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을 대처하라고 만든 것이 제 0 특수부대야. 그 부분은 이제 너희들이 처리할 수밖에 없지."
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안전한 일을 하라고 만든 부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로벨리아는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말대로 다음에는 좀 더 대처를 한 상태에서 대면할지도 모르나 그 정도는 이미 예상선 내였다. 그리고 지금의 전력을 생각해보면 아마 보검을 가진 세븐스와 맞붙는다고 해도 6:4의 가능성으로 전멸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기적이라는 것이 없으라는 법은 없지만 단순한 기적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는 것이니까.
"아마 임무를 수행하면 보검을 가진 세븐스와 싸울 수도 있겠지. 솔직히 너희들의 지금 상태로는 60%의 확률로 질 가능성이 높아. 허나 블러디 레드때처럼 너희들이 서로 잘 협력해서 대처할 수 있다면 못 이길 이들도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은 팀원들과 협력하는 것을 익히는 것이 좋겠지. 누구 하나가 희생하려고 하는 일 없이, 누구 하나가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하는 것 없이 말이야. 그런 것은 영웅들이나 하는 거고, 우리들은 영웅이 아니거든."
자신의 지론. 자신들은 영웅이 아니다를 거론하면서 로벨리아는 콘치즈를 다시 입에 담았다. 뒤이어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로벨리아는 쭈욱 기지개를 켠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뭐, 그래도 당분간 작전은 없으니까 훈련이라도 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좋겠지. 싸우지 않더라도 신체 능력을 키우기에는 딱 좋고, 꼭 작전이 전투만 있으란 법은 없으니 말이야. 결론은 그래. 혼자서 대처하지 마라.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다. 지금 단계에선."
작전 상황이야 어차피 그때그때 다른 거고, 그건 그때 따로 지시가 있을 예정이었다. 그럼 남은 것은 원론적인 말 뿐이 아니겠는가.
트랙의 웅장함이나 (혁명도 웅장하니까..라고 주장해 봅니다) 가사 하나하나 속뜻 보고 아리아 닮은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전체적인 뜻은 아리아가 갈망하는 자유랑 조금 다르게 들리지만 저는 자유나 세상에 존재만 할 뿐 구속받지 않는거나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 (흑백논리의 끝판왕)
>>958 아이고...이스멜씨 뇌피셜로 덕지덕지하게 해주셔서 고맙읍니다...
https://youtu.be/lTgyEHDIKbw
햇살긍정맨부분만 떼놓고 보면 이거 생각나는데 요즘 푸신 썰들을 보니까 이스멜씨 햇살 2D가 아니라 햇살 3D...그림자 진 부분이 매력적입니다 제가 이런 캐 좋아하는건 어찌 아셨대
https://youtu.be/pSys1DkRIHg
그림자도 생각해보자면 이게 더 겉맞지 아늘까 조심스레 물어본다..사실 이것도 이셔 캐릭터나 과거랑 좀 안 맞긴 한데 이상향에 가까워지면 이셔는 어떻게 변할까, 그 와중에 어딘가 비뚤어지면 어캐 될까? 그런 취향 범벅해놓고 날조해봄 (ㅋㅋ) 사실 요전에 집착광공 이셔가 너무 임팩트 있었어..
>>961 ㅇ ㅖ?? (맞고 기절) 이분들 찌르는거에 너무 진심인데..?
https://youtu.be/io5JYKY592g
52초? 그쯤에서 들리는 멜로디가 레이랑 잘 맞는다고 뇌피셜 던져봅니다..! 사실 전체적인 가사도 제 날조와 억까에 의하면 레이 캐릭터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노래에 날숨이 좀…심심찮게 들리는지라 그게 취향이 아니시라면 52초만 쪼끔 들으시는게
아~~~~레이 떡밥 더 주셨으면 더 잘 뽑을수 있었을텐데~~~~~~
>>967 (탈골) 아이고…귀한 아들 테마곡 날조하게 해주신다니…(그런적 없다)
https://youtu.be/NwFVSclD_uc
승우 누나 좋아했다면서?? 내가 미운정이나 일방적 혐오 얼마나 좋아하는데…자세한 관계도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그런 류의 가사라 승우 생각이 난다 :0 사실 좀 쉽덕마냥 들릴지 몰라도 승우 캐릭터만 놓고 본다면 ‘나에게는 살아가는 센스가 없어’도 어울릴것 같다고 소심한 주장 해봅니다..
>>980 안 찔러줘서 고마워요 엔주…(에페, 어께춉, 죽창 맞은 사람)
어쩌죠 엔 그때 승우랑 일상 돌리던거 구경한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 티아라 바니스타일 밖에 생각 안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돌 굴려보면… 독백 보면 엔지니어 손에서 엔이 만들어진거 같은데 (그래서 엔인가?) 이과는 다 과학자라고 오늘도 흑백논리 열일합니다
>>15 헉 정성스러운 테마곡.. 좋습니다.. 3D 햇살...ㅋㅋㅋㅋㅋㅋ 집착광공 이셔를 기억해주고 따로 테마곡 준비해줘서 고마워.. 둘 다 아는 곡이라 그런가(나이트코어 버전은 첨 들어보지만) 찰떡콩떡인 점이 없잖아 있다 생각해~~~ 유루주 고생 많았구 베리베리 감사합니다..(그랜절)
태연하게 그리 적는다. 예상 범위였다. 아니라면 굳이 '0'이라는 숫자를 집중할 필요는 없었을테니. 아마 우리가 핵심적인 이들의 시선을 끌고 나머지 특수 부대가 안전하게 작전을 하는 그런 플랜이 구상되있을지 모르지. 깊어가는 밤을 생각하며, 로벨리아를 바라본다. 가식적으로 일부러 짓고 있던 미소는 어느샌가 그녀의 얼굴에서 사라져 있었다.
'영웅은 자유롭지 않으니 말이지요'(필담)
영웅을 위한 부대가 아니듯 마찬가지로 그녀도 영웅은 질색이다. 영웅, 공주. 전부 무가치한 의무의 노예들이니.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겐 충분하다. 필요하다면 일부러 안 쓰고 있는 '기술'도 써야겠지. 아무레도 약한 가희인 척은 그만둬야할 시점인가 보다.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대장님'(필담)
술을 섞고 삶을 바꿀 시간은 지났다. 이제부터는 그저 별 뜰 날없는 밤이 계속될테지. 하지만 아직 나는 조역일뿐 무대로는.. ....아니 이런 생각은 덧없나. 아직은 배우들만 갖추어졌으니 고개를 꾸벅하고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회식은 이걸로 끝이다. 이미 다른 이들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달아오른 열기는 뜨거운 만큼 빠르고 차갑게 가라앉는다. 여느 회식이 바로 그런 자리였다.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고, 잠든 사람은 잠들고, 마시는 사람은 여전히 마시고... 어딘가 어중간해진 현장에 뒤늦게 모습을 보이는 이가 있다. 하얀 머리에 동그랗고 검붉은 눈. 모든 고기의 주인인 그녀다. 고기가 술과 함께 먹히는 자리에 고기인 본인이 나타나는 건 조금 이상할까. 게다가 한참이나 지각이다. 그러나 그런건 신경도 쓰지 않는 기색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자리에 들어와, 비로소 그녀는 그 안을 살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면... 없다는 게 아니니까. 너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는 마리의 모습을 보고 따라서 미소를 띄웠다. 아무래도 꽤 괜찮은 농담이었던 모양이다.
"흐음- 졸린 거라면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아니라면 혼자 갈 수 있을테니 딱히 필요는 없겠네요, 라고 덧붙이면서 살짝 웃고는, 풀이 죽은 듯한 표정으로 너와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편안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서 좀 다행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문득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참기로 했다.
"더 이야기하면 되죠, 그래도 그게 꼭 오늘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죠?"
피곤하면 쉬러 가자는 완곡한 표현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긴 했어도 완강히... 아니 어쨌든 졸리지 않다고 말한다면 까무룩 잠들지도 모르는 때까지 옆에 있어주겠지만.
당신이 캔을 직접 손에 쥐어줬던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 당신은 그저 쓰레기를 쥐어줬을 뿐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빈 깡통의 무리에 합류시켰다. 돌아가면 한 번에 먹어치울 생각인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먹어도 되겠지만서도. 그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것도 에델바이스에서 배웠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밥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의 고개가 미세하게 흠칫한다. 그녀에게 동물처럼 커다란 귀같은 건 없지만, 그런게 달려있다고 한다면 지금 쫑긋 세워졌을 것 같다. 그런 그녀가 이내 당신에게 반대쪽 손을 내밀었다.
"그럼 니나는 엔과 약속해라."
그녀의 손은 새끼와 엄지를 올린 알기쉬운 형태로 당신의 앞에 보이고 있다. 그런 행동과 어우러져서인진 몰라도, 표정 없는 그녀이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사뭇 진지해보인다. '어찌됐든 밥은 무를 수 없는 것'... 인가.
아, 아무래도 네 말은 좋은 수였던 모양이다. 앗, 그리고 끄응, 하고 작게 앓는 소리를 내던 마리는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곤 방까지 태워다 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그러니까, 데려다 주는 게 아니라 태워달라? 어떻게 태워달라는 걸까 하고 조금 의문이 생길 즈음, 별로 무겁지는 않을 거란 말과 함께 자그마한 다람쥐로 변신한 마리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의문은 풀렸다.
"네, 그럴게요.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마리."
네 허벅지에 추욱 몸을 기댄 마리를 보면서 웃던 너는,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곤, 조심스레 마리를 손으로 받쳐 들었다. 그럼 이제 슬슬 갈까.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조금 둘러보던 너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마리의 방이 어디였더라.
바깥에서 바람을 쐬며 그나마 남아있던 술기운마저 모조리 날려버리고, 다시 회식 자리로 돌아온 레레시아는 방금 참가한 것처럼 술잔을 비우고 빈 병을 늘려갔다. 그렇게 들이부어도 마신 순간에만 몽롱할 뿐. 조금만 지나면 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체질이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덕분에 술주정을 부려본 적이 없다는게 어찌어찌 찾아낸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음-? 엔- 이제 온 거야-?"
제법 독한 술을 큰 잔에 가득 따라놓고 홀짝홀짝 마시며 회식 자리를 관망하고 있는데 누군가 뒤늦게 들어오는게 보인다. 자그마한 키에 하얀 머리와 새빨간 눈동자. 그러고보니 먹고 노는 자리에 없는게 가장 이상한 사람 아닐까. 갓 떠오른 생각을 술과 함께 꿀꺽 넘기고, 근처의 빈 자리를 향해 손짓을 했다.
"늦었잖아- 뭐어 그래도 먹을 건 많으니까아. 아, 먹으러 온게 아니려나아?"
의자에 느슨히 걸터앉아선 어쩐 일이냐는 듯이 고개를 까딱 기울인다. 처음부터 없었던 걸 보면 지금 온 것도 술자리에 끼러 온 건 아닐지도 모른다. 로벨리아나 에스티아 등등도 같이 있으니 혹시 그 쪽이 용건인가 싶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미리 따라둔 잔을 들어 느긋히 술을 마신다.
위스키를 병 째로 마시던 제이슨은, 이제는 데킬라를 퍼마시며 라임을 생으로 씹어먹고 있었다. 뭐어 취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조금 심해 보이는 모습...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다 취해 있었고, 제이슨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아는 인원들이었기에 뭐라고 딱히 말하진 않고 있었다.
그리고- 제이슨의 팔에 누군가가 매달렸다. 멜피, 많이 보고는 지냈지만 사실 잘 아는것은 아닌 상대. 그걸 보고 제이슨은 흐음- 하며, 데킬라 병을 내려놓고. 양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들었다. 그리고...
그녀와 당신은 막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만. 애초에 그녀는 동료라면 누구한테나 들러붙기에 특이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당신에 대해서, 알고 지낸 시간은 길기에 대충은 알고 있었고. 그녀도 당신에 대해서 안타깝다고 생각은 하고있었죠.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의 감상이겠지만. "와아, 난다~"
모드 스카이 멜피(?) 그녀는 그림자 날개를 펼치며 제이슨에게 들린채로 밖에서 파닥 거렸습니다. 네 실제로 날개가 파닥거리고 있습니다. 애초에 자기 혼자서도 날 수 있으면서 썩 재밌게 즐기던 그녀는.
네 손에 동그랗게 몸을 만 채 누운 마리를 살짝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앞으로 움직인다. 마리의 방을 직접 찾아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 헤맸지만, 그럴 때마다 작게 울음소리를 내 네 주의를 끌고는 손바닥에 호실 번호를 적어주는 마리 덕에, 어쨌든 무사히 방 앞까지 갈 수 있으리라.
"어디 보자... 여기구나."
네 발걸음이 이윽고 멈추고, 네 눈 앞에는 마리의 방 문이 닫힌 채 있을 터다.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 마리를 내려놓으면 될까, 아니면 방 안까지 데려다줘야 할까, 너는 네 손바닥 위에 누워있는 마리를 살짝 내려다보았다.
"마리, 방 안까지 데려다 줄까요?"
아니면 여기서 헤어질까요, 라고 덧붙이면서 반응을 살핀다. 별 반응이 없거나, 거부하지 않는다면 문을 열 생각이었다. 어쨌든 데려다주기로 약속했으니까.
아무래도 회식이라는 자리가 고단했던 모양이었다. 잔에 따라져 있는 것을 잘못 마신 것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긴 했지만 일단은 왕게임도 열심히 참여했고, 괜한 말에 신경쓰여서 술을 잔뜩 마시기도 했고, 그래서 에스티아에게 술주정을 하다가 울기도 하고, 속을 게워내고는 승우와 바람을 쐬러 갔다가 괴롭힘—아니다—도 당했지 않았던가.
어쨌든 술에 취한 마리는 마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차 안에서 쉽게 잠이 들듯이 일정한 걸음으로 움직이는 쥬데카의 손 위에서 잠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쥬데카의 물음에 답을 줄 수 없었다. 마리라는 이름이 들리자 머리 위에 장식처럼 솟아있는 귀가 반응하듯이 두어번 팔랑팔랑 흔들릴 뿐이었다.
깨우지 않고 문을 연다면 방 내부의 모습은 다른 방들과 비슷한 모양새일 것이었다. 원래 기숙사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던가. 이곳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짐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마리 자체가 짐을 많이 두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휑한 느낌이 드는 공간에는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침대와 책상이 있을 것이었다. 그 외에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테이블 위에는 츄이가 만들어준 떡으로 된 쿠션도 있을 터였다. 아무래도 마리를 침대 위에 올려두면 될 듯 하다.
벽에 박힌 제이슨 윙!!! 을 들고, 등 쪽으로 다시 가져가 복원한다. 어렵진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몸을 조각조각 떼고 붙여대는게 참 기분이 묘하긴 했다. 뭐어 익숙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이윽고 자신에게 올라오는 그녀를 보며, 제이슨은 다시 그 허리를 잡고 번쩍 올렸다. 그리고 가볍게 무등을 태워 주고, 바깥을 천천히 걸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얘기해보는건 또 처음이구만.]
바깥의 바람은 차가웠고, 네온 사인들은 알록달록 빛나고 있었다. 그 가운데를 개조인간과 그림자 소녀가 무등을 탄 채 지나간다, 솔직히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지만 진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부르는 소리에 답하듯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당신이란, 그녀에게 있어서는 에델바이스 안에서도 나름대로 반가운 얼굴인지. 깜빡거리는 눈으로 당신의 존재를 확인한 그녀는 조금 뛰는듯한 총총대는 걸음으로 당신 앞으로 다가왔다.
"아니다. 엔은 치우러 왔다."
그녀의 눈동자가 또르륵 굴러간다. 회식자리에 늘어진 남은 음식에 한 번, 그리고 당신에게 한 번씩 눈길을 주더니 엄지가 아래로 향하도록 손바닥을 거꾸로 들어 입가를 가린다. 순간 손바닥 한 가운데에 날카로운 이를 가진 또 다른 입이 돋아났다가 사라졌다. "먹어치우러 왔다."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음식이 남는 건 좋지 않다고 들었다. 그래서 회식 후엔 엔에게 치우도록 하고 있다."
과연. 그래서 그녀는 회식자리가 어느정도 끝나고 난 뒤에 온 것일까. 일부러? 그런 그녀가 술을 마시는 당신을 바라본다. 검붉고 동그란 눈이 술을 기울이는 당신의 손을 쫓았다.
네 말에 눈에 띄는 반응은 없다. 귀가 움직이기는 했지만 아마도 이건, 응, 깨어났을 땐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런 거겠지. 그럼 어쩐다. 너는 하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휑한 듯, 침대와 책상같이 필수적인 가구 외에는 뭔가 따로 들여놓은 건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다고 했던가. 아직 들여올만한 짐이 없다고 봐도 되겠지...
"아차, 내가 뭘 하는 거람."
지금 남의 방을 관찰할 때가 아니다. 너는 마리를 어디에 두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역시 침대에 올려놓는 게 가장 낫겠지 생각하며 마리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꽤 푹신한 매트리스와 담요 위니까, 잘 잘 수 있겠지. 문득 시선에 들어온 떡 쿠션을 보고는, 참 신기한 것도 있다. 라는 감상을 머릿속으로 남기며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을 마리를 쪼그려 앉아서 잠시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작은데(물리적으로 작긴 하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너는 그래도 꿋꿋하게 지내고 있었구나. 너는 다람쥐로 변한 마리를 살짝, 아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잘 자, 마리."
귀여운 나의 옛 친구. 이젠 돌아서 나갈 시간이다. 지금 떠나버려도 괜찮아. 내일 다시 볼 수 있을 테니까. 두 번 다시 늦을 일은 없을 테니까. 발걸음을 돌려 딛는 소리는 아주 자그마했다. 친구가 자고 있으니까.
먹었다...? ...아마 조금조금 먹던 라임이나, 봉지 째로 먹던 과자나, 장난인지 와앙 하고 깨물던 동료들 말하는걸까. 스담스담해주는 멜피를 딱히 신경쓰지 않고 거리를 뚜벅뚜벅 걷는다. 그는 기계 몸으로 지낸지 상당히 된 상태였고,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인간답다"는 이유로 놔두고 있었다. 이 행동도 그냥 쓰담 받는게 좋아서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탈 안 나는거 너도 알거 아니냐. 애초에 잠도 안 자는데.]
투덜투덜대듯 제이슨이 내뱉었다.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참이었지만 역시 편하지 않았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제이슨이 위의 멜피에게 물었다.
그녀는 당신의 말에 다시 스담스담을 해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하지만 당신의 몸에 대해서 그 정도까지 모르는건 아닙니다. 당신이 여타 사람들처럼 취한다거나, 속이 안 좋아진다거나 하지 않는것은 그녀도 알고있죠. 그저.
"심적으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도 않는 몸이 편할리가 없잖아. 그녀는 무미건조하게 툭하고 내뱉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세를 낮춰서 당신의 머리에 양손을 올리고 거기에 자신의 머리를 뉘었습니다. 취하지 못하는 둘이라니 대단한 조합이네요 "무서운거~? 없는데. 넌 있어?" 거짓말쟁이- 그것이 허세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그녀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웃었습니다. 그리곤 당신을 바라보며 벌레 무서워 하는거 아냐~? 하고 농담했죠.
멜피가 툭 내뱉은 말에 제이슨은 침묵했다. 마셔도 취하지 않는 몸, 밤에 잠들지 못하는 이 몸은 당연히 편하지 않다. 무서운게 없다고 멜피가 말하고. 천천히 제이슨은 입을 열었다.
[엄청나게 많지 난.]
[바닷물에 닿아도 차갑지 않은 발이 무서워. 사막의 태양을 계속 쬐어도 뜨겁지 않은 피부도 무서워. 다른 이들이 아파하고 고통스러워 할 때, 나만 묵묵히 서 있는 것도 무섭고. 뭐 밤에 계속 혼자 앉은 채로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아침을 기다리는게 제일 무섭구만. 외롭잖아.]
그렇게 말하고 [보시다시피 겁쟁이지-. 아, 벌레는 안 물리니 괜찮더라.] 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앉은 자리로 쪼르르 다가오는 엔을 보는 시선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다. 분명 술을 계속 마시고 있는데도. 앉은 자세나 팔을 드는 행동 등등이 느슨함을 빼면 취한 기색은 나지 않는다. 잔 든 손을 그대로 다리에 올리고 엔을 바라보던 레레시아는 치우러 왔다는 말에 흐-음.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너무 남으면 좋지 않지만- 뭐어 그게 엔이 원하는 거라면야-"
그녀는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말고 적당히 흘려넘겼다. 원하는 거라면 참견할 필요가 없는 듯이. 아직 회식 중인 거 같다는 말에 여즉 술이 찰랑이는 잔을 들어보였다.
"회식 중- 이라기보다아 나는 안 취하니까아. 정리할 거라면 그 때가 끝인거지이."
어느 술자리에서도 취해본 적이 없으니. 자리의 끝이 곧 그녀가 술잔을 내려놓는 때였다. 지금은 이 때일까. 레레시아는 잔에 남은 술을 천천히- 단숨에 들이켰다. 엷은 금빛 술이 한 잔 가득 들어갔지만 고개를 돌리고 긴 숨을 한 번 내뱉으면 그만이다. 테이블에 빈 잔을 내려놓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갑을 팽팽히 당기며 말했다.
"그럼- 같이 여기 정리나 해볼까-?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미안하니까아."
자고로 밥상과 술상은 먹은 사람이 치우는 거랬어- 농담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그런 말을 중얼거리곤 당장 앞에 있는 접시나 빈 봉지들을 추스르며 회식자리를 정리해간다.
취하지 않는다. 인가. 그녀의 눈동자가 문득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당신의 말을 들은 그녀는 어떠한 생각에 깊게 빠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서 그녀는,
"술은 맛있나?"
하고 고개를 기울이며- 당신에게 묻는 것이다.
"괜찮다. 엔이 혼자 하겠다. 레레시아는 쉬고 있어라"
라고 말해도, 당신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해도, 그녀도 이미 남은 음식이 놓인 접시를 들고 있었지만. 입이 우물거리고 있다. 그 짧은 새에 입에 넣은 건가. 그녀가 말하는 치운다의 의미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아까는 먹으러 온게 아니다- 라더니. 이래서는 별로 다를 게 없지 않나 싶다.
어둠이 깔려있는 어둠을 거스르는 밝은 달빛은 지금 이 순간 사내에게 있어서 가장 방해되는 요소였다. 입고 있는 복장은 가디언즈의 갑옷이고 차고 있는 무장은 가디언즈의 무기였다. 목 뒤에 분명하게 '7'이라는 표식이 박혀있는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앞으로 달렸을까? 조금은 조용한 풀숲 속으로 몸을 던진 사내는 품에 감추고 있는 USB 장치를 꺼낸 후에 바라봤다. 붉은색 USB 장치가 무사히 자신에게 있는 것을 확인한 사내는 안도의 숨소리를 내며 다시 USB를 품 속에 감췄다.
'반드시 이걸 알려야만 해. 하지만 방송국에 뿌려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어. 분명히 가디언즈가 막을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에 알려야 하는 거지. 어지간한 통신망은 다 체크하고 있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내의 이마엔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주변을 경계하는 것이 정말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아주 조금의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귀를 쫑긋 세우면서 그는 침을 꿀꺽 삼키는 것조차도 매우 신중했다.
'일단 지금은 안전한 것 같지만 아마 오래 가지 못할거야. 빨리 좋은 곳을 찾아야만 해. 레지스탕스라도...'
분명히 이 나라에는 여러 레지스탕스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본부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U.P.G. 더 나아가 가디언즈와 싸우고 있는 이들이 아니던가. 그런만큼 본부의 위치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입하는 이들이 있으니 반드시 방법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사내는 머리를 계속 굴렸다. '....거기구나.' '가능하면... 보검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그들과 접촉하고 싶은데. 그들이라면... 어지간한 일은 대처할 힘이 있을테니까. 그래. 설사 레이버가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확실하지 않은 소문. 허나 지금 사내는 그것만을 믿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어찌되었건 한 자리에 계속 있을 순 없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다시 몸을 일으킨 후에 어둠 속으로 빠르게 발을 굴렸다. 마치 무언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 '...뭘 해도 의미없는데. ...하지만 재밌는 거 떠올랐어.' '반드시 알려야만 해. 이 사실을 반드시.'
그녀가 재차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움직이는 손을 쳐다봤다. 그것은 습관적인 동작이었다. 그녀는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그런 몸이니까- 영 알기 어려운 대답이었다. 그런 당신의 대답에서, 그녀 혼자 알아서 사람들이 술을 먹는 이유를 유추하는 수 밖에 없었다.
술은 맛으로 먹는게 아니다. 하지만 맛으로 먹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레레시아는 취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술에 곧잘 취하는 걸로 보였다. 다만 레레시아는 독에 강하다. 그럼 술은 중독을 위해 마시는 건가? '역시 잘 모르겠다.' 당신의 말대로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봐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그녀가 들려오는 말에 시선을 다시 당신에게로 옮겼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엔은 레시를 레시라고 부르겠다. 레시도, 엔을 엔이라고 불러라."
그것 말고 달리 있겠냐만은. (라기보다는 이미 당신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는 그것이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라는 듯이. 그저 무구한 붉음으로 채워진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알겠다." 하고 당신의 지시에 따라 그녀가 움직인다. 그리고 당신이 노파심에 말을 덧붙이자, 조금의 지연 뒤에 또 다시 "-알겠다."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쉬워 하는 걸까? 설마 정말로 먹으려고 생각했을지는.
"레시는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문득 그런 목소리가 그녀의 등을 넘어 당신을 향한다. 지금의 그녀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정리의 의미 이상으로 먹잇감이라도 물색 하는 듯한 집요한 눈초리가. 따지자면, 접시보다는 남아있는 먹을 것으로 찾는 모습에 가까워보인다.
들려오는 엔의 목소리에 레레시아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런 거라고.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가닥을 갖는다. 그러나 하나로 보이는 그건 각자 살면서 생기거나 만들어 낸 다양한 가닥이 모여서 만들어낸 하나이다. 오롯이 자신의 것이며 자신 그 자체인 것을 타인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스스로는 알고 있는가. 그럴 리가.
"이미- 그렇게 부르고 있는 걸-? 나도 어떻게든 상관없는데에 이랬다 저랬다만 하지 마아."
레시라면 레시로. 레레시아라면 레레시아로. 어떻게 부를 지는 자유지만 하나로 고정시켜줬으면 한다고 덧붙이며 엔을 보니, 어딘가 아쉬워 보인다. 아. 접시는 먹지 말라고 해서 그런가. 그래도 접시는 좀 그렇지. 뭐 남은게 있으면 줘야겠다. 다시 고개를 돌려 술병을 담기 위한 빈 박스를 찾는다. 적당한 크기의 박스를 집어와 안에 빈 병을 차곡차곡 넣는다. 엔의 말이 들렸을 때, 손이 멈칫하며 담던 병들이 부딪혀 작게 찰랑거렸다.
"흐-음. 아닐 걸- 아니, 아닌게 맞아- 난 저언혀 좋은 사람이 아니랍니다아."
그녀는 중간에 정정을 하며 말을 하곤 이제 빈 병으로 가득해진 박스를 조금 밀어놓았다. 그리고 남은 걸 뒤적이다가 오. 소세지 발견. 포장도 뜯지 않은 큼직한 소세지 봉투를 찾아내 그걸 들고 엔을 보았다. 간식 정도는 되겠지. 그렇지만 바로 주진 않고 봉투를 흔들거리며 말한다.
"좋은 사람- 하니까 어떤 얘기가 떠오르는데에. 일단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한 번 들어볼까나아?"
질색하는 꼴을 보면 만족 했다는 듯, 눈이 접혀선 사람 좋은 웃음만 띄고 있다. 방금까지 속 긁어대던 사람이 자신이 아닌 것 마냥 구는게 가식적이다. 바닥에서 조금 붕 뜬듯한 기분이어서, 사공은 제 발로 배에서 나간다. 손의 모양이 주먹의 형태로 바뀌어가는걸 보면 어째 마음이 더 짓궂어지다가도. 시큰둥한 말소리에 이완되는 표정.
“그래? 힘들었겠네.”
재미없고 무난한 답이 나지막히 들려온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말에 굳이 캐묻고 싶지는 않은듯, 삭막하게도 들릴수 있는 반응 후 딱히 무언갈 덧붙이진 않는다. 인간성 없이 굴면서 더 물어볼수는 있겠다만, 사람을 너무 내몰면 좋은 취급 받기 힘들다는 건 잘 이해한다. 무엇보다도, 아까 정신이 다른데로 새어서 굳이 이 화재로 잡담을 잇지 않으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도 있고.
“질투는 보기 안 좋아.”
아까의 혐오하는 듯한 반응에 대한 뒤늦은 조롱.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은 연민하는듯 하는 분위기였다가도 이러는걸 보면 모순되었고… 스트레이트로 말하자면 진짜 미덕이 없는 듯 하다. 있긴 한데 가끔 따르지 않는다는 것에 가까울 수도. 본인도 이걸 의식하는지, 말 건네는 투가 평소보다 조심스럽고 속삭이는 것에 가까워진다. 아니 의식하면 그냥 닥치고 있지…
그때까지 늙을수 있으면 다행이란 말엔 아무 말 없이 가만 있는다. 침묵은 무언가의 긍정이고, 그도 그 말에 동의하는 바이니. 그도 남이랑 말할때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말 하던 전적이 많았다. “나 치매 걸리면 말상대 해줘야지. 70 까지는 버텨라.” 그러다가 또 실 없는 소리를 하는걸 보면 진자를 보는 기분이다. 뒤척이다가도 천장을 보는 자세로 고정한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눈을 감아버린다.
“사람이 참 한결같았네. 너도 그렇고.”
당장 본인도 승우를 좋게 대해준다고는 입에 침 좀 발라야 나올 말이니까. 답 하는 꼬라지를 보자면 보듬어줄 마음은 조금도 없이, 순전히 자신이 궁금해서 캐물은 것이라고 예상이 가능하다. 그나저나 10분에 한번이라니, 굉장히 규칙적이라고 생각된다. “난 얘기 듣는 재주만 있거든. 니도 안 물어봤으면서 뭘 승내?” 되려 별 뜻 없는 헛웃음만 들려온다. 그러다가 날아온 옷가지들에 그냥 맞는다.
“우와, 코 썩는다. 좀 씻지 그래?”
얼굴에서 옷을 대충 걷으며 말하는 걸 보아하니, 싸울 기력은 없지만 아무말이나 할 의식은 남아있는듯 하다. 좋은 향 풀풀 나던 옷가지들을 무의식적으로 개기 시작한다. 여전히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 채로 팔만 들어 개고 있는지라 속도는 그닥 빠르진 않다만. 침대에 기대는 승우를 보면 다시 정신이 들어선, 개었던 옷과 침대에 던져진 채로 널려있던 옷들을 바닥에 떨군다.
“그럼 니도 쳐 주무시던가.”
본인이 (쳐)잘 것이란 말인가? 여기서 자고 갈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던져 본다. 눈 앞이 가물가물 해지면 다시 눈을 감고 벽을 등져 눕는다. 야…니 방 가서 자…
>>233 🤔........ 나쁘지 않은데? 내 어릴 적 장래희망은 빨간 기차였어(아무말)
흐하하학 유루주 당신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15에서 테마곡 추천해줬던 거 듣고 뼈 맞아서 치료비 청구하러 왔다고~~~!!!!! 자세한 관계는 아직 비밀이지만(사실 글케 거창하지도 않음) 쬐금? 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복잡할지도🤔 다른 노래도 들어봤고 이것도 마음에 꽤 들어... 좋은 노래 알려줘서 고맙워~ ⸜( ◜࿁◝ )⸝
>>239 승우주 해워~~~~~ 거창한지 아닌진 뭐,, 난 모든 관계도를 사랑하는지라 쫌 불편하다야(?) 모든 떡밥은 맛있는 떡밥, 거창한 떡밥... 아 더 생각해보니까 킹받네 님이 뭐라고 승우 관계 갖고 거창하다 아니다 해요??? (상 엎기) 자세한 관계 맛있게 풀어주실거라 믿습니다 :D 그리고 날조...하게 해주셔서 고마브~~~~<3
답레는 편할때 줘~~~~일상 하나 질질 끌어서 미안해... 우리 귀여운 승우랑 놀려고 짬짬히 오는데...오는데..! 텀이 넘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텀 괜찮아 해줘서 고마옹... 크윽 나도 회식 일상 돌리고 싶은데... 오래 끌거 같아서 무섭다... 빨라도 낼모레까지는 상대를 가둬야 하는지라() 그래도 승우 회식 일상은 챙겨봐야지 (팝)
>>248 말주 안녕~~~머야 왜 과시해??;;;;;; (토마토 던지기)
ㅋㅋㅋㅋㅋㅋㅋ울어줘서 고마워(???) 몬가 흑화 마리가 생각나는 노래라서 추천한건데 괘..괜찮았어..? 애플블룸한테 말 걸면서 노래하는게 일상때 애들이랑 놀아주던 마리 생각도 났었다...(뢰알 티미) 유루도 비슷한 노래로 테마곡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 커플같고 (난)좋다~~~
>>253 흑화 마리는 마녀가 된다...!(왠지 어울려) ㅋㅋㅋ 하긴 변신도 마녀의 교양중 하나지(?) 애들하고 놀아주는 마리 귀엽지 ㅋㅋ큐ㅠㅠ 유루도 비슷한 노래 생각하고 있었다고...?! 너무 좋아여.....(울음) 난 아직도 충격에 빠져있어 유루열매.... 유루 리버라고 부르고 싶은데 언제쯤 가능할지 ㅋㅋㅋ큐ㅠㅠ!
>>260 어울린다거? 할로윈떄 마녀 마리 볼수 있다고?????????(날조) 맞아 매우 귀여웠어 딸 보는 느낌으로 일상 돌렸따구~~~ ㅋㅋㅋ 유루도 똑같은 캐 팬메이드 노래 생각하고 있었다구~~? (집시바드) 좋다니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그짓말이야 (따콩) ㅋㅋㅋㅋㅋㅋㅋ유루 티미 하나 더 풀자면...원래는 빨간색 베이스에 능력도 빨강...이였는데 그랬다가 빨갱이라 불릴거 같아서 치움 () 유루도 마리한테 리버라 불리고 싶을 거야...아마..?
>>261 아니 위키 얘기를 왜 꺼내 꺅 창피해ㅠ.......(등짝 스매시!) 푹 쉬고 줘~~~ 느긋하게 해~~! 아니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면 같이 일상 해줄 상대 오너는 뭔죄야 ㅋㅋ 내가 2년에 한번씩 오는데~~
노래 들으면서 글 못 쓰는 타입이라 얘 만들면서 들은 노래는 없구... '아~ 욕쟁이에 성격 더러운데 얼굴은 순함 근데 흉터 있는 캐 만들고 싶다~'라는 아이디어 중에서 '욕쟁이' 부분에 영감을 준 작품 캐릭터는 있어🤔
그게 누구냐면 <변경백 서자는 황제였다>라는 카카페 연재 소설에 등장하는 베릭이라는 친구... 나는 분명 왕정제 세계관 판소를 읽고 있는데 얘 보고 있으면 21세기 K-키배초딩을 마주하는 듯한 언어와 지능의 마술사... 말 안 듣는 바보...거의 개 같은(진짜 animal 같다는 뜻) 단순바보... 그런 캐릭터인데... 그 친구는 욕쟁이까지는 아니지만 졸*나 씨*같은 욕을 자주 하는데 그거 꽤 찰지고 재밌어 보이더라고 ◠ ̫◠ 그래서 여승우씨는 욕쟁이가 되었다 모티브까지는 아니지만 승우도 살짝 단순바보...끼는 있는 거 보면 약간 영향 받긴 했을지도?? 암튼 그럼~
>>2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앗싸 스메주 놀리기 성공(?) 근데 잘 쓰는 거 맞잖아요 기만이다!!
어어... 쌀... 승우가 직접 지은 밥으로 책임지겠습니다
>>278 그거 맞는 말인듯... 나도 요즘 뭐만 하면 욕이 먼저 튀어나오려고 해서 큰일임...(?) 괜찮아 못난 놈?이라니까 뭔가 유니크해 보이고???😉
당신에게 그렇게 대답한다. 그녀는 당신을 레시라고 하기로 정한 것 같다. 당신이 그게 더 좋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이유. 이유라고 말해도- 그녀는 아리송하게만 느껴지는지 고개를 살짝 들어 허공을 잠깐 응시하다가 말한다.
"이유는 엔이 레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아온 것은 전혀 대답이 되지 않는 이유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거 말고 다른게 있겠냐는 듯이 눈을 깜빡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때에 당신이 소세지가 담긴 봉투를 흔든다. 그러자 그녀의 그 기포같은 동공이 급격히 커다래지면서, 고개가 봉투의 흔들거리는 움직임을 알기쉽게 쫓고 있었다.
"레시는 엔이 하는 말을 잘 들어준다."
그러자 그녀도 조금은 더 이유 같은 이유를 내놓는 건가.
"엔이 혼자서 회식 자리를 정리 하는 걸 도와준다. 저번에는 엔과 대련을 해줬다. 덕분에 엔은 보검에 대해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엔에게 소세지를 주려고 한다."
말하는 사이, 어느새인가 거리가 상당히 좁혀졌다. 가슴 중간 쯔음 허공에 뜬 손이 봉투를 따라 안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아랑곳않고 그녀는 한 걸음 더 파고든다. 따로 제지라도 않는다면 그대로 봉투 채로 낚아 챌 기세다.
제목은 프랑스어인데 가사는 영어라서 반전미가 있네요!! 고양이랑 토끼...동거하는줄 알았는데 ㅌ토끼 잡아먹힌 걸까요..? :0 변덕스러움이 느껴져서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노래 전체를 봐도 일관성 있는게 멜로디 빼곤 그닥 없는 부분이 매력적이에요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지만..ㅋㅋ
무거운 비트랑 실로폰 소리가 잘 어울려서 좋아요.. 이상한 감정선이 연상되어서 유루랑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스읍..엔주가 나보다 유루 캐해를 잘 하는것 같아요..()
왜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유를 묻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대답이 돌아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가 엔이기도 하고. 보통 저런 말은 그저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유 같은 걸 묻는 건 의미가 없다. 설령 어떠한 대답이 돌아온다고 해도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고.
지금처럼.
"그렇구나아."
시선은 소세지에 고정한 채 대답을 하는 엔을 보고 있자니.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게 간식에 이끌리는 작은 동물 같다. 비주얼적으로는 강아지려나. 아니면 토끼? 어느 쪽이든 귀엽네- 잠깐의 딴 생각은 잠시 넣어두고 일단은 소세지부터 주기로 한다. 레레시아는 봉투의 윗부분을 잡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봉투째로 엔에게 넘겨준다.
"자- 대답 잘 해줬으니까아 엔 다 먹어-"
봉투를 준 후엔 다시 돌아서서 테이블 위를 정리한다. 물티슈 같은 걸 찾아와 다 치워진 곳을 닦으면서 말한다.
"내가아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지이. 혹시나 내가- 내 개인적인 이유로-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거라면. 그건 위선이니까아."
휙휙. 다 쓴 티슈도 쓰레기 봉투에 던져넣고 자리를 쭉 돌아본다. 이제 봉투와 박스만 내놓으면 되려나. 돌아보는 김에 엔도 한 번 보았다.
"엔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똑같이 해줬어도오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했을 까나아?"
>>304 아니에요! 엔주도 조금 이런거 생각해보는거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 노래 가사가 있는 곡이였군요...! 엔주는 지금까지 샘플링같은 건 줄 알고 있었어요 유루주가 말씀 안 해주셨다면 평생 몰랐을지도요... (ㅋㅋ) 캐해...인걸까요!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참고로 엔주는 곡에서 변덕스러우면서도 푸른 물감이 흐르는 이미지가 연상 되어서 들려드렸어요~!
그러고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신이 열어준 것이 무색하게 봉투 째로 입에 넣어 덥썩 무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입에 들어갔다 나온 소세지 봉투는 무슨 토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입에 물린 자국을 경계로 일부가 사라진 채로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우물우물. 폴리에틸렌마저 육류로 만드는 그녀의 입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녀는 씹던 것을 목으로 꿀꺽 삼키고는 당신이 해주는 말과 물음에 잠시 먹던 걸 멈추고 생각해본다. '위선이 뭐지?' '레시가 자신을 위하면 안 되나?' '엔도 좋고 레시도 좋으면 좋은 게 아니게 되는 건가?' 따위의 조금 길고 덧없는 생각이었다.
"옛날에 엔을 레시처럼 해줬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랬던 그녀는, 조금의 시간 뒤에 당신에게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그들은 엔에게 먹을 것을 주고 엔이 잘 수 있게 했다. 또 엔이 흘린 걸 치워줬다. 하지만 엔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엔의 몸을 살피고 엔에게 계속 어려운 말을 걸었다. 자리를 벗어나면 엔을 쐈다. 아팠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엔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과거에 있던 일들을 떠올리듯 허공으로 시선이 떠올랐다. 여전히 단조롭고 감정 없는 말투, 표정 없는 얼굴이다.
"그렇지만 에델바이스는 엔을 믿고있다. 엔도 에델바이스를 믿는다. 그래서 엔은 레시가 그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레시가 아닌 다른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입을 크게 벌려 소세지 봉투 조각을 마저 삼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때, 움직임이 멈칫하고는 검붉은 눈을 굴려 당신을 바라본다.
"레시도 먹고싶나?"
당신은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르는 듯 조각이 된 소세지 봉투를 건네보였다.
미리 열어서 주면 봉투는 거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예상이 무색하게 봉투 그대로 입에 무는 걸 보고 흐. 웃는건가 싶은 소리를 흘렸다. 저번에 검을 삼키고도 멀쩡했으니 비닐 좀 먹었다고 탈은 안 나겠지만. 시각적으로는 영 그렇다. 간접적으로나마 저 씹는 느낌이 느껴지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레레시아가 위선에 대한 말을 해주자 엔에게서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우물대던 걸 멈춘 걸 보면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재촉할 이유는 없으니 그대로 지켜본다. 테이블에 기대서 엔의 하얀 머리카락을 응시하고 있으니 조금 후에 엔의 대답이- 짤막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엔의 과거로 보이는 내용이었다.
"흐음."
담담히 얘기를 들은 만큼 그녀의 표정도 별 변화가 없다. 굳이 표현으로 하자면 아 그렇구나- 정도. 잠깐 변화가 생긴 건 엔이 남은 소세지 봉투를 내밀었을 때다. 이걸 왜, 라는 표정이 되었다가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엔 다 먹으라고 줬잖아-"
줬다 뺏는 짓은 안- 해- 그러니 남은 것도 엔이 다 먹으라며 손짓하고 앞선 얘기를 이어 말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엔이 말한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 단지 나는 일부러 엔을 아프게 하지 않고 이렇게 같이 있을 때만 뭔가를 해줄 뿐이지. 결은 다르지만 같은 부류인거야. 게다가 난 에델바이스도 믿지 않거든. 엔도, 팀원도, 모두."
모든 것을 그저 목표를 위한 수단과 도구라고만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니까.
"나는 이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엔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일 거야- 아니면 이제부터어 알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나아."
그녀는 얼버무리듯 말하고 테이블에서 떨어져 움직였다. 빈 병이 가지런히 담긴 박스를 잘 챙겨 들고서 문 쪽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엔을 보았다.
"이제 쓰레기만 버리면- 정리 끝나니까아 엔도 들어가서 쉬어-"
아직 뒤에 남은 봉투라던가 있지만 그뇨 혼자 다 할 생각인가보다. 엔에게 먼저 들어가라 하곤 박스를 내놓기 위해 걸어간다.
반론 아닌 반론. 그녀는 언젠가 들었던 것을 괜스레 떠올려서 당신에게 말해본다.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도 왜 그런 건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전부 먹어버리는게 더 좋지 않은지.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당신에게 마지막 조각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당연히 거절했지만. 그래서 나머지 조각도 결국 그녀가 입에 넣어 꿀꺽 삼켰다. 물론 탈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상관 없다."
당신은 방금 꽤나 가차없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당신의 그런 이야기를 분명 들었음에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담담하다.
"믿지 않더라도 엔이 레시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래도 엔은 좋다. 기뻐한다."
에델바이스의 대장은, 로벨리아는 엔에게 너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으라고 말했다. 그런 삶이 뭔지는 결국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의 그녀는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그녀 자신을 위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게 '위선'인걸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당신이 하는 말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그녀였다. 그래서 그녀는 당신이 위선이더라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안 된다."
박스를 가지고 돌아가는 당신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가 모처럼 당신을 거스른다. 그녀에게 거부는 꽤 드문 일이다.
"정리는 처음부터 엔의 일이다. 레시를 따르겠다."
잠시 뒤 따라 나온 그녀의 손에는 당신이 미처 가져오지 못한 봉투, 뿐 아니라 세븐스를 이용해 고기의 촉수들을 뻗어 나머지 병과 자잘한 쓰레기 묶음들을 전부 들고 있지 않았을지.
「놈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나?」 「아마 이쪽인 것 같습니다, 저 건물에서 목격되었다는 첩보입니다. 행색도 말이 아니고, 정신 나간 듯한 언행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쫓아보냈다고 합니다.」
드디어 꼬리를 잡았군.
「빠져나갔다는 정보는 없나?」 「예, 놈이 들어간 직후부터 줄곧 확인했지만 전달받은 바 없습니다. 애초에 얼마 전에 폐쇄된 건물이라 출입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렇게 도망다니던 녀석이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라... 무슨 심경의 변화지? 자포자기한 건가?
「바로 움직이지, 시간을 줄 필요는 없다.」
명령이 떨어지고 그 건물을 포위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망갈 틈은 없다. 이제 어떡할까. 놈이 나오기를 기다려? 그럴 리가. 바로 들어가도 상관없겠지. 이젠 더 이상 놓치지 않겠다.
「6층 상점가에 머무르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진입할까요?」 「좋아, 쥐새끼를 잡을 시간이다. 봐줄 필요 없어. 어차피 배신자는 즉결처분이야.」
확실하게 사살하기 위해서라면 건물을 날려버려도 상관없지만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라는 말을 들었으니 조금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 이번 일만 잘 해내면 좀 더 위로 갈 수 있어. 어차피 도망자 한 명, 목만이라도 가져가면 충분하니 어려운 일은 아니지. 찾아낼 때까지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슬슬 도착할 때가 됐나? 저항이 없지는 않을테니 조금 소란스러울지도 모르겠군.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놈을 찾았습니다. 지금 당장 제압하겠습-」
건물 내부에서 총성과 함께 짙은 어둠이 깔린 창문 너머로 빛이 번쩍였다. 교전에 돌입했나? 총성이 조금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 쾅- 하고 폭발음과 함께 깨진 창문으로 흙먼지가 터져나온다. 젠장, 되도록이면 조용히 처리하라니까!
「어떻게 됐나, 놈은, 제압했나?」 「......」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초조해질 무렵,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전이 되돌아왔다.
「...까- 들리십니까, 제압 완료했-니다. 하지만 저를 제-하고는 전부 부상당한 상태-니 지원을-.」
아무래도 폭발에 휘말렸나보군, 아직도 합이 잘 안 맍는다니까. 나 참. 지원이라, 아무래도 부상자도 옮겨야 하니 필요하겠지. 그럼 어디... 놈의 얼굴이라도 볼 겸 올라가 볼까. 드디어 나도 이제 당당하게 살 수 있어. 놈이 무슨 사연을 가졌든 상관없다. 살아남으려면 뭔들 못하겠어. 제 앞에 놓인 복을 걷어찬 놈이다. 이해할 필요 없어. 기대에 찬 발걸음이 가볍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면서 놈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조금 들뜨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미래를 위한 선물이 그곳에 있다. 이렇게 쫓던 놈의 얼굴이 반갑게 느껴질 것 같은 기분이라니!
-그런 생각은 접어뒀어야 했건만.
"왔구나. 늦었네." "......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폐건물, 어두운 건물 안으로 깨진 창문을 통해 햇빛이 좁게나마 비친다. 아직 아직 깨지지 않았거나, 단단한 벽에 가로막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저 너머,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낮게 신음하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나를 맞이하는 목소리는 꽤나 선명했다. 날카로운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뿐, 별다른 능력이라곤 없는 놈이라고 들었는데. 간신히 들어오는 햇빛으로 그나마 놈의 윤곽은 확인할 수 있었고, 상황이 심상찮다고 생각하자마자, 손을 들어 소리친다.
"뭐 해, 당장 잡아!"
다음 순간 타닥, 하고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천이 펼쳐지는 소리가 퍼졌다. 순식간에 깨진 창문이 가려지고. 남은 건 어두컴컴한 어둠 뿐. 직후 뭔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신음소리가 늘어났다. 동시에 울리는 총성, 뒷걸음질쳐 주변을 둘러보자 내가 데려온 녀석들의 총구가 내뿜는 불길에 계속해서 주변의 모습이 점멸되고. 그 사이로 보이는...
"...도끼?"
또 다시 콰직, 하는 소리. 비명소리와 총성. 발 디디는 소리와 서로 부딪히며 내는 목소리까지. 분명 시야는 온통 어두웠으나 그 안은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문이 닫혀서 천지가 분간되지 않는 그때, 눈에 희미한 초록 불빛이 닿았다. 전기가 끊긴 게 아니었나? 아니면 아직 야광유가 남아있었나?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은 없었다. 도망치자. 달리다가 발에 무언가 채여 넘어진다. 끄응, 하는 신음과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이 겹친다. 땅을 기다가 일어서니 그제야 불빛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래. 비상구였어. 나가자.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어.
그렇게 문고리에 손을 얹었을 때, 총성이 끊겼다. 설마, 끝났나? 어떡하지? 돌아볼까? 놈이 맞아서 쓰러졌을지도 모르잖아. 머릿수는 우리가 훨씬 많으니 부상을 입어서 멈췄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죽었거나. 그 찰나의 망설임의 끝은 복부에 느껴지는 강한 충격이었다. 그대로 뒤로 넘어지듯 나뒹군다. 안 그래도 어두운데 흐릿해지는 시야가 회복될 무렵, 끼이이익. 하고 바닥에 끌리는 금속성이 들린다.
"크윽, 켁..."
올려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진 어둠과, 그 어둠을 희미하게 찢는 초록색 빛. 마찬가지로 희미하게 보이는 놈의 얼굴은... 왜- 웃고 있는 거냐?
"얼굴, 한번 보고 싶었어. 너도 그렇지 않아? 대체 내가 누굴 쫓고 있는지, 놈은 왜 쫓기는 건지... 생각해 봤어?" "너... 이 미친 새끼... 일부러...!"
"내가 듣고 싶은 답은 그게 아닌데, 유감이야." "자, 잠깐-"
건물 바깥으로 나온 네 모습은 퍽이나 엉망이었더랬다. 잔뜩 길어버린 머리카락은 정리되지 못해 뻗친 산발, 앞머리는 눈 하나를 아예 가렸다. 푸석푸석한 머리칼이 피부를 간지럽혔지만 정리할 기력은 없었다. 흐릿한 초점과 흙먼지로 지저분해진 옷가지, 벌써 신발은 찢어져 버렸는지 제대로 된 구두 대신 슬리퍼, 벌써 너덜너덜해졌으니 또 갈아신어야 했다. 너는 네가 빠져나온 건물을 돌아보았다. 손에 쥔 도끼의 자루가 스르륵, 흘러내리자 땡그렁, 하고 땅과 부딪혀 파열음을 낸다. 가자. 어디론가 가자, 이제 한동안은 잠잠하겠지. 또 다시 가자. 어디든 좋으니까 걷자. 지쳐 쓰러지면 잠들면 그만이고, 배가 고프면 뭐든 먹을 수 있겠지. 햇빛에 눈을 찡그리던 너는 눈을 지그시 감고 네 목에 짤랑이는 금속을 손에 쥐었다.
몇 번이고 속삭인다.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보았던 그에게도 속삭였던 말을, 잊지 마라. 널 쫓는 이들에게 전해지도록.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아무래도 좋은 TMI:보검 세븐즈 7명은 전면적으로 모습을 많이 보이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있다고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확히 어떤 이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이는 없답니다. 즉, 이 말은 여러분들이 웃으면서 헤어진 평범한 농부 아저씨가 알고보니 보검을 가지고 있는 대장 세븐스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어?)
아무런 트집 없이 힘들었겠다 하는 말에 기껏 내보이는 반응이란, 눈 끔뻑거리다 이런 반문이나 하는 것이다. 좋게 말해줘도 지*이라는 욕이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테다. 하지만 정말 안 어울리는 걸 어쩌나. 정서가 무뎌 반응이 시들거리기는 제 일이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나 순순히 안됐다는 말 듣기엔…… 이런 종류의 위로나 공감 같은 것, 상냥한 언행 전반은 어쩐지 꺼려지곤 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도 어떤 의미에서는 속이 꼬여 있는 사람인 것이다. 늘상 투닥거리면서도 그가 유루를 친하게 여기는 건 어쩌면 이래서인지도 모른다.
"뭔 소린데, 개**야."
미덕 없는 소리를 해도 자체적으로 튕겨버렸으니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기껏 조심스럽게 놀려먹어도 이미 지난 화제에 간접적인 비꼼이라 못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뭔가 쎄하다는 기분은 드는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냅다 중지부터 올린다. 만만찮게 글러먹은 인성인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오냐. 우리 또라이가 진짜로 미** 된 꼬라지는 봐야지. 면회 가준다, 그때 개지*만 하지 마라."
실실 웃으며 맞대꾸를 하는데, 그래봐야 고작 몇 살 차이 나지도 않으면서 무슨 자신감인지. 한가롭게 다리 꼬고 누워서 이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얄밉기 그지없다.
"뭔 소리야, *. 내가 씨* 어땠는지 보기라도 했냐."
그러다가도 한결같단 소리엔 곧장 웃음 그치며 한쪽 눈썹이 휙 치켜올랐다.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본인이 유루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니 말이다. 무의식적이라면 몰라도 의식적으로 인지하기는 싫다……. 밀려드는 인지 부조화에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 진실을 회피하고 안락한 무지에 안주하기로 했다. 늘 하던대로 열내며 성질이나 부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바탕 또 투닥거리다 기운 빠진 시점에 이르렀다. 성낼 기운은 다 떨어졌지만 마지막까지 걸려온 시비를 얌전히 듣고 말 이유도 없어서, 그 와중에도 다시 한 번 중지를 척 치켜드는 행동을 마지막으로 싸움이 종결되었다. 침대로부터 떨어져내리는 옷가지들을 받아내며, 그는 찡그리듯 미간을 구기며 활짝 웃었다.
"와. 면상 철판이 우리 대장보다도 튼튼한 새*."
아이언 크래프트보다도 더 단단한 낯짝이다 그 말이다. ……정정한다. 싸움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이 씨** 당당한 거 봐라? 존* 남의 방에서 처 주무시려고 하네."
어이가 없어서 그가 휙 몸을 일으켜 침대맡에서 튀어나왔다. 그러자 보이는 장면이, 아예 몸 돌려 편안하게 누운 꼬라지다. 황당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가만히 열 치솟는 광경을 노려보던 것도 잠시,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체념했다. 어쨌거나 청소는 도와줬으니 봐줘야지 별 수 있나. 손을 들어 머리를 풀고 흐트러진 결을 귀찮음 가득한 손짓으로 대강 흩어버린다. 마지막으로 침대 위의 낯 두꺼운 짐승─개 같다는 점에서(욕이 아니다)─을 한 번 일별하고선 몸을 돌렸다.
"에휴, 씨*. 마음대로 해라, 개*아. 난 밥이나 먹으러 간다."
유루가 올 때만 해도 점심시간이 가까운 때였으니 이제는 확실히 끼니 때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배도 채워야 하고, 방 안에서 꼼짝없이 유루 자식 저러고 있는 꼴을 보는 것보단 주인이 나가는 게 훨씬 나을 테다. 별달리 시비가 걸리지만 않는다면 그는 그대로 쭉 나아가 방을 나섰을 것이다.
승우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도서관에서_하는일 어... 평범하게 책을 읽거나 빌리겠죠? 딱히 다른 건 안 함...
벌레를_본_자캐의_반응 자기 방에 나온다면 잡겠지만 아니면 그냥 벌레구나... 하고 말아. 잡는 것도 위생 때문이거나 거슬려서 그러는 거지 벌레를 안 징그러워해서 그 문제 아니라면 별로 신경 안씀. 몸에 붙어도 대충 털고 만다... 바 선생도 손으로 잡을 수 있음...
자캐는_무서운_영화를_잘_본다_못본다 잘 본다! 귀신은 전혀 안 무서워하고 갑툭튀 장면에나 살짝 놀라는 정도? 원래부터 공감능력 둔한 편인데다 잔인하거나 긴장되는 장면을 봐도 어... 본인 실제 삶도 스펙타클하다 보니까(에델바이스임) 딱히 몰입도 안 되고 무서울 건 없다
우효 카피페에 진단이다제~!!!! 레샤 첫진단부터 의미심장해 뭐야....😳 무슨 일이야 우리 레샤..???? 레샤 인성이 뭐가 어때서 그래 ㅋㅋㅋㅋㅋㅋ 수정펀치도 귀엽고 증오하는 사람을.. 안 팬다고..? 당신은 지금부터 에델바이스의 4대 성인 중 하나로 임명되었다(?) 꾸민 레샤도 보고싶어 줘!!!(떼씀)
마리 뽀시레기 시절에는 엄마가 이런저런 머리모양 많이 해줬었어. 머리카락디 꽤 길었고 지금보다 더 얇고 그랬을 것 같고 마리 열한살 잡혀갔다가 구해졌을 때는 한동안 멍하니 지내다가 정신 차릴 때쯤 머리카락을 한 번 잘랐었어. 단발 마리였음. 그리고 기르면서 에델바이스 입단할 때는 지금의 양갈래 머리가 되었습니다. 짜잔.
가끔 그런 날이 있다. 그 날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개인실로 돌아와 명상을 하고 전에 읽던 책까지 다 읽었는데도, 몸은 전혀 피곤하지 않고 정신도 말짱한 날. 최근에도 한 번 있어서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산책을 나갔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 역시 그래야 할 것 같다.
"읏차."
침대에 늘어진 몸을 휙 일으켜 옷을 갈아입는다. 어차피 밤이니 가볍게 입을까 하다가 결국은 평소처럼 꽁꽁 싸매고 만다. 장갑까지 새로 끼고서 거울을 보면, 계절에 비해 과도하게 노출을 꺼리는 복장 위로 머리만 둥둥 뜬 거 같다. 이제는 다른 색의 옷도 입어볼까. 그런 생각은 들자마자 사라져버린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므로. 그리고 허리장식 형태의 모조 보검을 옷 위로 두른다.
"산책- 가야지-"
통통 튀는 걸음으로 개인실을 나와 슈퍼마켓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 늦은 밤시간 답게 어두운 하늘과 어둑한 마을이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불 켜진 곳이 몇몇 있어서 아주 어둡지는 않지만. 레레시아의 발은 상점들이 있는 쪽이 아닌 더 한적할 공원으로 향했다. 두 손을 가볍게 뒷짐을 지고서 느긋하게 걸어 공원에 도착하면, 별도로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가 잘 정돈된 보도블럭의 위를 걷는다. 타박타박 일정하던 발소리가 한번씩 박자를 맞추어 모종의 스탭이 되곤 한다. 그 때마다 키득, 웃는 소리 더해진다.
공원에 산책, 에스티아에게 추천받은 곳을 무념히 걸어가보는 도중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한명의 여성 레레시아-, 저번에 이야기를 나누다 파탄이 났던. 그런 여성. 세븐스는 독이었던가. 자신처럼 타인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자였지. ...뭐 그런 점에서는 공감이라 해야할까.
"안녕하세요-"
그렇게 입을 열어 그녀에게 말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진 않지만. 이번에는 필요한 일이니까. 그리 생각하며 만약 자신에게 반응하는 당신을 본다면 가볍게 손을 흔들어줫을 것이다. 표정은 딱히 변화가 없지만 말이다. 그러며 뒤이어서 이야기를 꺼냈다.
긴장을 풀고 느긋히 즐기는 산책은 그만큼 주변에 무심해지게 만든다. 그렇다고 무아지경까지는 가지 않으니. 뒤에서 온 누군가의 인사말 정도는 금방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게 그녀를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어서, 듣자마자 멈춰섰지만 돌아보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주변을 휙휙 돌아보고 말 걸 사람이 레레시아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때까지의 시간이.
"어. 안녀엉."
뒤로 돌아서지 않고 고개만 비뚜름히 뒤로 기울여 확인하니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 사이의 흰색과 노란 눈은 기억 속에서 바로 한 사람을 끄집어낸다. 레레시아는 아리아의 흔들거리는 손을 보기만 하고 호응은 해주지 않았다. 그대로 지그시 응시하다가 우연이네요 라며 패드가 아닌 목소리로 말을 하는 아리아에 눈을 슬쩍 가늘게 좁혔다. 잠깐이었지만.
"그러게에. 우연이네에."
마찬가지로 감정 없이 말하고 기울인 고개를 앞으로 내린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 천천히 뒤로 걷기 시작하며 시선을 아리아에게 맞추고 말한다.
"리아는 여기 무슨 일-? 산책이려나아?"
이 시간에 여기 있다는 건 산책 외엔 없을게 뻔한데도 굳이 말로써 그걸 묻는다. 아슬아슬, 위태롭게 뒤로 걷는 재주를 부리면서.
답을 예상한 질문과 돌아온 예상한 답. 마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모범 답안 같은 상황이다. 퍼스널 스페이스를 전혀 접촉하지 않는 지극히 평화로운 대화다. 이대로만 이어지면 오늘이란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겠으나 세상은 늘 생각대로 굴러가 주지 않곤 했다.
"어라- 들렸어-? 그렇게 크게 안 했는데에."
아리아가 허밍을 언급하자 그게 들렸냐며 고개를 갸웃한다. 분명 큰 소리로 한 건 아니었지만 주변이 조용한만큼 작은 소리여도 들렸을 가능성은 있다. 그래도 뭐, 듣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니 상관없다. 어깨를 작게 으쓱이곤 말한다.
"나도 산책 중- 여기 길은 깨끗해서어 그런거에 안 걸려어."
그런 길임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걷는다는 걸까. 발도 꼬이지 않고 잘도 걷는 걸 보면 한두번 이런게 아닐지도 모른다.
"뭐어 여기서 넘어져 다치는 거 정도야- 임무 나가서 다치는거에 비하면- 생채기 수준이지- 리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무리 평탄한 길이라도 잘못 구르면 가벼운 염좌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처럼 임무에 나가서 어딘가 찢기고 부러지는거에 비하면 경미한 수준이다. 아리아도 그렇지 않냐며 거는 말은 그런 의미 같지만. 그런 상처를 걱정할 사람이 아니지 않냐는 뒷면이 있는 것도 같다. 잔잔하고도 서늘한 금빛 눈동자가 말하는 것은.
지극히 평화로운 대화 도중 크게 안 했다는 이야기에는 고개를 내면에서 끄덕인다. 실제로 큰 소리는 아니었다. 자신이 우연히 귀가 약간 좋기에 들렸을 뿐.
"네, 잘 부르시던데요?"
허밍에는 가벼운 칭찬을, 칭찬은 트라우마가 있는게 아닌 이상 싫어하는 이는 없으니까. 상대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안 걸린다는 이야기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실제로 평탄한 길이기도 하고.
"그런가요- 이 공원에서 뒤로 걷기 프로셨군요"
애매한 칭찬, 뭐 어찌하랴 자신의 어휘가 풍부하지 않은 것을.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생체기 수준이긴 하죠 하지만-"
가볍게 말을 끈다. 그래야 다음 말에 임팩트가 조금 생기니까.
"쓸데없는 것으로 다쳐도 조금 낭비잖아요?"
물론 나는 너를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상처로 인해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냐는듯 싱긋 미소를 짓는다. 돌려서 이야기하기.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10년간 단련된 나라면. 당신과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걸으며, 서늘한 금빛 눈동자에 무표정한 노란 눈을 마주보며 그녀는 그리 답을 남겼다.
이전 임무에서 본 적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출발했을 때는 물론 블러디 레드에서 탈출 후 전투 도중에 보았으니까. 알면서도 그런 소릴 한 건 약시나 비꼼이 분명하다. 그것을 유연하게 혹은 익숙하게 받아쳤을 때는 다시금 작게 목을 울릴 뿐이었다.
"흐음."
그 뒤로 들려오는 말들을 레레시아는 멈추지 않고 들었다. 누군가들과 달리 눈에 띄고 싶지 않다던가. 지나간 이야기는 쓸데없다던가. 이런 식의 대화를 빙자한 게임은 지겹다던가. 지겹다. 그 문장의 어감이 바뀐 걸 레레시아도 알았다. 슬그머니 드러난 듯한 아리아의 행동에 레레시아도 긴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멈춰섰다.
"그래. 지겹다면 그만하자고. 나도 더는 그 말투 못 들어주겠으니까."
뒤따라오던 아리아는 좀 전처럼 멈췄을까. 멈췄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레레시아는 한 발 끝을 지익 끌며 돌아선다. 다시 아리아와 마주 보는 구도로 돌아가, 그것에 멈추지 않고 성큼 앞으로 나아간다. 아리아의 앞에 다다를 때까지. 코앞에 마주할 정도로 가깝게 거리를 좁히려 하며 여전히 서늘한 시선과 함께 말했다.
"그러니 어디 한 번 까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왜 굳이 말을 걸고 되도 않는 교류를 하려고 했는지."
레레시아가 아까까지는 시선만이 다소 날카로웠다면, 지금은 그저 서 있는 것조차 한 자루 칼 같았다. 느슨함, 태만함은 집어치우고 이성을 긴장이란 끈으로 바짝 조인 것처럼. 상대적으로 큰 키만큼 내려다보는 시선이 어디 한 번 할말 해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고지식한 혁명가 동지들 모임에서 살아 돌아왔다. 상상 이상이었다. 내가 제일 놀랐던 부분은 거기에 있는 인물들의 라인업이었는데... 죄다 이바닥에서 한가닥씩 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제일 멍청한 짓을 하는 사람은 사실 제일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더니, 그게 정말이었나? 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특히나 그 무리 가운데에 있던 그 사람. 하르트만 교수가 나의 이목을 특히 이끌었었다.
하르트만 교수는 제 7파동 -그러니까 세븐스- 학문에서 기반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뭐 솔직히 아주 뛰어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고는 말 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세븐스가 오히려 인류의 점진적 퇴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이미 학계에서는 유명하다. 말하자면 그는 제 7파동계의 악동인 것이다. 그의 세븐스와 인간성의 연구에 관한 논문들은 나도 한 때 제법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놀랍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 '세계 대화합'을 위한 소꿉놀이 모임의 리더였다니? 이런 표현은 조금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만큼은 동네 플리마켓에서 스타를 만난 여학생의 기분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레지스탕스의 활동말인데, 예상했던대로 그냥 탁상공론의 연속이었다. 카페에 3시간 동안 나란히 앉아 서로 저마다 바라고 있는 이상세계를 내놓으며 충돌하고 있던게 전부였다. 레지스탕스는 무슨 차라리 스터디그룹 이름을 붙이는게 어울릴 정도였다. 그런데 그 과열되가던 분위기에 속에서 넌지시 던져진 하르트만 교수의 발언이 떠오른다. '선한 행위가 항상 지혜로운 것은 아니고, 악한 행위가 항상 어리석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세븐스와 비세븐스의 구애없이, 우리만큼은 언제나 깨어있는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그의 그런 사상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굉장히 울림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요즘같은 죽기 아니면 살기같은 흑백논리로 점철된 대립사회에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실감하게 된 것인지만 나는 내심, 그런 걸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 난 그냥 쓸데없는 논쟁을 하기 싫어서 입을 아예 다물고 있었는데, 그의 생각을 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서 말을 꺼내고 말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제 7파동의 뜨거운 감자인 하르트만 교수와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오겠는가?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인가 그들처럼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모임은 그게 전부다. 그렇게 끝이 났다. 그들이 정말 혁명을 성공시킬지 그러지 못할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이제 발을 뺄 것이다. 비폭력을 지향하는 레지스탕스라고 할지라도 그건 결국 혁명활동이다. 언제 그 카페에 가디언즈가 들이닥쳐 우리들을 척살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혹시 모르지, 몇 주 뒤 쯤이면 인터넷기사에 하르트만과 그 치들의 이름이 박혀있을지도.
그래도 나름대로 신선한 자극이 되는 시간이었다. 오늘 경험은 추억으로 묻어두고 내일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잔혹하고 편향된, 허무한 일상말이다. 이 기록에도 원래 그랬던 것처럼 나의 불평불만만이 쌓여가겠지.」
아니, 그런 식상한 멘트로 시작하지 말라고. 어쨌든 마리는 눈을 깜빡깜빡이면서 한참을 천장을 쳐다봤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운 가운데 마리는 어제의 기억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에스티아를 붙잡고 울어버린 거라던가, 승우를 붙잡고 마구 쓰다듬었다거나, 이내 다람쥐의 모습으로 쥬데카에게 실려오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
마리는 이불을 찾아 머리 끝까지 덮고는 발버둥을 쳤다. 미쳤어, 미쳤어! 속으로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몸부림치다가 이내 힘이 빠졌는지 우당탕탕하는 이불이 얌전해졌다. 마리는 빼꼼 머리를 이불 밖으로 꺼내며 끙끙거렸다. 사과.... 사과해야해. 이내 닿은 결론은 그것이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다닌 마리는 점심시간이 되기 전 캔용기에 포장된 버터쿠키 한 상자를 들고 다른 이들에게 물어물어 승우의 방을 찾아 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고민하며 앓는 소리를 내던 마리는 이내 똑똑똑 승우의 방 문을 두드렸다.
최근엔 어쩐지 이 시간대에 방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오늘은 때마침 방에 없었지만, 복도를 지나가다 제 방 앞에 선 누군가를 보며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 그것이었다. 며칠 전에도 방 청소하다가 불청객 하다 받았었다. 그리고 오늘은… 찾아오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왔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는 이미 어제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상태였다. 당시에는 조금 귀찮긴 했어도 토하거나 소리 지르는 것보다야 그 정도면 귀여운 술주정이고, 뭘 더 얘기하기도 전에 마리가 먼저 호다닥 뛰어가버린 다음에는 더 기억에 남을 사건도 없었으니 말이다. …아, 그건 정정해야 할지도. 마리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보고 있으려니 딱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마지막에 괴롭히지 말라면서 빽 외쳤던 거.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왠지 모르게 못된 짓 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도 같다. 그는 작정하고 악독하게 구는 데엔 재주가 없어도 시답잖은 장난질 하기엔 나름 도가 튼 사람이다.
"오, 마리 안녕. 존* 나쁜 새* 오셨다."
정작 마리는 그렇게 말한 적도 없지만 괜히 놀리려고 하는 말이다. 그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지만, 복도 한 편을 울리기엔 충분한 목소리로 외치고는 설렁설렁 손 흔들며 걸어왔다. 마리의 앞에 멈춰서서는 짓는 표정은 한결같다고나 할까, 약간의 장난기와 반가움을 담아 실실거리는 낯짝은 여전하다.
똑똑똑 노크를 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내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마리는 그 쪽을 올려다봤다. 인사와 함께 제 추태를 떠올리게 하는 말을 하는 것에 마리는 입을 꾹 다문 채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더불어 뺨까지 상기되는 게 영 어제의 일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결국 마리는 이내 승우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웅얼거리듯이 승우에게 말을 건다.
"아니.... 승우는 착해. 내가 존* 나쁜 새*야..... 어제 너무 미안했어."
어린 애 앞에서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물론 마리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듣는 성인이었기에 마리가 뱉는 욕설은 아무래도 승우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나름의 표시일지도 몰랐다. 승우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이건 사과 선물이야."
마리는 겨우 얼굴을 들어 승우를 올려다보며 쿠키통을 건넬 것이었다. 여전히 부끄러운지 얼굴은 빨갰지만. 생각보다 뻔뻔한 마리에게서 이러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건 평소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부끄러워하는 마리의 반응에 그는 으하학, 평소처럼 경박한 소리로 웃기나 한다. 그렇지만 농담으로 한 말에 돌아온 답을 듣고서는 잠시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한층 더 둥글어진 눈이 마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 말았다.
"뭐 어때. 나름 재밌었어."
한동안 말장난 하면 받은 만큼 시비로 돌려주는 새*―유루―랑 놀아서 그런지 이런 반응은 좀 낯설다. 그것도 그렇지만 자기가 '존* 나쁜 새*'라는 소리까지는 너무 저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는 건 괜찮지만 남이 그대로 읊는 건 안 된다는 걸까. 그는 웃는 얼굴로 은근하게 한 손을 들어보였다. 손가락 끝이 미묘하게 구부러든다. 잘 보니 저 손짓, 왠지 익숙하다. 바로 회식 당일 마리의 머리를 꾹 죄었던 그 손 모양이다.
"그러니까 존* 마저 갈길까? 너 그러고 보니까 씨* 그때 복창 안 하고 튀었잖아."
일전에 했던 괴롭힘이 훈계였다면, 이번에는 남 보기에 맥락도 없이 이런 소리를 해버리니 영락없이 괴롭히는 짓거리다. 그렇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지만 농담으로 한 말이라 금방 그만두었다. 부끄러워하면서 선물 주는 사람을 정말 괴롭혀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방금까지 실실거리며 장난질이나 해대던 것과는 달리, 마리가 쿠키를 건네주자 그는 조용히 선물을 받아들었다. 표정이 부드럽게 풀려서는 시선이 조금씩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이, 어쩐지 어색해하는 것도 같다. …그런 것 같은 게 아니라 사실인 모양이다. 그는 "그래, 고맙다."라며 감사를 표하고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공연히 제 머리나 대충 흩어대다 쿠키통을 열고 마리에게 휙 내밀어보였다.
"자."
선물 준 사람한테 도로 선물을 권하다니 그림이 영 우습다. 어색해서 하는 짓이 고작 학기 초 마이쮸 먹을래? 수준이라니. 유감스럽게도 그의 사교 능력은 그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어제처럼 제 머리를 움켜질듯한 모양새라 마리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승우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그 손이 사라지자 눈을 깜빡이며 그 기색을 지운다. 사실 승우와는 이야기를 많이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이름과 능력을 아는 정도일까. 사적인 대화를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어제의 기억이 썩 나쁘진 않았나보다. 나름 재미있었다니. 그게 과연 괜찮은 걸까 생각하긴 했지만서도. 승우는 선물을 받아들었다가 뭔가 어색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리는 눈을 깜빡이면서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내 뚜껑이 열리고 제 앞에 내밀어지자 마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독 같은 거 안 탔는데. 진짜 선물이야."
마리는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승우의 반응이 믿을 수 없으니 네가 먼저 먹어보고 증명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까. 마리는 그 통 안에서 쿠키 대신 자신이 넣어둔 딱지모양의 쪽지를 꺼내 승우에게 건넸다.
승우가 그 쪽지를 받아 펼쳐보면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다음과 같은 메모가 적혀져 있을 것이었다.
'어제는 술주정해서 미안해. 도와줘서 고마웠어. 나중에 승우가 술에 취하면 내가 책임지고 돌봐줄게. - 마리-'
큭.... 엔이랑 마리랑 공통점이 많다니 나는 여한이 없어(네? 이제 둘이 만나기만 하면 완벽한데 말이야 ㅋㅋㅋㅋ!!!! 마리는 엔이 쥐를 먹는다는 사실은 모르지만 지난 전투 때 봤던 엔을 생각하면 쥐를 먹는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것 같지! 기차도 먹는걸(?
>>859 맞죠! 엔은 기차도 먹을 수 있었죠~! (?) 그리고 마리는 그걸 봤군요...! 목격자는 전부 제거 되어야 하는데요!! (??)
>>860 ㅋㅋㅋㅋㅋ 음~ 쥐잡이 끈끈이를 경쟁자로 여기고 경계하는 엔은 확실히 귀엽겠지만... 엔이 쥐를 잡는 건 배를 채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러지는 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놀지 못하는 건 아쉽겠지만요! 여차하면 끈끈이도 고기로 만들면 되구요...! (선넘음)
불쾌함. 저 얼굴을 보면서 드는 기분은 그것 한 가지였다. 주변을 전부 무엇 이하로 보는 눈을 한 주제에 아닌 척을 하는게 불쾌하다. 그것이 불쾌해 파고들려하니 말을 돌리며 자리를 뜨는 것도 불쾌하다. 명치 아래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기분과 달리 머리는 냉랭하다. 몇 걸음 걸어가 레레시아를 돌아보며 선심 쓰듯이 하는 말에 그리 받아쳤다.
"그럼 이참에 나도 말해둘까. 나는 너와 겉치레라도 친해질 생각 따윈 일절 없어. 그러니 한번만 더 똑같은 상황을 만든다면 네가 팀원이고 나발이고 한대 후려치겠어. 그로 인해 내가 불이익을 겪더라도 그렇게 할 거라고 단언하지."
레레시아의 얼굴은 감정을 아주 짙게 눌러담아 눈빛이 뭐라 형용하기 어렵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주먹다짐 하고 싶으면 또 말 걸던가."
짧게 내뱉은 말을 끝으로 레레시아도 돌아섰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아리아와 반대 방행으로 간다. 해소하기 어려운 이 불쾌함을 풀려면 아마 이 밤을 다 써도 모자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만을 머릿속에 띄우며.
무엇이 재밌었냐고 하면, 그러게. 사실 아무렇게나 던진 말이라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럴듯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가벼운 해프닝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말 못할 이유도 없다. 남의 머리 함부로 죄어대며 괴롭힌 걸 그렇게 치부해도 되는지는 확신 못 하겠지만.
"와, 너도 존* 살벌하게 살았나 보네."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하기엔 꽤나 살벌한 대답에 헛웃음이 나온다. 달리 말하면 제각기 거친 세상을 헤치며 살아온 단원들에 비해 그가 유별나게 경계심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엉뚱한 소리가 나온 덕분에 어색하던 속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그는 피식 웃고는 잽싸게 쿠키 하나를 골라 입 안에 던져넣었다. 나름대로 오해를 해명하려는 행동이다.
"아니, *. 그냥 너도 좀 먹으라고. 존* 혼자 먹기 그렇다."
혼자 먹기 좀 '그렇다'라는 게 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별달리 첨언을 하지는 않았다. 군것질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니 몇 개쯤 줄어들어도 상관 없기도 했고. 이윽고 쪽지를 확인한 그가 눈썹을 까딱이며 고개를 기울인다. 이번에는 평소에 늘 하듯 뚱한 표정이 아니라, 약간의 흥미와 장난기 섞인 표정이다.
"오, 괜찮겠냐? 난 씨* 너만큼 술 못 마시는데. 존* 개떡 돼서 기어다녀도 책임 지는 거다?"
그는 술을 즐기는 성향이 아니었지만 앞날은 모르는 일이다. 언젠가는 그도 술을 마시는 때가 한 번쯤 있을 텐데, 그때가 되면 호출해서 진상 부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해준다면 고맙지, 그는 쪽지를 과자 통에서 빼내어 따로 주머니에 챙겨넣었다.
사람을 독살해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다. 굳이 묻지 않으면 이야기하지 않을 이야기긴 했지만서도. 레지스탕스에서 공격을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렇다고 임무에 나가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여러 일들을 보조했고 잠입에 특화된 능력으로 여러 일들을 했었다. 지금도 어찌되었던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지 않는가.
"그럼 휴게실에서 같이 먹을래? 아님 네 방에서?"
이렇게 서서 쿠키를 나눠먹는 것도 좀 이상하다. 휴게실이나 아니면 이 앞이 바로 승우의 방이니 그 안으로 들어가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서도. 아,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이성이 단둘이 들어가는 건 좀 아닌가? 상관 없나? 마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만큼도 못 마시면 그거 심각한 건데.... 어쨌든 알겠어."
마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승우를 바라봤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어다니는 것을 기절시켜서 방 안에 넣어두는 것도 책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리는 곰으로 변해 뒷목을 때려 기절시키거나, 아니면 전기충격을 줘서 기절시키는 것을 생각했다가 이내 생각을 흩어버렸다.
웹박수 내용 확인했는데 진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요. 제가 써놓은 설정이 아닌 세계관을 만들어서 그 세계관으로 더 확장하는거 안됩니다. 그냥 제가 써놓은 세계관에 근거하여 나온 설정 검토야 별 상관없다고 치는데 그걸 넘어서서 아예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고 와서 이거 되나요? 라고 하면 저로서는 거절할수 밖에 없어요. 다시 말하는데 제가 따로 얘기안한 세계관을 추가하는거 안돼요. 마계의 마족 설정이건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건, 지저제국의 또 다른 제 3생명체건 등등 다 안되니 이런건 문의하지 말아주세요.
뚱한 표정에도 그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그도 저세상에 보내버린 사람 꽤 많고, 다른 이들도 엇비슷할 테다. 그러니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는 걸까.
"어? 뭐…… 마음대로 해라."
사실 다른 데 가서 먹을 정도로 본격적이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디 가서 먹더라도 나쁠 건 없다. 단지 제시한 선택지 하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뿐. 그는 중얼거리듯 조용히 대답하고는 제 방문을 열어 마리에게 그 안을 보여주었다. 선보이듯 내뱉은 감탄사가 무뚝뚝하니 성의가 없다.
"짠."
그러자 보이는 광경은……. 음, 일전에 서술한 적 있으니 생략하겠다. 한 마디로 개판이다. 분명히 며칠 전에 청소를 해서 싹 치웠건만 고작 며칠 지난 사이에 다시금 불필요한 방해물들이 증식해 있었다. 그나마 유루가 도와준 덕분에 며칠 전 시점보다 낫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곳에서 무엇을 하기엔 좋지 못하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다시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면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색이 보이지 않을까. 그나마 이 지경인 것도 딴에는 열심히 치운 거다. 자부심이라도 드나 보다.
"어쨌든, 여기는 존* 글렀지."
가벼이 웃고는 그는 저 먼저 휴게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그렇듯 가볍다. 조금 전 책임지기에 동의한 대답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는데, 마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더라면 이렇게 안심하고 있지는 못했을 거다.
혐관 괜찮지, 혐관 좋아.. 서로 대화할 때 드러나는 첨예함이나 서사가 매력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합의 없는 혐관이라 할지언정 오너입으로 서로의 사상이 다르니 같니.. 그런 걸 미리 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글은 당연히 내 머릿속에 있는 글 이전의 설정을 남기는 행위잖아?
그런데 읽는 사람의 머릿속엔 그 글 이전의 설정이 없어.. 내가 쓴 글로 남이 이 서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돼. 내 머리의 사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 어디있겠어.
차라리 이야기 했더라면 서로 불편할 일은 없었을 거야..
그리고 기반으로 일상 굴릴 일이 없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건 농담이라도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
상대를 캐릭터간의 상호관계라는 것에 기인해서 배제하겠다 선언하는 건 at필드잖아.
모니터랑 액정 뒤에 사람 있어.. 일단 여기서 말 줄일게.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해주고픈 말은 가장 후미에 있는 문장이었으니까. 아무튼 상황극이라도, 혐관이라도 서로서로 즐겁게 돌릴 수 있었음 좋겠어. 캐랑 머리채 잡는다고 오너랑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니까.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모두가 공동의 적으로 일제를 세웠잖아요! 그러나 전후 정권을 잡기 위해 일제와 싸우기 위해 힘을 합쳐야하기도 모자랄 판에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렇다면 레지스탕스 내부에도 타 레지스탕스의 사상이 마음에 안든다. 가디언즈 멸망이후 우리가 권력을 잡겠다. 하는 식으로 서로간에 분쟁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예 레지스탕스의 이름을 걸고 악행을 저지르는 집단도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이 상황극판 뉴비라 판 돌아가는 꼴 잘 모르는거 인정해. 그래서 아무말 안 하고 있으려고 했는데 이스마엘주 너무 미안한 마음 들지 않았으면 좋겠네... 불편할수도 있는 상황이 있으면 누군가는 그걸 가리켜야지. 아무도 뭐라 안 하면 그렇게 물타기가 시작되고 더 난잡해질수 있으니 말야. 마리주도 이스마엘주도 분위기 망칠까 걱정 하면서까지 문제점 지적해준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오히려 분위기만 중요시하면 불편할 사람은 계속 불편한걸 감수해야겠지? 모두 다 알만한 소리만 하는데 요점은 그냥 미안할거 없는 행동이라고 제3자 의견을 좀 내 봤어.
오지랖 조금 더하자면 스메라기주도 쓴소리 조금 들었다고 너무 맘 상하진 않았으면 좋겠네...
>>952 아하! 그래서 선우가 현직으로 가디언즈의 기지에서 물건을 훔친다고 했을 때 안된다고 한것이군요! 개인 혹은 팀으로 그렇게 행동하면 '사실 밀정이었다'가 될 수 있으니 위험한 상황은 미리 컷한다는 로벨리아의 설정과 충돌 되네요!!
에델바이스의 이름을 걸고 악행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뽀식이네 저항군]이라는 별개의 레지스탕스 집단이 [세븐스는 일반 민간인보다 우월한 존재이며 우리는 이런 하등한 열등종족들을 다스려야한다] 또는 [민간인들은 세븐스들을 탄압한다. 복수하자]라는 극단적인 사상을 가지고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할 수도 있지 않을 까 해서요. 현실의 테러리스트들처럼요.
'비교적 최근인 3년 전 비능력자 보호법령에 저항하기 위해서 뭉친 레지스탕스 집단 중 하나이다.'라는 문구를 보고 다른 집단도 있나 해서요
그렇다면 에델바이스 내부의 있는 사람들은 출생신고할 때, 마을을 떠나서 출생신고를 할거잖아요? 그러면 혼인관계증명서, 신분증 같이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할 때가 올 것인데 실제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 역으로 체포되거나 추적당해서 마을 전체가 위험해질 것 같은데 이 경우는 위조된 걸 사용하나요?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나요?
탈캉- 당신에 의해 훈련장에 고기 냄새가 가득해져갈 무렵. 문득 천장에서부터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뚝 떨어져 내린다. 사람이었다.
"훈련장에서 조리 행위는 금지되어있다. 선우."
그녀는 요령좋게도 바닥에 착지한 몸을 세워서는 당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천장을 보면 환풍구 구멍이 분리되어 흔들거리고 있다. ...거기서 나온 건가?
"그리고 엔은 금지 행위를 보면 대장에게 보고한다."
이어진 것은 가차없는 선언이다. 당신에게는 등골 서늘해지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녀가 당신에게 무언가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인 아닐터였다. 그냥 이곳의 룰이 그렇게 되어있으니까- 그렇기에 로벨리아에게 이르는 느낌이다. 눈은 깜빡이고 얼굴은 여전한 무표정이다. 그런데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당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다. 화로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 거기에 눈이 고정되어선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망했다. 망했다. 사과하고 청소하면 봐주지 않을까? 설마 대장은 아니겠지? 아니 근데 쟨 왜 천장에서 떨어지지? 함께 구워지고 싶은건가? 한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뚝 떨어져 내린다.
천장을 보니 환풍구 구멍이 분리 되어서 흔들거리고 있다.
"대단하네.."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이 나왔다. 진짜 저기서 나온건가 대체 저길 왜 들어간걸까 온갖 생각을 하며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만, 잠시만 있어봐. 기다려."
머리를 굴려라 선우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리고 머리에 전구가 켜졌다.
"훈련장에 조리가 금지 되어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훈련의 일종이야~"
그래, 따지고 보면 이 능력은 모두 그의 아공간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 행위 또한 훈련의 일종이라 봐도 될 것이다. 되겠지? 아마? 그리고 그는 그녀의 시선이 고기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여러 종류의 아공간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 하나하나 가리키며 각 공간의 특성을 알려주었다. 고기를 꺼낸 곳은 시간이 멈춰 있어서 언제나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해준다. 여기는 일반 물자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여기는 내가 직접 들어가서 이동하거나 적의 공간을 피할 때 쓰는 곳이다. 등등 설명을 끝내고는 능글맞게 웃었다.
"맞아! 네 말처럼 여기는 조리가 금지 되어 있어! 그러니 이건 먹으면 안되고 버려야지?"
그리고 딱 맛있게 익은 고기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런데 말이야? 내 식재료를 보관하는, 시간이 멈춰있는 아공간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확인을 해야하거든? 이 고기는 넣은지 2주 된 고기야, 상했는 지 안 상했는 지 확인 해야하는 데 한번 먹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아공간에서 위생 장갑을 꺼낸 후 그녀에게 건넨다. 포크와 나이프 따윈 주지 않고 버터와 소금을 듬뿍 사용해 죽여주는 냄새가 나는 고기를 건네주었다.
고기를 굽는 것도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셰프라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그런걸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고 당신은 아공간을 열어 보여준다. 그녀는 그것을 보며 "그런가.", "알겠다.", "그렇군." 정도의 대답을 연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워낙에 멍해보이는 눈이라 정말 듣고있는지 어떤지는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때마침 당신에게 건넨 고기. 그것을 그녀는, 제 손으로 잡아 가져오는 일도 없이 고개를 불쑥 내밀고는 한 입에 넣는 것이다. 그건 뼈가 있는 고기였을까. 있었다고 한다면 뼈 채로, 당신의 말마따나 뜯어먹는다. 당초 그녀란 도구 사용이 서툴다. 조금 뒤의 그녀는 그런 건 조금의 방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구워서 알기 어렵지만 상하지 않은 고기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를 삼키고서는 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맛이 어쩌니 하는 것보다는 당신의 말에 따라 고기의 상함 여부만 판단하는 것 같았다. 당신이 그것을 부탁했으니까.
그녀가 입가를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괜찮다." 하고 답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당신이 건네는 음료는 받는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듯 차가운 음료. 그것을 들어 이리저리 살피다가 '선택'을 말하는 당신에게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훈련실에서 고기를 굽는 행위는 금지 되어있다."
그녀는 따지 않은 캔을 그대로 입 안에 넣어, 그대로 베어문다. 반토막 난 캔 안에서 콸콸 쏟아지는 음료를 그녀는 고개를 수직으로 올려 받아마셨다. 그리고 나머지 반토막도 꿀꺽 삼킨다. 당신이 언급한 선택은 엔에게는 어려운 대목이었다. 어렵다고 할지, 정확히는 지금 상황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고기를 먹으면 어째서 공범이 되는 것인지. 공범이 되면 어째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니 대처의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라고 하는 사람은 어째서인지 엔에게 선택을 바라고 있었다.
"엔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상황이 어렵게만 다가왔다. 그런 그녀에게 한 가지 기억이 스치운다.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로벨리아는 언제든지 자신에게 와서 상담하라고 했었던 기억이었다.
"공범이 된 엔이 선우와 훈련실에서 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대장에게 물어보고 오겠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 모른 채로, 그녀는 곧장 HQ로 올라갈 기세로 몸을 획 돌려서는 걸음을 때려 하고 있었다.
순수한 질문이 이렇게까지 신랄할 수 있는 건가? 차라리 이게 사람 새* 방이냐며 한심해했다면 웃고만 넘겼을 텐데. 하지만 그가 누군가, 조금 뜨끔할지언정 이런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려면 한참 멀었다. 정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데 어쩌겠나. 고개를 젓고는 말 덧붙이는 태도가 더없이 당당했다. "청소 한 건데. 개* 열심히."
휴게실에 도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비는 시간인지 내부는 마침 한적했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테이블 위에 통을 내려둔 그는 마리의 말에 대답했다.
"어, 커피."
그리고선 잠시 자리에 앉아 말 없이 조용히 기다린다. 행동거지 경거한 그도 별달리 할 말도 행동도 없을 때에는 얌전한 모양이다. 잠시 그러다 있다 마리가 자리에 올 때쯤 되자, 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당신이 팔을 끌어당기자 잠시 중심을 잃고 뒤로 쭉 당겨지는 그녀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당신의 그런 태도가 의문스러운지 "?" 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의 처세술은 확실히 나쁘지 않았으며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보기 좋게 들어먹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단순무식하고 상식이 모자란 그녀에게 있어서는, 당신의 그러한 고단수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쁜 일을 숨기는 것은 나쁜 일이다."
지금에 와서도 고개를 숙이고 빌고있는 당신에게 이런 도덕책같은 정론이나 늘어놓고 있는 그녀이지 않은가. 다시 말하지만 그녀는 당신에게 어떤 나쁘거나 좋은 감정도 있지 않다. 또한 선도 악도 없다. "왜냐하면 훈련실을 관리하는 에스티아가 힘들어한다. 엔은 동료를 힘들게하고 싶지 않다."
단지, 이 훈련실을 총괄하는 것이 에스티아라고 들었기 때문에. 훈련실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이곳의 장비들이 상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것을 충실히 기억하고 따르고 있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채다. 다행히 그녀에게 눈치라는 개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잠깐 허공에 시선을 띄워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럼 선우는 훈련실을 청소해라. 엔이 도와주겠다."
결국 훈련장에서 고기를 구우면 안 되는 이유는 그런 것이니까. 그렇다면 에스티아가 힘들어하기 전에 청소해두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녀는 생각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