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아니에요! 엔주도 조금 이런거 생각해보는거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 노래 가사가 있는 곡이였군요...! 엔주는 지금까지 샘플링같은 건 줄 알고 있었어요 유루주가 말씀 안 해주셨다면 평생 몰랐을지도요... (ㅋㅋ) 캐해...인걸까요!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참고로 엔주는 곡에서 변덕스러우면서도 푸른 물감이 흐르는 이미지가 연상 되어서 들려드렸어요~!
그러고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신이 열어준 것이 무색하게 봉투 째로 입에 넣어 덥썩 무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입에 들어갔다 나온 소세지 봉투는 무슨 토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입에 물린 자국을 경계로 일부가 사라진 채로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우물우물. 폴리에틸렌마저 육류로 만드는 그녀의 입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녀는 씹던 것을 목으로 꿀꺽 삼키고는 당신이 해주는 말과 물음에 잠시 먹던 걸 멈추고 생각해본다. '위선이 뭐지?' '레시가 자신을 위하면 안 되나?' '엔도 좋고 레시도 좋으면 좋은 게 아니게 되는 건가?' 따위의 조금 길고 덧없는 생각이었다.
"옛날에 엔을 레시처럼 해줬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랬던 그녀는, 조금의 시간 뒤에 당신에게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그들은 엔에게 먹을 것을 주고 엔이 잘 수 있게 했다. 또 엔이 흘린 걸 치워줬다. 하지만 엔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엔의 몸을 살피고 엔에게 계속 어려운 말을 걸었다. 자리를 벗어나면 엔을 쐈다. 아팠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엔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과거에 있던 일들을 떠올리듯 허공으로 시선이 떠올랐다. 여전히 단조롭고 감정 없는 말투, 표정 없는 얼굴이다.
"그렇지만 에델바이스는 엔을 믿고있다. 엔도 에델바이스를 믿는다. 그래서 엔은 레시가 그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레시가 아닌 다른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입을 크게 벌려 소세지 봉투 조각을 마저 삼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때, 움직임이 멈칫하고는 검붉은 눈을 굴려 당신을 바라본다.
"레시도 먹고싶나?"
당신은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르는 듯 조각이 된 소세지 봉투를 건네보였다.
미리 열어서 주면 봉투는 거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예상이 무색하게 봉투 그대로 입에 무는 걸 보고 흐. 웃는건가 싶은 소리를 흘렸다. 저번에 검을 삼키고도 멀쩡했으니 비닐 좀 먹었다고 탈은 안 나겠지만. 시각적으로는 영 그렇다. 간접적으로나마 저 씹는 느낌이 느껴지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레레시아가 위선에 대한 말을 해주자 엔에게서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우물대던 걸 멈춘 걸 보면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재촉할 이유는 없으니 그대로 지켜본다. 테이블에 기대서 엔의 하얀 머리카락을 응시하고 있으니 조금 후에 엔의 대답이- 짤막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엔의 과거로 보이는 내용이었다.
"흐음."
담담히 얘기를 들은 만큼 그녀의 표정도 별 변화가 없다. 굳이 표현으로 하자면 아 그렇구나- 정도. 잠깐 변화가 생긴 건 엔이 남은 소세지 봉투를 내밀었을 때다. 이걸 왜, 라는 표정이 되었다가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엔 다 먹으라고 줬잖아-"
줬다 뺏는 짓은 안- 해- 그러니 남은 것도 엔이 다 먹으라며 손짓하고 앞선 얘기를 이어 말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엔이 말한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 단지 나는 일부러 엔을 아프게 하지 않고 이렇게 같이 있을 때만 뭔가를 해줄 뿐이지. 결은 다르지만 같은 부류인거야. 게다가 난 에델바이스도 믿지 않거든. 엔도, 팀원도, 모두."
모든 것을 그저 목표를 위한 수단과 도구라고만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니까.
"나는 이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엔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일 거야- 아니면 이제부터어 알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나아."
그녀는 얼버무리듯 말하고 테이블에서 떨어져 움직였다. 빈 병이 가지런히 담긴 박스를 잘 챙겨 들고서 문 쪽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엔을 보았다.
"이제 쓰레기만 버리면- 정리 끝나니까아 엔도 들어가서 쉬어-"
아직 뒤에 남은 봉투라던가 있지만 그뇨 혼자 다 할 생각인가보다. 엔에게 먼저 들어가라 하곤 박스를 내놓기 위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