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당신의 말에 다시 스담스담을 해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하지만 당신의 몸에 대해서 그 정도까지 모르는건 아닙니다. 당신이 여타 사람들처럼 취한다거나, 속이 안 좋아진다거나 하지 않는것은 그녀도 알고있죠. 그저.
"심적으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도 않는 몸이 편할리가 없잖아. 그녀는 무미건조하게 툭하고 내뱉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세를 낮춰서 당신의 머리에 양손을 올리고 거기에 자신의 머리를 뉘었습니다. 취하지 못하는 둘이라니 대단한 조합이네요 "무서운거~? 없는데. 넌 있어?" 거짓말쟁이- 그것이 허세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그녀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웃었습니다. 그리곤 당신을 바라보며 벌레 무서워 하는거 아냐~? 하고 농담했죠.
멜피가 툭 내뱉은 말에 제이슨은 침묵했다. 마셔도 취하지 않는 몸, 밤에 잠들지 못하는 이 몸은 당연히 편하지 않다. 무서운게 없다고 멜피가 말하고. 천천히 제이슨은 입을 열었다.
[엄청나게 많지 난.]
[바닷물에 닿아도 차갑지 않은 발이 무서워. 사막의 태양을 계속 쬐어도 뜨겁지 않은 피부도 무서워. 다른 이들이 아파하고 고통스러워 할 때, 나만 묵묵히 서 있는 것도 무섭고. 뭐 밤에 계속 혼자 앉은 채로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아침을 기다리는게 제일 무섭구만. 외롭잖아.]
그렇게 말하고 [보시다시피 겁쟁이지-. 아, 벌레는 안 물리니 괜찮더라.] 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앉은 자리로 쪼르르 다가오는 엔을 보는 시선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다. 분명 술을 계속 마시고 있는데도. 앉은 자세나 팔을 드는 행동 등등이 느슨함을 빼면 취한 기색은 나지 않는다. 잔 든 손을 그대로 다리에 올리고 엔을 바라보던 레레시아는 치우러 왔다는 말에 흐-음.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너무 남으면 좋지 않지만- 뭐어 그게 엔이 원하는 거라면야-"
그녀는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말고 적당히 흘려넘겼다. 원하는 거라면 참견할 필요가 없는 듯이. 아직 회식 중인 거 같다는 말에 여즉 술이 찰랑이는 잔을 들어보였다.
"회식 중- 이라기보다아 나는 안 취하니까아. 정리할 거라면 그 때가 끝인거지이."
어느 술자리에서도 취해본 적이 없으니. 자리의 끝이 곧 그녀가 술잔을 내려놓는 때였다. 지금은 이 때일까. 레레시아는 잔에 남은 술을 천천히- 단숨에 들이켰다. 엷은 금빛 술이 한 잔 가득 들어갔지만 고개를 돌리고 긴 숨을 한 번 내뱉으면 그만이다. 테이블에 빈 잔을 내려놓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갑을 팽팽히 당기며 말했다.
"그럼- 같이 여기 정리나 해볼까-?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미안하니까아."
자고로 밥상과 술상은 먹은 사람이 치우는 거랬어- 농담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그런 말을 중얼거리곤 당장 앞에 있는 접시나 빈 봉지들을 추스르며 회식자리를 정리해간다.
취하지 않는다. 인가. 그녀의 눈동자가 문득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당신의 말을 들은 그녀는 어떠한 생각에 깊게 빠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서 그녀는,
"술은 맛있나?"
하고 고개를 기울이며- 당신에게 묻는 것이다.
"괜찮다. 엔이 혼자 하겠다. 레레시아는 쉬고 있어라"
라고 말해도, 당신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해도, 그녀도 이미 남은 음식이 놓인 접시를 들고 있었지만. 입이 우물거리고 있다. 그 짧은 새에 입에 넣은 건가. 그녀가 말하는 치운다의 의미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아까는 먹으러 온게 아니다- 라더니. 이래서는 별로 다를 게 없지 않나 싶다.
어둠이 깔려있는 어둠을 거스르는 밝은 달빛은 지금 이 순간 사내에게 있어서 가장 방해되는 요소였다. 입고 있는 복장은 가디언즈의 갑옷이고 차고 있는 무장은 가디언즈의 무기였다. 목 뒤에 분명하게 '7'이라는 표식이 박혀있는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앞으로 달렸을까? 조금은 조용한 풀숲 속으로 몸을 던진 사내는 품에 감추고 있는 USB 장치를 꺼낸 후에 바라봤다. 붉은색 USB 장치가 무사히 자신에게 있는 것을 확인한 사내는 안도의 숨소리를 내며 다시 USB를 품 속에 감췄다.
'반드시 이걸 알려야만 해. 하지만 방송국에 뿌려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어. 분명히 가디언즈가 막을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에 알려야 하는 거지. 어지간한 통신망은 다 체크하고 있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내의 이마엔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주변을 경계하는 것이 정말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아주 조금의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귀를 쫑긋 세우면서 그는 침을 꿀꺽 삼키는 것조차도 매우 신중했다.
'일단 지금은 안전한 것 같지만 아마 오래 가지 못할거야. 빨리 좋은 곳을 찾아야만 해. 레지스탕스라도...'
분명히 이 나라에는 여러 레지스탕스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본부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U.P.G. 더 나아가 가디언즈와 싸우고 있는 이들이 아니던가. 그런만큼 본부의 위치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입하는 이들이 있으니 반드시 방법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사내는 머리를 계속 굴렸다. '....거기구나.' '가능하면... 보검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그들과 접촉하고 싶은데. 그들이라면... 어지간한 일은 대처할 힘이 있을테니까. 그래. 설사 레이버가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확실하지 않은 소문. 허나 지금 사내는 그것만을 믿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어찌되었건 한 자리에 계속 있을 순 없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다시 몸을 일으킨 후에 어둠 속으로 빠르게 발을 굴렸다. 마치 무언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 '...뭘 해도 의미없는데. ...하지만 재밌는 거 떠올랐어.' '반드시 알려야만 해. 이 사실을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