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마이너스) "그렇습니까? 지구가 평평하다라.. 혹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납작하셔서, 물리적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놀랍군요. 진심으로.. 놀랍습니다."
후회하는_일에_대해_다시_한_번_기회가_주어진다면_자캐는 "잔인하시군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가능성이 없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블러디 레드에서 살아나오지 못했던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그 기회를 통해.. 저는 조금 더 정당해질 수 있습니까? 아니면.."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기회조차 뺏고자 하십니까."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그 성격은 몇 살쯤부터 굳어졌어?" 이스마엘: 음? 그러게 말입니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고착됐습니다.
"키가 그 정도밖에 안 돼?" 이스마엘: 아직 성장기입니다!! 저번 달과 비교하면 0.8cm나 자랐으니, 제게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너에 대해 전혀 모르겠어." 이스마엘: "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망신고가 돼 있어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인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그러니 살아남읍시다. 아직 희망이 있으니.. 서로 이 세상을 바꿔나가며 알아갑시다." "어떻습니까?"
마리의 말에 그는 의문 어린 눈으로 시선을 주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도와달라고 한 적 없는데도 도와주고 싶어질 만큼 그 정도나 개판인 건가? 당사자만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현실부터가 심각했다. 마리의 시선은 정확했다. 그는 청소하는 법을 모른다. 정확히는 소유물의 범위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한정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 그러니 쓸데없는 쓰레기까지 한가득 쌓아놓다 사달이 나는 것이다.
"뭐… 도와주면 고맙지."
그는 마리를 바라보다 조금쯤 멋쩍게 눈길을 돌린다.
휴게실에 도착해서는 내어주는 커피를 받았다. 짤막하게나마 고맙단 소리 하는 것도 잊지 않고, 천천히 식힌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신다.
"어디 존* 이상한 데 안 기어들어가고 잘 갔네?"
고양이가 돼서 도망갔으니 수풀 같은 데서 자기라도 했나 싶어 물어봤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사실 말 꺼내기 전까지는 놀리려는 생각 없었는데, 마리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또 자연스레 웃음부터 나온다. 키득거리던 그는 저 역시 쿠키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다. 풍부하게 퍼지는 단맛이 나쁘지 않다.
"야, 근데 씨* 네 발로 뛰면 다리 안 꼬이냐?"
생각이 아무렇게나 흐르다 또 번뜩 궁금증이 하나 들었다. 그러는 본인도 능력을 쓰는 게 어떤 느낌이냐 물으면 설명 못 할 거면서. 뱉고 나니 무의미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철회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쥬데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별_감사를_표현하는_방법은 #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며 고갤 숙인다거나, 선물을 잔뜩 가져다준다거나, 다른 때 도와줄 만한 일이 생기면 총알처럼 튀어나가서 도와준다거나 하지 않을까 싶은데...
자캐가_사투리를_쓴다면_어느지역_사투리를_쓰는가 # 충청도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조금 느릿느릿한 느낌.
자캐는_히어로와_빌런중_어느쪽 # 굳이 따지자면 빌런에 가깝지 않으려나, 아닌가...? 히어로여도 뭔가 일반적인 히어로 느낌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근본적으로 히어로도, 빌런도 하기 힘든 소시민 쪽일 듯... 회까닥 돌아버린다고 가정하면 히어로보다는 빌런에 가까울 것 같다! 핫하 묻지마 배빵을 받아라(?)
침묵하는 당신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공감할 수 없다. 그리고 당신이 어째서 고기를 주겠다는 건지도 알 수 없다. 물론 그녀는 회식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런건 그녀에게 있어서 흔히 있는 일이었고, 정리를 도맡으며 남는 음식을 먹었으니 그걸로 좋다고 생각하던 그녀였다.
"엔은 날 것이 좋다."
하지만 주겠다는 고기를 마다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는, 어쨌든 배가 고프다. 그렇게 자신의 식사 기호를 말해놓고는 당신이 건넨 청소 도구 중 간단히 축축한 닦을 것을 집어 들었다.
"선우는 바닥을 청소해라."
그리고 "엔에게는 환풍구를 맡게 하겠다." 하고 말하자마자 그녀의 몸이 천장으로 치솟았다. 순간적이었지만 그 손에서 뻗어져 나온 붉은 줄기가 그녀를 끌어당겨, 다시 환풍구 속으로 들여보낸 것이다.
"엔쪽은 다 했다. 선우는 끝났나?"
그리고 그녀가 다시 떨어져 내려 모습을 나타낸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그녀가 들고있는 헝겊은 기름때로 얼룩져있었다.
돌아왔어요. 물론 씻으러 갈 거라서 어차피 또 금방 자리를 비워햐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 있는 일에 대해서 뭐라도 말은 해야 할 것 같고 막 트별히 혼내고 그럴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캡틴으로서 요즘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래도 캡틴인데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이야기를 할게요. 참고로 말하는데 전 이 관련으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라고 할 생각은 없고 시트를 내리라고 할 생각도 없어요. 다만 자신이 무슨 죄책감이니 뭐니 그런 거 이야기를 하면서 책임을 지고 시트를 내리겠다 이런 소리를 시트 스레나 여기에 쓰면 안 잡을테니까 시트 내리세요. 상판 하면서 그런 케이스를 많이 봤고 그것에 휘둘리는 캡틴들도 수도 없이 봤는데 전 그렇게 휘둘리고 싶지 않으니 조금 혼났다고 시트를 내리니 뭐니 그런 소리 할 거라면 안 말립니다. 내리세요. 다시 말하지만 딱히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라고 할 생각도 없고 시트를 내리라고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확대해석 하지 말아주세요.
일단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들 사이좋게 룰루랄라 할 순 없는 거고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서사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어요. 로벨리아도 에스티아도 아스텔도 싫어하는 부류가 있고 그런 캐릭터들과 사이좋게 지내긴 힘들테니까요. 다만 그걸 가지고 앞으로 일상을 돌릴 일은 없다니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한다니 그런 말은 장난으로라도 하지 말아주세요. 솔직히 그냥 내 캐릭터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이하고만 돌리고 놀겠다라는 말로밖에 안 보여요. 이 부분으로 문제가 된 케이스의 분을 예시로 들어서 무슨 중요 선관이었던가요? 그런 것을 정해서 뭐 호감도가 70부터 시작이니 다른 이들은 0부터 시작이니 그런 것들을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그런 거 구분을 왜 하나라고 캡틴은 생각했습니다만 그냥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에 -100이라고 했던가요? 그리고 일상을 돌릴 일이 없다. 이건 뭐 그냥 중요 선관이 없으면 그냥 일상 금방 틀어지고 일상을 돌리지 않겠다라는 말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호감도는 그냥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감정이지. 그걸 가지고 왜 일상을 하니 뭐니 이야기를 하나요? 그냥 내 캐릭터 듣기 좋은 말 안해주면 일상 안하겠다. 이런 해석이 될 수도 있는 말은 농담이라도 하지 말아주세요. 이건 이번에 문제가 된 케이스 빼고 다른 분들에게도 다 해당되는 말이에요. 물론 여러분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내 캐릭터에게 좋은 말과 상황만 나오길 바라고 그런 이들과 주로 놀려고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여기 캐릭터들은 다 하나하나의 자기의 이야기가 있고 자신의 캐릭터에 맞춰서 행동하고 대해주고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캐릭터는 없어요. 사이가 나쁠 수도 있는데 그걸 가지고 뭐 내 캐릭터에게 친절하지 않거나 내 캐릭터를 위하지 않거나 내 캐릭터가 싫어할만한 이다라는 이유로 일상 배제하지 마세요. 이건 진짜 제대로 경고할게요. 모두에게.
그리고 세계관 문제. 이건 제가 진짜 깊게 말을 안하려고 했는데 다시 말하지만 위키에서 제가 써둔 세계관에서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니면 그냥 없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래도 어지간하면 제가 진짜 다 받아주려고 하는데 마계의 마족이에요. 라는 것을 받을 때의 제 기분이 대체 어떻겠나요. 물론 이건 제가 그때도 안된다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했으니 문제는 없는데 자기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건진 모르겠는데 막 선관을 읽어보면 내 캐릭터 은근히 킹왕짱이라는 느낌을 살리고 싶어하는 선관을 보이려는 이들도 있긴 해요. 전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가급적이면 내 캐릭터 혼자서 뭘 하기는 힘들다는 느낌으로 생각해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가디언즈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고 소수부대로서 전 세계의 세븐스를 통제하고 있는 집단이에요. 스토리에서 뭐 쉽게 나온 것은 어디까지나 여러분들의 캐릭터가 일단은 전투에 익숙하고 보검의 효과기 있기 때문이지. 괜히 수가 절대적 다수가 아닌데 다른 세븐스들을 다 통제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그 위의 보검을 쓰는 이들은 더더욱 그렇고요. 이 이후로는 여기서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막 자신만의 세계관을 따로 만들어서 여기에 합쳐서 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들려고 한다거나 내 캐릭터가 은근히 킹왕짱 이 정도로 능력자에요. 라는 듯이 가디언즈를 혼자서 농락했다는 식의, 혹은 가지고 놀았다는 식의 비설은 받지 않겠습니다.
일단 제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말은 이 정도이고 다시 말하지만 그냥 주의를 하자는 거지. 뭐 이걸로 죄책감 느껴라. 시트 내려라. 이런 말 하는 거 아니니까 확대해석 하지 말아주세요. 사람이 실수를 하건 잘못을 하건 다음부터 안하는 것이 중요한거고 그렇게 점점 나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서 나쁘게 말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서 여기에 있기 너무 불편합니다. 제가 너무 힘듭니다. 죄책감 때문에 못 있겠습니다. 책임지고 내리겠습니다. 스레 분위기 망쳐서 죄송하니까 여기에 뛸 자격이 없습니다 등등의 수식어 안 받을 겁니다. 걍 내림 처리할테니까 오버하고 확대하지 마세요. 이렇게 써두고 전 샤워하러 갈게요.
>>32 은혜갚은 쥬... 약간 집착을 곁들인(아님) ㅋㅋㅋ잘 어울리는군요 다행이에요! 그런 식으로 느긋한 모습이라기보다는 당황했을 때 어버버하는 느낌이 좀 더 강할 것 같네요, "어... 지가 잘못혔슈, 그러니 이제 그만 하셔유." 같은 느낌일까요!
ㅋㅋㅋㅋㅋ이건 포상이 아니라구요!
으으음 그거랑 별개로, 이번 일에 대해서 확실히 입장을 밝혀주셔서 감사해요 캡틴. 사실 어느정도 관계를 표현하는 데 수치화라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습니까만은 사실 편하게 느낀 건 사실이었거든요. 문제될 만한 사안이었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인지했습니다. 확실히 여기에 재밌게 즐기러 온만큼, 앞으로도 주의하도록 할게요! 세계관 관련해서도 불편한 일 없도록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레스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캡틴!
진짜? 뭐야? 육회 같은 걸 말하는 건가? 아니아니 애초에 아까 구운 고기를 먹을 때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먹진 않았잖아. 당황해서 동공지진을 일으켰지만 이내 진정하며 빗질을 다시 시작했다.
"근데 환풍구까지 치울 필요가..."
환풍구는 치울 필요 없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환풍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엔의 손에서 뻗어져 나온 붉은 줄기가 그녀를 끌어당겨 환풍구 속으로 들어 간 것을 보았다.
"스파이더맨이야?"
그녀가 다시 떨어져 내려 모습을 나타내었을 때, 선우 또한 바닥을 깨끗히 청소하고 난 후였다. 그는 바깥을 가리키며 나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나가자. 또 청소하긴 싫어."
엔에게 주느라 정작 자신을 쫄쫄 굶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런 냄새를 한번 맡았으니 적어도 맛이라도 봐야했다. 산속에 숨어사는 마을에서 불을 피워도 될까 싶었지만 대장이라면 무엇인가 대비를 해 놓았으리라 믿었다.
아까와 같은, 아니, 아까보다 더 호화로운 세팅을 마치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버터와 소금, 후추를 이용해 간을 하고 파슬리를 뿌렸다. 고기를 구운 냄비에 각종 채소를 넣어 사이드 디쉬를 만들고 접시에 담아 먹기 좋게 썰었다. 엔에게는 비슷한 고기를 레어로 구워 주며 물었다.
질문! 에델바이스의 이름을 걸고 악행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뽀식이네 저항군]이라는 별개의 레지스탕스 집단이 [세븐스는 일반 민간인보다 우월한 존재이며 우리는 이런 하등한 열등종족들을 다스려야한다] 또는 [민간인들은 세븐스들을 탄압한다. 복수하자]라는 극단적인 사상을 가지고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할 수도 있지 않을 까요? 현실의 테러리스트들처럼요.
'비교적 최근인 3년 전 비능력자 보호법령에 저항하기 위해서 뭉친 레지스탕스 집단 중 하나이다.'라는 문구를 보고 다른 집단도 있는 것 같아서요
"으... 안대... 그 초코ㄹ... 과자.. 내 거... 라라... 바보... 우우..." "...안... 안돼요... 그만... 안돼... 아파... 아파.. 안ㄷ... 엄ㅁ..."
(휘파람)(시선회피)
비_맞는_자캐
새까만 하늘로부터 물방울이 수없이 쏟아진다. 소리만으로도 따가운 물줄기는 누구도 쉬이 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이, 새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한 여자가 우두커니 서 있다. 오직 그 여자만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그 한중간에 서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너를 본다. 하얀 얼굴 위로 검은 빗물이 흘러내린다.
"...너도, 비 좋아해? 그 비가..."
널 집어삼키더라도.
여자는 조용히 한 손을 뻗는다. 손을 스치는 검은 비가 희디 흰 살갗을 더 희게 만든다. 심해 속 아귀의 초롱 같은 손을, 너는 잡았을 것인가.
검은 하늘로부터 비가 내린다. 들어오는 모든 이를 삼키는 검은 비가.
자캐의_집착대상
나 자신? 아니면 목적일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외부적으로 집착하는 대상은 없다고 봐야겠지.
당신은 일부러 배려를 한다고 옅게 구운 것 같았지만, 그녀는 어쩐 일인지 아예 굽지 않은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운 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에게서 고기를 받은 그녀는 당신이 포도주를 따라주기도 전에 접시를 얼굴에 파묻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엔 접시에 있던 고깃덩어리가 통째로 사라졌다. 접시 위에 흘러다니는 육즙만이 고기가 있었다는 흔적이었다. 그녀는 입가에 묻은 잔해를 엄지로 담아 입 안에 넣었다. 그것마저 놓치는게 아깝다는 듯이.
당신이 포도주를 건넨 건 그때였다. 그녀는 받은 잔을 코에 가져가 킁킁 대더니, 그 특유의 향을 맡자마자 순식간에 팔을 뻗어 잔을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트린다. 그건 마치 단순히 술을 못한다는 것 보다는, 동물이 위험한 무언가라도 직면한 듯한 반응에 가까웠다.
"고맙다. 하지만 미안하다. 엔은 술을 먹지 못한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잔을 내려다놓고 자리를 슬쩍 옮겨 뒤로 물러나 포도주가 담긴 잔과 거리를 벌렸다. 그 결과 그녀는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상태로 앉게 된다.
일단 선우주가 보낸 설정 잘 봤는데...일단 웹박수로 알람이 오는 것이 아니라서 가급적이면 보냈으면 보냈다고 얘기해주세요.
그리고 음. 설정 읽어봤는데 대충 뼈대는 알겠고 일반적이지는 않긴 한데 경우에 따라서는 저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그 부분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서 다르니까 있을 수도 있을테니 별 문제는 없다고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아무튼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그렇게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적극적인 태도에 그는 다시금 어리둥절해진다. 아니, 진짜 그 정도야……? 보통 이런 일이 있더라도 각자의 일정이 있으니 이렇게 즉시에 돕겠다 하지는 않는데 말이다. 마리에게 여유 시간이 많은 것인지 제 방 꼴이 할일을 제쳐놓고서라도 도와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어… *, 네 마음대로 해라. 아니면 이거 다 먹고 바로 가도 되고."
그는 멀뚱히 눈을 깜빡거리다 그렇게 대답했다. 이런 때에는 한창 마리 놀려먹을 때와는 딴판이라 우습다.
하지만 그러고 있기도 잠시다. 그는 테이블 위에 대충 팔 올리고 한쪽 손으로 턱을 괴었다. 짓궂은 말에 대꾸하는 마리를 보고 있으려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서 재밌긴 한데 계속 놀리면 화나겠지, 같은 생각들. 자꾸 놀리기만 해서는 대화도 되지 않을 테니 그는 장난질을 더 끌지는 않기로 했다. 한때 타인의 '선'이라는 것을 종잡지 못해 무례한 짓 종종 해대던 모습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래, 그러니까 술 마실 땐 존* 조심 좀 해라."
그래서 그리 당부하기만 하고 잔을 들었다. 대충 얼버무리려 빈말을 하지는 않았다. 마리는 취하면 유독 몸 가누기가 힘들어 보이던 게 사실이니. 물음을 들었을 시점에 막 쿠키 하나를 씹었을 때라, 그는 잠시 우물거리며 맛을 느끼다 삼켜 내었다.
어제 10시 52분. 그러니까 제가 다 같이 주의를 하자는 의미로 레스를 남긴 시간대였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스메라기주가 자기가 직접 위키의 스메라키 아리아 항목을 삭제하셨고 델리트 메시지로 ..... 를 쓰셨던데.. 뭘 하고자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후에 입장 표명이 없다면 저는 저대로 스메라기주가 시트를 내리려고 한다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 메시지가 나온 직후에 항목을 지우시고 델리트 메시지로 .... 이렇게 남긴 것을 보면 말이에요. 일단 레스를 남겨둔 후에 저는 일을 해야하니 바로 가볼게요.
일단 임무가 없는 상황에서는 계속 자유시간이었으니까 시간은 괜찮았다. 개인 연습이나 이런 것은 시간을 조금 미뤄놔도 괜찮으니까. 중요한 것은 동료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한켠에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승우는 제 또래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응. 마리의 친구 만들기는 현재 진행중이었다.
"좋아."
술 마실 때는 조심하라는 말에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술을 마신 건 꽤나 오랜만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술을 마신 이후로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었는데..... 어쨌든 본인도 그 말에 동의했다.
"아, 정말? 마을 내 가게에서 산 거긴 한데 다행이다. 에스티아랑 리오한테도 주려구."
흐릿한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는 마리의 모습은 머리카락 탓인지 하얗게 불태운 재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가 마리는 승우에게 물었다.
상대방의 마음 속에 무슨 계획이 있는지는 꿈에도 모르는 그는 속 편하게 과자나 먹는 중이다. 뭐,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쉽게 친근감 느끼는 사람이라 어렵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은 다행이다.
"……."
그는 저 말고도 2명에게 더 주겠다는 말에 마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만. 놀리려는 생각은 아니고 오랜만에 눈치가 빠릿하게 발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까 신세 졌었다는 '리오'가 끼어 있는 것도 그렇고, 묘하게 시선이 빗나가 있는 게…….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 둘한테도 주정 부렸나. 그리고 곧바로 제게도 돌아오는 질문에 그는 단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난 취하면 존* 처 웃다가 잔다."
비교적 덜 싸돌아다니고 빠르게 뻗어버리니 쪽팔릴 일도 없다는 소리다. 물론 잠들기 전까지 헛소리를 하며 귀찮게 굴기는 그도 마찬가지였고, 옆에 있던 사람 옷을 강탈─말 그대로 '힘으로' 행패 부려 빼앗는 것이다─해서 덮고 잤다든지, 남의 다리를 끌어와 베고 자는 등의 추태도 부리지만 마리와는 달리 그는 그 정도 헛짓은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좀 부끄러워 해라, 제발.
커피도 폭리다, 집에서 해먹으면 재룟값도 얼마 안 드는걸 거의 $10 가까이 받아 먹다니. 계산은 하는데 어째 좀 억울한 기분이다. 미술은 돈 깨나 드는 취미라고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절약 해도 돈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는걸 보면 참 짜증만 나는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벽에 살짝 기대 선다.
어제가 회식이였어서 그런건지, 오늘따라 사람이 별로 없다. 하기사, 숙취에 뻗은 사람이 커피 빨러 오면 그게 자살 행동이지. 별 의미 없는 생각과 결론을 반복하며 바닥을 가만 내려다보고 있다. 번호표를 들고 만지작거리면 팔락이는 소리가 얇게 들려온다.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다가도 시야 언저리에 익숙한 인영이 보이면 그는 자연스레 초점을 거기에 맞춘다. 회색빛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늘상 보는것과 비슷한 여러가지 검정과 하양의 조합. 그가 보아온 인물들 중에 그나마 현실과 자신의 흑백색 시야의 괴리감이 덜 느껴지는 사람은 아마 당신일 것이다. 눈을 마주쳤다면 몇 초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가 손을 흔들 것이다.
"안녕. 임무는 괜찮았었나?"
거리가 조금 있을수도 있겠다만, 그래도 말을 걸어본다. 얼핏 들으면 사무적으로밖에 들리지 못할 말이지만...실제로도 사무적으로 한 말이다. 얼굴 본 적만 있지, 딱히 친하지 않은 동료한테 달리 할 말이 더 있을까. 그는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해 본다.
/캐붕 될만한 부분 (ex. 멜피씨 상여자라 커피숍 근처에도 안 감) 있으면 찔러주기....
회식땐 꽤 취한듯 했는데, 지금 하는 꼬라지를 보면 맨 정신이였던 걸까. 그런 실례 되는 생각을 하면서 당신이 차이는걸 가만 구경한다. 시무룩하던 표정을 하다가도 이내 신난 듯 자신의 주위를 도는 당신을 묵묵히 눈으로만 좇는다.
"내 질문은 그냥 무시하는 건가? 그건 좀 슬픈데."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별 생각 없는지, 평소와 비슷하게 내리앉은 톤의 목소리다. 공적인 대화는 선을 그어주어서 좋다만, 그러면 거리감이 조금 불편해진다. 대화가 어찌 흘러가든 좋은 부분도 있고, 그에 상응하는 별로인 부분도 있는 법. 그는 공적인 대화도 좋아하고, 사적인 대화도 좋아한다. 그러니 당신이 그 말에 답을 해주든 말든, 그는 아마 화재를 넘겨버렸을 것이다.
"당연하지. 스#벅스 올 이유가 너 말고 더 있겠어?"
자신을 보러 왔냐는 말에 어이 없다는 듯, 멀뚱히 당신을 내려보다가도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짓는다. 회답하는 투는 아무리 좋게 들어주려 해도 비꼬는 투지만... 당신이 가르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보이는 인물은 아까의 직원. 자신에게도 늘상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좋은 사람이라 생각되는 사람.
"세상에 안 예쁜 사람도 있을까."
꽤나 재미없는 답이지만, 진심이다. 잘 보면 누구나 예쁜 부분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고, 못난 부분도 있기 마련. "예쁘다 하면 어쩔건데? 나랑 쟁취전이라도 펼치게?"라고 덧붙이는 꼴을 보아하면 장난기 어린듯 하다가도, 깔쌈하게 정리된 표정이 보인다.
사랑한다는_말을_기대했냐는_말을_들은_자캐의_반응 어~ 이거는 멘탈에 따라 좀 달라지는데.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누구에게나 희미하지만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하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선택이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랑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당신이니까요!"
"그러니까.. 아, 음. 미안합니다. 부차적인 감정은 임무에 혼선을 줍니다. 미안합니다. 기대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혹시 기대하셨습니까? 제가 그 말을 기대했기를, 그래서 당신이 비수를 꽂을 순간이 오기를, 그렇게 무너지는 제 표정을 보기를. 당신의 역겨움을 내게 표출할 순간을!" "그렇지만 당신이 바란다면.. 기대했노라 얘기하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나아가서 이 땅 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니까요."
이_행동을_하는_자캐는_위험하다 딱히 이스마엘이 위험하다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아무래도
1. 갑자기 말이 없어지더니 사백안 치켜뜨면서 이성줄 놓기 3초전 특유의 싸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 일상에서 이러면 (당연히 합의 하에) 눈 돌아가서 상사고 동료고 뭐고 멱살 잡고 주먹으로 패려 들 테니까.. 누구 하나 피 보기 전까지는 안 멈춤..
2. 처맞았는데 웃는 표정 짓고 있을 때 > 반말스마엘을 볼 수 있음
3. 모종의 이유로 손목 절개하고 있는데 누가 말 걸 때.. > 삑나가면......
자캐의_귀신의집_반응을_말해보자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한다니! 두려운 마음도 있으나 흥미롭습니다!" 하고 들어간 이스마엘.. 이내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한다는게 뭔지 알아서 비명 안 지르려다가 결국 같이 들어간 사람에게 달라붙음.. 재머 꺼져있으면 눈 질끈 감고 있을걸?
정작 저번 임무에서 상당히 멘탈 컨트롤이 안되던 그녀였습니다만. 그건 승우밖에 모르니 괜찮을겁니다. 아무튼 시치미를 뚝 뗀 그녀는 방글 방글 미소지으며 비교적 주변이 한산한 자리를 살폈죠.
"어맛."
그러나 자신의 농담에 맞춰준 당신의 모습에 "그런 열렬한 어프로치라니~" 라면서 호들갑을 떨던 그녀도 보입니다. 방금 전까지 그랬다가도 안 예쁜 사람이 있냐는 이야기에 그녀는 당당하게 적들은 안 이쁘던데. 하고 말했죠. 물론 이건 개인적인 평가기에 그녀도 가볍게 말한것이었고 이어진 쟁탈전 이야기에 그녀는 눈을 다시 말똥말똥 떴습니다.
"앗.. 그렇구나. 응원할게."
어라? 그녀는 뭔가 마음속으로 결말이 나버린듯 당신에게 사랑을 응원하겠다며 두손을 꼭 쥐어보였습니다. 뭐 아무튼간에 그건 그거고. 그녀는 아까 찾은 주변이 한산한 자리를 가리키며 기왕 만난거 앉아서 마시다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186 공포 분위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고 본능적인 경계심은 조금 올라간 상태...로 있지 않을까? 왜 막 안이 어두침침하고 갑자기 놀래키는 사람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감각 예민해지는 거... 귀신 튀어나오면 바로 휙 몸 돌리고 가만히 쳐다봐서 알바분 눈 마주치고 머쓱해짐...(노잼)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신 나름의 농담을 비아냥 거리듯 뱉고선 당신의 당당한 한 마디에 물끄러미 당신을 내려보다가, 시선을 앞으로 옮긴다.
"레인 정도면 네 취향일줄 알았는데."
저번 임무의 막바지에서 튀어나온 여성의 얘기를 꺼내는건 별 의미 없다. 아니, 오히려 나쁘게 들으면 그가 보는 멜피는 살아 숨 쉬는 것이면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는 아직도 레인의 외형이 잊혀지지 않고 또렸하다. 두 손을 꼭 쥐고 눈을 말똥하게 뜬 당신을 쳐다보다가 입을 연다.
"동료 짝사랑 상대 뺏는건 취향이 아닌지라."
결말이 나 버린듯 하지만 부정하기엔 바로 근처에 그 알바생도 있었고, 그래서 굳이 돌려 말해본다. 남 눈치 보며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은 나쁘게 대하기 꺼려지는 것은 그냥 도덕성의 문제 아닐까. 어느샌가 나온 음료를 들고 영수증을 대충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그래그래. 애정표현이네."
멜피가 가르킨 자리에 앉으며 설렁한 대답을 해준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하기엔 애정표현이 조금 과한듯 했지만, 내심 자신이 뭘 잘 아는 것도 아니란 걸 알기에 그냥 닥치고 있는다. 음료 뚜껑을 열고 어느샌가 얻어온 숟가락으로 휘핑을 한 숟갈 떠올린다.
라고 말할뻔 한걸 참은것은 다행이었습니다. 뭐 서로간에 겉으로 드러난 부분밖에 모르니까요. 이 정도의 거리감이 딱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은 잘 모르는법이었습니다.
"아~~~~ 그거?"
그녀는 레인이 뉘더라.. 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생각난듯 '그거'라는 표현을 하며 무덤덤하게 팔짱을 꼈습니다. 취향에 대해 여러번 고민하는듯한 모습. 이내 음료가 나오자 그것을 받아들고서야 그녀는 결론을 냈죠.
"그게 '머리만' 남아서 조용해지면 조금은 취향이 될지도."
누가 들으면 특수취향인가 싶을 소리를 꽤나 진지하게 대답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따라갔습니다. 짝사랑 공방에 대해서는.. 직원도 있으니 더 이상 말하진 않겠다는 느낌이네요. 다만 당신을 바라보는 표정이 이 누나는 다 안단다~ 같은 느낌이라 기분이 나쁠 정도입니다.
사람 일이 늘 마음먹은대로 흘러가리란 법이 없으니 과음하는 날도 있는 것 아니겠나. 제 술버릇을 안다는 것은 그도 그만큼의 아름답지 못한 경험들이 있다는 뜻이다. 대충 괸 손 위의 얼굴이 느른하게 풀어진다. 요즘 날씨도 적당히 시원하고 좋은데 따뜻한 걸 마시니 몸이 노곤해지는 것도 같다. 벌써부터 늘어지면 안 되니 그는 허리를 펴고 다시 바른 자세로 돌아왔다.
"대충 2년 반… 정도 됐나. 정확히는 안 세서 존* 잘 모르겠다."
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로 시선을 조금 위로 돌려 곰곰이 생각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평생껏 변함없던 삶을 살았던 그에게 있어서는, 격동이라 일러도 부족할 만큼이나 많은 일이 있었던 시간. 그에 불현듯 궁금해진다. 갓 이곳에 들어왔다는 마리에게 있어서는 적응기에 해당할 이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아가 어떤 의미가 될지. "있을 만은 하냐?" 그러나 입 밖으로 꺼내는 말은 늘 그렇듯 홀로 하는 생각만큼 섬세하지 못해서 문제다.
이윽고 들려온 질문에는 다시금 말 없이 마리를 가만히 쳐다본다. 이곳 단원들은 모두 저마다의 험지를 헤치고 살아 나온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런 질문은 사람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지만─ 다행히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순간적으로 말이 없어진 그는 단지 입 열기 전에 골똘히 고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곧이곧대로 이야기를 할지 말지, 분위기 이상해질 텐데 하지 말까, 그런 생각들. 종내엔 척하니 턱을 짚기까지 한다.
"어, 씨*.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닌데."
지난한 사고 끝에 도출된 결론은 이것이다. 상대한테 직접 물어봐서 결정하기. 말투에서 경고성은 느껴지지 않으니 순전히 이런 말 해도 되는지 의중을 묻는 것이다.
아무리 날것이 좋아도 이정도 크기의 고기를 날것으로 먹으면 배탈 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녀는 오히려 날것이 더 좋다며 레어도 아닌 아예 굽지도 않은 것을 달라고 했다. 과연 인간의 위장이 맞는 걸까? 이러한 호기심이 들었을 때, 어자피 자신들은 인간이 아니라 돌연변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무엇보다 아공간을 마음대로 생성하고 닫아버리는 그 역시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니까.
선우가 엔에게 포도주를 따라주기도 전에 그녀는 접시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후 접시에 있던 고깃덩이가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져있었다. 그저 접시 위에 남아있는 육즙과 그녀의 입의 고깃조각들이 이곳에 고기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식성에 놀라 식은 땀을 흘린 선우는 포도주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무엇인가 위험한 것이라도 발견한 듯 잔을 멀리 떨어뜨렸다.
"그래? 그럼 뭐, 강요하진 않을게. 사실 그렇게 좋은 술도 아니거든?"
그녀가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상태로 앉자 술잔의 술을 마시고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 이후 적당히 익은 고기 한덩이를 잡아 씹어 먹으며 목이 막힐 때 쯤, 포도주를 병 째로 들이킨다. 적당히 밥을 먹는 시간을 맞춰보려고 했지만 엔의 식사 시간은 말그대로 '눈 깜짝할 새'니까.
"그런데 엔, 넌 여기 온지 얼마나 되었어?"
선우는 문득 자신이 오늘 처음으로 그녀와 제대로 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는 지 잠시나마 의문을 품었다.
승우와 헤어지고 난 뒤의 오후시간. 마리는 승우에게 주었던 쿠키통과 같은 쿠키통을 들고 다른 이들에게 물어서 알아낸 에스티아의 방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웬만하면 직접 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똑똑 두드린 방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에스티아는 평소 연구를 하는 모양이니 방 안에 없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으음...."
마리는 조금 고민하면서 주변을 맴돌다가 저녁 이후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저 복도 끝에서 보이는 아스텔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아스텔!"
마리는 급하게 그 이름을 불렀다. 그가 제가 부른 것에 의해 멈췄다면 그 쪽으로 총총총 다가갔을 것이고, 못 듣고 지나갔다면 빠르게 달려가 그 소매를 잡던가 했을 것이었다.
오늘은 임무가 없는 날이었다. 이럴 때는 역시 낚시가 최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 일찍부터 낚시를 즐기던 그는 슬슬 낚시를 마치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낚시대를 갖다놓았다. 잡은 물고기들은 물고기를 파는 상점에 들려서 제공하고 약간의 돈을 받았으니 자신으로서는 플러스면 플러스지. 절대로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아무튼 방 안에 계속 있을 생각은 없었기에 아스텔은 다시 방 밖으로 나섰고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그러는 도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는 발을 멈춰서고 고개를 돌렸다. 자신 쪽으로 총총총 다가오는 제 0 특수부대의 일원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자신에게 달려와 에스티아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그 말에 아스텔은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보통은 지하 2층에 있는 개인 연구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만. ...혹은 외출해서 나갔을 수도 있겠고. 일단 나는 못 봤어. ...낚시를 한다고 방금 전까지 밖에 있었어."
결론은 자신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 마을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어디에 있을진 알 수 없었기에 태연하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이내 마리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에스티아에게 볼일이라도 있어? ...새로운 무기를 의뢰하고자 한다면 대신 전해줄 수는 있긴 하다만."
다행히 아스텔은 자신의 부름에 멈춰주었다. 게다가 에스티아를 찾는 자신의 질문에도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고보니 이곳에 와서 에스티아와 아스텔이 초창기 멤버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았다. 그만큼 친할테니까, 그래서 아스텔을 보자마자 다급히 부른 것이기도 했다.
"아, 그렇구나."
보통은 지하 2층에 개인 연구실에 있는 모양이다. 물론 외출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아스텔도 자세히 모른다는 듯한 말에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시무룩한 표정이다.
"응. 새로운 무기를 의뢰하는 건 아니구. 어제, 어....., 사과할 일이 있어서. 이거 전해주려고 했어."
마리는 쿠키통을 보여주며 말했다. 차마 술주정 했던 것을 사과하고 싶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 안에는 승우에게 주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의 쪽지가 들어있을 터였다.
"개인 연구실 까지 찾아가는 건 좀 실례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연구실에는 실험 자료나 숨기고 싶은 것들이 많을 수 있고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것도 많으니까. 자신은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하니 작업 공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그다지 바쁘지 않고 한가하다는 것을 밝히면서 아스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는 따라오라는 듯,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이곳은 지하 1층이었으니 고작 한 층만 내려가면 되는만큼 그렇게 오래 걸을 필요는 없었다. 허나 발걸음 정도는 맞춰주겠다는 듯, 평소보다 보폭을 줄인 아스텔은 앞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무슨 일로 사과를? ...에스티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했어? ...대장에겐 안 걸리는 것을 권장할게."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대장. 즉 로벨리아가 불같이 화를 내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아스텔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그 한숨을 바로 집어넣으면서 그는 왼쪽으로 꺾었다.
"...알리진 않을게. ...딱히 개개인의 문제에 끼일 생각은 없으니까."
즉, 문제가 있다면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말을 하면서 아스텔은 말을 마친 후,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다행히 아스텔은 시간이 괜찮은 모양이었다. 그를 따라 걸음을 걸으면서 마리는 연구실에 에스티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없다면 아스텔에게 부탁을 하겠지만서도. 그래도 사과는 직접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러다 묻는 질문에 마리은 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별 일은 아니구.... 어제 회식 때 에스티아에게 술주정을 좀 했다고 해야하나.... 대장님 그런 일로도 혼내시려나...?"
마리는 아무래도 로벨리아가 어려웠다. 물론 처음 입단할 때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서도. 사실 직속 상관이 아닌가. 어려워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고. 다행히 아스텔이 알리지 않는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스티아가 이미 로벨리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마리는 아스텔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길을 외웠다. 혹시나 다시 에스티아를 찾으러 갈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 술주정이 왜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거야? 으흑흑. 으흑흑흑. 그런 것이라면 집무실로 부르겠지."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진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자신이 아는 로벨리아라면 그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애초에 자신은 그녀가 무슨 술주정을 부렸는지 알 수 없었기에 어디까지나 최악의 케이스를 이야기한 것 뿐이었기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아스텔은 이내 말을 살짝 덧붙얐다.
"...그냥 가벼운 주정이라면 딱히 신경쓰지 않겠지만."
에스티아도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뭐든지 로벨리아가 다 신경쓰고 다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계단을 통해 지하 2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특유의 철이 울리는 소리가 약하게 복도에 울렸다.
"...아무튼 에스티아와 잘 지내고 친하게 지내면 대장도 뭐라고 하진 않을거야. ...오히려 에스티아에게 친구가 많이 생기는 것을 바라고 있으니까."
정보를 알리면서 아스텔은 이내 오른쪽 복도로 천천히 향했다. 그리고 마리가 잘 따라오는지 아주 살짝 눈길을 돌려서 체크하는 것을 그는 잊지 않았다.
스토킹이라고 하던가.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것은 제 취향에 맞지도 않았다. 조금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우는 모습을 흉내내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서도.
"가벼운 주정이었어, 아마도...."
가벼웠는지 아닌지는 아마 당사자만이 알지 않을까? 자신은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에스티아에게 위로를 받았다. 에스티아가 해준 말, 따뜻한 손길 모두 마리가 좋아하는 것들이었기에.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이 크게 변화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서도. 그럼에도 따뜻한 온기는 좋았다.
마리는 아스텔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철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리는 아스텔이 사용하는 검을 생각했다. 검은 검집에서 꺼낼 때 철컥, 하는 작은 소리가 난다. 한 때는 검이라는 것을 싫어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세븐스가 검을 들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그럼 내 존치 여부는 에스티아에게 달린 거네."
농담인듯 웃음기를 담고 말하는 것에 조금의 애정이 담겼을까. 아무래도 에스티아와의 만남이 마리에게는 꽤 좋은 감정을 주었던 모양이다. 아스텔이 체크한다면 아마 마리는 그를 잘 따라가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겠냐는 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아스텔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로벨리아라고 하더라도 그런 가벼운 것까지 불러서 뭐라고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아무튼 계단을 모두 내려가고 복도를 걸어가며 그녀가 확실하게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아스텔은 다시 천천히 앞을 걸어갔다.
"...김에 팀의 다른 이들과도 잘 지내면 금상첨화겠지."
그건 로벨리아가 아니라 아스텔이 생각한 사안이었다. 어차피 한 팀으로 행동한다고 한다면 사이좋게 지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물론 억지로 친하게 지내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친한 쪽이 아무래도 서로 연계하기도 좋지 않겠는가. 일단 마지막으로 복도를 돌아 좀 더 안쪽으로 향하면서 아스텔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할만해? 제 0 특수부대. ...솔직히 나는 힘들어하는 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강도의 미션을 위해서 따로 모집한 팀. 그리고 그의 기준에선 블러디 레드와의 일전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정말로 목숨을 제대로 걸어야하는 일의 연속이었으니까. 이내 아스텔은 눈을 감다가 다시 뜨고 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이야기했다.
아무런 문제 없다는 그 말이 뭔가 믿음직스럽게 들리는 건 아스텔이 그들과 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기 때문일까. 아니면 로벨리아가 그런 일로 자신을 호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 생각 때문일까.
"그럼 너도 나하고 잘 지내고 싶어?"
다른 이들과 잘 지내는 것. 그것이 마리도 원하는 일이었다. 아스텔의 생각이 그렇다면 자신과 아스텔도 잘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마리도 개인적으로 또래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아스텔은.... 나이로 봤을 때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이려나? 물론 친구가 된다는 것에 나이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겠지만서도.
"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아. 나름 좋다에 가까울지도. 뭔가 정말 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입가에 잠시 미소가 감돌았을까. 전 레지스탕스에서는 인정받기 위해 임무를 했다면 이곳은 자신의 의지로 골랐고 자신의 의지로 들어왔으며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를 위해 움직이는 곳이었으니까. 마리의 부모님이 원했던 세상, 그 세상이 곧 마리가 원하는 세상이었다.
"미안할 게 뭐가 있어. 각자 맡은 임무가 다른 건데."
마리는 눈을 깜빡이며 아스텔을 바라봤다. 그런 사과를 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쌍둥이는 서로 개인 생활을 하게 되어서 같이 있는 모습을 보기가 드물었다. 라라시아는 원래 의무실 소속이라 거의 그 쪽에만 있고, 레레시아는 특수부대 개시 이후 짬나는 시간을 모두 훈련에 갈아넣거나 아니면 뭘 하는지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변화가 그렇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니라서, 둘 사이의 미묘한 흐름은 기지 내 일상에 묻혀가고 있었다.
"라라- 준비 다 됐어-?" "어. 어. 지금 나가."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가 오랜만에 같이 기지를 나왔다. 둘 모두 사복 차림에 각각 작은 가방을 멘 모습이었다.
기지에서 슈퍼마켓을 통해 나오자 여러 상점들이 있는 마을로 가는 걸 보면 그냥 같이 쇼핑이라도 나왔나 싶지만. 그러기엔 어딘가 이상하다. 그저 평화로운 거리를 걸으면서 쌍둥이는 번갈아가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조금씩 보였다.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밖을 슥 둘러보거나 다른 가게에선 일부러 한 명이 밖에 남아 기다리고 다른 한 명이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는 둥. 마치 번거로운 과정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것 같았다. 쌍둥이가 에델바이스 소속인 걸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의심스럽게 보이지 않았을까.
"이쯤이면, 됐지?" "그치이?"
그렇게 몇몇 가게를 들렀다 나온 후, 각자 불룩해진 가방을 챙긴 쌍둥이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스러운 과정의 준비가 다 끝났다는 것처럼. 그리고 둘은 나란히 걸어서 마을을 천천히 벗어나더니 인적이 드문, 외곽의 숲 어딘가로 조용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길도 없는 수풀과 나무 사이를 성큼성큼 들어가는 모습은 한두번이 아닌 듯 능숙해보였을 것이다.
일단은 그 정도만 바란다는 듯, 아스텔은 태연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적어도 에델바이스에 있는 이들과 동료로서의 교류는 하고 싶다는 것은 이전에 다른 이에게도 밝힌 적이 있는 그의 작은 소망이었다. 물론 제 손은 이미 피로 많이 물들어있으니 그것이 자신에게 허락될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으나 아스텔은 굳이 그런 사실은 마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말할 이유가 없었기에.
"...목표라. ...네 목표는 뭔데?"
꼭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목표를 굳이 이야기하는 것에 조금 호기심이 들었는지 아스텔은 그렇게 질문했다. 물론 마리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나쁘게 보거나 안 좋게 생각할 생각은 없었다. 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하나의 답을 의미했으니까. 아무튼 슬슬 저 앞으로 보이는 문 한쪽을 바라보며 아스텔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희들. 위험했다고 들었으니까."
물론 아스텔은 그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블러디 레드가 어떤 녀석이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타 등등. 하지만 일단 다들 무사히 미션을 클리어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는 생각할 뿐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자신이 그곳에 있었으면 조금 낫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아무튼 저 문이 에스티아의 연구실이야. ...위치 기억해둬. ...의외로 자주 와야 할 곳일수도 있으니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지? 옛말이 틀린 거 하나 없다. 지금 이 상황도 그것과 똑 같다. 물론 이곳은 외나무다리도 아니고 내 앞에 있는 사람도 내 원수가 아니지만.
내 기억 속에 그녀는 착하고 통통한 귀여운 느낌의 백금발 돼지였다. 그러나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건 통통하지도, 귀엽지도 않은 백금발 마귀할멈이다.
"한번만 봐줘라. 우리 어릴 때 친했잖아"
무미건조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는 저 여자는 내 소꿉친구이자 우리 마을의 자랑, 경애하는...잠깐, 그런데 쟤 왜 공격자세를 취하는 거지?
휘익-
바로 앞에서 강풍이 불어와 눈을 뜰 수 없었다. 이 정도의 매서운 칼바람은 처음이다. 얼굴 살갗이 찢겨나갈 듯 한 통증이 느껴졌다.
"큭"
생각할 때 공격하다니 이건 반칙이다. 아니, 그전에 이걸 공격한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허공을 향한 정권지르기일 뿐이다. 그러나 고작 풍압만으로 이정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주먹을 직격으로 맞았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깨달았다. 이 녀석은 봐줄 생각이 없다. 그리고 직감했다. 팔다리 성하게 도망치기는 글렀구나...
"친구였었지."
그녀가 처음 내뱉은 말은 너무나 매정했다. 풍압으로 감긴 눈이 간신히 떠졌을 때, 내 앞에 서 있던 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포알 같은 무언가가 내게 날아왔다. 그리고 그 대포알이 날 죽이려고 뛰어든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뛰어올라 간신히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쾅-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크레이터가 바닥에 생겨났다. 워낙 서둘러 피해서인지 아니면 그녀가 착지하면서 생긴 충격파 때문인지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니, 이젠 전신이 흔들리고 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눈앞이 흐려진다. 심호흡을 하며 일어선다.
맞서 싸워도 죽는다. 뒤를 돌아보면 죽는다. 말을 걸어도 답을 얻지 못하고 죽는다. 공격한다. 피한다. 행동 한다 3개 선택지가 모두 죽는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건 훨씬 이전부터 고르면 안 될 선택지를 골라 배드 엔딩을 보기 직전 상황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인생은 세이브 로드 다시하기 치트키가 없는 망겜이기에 꼼짝 없이 엔딩을 봐야한다.
일어서자, 아직 난 살아있다. 조금이라도 수명이 오래 늘면 그만큼 기회는 많아진다. 단 1분이라도, 1초라도...
그녀는 내게 뛰어와 주먹을 날렸다. 다행히 타이밍 좋게 아공간을 열어 공격을 피했지만 어디를 출구로 설정해도 그녀의 사정거리 안이다. 시간이 없다. 이대로 가면 다른 가디언즈들이 계속 몰려올 것이다. 빨리 그녀에게서 벗어날 생각을 떠올려야한다.
대체 지금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믿을 수가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나의 옛 친구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먹고살기 어려워도, 당장 사람들이 죽어가도,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가디언즈를 적대하는 행위라는 것을. 그리고 이는 필시 그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 감정 없이 날 죽이려 들지는 몰랐다. 적어도 왜 그랬냐며 날 꾸짖고 제압하려고 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때를 대비해서 그녀를 놀리며 도망칠 때 쓸 몇 가지 대사도 미리 준비 했는데 다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거대한 해머를 들고 아공간에서 튀어나와 그녀의 뒤통수를 향해 내려쳤다. 일반인이라면 머리가 깨져 즉사해야 정상이지만 이 괴물 같은 놈은 어릴 때부터 이정도의 공격으로는 끄떡도 안 할 만큼 몸 하나는 튼튼했다. 큰 타격을 줄 것이란 희망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제발 휘청거리기라도 하길 바라고 있었다.
빠직-
절망적이게도 이 소리는 그녀의 머리통이 아닌 해머의 손잡이가 부러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설상가상 반동으로 내 손목까지 다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뒤로 돌아 나를 마주보았다.
마치 벌레를 보는 것과 같은 혐오와 분노, 경멸이 가득한 눈동자였다. 그건 어릴 적 친구를 보는 눈 따위가 아니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 눈을 보니 안심하고 전력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받아라!!"
소환할 수 있는 모든 아공간을 열어 귀중품을 제외한 온갖 잡동사니들을 전부 토해냈다. 강한 가디언즈를 만나면 도망칠 용도로 공사장 폐자재들과 온갖 쓰레기들을 가득 넣어온 보람이 있었다.
그녀는 쓰레기 파도에 파묻혀 멀리 나가떨어졌다. 고철 중에서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자재들도 많으니 무사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친구를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도 없이 나는 도망쳤다. 도망쳐야한다. 내 모든 세포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나는 어쩌면 차라리 그녀가 죽거나 크게 다쳤길 바랐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뒤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나는 차마 등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멈출 수도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뒤에서 불어온 강력한 풍압이 내 등을 떠밀어주었다. 내가 내 뱉은 쓰레기들이 나를 추월하여 날아갔지만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계속 달렸다. 조금만 더 가면 출구에 도착한다.
얼마 안남았다.
출구가 눈 앞에 보인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발을 굴려야한다.
더 빨리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전력, 그 이상을 발휘해야한다.
조금만 더...
"도와줄까?"
우득-
내가 미쳤지. 애초에 저 년에게 도망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바로 내 뒤에 있었다. 주먹으로 내 등을 가격했다. 우득이라는 불길한 소리를 끝으로 정신이 날아갔다.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지고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 구나 싶었다.
벌써 에델바이스에 입단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물론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신입 티를 갓 벗은 정도겠지만 어쨌건 전투도 겪었고 나름의 유대감...도 생겼다고 봐야 하나. 어쨌든 사람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는 나날. 오늘 너는 기분전환도 할 겸 기지 바깥, 마을을 좀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우연이었단 이야기다. 레레시아와 라라시아, 쌍둥이를 의 모습을 발견한 건 고의가 아니었다. 아닌가? 뭔가 이상해서 다시 본 건 맞으니 그건 고의가 맞다. 그러나 애초에 그녀들의 행동을 보려고 의도했던 건 아니었으므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어쨌건 너는 아마 그녀들의 행동을 중간 즈음부터 본 것 같다. 누군가 자신들을 보는 건 아닐까 하고 조심하는 듯한 행동거지와 굳이 번갈아가며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까지.
"......?"
너는 귀가 꽤 밝았기 때문에, 전부는 듣지 못했더라도 뭔가 만족한 듯한 어투와, 불룩해진 가방. 그리고 서로를 보며 고갤 끄덕이는 모습, 뭐지? 그들이 발걸음을 옮기자 기지로 돌아가는 걸까 싶었으나. 방향을 보니 전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너는 이걸 왜 따라가고 있는 걸까, 의심...을 할 만한 자격은 없으니 그건 아니겠지. 그냥, 호기심이라고 해 두자.
"어딜 가는 거지...?"
너는 조심스럽게 쌍둥이가 지난 길을 찾아 뒤따르기 시작했다.
//으아 잠깐만... 레시주 죄송해요 제가 버티질 못하겠습니다... 답레는 나중에 주셔도 되고 지금 주셔도 되는데 답레 주시면 내일 중으로 저도 답해놓겠습니다... 지금 잠자리에 들어야 내일 좀 멀쩡할 거 같아서 ㅠㅠㅠ 일상 찾아서 놀아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가버리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Д`゚)゚。
친구로서는 어떻냐는 그 말에 아스텔은 순수하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꼭 해야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무언가였다. 더 깊게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아스텔은 그 정도로 답을 끝냈다. 친구라는 것이 어디 지금부터 친구하자라고 해서 되는 것이었던가. 동료로서 교류를 하다보면 친해지는 이들 또한 있을 거라고 믿으며 아스텔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정말로 붉은 에델바이스가 어울리는 이일지도 모르겠네."
능력자와 비능력자의 화합. 그런 것을 꿈꾸는 이들도 있으나 아닌 이들도 많았다. 아마 에델바이스의 이들 중에선 그런 목표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아스텔은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 부정할 마음은 없었다. 허나 그녀의 꿈은 정말로 에델바이스가 추구하는, 더 나아가 로벨리아가 원하는 세상과 비슷했기에 그는 저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걱정했냐고 묻는 그 말에 아스텔은 별 말 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편 노크하자 '들어오세요' 라는 에스티아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아무래도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잘 됐네. 에스티아가 있어서."
어서 들어가보라는 듯이 아스텔은 문을 살며시 손으로 가리켰다. 애초에 에스티아를 만나러 온 거니까 에스티아가 안에 있다면 굳이 밖에 서 있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들어오라는 말도 있었기에 더더욱.
여긴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허나 붉은색이 싫다고 한다면 이 팀의 이름도 별로인걸까. 아스텔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자연히 아스텔의 머리에 로벨리아가 떠올랐다. 붉은 머리카락, 붉은 눈동자. 자연히 흐음. 소리를 내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으며 아스텔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무튼 마리가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뭔가 이것저것 조작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에스티아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한편 마리의 물음에 에스티아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뭔가 하는 것은 있어보이나 아예 다른 이를 만나지도 못할 정도로 바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용건 잘 보고. ...그럼 난 가봐야겠네."
자신은 딱히 에스티아에게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스텔은 마리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반대로 향했을 것이다. 어디로 갈진 정하지 않았으나 이대로 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는 것도 좋겠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 단련을 하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372 이 부분은 잘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 딱히 회수를 했다고 해서 바로 에델바이스의 거점으로 데리고 오진 않아요. 일단 선우가 믿을 수 있는 이인지, 뭐하는 이인지, 그런 것 기타 등등을 다 조사하고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판단해야만 에델바이스의 거점으로 데리고 오기 때문에. 그냥 구출했다고 바로 동료로 만들고 그러진 않는답니다.
좋은 술이란 무얼까. 그렇다는 건 나쁜 술도 있다는 걸까. 그럼 선우는 엔에게 나쁜 술을 준 건가? 물론 그녀에게는 술의 좋고 나쁨을 이해하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렇기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그저 당신이 술을 더 이상 건네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정도 마음을 놓을 뿐이었다.
"대장이 엔을 에델바이스에 데려온 건 이제 2년이 지났다."
당신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어떤 경위를 통해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여기서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고 했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녀는 항상 에델바이스 전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당신이 묻는다면 친히 자신을 '엔'이라고 부르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선우가 에델바이스에 온 건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엔의 말이 맞나."
이런 느낌으로, 팀원의 간략한 정보 정도는 숙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당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쌍둥이가 지나간 길은 지극히 사람의 접촉이 적은 길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이용하거나 간판이 교묘히 가리고 있는 쪽으로 가거나 등등. 이 정도라면 외모만으로도 상당히 눈길을 끄는 쌍둥이가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외곽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보인다. 제법 복잡스러운 길을 빠져나가면 부스럭부스럭 수풀 사이로 사라지는 하얀 머리 한 쌍이 얼핏 보였을 것이다.
"오늘은.. ㅅ네.." "..맞ㅇ... 아쉬워.."
아직은 푸르른 잎사귀가 가득한 숲 속을 쌍둥이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말 듯 하게 나아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에도, 누가 들을새라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면서, 가는 길에는 거의 자국이 남지 않게 지나가는게 한두번 들락거린 솜씨가 아니다. 그렇게 가던 쌍둥이는 어느 순간 모습을 감추었다. 정확히는 커튼처럼 자란 덩쿨 사이로 지나가서 보이지 않게 된 거지만.
부스럭부스럭 찰그락 짤랑 우수수-
보이지 않게 되었어도 위치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선명한 인기척과 소리가 선명히 들려왔을테니까. 부산스럽게 움직일 때 나는 소리 사이로 금속성 소리와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천 같은 걸 펼치는 듯한 소리도 나고. 쌍둥이가 작게 떠드는 목소리도 난다. 그 떠드는 내용은-
"잠깐, 레레, 똑바로 잡아... 흔들리잖아." "아니, 이 이상 어떻게 잡으라고.. 대충 찔러.." "단숨에 잘라야 깔끔하잖아. 튀면 처리가 귀찮다고..." "음.. 그건 그렇지..."
찌르라는 둥 자른다는 둥 어딘가 흉흉하다. 게다가 곧 들리는 서걱서걱하는 소리는 흡사 고깃덩어리에 칼질을 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아니, 딱 그 소리 아니었을까. 조용한 숲 속에 울리는 칼질소리와 그 와중에 섞이는 쌍둥이의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이 자리의 의심성을 크게 키우지 않았을까...
여생을 아이 없이 보내고 싶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편은 그때 있었던 일 때문에 불안해서 그렇냐고 물었고, 시누이는 언젠가 은퇴한 뒤 아이에게 온전히 시간을 쏟고 싶다 하지 않았냐 되물었다. 위로와 관심 아래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명확한 목표 아래에서 살았던 삶이 단번에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살아온 삶에 한치 부끄러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수술대에 누운 뒤에도, 마취제가 몸에 들어올 때 비강에 느껴지는 특유의 시큰거림을 뒤로 정신이 아득히 멀어질 때까지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지만, 영구피임 수술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수잔나 엥엘은 비능력자로 태어나 세븐스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삶을 살았다. 남들처럼 세븐스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고, 기구한 운명 같은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관심을 품은 것은 단 하나, 인간의 인공적인 진화였다. 치아를 교정하고, 커다란 안경을 쓰던 풋내기 때부터 품어온 오랜 꿈이었다. 누군가는 그녀의 목표가 허황된 꿈이라고 코웃음을 쳤지만 그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지금은 꿈을 사실로 일궈내는 것에 성공했다. 지금은 인체 공학과 프로그래밍에 정평이 난 명문 대학의 교수 자리에 올랐고, 인체 기계공학과 프로그래밍에 대해 박식해 트랜스휴먼을 이끄는 선구자로도 불린다. 세븐스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연구를 하던 도중, 눈이 맞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남편도 있다. 그렇지만 많고도 화려한 삶 중에서, 그녀를 가장 빛나게 하는 수식어는 따로 있었다. 바로 가디언즈의 기술팀 연구 지휘자다. 그녀는 가디언즈를 위해 기술 연구에 여러 번 지휘로 참여한 경력이 있었고, 그 사실은 수잔나 엥엘이라는 이름을 삽시간에 널리 떨치는 계기가 됐다. 그 기회를 잡아채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논문과 실험, 시제품을 만들었는지! 그녀는 그만큼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야망이 불타오르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수잔나를 보며 비정한 마녀라고 불렀지만 상관없었다. 불만이 있다면 자신보다 더 좋은 연구 성과를 냈으면 되는 일이었고, 그깟 흠집 하나로 그녀의 명성은 끄떡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수잔나가 한숨을 내쉬며 시야가 뚫린 통유리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일출 햇살이 홀로그램 산등성이를 비추고 있었다. 오늘은 토크쇼가 있는 날이다. 그녀는 햇살을 바라보며 예상 질문을 떠올리다, 어렴풋이 아이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애썼다. 아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직접 엄선해 지어준 이름은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막상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로 존재는 하는지 꿈처럼 아련하게만 느껴진다. 약 7년 전 이맘때, 그녀는 영구피임 수술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됐다. 수잔나의 명성에 단번에 금이 가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금도 달라질 것은 없지만 그 당시의 남편과는 좋은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일을 할 때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일이 끝나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도 했고, 힘들었던 일을 토로하며 서로 기대기도 했다. 가끔은 장난을 쳤고, 가끔은 싸우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앙금이 풀려 눈이 마주치면 깔깔대며 웃고 놀리기도 했다. 행복하던 신혼이 갓 지나 결혼 생활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을 때, 남편은 와인과 치즈, 그리고 1세대 전의 구닥다리 영화를 곁들이는 둘만의 시간에서 대뜸 아이를 원한다 고백했다. 아이가 생긴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겠냐며, 비록 아이로 인해 서로의 몸과 마음이 고단할지언정 그것 또한 언젠가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며 그녀의 손을 잡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드 없는 말이지만, 그 당시의 그녀는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가족의 뒷모습이 담긴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며, 남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 듬직한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 것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생각보다 아이를 갖는 일은 어려웠다. 착상이 어려운 몸이었기 때문에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역시 아이는 가장 불같은 시기에 들어온다며 저급한 농담을 하며 웃어넘겼고, 어느 때는 자신의 몸을 탓하며 좌절했다. 밤이 다가오는 것이 꺼림칙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착상에 성공했을 때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마침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둘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울 수 있었다. 그녀는 아이로 하여금 자신과 남편이 행복할 거라 믿었다. 유명해지고 능력이 있으면 살아온 만큼 돌려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 아이에게 남부럽지 않은 삶을 쥐여주고 싶었다. 물론 그만큼의 시간은 고됐다. 일상의 하나하나가 한계처럼 다가왔다. 본인이 하던 강의 도중에 어지러움을 느낀 것은 다반사요, 어느 날은 교수 회의 도중 졸기까지 했다. 그런 것은 커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막상 먹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렇게나 좋아하던 에스프레소가 지옥처럼 느껴졌다. 어지러운 것은 물론이고 냄새만 맡아도 죽을 것 같았다. 남들은 그래도 뭐라도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녀는 이 주제로 논문을 쓴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부쩍 초췌한 모습이 된 그녀가 먹을 수 있는 것은 크래커, 그리고 약간의 다크초콜릿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던 입덧 때문인지, 아니면 그 이후로 모든 것을 조심하는 모습이나 신체적 변화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수잔나 엥엘이 임신했다는 소식은 입소문을 타게 됐고, 그녀는 다가오는 비극을 숨길 수 없음을 알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입덧도 어느 날의 순간이 됐다. 그녀는 많은 사람의 응원과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점차 활동을 줄여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출산 예정일은 다가왔을 때, 그녀는 드디어 엄마가 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준비를 끝마쳤다 생각했다. 아이의 이름도, 오로지 아이만을 위한 방과 육아를 도울 안드로이드도 구비했다. 마지막으로 검사를 했을 때 아이는 잘 움직였고, 무척이나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 그녀는 자신의 배를 더듬으며 생각했다. 아이는 오로지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려오던 삶의 한줄기 빛이자 새로운 안식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삶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출산의 고통에서도 그녀는 악착같이 버틸 수 있었다.
─ 20xx년 12월 27일 오전 3시 25분. 세븐스 검사 결과, 양성입니다.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의료용 안드로이드가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검사 결과를 출력했다. 아이는 세븐스였다. 의료용 안드로이드는 환자의 안정을 위해 어떠한 표정을 입력할 수 없다. 그녀가 안드로이드 칩을 설계할 때 그렇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멍청한 안드로이드가 그녀를 비웃듯 올려다보는 것 같았다. 모든 순간이 거짓말인 것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이로 하여금 자신과 남편이 행복할 것이라 믿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자신이 살아온 만큼의 복을 쥐여주고, 개처럼 일해오며 살아온 자신 대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게 하고 싶었다. 그녀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녀는 시선을 내렸다. 품 안에 안긴 작은 아기는 놀라울 정도로 자신을 쏙 빼닮았다. 양수에 젖어있지만 새하얀 머리카락, 마치 커피에 우유를 탄 것처럼 부드러운 갈색이 감도는 피부, 찡그린 모양새로 감고 있지만 한눈에 봐도 큼지막한 눈과 반듯한 콧날……. 건들면 부서질 것 같은 이 아이가, 사랑으로 품어야 할 아이가 세븐스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 저희 국립 병원은 세븐스 폐기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신청 시……. "아이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녀는 절망 속에서 단 한 마디를 뱉었다. 안드로이드가 떠난 자리, 그녀는 도저히 남편의 위로를 들을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아이를 데려올 때까지의 기억이 없다. 아니, 하나 기억나는 것은 있다. 아이를 폐기하지 않아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자동적으로 등록됐다는 사실이다. 미래지향적인 삶을 사랑하고, 이끄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 미래지향적인 시스템이 넌더리가 났다. 아마 지금쯤 뉴스에서 난리가 났겠지! 아기를 위한 방에서 수건에 돌돌 말린 아기를 안고 가만히 앉아있은 지 벌써 30분째다. 그녀는 아기를 내려다봤다. 울던 것도 멈추고 얌전히 눈 감고 있는 생명. 그럼에도 그녀는 그 생명을 곱게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사랑으로 키운다고 해도, 아이는 그렇게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낳았다 생각해야 하는데 짐승을 낳은 것처럼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를 위로하듯 남편이 다가와 어깨를 안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어?" "모르겠어." "당신이 아이를 품고 싶다면 나는 말리지 않을 거야. 당신의 뜻이잖아." "모르겠어……." "……수잔나, 아이와 함께하면 행복할 것 같아?"
그녀는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마저도 길게 이어낼 수 없어 눈을 뜨며 울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의 미래는 암담했다. 아이가 아무리 비상하다 한들 벽에 부딪칠 것이 뻔했다. 사람들은 수잔나의 아이라도 세븐스라며 손가락질을 하겠지! 수잔나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했다. 찬란한 미래를 위해 비정한 수잔나로 변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니, 불행할 것 같아." "그러면 내가 일하는 연구소에 데려갈까?" "아니!"
수잔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남편을 쳐다봤다. 순간 없는 것 같던 모성애가 불쑥 치솟았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품어 낳은 아이인데! 그렇지만 속을 삭이며 잠깐 숨을 고르다 참지 못하고 울음을 섞으며 얘기했다.
"아이가 실험체가 된다 해도, 성과가 없으면 더 불행할 거야. 불행할 거라고!!"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아이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담은 상자가 있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이렇게 된 거 모두 담자 결론을 낸, 이른바 '꿈 상자'였다. 리본, 장난감, 인형, 아기를 위한 모형 총, 전자 책, 시시껄렁한 농담을 뱉는 단추, 안드로이드 칩…… 그녀가 좋아하던 초콜릿까지 담겼던 상자는 텅 비어버렸다. 대신 그 안엔 아이가 담겼다. 그녀는 슬럼 외곽 지역에 발을 붙이며 다시금 터지려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돼.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희미한 네온 가로등 밑에 도착하자 쓰레기 더미가 그녀의 키만큼이나 쌓여 있었다.
"여기라면 아무도 모를 거야. 그렇지? 운이 좋으면 실험체로라도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면, 그때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봐줄게. 그러니까.."
그녀는 품에 안은 상자를 내려다봤다. 아이는 여전히 울지 않고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잔인한 세븐스 같으니라고, 차라리 이럴 때 목청이 찢어지게 울었더라면! 그녀는 상자를 내려놓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했지만 그녀는 위대하지 못한 사람인 것 같았다. 온갖 감정이 물밀듯 쏟아졌을 때, 그녀는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토크쇼에서 버추얼 토크쇼 진행자, 바바라와 마주 앉아있다. 바바라는 시종일관 경박한 태도로 자극적인 주제를 쏟아내고 있었다. 수잔나는 최대한 달콤한 어조로 자신을 구슬려보려는 상황에 구역질이 치미는 것을 애써 참았다. 무슨 바람이 들었던 것일까, 그녀는 아이를 생각하며 덤덤하게 답하기까지 했다. 오늘 아침에 아이에 대한 생각을 나름 잘 정리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어떻게 살고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굳었다. 그 이후로 어땠는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 무례한 사회자는 그녀의 상처를 후벼파 과거를 한 숟갈 떠냈다. 아이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녀는 다음날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깨닫고 비명을 지르며 슬럼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아이를 담은 상자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녀는 새로 들어온 실험체 목록에서 아이를 찾아 헤맸고, 남편에게 제발 아이를 찾아달라며 빌기까지 했다. 마침내 승인 권한을 얻어 데이터베이스를 뒤졌을 때, 아이는 발견 당시 이미 죽어있어 사망신고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아이를 죽였다 보고한 사람을 어렵사리 만나 육성으로 확인까지 했다. 그는 덤덤하고 무기질적으로 답했다.
"사정은 안타깝지만 국가에 해가 되는 존재를 한순간의 변덕으로 밖에 내놓지 말았어야지요."
그리고 다시는 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 얘기를 해야 할까, 아니다. 그 이야기까지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속과 눈물이 끓는 것을 참아내며 순조롭게 답했다. 공중파에서 우는 추태를 보일 수는 없었다. 비정하려면 끝까지 비정하고 싶었다. 그녀는 새 질문에 다시금 다짐하기 위해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머리에 구멍이 생겨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 관중석이 아닌 스튜디오 구석에서 가만히 서 있는 남성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자신처럼 새하얀 머리를 자신과 높게 올려 묶고, 청아하게 빛나는 녹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마치 그녀가 대답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쓰러지기 직전 생각했다. 기억났다. 저 남자다. 저 남자가 아이를 죽였다. 네가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내 아이는─
수잔나 엥엘은 생방송 토크쇼 도중 무장 세븐스 단체의 저격으로 사망했으며, 영원할 것 같던 추모와 달리 그녀가 평생 쌓아올린 삶의 값어치를 매기는 건 2주면 충분했다.
아스텔은 세븐스 아이들을 모아놓은 고아원 출신이랍니다. 부모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때문에 버려져서 거기에 있다가 그 고독의식(?)을 하는 곳으로 팔려갔고 싸우는 법을 배우게 되고 지금에 이르렀답니다. 부모님을 찾고 싶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자신에게 부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조용히 이야기를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정확한 지칭은 생략해버린 채 대뜸 묻는 말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말 끝내고 멀뚱히 있다 조금 뒤에야 "*, 그러니까 다른 레지스탕스."라며 그는 설명을 더했다. 레지스탕스를 가리켜 특유의 분위기를 따질 수 있다면 다른 저항 세력에 관해서도 알고 있지 않을까 하여 나온 추측이다. 이곳은 창설된 지 3년 된 조직이니 이전까지는 다른 곳에 소속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있을 테고.
평상시 가볍게 살고 인생사에 그다지 유감 없는 그가 이렇게 뜸을 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열다섯 걸음 남짓의 공간을 벗어난 이래, 많은 사람들과 얽히고 부닥쳐가며 그가 체득한 사실이 몇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그다지 자세히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 두 번째로는, 자신만의 사정을 숨기지 않고 낱낱이 밝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는 것. 그것을 알면서도 적당히 말 돌리거나 대충 답하면 될 일에 솔직하게 고하려는 꼴을 보면 참 사는 데 요령이 없구나 싶다.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번에 마리의 이야기를 들어 버렸으니 저도 그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일지도.
짧은 정적이 둘을 감쌌다. 마리는 그의 의중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했고, 그는 반대로 마리가 어련히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해 버려 아무 말도 없었다. 저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인 주제에 제 쪽이 말할 때엔 생략하는 표현이 너무도 많다. 구태여 서술하기엔 새삼스럽게도, 그는 생각한 바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좋지 않았다. 의사소통에 서투른 것은 비단 비속어와 어휘력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잠깐인 줄로만 알았던 침묵이 결국 이상하리만치 길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눈을 끔뻑거리다, "어어, 나 씨* 진짜 한다?" 그렇게 상대로선 영문 모를 소리를 또 해대었다. 맹한 얼굴로 제 볼을 슥슥 문지르곤 그가 싱겁게 입을 열었다.
"독방에 있었다. 감옥은 존* 아니고."
막상 말하고 나니 뜸들여대며 무슨 호들갑을 떨었나 싶다. 괜히 방정 떤 것 같아 눈 굴리다 쿠키나 깨작거린다.
"...다음에 만났을 때도 궁금하다면 그 땐 알려줄게. 그렇다고 조직이 싫은 건 아니야. 나 무장도 붉은색이고. 내가 붉은색이 잘 어울린다는 건 많이 들었었구."
마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붉은색 눈동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 때 제 눈을 뽑아버리고 싶을 만큼 붉은색이 못견디게 싫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지금 알려주지 않는 건 알러주기 싫다기보다는 어쩌면 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고 또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연구실 문 안을 들여다보니 에스티아가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들어와도 괜찮다는 말에 마리의 표정이 밝아진다. 들어가기 전에 아스텔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 고마워. 다음에 봐."
인사를 하는 그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을 것이었다. 이내 연구실 안으로 들어간 마리는 에스티아에게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쿠키상자를 건네지 않았을까. 간단하게 대화를 하거나 했을지도 모르지만 일하고 있는 에스티아를 배려해서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사람한테 '그거'라니, 적은 인간 취급도 안 해주는 부류일까. 그는 그리 생각하다가도 당신의 진지한 답에 눈을 두어번 깜박인다. 때문에 반 박자 늦어지는 답.
"조용한 사람 좋지."
뭔가 핀트가 엇나간 듯한 대답이 들려온 후, 목소리를 낮춰서 뭔갈 덧붙인다.
"그 애 목을 잘라서 가져다주면, 쟤한테 찝적대는거 그만 둬줄 거야?"
그가 말한 '쟤'는 아까 멜피가 살갑게 굴던 카페 직원이다. 살폿 미소지으며 눈을 번뜩이는게 악독해 보인다. 전형적인 악역의 표정을 하다가도 곧이어 농담이었다는 듯, 표정은 다시 무표정으로 깔끔히 돌아온다. 당신의 표정을 보아하면 이미 자신이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듯도 해서, 맞장구 쳐주려는 것일 테다. 굳이 반론하기엔 귀찮고 그럴 이유도 없으니.
"걔가 무릎 꿇고 부디 자신도 우리 부대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빌면? 그러면 취향일 수도. 물론 눈물 콧물 다 쏟아야 해."
두루뭉술한 답변. "자신의 가치관에 회의를 품을줄 아는 사람은 다 좋지."라며 답을 갈무리 짓는다. 사람은 닮은 사람에 끌린다더나, 뭐라나. 휘핑을 다 떠먹으면 그제서야 뚜껑을 다시 닫고 빨대를 꼽는다.
승우: 280 사람을 판단하는 방식 어... 그냥 말 나눠봤을 때 특별히 거슬리는 데 없고 나쁜 부분 없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반대로 말하면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개** 존*게 마음에 안 드는 새* 씨**아 뭘 꼴아봐?'가 됨... 시트피셜 호오가 쉽게 갈리는 가차없는 이분법의 달인
그치만 얘한테 마음에 안 드는 새*로 취급받기도 나름... 어려울걸? 처음부터 적대관계거나 어지간히 이상하게 굴지 않는 한🤔
038 캐릭터의 눈의 특징을 설명해주세요. 둥근 눈매. 아래로 축 처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초롱초롱 쾌활하게 올라간 것도 아닌... 딱 순해보인다! 싶은 높이야. 쌍꺼풀은 있지만 그렇게 진하지는 않고... 속눈썹은 끄트머리 부분만 약간 도드라지는 정도? 시트에 다 써놔서 딱히 더 설명할 게 업따~
351 현재 그와 가까운 사람/측근이 그와 가깝게 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러게... 친구들아 얘랑 왜 놀고 있니?(?)
유루: 278 그가 태어날 때의 상황은? 시골 구석에 있던 좀 낡은 산부인과. 아니 뭐...세븐스니까 같이 와 주셨던 아버지나 다른 간호사들, 의사의 유감은 베이스겠고. 어머니는 통곡하심. 세븐스 이름값 하는지라 날때 새파래서 어머니 더 맘 아프셨음 지금은 건강하니 갠찮다고~~~~
120 50m,100m 달리기를 한다면 기록은 어느정도? 50m는 7초 후반대..? 평균보다는 빠른데 막 엄청 빠른건 아님... 100은 대충 그 2배지 않을까?
007 매운 것을 잘 먹나요? 주면 그릇 비우기는 하는데 기침 하면서 다 먹음(ㅋㅋㅋㅋㅋㅋㅋ) 콧물 찔찔 흘리면서도 내색 안 하려는 무표정 볼수 있는데 본인이 매운걸 딱히 안 좋아해서 자처하면서까지 먹진 않음...
쥬데카: 071 돈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돈으로 많은 게 해결된다는 건 인식하고 있어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는 생각해요, 본인이 생각하는 경제적 이상은 뭔가 하고 싶어졌을 때 적어도 편안하게 지출할 수 있는 수준이랄까, 큰 돈을 만져본 기억은 없어서 애매하네요.
094 이어폰을 꼽는다면 볼륨은 어느정도? 적당히 주변 소음 정도는 차단할 정도지만 누군가 직접적으로 부르는 목소리는 들을 수 있는 정도. 그렇게 듣다 보면 익숙해지지만 주변이 많이 시끄럽다면 조금 볼륨을 높이기는 합니다.
297 기쁨을 숨기는 방법 기쁨을 숨긴다기보다는 그 크기를 속인다고 보는 게 알맞을 거라고 생각이 되네요, 문자 그대로 붕붕 뛰며 좋아할 정도의 기쁜 일이라도 그냥 미소짓고 만다든가.
눈썹만 치켜뜨곤 건성으로 답한다. 무미건조한 톤을 하고선 당신을 바라보는 꼴은 어찌 보면 비아냥거리는것 같기도 하고, 대화에 별 흥미 못 느끼는것 같기도 하다. 씩 웃는 당신을 보곤 "멜피양 장하다."라고 하이파이브라도 하자는 듯, 손바닥을 펴 보인다. 당신의 반응속도가 별로 좋지 못하다면 손은 금새 내려놓아서 칠 기회를 놓치겠지만.
"듣고 싶은것만 듣는 건가?"
미간이 조금 찌푸려지던가 싶더니, 곧 다시 원...상태라 해도 늘상 어느 정도는 구긴 표정이라 구겨짐에서 덜 구겨진 상태로 펴진다. "사회성이 없는지라, 남이 울면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만."라며 논점을 흐려버린다. 아니, 애초에 논점이 있긴 하던가..? 그런 생각도 잠시. 음료가 당신의 빨대를 통해 쉭 올라가고, 답하면서 올라온 곳으로 다시 내려가는 잔물을 가만 바라본다.
"갈때 정도는 눈감아 주지. 냉정하네."
종잡을수 없는 감정선이다. 어찌 들으면 살짝 신이 났을까 싶을 정도로, 은근히 격양된 톤. 눈이 가늘어지며 보조개가 옅게 자리잡는다.
"그 반대라면 곱게 죽어줄 생각은 없는데. 그럼 이런건 어떨까?"
테이블 위에 팔을 올리고선 한 손으로 턱을 괸다. 여전히 쎄한 눈웃음을 띄며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선 잠깐 뜸을 들인다. 왜 배신할 거란 전재로 이야기가 샜을까? 그의 속을 들여다보자면 그냥, 궁금하니까? 그리고 재밌으니까? 뜸을 들이는 그 순간은 당신과 특히 친한 인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다 두루두루 친한것 같은데? 그야 보일 때마다 (또는 남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누군가와 꼭 붙어다니니까. 친한 사람을 고르는 것은 그만두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 와중에도 자신이 할 상스러운 질문이 남의 귀에 들까, 사람도 별로 없는 커피샵에서 굳이 얼굴을 당신과 가까이 해 속삭이듯 조용히 무언가를 말한다. 한 손으로 입모양을 가린 꼴이 진짜... 어... 나쁘게 말하면 악랄하다...
"내가 배신하면서 누구 한명은 반드시 죽인다는 전제 하. 내가 널 죽이게 둘거야, 아니면 네 절친을 죽이게 둘거야?"
질문이 끝나면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아 당신에게서 멀어진다. 인상을 확 핀걸 보면 쳐진 눈 덕에 조금 울상이 된 듯한 표정이다만, 분명 눈은 기대감에 절어있을 것이다.
당신이 별로 대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듯 하자 그녀는 장난은 이쯤할까~ 생각하다가 손바닥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하이파이브인가! 하고 신나서 손을 뻗었을때는 이미 당신의 손은 내려가고 난 다음이었죠. 멜무룩2
"원래 사람이란게 다 그런거 아니야~?"
그녀는 갑자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가 싶었습니다만. 딱히 깊게 들어갈 생각은 없는듯 미소지으며 턱을 굇죠. 그리고 남이 울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그럴땐 약한 순간을 파고들어 대쉬해야지." 라며 자신만의 비법(?)을 전파했습니다.
"안 돼~ 배신이면 큰 일인걸.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작전이라던가 정보라던가.. 이리저리 문제니까."
그녀는 뜻밖의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녀가 배신에 민감한게 ㅡ 당신은 모르겠지만 ㅡ 있긴 하지만. 단순히 자기 개인의 감정에 따른 선택이 아닙니다. 지금의 에델바이스는 결코 안전한 배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
그러나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당신이 뜸을 들이고 있자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하며 눈을 깜박였습니다. 그리고나서 자신에게 다가오자 뭐야 뭐야, 뽀뽀하게? 라며 방긋 거렸고. 이내 속삭이듯 질문을 하자 실망한 표정을 짓는것도 잠시.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습니다.
"아마.. 날 죽이게 두겠지. 배신자의 처리야 솔직히 언니가 알아서 할테니까."
여기서 언니란 로벨리아를 말하는걸테지만. 그냥 그렇게 말했을뿐 에스텔도 있고 다른 동료들도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런 상황이면 아마도 그럴거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지만
"나한테 절친이라는게 있다면 말이야."
당신이 집중했다면 들었을 뒷말. 주의가 흐트러졌다면 들리지 않았을 목소리. 그녀는 당신이 들었든 못 들었든 아무말도 안 했다는듯 음료를 마시며 느긋하게 앉아있을 뿐이었습니다.
당신의 말에 짧게 수긍한다. 그후 들려오는 당신의 비법은 무시하는 듯, 시선을 굴리고선 음료를 한 입 마신다. 달달한 액체와 더불어 올라온 자그마한 얼음 알갱이들을 잠시 씹고 삼킨다. 그러고 나서야 마음이 바뀌었는지, 도로 시선을 당신에게 향하고선 입을 연다.
"고마워라. 우리 둘이 팀이라도 맺는다면 더 수월하게 대쉬할수 있겠네."
내가 울리고, 네가 달래고. 그렇게 덧붙이는 얼굴은 정말 아무생각 없는 듯한 무표정이라 그 나름의 농담이란 것을 못 알아먹었을 수도 있겠다. 의외로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과 대화를 이어가는 당신을 보고선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큰일이면 농담 삼아서라도 그런 얘기는 꺼내면 안되겠네?"
멀뚱히 당신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란, 간접적으로 배신 할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자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 묻는 걸꺼다. 질문이 끝나면 뽀뽀는 4딸라라고 조곤히 덧붙이는 말이 들려온다. 그는 어째 자신과 대화할때 당신은 실망한 표정을 자주 짓는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이 고민하다 답하는 것을 묵묵히 기다리고 가만 듣는다.
"이타적이네. 난 그런 사람 안 좋아하는데."
당신의 대답에 실망한 듯한 회답을 한다. 헌데 그 얼굴은 아까와도 같은 무표정이라 속내는 잘 모르겠다. 사실 속으로는 별 생각 없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현재까지 얽히고 설킨다면 그건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니까. 미소짓는 당신을 보곤 "나도 죽으면 사후세계에서 정모 할수 있겠네. 그렇게 다시 만나면, 화 낼꺼야?"라며 요상한 질문을 합니다. 아니...죽인놈 얼굴 보고 화 안낼 사람이 워딧워...
"절친은 상대적인것 아니였던가. 아무리 너라도 특별히 더 좋아하는 사람은 있겠지."
집중하며 듣고 있었던지라, 당신의 흐트러진 끝부분의 말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앵간한 박애주의자가 아니고서야, 남들보다 더욱 좋아하는 인물은 있기 마련이다. 그는 그런 생각으로 뱉은 말이다.
키득이는 당신의 말을 맞받아치듯 침착히 답을 한다. 어느새 그도 자신의 음료를 다 비운 모양이다. 오늘 밤은 변기 좀 붙들고 있어야겠는데, 그런 추잡하되 인간적인 사고회로가 돌아간다. 유제품은 참 맛있는데 후폭풍이 무섭다. 그는 무표정으로 그러한 생각을 하다가도 곧 머리를 비운다 (마치 몇 시간 후 그의 내장처럼).
"농담도 할때, 못할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거 구분도 못 하면 사회생활은 왜 할까."
어째 자기 자신을 저격하는듯 하는 말이다. 본인은 구분 하면서도 생각나는 대로 뱉는게 문제지만... 당신의 말은 맞다만, 정상인 - 그러니까 비세븐스의 시선으로 이곳을 본다면 뒤틀리게 보일 것이다. 그러한 생각으로 한 말이지만, 곧이어 정상인의 잣대로 이곳을 보는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당신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생각'만'한다.
"남겨진 사람은 이타적인 사람 때문에 죄책감 느낄 텐데. 참 이중적이지 않나?"
남의 죄책감을 무시하는 것도 이타적인 거라 생각하는가? 그렇게 묻고선 다 비운 컵의 바닥을 빨대로 긁어댄다. 당신의 답에 "언젠가는 알게 되겠네, 건투를 빌어."라고 능글맞은 대답을 한다.
"그냥 꺼져버리라고 하지 그래? 우리 사이에 돌려 말할 이유가 있던가."
화재를 돌리려는듯 하는 당신의 말에 헛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그의 얼굴을 본다면 어이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뜬 표정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즐거웠어. 이건 빈말일까, 아닐까?" 그렇게 답하고선 웃음을 참으려는듯, 갇힌듯한 키득임이 울린다. 빈말은 아니다. 대화를 꺼려할 때도 많지만, 오늘은 누군가와 말을 섞어보고 싶은 기분이였으니. 지금 이 상황을 데이트라 칭하는 것은 뇌리에서 지우고선, 테이블을 툭툭 치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다 당신의 빈 컵도 가져간다. 카운터로 빈 컵들을 들고가면 아까의 직원이 살짝 웃으며 회수해간다. 컵의 물기가 손에 들러붙은듯, 입고있던 셔츠에 손을 대충 문대 닦으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멈춰 서서는, 당신에게 손키스를 날려준다. 당신의 태도에 맞춰주려는 걸수도 있겠다마는, 이건 요전에 레인에게도 한 행동이니, 은유적으로 엿같으라고 하는 행동일 수도...있다...
"다음에는 볼뽀뽀나 해줄까."
"해줄 마음은 없지만!" 평소 보기 힘든 해맑은 웃음을 띄곤, 경쾌하게 손을 흔들어주며 퇴장한다.
/막레 느낌으로 써왔어~ 멜피주 수고 많았어!! 한번 더 이어도 돼고 여기서 끊어도 오키~
그렇구나 그랬던거였어. 그녀는 다음 타깃이 자신이라는듯 한껏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하는것도 잠시 그녀는 사회생활이라는 말에 그런가~? 하고 고민했으나.
"뭐ㅡ 어때. 사회가 저 꼴인데."
그녀는 비세븐스가 아니기에. 지금의 사회가 저들에게 얼마나 좋은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그걸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기에. 철저히 세븐스의 시선에서 그렇게 말했죠. 세븐스에게 이 사회는 '사회'라고 부를 가치조차 없으니까요. 다만 자조하는것도 아니었고, 분개하는것도 아니었기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일 뿐입니다.
"이기적인거지. 그야 죽은 사람은 다음일은 모르잖아~?"
맞다면 맞는 말이지만. 그녀는 다소 애매한 대답을 하며 킥킥 웃었습니다.
"에이, 나는 더 같이 있고싶은걸. 이건 진심이야."
그녀는 컵을 치워주는 당신을 보며 미소는 짓되 농담이 섞이지 않은 어조로 말했습니다. 아주 가끔은, 이런 대화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얼마 안되는 이야기지만요. 하지만 어쨌건 해야할 일도 있으니까요. 그녀는 살짝 한숨을 쉰뒤 자신에게 손키스를 날려주는 당신에게 윙크해보였습니다. 저것이 어떤 의미이건 상관없죠. 자신이 느끼는게 중요한겁니다.
"자아.."
당신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고나서야. 그녀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리 자주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3분정도. 나가기 싫다는듯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기다렸으나 이내 어느샌가, 카페를 나선거 같았습니다.
어디로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따라나선 길은 상당히 복잡했다. 저 둘이 헤메지 않는 걸 보니 길을 잃거나 한 건 당연히 아닐 테고, 오히려 이쪽 길로 자주 왕래했다는 이야기겠지. 어쨌건 너는 능숙하게 길을 빠져나가는 둘을 따라 움직였다. 수풀 너머로 사라지는 흰 머리카락의 모습. 들려오는 자그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뒤따르던 너는, 덩쿨 사이로 지나가 이제는 아예 모습을 감춰버린 두 사람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이런 장소가 있었구나. 싶어서 잠시 덩쿨을 쳐다보고 있자니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뭔가 꺼내놓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덩쿨을 조심스레 헤치곤 두 사람의 모습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대체 뭘...?
굳이 여기까지 와서 뭘 하는 거람. 일단 가장 처음 드는 생각은 뭔가 심상찮은 무언가였지만. 너무 나쁜 생각은 좋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너는 나름대로 있을 만한 상황을 떠올리려고 해 봤다. 뭔가를 붙잡고 있고... 찌르거나 자른다, 잘못 자르면 어딘가 튄다. 보통은 피...라거나 생각하겠지, 그게 아니라면 뭘까, 음... 잼이 가득 들어있는 파이? 중요한 건 그 뒤에 들려오는 칼질 소리였다. 이건 고기 써는 소리 같은데, 제대로 익힌 고기, 그러니까 음식이라면 자른다고 해서 뭔가 튈 확률은 조금 낮지... 이쯤 되니 걱정이 가라앉기는 커녕 커져서 너는 조금 심호흡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는 거겠지, 음... 만약 뭔가 좋지 않은 일이라면 이렇게 능숙해질 때까지 돌아다니지는 못했겠지, 에델바이스 내에서 문제가 생긴 기억은 없었기에 너는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레 덩쿨 너머, 두 사람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Fire is beautiful; bellowing, beckoning. Yes, beckoning. Beckoning for sure.
Much like any artist (or some philosophers, even) may say, there is beauty in every element that composes life. However, if someone were to ask me if I viewed combustions with the same awe I hold towards flame, I would nod my head with no hesitation. Emphasis on the lack of hesitation. Then I would involuntarily recall the explosions that blurted out farewell on our behalf. To add on towards my artistic belief mentioned above, I believe the world is made of equal parts of bastardness and beauty. The last glimpse I saw of you, perishing into the flames, really assures me that my theory about the compositions of life is indeed, true. Thanks I guess, but ignorance certainly is bliss.
I had a couple words to spare and discuss my current interpersonal relationships, but I decided to leave it out. If I were to put myself in your shoes, I would not be extremely pleased to receive a letter from a good friend consisting mainly of other acquaintances you’ve made instead of how much you missed me and loved me. All jokes, but you get what I mean. There’s this one guy who’s septima reminds me of you. I feel like you would enjoy hearing about him, as our finale and his septima, along with my current bond to him, is quite ironic in a poetic sense. You like poetic things, sure, but I’m not too certain you would be able to stomach me being happy all on my own without you, so I’ll leave the details out. Honestly, you would probably be thrilled to hear I’m doing well. However, I cannot accept how you can be happy for me after all you’ve done for me. Perhaps this is a selfish act of mine, instead of it being a gesture of empathy. I don’t really know.
I’m honestly unsure as to why I decided so abruptly to write you a letter (it is currently 3 in the morning), but then again, when was I not abrupt? (I guess you could even say it's…’out of the blue’. haha) I fixed enough of my own flaws myself, indulging in studies you’ve recounted all about and even seeking out some research myself. But all the flaws I fixed remain intrapersonal, and society still remains unmalleable. Normality is a spectrum, and I am still far from being seen as an average human being. Continuing to pinpoint the reasons for my sorrow and overcoming them on my own seemed like a healthy habit, but after all, I’m only human. I do not particularly enjoy oversharing my despairs, because who would want to be reminded of sorrow when they’ve had plenty of their share already? I do sometimes feel like I'm ankles deep in the void I call consciousness, though. So I write this letter to you, as a continuum of my self-sustained mending of my deeply flawed character.
Alive or not, I dedicate this letter to you, my old friend. Perhaps I will write again on another fine, rainy day (or if I ever get sick of repeating all my issues to myself as if I am my own therapist again, lol.) If you are alive, and miraculously get a hold of this monologue of mine, I do hope you write back. I may be dead by the time you write back though, so you should act quick.
Sincerely,
Your favorite shade of blue, Yuru.
#조용해진 틈에 던지는 독백 #유루는 이런 사적인거 쓸때 암호로 쓰거나 못 알아먹게 추상적으로 쓸거란 캐해가 있어서 암호랑 최대한 비슷한 언어로 써 봤습니다()
1. 「아끼던 물건이 타인의 사소한 실수로 망가진다면?」 사고 친 당사자가 반성한다면 화를 내지는 않는다! 짜증은 좀 나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뭐... 이해하고 넘어가줘. 그런데 다음에도 또 이러면 그때는 좀 화낼지도?
2.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가?」 진단이 이 질문 너무 좋아하는데??? 벌써 세번째야~!!! 참는 쪽.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점이 된다면 드러내는데, 그 방식이 좋지 못한 편. 지난번에 슬쩍 말한 적 있듯 마음만 먹는다면 인내심이 강함... 근데 얘가 못 참을 정도라면 어떻게 될까....😊
3.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해하고자 하는 걸 안다면?」 소중한 사람이라도 용서하기는 좀 힘들지...? 오히려 소중했기 때문에 더 배신감 느낄 거고... 내 통수를 때렸으니 너도 부숴버릴 거다 모드 on! ( •̀∀•́ )✧
덩쿨을 헤치며 지나가는 사이에도 칼질 소리와 금속기가 달각대는 소리는 연달아 들린다. 도중에 앗 튀었어. 젠장. 그러니까 제대로 잡으랬잖아. 같은 투덜거림도 들린다. 과연 쌍둥이는 이 음습하고 은밀한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애써 아니라고 생각했던 불안한 예감이 맞아들어가는 걸까? 오래 생각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덩쿨을 조금만 저 헤치자 사라졌던 쌍둥이의 모습이 그 너머에서 나타났을테니까.
"어." "어?"
한창 뭔가에 몰두 중이던 레레시아와 라라시아가 갑자기 등장한 인물을 보고 동시에 소리를 냈다. 화들짝 놀랐다기보다 어라,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러는 쌍둥이는 각자의 손에 핏빛이 선명한 고기조각과 핏물 묻은 나이프를 들고서 서로를 보고 떠들었다.
"오늘도 그 개가 따라온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네." "맞아- 나는 알고 있었지이." "알면서 말을 왜 안 했, 야 지금 먹지 말라고!"
말하는 도중, 레레시아가 들고 있던 고기조각을 입에 쏙 넣자 라라시아가 버럭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레시아는 근처에서 붉은 와인 찰랑이는 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기까지 한다. 고기와 와인? 그제야 자리를, 쌍둥이가 앉은 곳을 둘러보면 나무들 사이에 조금은 어색하게 빈 공간이 있음이 보이고 거기에 깔린 돗자리가 있다. 그리고 돗자리 위는 술과 음식들이 즐비한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 이 쌍둥이는 여기까지 들어와서 고작 술판이나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어 너는 왜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아?"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느긋히 앉은 레레시아가 쥬데카를 보고 물었다. 옆에서 궁시렁대며 통으로 구운 고기를 썰던 라라시아가 투덜대는 소리도 이어졌다.
"우리가 뭐 헛짓거리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나보지. 그러길래 그렇게 다니지 말자니까." "그렇지만 그게 재밌는데-" "고기 몰수하기 전에 조용히 해." "네이 네이. 아, 기왕 따라온 거- 너도 여기 앉지 그래-? 술이랑 음식은 많-거드은."
딱히 비밀로 할 생각은 없는건지. 아니면 뭔가 속내가 있는건지. 레레시아는 천연덕스럽게 돗자리의 한켠을 가리키며 앉을 것을 권했다.
-아니. 그건 아닙니다. 자신은 가디언즈에 더 있고 싶진 않으나 딱히 레지스탕스 활동을 할 생각도 없다는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동료가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곳까지 보호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안전한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체크한 후에 적당히 다른 마을에 보내던가 해. 도망친 이들이 모여서 사는 그런 마을 몇 개 있잖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만 문제는... 이 병사가 꼭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면서 USB를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가디언즈의 추악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방송국이나 이런 곳에 터트려봐야 다 통제받을 것 같으니 레지스탕스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다는 모양입니다. 제가 받아두겠다고 해도 믿기 힘드니까 직접 자신의 손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모양입니다.
-USB? 무슨 내용인데?
-그게... 복사하고 나올 때 밖에서 쉽사리 확인을 할 수 없도록 암호화가 걸려버렸다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에스티아 양이라면 해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래서 그 USB를 직접 우리에게 주고 싶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병사의 말에 의하면 아마 보검을 들고 있는 세븐스. 그러니까 가디언즈의 간부 중 하나가 자신을 뒤쫓을수도 있다는 모양입니다. 아니. 어쩌면 뒤쫓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 레이버라는 이름이라는 것 같습니다만.
-그 정보가 뭔진 모르겠지만 꽤나 중요한 정보인 것은 확실해 보이는군. 아니면 우릴 끌어내기 위한 것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상황 속에선 움직이는 것이 맞겠지. 그 정보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뺏기는 것은 곤란해. 제 0 특수부대를 보내서 회수하도록 하지. 허나 만일의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확실하게 주의는 주는 것이 좋겠어. 일단은 곧 보내도록 할테니, 그때까지 어떻게든 잘 보호하도록 하고 USB를 뺏기는 일이 없도록 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로벨리아님.
통신이 끊어지고 로벨리아와 통신을 하고 있던 거점 밖에서 활동하는 에델바이스의 멤버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숲 속에 설치해둔 이동형 텐트 안이었다. 지금 옆의 텐트에서 보호하고 있는 병사의 말에 의하면 가디언즈의 간부. 즉 보검을 사용하는 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런 이와 맞부딪칠때 자신이 잘 버틸 수 있을런지. 당연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이가 혼자서 오지 않고 가디언즈 병력을 이끌고 여기로 온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일단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안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멀리 이동해버리면 어쩌면 제 0 특수부대가 자신들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컸다. 그렇기에 결국 그 멤버의 선택은 일단 최대한 숨죽이고 있다가 뭔가 이변이 느껴지면 그때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었다. 일단 그렇다면 그 병사와 같이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텐트 밖으로 나선 후, 옆의 텐트로 향했다.
"빨리 와 줘. 제 0 특수부대."
"...나 혼자로 충분한데. 왜 왔어?" "그거야 나도 흥미 있거든. 대체 어떤 주제모르는 자들이 승리자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야." "...그 사람들 아닐 수도 있어. 그리고 안 보일 수도 있어." "그 패배자들이 달고 있는 마크와 동일한 마크를 하고 있는 이에게 일부러 유도까지 했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걸로 상관없어.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거니까." "...안돼. 내 꺼야." "알았어. 알았어. 나는 별 일 없으면 견학만 할 테니까 안심해. 레이버."
그를 소개하자면 그렇게 멋들어진 수식어를 붙일만한 사람은 아니다. 고지식한 독일놈,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슬럼가를 돌아다니는 미친 개새끼, 속내를 알 수 없는 철통 같은 놈, 철분이 부족하면 안드로이드도 씹어먹을 녀석……. 그나마 괜찮은 것을 골라보자면 조국에서 필요로 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이다. 그는 일과 사적인 감정을 분리하는 것에 성공했고, 더 나아가 이성과 감정을 분리하는 이상적인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상대가 아이라고 해도 총구를 겨눴고, 도망치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뭇사람의 동정심을 사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며칠 전에도 이 주변에서 도망치던 10대 후반 남짓의 청년은 그의 손에 목숨을 달리했다. 사람들은 냉혹한 그의 모습을 보며 과거가 어쨌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이건 아니니 제 좋을 대로 떠들어댔다. 그뿐이랴, 서로 나름의 이유를 붙이며 자신의 영역에 그나마 걸쳐있노라, 그러니 임무에서 배척하지 않고 그가 혼자 다니는 것이다 합리화를 해댔다. 마음대로 지껄이라지, 어차피 그가 마땅한 이유를 대도 제멋대로 떠드는 것이 사람 아닌가.
그는 누군가 떠들든 말든 뒷짐을 지고 임무를 수행했다. 토크쇼의 질문을 굳이 곱씹어 보려 하지도 않았다. 바바라가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회자인 건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고, 어차피 저 질문이 그에게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수잔나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질문 또한 그닥 영양가 있는 것이 아님을 꿰뚫을 수 있었다.
약 7년 전, 수잔나는 그를 찾아온 적이 있다. 서슬 퍼런 녹색의 눈길 때문에 일이 잘못됐나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에게 간절하게 질문했다. 정말 아이를 죽였느냐고. 그는 당시 무덤덤하게 답했다. 사정은 안타깝지만 국가에 해가 되는 존재를 한순간의 변덕으로 밖에 내놓지 말았어야지요. 그리고 그녀가 비틀대더니 자리를 황급히 뜬 사실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수잔나의 답이 궁금했다. 당신은 지금도 아이를 그리워할까. 하지만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수잔나는 이마에 구멍이 뚫려 경련하더니 늘어지고 말았다. 스튜디오는 비명과 패닉으로 아수라장이 됐고, 그는 허둥대는 동료 사이에서 바이저 헬멧을 쓰며 총을 장전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눈도 감지 못한 채 늘어진 수잔나의 시체에서 시선을 뗀다. 만약 당신이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더라면 그는 이 방송이 끝나고 당신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을 것이다. 당신의 아이는 자신의 품에서 잘 살고 있노라고. 행복을 깨우치며 하지만 그는 기회를 주겠다는 마음도 갈무리했다.
"습격이다! 전투태세에 돌입해!"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당신이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더라면 그는 이 방송이 끝나고 당신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을 것이다. 당신의 아이는 자신의 품에서 잘 살고 있노라고. 바람이 가져다주는 계절의 소식과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행복을 깨우치며 살고 있다고. 당신을 제법 닮았는지 배우지도 않았는데 영특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지만 그는 기회를 주겠다는 마음도 갈무리했다.
그녀가 답변조차 못 하고 이렇게 명을 달리한 것도 있지만, 굳이 답변을 듣지 않더라도 그녀는 7년 전 자신을 마주했던 순간에서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그녀가 낳은 아이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뱉은 모든 단어에서 아이의 그리움 보다 수잔나 엥엘이라는 여성이 인생에서 가졌어야 할 당연한 행복에 대한 미련이 느껴졌다. 마침내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도 자신 때문에 행복이 무너졌노라 자신을 탓하지 않았나. 타인이라면 이 사실을 몰랐겠지만 그는 공기의 흐름을, 나아가서 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의 기류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Was für ein dummes Mensch." "이봐, 임무 중에 무슨 말이야? 너답지 않게." "아무것도 아니다. 진입하도록 하지."
그는 눈도 감지 못한 채 늘어진 수잔나의 시체에서 경멸 어린 시선을 뗐다. 추모는 남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587 으아악! 문장이 지워지고 있어!! (흐릿) 어어. 이미 나온 것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일단 기본적으로는 가급적 역사적 인물은 없는 것으로 하고 있어요. 이게 잘못하면 막 이순신이 세븐스였다. 라던가 2차세계대전은 세븐스가 뒤에서 활약했던 전쟁이었다. 이런 느낌이 되버리면 아무래도 곤란한고로.. 그냥 뭐 대충 적당히 믹스한 것으로 가도록 합시다. 예압!
레시 : 네 죄를 같이 짊어져달라고? 하. 네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지 똑바로 알고 있나 궁금한데. (멱살을 쥐어 가까이 끌어당긴다. 코끝이 닿을 거리까지.) 그래. 그래 좋다. 네 죄, 그까짓거 너와 같이 짊어져주지. 그 끝이 나락일지라도 나는 기꺼이 같이 떨어져주겠다. 대신 네 마지막은 내가 갖겠어. 널 나락에 떨어뜨리는 것도 이 ㅈ 같은 세상에 붙잡아 놓는 것도 내 손아귀로 쥐락펴락 해줄테니.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행여나 도망치겠다는 허튼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말라고.
>>626 하..... 레샤님 저를 발닦개로 써주세요.. 흑스마엘 나와서 가늘고 긴 미소 짓다가 도망은 당신이 칠까 걱정입니다. 이상향에 발 들일 적 삿된 것은 모두 뿌리째 뽑을 생각이니. 하는 모먼트 생각했지만? 이셔주는 착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하겠어요 궁금하면 500원(대체)
당신의 말에 그렇게 답한다. '그날 있었던 일'에 특별히 흥미가 있어보인다기 보다는, 동료의 세부사항을 전달받겠다는 느낌에 더 가까워 보이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게 그녀는 어떤 것이 더 흥미있는 이야기인지, 어떤 것이 더 무서운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는 듯 하니까. 그리고는 이어지는 당신의 물음에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두어번 정도를 느릿하게. 깜빡깜빡.
"엔은 에델바이스가 먹지 못하는 것을 먹을 수 있다."
그러더니 그녀가 손을 넌지시 들어올린다. 그러자 그 손바닥 위의 살점은, 물이 부글부글 끓듯이 부풀어올라 다른 형태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먹은 것을 움직일 수 있다. 소화할 수 있다. 흉내 낼 수 있다."
손을 입가에 가져간다. 그러자 입이 된다. 손을 눈가에 가져간다. 그러자 눈이 된다.
"그것이 엔에게 있는 유일한 재주다."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당신에게 가볍게 보여준 그녀는 원래대로 돌아온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녀는 당신이 상상보다 많은 것을 먹었고, 당신의 상상보다 많은 것을 흉내낼 수 있을 것이다. 고기는 어디까지나 뻗어나간다. 스스로 고기임을 부정해도 어쩔 수 없다. 그녀가 말하는 '삼킨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엔은 배가 고프면 움직일 수 없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배는 천 한 장 없이 맨살이다. 움직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최대한 복장을 경량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나 자주 배가 고픈 건진 몰라도. 어쨌든, 고기는 고기를 원하는 법이다. 그녀는 손을 그런 배 한 가운데로 가져다 대었다.
마리가 이곳에 온지는 거의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거의 한 십년 가까이는 다른 레지스탕스에서 지냈었다. 그리고 독립을 위해 다른 레지스탕스로 가려고 했었고, 그러던 와중에 에델바이스로 오게 된 것이었다.
마리는 승우의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뜸이 길어지고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나갈 동안 마리는 눈을 깜빡이며 기다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는 기다림이 늘 필요했다. 정적 속에서 서로 눈만 깜빡거리다가 승우가 나 진짜 한다? 하고 말을 하자 그제야 마리는 뭔가 자신이 놓친 것이 있던가? 하고 생각하며 “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나온 말은 꽤 짧았다. 마리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이야기했다.
“세븐스라는 이유로 집안에서 가둬진 거야? 보통 그런 경우도 많지. 나도 임무 중에….”
말을 하려다 말았다. 임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리가 있었던 레지스탕스에서는 처음 결성될 당시에는 가디언즈와 반하는 세력으로서의 저항 활동을 많이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점점 배신 및 피해가 커지고 결국에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저항 행위로 많이 바뀌었었고.
그 과도기 쯔음에 마리가 구출되었었고, 마리가 정신을 차리고 난 이후에 레지스탕스의 저항 행위는 일반 가정에서 가둬져 키워지는 세븐스 구출, 요인 암살(그 요인의 적대 세력에게 돈을 받기도 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세븐스의 복수 의뢰 같은 행위들로 변질되었다.
그 활동 중에서 마리는 일반 가정에 잠입해 가둬져 있는 세븐스에게 나가고 싶은지 의사를 묻는 일도 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세븐스를 몰래 빼돌리거나 그 집을 대상으로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684 별 건 아니고 마리가 있던 레지스탕스에서 승우가 가둬져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리가 승우에게 접촉해서 이 집에서 나가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고 거절당하는 장면이 떠올라서 그만....() 승우 비설하고 맞닿아있어서 조심스럽네 ㅋㅋ큐ㅠㅠ 선관 제안 거절해도 오케이라구 ><
그에게 소속 경험이 있는 저항 세력은 에델바이스 뿐이고, 제대로 속해보았다 할 만한 사회도 이곳밖에 없어 다른 레지스탕스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풍문으로 들리는 소식을 접하거나 간접적으로 마주친 적이야 있지만 내부의 정확한 사정까지는 그로서는 알 방법이 없으니. ……사실 그동안은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었다는 이유가 제일 크지만.
"인간들 생각하는 게 존* 거기서 거기라니까."
마리의 대답에 그가 입꼬리를 비죽이며 웃었다. 어쩌면 세상은 이미 세븐스들을 통해, 계급과 문화의 격차를 뛰어넘은 정신적 화합을 이룩하는 데 성공한 게 아닐까?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람들이 기껏 머리 굴려서 내놓는 해결책이라는 것들이 죄다 엇비슷하니 말이다. 어떻게든 애물단지 처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꼴이란. 딴에는 그것이 다른 학대 행위보다야 자비로운 처사라 말하지만 궤변이다. 그들은 단지 두려웠거나, 그저 꺼려왔을 뿐이다. 제 손으로 매질해 길들일 용기가 없으니 현상만 유지하려 했을 따름인 것을.
잠자코 마리의 말을 듣던 도중 이야기가 끊어지자 그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렇지만 별다른 말 없이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제 쪽에서 먼저 뜸들여댔으니 마리도 그러지 말라는 법 없으니까. 다만 기다리는 동안 마리가 경청할 준비를 했던 것과는 딴판으로, 그는 여전하게 쿠키나 오독거리며 별달리 고민하는 것 없는 채다.
일상 첨 돌릴때부터 생각났던 건데 유루 과거사에 얽힌 모브친구 (ft. 옛날에 그렸던 유루 어린시절 짤, 저번에 올렸던 독백) 모티브랑 이름을 상록식물에서 따와서 좀 뇌절하면 그린우드랑 비슷한 그런 늬낌이 아닐까 그런 생각 하다가(ㅋㅋㅋㅋㅋ).. 이름은 새파란데 비해 마리나 유루 친구나 둘다 뜨끈한 이미지 컬러인것도 보고 유루 친구랑 마리랑 친척관계?였어도 이상하지 않을것도 같고~ 그런 망상을 좀 해봤습니다
선관...이라기엔 쫌 애매한 그런 망상이였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성은이 망극하네여
>>694 킹치만 유루 비설 지금 완전 허술한걸ㅋㅋ? (텅 빈 공백을 보여주는 중)
>>695 누가 막나요(??????)전여친 맛있는데
캡 안녕! 선우주 안녕! 선우랑 선관 짜고 싶은데 흠믐므...얘네 만날 일은 있었을까,,? 선우는 20살 때까지 뭘 하고 있었나!
ㅋㅋㅋㄲ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문당하는 수준이냐고 유루 아싸력 넘치는 거 볼 때마다 웃기고 슬픔 네 그러니까 국정원 소속 어쌔신이 미대 다니는 스트리머로 위장하는 중인데 사실 진짜 정체는 다른 세계에서 온 메카로봇에 타서 우주전쟁 한가운데서 노래하는 전쟁 아이돌이라는 컨셉으로 열심히 스트리밍 시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음습하고 은밀한 장소, 그리고 불안한 생각...은 덩쿨 너머의 두 사람, 쌍둥이의 얼굴을 보면서 전부 사라졌다. 이 장소는 음습하고 은밀하기보다는, 비밀스럽고 즐거운 장소...랄까. 사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모든 의문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나이프에 핏물이 묻어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어쨌든 손에 들고 있는 건 핏빛이 선명한 고기조각이었으니.
"아, 알고 계셨군요."
죄송해요, 미행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라고 덧붙이면서 너는 멋쩍은 듯 웃었다. 다 알면서도 내버려뒀다는 건... 뭐, 들켜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겠지. 너는 레레시아가 고기조각을 입 안에 넣고 먹는 걸 보다가, 레레시아에게서 질문이 들려오자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 물론 대답하기 전에 라라시아가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서 멈췄지만.
"하하... 솔직히 말씀드리면, 맞아요. 몰래 어디론가 가는 것 같아서 무심코 따라와 버렸네요."
실례했어요, 라고 말하며 몸을 앞으로 굽혀 사과하곤, 어쩌지... 이제 돌아갈까 싶었으나 돗자리 위에 앉아서 같이 음식을 먹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발걸음을 옮겨 조심스럽게 앉았다.
엄.... 이스멜이랑 유루랑 맞짱뜨면 이성줄 놓지 않는 이상은 이스멜이 일방적으로 지지 않을까..?
이셔는 자기 능력을 방어적으로만 쓰지 공격적으로 쓰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계속 유루가 죽빵 갈겨도 싸우면 ㅠ 싸우면 안 됩니다 ㅠ 상태라서... 암튼 대련이라고 해도 본인이 누군가를 공격한다? 사소하게나마 상처를 입힌다? 그런 부류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태기도 하구 <:3
>>703 헉...... 좋아......... 이게 어떻게 이어질 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저는 너무 좋은데요. 마리네 아버지는 갈발 녹안이고 어머니는 옅은 갈발 옅은 갈안인데 마리는 아버지네 증조모 유전자 때문에 붉은 계열이라서 아마 친척중에 한 명일 수도 잇을 것 같구~ 한 번쯤 애기 마리가 아빠한테 왜 자기는 이런 색이냐고 했을 때 아빠기 증조모님 이야기하면서 친척 중에도 너랑 같은 붉은색인 애가 있다고 얘기 들었을 것 같고. 그런데 마리네 가족은 마리 태어나고 나서 가족들하고 연 끊었고 아주 가끔 연락만 하는 지라 서로 모를 것 같지. 혹시 더 길어질 것 같으면 임시스레 가자궁~
네???? 데뷔했지만 인성논란으로 멸망했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고지식한 스타일도 잇었구나... 근데 괄호 안 내용이 쫌 눈물나는데??? 🤔사실 얘 싸움실력은 오너인 저도 모릅니다 왜냐면 내가 전투묘사를 못해서 자신이 없음 ◠ ̫◠ 역시 직접 붙어보고 측정하는 수밖에 없지 않으까??(?)
미행의 의도가 아니었다며 죄송하다 하면 쌍둥이는 각자 중얼거리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깨를 으쓱인다. 미행을 했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라는 듯. 두 사람의 태도는 의연했다. 둘 주변의 누가 뭘 하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거어 처음이려나-? 조직원이 따라온 건-?" "그런 거 같은데. 오랜만이기도 하고."
왜 따라왔냐는 말에 그가 대답하면 또 짧게 오가는 말이 있다. 내용을 들어보면 이런 자리를 갖는게 자주는 아닌가보다. 그렇다면 오늘은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술판을 벌인 걸까. 쌍둥이의 행동은 늘 의문을 불러일으켰으나 절대 먼저 말해주는 법은 없었다.
"괜찮지 괜찮지이. 자자- 잔 줄까아? 술 마실래-?" "마시는 건 좋은데 주량은 알아서 조절해. 우리는 안 취하니까 정도를 모르거든." "맞아- 우린 이마안큼 마셔도 안 취해-"
쥬데카가 앉자 쌍둥이는 흔쾌히 자리를 주고 잔과 접시를 챙겨주었다. 레레시아가 여분의 잔과 접시를 꺼내주는 동안 라라시아는 옆에서 덩어리째 구운 고기를 먹기 좋게 자르고 있었다. 음식은 그 고기 말고도 각종 치즈에 빵에, 버터와 잼, 크로켓이나 너겟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두 사람이 먹기엔 확실히 많아보이는 양이었지만 술도 적지 않게 있었다. 와인에 위스키, 버번, 보드카 등등. 하나 같이 도수가 높고 독한 술들이 가방 한 가득 들어있는게 빤히 보인다. 쥬데카가 사양하지 않는다면 이미 개봉한 와인을 잔에 가득 따라서 건네주었을 것이다.
"자. 다 썰었다. 또 손으로 집어먹으면 맨빵만 먹일거야." "알았다구우. 그런데 빵은-?" "하.. 잘라주면 되잖아."
역시나 큼직한 빵덩어리를 라라시아가 가져가서 자른다. 그 모습을 조금은 얄밉게 지켜보던 레레시아. 휙 고개를 돌리더니 쥬데카를 보고 물었다.
"그래서어 너 누구더라아? 이름- 얘기한 적 없지이?"
팀원으로서 임무는 같이 했지만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렇게 물은 레레시아가 지그시 보고 라라시아는 힐끔 시선을 스칠 뿐이었다.
아마데우스 타루! 지금은 단순한 여식에 불과하지만 훗날 에델바이스 제국 사교계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뭇 영식을 압도하는 큰 키로 이미 귀족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작위를 계승한 이후 보여준, 피아를 가리지 않는 애정어린 행보와 완벽한 예법은 딱딱하던 제국 사교계에 큰 변화를 주기 충분했으니까. 많은 사람이 그녀가 손 뻗어 품어주기를 선망했다. 이건 기회다. 이번 생에서는 많은 인맥을 손에 쥐어야 하는데, 사교계를 주름잡을 사람을 놓칠 수는 없지. (중얼중얼)(?)
뭔가 떠돌이 개가 따라와서 음식을 나눠주는 듯한 느낌이다. 어쨌든 따라온 건 맞으니까... 너는 자리에 앉아서 레레시아가 꺼내주는 잔과 접시를 받아들었다. 음식이 굉장히 많은데... 이걸 전부 둘이서 다 먹는 건가? 음식 자체는 그렇다 쳐도, 술을 저렇게나 많이 가지고 와서는... 이 술을 전부 마시는 거라면 대체 어떻게 마시는 걸까 싶어 가만히 술이 담긴 가방을 쳐다보았다.
"아, 네. 감사히 마실게요."
취하지 않는다라. 저 말이 사실이라면 저 정도의 술을 마시는 것도 무리는... 아닐리가 없지! 술로 배가 부를 정도의 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역시 도대체 어떻게 먹는건지가 참 궁금했다. 어쨌건 레레시아가 와인을 잔에 가득 담아주자 너는 잔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음, 잘못하면 잔뜩 취하겠지. 조심해야겠다.
"쥬데카 뷔시카리오입니다. 편하게 리오라고 불러주세요. 음... 두 분 이름은 뭐죠?"
동료들의 이름을 개인적으로 알아보기는 했지만, 아직 얼굴까지 완벽하게 매치시켜서 외운 건 아니었기에 너는 두 사람의 이름을 지금 듣고 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향하는 레레시아의 시선에 너는 이름을 소개한 뒤에, 두 사람의 이름을 들려줬으면 한다는 질문을 건네 본다.
안타깝게도 일곱 세븐스의 보검 형태는 모두 아스텔이 가지고 있는 그 길쭉한 보검 형태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물론 검 손잡이의 디자인이나 색은 제각각 다르긴 하지만요. 애초에 이 일곱명은 보검 그 자체를 베는 무기로 쓴다기보다는 그냥 자신의 세븐스를 강화시키고 그 힘으로 고유 무장을 만들어서 사용하는데만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일반적인 검 형태랍니다.
쥬데카가 음식과 술을 보거나 말거나, 레레시아는 그새 비운 잔에 새로 와인을 따르고 라라시아는 먹기 좋게 썰은 빵도 접시에 담아 세 사람의 가운데쯤에 내려놓았다. 레레시아는 라라시아의 잔에도 술을 채워주고 짠, 하는 것도 없이 마신다. 술자리였지만 들뜨고 소란스럽다기보다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였다.
"마시기 힘들어지면 억지로 마시지는 마.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계속 먹일거야. 쟤가." "에- 억지로 먹이는 거 아닌데에. 싫다고 하면- 안 준다구우."
술잔을 보는 시선을 알아챘는지 라라시아가 싫으면 싫다고 바로 얘기하라 한다. 바로 옆에서 듣던 레레시아가 궁시렁대지만 돌아오는 건 코웃음 치는 소리 뿐이다. 라라 못 됐어- 너만 할까. 쌍둥이는 서로 떠들고, 동시에 고개를 들어 쥬데카를 보았다. 고양이마냥 쨍한 두 쌍의 눈이 같이 깜빡였다.
"리오-? 뭔가아 이름하고 얼굴이 잘 안 맞네에. 그냥 쥬- 라고 부르면 안 되나아. 쥬우."
그의 자기소개에 레레시아가 고개를 비뚝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안 어울린다고. 그대로 두면 정말로 쥬우 하고 엿가락 늘어진 소리로 불러댈 듯 하다. 그럴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다만은.
"또 그러지. 아. 나는 라라시아. 라라시아 나나리. 라라, 라샤, 뭐 편할대로 불러." "나아는 레레시아 나나리- 레시에오- 잘 부탁해-"
각자 자기소개에 한마디씩 얹어서 하고나면 술 한잔이 훌쩍 비워진다. 쌍둥이는 서로의 잔을 채워주고 쥬데카에게 음식을 권했다.
"자- 먹자 먹자아. 고기는 따끈할 때 먹어야 해애. 많으니까 막 먹어두 되구-" "그래. 사양 말고 먹어. 우린 술이 메인이라." "치즈 좋아해-? 빵에 치즈 올리고 고기 얹으면 맛있어-"
레레시아가 시범을 보이듯 자른 빵에 슬라이스 치즈를 올리고 고기를 집으려다가 라라시아 눈치를 보았다. 그러곤 얌전히 고기 접시의 집개로 고기를 집어 빵에 얹어서 한입 크게 물었다. 엄청 맛있어하는 탄성이나 감탄은 없지만 우물우물 먹는 모습이 제법 복스럽긴 하다. 쥬데카에게도 그렇게 먹어보란 듯 손짓을 하고 술을 들이킨다. 그대로라면 그저 먹고 마시는 자리로 평화로이 지나가겠지.
그녀는 미묘한 대답을 당신에게 내놓는다. 하지만 아마 그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 것이다. 물론 당신이 염려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테지만.
"안 된다. 엔은 변신을 하는 게 아니다. 흉내를 낸다."
뭐가 다르냐며 햇갈릴 수 있겠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개미처럼 폭발적인 힘을 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작아질 수는 없다. 나비처럼 하늘을 날 수 있지만 일시적이다. 벌처럼 침을 만들 수는 있지만 독을 쏘는 건 불가능하다. 즉 그녀는 그녀가 가진 한계 안에서 대상을 모방하는 것으로- 원하는 대상으로 완전히 '탈바꿈' 하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이다.
게다가 이미, 그런 종류의 변신은 다른 동료가 해주고 있으니까.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만을 할뿐이다. 삼키고, 흉내낸다.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곤충은 엔의 배를 부르게 하지 않는다. 고기가 좋다."
사실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도 된다는 듯, 그녀는 잊지 않고 그 뒤에 덧붙혀서 대답했다.
네가 잔을 쳐다보는 걸 보고 뭔가 느꼈는지 혹시 마시기 힘들어진다면 이야기하라는 쌍둥이의 말에 너는 알겠다며 웃었다. 동시에 네 개의 눈이 너를 쳐다보는 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런가요...? 매치가 잘 안 되는 이름일까요, 으음... 네, 그쪽이 편하시다면 상관은 없어요."
쥬- 라, 뭔가 좀 심하게 애칭 같지 않아? 리오라는 호칭과 얼굴이 잘 안 맞는다면 반대로 쥬- 는 얼굴이랑 잘 맞는다는 이야기려나. 너는 대체 어떤 점에서 맞고 잘 안 맞는건지 머리를 굴려 보지만 도저히 답을 찾을 방도가 없었다. 이걸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러다가 두 사람이 이름을 소개하며,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도 이야기해 주자 너는 고갤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네, 잘 부탁해요. 라라, 레시, 이렇게 부르는 걸로 괜찮다는 말씀이시죠?"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그들이 말했던 호칭을 네 입으로 다시 되새기고는 미소짓는다. 벌써 저 둘은 술을 한 잔 마셨네, 너는 조심스레 와인을 한 두 모금 넘겼다. 으음, 맛있을지도.
"네,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잘 먹겠습니다."
좋아해요, 치즈. 라고 덧붙이면서 레레시아가 치즈와 고기를 빵에 얹어 한 입 베어무는 모습을 보던 너는, 그녀를 따라 빵을 집어들고 마찬가지로 치즈를 한 장, 고기를 한 점 올려 베어물었다. 적당히 구워진 고기에서 배어나오는 육즙과, 따뜻한 고기 덕에 금새 녹아 살짝 끈적이는 치즈, 그리고 흘러내리지 않게 붙잡는 빵까지. 꽤 맛있었다.
자캐가_보는_영화유형 진짜 안 가리고 봄.. 얘는 끔찍하다 정평이 난 B급영화도 좋아할 것 같아. 프로파간다를 위한 선전용 영화도 군말없이 볼 거고, 얼떨결에 공포영화 봐도 그날 밤 잠 못잘 뿐이지 그냥 봄.. 어디 인생 영화에 로마의 휴일, 저수지의 개들, 랑종, 알라딘이 함께 있는 혼종을 맛보시지(대체)
어느날_방의_물건배치가_바뀌어있다면_자캐는 이셔가 눈치채지 못할 것 같지만! 무려 눈치챔.. 이셔는 본인 물건 각 잡아두고 원래 쓰던 자리에 가져다두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타입이라 손쉽게 눈치챌 거야. 책상 위 연필 배치가 바뀌어도 눈치챈다...
그리고 에델바이스 내부의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를 찾아가지 않을까...
자캐가_찜질방에_간다면 한국인이 아니라서 이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뜨거운 곳에서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아무렇게나 만든 것 같은 커피가 황금비율이라 두 번 놀랄듯...🤔
이스마엘: 174 캐릭터는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했을까요? 50:50 비율로 했을듯..
299 형광등을 갈 줄 아나요? 물론이지! >:3
075 비싼 옷 적게사더라도 오래 입기 vs 싼 옷 많이사서 짧게 입기 아.. 비싼 옷 많이 사서 오래 입고싶다(?) 이셔는 그래도 옷 자체의 내구성을 보기 때문에 전자든 후자든 내구성 좋은거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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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길을 가다 "야!"하고 얻어맞았는데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 괜찮습니다. 슬럼에서 많이 당해봤습니다. 대다수 어딜 애새끼가 건방지게 재머를 끼고 다니느냐 묻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웃어 넘겼습니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이라도 웃어 넘길 수 있습니다. 익숙하니까요!"
2.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 중 하나를 양보한다면?」 "맛있는 음식입니다." "작은 양보로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3. 「점괘를 보는데 최악의 결과가 나와버린다면?」 "이건.. 내버려둡니다!" "비과학적인 일은 세븐스로도 충분한 개연성이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가령 밤이 되면 대원 숙소 복도에 유령이 떠다닌다 하지만, 사실 바깥을 구경가고 싶지만 발소리에 누군가 깰까 호버상태로 날아다니는 접니다. 미신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고작 초자연적인 신념으로 이루어진 미신이 실제로 일어날 일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최악이면 어떱니까? 딛고 일어서면 됩니다."
>>945 >>946 >>947 숨길 만한 게 아니니까 말씀드리면,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한 모습이라고 보면 될 거 같네요, 머리 길이라든가 산발인 걸 보면 슬슬 마음이 흔들리고 있을 때기도 하고요!
>>944 이셔의 진단! (줍줍 이셔는 가끔 일식(?)일어날 거 같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햇살캐가 맞다! 조금 걱정되는 부분은 어쩐지 심지...가 의외로 부숴지기 쉬울 것 같아 보인다는 걸까요. 아니지 심지 자체는 멀쩡해도 360도 회전했더니 가는 방향은 똑같은데 뭔가 많이 달라지는 그런 느낌이... 맹목적인 수준으로 착하니까 뭔가 음... 고장났을 때가 무서워요(?)
쥬데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악기를_연주한다면_어떤_악기일까 악기...일단 오너가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어서 난감한데, 어울리는 악기라고 한다면 음, 바이올린? 아니면 콘트라베이스! 특히 콘트라베이스는 본인보다 큰데(...) 그런 모습이 매력이 될 수도 있죠, 상당히 열심히 연주해야 할 것 같지만ㅋㅋㅋ
이유_없이_눈물이_흐른다면_자캐는 가만히 서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이유가 없기 때문에 굉장히 당황한 상태일 거고, 아마 거울을 빤히 쳐다보고 있거나, 누군가랑 대화하고 있을 때에는 아마 상대방의 얼굴을 한동안 빤히 쳐다보지 않을까 싶네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깨달은 뒤에는 얼른 몸을 숨기고 눈물을 닦겠죠! 그 전까진 뚝뚝 눈물 흘리면서 서 있을 거라구... 후후 눈물 흘리는데 울상 아닌거 너무 좋아(?)
자캐가_자신의_감정_그대로_눈물을_쏟는다면 이 해시 너무 두루뭉술한데 이렇게 써도되나...? 감정이 진짜 복받쳤을 땐 진짜 펑펑 울 텐데, 진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 수도 있다! "왜...! 도대체 왜!!! 왜 내가 여기 서 있는데, 어째서 나만 여기에 서 있는 거지, 말해, 당장 말해!! 제발... 대답해, 왜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 거기에 있는 건데..." 랄까나~
쥬데카 뷔시카리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따뜻한_말에_무너지는가_차가운_말에_무너지는가 굳이 따지자면 따뜻한 말 쪽, 분명히 따뜻해서는 안 될 상황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말에 그 감정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겠네요, 차가운 말에는 가슴아파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은 상처입을 때가 아니라, 상처가 나아갈 때 무너지곤 하니까요.
자캐가_대학을_다닌다면_전공은 으으응ㅇㅇㅇ음 ㅋㅋㅋㅋㅋㅋ큰일났다 철학과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아 아마 높은 확률로 철학과에 다닐 거고, 높은 확률로 조교를 하고, 높은 확률로 대학원생을 할 것 같...네요, 대학원생이나 조교는 교수가 해보라고 해서 얼결에 했을 듯...
자캐가_죽는다면_유산은_누구에게_주어질까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아님) 농담이고, 지금 죽는다고 하면 높은 확률로 마리에게 주어지겠죠. 사실상 남은... 가족이랄까 추억할 유일한 과거가 지금까지 좋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건 마리 뿐이니까요. 만약 그런 걸 제외하고 본다면, 아마 아무렇게나 뿌려지지 않을까 싶어요, 급사한 거라면 그럴 거고... 그래도 준비는 미리미리 해놓는 편이라고 생각하면, 아마 레지스탕스...나 후원이 필요한 단체에 후원될 거라고 생각해요. 음음, 어차피 유산인데 좋은 데 써야지!
여승우 : 123 머리가 어느정도 길어지면 어떻게 하나요?(ex 묶기,자르기) 끄트머리만 좀 다듬을 뿐이지 길면 그대로 길러서 묶고 지내~!
255 부하직원의 실패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실패에 따라 얼마나 큰일이 났느냐에 따라 '그냥 주의 주기~성냄'으로 나뉜다... 주의 주는 정도일 때는 친절해. '도저히 커버칠 수 없는 최악임 고소 가능할 정도의 실패' 같은 것만 하지만 않는다면 짜증내더라도 친절한 고든램지 정도밖에 안 될걸? 램지 아저씨... 게스트에 따라서 화 덜 낼 때는 나름 안 윽박지르더라구🤔 그리고 고소 가능할 정도로 사고를 친다면....음~~😇
여담인데 장난으로 부하직원이 전에 실수한 걸로 놀림()
293 자주 짓는 표정 눈썹 짝짝이로 한쪽만 까딱 올리고 입 다물고 뚱한 표정 짓기! 그리고 장난칠 때 웃는 표정 정도? 웃을 때는 '히' '실실'이라는 표현이 어울림. 눈 휘고서 활짝!이지만 기본적으로 소리 내지 않거나 살짝 흘리는 정도로만 소리를 내서 장난스럽고 은근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991 음. 바이올린! 바이올린 멋지죠!! 쥬데카에게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요. 와. 저 울분 토하는 대사. 아무리 봐도 동료가 죽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맞나요? 아무튼..철학과라. 그리고 조교라. 그리고 대학원생. 아무리 봐도 고통받는 루트 아닌가요? (동공지진) 그 와중에 마리에게 유산이라. 흠. 그렇게 마리는 부자가 되었다. (어?)
그리고 로벨리아와 관계 쌓기가 안되는 이유는 NPC니까요. NPC와 MPC의 큰 차이는 관계쌓기가 가능하냐, 어림도 없냐인걸요! 아무튼 잘 자요! 쥬데카주!
흐흑 쥬 진단 너무 맛있고 슬퍼.. 바이올린도 확실히 어울리는데, 이유 없이 울 때 당황해서 상대 멍하니 쳐다보는 것도 울상 아닌 것도 너무 좋다.... 눈물 쏟는 거 뭐야??? 떡밥이야??? 우리 말랑콩떡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임????? 가디언즈 일원에게 하는 말인가?!?!?! 따뜻한 말에 무너진단 것도 안타까운데 철학과 대학원생 소리에 이셔주 찐으로 비명 지르려다 참음.. 어떻게.. 철학과 대학원.. 그거.. 그거는... 진짜 낭만 아니야...???(이런 발언) 유산에서 눈물이 흘렀죠.. 쥬 죽지마......
에델바이스의 아지트가 위장하고 있는 지상의 슈퍼마켓. 그 주위를 특히나 잘도 돌아다니는 이가 있다면, 다름이 아닌 엔이 아닐지.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한 일대는 거의 그녀의 놀이터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녀의 모습이 자주 목격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슈퍼마켓의 내부도 포함해서. 하지만 이번에는 모처럼 마켓의 안을 거덜내는 일이 없이, 바깥에 있는 가로수에 올라탄 채로 손을 뻗고 있는 그녀였다. 저 끄트머리에서는 무언가 푸드덕 거리는게, 둥지에 있는 새를 잡으려 하는 것 같다.
"멜피."
그런 가엾은 새의 목숨을 구한 것이 바로 당신. 당신의 존재를 확인한 그녀는, 꽤 높이가 있었음에도 나무에서부터 서슴없이 뛰어 바닥에 내려앉았다.
"엔은 멜피를 반가워한다. 반갑다."
그러고는 나뭇잎과 가지가 달라붙은 옷을 그대로, 당신의 앞으로 단걸음에 다가가 그렇게 인사하는 것이다. 그녀도 당신이랑은 꽤 알고 지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