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있다고 한다면 아마 바로 이야기를 했겠지. 저렇게 능청을 떠는 것을 보면 자신에게 딱히 용건은 없다는 것일테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은 것이 분명할 거라고 아스텔은 생각했다. 급한 일이라면 진지하게 이야기했을테고. 아무튼 별 용건이 없다면 굳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다시 달구경에 집중하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를 무시할 생각은 없었기에 들려오는 말에는 그도 바로바로 대답했다.
"오히려 이런 기회니까 친해질 수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나도 조금 쉬었다가 다시 들어갈 생각이고. 뭐, 딱히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긴 하지."
그냥 자신의 생각만 살며시 밝히나 그냥 그렇다는 것으로 그는 말을 끝냈다. 누군가와 친해지라고 말을 한들, 자신에게 의지가 없다면 친해질 수 있을리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적어도 아스텔에게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딱 그 정도로 끝을 내면서 그는 그녀의 조금 부조화스러운 자세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 물음이 들려오자 아스텔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쉬러. 딱히 취하진 않았지만 그냥 바람이 쐬고 싶어서. ...단지 그 이유야. ...임무라면 여기에 있지 말고 바로 떠났겠지. 워프 장치를 이용해서."
말을 마치며 그는 지하 2층을 가리키는지 손가락을 아래로 향했다. 그러다가 문뜩 한 가지를 떠올렸는지 그는 태연하게 다음 물음을 그녀에게 던졌다.
"그래서 그 소원권이라는 것은 언제쯤 사용할 생각이야? ...딱히 쓸 곳이 없다면 갖다버려도 나는 상관없어."
기회라. 레레시아가 기회를 봐서 누군가와 친해질 사람이었다면, 지나 2년간 그럴 기회는 차고도 넘쳤을 것이다. 시간 역시 충분하고도 남아돈다. 그럼에도 여태 만든 접점이라곤 같이 임무를 수행했고 그로 인해 알게 된 얼굴과 이름, 그것도 몇 명이 전부다. 그마저도 제대로 기억하는지 싶고. 그런 태도를 그녀는 2년간 유지해왔는데 이제 와서 바꿀 리가-
없지는 않나. 잘 모르겠지만.
"하항. 인간관계는 어려우니까 말이네에."
깊게 파고들지 않는 아스텔의 말에 장단을 맞춰 주제를 흐지부지 만들어버린다. 서로 유쾌하지 않은 얘기는 길게 할 것 없다. 시선이 느껴지기에 마주볼까 하던 것도 관뒀다. 눈이 시리도록 밝은 달만 그저 멀거니 바라보면서 돌아오는 말에 박자를 맞춘다.
"음- 바람인가- 기지가 아무리 좋아도 지하라 답답하긴 해애. 원래 살던 집..에 비하면 천국이지만- 아, 그러게에. 아스텔은 항상- 말도 없이 가버리니까아. 맞네에. 저번에 준 폭탄은 썼을까나아?"
블러디 레드를 습격하러 가기 직전에 줬던 독 폭탄은 쓰긴 썼는지 묻다가 무심코 그녀도 아래를 보았다. 시야 내에 아스텔이 손이 아래를 가리키는 걸 따라간 모양이다. 그래봤자 보이는 건 땅바닥이라 다시 고개를 드는데 아. 맞다. 그게 있었지. 하듯 레레시아의 금안이 아스텔의 얼굴에 정확히 멈췄다.
"그거 말이지이. 음. 그럼 뭐로 할지 지금 정해보자구우."
뭐로 할지, 그 말이 꼭 선택지가 여러개 있는 것 같은 울림이더라니.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스텔을 향해 손가락 세 개를 펼쳐보였다. 검은 장갑을 꾹 눌러 낀 손을 빳빳이 접고 펴 손가락 셋을 세워놓고 하나 하나 짚으며 말했다.
"일단 첫번째- 나로서는 이게 있었으면 하지마안 그건 내 사정이니까아. 그래서 셋 중에서 가-장 최악인 거라 별로 추천하지 않는 거어. 그리고 두번째. 이건- 별거 아닌데 될 지 안 될지 모르겠어서 보통이려나아. 안 되면 세번째로 할 건데- 세번째는 들으면 좀 어이없고 음- 왜? 라는 생각이 들 만한 거네에. 그러니까 이 셋 중에서 하나 골라 봐-?"
소원권이라면서 선택지를 다시 돌려주는게 있나 싶지만 레레시아는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손가락 셋을 까딱거렸다. 아차. 하며 덧붙이는 말도 있었다.
"첫번째랑 두번째느은 또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거지만- 세번째는 당장 해버릴 수 있는 거야아. 그리고- 딱 고른 거만 내용 알려줄 거니까- 듣고 무르기- 는 없을까나아."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으나 그냥 이것저것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아스텔은 간략하게 대답했다. 일단 그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로벨리아가 개별적으로 이것저것 지시를 하는 것이 많기도 했고. 뒤이어 폭탄 이야기가 나오자 아스텔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허나 굳이 폭탄을 꺼내들진 않으며 자신의 방에 잘 있다고 그는 대답했다.
한편 소원권 이야기가 나오자 지금 정하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스텔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자신에게 그런 것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나 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던 것일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는 그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세 가지가 있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그 말에 아스텔은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소원 내용도 이야기하지 않고 고르라고 하는 것은 반칙 아니야? ...임무도 아니고."
가장 원하는 것은 곧 가장 최악이라서 별로 추천하지 않고 두번째는 별거 아닌데 보통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세번째는 들으면 좀 어이없고 왜냐고 생각을 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첫번째와 두번째는 다음을 기약하고 세번째는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을 하니 참으로 애매하기 그지 없었다. 가만히 생각을 하다 아스텔은 숨을 약하게 내쉰 후에 숫자 3을 가리켰다.
"굳이 선택지로 골라야 한다면 세번째로 할게. 제일 가벼운것일지도 모르고 애초에 그 정도로 간절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굳이 소원권을 쓰지 않아도 들어줄 수 있어.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닌 한."
이를테면 네 목숨을 지금 여기서 끊어줘라라던가. 그렇게 예시를 들다가 아스텔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솔솔 불어오는 밤바람을 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셋 다 듣고 내가 판단하는 거지만 말이지. ...그건 안된다고 하겠지?"
왕게임의 마지막 게임에서 마리는 아스텔과 헤어지는 연인 연기를 했다. 먼저 연기를 시작했을 때에도 마리는 별 생각이 없었다. 술기운이 돌아서 꽤 기분이 좋은 상태였고 좀 더 누구에게든 허용적인 상태였다. 아스텔이 제 고개를 들게 하거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도 꽤나 열연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 말에는 마리는 눈을 깜빡이면서 아스텔을 바라봤을 것이었다.
연기는 끝나고 다른 사람들이 웃으면서 즐겁게 왕게임이 마무리 되었지만 마리는 멍하니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서도 조금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잔에 술을 따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꽤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마리가 그렇게 술에 강한 편은 아니었다는 걸까. 이내 자신의 생각으로 해결이 되지 않자 이내 주위를 둘러봤고 눈에 보이는 사람에게 비틀비틀 다가갔다.
“에스티아, 에스티아, 에스티아아.”
마리가 그녀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으려고 했다. 분명 왕게임을 함께 할 때 같이 손 잡아도 된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스티아, 나아 궁금한 게 이써.”
발그레한 얼굴로 혀가 꼬인 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무래도 꽤 취한 모습일 것이었다. 벽돌색 눈동자가 깜빡깜빡 나타났다 사라지며 에스티아를 담았을 것이었다.
에스티아는 술을 먹지 않았다. 아예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는 술보다 다른 반찬들이 더 맛이 좋은 편이었다. 예를 들면 지금 그녀가 쏙쏙 빼먹고 있는 고기 요리라던가. 정말 맛있게 쏙쏙 빼먹다가 중간에 샐러드를 먹기도 하면서 그녀는 애써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난 지금 고미나 먹는 거 아니야. 야채도 먹고 있어. 그렇게 속으로 조용히.
한편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에스티아는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어느 순간 마리가 비틀비틀 다가오고 있었고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자 그녀는 살짝 놀라 마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웃으면서 덩달아 마리의 손을 꼬옥 잡아줬을 것이다.
"괜찮아?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물이라도 주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고개를 돌린 후에 물의 위치를 확인했다. 한 컵 따라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손을 뻗어 물병을 잡고 컵에 따르는 와중에 또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에스티아는 마리를 바라봤다. 궁금한 거? 그게 뭐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마리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뭐가 궁금해? 아. 그 전에 물부터. 지금 많이 취한 것 같아."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녀는 물을 다른 컵을 그녀에게 권했다. 술이 많이 취했을 때는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던가. 그렇기에 그렇게 권함과 동시에 그녀가 뭘 물을지를 생각하려고 하면서 그녀는 마리를 빤히 바라봤다.
별달리 부정해야 할 이야깃거리도 아니니 그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순둥했다기보다는 그저 미련했던 것이 맞겠다. 기다리고 참고 순응하는 방법밖에 알지 못해서 죽으라면 얌전히 죽을 날 기다리며 살았었다. 그래도 결국 완전히 고분고분한 놈은 못 돼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만. 꼭 그런 이야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사람들일지라도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있기 전까진 아주 어린시절부터 독기 가득하기는 힘드니까─ 유루는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저놈도 어린 시절이 있었을 거다. 도저히 상상은 안 간다만. 그는 무언가 괴이한 상상을 하기라도 하는 듯 미묘한 표정을 하더니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럼 너는 어땠는데? 난 씨*, 또라이가 아닌 너…를 상상하기엔 존* 무섭네. 됐어, 말 하지 마라."
자기 멋대로 답도 안 듣고선 하라 말라 제멋대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듣기가 싫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소름 돋는다는 게 이런 건가? 한바탕 몸서리를 치고는 쓰레기를 휙 치워버렸다. 책 집어던지면서 실은 감정에는 그렇게 유루의 알 수 없는 면에 대한 질색도 담기게 되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유루의 말에 그는 다시 눈이 동그래진다. 어, 그러게. 그 생각을 못했다. 속 시원해하다 화내다가 놀라다가, 생각하는 게 그대로 드러나는 진실의 얼굴이다. 의심할 줄 모르고 남이 말하는 그대로 믿는 것. 여러가지 자극에 닳지 못하고 제한된 성장 환경에서 자란 영향이기도 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너 나한테 구라 쳤냐? 새*, 맞기만 해봐. 이 씨** 내 믿음을 배신해? 존* 때려준다 진짜."
그 말을 한 사람이 친한 사람이었으니, 의심할 당위가 없다는 듯 당연한 믿음이었다. 자신이 거짓말하지 않는다 해서 가족이나 친구가 그러지 않으리란 법은 없는데도. 유루의 조언은 무색하지 않다. 그는 좀 더 누군가를 의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거짓말을 했다 해도 고작해야 사이비 책 관련인데, 큰 상관은 없을 거다. 지금까지도 안 읽은 걸 봐선 놔둔다고 나중에 읽을 것 같지도 않은데 뭐. 그는 종교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철학적이거나 현학적인 것 같고, 말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그럼 정신적인 친구 같은 거라도 있냐."
그는 잔뜩 쌓여 제 가슴께 엇비슷하게 올라온 물건 더미 위에 상체를 기대었다. 표정은 시큰둥하니 무슨 소리 하느냐는 듯하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그 모호한 말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엉뚱한 생각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4명이면 많네. 나는 그래서 몇 명이더라. 멜피, 그리고 저 새*, 그리고……. 속으로 셈을 하던 그가 뚝 생각을 멈추었다. 어느 순간 그는 유루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사람이 참 단순하다. 그러다 다시 흘끗 유루를 보더니 피식 웃는다. "오, 개 얼빠진 표정. 재밌네." 놀려먹을 새도 없이, 곧 키 운운하는 소리에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지만.
"새*, 잘하네. 하는 김에 저쪽도 치워줘."
그는 한 바퀴 데굴 몸을 굴리며 얄밉게 미소만 지어댄다.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웬일로 도와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보다 잘한다면야 뭐. 그런 생각일 것이다. 시건방지게 손짓하며 누운 모습이 한가로워 보인다. 물건을 버리지 못해 공간을 망쳐놓을 정도로 쌓아놓았으면서도, 정작 남이 그것을 버리는 데에는 별달리 관심도 망설임도 없는 모양이다. 애착이 없다고나 할까, 버려서 영영 잃어버리는 일에 미련이 없어 보인다는 쪽이 옳을 테다.
"오, 따까리. 불만 있냐? …별거 없어. 심심한데 할 짓도 없으면 대충 갈긴 거지."
즉 의식의 흐름만 가득한 잡설이란 거다. 중요한 것은 정말 아닌지 가만히 구경하는 얼굴이 멀뚱하기만 했다.
안 취한 사람이 안 취했다고 우기던가. 그것을 떠나서도 지금 그녀는 상당히 취한 상태로 그의 눈에 비쳤다. 물론 그녀는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녀의 물음. 행복이라는 것이 뭔지 아냐는 말에 에스티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저런 것을 묻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일단 순순히 자신의 손을 마리에게 내줬다.
"행복? 글쎄.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냐고 물어도... 그냥 자신이 만족스럽게 잘 살면 그것이 행복 아니야? 사실 나도 그 관련은 잘 모르겠어서. 세븐스는... 사실상 내가 태어난 시절부터 억압당하고 차별받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그걸 행복이라고 하진 않잖아?"
생각해보면 세븐스 대부분이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며 에스티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날 때부터, 그리고...
더 깊게 생각하진 않으며 에스티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깊은 생각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게 하기 딱 좋았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진 않아서 애써 지우려고 하며 에스티아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응! 역시 마리가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이 행복이 맞을거야! 행복하면 기분이 좋고 그렇다잖아? 사람마다 행복의 정도는 다르다고 하니까. 음. 우리 언니라면 좀 더 전문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아스텔도 그렇겠지만 나도 이 관련 이야기는 잘 모르겠네. 아하하."
자신이 과거에 살았던 삶. 그곳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그 광경을 말한다고 한들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아마 아스텔과 로벨리아. 두 사람이 아니면 쉽사리 믿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뒤이어 에스티아는 들려오는 말. 자신은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그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양 옆으로 저었다.
"아스텔과 같은 말을 하는구나. 마리는."
그렇다는 것은 아스텔도 한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 것일까. 허나 그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으면서 에스티아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진지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손을 더욱 꼬옥 잡았다.
"우리 언니가 말한 것이 있었어. 이 세상 그 누구도 행복에서 멀어져서는 안되며 행복할 권리가 있다라고. 그럴 자격을 만드는 사회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그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정의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어설프지만 로벨리아가 말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그리고 거세게 말을 하나 어디까지나 흉내에 지나지 않았기에 상당히 어설픈 느낌에 가까웠다. 뒤이어 그녀는 살풋 웃으면서 시선을 살짝 회피했다.
"그러니까 울지 마. 마리도 행복할 자격이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 모두가 모여서 이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