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는 저번에 윤시윤과 함께 가본 기억을 떠올리며 사진을 보았다. 귀여워! 작게 소리내고는 자기도 찍은 사진이 있다며 같은 고양이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새침한 고등어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고 유하의 손길을 외면하는 사진으로, 그러면서 꼬리는 살랑거리는 것이 흔히 말하는 츤데레라던가 그런 쪽으로 보인다.
"그런데 누구랑 같이 갔던거야? 혼자 갔어? 어땠어 고양이? 나한테는 통 다가와 주지를 않길래 좀 속상했는데 츄르 사서 줬거든."
캡틴은 이후 반응이 좀 약해서 서운했던거 같지만, 나는 진짜 너무 좋았음 이런거 너무너무 좋아. 열심히 써준게 느껴져서 되게 기쁨. 그리고 봤던 인상이나 분석도 상당히 정곡이었던 것 같다.
윤시윤 자체가 내 안에서 맨 처음 생각했던 캐릭터성은 '어느날 갑자기 새 인생을 살게 되어 변한 환경에 당혹감을 느끼는 환생자' 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도 사실 형성되는 인격은 과거쪽에 초점을 맞췄거든.
어쨌거나 저쨌거나 스스로를 성인이라 여기는 점, 호칭이 아저씨란 점 등등. 자신이 과거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건 인식하고 있지만 반대로 그건 과거에서 상황과 기억이 달라졌을 뿐, 스스로는 같다고 여기는 점 까지.
˝ 너는 과거의 너를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너를 인정하려 하지는 않아. 왜인지 알아? 편리한 부분에선 과거의 '어른'이었던 너를 데려오고, 불편한 부분에선 지금의 '아이'인 너를 데려오거든. ˝
개인적으로 이 말이 정말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는듯. 어른스러운 사고 방식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기술 등은 과거 '어른' 을 이용해 묘사하고 어려서 담배도 피지 못하는 나이나 가끔 감정적으로 실수하는 부분, 현재의 실력이 만족스럽지는 않을 때엔 현재 '아이' 의 요소를 이용해 묘사하고 있었으니까.
이러한 부분은 내가 받은 시윤의 사망 장면에서 느낀 감정의 영향 컸음. 시윤의 전생 이주윤은 사망할 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큰 미련이나 후회는 없었다고 생각하고. 살아남고 싶은 이유로 '누군가를 기억' 하겠다는 인물이었던 만큼. 사실 시윤이 과거에 집착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기억하겠다고 시작한 새로운 삶인데 정작 그들에 대한 기억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을 느낀다고 생각했거든.
다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렇기 때문에 본래에는 과거의 것을 돌려준다는 선택지가 그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함.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남겨진 표류자의 입장이 유지 되었다면 적어도 '자기 자신' 이라고 생각하는 과거를 되찾는게 그리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렇지만 윤시윤은 현재의 입장으로 이 어장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여러 일을 겪었고 거기에는 소중한 추억이나 관계등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 대표적으론 유하. 엘터 선생. 그게 과거의 표류자로서 고독감을 느끼던 캐릭터성에 변화를 주었고 저기 연성에서 나온 것처럼 '돌아가야 할 곳' 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함.
캡틴이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있는 윤시윤을 과감하게 깨부수겠다' 라고 선언함과 같이 과거의 요소와 그런 현재의 추억 사이에서 선택하게 만들고, 윤시윤은 후자를 골랐음.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게, 위에 말했듯 이주윤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완벽하지는 않아도 끝에 무언가 강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었다고 생각. 그러니 그 이야기는, 완결 났었던 것. 이주윤의 이야기가 끝났고 지금은 윤시윤의 이야기란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같기도 함.
사실 이 것이 캐릭터성으로 어떠한 반영이 될지는 토고주 말대로 꽤 많은 생각이 들긴 해. 그래도 내게 무척이나 의미 있는 글이었고, 감동적이었음. 보통 가능성 중 하나가 IF 로 묘사되는 히어로 모멘트와 달리 이번 윤시윤의 히어로 모멘트는 전생과 지금을 가르는, 현재의 서사라는 인상이 드네.
>>902 저 시윤주 후기 보고 캡틴 연성 보니까 여태까지의 시윤이 캐릭터성이 아...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이에요...
>>898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이 곳은 메신저가 아닙니다...안 읽음 표시는 어디에도 없어요. 접속자수를 집계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개별 스레 단위가 아니고 게시판 전체 단위이며, 그마저도 레스를 쓰지 않은 접속자는 집계하지 않아요. (글을 쓴 사람만 집계합니다... 최근 5분 내였던가 그랬지 싶은데 가물가물하네요,..?) 그러니 반응 속도보다 내용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점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