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20093> [1:1/다크 판타지] ℕ𝕀𝔾ℍ𝕋ℝ𝕀𝕊𝕀ℕ𝔾 - #1 :: 527

◆POCYqa2/e6

2022-09-20 01:45:16 - 2022-10-28 20:25:13

0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1:45:16


“𝙰𝚝 𝚗𝚒𝚐𝚑𝚝 𝚠𝚎 𝚊𝚛𝚎 𝚊𝚕𝚕 𝚜𝚝𝚛𝚊𝚗𝚐𝚎𝚛𝚜, 𝚎𝚟𝚎𝚗 𝚝𝚘 𝚘𝚞𝚛𝚜𝚎𝚕𝚟𝚎𝚜.” ─ᴀʟᴇxᴀɴᴅᴇʀ ᴍᴄᴄᴀʟʟ sᴍɪᴛ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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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5:50:32

황녀라지만 그녀는 멋 부린 드레스도, 화려한 복식도 차려입지 않은 모습입니다. 여느 시민처럼 평범한 옷을 걸친 채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을 뿐이죠.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엘레나가 그리 간청하자 황녀는 쩔쩔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제게 격식 차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입니다. 방금 전, 단장이 그녀를 부를 때도 어떠한 존칭을 붙이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엘레나 씨를 돕고 싶으니까요. 아니, 꼭 도와드릴 거에요."

곧 그녀는 엘레나에게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렇게 선뜻 나서주는 이유는 그녀 역시 광증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보아왔기 때문이겠죠.

"그럼 정식으로 인사해야겠죠? 저는 멜리아나 레인 로에그리아, 황가의 둘째이자 장녀에요. 부디 잘 부탁드려요."

황녀, 멜리아나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합니다. 그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카산드라도 한 마디 거듭니다. "잘 됐군. 황궁에 가서는 부디 자네가 원하는 걸 알아내길 바라지."

"아무튼, 바로 출발하시겠어요?"

309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6:40:24

막상 이렇게 얘기하니 황녀는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이었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의 저는 외지인인 입장이고 부탁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물며 한 제국의 황녀라는 사람이니까요. 사실은, 저희 대륙엔 통치나 외교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건지도 스스로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 소녀는 틀림없는 황녀였어요. 제 소개를 굳이 다시 할 필요는 없겠죠.

"네, 따라가도록 하죠."

황실...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그리고 그들은 광증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요. 제국의 황녀를 따라나서는 순간에도 저는 조금 궁금해지고 있었습니다.

310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6:41:52

약간 서민 스타일을 좋아하는 황녀님이신건가~~~ 후후후후

311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7:29:47

멜리아나는 남매에게 인사하고는, 엘레나를 이끌고 사냥단 거점 밖으로 나섭니다.

"황궁은 이 광장 지구의 북쪽, 사유 지구에 있어요."

둘은 골목을 나와 중앙의 대로변으로 나옵니다. "조금 머니까 열차를 타야 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합니다. 열차라면 아까 엘레나가 보았던 큰 쇳덩이를 말하는 거겠죠.

"동쪽 대륙은 어떤 곳인가요? 궁금해요."

멜리아나가 앞서서 길을 안내해주는 도중, 그렇게 물어봅니다. 그녀 역시도 궁금한 게 많겠죠.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가면, 곧 넓은 길가에 깔린 철로와 기차역이 나타납니다. 철로 위에는 아직 열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312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7:30:38

이래뵈도 황녀님은 사냥꾼 지망생이지 ㅋㅋㅋㅋ

313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8:20:43

"동쪽 대륙 말입니까."

궁금하겠죠. 오랫동안 교류라고는 없던 땅에서 온 사람입니다. 작은 여관을 운영하는 주인도 제게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었는데, 한 제국의 황녀라면 오죽할까요.
어쩌면 여기서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제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따로 지침을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요. 흐음, 아예 돈까지 받아버리면 어떨까요? 장사치는 아니었지만 지금의 제 사정은 완전히 궁핍 그 자체입니다. 수입원을 만들어두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죠.
뭐, 물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냥 훈련에 열심히 힘쓰고 있던 황녀님께는 무료로 해드리겠지만 말이에요. 문득 훈련장에서 짚단 인형을 두들기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살짝 웃고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곳, 로라시아와는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좁은 곳이에요. 그리고 알비온보다는 낙후됐지만 제가 지나온 다른 지역보다는 사정이 낫죠. 땅의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잠잠할 때는 하늘을 담은 수면이 넘실거리고 달에 비춰서 은빛으로 빛나죠. 시간에 지나 파도가 격해지고 물이 차오르면 이제 거기서는 심연에서 사는 야수들이 하나 둘 씩 기어나와요. 그것들이 둥지를 튼 수면 아래 뿐 아니라, 우리의 땅도 모조리 차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동대륙인을 구원할 것은 바다 안개마저도 꿰뚫고 나가는 빛과... 놈들을 부수는 무거운 대포들 밖에는 없죠."

어느덧 저는 무심코 벨트에 매달린 홀스터에 손을 가져가 핸드캐논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저희 땅의 정수가 담긴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요. 말 그대로 대포를 소형화 시킨 야수 사냥의 무기입니다. 손이 닿기만 해도 만에서 쾅쾅거리며 우레같은 굉음을 토하는 화포들의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저희 등대지기와 사냥꾼들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고향의 땅을 지키기 위하여 영혼을 갈고 닦으며 힘쓰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움직인다 한들, 광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바람에..."

뒤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대로라면 기다리고 있는 건 제 고향의 전멸이라는 결말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현재진행중이기도 했습니다.

314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8:21:31

엩 그런거였어?? ㅋㅋㅋㅋㅋㅋ 재밌는 설정이잔아!

315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0:57:43

"동대륙에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엘레나의 말에 멜리아나는 슬픈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이 넓은 로라시아에서도 백성들이 광증으로 고통받는데, 하물며 땅이 더 좁은 동대륙은 얼마나 힘들까요.

"하지만 엘레나 씨는 꼭 해내실 수 있을 거에요.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도 오셨잖아요."

멜리아나가 단언하듯 엘레나에게 말합니다. 물론 상황이 마냥 희망적인 건 아니지만, 그녀는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저희도 광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래도요."

그러더니 그녀는 머쓱하게 웃어보입니다.
둘은 어느새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잠깐을 기다리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차가 정차합니다. 열차의 문이 열리자 인파가 우르르 빠져나옵니다.

"열차, 도착했네요. 어서 타요."

멜리아나가 앞장서서 열차에 오릅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은화 몇 푼을 꺼내 승무원에게 건네고 빈 좌석에 앉습니다. 엘레나더러 앉으라는 듯 옆자리를 통통 치네요.
열차 내부는 깔끔했습니다. 넓은 창문으로 바깥 풍경이 훤히 보입니다. 차려진 좌석들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도 있고, 사냥꾼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인도, 허름한 옷을 대충 걸친 일꾼도 보였습니다.

316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0:58:56

재밌는 설정인가 ㅋㅋㅋㅋㅋ 자세한 건 직접 알아가보구~

317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1:38:10

로라시아도 광증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터예요. 저희 나라가 앞서서 몰락의 위기에 처한 만큼, 어쩌면 이 아이에게 황녀로서 나라의 걱정을 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저에게 먼저 용기를 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는 나름 뚝심이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실천할 수 있을 만큼의 행동력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그녀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되니 최근 내내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멀었군요. 살풋이 웃어보입니다.

"그렇겠죠. 말씀 감사합니다. 으음, 그러니까..."

그녀를 무심코 '황녀님'이라고 부르려다가 발언을 물렀습니다. 이곳의 황녀는 너무 격식을 차리는 건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요. 그런 그녀를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는 사이에 그녀를 따라 열차 안으로 올랐습니다. 그 거대한 철덩어리 안에 이런 좌석들이 마련되어 있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만 몰랐던 거라고요? 먼저 자리를 잡고 가볍게 두드리는 옆자리로 몸을 이끌고 가서 앉힙니다. 이곳은 완전히 별세계군요. 덕분에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낯설어 보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신사와 사냥꾼, 여행객이나 노동자까지. 그러다 문득 저 자신은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우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굉장하네..."

저는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황녀가 듣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야, 이런 것들은 제가 온 땅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요. 새삼 제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고 있었는지 느꼈습니다.

318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1:38:58

사냥은 아무래도 궂은 일이니까 말이지 :3 ㅋㅋㅋㅋ 의외로 황녀는 터프한 성격일지도....?

319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2:35:16

"그냥 멜리아나라고 부르셔도 돼요."

엘레나가 호칭을 고민하자, 멜리아나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굉장하죠? 아직은 키옌에만 있지만 훗날엔 로라시아 전역에도 열차가 보급될 거에요! 이래뵈도 열차는 제국의 3대 발명품 중 하나니까요. 다른 건 도시를 밝게 비추는 인공 태양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대의 발전된 문명을 있게 해준 마공학 기술 그 자체에요."

멜리아나는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신나서 떠들고 있습니다. 엘레나의 또래 소녀지만, 지금 보면 어린아이 같기도 합니다.
"출발합니다!" 승무원이 크게 소리치고 곧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느리지도 않은 속도입니다. 무척 큰 쇳덩이인데도 희한하게 잘 움직이네요. 창 밖으로 도시의 풍경이 느리게 지나갑니다. 마차와는 또 다른 생경한 느낌이 들겠지요.
열차가 나아가면 나아갈 수록 바깥의 거리 모습도 점점 달라지는 게 보입니다. 고딕 양식의 높은 건축물들이 웅장하게 솟아있는 광경입니다. 광장에서부터 보았던 하늘의 빛이 점점 밝아지기도 하네요.

320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2:36:31

ㅋㅋㅋㅋㅋ 터프하기보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거에 가깝겠지만~

321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3:31:24

"―그럼 멜리아나로."

승무원이 출발한다며 소리치자 객실 -이렇게 부른다는 건 꽤나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 덜컹거리며 흔들렸습니다. 저는 문득 깜짝 놀라서, 움찔거리며 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고 말았습니다. 열차가 움직이는 것 뿐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런 것도 모르는 거였죠. 멜리아나의 설명에 의하면 이 열차가 바로 제국의 굉장한 삼대 발명품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확실히, 그렇네요."

창 밖으로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이 눈에 흘러옵니다. 제가 아는 모든 마차보다 엄청난 차이가 나는 정도로 빠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모든 인원을 수용하는 거대한 철 덩어리가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놀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이건 왠지, 두근두근 하네요. 제 고향 사람들에게 이런 물건을 알려준다면 엄청나게 흥분하겠죠. 그들은 굉음이 나는 철붙이랑 불꽃과 연기를 좋아하니까요. 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럼 멜리아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묻겠습니다만."

이번엔 제 차롄가요? 저 또한 그녀에게 아직 궁금한게 있었습니다. 사실은, 아주 많았지만 우선은 이거겠죠.

"왜 황녀가 밤사냥단 같은 곳에서 야수를 사냥하는 연습을?"

멜리아나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습니다. 질문이 이렇게 되었지만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군요. 이건 단지 순수한 궁금증이었기 때문입니다. 알비온 제국의 황녀나 밤사냥단을 욕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요. 단지 황녀가 제국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 완전한 이국에서 온 저도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322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3:33:38

아아~ ㅋㅋㅋㅋ 확실히 그럴수도 있겠네... 귀족이구먼~ (댕청
그리고 멜리아나 엘레나랑 또래였구나!!! :3 몰랏서...! 훨씬 어린애인줄 알고있었는데 ㅋㅋㅋㅋ

323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00:19:09

"헤헤."

멜리아나는 자랑스럽다는 듯 웃어보입니다. 제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엘레나가 질문해옵니다. 멜리아나는 잠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미소짓습니다.

"그건 당연히, 사냥꾼이 되고 싶어서죠."

그녀는 그리 대답합니다. 사냥꾼은 대륙 어디에서든 존경받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귀족, 그것도 황제의 피를 이어받은 자가 편안한 삶을 버려가면서까지 위험한 사냥에 뛰어들 이유는 없습니다. 하더라도 알량한 명예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겠죠.

"제국을 돌보는 건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일이니, 저는 사냥꾼이 되어 제국의 백성들을 지키려고요."

그렇지만 멜리아나의 목적은 그런 시시한 것 따위에 비견될 게 아닙니다. 그녀는 뭇 백성들의 위에 군림하는 황족으로써 그들 모두를 수호하고 싶어합니다. 고귀한 혈통을 타고났음에도 그녀는 그 책무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황궁에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게 질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멜리아나가 실없이 웃습니다.
쉴새없이 달려가던 열차는 어느새 멈춥니다. 열차가 정차한 곳은 또 다른 역이었습니다. 승객들이 내리면, 다른 사람들이 다시 탑승합니다. "이제 다음 역에서 내리면 돼요." 멜리아나가 그리 설명합니다.

324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00:20:14

ㅋㅋㅋㅋㅋㅋㅋ 성인이 막 됐다고 했었으니까~ 정확히는 19살!

325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01:31:59

자러갈게!! 내일 보자~

326 엘레나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04:27:46

자신의 조국을 자랑스러워 하는 미소군요. 아주 바람직해요. 저 또한 같은 마음이기에 알 수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냥꾼이 되고 싶어한다는 마음을 보여줬어요.
그렇지만 그것이 제게는 조금 의아하게 다가왔습니다. 비록, 심문관이 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바쳐온 저입니다. 그렇기에 설득력은 떨어집니다만... 그리고 그것에 후회는 일절 없습니다만.
―사냥꾼의 삶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쌍수들고 환영만 할 일은 아닙니다. 물론 사냥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경의를 표해야 마땅하죠. 하지만 동시에 사냥은 틀림없이 힘든 일이며, 일반적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위험이 매번 뒤따르는 일입니다. 매번, 어쩌면 죽을 때까지 그것과 마주해야하지요. 가장 최악인 것은 그 죽음이 자신이 그다지 바라던 방식의 죽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거고요.
예에, 저는 알고있습니다. 사냥꾼을 위협하는 건, 단지 야수뿐만이 아님을. 그것도 아주 물릴 정도로 알고 있지요.

"하지만, 황녀로서 백성을 위할 수 있는 일도 충분히 많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런 말들을 당장 저를 돕겠다는 황녀 앞에서 모조리 할 수는 없었습니다.
황녀와 황실의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전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평범한 주민들과는 다른 고귀한 혈통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땅 위의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해 이어지고 있는 특별한 핏줄이지요. 저희의 땅에는 그런 혈통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야수를 상대할 수 있는 강한 자들만이 땅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지금껏 이상한 구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단지, 이 거대한 제국에 입성하고 황녀를 만나고 나서는 우리의 땅에도 백성을 다스리고 통솔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였던가요.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자신의 자리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진취적입니다만, 심문관인 제가 보기에는 밤바다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어요.
어쩌면 제가 그녀를 너무 얕잡아보고 있는지도요. 정작 본인인 저는 그걸 가장 싫어하는데도 말이에요.

"제가 멜리아나를 감히 걱정 하는건 실례가 될까요?"

멜리아나가 마음을 정했다면 제가 뭐라 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이 도시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밤사냥단의 단장도 그녀를 순순히 가르치고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그녀의 각오를 조금 더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고개를 살짝 돌려 멜리아나 쪽으로 눈으로 시선을 주며 물었습니다.

327 엘레나주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04:28:39

으어어어 늦게줘서 미안하이~~~ 일어나서 보자 캡틴!!

328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17:15:40

엘레나의 의문에, 멜리아나도 덩달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됩니다.

"물론 많겠죠.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곧 그녀는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엽니다.

"작년 한 해동안 야수에게 목숨을 잃은 사람만 수천 명에 달해요. 집계되지 않은 사례까지 따지면 더욱 많겠죠."

그런 만큼 야수는 인류의 최대 적입니다. 그렇지만 멜리아나는 어째서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제가 황녀로서 백성들에게 물심양면의 지원을 수없이 베푼다 한들 그들은 야수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지 못할 거에요."

그건 단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백성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바라보고, 지키며 도와주고 싶기 때문이었죠.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냥꾼이 되어 야수에게 위협받는 백성들을 조금이라도 구할 거에요."

그녀가 가슴께에 손을 올립니다. 그 행동에서 굳센 결의마저 느껴집니다. 물론 그 말대로 의미없는 행동이 될지도 모릅니다. 야수는 인간이 번식하는 것처럼 심연에서 끝없이 튀어나오고 있으니까요. 단순한 사냥 행위로는 그들의 수를 줄이기엔 몹시 힘듭니다. 그렇지만 멜리아나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 희망이 말도 안 되고 헛된 것이라 할지도요.

"물론 사냥이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이란 건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정도는 각오했고요."

목숨을 걸겠다는 위험한 각오 없이는 사냥꾼이 되기 힘듭니다. 그리고 멜리아나는 철없이 꿈꾸기만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죠. 그녀도 오랜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니 엘레나 씨는 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말이에요."

멜리아나가 살풋 웃어보입니다.

329 엘레나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18:45:41

소녀가 저에게 들려준 뜻은 한 때의 치기 어린 혈기같은 것보다도 더욱 위대한 것으로, 그 일념은 백성들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사냥꾼들은 이런 원대한 뜻을 가지고 야수 사냥에 함께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실력에 상관없이 단지 야수 사냥이 돈벌이가 나쁘지 않으니까, 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혹은 야수 사냥에 따라오는 명예나 존경같은 겉치레만 보고 뛰어드고 속물들도 절대 적지 않은 편이었죠.
그러나 이 아이에게서는 그런 것보다도 훨씬 다부진 각오가 엿보입니다. 눈에서 그걸 읽을 수 있었어요.
그야, 저는 심문관인걸요. 그녀는 틀림없이 황녀로군요.

"후후... 그렇습니까."

그때 제가 흘린 웃음은 아마 최근들어서 가장 자연스럽게 지어보인 웃음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무심코 그녀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 머릿결을 쓸어주었습니다. 황녀의 몸에 손을 대는 건 어쩌면, 굉장히 무례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일은 까맣게 잊고 말이죠.

"제가 그만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말았군요."

마치 예전의 저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렇게, 한 때는 심문관이 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사냥의 전선에 뛰어들었던 적이 있었죠. 그녀도 그녀가 바라는, 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배제할 수 있는 어엿한 사냥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네, 황녀라는 직함이 아닌 무기를 들고 야수를 사냥하는 하나의 동료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아직 움직임이 서툴러 보이던데요, 멜리아나."

대답을 듣고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말투가 살짝은 허물어진 상태로 약간의 익살을 담은 장난스런 말을 그녀에게 건넸습니다. 검창으로 열심히 짚단들을 패고있던 모습이 다시금 떠올라 그녀를 따라 살풋 웃었습니다.

"그곳의 단장은 어떤가요? 제대로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나요?"

그곳이라면 물론 밤사냥단입니다. 그곳의 단장, 카산드라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조금은 궁금해졌기 때문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르치는 것과 실력은 별개이기도 하고요.

330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20:12:11

엘레나의 손길에, 멜리아나는 다시금 새침한 웃음을 흘립니다. 이럴 땐 참 사랑받기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네요.

"아니에요, 엘레나 씨가 걱정해주시는 것도 이해는 돼요.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처음엔 그러셨으니까요."

생각해보면, 황녀의 그런 결정에 대해 황가에서도 많은 소란이 일었을 겁니다. 그래도 그녀가 어떻게든 그들을 설득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겠죠.

"아직 견습생이니까요. 더 노력해야겠죠!"

엘레나의 농담엔 투지를 불태우며 강한 의지를 내보입니다. 정말 앞날이 기대되는 꿈나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카산드라 씨는 훌륭한 사냥꾼이시고, 저에게는 또 좋은 스승이세요. 그런 분의 가르침은 당연히 빈틈이 없어요. 저도 그분 같은 사냥꾼이 되고 싶어요."

카산드라는 사냥꾼으로서도, 스승으로서도 완벽한 인재인 모양입니다. 멜리아나가 이렇게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걸 보면요.
열차는 어느덧 멈추기 시작합니다. 승무원이 이번 역은 사유 지구라고 소리치는군요. 멜리아나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제 도착했어요, 어서 내려요." 그녀는 엘레나를 이끌고 열차를 내립니다.
사유 지구라고 불리는 이곳은, 그야말로 굉장한 곳이었습니다. 웅장한 저택이 한 채도 아니고 여러 채, 길가마다 이곳저곳 세워져 있었습니다. 민가들만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삭막하게까지 느껴지던 거주 지구와 다르게 가로수와 풀밭도 간간히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엘레나는 아까 전부터 도시를 비춰오던 것의 정체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저택들 사이에 높이 솟아있는 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상공에 띄워진 황금색 구체가 보일 겁니다. 그 덕인지, 사유 지구의 풍경은 마치 신화 속의 낮과 같았습니다. 이는 불완전하게나마 어둠을 몰아낸 인류의 걸작이었습니다.

331 엘레나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21:15:33

"잘 됐군요. 앞으로도 그렇게 정진하시길."

저는 자랑하듯이 말하는 멜리아나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검창이라는 무장도 단장인 그녀가 쥐어준 것일까요. 저희 땅에는 냉병기 하나만 가지고 사냥에 나서는 이는 전혀 없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땅의 사냥꾼들이 일하는 방식은 본 적이 없군요. 언젠가는 볼 수 있을까요? 좋은 점이 있다면 서로 공유해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서로 수다를 나누는 사이에 열차는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짧지만 즐거웠어요. 그리고 그 검고 커다란 철마차에서 내린 순간, 저는 또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세상에..."

밤사냥단의 거점에서 홀로 나서려 했던 제 생각이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인지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제가 방금 막 떠났었던 거리도 굉장히 잘 꾸며져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사유 지구는 아예 차원이 다른 곳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엄청나게 커다란 광원과 밝은 하늘이 말이에요.
이건 마치 신화속의 그림이 아닌가요. 저는 거기에 압도당해 감탄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저뿐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살고있고, 여기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멜리아나, 저게 그 방금 말한 인공 태양인가요?"

황실이 있는 곳이라 범상치 않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이었어요. 저런 빛나는 구체가 하나 있기만 해도 저희 땅은 좀 더 살기 좋아질 텐데 말이에요.

"척 보니, 멜리아나가 아니었다면 저는 입장도 못 했겠네요."

332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23:23:45

"네, 맞아요. 멋지죠!"

멜리아나가 신난 듯 대답합니다. 그러더니 그녀는 인공 태양에 대해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합니다. 인공 태양은 천문대라는 건물에서 관리하고, 순수한 마력의 힘으로 운용된다네요. 그 역사는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헤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에요. 키옌의 모든 거리는 누구에게든 개방되어 있으니까요."

말은 그렇지만, 누가 감히 귀족들의 거리에 발을 들이겠나요. 명목상으론 그렇지만 이 사유 지구에 방문하는 행인들의 수는 극히 적었습니다. 지금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평범한 시민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는 걸요.

"이제 황궁으로 가요. 잘 따라오시고요!"

멜리아나는 괜시리 걱정되는 듯 당부의 말을 전합니다. 그도 그럴 듯이, 이곳엔 희한한 것들이 많아 시선을 쉽게 떼기 어려웠습니다. 우뚝 솟은 시계탑이라던가, 각자의 개성을 지닌 저택들이라던가요. 방금 전의 광장 지구와 달리 행인은 별로 없었지만 하나같이 치장을 잔뜩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곁에는 시종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요.

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꺾고, 계속 직진하자 마침내 거대한 건축물이 나타납니다. 그 건물은 높은 지대 위에 세워져선 제 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계단이 놓인 오르막은 길게 펼쳐져 있고, 주변을 활보하는 기사들도 다른 곳보다 더 많습니다.
필시 저기가 황궁일 겁니다. "저기가 황궁이에요." 멜리아나도 저쪽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황궁은 우아하고도 화려한 외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뾰족이 솟은 첨탑이 사방에 세워져 있습니다. 계단의 끝, 황궁의 입구는 육중한 철문 한 쌍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 옆을 지키는 근위병들이 흐트러짐 하나 없는 정자세로 입구를 지킵니다.
멜리아나가 계속해서 엘레나를 이끌고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의 수가 좀 많네요. 계속해서 올라간 끝에 둘은 황궁의 정문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정문 옆의 두 기사가 멜리아나에게 깍듯이 경례합니다.

"어서오십시오, 황녀님! 헌데 동행하신 분은...?"

둘 중에 키가 더 큰 쪽이 그녀에게 의아하다는 듯 물어봅니다.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이에요. 황궁에 볼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신분은 제가 보증할 수 있으니 들여보내주시겠어요?"
"그렇습니까..."

대답을 들었음에도 기사는 미적지근한 반응만 할 뿐이었습니다. 곧 그가 아무래도 의심스럽다는 듯 엘레나를 흘겨봅니다. 황녀가 신분을 보증하겠다고 하는데도 왜 그러는 걸까요.

333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23:26:35

약간 뒷북이지만 인공 태양은 이런 모양~ 스카이림 블랙리치 지역의 구조물인데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지 ㅋㅋㅋㅋ

334 엘레나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23:55:10

사유 지구는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시시해지는 커녕,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로라시아 대륙에 보물창고가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지요. 황궁은 그 중에서도 특출난 것이었습니다. 귀한 몸이 있는 곳이니 저렇게까지 화려한 것도 당연하겠지요. 어쩐지 예전 동화나 신화에서나 보았던 그림을 직접 보게되니 굉장히 현실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계단이 조금 많군요... 거점을 등대로 두고있는 저야 괜찮지만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방문조차도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르다가 철푸덕 넘어질지도 모르죠. 계단을 전부 오르니 문지기 기사 둘이 저를 가로막습니다. 물론, 그들은 그것이 일입니다. 수상한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는 거요. 하지만 멜리아나가 저를 보증을 했음에도 이런 눈으로 보고 있는 건 왜일까요. 제가 그렇게 못미더워 보인다는 겁니까?
조금, 답답해졌어요. 헛기침을 하고서는 단호하게 뜬 눈으로 기사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동쪽 대륙에서 온 심문관, 아지무 엘레나입니다. 로라시아와의 교류를 위해 바다를 건너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뭐,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진실이죠. 제 신분도 진실이고, 로라시아에서 광증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건너왔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다만 이런 기사들이 그런 자세한 내막을 알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알아 들었으면 이만 실례하죠."

무시나 괜한 오해를 받는 걸 특히나 싫어하는 저는, 날카롭게 말하면서 가로막는 기사를 가볍게 밀치고 지나가려 했습니다. 물론 멜리아나도 데려와야죠. 이제보니 지금의 저는 조금 까탈스럽네요. 하지만 저 스스로는 본래 부드러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접근조차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죠. 멜리아나도 혹시 저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나요.

335 엘레나주 (PaGMNO/nNs)

2022-10-03 (모두 수고..) 23:57:34

오~~~ 스카이림하면서 저런 건 못봤는데 ㅋㅋㅋㅋ 혹시 DLC지역인가??
뭔가 내가 생각한거랑 비슷하면서도 달랐네!!! :3 나는 블본의 그 커다란 발광뇌 같은거 ㅋㅋㅋㅋㅋㅋ 생각하고 있었거든... (

336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00:36:27

DLC...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해 ㅋㅋㅋㅋㅋㅋ 아니었던 거 갗기도 하구...? 발광뇌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만 자러 갈게! 좋은 밤 보내!!

337 엘레나주 (yFe3K7fdNQ)

2022-10-04 (FIRE!) 01:00:51

나 dlc없이 바닐라만 했으니까 말야~~~ 아마 그렇지 않으려나....?! 사실 나도 가물가물해 ㅋㅋㅋㅋㅋ
응응~~~ 잘 자고 낼 보자!! 이제 드디어 황궁 입성인가!!!!

338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13:43:48

기사들을 지나친 엘레나는 곧 문 앞에 도달합니다. 멜리아나가 말 없이 그 뒤를 따릅니다. 기사들이 쑥덕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황녀가 또 문제를 일으키려고 한다느니, 이래서야 황실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지겠다느니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척 봐도 무거워보이는 이 철문 한 쌍은 어떻게 열어야 하는 걸까요. 그래도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문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열렸습니다. 방문자를 알아보고 스스로 문을 열어주는 걸 보아하니 밤사냥단의 거점에서 봤던 것과 같은 마법인 모양입니다.
황궁의 내부는 온통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방에 금칠을 해놓아서 어디를 보아도 눈이 부셨습니다. 몹시 사치스런 느낌이 듭니다. 중앙에는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계단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한 나라의 통치자가 기거하는 곳에 알맞은 화려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멜리아나는 아까 전과 달리 잔뜩 위축된 모습입니다. 황궁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도 모자랄 판에요.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해요."

그러더니 돌연 자신이 사과를 합니다. 방금 전의 소란 탓입니다.

"근위병들이 저렇게 행동하는 건 저 때문이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 탓이라고 해도,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말이죠.

"사고를 좀 많이 쳤었거든요."

도대체 어떤 종류의 사고를 쳤기에 기사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정도일까요.
멜리아나는 그렇게 침울한 모습을 보이다, 다시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려 노력합니다.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퍽 어색합니다.

"여기 앉아계세요.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올게요."

그녀가 홀 한켠에 주르륵 놓인 등받이 의자를 가리킵니다.

339 엘레나 (yFe3K7fdNQ)

2022-10-04 (FIRE!) 14:41:33

황궁은 놀랍도록 사치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어딜 보아도 금빛으로 가득한데다 번쩍거려, 눈을 두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런 장소를 와보는 건 처음이라 이상한 기분이 드는군요. 한편 멜리아나는 자신의 집에 돌아왔음에도 그다지 신나보이지가 않네요. 방금 보였던 저의 거친 태도 때문이겠죠. 왜 그녀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할까요. 저를 가로막은건 저들인데 말이에요.
몸을 돌려 서서는 허리를 살짝 굽혀 멜리아나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보란듯 미소 지어보이면서 말이죠.

"멜리아나 탓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침울해 하는 얼굴은 어울리지 않네요. 역시 그녀에게 사냥꾼은 어울리지 않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운차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멜리아나의 머리칼을 쓸어주었습니다.

"그럼 저는 기다리도록 하죠. 다녀오시길."

줄지어 놓인 의자 중 아무 것이나 다가가 몸을 앉힙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죠. 아버지... 라고 하는 건 분명 이 제국의 왕을 말하는 거겠죠. 어떤 사람이려나요. 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340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16:22:55

멜리아나는 엘레나를 보며 웃다가, 뒤돌아서 계단들을 성급히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녀는 열린 문 뒤로 사라집니다.
황궁은 웅장한 것 만큼이나 거느리는 종들도 많았습니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하인과 시녀들이 이곳저곳에 있었으니까요.
그녀가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다리는 것도 슬슬 지쳐갈 무렵, 드디어 계단 위 문이 열리고 멜리아나가 걸어나옵니다. 그녀는 얼굴 가득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보아도 황제와의 대화가 잘 끝난 모양입니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엘레나에게 뛰어옵니다.

"아버지가 엘레나 씨를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어서 알현실로 들어가요!"

멜리아나는 다시 엘레나를 이끌고 알현실로 향합니다.
알현실 역시도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벽에 뚫린 큰 창문들 너머로 사유 지구의 모습이 비추어집니다. 높은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알현실 중앙에는 화려한 왕좌마저 놓여있었습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을 중심으로 양옆에 기사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멜리아나가 지나가니 역시나 절도있는 경례를 합니다.

"아버지는 지금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계세요. 곧 있으면 행차하실 거에요."

멜리아나가 눈을 빛내며 말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귀신같이 알현실의 문이 열립니다. 황제가 벌써 도착한 걸까요? 뒤를 돌아보면 건장한 체격의 젊은 남성이 보입니다. 멜리아나는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뜹니다.

"저희 오라버니에요. 장차 황제가 되실... 그러니까 황태자세요."

그녀가 엘레나에게 그리 속삭입니다. 황태자는 둘이 서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엘레나를 노려봅니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멜리아나는 허리를 숙입니다. 문득, 그의 시선이 멜리아나를 향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을 모두 압도해버릴, 그런 기세입니다.

"소문이 돌더군. 네가 또 누군지 모를 사람을 데려왔다고."

341 엘레나 (yFe3K7fdNQ)

2022-10-04 (FIRE!) 17:03:26

무릎에 팔을 받치고 턱을 괸 자세로 하인과 시녀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이 담긴 어항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생각보다도 더 오래 걸리는군요. 방금 멜리아나가 했던 말도 그렇고, 오히려 쫓겨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황실은 사실상 대륙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여기서 쫓겨나면 저는 대체 어디로 가야할까요. 그런 걱정을 하니 입에서는 실소가 나왔습니다. 곧 멜리아나가 저를 데리러 오는 바람에 그런 쓸데 없는 걱정은 전부 사라졌지만요.
알현실이라는 곳도 정말 으리으리하군요. 고작 한 사람만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서있다니. 제가 바깥에서 여기까지 오며 봐온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겠죠. 그리고, 멜리아나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하자마자 문이 열립니다. 굉장한 눈빛이네요. 하지만 기세라면 저도 지지 않아요. 멜리아나와 저에게는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실례네요.

"누군지 모를 사람이 아닙니다. 심문관이에요."

멜리아나 대신에 황태자라고 하는 그에게 그렇게 대꾸했습니다. 그래요, 고결한 심문관이요. 우수한 사냥꾼이기도 합니다. 보란 듯이 고개를 빳빳히 치켜들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동쪽 대륙에서 온 아지무 엘레나라고 합니다."

이 땅에 온 이래로 이 소개만 거의 입이 닳도록 하고 있는 것 같군요. 어쩔 수 없죠. 저는 그만큼 먼 곳에서 왔고, 먼 곳까지 건너왔으니까요.

"부디 안심하시길. 괜한 소란을 피울 생각은 없으니까요."

뭐, 어디까지나 저쪽에서 먼저 건드려오지 않는다면- 이지만요.

342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19:13:43

황태자는 엘레나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멜리아나를 질타하듯 쏘아보았습니다.

"이번엔 외지인, 그것도 로라시아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인간이라. 그래, 황실의 사생아를 데려온 것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군."

그는 명백히 멜리아나를 나무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말에선 이방인에 대한 혐오가 분명히 느껴집니다.

"오라버니! 저는 분명 아버지께 허락을 받았어요. 아버지도 이분을 황궁의 손님으로써 대접하시겠다고도 하셨고-"
"하지만 아버지의 허락을 받기 전부터 다짜고짜 황궁으로 들어온 건 맞지 않나. 허락을 받지 못했다면, 외부인을 황궁에 들인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그랬지?"

멜리아나가 발끈하며 반박하지만, 황태자는 단박에 그녀의 말을 끊으며 언성을 높입니다.

"그건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지금 와서 이랬으면 어쩔 거냐, 가정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어쨌든 아버지가 허락해주셨잖아요."

그런 말에도 황태자는 그저 코웃음칠 뿐입니다. 곧 그의 시선이 다시금 엘레나를 향합니다.

"도대체 멜리아나는 당신의 무슨 면을 보고 그리 맹신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가 팔짱을 끼며, 비소를 머금습니다.

"외지인은 믿을 수 없으니 말이다."

343 엘레나 (yFe3K7fdNQ)

2022-10-04 (FIRE!) 20:52:18

'사생아라고요?'

그 말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황실자체를 모욕하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황녀라면 황태자의 여동생 아닌가요? 멜리아나가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과오가 있던간에 저렇게 쏘아붙이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글쎄요, 로라시아 황태자의 생각보다 황녀가 좀 더 안목이 뛰어난 재목이었나 보죠. 안 그런가요?"

하지만 제가 굳이 열을 올릴 필요는 없겠죠. 곧 있으면 황제가 알현할 겁니다. 저는 그에게 받아치듯 냉소로 일관했습니다.

344 엘레나주 (yFe3K7fdNQ)

2022-10-04 (FIRE!) 20:52:55

아 ㅋㅋㅋㅋㅋㅋ 황태자 폭언 마려운거 꾹 참았다... ㅋㅋㅋㅋ

345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22:01:08

"건방지군."

황태자의 표정이 일순 일그러집니다. 제 품위를 깎아내리는 말에 강한 적대감을 내보입니다.

"황태자에게 감히 그런 말을 지껄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가 우습다는 듯이 내뱉습니다. 확실히, 제국에서 황족을 모욕하는 건 중죄입니다. 하지만 먼저 시비를 건 건 저쪽인데 말이죠.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당장 네년의 목을 매달아버리는 건데. 네 고향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예의도 안 가르쳐주는 모양이지?"
"에드릭!"

황태자가 위협과 모욕을 들먹이기 무섭게 문 너머로 성난 고함이 들려옵니다. 곧 두 호위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중년의 남성이었습니다. 황태자 또한 키가 컸지만, 그는 그런 황태자보다도 더욱 큰 키와 다부진 풍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가 걸친 옷은 무척 화려했고 그의 걸음걸이에서도 넘치는 기품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분명, 이 알비온 제국의 황제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내가 맞이할 손님에게 무슨 개짓거리를 하는 거냐. 아주 눈에 뵈는 게 없구나."
"하, 저 여자는 이방인입니다. 제국에 득될 거 없는 인간이란 말입니다. 아버지께서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내가 판단한다. 썩 꺼지지 못할까!"

짧은 말싸움 끝에 황태자는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는 대놓고 불쾌하다는 듯 코웃음까지 치며 알현실을 나섭니다. 이걸로 소동은 일단락된 걸까요. 황제가 호위들을 물리고 왕좌로 나아갑니다. 왕좌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한숨부터 내쉽니다.

"오자마자 좋지 않은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네. 외지인만 봤다 하면 저렇게 버릇없어지는 놈이라."

이 도시에는 이방인을 좋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은근 있는 듯했습니다. 수도에 처음 들어와서 본 주점 주인도, 심지어는 황태자마저도 그러니 말입니다. 다행히 황제는, 말이 통하는 상대인 것 같습니다.

"먼저 인사하지. 로라시아 대륙에 자리잡은 알비온 제국의 13대 황제, 벨레인 우르스 로에그리아라고 한다."

왕좌에서 일어난 황제가 가슴께에 손을 짚으며 상체를 숙입니다.

"그대는 동쪽 대륙의 심문관이라고 하였지? 그 먼 곳에서 로라시아까지 찾아온 용건이 무언가."

346 ◆POCYqa2/e6 (fR1l6HATEw)

2022-10-04 (FIRE!) 22:02:34

원래 주먹 마려운 캐릭터로 설정했으니까...? ㅋㅋㅋㅋㅋ 혹시라도 도가 너무 지나치면 못난 캡틴을 혼내줘()

347 엘레나 (yFe3K7fdNQ)

2022-10-04 (FIRE!) 23:07:15

황태자의 얼굴이 찌푸려지는군요. 눈빛에서 강렬한 적대감이 느껴집니다. 이 제국에 살고있는 이라면 누구든지 저 모습 앞에서 벌벌 떨며 엎드리겠죠. 하지만 이상한 일입니다. 지금의 저는 비릿하게 웃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예에, 사람 말을 하지 못하고 짖는 야수에게 경의를 표하는 법은 따로 배우지 않았거든요. 공교롭게도 저희 심문관은 인간과 야수를 기가 막히게 구분하고 사냥하는 특기가 있답니다. 신경쓰이신다면 한 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거기서 저는 제 벨트에 매인 레이피어를 드러내며 자루에 손을 살짝 가져다 대었습니다만, 곧 엄중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손을 치울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요, 이제 황제님이 행차하신 거지요. 어쩔 수 없지요. 기술 시연은 다음으로 미루는 수 밖에요.

"아뇨, 황태자님 덕에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당찬 매력이 있으신 분이네요."

제 고개가 문득 황태자가 물러난 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를 비롯한 제가 마주한 알비온의 사람들은 외지인을 곱게 여기지 않는 듯 했습니다. 이유라도 있는걸까요.

"동쪽 대륙에서 건너 온 심문관, 혹은 등대지기. 아지무 엘레나입니다. 황제님과 비하면 미천한 이방인 신분입니다만, 부디 편한대로 불러주시길."

황제의 환대에 맞추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존중을 표하는 커트시를 해보입니다. ...만, 이건 제가 이론적으로 담아두기만 한 지식이라서 제가 제대로 인사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이런 귀족들이 보기에는 이상해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땅의 방식으로 인사하기에는 오해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황제가 제게 용건에 대해 물어옵니다. 마침내 이 때가 왔군요. 이번에는 부디 괜찮은 답이 나오기를 빌어봅니다. 그리고, 멜리아나가 저를 올바르게 데려왔기를 바라는 수 밖에요. 저는 주변에 있는 그녀에게 한 번 시선을 주고는, 왕좌 위의 황제를 올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제님의 황녀께서, 황실에서는 광증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는 말을 제게 전해주시고 낯선 땅에서 방황하는 저를 여기까지 친히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연구를 제가 도울 수 있도록 황제님께서 허해주시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돕는다라는 건 사전에 얘기 되어있지 않은 사항이었지만, 그건 순전히 제가 지금 즉석에서 떠올린 발상이었습니다. 이 편이 저의 유능함을 어필 할 수 있는데다가 도움을 먼저 청하는 걸로 나중에 보상으로 협력을 요구 할 수 있을테니까요. 최대한 격식을 차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 덤입니다. 나름대로 전략적인 접근이었죠. 꽤 괜찮지 않은가요? 후후훗.
뭐, 물론. 황제가 제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가능한 얘기지만요...
...하지만 귀한 이방인의 말을 그냥 무시하지는 않겠죠?!

348 엘레나주 (yFe3K7fdNQ)

2022-10-04 (FIRE!) 23:09:28

아냐 ㅋㅋㅋㅋ 엘레나도 한 성깔하는 캐릭터니까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이런 황족이 하나 나올거라고 생각했어! 재밌다~~~!!!! (?

349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01:04:49

"그래, 멜리아나에게서 전해들었다. 광증의 해결법을 찾고 있다고."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합니다. 멜리아나는 초조한 표정으로 엘레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릴지 걱정하는 거겠죠.

"아지무 공이 들은 대로, 황실의 일원이 광증을 연구하고 있는 건 사실이네."

황제의 손가락이 왕좌의 팔걸이를 톡톡 두드립니다.

"헌데 그의 연구는 몇 년동안이나 진척이 없어. 물론 이방인인 그대가 협력해준다면, 어쩌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황제는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엘레나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생각하는 겁니다. 엘레나가 이방인임을 차치하고서라도, 오늘 처음 본 사람을 순순히 믿긴 어려울 겁니다. 그의 침묵이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곧 헛기침과 함께 황제가 입을 엽니다.

"그래, 허락하도록 하지. 멜리아나가 그대를 믿으니 나도 그대를 믿는 거라네."
"잘 됐네요!"

멜리아나가 활짝 웃습니다.

350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01:05:32

ㅋㅋㅋㅋㅋㅋ 재밌으면 다행이고~

351 엘레나 (ruqOnbnW62)

2022-10-05 (水) 02:47:18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아요. 어떻게든 잘 들어먹힌 모양이네요. 사실 황제의 너그러움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만약의 이야기입니다만 지금까지의 알비온의 느낌을 보면 저를 당장 내쫓았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이런 분이 군림하고 계셔서 다행이군요.

"―대신, 황제님"

자, 그럼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저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섰습니다.

"갑작스러우나 저희 대륙은 현재 광증으로 인해 전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전부 야수로 변모하거나 야수가 된 주민에 의해 파멸하게 되는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는, 저희 민족은 그야말로 벼랑의 끄트머리에 몰려있다고 해도 되겠지요."

저희는 폐쇄적인 문화를 취하고 있었으니까요. 분명 역사의 한 페이지에 연대기 한 줄 조차 적어넣기 힘들어지게 될 겁니다. 이런 민족이 있었다는 것조차 기억되지 않는 채로... 그야말로 심연에 먹혀지게 되는 겁니다.

"송구하지만 아주 만약에. 만의 하나라도 연구의 성과가 나오게 된다면... 심문관들의 대리인으로서 알비온의 공식적인 협력을 요청해도 될지요."

벌써부터 헛물을 들이켜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광증은 실제로 이곳에서도 진척이 없는 연구라고 하니까요. 오랜 기다림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로 절망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런건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마리를 코 앞에 두고 연구가 멈추고 있다면요? 지금까지 광증의 진실을 찾기 위해 깊고 어두운 심연 앞으로 나아갈 정도로, 그정도로 절박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면요? 그렇다면 그건, 제가 될 수 밖에 없지요.

"부탁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여보이며 생전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는 타국의 황제에게 간청했습니다. 저희의 민족을 살려달라고 말이죠. 걸 곳은 여기밖에 없어요.

352 엘레나주 (ruqOnbnW62)

2022-10-05 (水) 02:51:20

캡틴의 진행이 노잼일리가 업자나~~~~ (부둥부둥
캡틴도 엘레나가 뭔가 너무한다 싶으면 말해주셔! :3

353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03:10:47

황제는 엘레나의 말을 잠자코 듣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물론이네."

의외로 황제는 즉답했습니다. 고민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광증의 연구는 우리 로라시아인들에게도 더없이 중요한 것. 그대가 연구에서 성과를 보인다면 마땅히 사례해야 하겠지."

황제가 그리 말하며 엘레나를 내려다봅니다. 그녀를 믿어보겠다는 굳센 의지가 그 눈빛에서 엿보입니다.

"이걸로 용건이 끝났다면 슬슬 가보아도 되지 않겠나? 황실 의사에게 가는 길은 멜리아나, 네가 안내하거라."

멜리아나가 활기차게 대답하며 엘레나를 돌아봅니다. 곧 황제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깁니다. 이번 황제와의 알현은 이렇게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잘 해결돼서 다행이에요. 이제 탑으로 갈까요?"

멜리아나는 그리 말합니다. 그 탑이란 곳이 황실 의사가 있는 곳인 모양입니다.

354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03:13:13

흑흑 고마워~ 감동받았어! 재미없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되는 때가 많았거든...!
엘레나가 너무할리 없잖아~() 그래도 그렇게 느껴지면 꼭 말할게~
나는 이제 자러갈게! 좋은 새벽 보내!

355 엘레나 (ruqOnbnW62)

2022-10-05 (水) 04:12:30

로라시아의 황제는 생각보다도 더 사려깊은 인물이었습니다. 혹은 멜리아나를 눈에 넣어도 전혀 아파하지 않을 자상한 아버님인 걸지도 모르죠. 외지인인 저를 이렇게나 의심없이 믿어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은 여관에서 만난 주인들을 제외하면 두 번째였습니다.

"등대지기의 이름을 걸고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죠. 저희 동쪽 대륙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에요."

이건 그저...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군요. 저는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로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답해보였습니다. 아직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세상에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조금은, 기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황녀의 말에 끄덕이고는 그녀를 뒤따라 이제는 황실의 의사를 만나보러 갑니다. 황실의 구성원들을 이렇게 동시에 마주하게 되니...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오르네요. 잠자코 생각만 하던 그것을 살짝 입 밖으로 내어봅니다.

"멜리아나는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군요."

여왕은 아직 본 적 없지만, 저처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들여 주고 진심으로 로라시아 사람들을 어둠 속에서 구원 할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은 필시 한 나라의 지도자가 보여야 할 자애로움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요. 이런 것을 부전자전이라고 하는 걸까요.

356 엘레나주 (ruqOnbnW62)

2022-10-05 (水) 04:14:35

ㅋㅋㅋㅋㅋ 뭐어뭐어~ 어차피 1:1이고 하니까 너무 압박느끼고 할 필요 없다구~~~ 고민있으면 언제든지 내가 들어주고 할테니까! 나만 믿어라 캡틴~! (허당이면서
그래~ 그럼 또 일어나서 보자구~~~ :3

357 ◆POCYqa2/e6 (4buxxydgJg)

2022-10-05 (水) 16:32:07

황제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곧 둘은 알현실을 빠져나옵니다.

"그렇게 느끼셨나요? 헤헤, 저도 아버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멜리아나가 자랑스럽게 웃어보입니다. 그녀는 엘레나를 데리고 황궁을 벗어납니다.
둘은 계단을 내려와 홀의 뒷문으로 나왔습니다. 이곳에는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정원에는 각양각색의 초목이 심어져 있습니다. 정원의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곧 높은 탑을 보게 될 겁니다.
무척 고풍스런 고딕 양식의 탑입니다. 척 보기에는 어떤 용도로 세워진 탑인지 모르겠지만요. 멜리아나가 말하길 이곳은 황궁 내부의 병원 같은 곳이라 합니다. 이곳의 황실 의사는 황가를 모시고 있는 만큼 의술에 조예가 깊고, 심지어 마공학 또한 그의 특기라는군요.
멜리아나가 앞으로 나서 탑의 문을 두어 번 두드립니다. 문이 열리기까지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어젖힌 건 갈색 피부의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온통 흰 옷을 입은 채 안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어이쿠, 황녀님. 오셨습니까."

그가 고개를 깊이 숙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멜리아나도 인사에 가볍게 대꾸합니다. 곧 남자의 축 처진 눈이 엘레나를 향합니다.

"동행하신 분이 제 연구를 도와주실 분인가 보군요. 방금 막 폐하께서 말씀하셨죠. 반갑습니다. 황실 직속 의사인 다르샨 루트라라고 합니다."

둘이 알현실을 나선 건 채 10분도 되지 않은 일인데, 황제는 어떻게 그에게 바로 말을 전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아무튼 다르샨은 안경을 고쳐쓰며 자리를 비킵니다.

"자, 들어와서 앉으시죠."

탑 내부는 상당히 넓었습니다. 황궁에 비견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요. 책꽂이 모양의 벽들마다 책이 무수히 꽂혀있는 것을 보니 왠지 도서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탑의 1층은 응접실 같은 느낌입니다. 중앙에 테이블이 하나 있고, 그 양옆으로 낮은 소파가 놓여있습니다.

358 엘레나 (ruqOnbnW62)

2022-10-05 (水) 17:17:00

탑이라. 역시 탑이 안정되는 구조네요. (등대의 영향 때문인걸까요.) 의사인 그가 저의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고 하니 제 소개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방인이란 이런 부분에서는 참 불편한 입장이네요. 저는 그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서는 눈에 보이는 소파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황제에게서 전언을?"

막연한 궁금증이었기에 묻습니다. 이곳은 마공학도 연구하고 있다는 모양이니, 아마도 마법의 일종일거라고 생각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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