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아스텔은 시간이 괜찮은 모양이었다. 그를 따라 걸음을 걸으면서 마리는 연구실에 에스티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없다면 아스텔에게 부탁을 하겠지만서도. 그래도 사과는 직접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러다 묻는 질문에 마리은 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별 일은 아니구.... 어제 회식 때 에스티아에게 술주정을 좀 했다고 해야하나.... 대장님 그런 일로도 혼내시려나...?"
마리는 아무래도 로벨리아가 어려웠다. 물론 처음 입단할 때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서도. 사실 직속 상관이 아닌가. 어려워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고. 다행히 아스텔이 알리지 않는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스티아가 이미 로벨리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마리는 아스텔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길을 외웠다. 혹시나 다시 에스티아를 찾으러 갈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 술주정이 왜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거야? 으흑흑. 으흑흑흑. 그런 것이라면 집무실로 부르겠지."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진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자신이 아는 로벨리아라면 그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애초에 자신은 그녀가 무슨 술주정을 부렸는지 알 수 없었기에 어디까지나 최악의 케이스를 이야기한 것 뿐이었기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아스텔은 이내 말을 살짝 덧붙얐다.
"...그냥 가벼운 주정이라면 딱히 신경쓰지 않겠지만."
에스티아도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뭐든지 로벨리아가 다 신경쓰고 다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계단을 통해 지하 2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특유의 철이 울리는 소리가 약하게 복도에 울렸다.
"...아무튼 에스티아와 잘 지내고 친하게 지내면 대장도 뭐라고 하진 않을거야. ...오히려 에스티아에게 친구가 많이 생기는 것을 바라고 있으니까."
정보를 알리면서 아스텔은 이내 오른쪽 복도로 천천히 향했다. 그리고 마리가 잘 따라오는지 아주 살짝 눈길을 돌려서 체크하는 것을 그는 잊지 않았다.
스토킹이라고 하던가.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것은 제 취향에 맞지도 않았다. 조금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우는 모습을 흉내내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서도.
"가벼운 주정이었어, 아마도...."
가벼웠는지 아닌지는 아마 당사자만이 알지 않을까? 자신은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에스티아에게 위로를 받았다. 에스티아가 해준 말, 따뜻한 손길 모두 마리가 좋아하는 것들이었기에.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이 크게 변화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서도. 그럼에도 따뜻한 온기는 좋았다.
마리는 아스텔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철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리는 아스텔이 사용하는 검을 생각했다. 검은 검집에서 꺼낼 때 철컥, 하는 작은 소리가 난다. 한 때는 검이라는 것을 싫어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세븐스가 검을 들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그럼 내 존치 여부는 에스티아에게 달린 거네."
농담인듯 웃음기를 담고 말하는 것에 조금의 애정이 담겼을까. 아무래도 에스티아와의 만남이 마리에게는 꽤 좋은 감정을 주었던 모양이다. 아스텔이 체크한다면 아마 마리는 그를 잘 따라가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겠냐는 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아스텔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로벨리아라고 하더라도 그런 가벼운 것까지 불러서 뭐라고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아무튼 계단을 모두 내려가고 복도를 걸어가며 그녀가 확실하게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아스텔은 다시 천천히 앞을 걸어갔다.
"...김에 팀의 다른 이들과도 잘 지내면 금상첨화겠지."
그건 로벨리아가 아니라 아스텔이 생각한 사안이었다. 어차피 한 팀으로 행동한다고 한다면 사이좋게 지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물론 억지로 친하게 지내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친한 쪽이 아무래도 서로 연계하기도 좋지 않겠는가. 일단 마지막으로 복도를 돌아 좀 더 안쪽으로 향하면서 아스텔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할만해? 제 0 특수부대. ...솔직히 나는 힘들어하는 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강도의 미션을 위해서 따로 모집한 팀. 그리고 그의 기준에선 블러디 레드와의 일전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정말로 목숨을 제대로 걸어야하는 일의 연속이었으니까. 이내 아스텔은 눈을 감다가 다시 뜨고 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이야기했다.
아무런 문제 없다는 그 말이 뭔가 믿음직스럽게 들리는 건 아스텔이 그들과 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기 때문일까. 아니면 로벨리아가 그런 일로 자신을 호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 생각 때문일까.
"그럼 너도 나하고 잘 지내고 싶어?"
다른 이들과 잘 지내는 것. 그것이 마리도 원하는 일이었다. 아스텔의 생각이 그렇다면 자신과 아스텔도 잘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마리도 개인적으로 또래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아스텔은.... 나이로 봤을 때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이려나? 물론 친구가 된다는 것에 나이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겠지만서도.
"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아. 나름 좋다에 가까울지도. 뭔가 정말 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입가에 잠시 미소가 감돌았을까. 전 레지스탕스에서는 인정받기 위해 임무를 했다면 이곳은 자신의 의지로 골랐고 자신의 의지로 들어왔으며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를 위해 움직이는 곳이었으니까. 마리의 부모님이 원했던 세상, 그 세상이 곧 마리가 원하는 세상이었다.
"미안할 게 뭐가 있어. 각자 맡은 임무가 다른 건데."
마리는 눈을 깜빡이며 아스텔을 바라봤다. 그런 사과를 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쌍둥이는 서로 개인 생활을 하게 되어서 같이 있는 모습을 보기가 드물었다. 라라시아는 원래 의무실 소속이라 거의 그 쪽에만 있고, 레레시아는 특수부대 개시 이후 짬나는 시간을 모두 훈련에 갈아넣거나 아니면 뭘 하는지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변화가 그렇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니라서, 둘 사이의 미묘한 흐름은 기지 내 일상에 묻혀가고 있었다.
"라라- 준비 다 됐어-?" "어. 어. 지금 나가."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가 오랜만에 같이 기지를 나왔다. 둘 모두 사복 차림에 각각 작은 가방을 멘 모습이었다.
기지에서 슈퍼마켓을 통해 나오자 여러 상점들이 있는 마을로 가는 걸 보면 그냥 같이 쇼핑이라도 나왔나 싶지만. 그러기엔 어딘가 이상하다. 그저 평화로운 거리를 걸으면서 쌍둥이는 번갈아가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조금씩 보였다.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밖을 슥 둘러보거나 다른 가게에선 일부러 한 명이 밖에 남아 기다리고 다른 한 명이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는 둥. 마치 번거로운 과정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것 같았다. 쌍둥이가 에델바이스 소속인 걸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의심스럽게 보이지 않았을까.
"이쯤이면, 됐지?" "그치이?"
그렇게 몇몇 가게를 들렀다 나온 후, 각자 불룩해진 가방을 챙긴 쌍둥이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스러운 과정의 준비가 다 끝났다는 것처럼. 그리고 둘은 나란히 걸어서 마을을 천천히 벗어나더니 인적이 드문, 외곽의 숲 어딘가로 조용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길도 없는 수풀과 나무 사이를 성큼성큼 들어가는 모습은 한두번이 아닌 듯 능숙해보였을 것이다.
일단은 그 정도만 바란다는 듯, 아스텔은 태연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적어도 에델바이스에 있는 이들과 동료로서의 교류는 하고 싶다는 것은 이전에 다른 이에게도 밝힌 적이 있는 그의 작은 소망이었다. 물론 제 손은 이미 피로 많이 물들어있으니 그것이 자신에게 허락될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으나 아스텔은 굳이 그런 사실은 마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말할 이유가 없었기에.
"...목표라. ...네 목표는 뭔데?"
꼭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목표를 굳이 이야기하는 것에 조금 호기심이 들었는지 아스텔은 그렇게 질문했다. 물론 마리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나쁘게 보거나 안 좋게 생각할 생각은 없었다. 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하나의 답을 의미했으니까. 아무튼 슬슬 저 앞으로 보이는 문 한쪽을 바라보며 아스텔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희들. 위험했다고 들었으니까."
물론 아스텔은 그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블러디 레드가 어떤 녀석이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타 등등. 하지만 일단 다들 무사히 미션을 클리어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는 생각할 뿐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자신이 그곳에 있었으면 조금 낫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아무튼 저 문이 에스티아의 연구실이야. ...위치 기억해둬. ...의외로 자주 와야 할 곳일수도 있으니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지? 옛말이 틀린 거 하나 없다. 지금 이 상황도 그것과 똑 같다. 물론 이곳은 외나무다리도 아니고 내 앞에 있는 사람도 내 원수가 아니지만.
내 기억 속에 그녀는 착하고 통통한 귀여운 느낌의 백금발 돼지였다. 그러나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건 통통하지도, 귀엽지도 않은 백금발 마귀할멈이다.
"한번만 봐줘라. 우리 어릴 때 친했잖아"
무미건조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는 저 여자는 내 소꿉친구이자 우리 마을의 자랑, 경애하는...잠깐, 그런데 쟤 왜 공격자세를 취하는 거지?
휘익-
바로 앞에서 강풍이 불어와 눈을 뜰 수 없었다. 이 정도의 매서운 칼바람은 처음이다. 얼굴 살갗이 찢겨나갈 듯 한 통증이 느껴졌다.
"큭"
생각할 때 공격하다니 이건 반칙이다. 아니, 그전에 이걸 공격한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허공을 향한 정권지르기일 뿐이다. 그러나 고작 풍압만으로 이정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주먹을 직격으로 맞았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깨달았다. 이 녀석은 봐줄 생각이 없다. 그리고 직감했다. 팔다리 성하게 도망치기는 글렀구나...
"친구였었지."
그녀가 처음 내뱉은 말은 너무나 매정했다. 풍압으로 감긴 눈이 간신히 떠졌을 때, 내 앞에 서 있던 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포알 같은 무언가가 내게 날아왔다. 그리고 그 대포알이 날 죽이려고 뛰어든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뛰어올라 간신히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쾅-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크레이터가 바닥에 생겨났다. 워낙 서둘러 피해서인지 아니면 그녀가 착지하면서 생긴 충격파 때문인지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니, 이젠 전신이 흔들리고 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눈앞이 흐려진다. 심호흡을 하며 일어선다.
맞서 싸워도 죽는다. 뒤를 돌아보면 죽는다. 말을 걸어도 답을 얻지 못하고 죽는다. 공격한다. 피한다. 행동 한다 3개 선택지가 모두 죽는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건 훨씬 이전부터 고르면 안 될 선택지를 골라 배드 엔딩을 보기 직전 상황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인생은 세이브 로드 다시하기 치트키가 없는 망겜이기에 꼼짝 없이 엔딩을 봐야한다.
일어서자, 아직 난 살아있다. 조금이라도 수명이 오래 늘면 그만큼 기회는 많아진다. 단 1분이라도, 1초라도...
그녀는 내게 뛰어와 주먹을 날렸다. 다행히 타이밍 좋게 아공간을 열어 공격을 피했지만 어디를 출구로 설정해도 그녀의 사정거리 안이다. 시간이 없다. 이대로 가면 다른 가디언즈들이 계속 몰려올 것이다. 빨리 그녀에게서 벗어날 생각을 떠올려야한다.
대체 지금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믿을 수가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나의 옛 친구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먹고살기 어려워도, 당장 사람들이 죽어가도,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가디언즈를 적대하는 행위라는 것을. 그리고 이는 필시 그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 감정 없이 날 죽이려 들지는 몰랐다. 적어도 왜 그랬냐며 날 꾸짖고 제압하려고 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때를 대비해서 그녀를 놀리며 도망칠 때 쓸 몇 가지 대사도 미리 준비 했는데 다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거대한 해머를 들고 아공간에서 튀어나와 그녀의 뒤통수를 향해 내려쳤다. 일반인이라면 머리가 깨져 즉사해야 정상이지만 이 괴물 같은 놈은 어릴 때부터 이정도의 공격으로는 끄떡도 안 할 만큼 몸 하나는 튼튼했다. 큰 타격을 줄 것이란 희망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제발 휘청거리기라도 하길 바라고 있었다.
빠직-
절망적이게도 이 소리는 그녀의 머리통이 아닌 해머의 손잡이가 부러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설상가상 반동으로 내 손목까지 다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뒤로 돌아 나를 마주보았다.
마치 벌레를 보는 것과 같은 혐오와 분노, 경멸이 가득한 눈동자였다. 그건 어릴 적 친구를 보는 눈 따위가 아니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 눈을 보니 안심하고 전력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받아라!!"
소환할 수 있는 모든 아공간을 열어 귀중품을 제외한 온갖 잡동사니들을 전부 토해냈다. 강한 가디언즈를 만나면 도망칠 용도로 공사장 폐자재들과 온갖 쓰레기들을 가득 넣어온 보람이 있었다.
그녀는 쓰레기 파도에 파묻혀 멀리 나가떨어졌다. 고철 중에서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자재들도 많으니 무사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친구를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도 없이 나는 도망쳤다. 도망쳐야한다. 내 모든 세포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나는 어쩌면 차라리 그녀가 죽거나 크게 다쳤길 바랐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뒤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나는 차마 등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멈출 수도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뒤에서 불어온 강력한 풍압이 내 등을 떠밀어주었다. 내가 내 뱉은 쓰레기들이 나를 추월하여 날아갔지만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계속 달렸다. 조금만 더 가면 출구에 도착한다.
얼마 안남았다.
출구가 눈 앞에 보인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발을 굴려야한다.
더 빨리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전력, 그 이상을 발휘해야한다.
조금만 더...
"도와줄까?"
우득-
내가 미쳤지. 애초에 저 년에게 도망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바로 내 뒤에 있었다. 주먹으로 내 등을 가격했다. 우득이라는 불길한 소리를 끝으로 정신이 날아갔다.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지고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 구나 싶었다.
벌써 에델바이스에 입단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물론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신입 티를 갓 벗은 정도겠지만 어쨌건 전투도 겪었고 나름의 유대감...도 생겼다고 봐야 하나. 어쨌든 사람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는 나날. 오늘 너는 기분전환도 할 겸 기지 바깥, 마을을 좀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우연이었단 이야기다. 레레시아와 라라시아, 쌍둥이를 의 모습을 발견한 건 고의가 아니었다. 아닌가? 뭔가 이상해서 다시 본 건 맞으니 그건 고의가 맞다. 그러나 애초에 그녀들의 행동을 보려고 의도했던 건 아니었으므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어쨌건 너는 아마 그녀들의 행동을 중간 즈음부터 본 것 같다. 누군가 자신들을 보는 건 아닐까 하고 조심하는 듯한 행동거지와 굳이 번갈아가며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까지.
"......?"
너는 귀가 꽤 밝았기 때문에, 전부는 듣지 못했더라도 뭔가 만족한 듯한 어투와, 불룩해진 가방. 그리고 서로를 보며 고갤 끄덕이는 모습, 뭐지? 그들이 발걸음을 옮기자 기지로 돌아가는 걸까 싶었으나. 방향을 보니 전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너는 이걸 왜 따라가고 있는 걸까, 의심...을 할 만한 자격은 없으니 그건 아니겠지. 그냥, 호기심이라고 해 두자.
"어딜 가는 거지...?"
너는 조심스럽게 쌍둥이가 지난 길을 찾아 뒤따르기 시작했다.
//으아 잠깐만... 레시주 죄송해요 제가 버티질 못하겠습니다... 답레는 나중에 주셔도 되고 지금 주셔도 되는데 답레 주시면 내일 중으로 저도 답해놓겠습니다... 지금 잠자리에 들어야 내일 좀 멀쩡할 거 같아서 ㅠㅠㅠ 일상 찾아서 놀아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가버리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Д`゚)゚。
친구로서는 어떻냐는 그 말에 아스텔은 순수하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꼭 해야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무언가였다. 더 깊게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아스텔은 그 정도로 답을 끝냈다. 친구라는 것이 어디 지금부터 친구하자라고 해서 되는 것이었던가. 동료로서 교류를 하다보면 친해지는 이들 또한 있을 거라고 믿으며 아스텔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정말로 붉은 에델바이스가 어울리는 이일지도 모르겠네."
능력자와 비능력자의 화합. 그런 것을 꿈꾸는 이들도 있으나 아닌 이들도 많았다. 아마 에델바이스의 이들 중에선 그런 목표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아스텔은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 부정할 마음은 없었다. 허나 그녀의 꿈은 정말로 에델바이스가 추구하는, 더 나아가 로벨리아가 원하는 세상과 비슷했기에 그는 저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걱정했냐고 묻는 그 말에 아스텔은 별 말 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편 노크하자 '들어오세요' 라는 에스티아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아무래도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잘 됐네. 에스티아가 있어서."
어서 들어가보라는 듯이 아스텔은 문을 살며시 손으로 가리켰다. 애초에 에스티아를 만나러 온 거니까 에스티아가 안에 있다면 굳이 밖에 서 있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들어오라는 말도 있었기에 더더욱.
여긴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허나 붉은색이 싫다고 한다면 이 팀의 이름도 별로인걸까. 아스텔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자연히 아스텔의 머리에 로벨리아가 떠올랐다. 붉은 머리카락, 붉은 눈동자. 자연히 흐음. 소리를 내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으며 아스텔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무튼 마리가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뭔가 이것저것 조작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에스티아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한편 마리의 물음에 에스티아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뭔가 하는 것은 있어보이나 아예 다른 이를 만나지도 못할 정도로 바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용건 잘 보고. ...그럼 난 가봐야겠네."
자신은 딱히 에스티아에게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스텔은 마리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반대로 향했을 것이다. 어디로 갈진 정하지 않았으나 이대로 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는 것도 좋겠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 단련을 하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372 이 부분은 잘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 딱히 회수를 했다고 해서 바로 에델바이스의 거점으로 데리고 오진 않아요. 일단 선우가 믿을 수 있는 이인지, 뭐하는 이인지, 그런 것 기타 등등을 다 조사하고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판단해야만 에델바이스의 거점으로 데리고 오기 때문에. 그냥 구출했다고 바로 동료로 만들고 그러진 않는답니다.
좋은 술이란 무얼까. 그렇다는 건 나쁜 술도 있다는 걸까. 그럼 선우는 엔에게 나쁜 술을 준 건가? 물론 그녀에게는 술의 좋고 나쁨을 이해하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렇기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그저 당신이 술을 더 이상 건네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정도 마음을 놓을 뿐이었다.
"대장이 엔을 에델바이스에 데려온 건 이제 2년이 지났다."
당신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어떤 경위를 통해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여기서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고 했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녀는 항상 에델바이스 전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당신이 묻는다면 친히 자신을 '엔'이라고 부르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선우가 에델바이스에 온 건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엔의 말이 맞나."
이런 느낌으로, 팀원의 간략한 정보 정도는 숙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당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