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엘이 프레데리카의 말을 듣고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끼는 서술이 나올 것 같은데 괜찮은가? 그리고 막시밀리안을 따른 이유가 야엘의 집단 본능을 충족시켜주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줬기 때문이라는 이유여도 괜찮은가? 마지막으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랬다는 말에 특징을 숨기지 못하는 늑대인간이 뭘할 수 있겠냐는 식의 반박 혹은 체념같은 뉘앙스의 답변도 괜찮은가?
이렇게 세가지만 확인부탁해 답레스 달아주면 수정할 건 수정해서 답레 올리도록 할게! 비가 너무 와서 빗소리에 잠이 깬김에 쓴거라 이른 오전에 올린 거 걱정하지 말구.
" 지나치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안들어먹을테니까 관두죠. 그 지나친 조심성 덕분에 내가 침입자를 쫒아가기 손쉬웠으니까. "
야엘은 자신을 설득할 방법이 있다는 프레데리카의 말에 잠시 할말을 고르는 것처럼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것이다.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캐묻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야엘은 대답을 위해 입을 열었으나 결국 그대로 다물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캐물어본다고 해서, 프레데리카가 말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거짓말? "
나이프가 위협적으로 꽂히는 모습, 그리고 프레데리카의 말에 야엘은 내리고 있던 눈을 들어서 프레데리카를 응시했다. 서운한 기색이 담긴 차가운 목소리에, 야엘은 헛웃음을 삼키며 그 말을 따라 내뱉었다. " 이제와서? ", 짓씹듯이 따라서 쏟아낸 한마디에 으르렁거림이 덧씌워진다. 그것은 명백한 위협이자 불만의 표시였다. 5년, 5년이었다. 이제와서 주인이라 하는 것을 야엘이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존대가 사라진 프레데리카의 어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프레데리카의 이어진 말은 야엘이 잊어버리고 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 나는-.. "
불쑥 반사적으로 반박하려던 말문이 틀어막혔다. 당신이 돌아왔을 때, 잊고 있던 상처를 깨달았고 그 어떤 변명도 사과도 없는 당신의 모습에 곪아버린 상처가 아렸다. 메울 수 없는 갈등의 늪은 당신이 나를 버리고 떠났을 때부터 시작되서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서, 과거를 짚어보면 잊고 있었던 말이 떠올라서 프레데리카를 노려보듯 바라보던 야엘의 시선이 갈곳을 잃어버린다. 왜 그 한마디를 잊어버리고 있었던걸까? 말문이 막히면서 동시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 일단 야엘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것이다.
" 아가씨, 나는.. "
숨이 막힌 탓인지 목소리가 쉬었다. 당신이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당신을 버렸다. 반박하기 힘든 진실이다.
" 맞아요. 내게 있어야할 곳을 줬어요. 집단에 소속되고, 그 집단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줬지. "
맥이 풀린 목소리로 늑대가 흡혈귀의 말에 긍정의 말을 내놓는다. 낮밤 가리지 않고 언제나 빛을 반사하던 그 호박석과 닮은 눈동자는 이번만큼은 탁하게 초점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프레데리카를 바라보고 있는 야엘의 표정은 형용하기 힘든 표정이었을지도 모른다.
" 어금니도 숨기지 못하는 늑대가 여기를 떠난다고?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아가씨. "
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나. 으르렁거림을 숨기기 위해 야엘은 자신의 입가에 손을 대고 그대로 짓눌렀다.
말문이 잠시막혔던 야엘에게 프레데리카는 의미심장한 말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당장에 치사한 방법으로는 프레데리카는 하지않는다고 했지만, 촉박한 것을 참고 있었다는 듯 이번 자리를 만든 걸지도 모른다. 그것까지도 철저하게 계획된 것일까. 혹은 필요에 의해서 즉흥적으로 결정짓고 말하는 것일까.
"집단?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웃기지마. 누가 강요했어? 당신은 당신이 손에 피를 묻히고 늑대처럼 살아가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겨."
프레데리카는 쯧하고 혀를 차고는 파도가 몰아치듯 야엘을 몰아세웠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항상 성격나쁘게 너스레를 떨고는 했지만, 불만이 있어도 그걸 꾹누르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그만큼 지금의 앙금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끝을 이번에는 맺고자 한다.
"그럼 나는 낮의 저주에 타들어가며, 더럽게도 맛없는 짐승의 피를 먹으며 왜 살았던 건데. 그정도도 극복못하고 늑대라는 관념에 사로잡혀서. 내가 버리고 간것만 얽메여 있지. 누가 시켰어? 늑대는 그래야한다고. 몸에 맞지않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못살아가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면 확실하게 이야기 해줄까?"
비는 이윽고 폭우가 된다. 그리고 그 폭우의 소리 속에서 후벼파듯 프레데리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막시밀리안에게 길들여진 주제에 늑대를 자처할 자격조차 없어. 당신은 그걸 선택한거야. 흡혈귀에게 길들여지는 사냥개로 말이지. 난 당신이 원하는 선택지가 그거라고 생각했다면 말릴 이유도 없지. 다시 말하지만 선택은 당신이 한거야. 그리고 내 제안은 가차없이 버렸지."
만약 제가 이곳을 떠난다면 저를 따라와 주실 수 있어요? 그 질문의 대답은 방금전 야엘의 대답과도 같았다. 어금니도 숨기지 못하는 늑대가 여기를 떠날수는 없다.
"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종족이든 환경이든 관념에 얽메여서 선택하지 못하는거야? 실패할 수도 있는데 도전하지 않는거야 말로 제일 멍청한 짓이라고. 체념하면 누가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줄꺼같아?"
나흘만에 왔네 일단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할게. 미안해. 나흘간 답레가 써지지 않아서 초조했고 어떻게든 써보려고 해봤는데 전혀 써지지 않더라. 아무래도 글에 대한 슬럼프가 심하게 온 것 같아. 게다가 현생까지 심하게 힘들어지는 바람에 여기까지만 해야할 것 같다는 말을 전할게. 그동안 즐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