하곤 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갑니다. 곧 둘은 마을을 벗어나 한참을 걸어야 했습니다. 마을을 등지고 산맥 쪽으로 나아가니 작은 언덕들이 나타납니다. 등불조차도 놓여있지 않은, 사람의 흔적이랄 것도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사방을 비춰주는 건 달빛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걸음을 멈춘 이네스의 손에서 불씨가 피어오릅니다. 자그마한 불꽃들이 서로 뭉쳐 이윽고 큰 불길이 일어납니다. 주변을 밝혀주는 화염은 이네스의 손아귀 안에서 맹렬하게 타오릅니다. 마법의 일종일까요? 광원을 확보한 그녀는 다시 걸음을 재촉합니다. 이네스는 그 후로도 말 한 마디 없었습니다. 둘은 어느덧 산맥의 초입까지 다다랐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올려다본 대산맥이 상당히 가파른 게, 무작정 산을 타고 올라가기엔 힘들어 보입니다.
"이쪽에 버려진 갱도가 있어. 산맥 중턱까지 이어지는 곳이야."
이네스가 입을 엽니다. 그녀는 여전히 불꽃을 손에 두른 채 익숙하게 길을 찾아나섭니다. 그녀가 다다른 곳은 대산맥의 가장자리를 파고들어간 동굴이었습니다. 그 말대로 광산처럼 보이는 곳입니다. 버려진 탓인지 그 안은 어두컴컴했지만요.
"야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곧 이네스가 앞장서서 갱도로 들어갑니다. 인위적으로 파놓은 티가 나는, 상당히 넓은 동굴입니다.
역시 제국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오지인건가요. 조명이 하나 없는 산길의 초입이 어두웠습니다. 그런데, 이네스 당신 마법 사용자였나요? 범상치 않아 보이는 분위기이기는 했습니다만, 이렇게 구체적인 마법을 다루는 모습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인지라... 저도 모르게 불꽃을 일으키는 그녀에게 눈이 계속 갔습니다. 그렇지만 광원은 저도 있는걸요. 이 여자에게 지고만 있을 수는 없죠. 벨트에 얹어두었던 휴대용 랜턴을 손 안에 들어 올립니다. 그러면 저의 행동에 반응하여 순백의 불빛이 퍼져나가면서 제 주위를 밝힙니다. 이건 평범한 랜턴이 아닙니다. 이것 또한 심문관의 무장들과 위상을 같이 하는 특별한 장비죠. 로라시아에서도 아마 이런 물건을 찾아보기는 힘들걸요?
"근처에 보이면 경고하도록 하죠."
문명화 되지 않은 지역인 만큼 꽤나 출몰이 잦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이 산맥의 야수들은 어떤 습성을 띄고 있을까요. 그러고보면 아직 로라시아의 야수와 맞닥뜨린 적이 없습니다. 물론 마차 안에서 광증 환자를 보기는 했지만... 그러고보면 그때의 부인이 잘 처리했을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금 걱정됩니다. 역시 다소 강경하더라도 제 손으로 해야했던 일일지도요. 그것을 위해 있는 심문관이자, 사냥꾼이니까요. 등 뒤를 따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네스가 마을에 홀로 있던 것도 생각납니다. 분명 그녀는 산맥을 가만히 바라보며 서있었죠.
갱도의 넓은 공터를 지나니 길이 급격히 좁아집니다. 여러 갈래로 뻗친 길들을 따라 이네스가 앞장섭니다. 갱도 내부엔 여러 도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발 밑으로 시꺼먼 벌레 무리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이 광산이 방치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합니다. 어두운 굴 내부를 두 불빛이 환하게 비춥니다.
"대산맥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뿐이야."
이네스의 대답은 간결했습니다. 사실 그녀도 외지인이니, 마찬가지로 마을에서 환영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별 용건은 없었겠죠. 계속 걷다 보면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납니다. 슬슬 고도가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길이 높아서 힘들만도 한데, 이네스는 지친 기색도 없이 오르막을 쭉 올라갑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아까와 같이 평평하고 너른 공터가 보입니다. 사방은 여전히 돌무더기로 막혀있긴 하지만요.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야수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불빛을 비추자 발 아래로 벌레의 무리가 물결처럼 지나갔습니다. 이 갱도, 사람이 있었던 흔적은 보이지만 지금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것 같네요. 갈수록 더욱 험한 길이 이어졌지만 바깥의 산길을 그대로 오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네스가 없었다면 어둠 속에서 이런 길은 찾기조차 어려웠을지도 모르죠. 웬만한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제 고향이... 종말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네스는 제 물음에 간결하게 답했습니다. 저 또한 그랬어요. 광증의 치료 방안을 찾으면 해피엔딩. 그렇지 못하면 전멸. 동화 만큼이나 간단한 이야기죠. 문제는, 세상의 상황이 거의 후자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없어요."
그렇게 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한 고집일까요.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짊어진 것은 그런 사명이었습니다.
"그랬구나." 엘레나의 대답에 이네스는 가볍게 호응합니다. 둘 사이에 일순 침묵이 감돕니다. 그 적막을 깬 건 다시금 입을 연 이네스의 목소리였습니다.
"내게도 구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
이네스가 말합니다. 그녀가 광증 치료의 실마리를 찾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까요. 둘은 공터를 지나 계속 나아갑니다. 오르막이 나타나고 방금 전보단 덜 험한 길이 이어집니다. 비좁지 않고 적당히 넓은 굴입니다. 그리고 엘레나는 무언가 다른 기운을 눈치챕니다. 지면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땅 속을 헤집어놓는 것처럼요. 이네스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듯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구해야 하는 사람인가요. 그렇다면 저희는 각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광증의 실마리를 찾아 해매고 있는 거군요. 그녀는 얼핏 보아선 무뚝뚝 해보이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심문관들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다들 냉정하고 무섭게 보여도 사실은 남을 생각하고 있죠. 뭐, 그렇다고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냐고 물으면, 제 입으로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이네스, 거기 서세요."
그리고 저는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습니다. 반대손으로는 벌써 레이피어를 뽑고 있었어요. 굴 안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서 퍼지는군요. 그건 중요한게 아니죠. 그녀도 느끼고 있었을까요?
"무언가가 있어요."
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진동이에요. 이건 단지 지진같은게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네스는 엘레나의 부름에 우뚝 멈춰섭니다. 진동의 근원은 점점 빠르게, 둘이 있는 곳으로 다가옵니다. 땅의 울림도 점점 격해집니다. 끝내는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요. 비틀거리던 이네스가 한발짝 물러납니다.
"야수야."
이네스가 침착하게 말합니다. 엘레나도 예상했을 그것이 맞습니다. 인기척을 감지하고 사냥에 나선 모양입니다.
"싸우는 수밖에 없어."
가야할 길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 달려 도망치기엔 무리인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 땅 속 야수와 전면전을 벌이는 수밖에요. 지면이 요란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흙과 자갈더미가 튀어내립니다. 엘레나와 이네스 사이의 땅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꿈틀댑니다. 곧 바위가 쪼개지는 굉음과 함께 야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뱀의 모습을 한 야수였습니다. 비늘은 날카롭게 세워져 가시처럼 솟아있고 주둥이에는 입 대신 예리한 큰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야수의 몸통 절반은 아직도 땅에 파묻혀있을 정도였습니다. 뱀 야수가 뚫고 나온 구멍에서 몇 개의 머리가 모습을 더 드러냅니다. 먼저 나온, 제일 큰 머리가 목을 고무줄마냥 늘입니다. 그러더니 곧장 엘레나에게로 주둥이를 뻗어옵니다.
엄청난 크기의 야수입니다. 이건... 뱀의 형태로군요. 역시 이 산맥은 그들이 말하던 것처럼 그냥저냥 만만한 산이 아니었어요. 들어선지 얼마 걷지도 않아 이렇게 마주하게 되다니요. 이런 야생 환경의 야수들은 보다 호전적인 경향을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덤벼오는 모습이군요. 저는 재빠르게 스텝을 밟아 뱀의 주둥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즉시, 뽑아 들고 있던 레이피어를 휘둘러 그 머리를 갈라놓으려 했어요. 가벼운 견제입니다. 그러나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제 검날은 아주 날카롭거든요.
"이네스, 제가 당신 걱정까지는 안 해도 되겠죠?"
손에 들고있던 랜턴을 벨트에 매달며 조금 큰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무래도 야수가 땅에서 튀어나오면서 그녀와는 서로 갈라진 모양이었으니까요. 산을 오르기 전부터 그렇게나 기세등등했던 여자였으니 큰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요.
먹잇감을 놓친 야수의 큰턱이 딱딱 마주부딪힙니다. 엘레나가 레이피어를 휘두르지만 솟아난 비늘들이 두껍고 단단한 탓에 큰 타격은 주지 못했습니다. 뱀의 등 뒤로는 또 다른 머리 둘과 이네스가 대치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불을 두른 팔에서 무수한 불꽃이 튀어오릅니다. 야수의 비늘에 불이 옮겨붙지만 불꽃들은 제 힘을 다하지 못하고 금세 꺼져버립니다.
"당신 목숨이나 잘 간수해."
이네스가 목소리를 높여 대꾸합니다. 살짝 까칠하게도 들리는 말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게 큰 대수인가요. 제 목을 다시 수축시킨 야수가, 이번엔 머리를 땅 속으로 밀어넣습니다. 쪼개진 흙과 바위가 사방으로 튑니다. 이내 다시금 땅이 울립니다. 이번엔 아래에서 습격하려는 모양입니다. 야수의 머리가 땅을 헤치고 다가오는 게 엘레나에게도 느껴집니다. 재빠르게 행동하면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덧붙여 땅에 파묻힌 야수의 목이 무방비하게 방치되어 있으니, 다가가서 공격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비늘이 꽤 단단하군요. 단순히 칼로 베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힘들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보다 무른 부분을 치는 수밖에요. 마침 후속 공격을 준비하는 듯이 야수가 땅에 머리를 처박기 시작했습니다. 땅에서부터의 공격은 기습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본체는 무방비해지기 마련이죠. 게다가 저는 야수를 사냥하는 사람이에요. 이정도는 별로 놀랍지도 않아요! 바닥을 박차고 야수의 몸으로 재빠르게 달려갔습니다. 계속해서 움직이면 이 야수가 예측이라도 하지 않는 한 쉽게 공격을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뱀의 목 부분이 보이네요. 이쪽이 물러보이는군요. 여길 찌르면 과연 어떨까요. 가까이 접근한 저는 쏜살같은 속도로 검을 두어번을 휘두릅니다.
엘레나가 빠져나가기 무섭게, 그 자리에 야수의 머리가 솟아오릅니다. 엘레나가 레이피어를 휘두르자 야수의 목에서 시꺼먼 피가 터져나옵니다. 단단하지 못한 비늘과 가죽이 칼질에 속절없이 찢겨나갑니다. 야수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틉니다. 그 여파로 흙과 자갈이 사방팔방 튑니다. 하지만 야수의 상처가 재생되는 건 금방이었습니다. 베인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합니다. 본래 야수는 재생력이 뛰어나지만, 이 뱀 야수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까다로운 적이네요. 지면을 뚫고 나온 야수는 다시 목을 늘려 엘레나를 잡아채려 합니다. 한편 이네스 쪽의 머리들은 그녀가 무슨 수를 썼는지,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옴싹달싹못하고 있습니다.
제 손에 들린 순백의 검은 뱀 야수의 목을 완벽하게 갈라냈습니다...만, 그다지 효과는 없는 모양이군요. 좀 더 정확히는, 유효한 상처를 입혔지만 그것이 무용할 정도로 너무나 빠르게 재생하고 있었습니다. 이래서는 얼마나 상처를 입힌들 결과는 똑같아요. 그렇다면 머리를 죽여야죠. 하지만 제 칼은 단단한 비늘을 뚫기에는 역부족인걸요. 때마침 회복을 마친 야수가 다시 지면을 뜷고 제게 공격을 가해오고 있네요.
"흥."
그러나 공교롭게도 제 무기는 레이피어 뿐만이 아니랍니다. 야수가 목을 늘려 제게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를 감아두르려는 모양인데요. 그리고 저 또한 반대쪽 빈 손을 벨트에 가져가고 있었죠. 가죽 홀스터 위에 손을 얹어둡니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오면... 그래요, 바로 지금.
―투쾅!!
귓구멍을 애는 듯한 굉음이 갱도 안을 가득 매웠습니다. 만약에라도 소리가 마을에까지 퍼져나간다면 이 소리를 들어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야수의 울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직 야수와 이단을 말살하기 위해 쇳덩어리로 태어난 작은 야수. 지금 제 손에서 연기를 흘리고 있는건 그런 물건이니까요. 예에, 저는 그것을 이 짧은 사이에 격발시켰습니다. 홀스터에서 무기를 뽑는 즉시 휘두르면서 총구의 사선이 접근해오는 야수의 머리에 일치했을 때 널널해진 방아쇠를 당긴다. 대구경의 순은 탄환을 야수를 향해 떄려박고 나머지 회전 반경으로 팔을 타고 전해져오는 무거운 반동을 흘려낸다. 이것을 최소 0.5초의 시간으로 해낼 수 있으면 당신도 꽤 훌륭한 심문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기술은 저희 사격술을 이루는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것이에요. 퀵드로우는 심문관의 소양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외지인이라고 깔보면 마시죠."
그건 야수에게 뱉은 말이었을까요 그녀에게 하는 말이었을까요. 아니면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무례한 사람들에 대한 작은 울분 표출이었을지요. 어찌되었든 중요한 사실은, 고결한 심문관인 제가 야수를 사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뭐어뭐어~ 그림 자체는 그냥 특징 넣고 ai 돌리면 나오는거니까~ 산맥 사람에다가 마녀니까 털 코트를 입은 차가우면서 신비로운 인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 눈가림 머리랑 키 크다는 묘사 보고 엘레나보다는 조금 성숙한 느낌일 것 같다~~ 하고 돌린거야 :3 ㅋㅋㅋㅋ
격발음과 함께 큰 머리가 터져나갑니다. 검은 피와 살점이 사방팔방 튀어나갑니다. 엘레나의 탄환은 야수를 단순히 찢거나 뚫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터트려버렸습니다. 머리를 잃은 목이 힘없이 곤두박질칩니다. 한편 야수의 등 뒤에서도 살점을 으깨는 듯한 굉음이 들려옵니다. 이네스와 대치하던 뱀 두 마리가 육편을 흩뿌린 채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뱀의 머리들은 이미 으스러져서 처참한 몰골을 한 지 오래였습니다. 야수의 몸통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걸로 끝일까요?
"다른 야수들이 몰려올 수도 있어. 서둘러야 해."
이네스는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만약 야수들이 더 있다면, 그들을 전부 상대하는 것보다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탄환에 직격당한 뱀 야수가 분쇄됩니다. 본래 수생 야수들을 상대하는 물건을 평범한 야수가 맞아버렸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쓰러진 야수의 파편과 몸통을 눈으루 훑고는 이네스의 말을 따라 이곳을 벗어나려 했어요. 무장은 이대로 손에 들고갑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둘은 야수의 사체를 뒤로하고 빠르게 굴을 헤쳐나갑니다. 다행인지, 다른 야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많은 편이지."
이네스가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대답합니다. 하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니 야수가 많을 수밖에 없겠죠.
"산맥에도 야수가 자주 나타나니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야 해."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을 유지합니다. 이후로도 이변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오르막을 올라가자 다시 평평한 공터가 나타납니다. 둘은 공터를 지나 쭉 직진합니다. 공기가 차가워진 걸 보니 고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슬슬 지겨울 무렵, 마침내 이 긴 갱도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굴 저편에서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들어옵니다. 달빛 비추는 풍경이 흐릿하게나마 눈에 들어옵니다. 엘레나와 이네스는 곧 동굴을 벗어납니다. 높고 어두운 하늘, 무수한 산봉우리들, 눈 덮인 풍경, 그 모든 것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둥그런 보름달이 온 대지를 어슴푸레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흐으으음~~ 캡틴이 혹시 힘들거나 하면 진행 뒤에 쉬는 텀을 가지는건 어때? 지금까지는 진행만 거의 무호흡으로 해왔는데 진행파트 한 챕터를 끝내면 잠시 끊고 진행한다거나~ 일상파트를 따로 나눠서 돌린다거나? 그러면 불필요한 씬은 바로바로 넘길 수도 있고 남는 시간동안은 나랑 얘기 나누면서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의견 나눠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