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호승심 없다는 말은 좀.. 타격은 있었을까요? 지한주는 타격이 없었지만. 지한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던 거겠지요. 술은 입에도 안 대지만(아직 19살이라고요-라고 주장) 술집 주인장이 잠깐 나와서 휴우... 열팀은 먹을 걸 먹다니... 난동을 피우면.. 이라는 말을 듣고는 조금 고민하는 듯하다가 술집 주인을 따라 들어간 곳에서..
빈센트를 발견합니다. 평범한 주취자가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군?
"주취자 난동이 생기면 제압할 생각이었습니다만." 빈센트씨일 줄은 몰랐네요. 라고 말하면서 빈센트의 앞에 앉는 지한입니다.
"비유를 온전히 이해하긴 애매하지만 대충 뜻은 알겠습니다." 미끼로 개짓거리라.. 그렇지만 그랗다고 해도 그 UHN의 계획이 어떤지 모를 일이라. 경계해야 할까. 지한은 안주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할 만한 걸 고민하지만..
"뭔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탁 놓아져버린 것만 같습니다." "그냥.. 대운동회가 끝나고 긴장이 풀린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뭔가.. 무관심하고 동시에 굉장히 글러먹은 게 관심을 대충 잡고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지한입니다. 문득 떠올랐다 금방 사라져버리는 것이었지만.
"잃을 사람이 생기니 약해지는 건가요.." 잃을 게 생겼기에 강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 말은 내뱉지 않고, 지한은 어깨를 으쓱합니다.
빈센트는 한숨을 쉬고 술을 들이킨다. 이번 대운동회에 많은 게 걸려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고, 그 벽은 베로니카와의 행복했던 잠깐을 꿈으로 격리했다. 빈센트에게는 상실만 남은 더러운 현실이, 베로니카에게는 3평짜리 육면체로 된 감금실이라는 비좁고 무서운 현실이 찾아왔을 뿐이다.
"옛날에 헌터 노릇 때려치고 일반 사기업에 다닐 때, 먹여살릴 가족이 있는 이들은... 정말 끔찍하게 버텼죠. 제가 그 꼴이... 아니, 것보다 더 심각한 꼴이 될줄은 몰랐습니다."
그들이 실패하면 가족들이 꿈을 접어야 한다. 하지만 빈센트가 실패하면 베로니카는...
"UHN 놈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걸 요구하고 있었군요. 그렇다면 거기에 응해야죠. 그리고, 언젠가 베로니카가 피의 갈증에서 해방되고, UHN 놈들이 베로니카를 붙잡을 핑계가 전부 사라진 후엔.."
빈센트는 이를 악물고 한 모금을 더 마시는 듯하다가... 술병의 끝부분을 이로 깨물어 깨버리고, 마구 씹는다. 입 안에 피비린내가 차도 멈추지 않았다.
"의념범죄자가 되지 않는 선에서, UHN을 엿먹일 수 있는 모든 행위는, 할 수 있다면 전부 저지를 겁니다."
그리고 다시 술을 마신다. 유리조각에 난도질당한 입 안이 쓰라렸지만, 갇혀 있는 그녀에 비하면 훨씬 낫다 생각하며.
"큰 행사고 큰 변곡점이었지만, 동시에 죽을 일은 없었죠." 지한은 나온 끓는 탕을 국자로 조금 떠서 국물을 홀짝입니다. 칼칼한데 너무 맵진 않고 고춧가루같은 느낌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느껴집니다.
"사기업이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이네요. 라면서 맞장구만 조금 칩니다.
"엿을 먹인다라..." 적절하게 먹인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차세대의 헌터라는 점에서 UHN과 영원히 적대할 수는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가라앉힙니다. 굳이.. 말을 해서 대립할 일은 없죠. 그렇지만 술병을 씹는 것에는 눈을 조금 동그랗게 뜹니다.
"저 뿐 아니라 특별반 전반적으로 치료인원이 매우 적으니 주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니 지한주 처음 생각대로 힐러로 갔어도 좋은 거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네요. 치료를 하려고 경단 한개 남은걸 쓰기엔 좀 그렇지 않습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덤덤하게 피냄새가 나는 걸 봅니다.
모든것을 불태워버릴 듯 이글거리는 화염에 둘러쌓인 그 남자는, 살아있을 적엔 내가 의념범죄자 따위. 라고 불렸던 것을 끌어안은체 조용히..푸른색을 넘어 하얀색으로 이글거리는 듯한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무어라 위로를 해야할까. 무어라 말을 걸어야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나는 겁쟁이 처럼 입을 다물고 닥치고 있기로 하였다 그것이 제일 현명한 판단이니까.
빈센트는 자신이 생각한 도의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은 없는 일들을 떠올린다.
"문자 그대로 물어본 정보만 알려주고 나머지 중요한 정보는 안 알리기, 중요의뢰 발주했을 때 할듯말듯 시간 끌어서 시간 낭비시키기, UHN 인사들 남들 보는 앞에서 대놓고 쪽 주기, UHN 인사의 가족이 눈 앞에서 납치당하는 와중에도 정당방위 요건이랑 현행범 긴급체포 적법성 성립되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법전 펴놓고 세월아네월아 하기."
빈센트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며 껄껄 웃으면서, 자신이 방금 저지른 일탈을 사과한다.
"이 정도 상처로 힐러를 불러야 할 이들은 특별반은커녕 헌터 자체를 때려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충격적일 만도 하죠. 죄송합니다. 상실감을... 정말 너무도 오랜만에 느껴서요." //11
엿을 먹이겠다는 빈센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어딘가 붙잡힌 듯한 그런 것은 지한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하려는 것을 들어보면..
"흠..." "법적으론 문제는 없겠군요." "도의적이 있을 순 있겠지만서도..." 굳이 하라고 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하는 걸 말릴 생각은 없는 지한입니다. 그래도 나름 말려달라 하면 말로 설득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지한은 힐러를 부를 이는 특별반은커녕이라는 말에 그건 그렇군요. 라고 말합니다. 사실이긴 합니다.
"건강을 강화한다면 별 문제는 아니겠지만. 갑작스럽게 씹으면 나름 평범하다 못해 어중간한 인식을 가진 저로써는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한 국자 드시겠습니까? 라면서 국자에 담긴 것을 내밉니다.
"도의. 맞습니다. 하지만 21세기 초는 몰라도, 이 세상에서 도의만큼 우스운 개념도 없죠."
빈센트는 예시를 든다. 옛날에 있던 일이었다. 빈센트가 헌터 일에 회의를 느끼게 만든 계기였다.
"라스 베가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거기는 노숙자들의 존재를 금지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찰들이 밤에 거리에 누운 노숙자를 보면 체포하거나 두들겨팼고, 민병대의 '사인체포'와 린치를 눈감았죠. 그들은 결국 지하의 하수구로 들어갔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술을 들이킨다.
"그리고 충분히 불행하던 그들의 삶에 또다른 불행이 생겼죠. 게이트가 지하 하수구에 열렸고, 고블린들이 뛰쳐나왔습니다. 당시의 저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었지만... UHN은 입구만 봉쇄하고 몇시간을 기다렸죠. 당장 사람이 죽어가는데, 내부가 밝혀지지 않아서 고블린들이 분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요." 🏖
"하지만.. 그런 도의적인 게 없다면 세상은 돌아가기 힘들겠지요" 너무 희망적이고 낙관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해보곤 싶다는 말을 합니다.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은 도의적이고 암묵적인 합의도 존재하기 때문이니까... 흠... 물론 유찬영같은 이는 다른가?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군요" 사람의 생명이 값싸지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 예전에 있었던 일은 그다지 유쾌한 기분으로 들을 건 아닙니다. 술을 빌어서 말하거나 듣기 좋은 일이지요. 지한은 대신 국물과 건더기만 좀 떠먹습니다.
"개념 자체는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작동시킬 일이 매우 적기에 동력이 뻑뻑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합니다. 은근히 희망적인 시선으로 지한은 그들을 바라보는 걸까...?
>>479 때로는 불로 길을 닦고, 때로는 벼락으로 어둠을 물리며, 그는 나아간다. 가볍지 않지만 멈춤 없이 나아가는 그 발걸음. 베이스 일렉 기타의 코드처럼 거칠고 낮지만 일정한 박자의 반주가 이를 뒤따른다. 불길이 그들과 박자를 맞추는 것일까, 연주자가 불길의 일렁임에 박자를 맞추는 것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을테니.
>>481 단조로워 보일지언정 그 창의 궤적에는 허술함이 없었다. 이를 지켜보며 반복되던 선율이 점점, 무언가를 기다리듯, 서서히 템포를 올리며 쌓여가던 때... 가속도가 최대가 되어 도약할 때, 현들 또한 답답함을 벗어던지듯 고음을 터뜨린다. 환호하는 듯한 휘파람 소리가 한 줄 섞인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