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입가를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괜찮다." 하고 답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당신이 건네는 음료는 받는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듯 차가운 음료. 그것을 들어 이리저리 살피다가 '선택'을 말하는 당신에게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훈련실에서 고기를 굽는 행위는 금지 되어있다."
그녀는 따지 않은 캔을 그대로 입 안에 넣어, 그대로 베어문다. 반토막 난 캔 안에서 콸콸 쏟아지는 음료를 그녀는 고개를 수직으로 올려 받아마셨다. 그리고 나머지 반토막도 꿀꺽 삼킨다. 당신이 언급한 선택은 엔에게는 어려운 대목이었다. 어렵다고 할지, 정확히는 지금 상황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고기를 먹으면 어째서 공범이 되는 것인지. 공범이 되면 어째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니 대처의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라고 하는 사람은 어째서인지 엔에게 선택을 바라고 있었다.
"엔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상황이 어렵게만 다가왔다. 그런 그녀에게 한 가지 기억이 스치운다.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로벨리아는 언제든지 자신에게 와서 상담하라고 했었던 기억이었다.
"공범이 된 엔이 선우와 훈련실에서 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대장에게 물어보고 오겠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 모른 채로, 그녀는 곧장 HQ로 올라갈 기세로 몸을 획 돌려서는 걸음을 때려 하고 있었다.
순수한 질문이 이렇게까지 신랄할 수 있는 건가? 차라리 이게 사람 새* 방이냐며 한심해했다면 웃고만 넘겼을 텐데. 하지만 그가 누군가, 조금 뜨끔할지언정 이런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려면 한참 멀었다. 정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데 어쩌겠나. 고개를 젓고는 말 덧붙이는 태도가 더없이 당당했다. "청소 한 건데. 개* 열심히."
휴게실에 도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비는 시간인지 내부는 마침 한적했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테이블 위에 통을 내려둔 그는 마리의 말에 대답했다.
"어, 커피."
그리고선 잠시 자리에 앉아 말 없이 조용히 기다린다. 행동거지 경거한 그도 별달리 할 말도 행동도 없을 때에는 얌전한 모양이다. 잠시 그러다 있다 마리가 자리에 올 때쯤 되자, 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당신이 팔을 끌어당기자 잠시 중심을 잃고 뒤로 쭉 당겨지는 그녀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당신의 그런 태도가 의문스러운지 "?" 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의 처세술은 확실히 나쁘지 않았으며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보기 좋게 들어먹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단순무식하고 상식이 모자란 그녀에게 있어서는, 당신의 그러한 고단수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쁜 일을 숨기는 것은 나쁜 일이다."
지금에 와서도 고개를 숙이고 빌고있는 당신에게 이런 도덕책같은 정론이나 늘어놓고 있는 그녀이지 않은가. 다시 말하지만 그녀는 당신에게 어떤 나쁘거나 좋은 감정도 있지 않다. 또한 선도 악도 없다. "왜냐하면 훈련실을 관리하는 에스티아가 힘들어한다. 엔은 동료를 힘들게하고 싶지 않다."
단지, 이 훈련실을 총괄하는 것이 에스티아라고 들었기 때문에. 훈련실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이곳의 장비들이 상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것을 충실히 기억하고 따르고 있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채다. 다행히 그녀에게 눈치라는 개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잠깐 허공에 시선을 띄워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럼 선우는 훈련실을 청소해라. 엔이 도와주겠다."
결국 훈련장에서 고기를 구우면 안 되는 이유는 그런 것이니까. 그렇다면 에스티아가 힘들어하기 전에 청소해두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녀는 생각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