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늘 말하지만, 아리아는 자유를 추구하는 면모가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과 염세적인 모습을 가졌다고 했잖아. 그 면모가 이번 독백에서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자유를 갈망하기에 합류했지만 사람을 믿지 않고, 신뢰를 목소리로 구현한다는 떡밥도 풀리고.
그렇지만 걱정되는 건, 아리아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그 자유의 범위가 신뢰에 따라 결정되는 느낌인데다 방종에 가깝다는 느낌도 들어. 자유에 대한 사전적 정의만 품는 느낌..? 아마 이건 오랜 불신과 억압이 쌓였기 때문이겠지.. 언젠가 이건 아리아주가 서사를 쌓으면서, 아리아의 성장으로 보여줄 여지가 있으니 기대하겠다구..!! >:3 독백 맛있게 먹었닷!!!!!!
후회는 늘 때늦는 법이다. 그의 표정은 이제 질색하는 것을 넘어 혐오에 한 발짝 걸칠까 말까 하는 중이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강제로 승선 당한 또다른 사공은, 조금만 더 간다면 동료를 밀어서 배 밖으로 떨어뜨릴 듯하다. 쓸데없는 소리 계속 듣다가는 열받아서 주먹 나갈 것 같다 그 말이다. 이제 이 이야기가 진짜인지 장난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는 옆통수 언저리에서 귀를 막던 손을 서서히 말아쥐었다. 펼쳐둔 '손'이 '주먹'이 되어갈 무렵, 화제가 전환된 것은 불행 중 행운이었다.
"몰라 씨*. 나도 제정신은 아니었어서 설명을 못하겠다."
시큰둥하게 중얼거리고는 기우뚱, 몸이 기운다. 옆으로 쓰러진 다음 뒹굴거리며 게으름이다. 눈치를 보아하니 답하기 싫어서 얼버무린다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야 빈말로도 멀쩡한 곳이라고는 못하고, 그런 데 사는 정신머리도 멀쩡할 리 없다. 하루종일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뿐인데,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로는 사람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해도 돌아버린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된 걸지도 모르지. 여하튼, 기억이나 생각은 쉬이 휘발되는 것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당시에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까지 늙을 수나 있다면 다행인데." 그렇게 대꾸하고는 이제는 아예 누워서 다리도 꼬았다. 그래봤자 손해 보는 건 자기밖에 없을 텐데도 참 꿋꿋하다.
"그래. 존* 개** 났다, 미**아. "
잠깐 사이 휙휙 바뀌는 미운 놈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흘겨본들 답이 나오지는 않아서, 그는 뒹구느라 흐트러진 제 머리카락 끄트머리나 매만지며 생각에 몰두하기로 했다.
"말했잖아, 성격 존* 지* 같다고. 10분마다 한 번씩 지*했다. 솔직히 말해서 잘해준 건…… 아닌데. 그래도 좋아했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좋아한다는 것. 강제된 환경에서 배양되어, 필연으로 조작된 애정이다. 정상성의 궤로부터는 이미 한참이나 벗어난 심리. 그런즉 그 심정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냐 하면, 그러나 그것은 아닐 테다. 그로 인해 그가 살았고 지금의 여승우가 존재하는 것이므로. 회고를 하려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구 떠오른다. 눈치챈 시점이 늦은 건 그 때문이다. "어, *. 근데 너도 아까부터 존* 캐묻는데? *** 개 치사하네 진짜." 본인이 질문에 친절하게 응해줬다는 건 생각도 안 하고 벌떡 일어나서는 또 성질이다.
"이 *** 또 시비야. 오냐, 씨* 예수 된 김에 한 번 더 죽어라. 여호와는 너 같은 개*도 사랑하니까 하나님 곁에 존* 딱 붙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고, **."
그는 잽싸게 몸 숙여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을 집고는 유루의 얼굴로 마구 집어던졌다. 대충 내버려뒀던 옷가지들이었다. 아직 입지 않았는지 섬유유연제 향기가 나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그게 불쾌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유치한 싸움질이 또 반복되려나 싶지만 그렇지는 않을 모양이다. 일일이 짜증낼 정도로 기운이 넘쳐나는 것이 그의 몇 없는 장점 중 하나라지만, 이렇게 계속 성질 내려니 그도 지치기는 했다. 한동안 그러던 그는 얼마 안 가 비실거리며 대충 바닥에 앉아 침대에 툭 기대었다.
"*. 너 때문에 나도 개* 피곤해 뒤지겠네 진짜. 씨-*. 넌 제발 아가리를 좀 가만히 있어라."
본인이 할 자격 없는 말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해대는 저 꼬락서니를 보아라…….
네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왕을 무찌르러 떠나는 용사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하며 웃는 마리의 표정에, '아무래도 좋으려나.' 라고 생각하면서 잠자코 말을 들었다. 어찌어찌 구색은 맞춰지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으음, 확실히. 사전에 이야기라도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여러모로 돌발상황이었죠."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대표적인 상황 아니었을까. 레인이라는 여성이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 살기를 뿜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떤 해도 입히지 않고 돌아갔으니 괜히 싸움을 걸 필요가 없었다. 라는 게 될 수도 있다. 반면 만약에 먼저 공격하지 않고 잠자코 기다리거나, 무시했다면 기습을 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너는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둔다. 결국 그녀에게 먼저 공격을 감행한 것도, 그 공격을 막아선 것도 서로 합의하지 않은 행동이었고... 결국 레인은 우리에게 위해를 입히는 대신 떠나 버렸다.
"...사과하고 싶은 건가요?"
막아서 미안했다. 뭐 이런 느낌이려나. 어째서일까, 미안한 마음이라는 건 어째서 생겼지? 눈치가 없었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하고자 하는 걸 방해했기 때문에? 너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네 손에 들린 캔을 내려다보다가 마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과하고 싶다면 사과하면 되는 거에요, 저도...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니까요."
애초부터 누가 잘했고 잘못했다고 할 수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일방적인 사과도, 일방적인 질책도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사과한다면 서로 사과해야만 하는 일이고, 아니라면 둘 다 할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내게는 사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면서도 사과하고 싶다면, 그건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거겠지. 나무랄 수는 없다. 이건 애초부터 사과하고 용서하는 따위의 일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