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이랑..대화를 많이 해봤어야 했다...아무튼 왠지 친해졌다고 수치사할 법할 흑역사를 얘기해줄것 같진 않지만, 지한과는 적당한 친분만 쌓은 린으로서는 유하의 '카페 아르바이트'가 어떤 참사를 불러일으킬지 몰랐고.
"어머, 그런가요. 그럼 안심하고 유하양과 같이 볼 날을 기대해보겠사와요~"
묘하게 음흉한 미소가 잔망스러운 골드 드래고니안의 얼굴에 스쳐지나간것 같지만 메이드복 같은 상상초유의 사태는 생각도 못한 린은 그저 공짜 음료라도 마시려나 까지만 생각했다. 슬프도다. 마침 린에게 더 의심할 시간이 주어지기 전에 시간에 맞추어 월남쌈이 나왔고 라이스페이퍼에 야채와 고기를 적당히 넣느라 타이밍이 지났다.
"그제? 의념이 온갖 분야에서 오만갖지 짓을 하니께 적응은 힘들어도 하고나믄 세상천지에 재미있는거 천지빼까리다. 기왕 좋게좋게 사는거 요런 것도 즐기면서 살믄 얼마나 좋을꼬."
토고는 혀를 쯧쯧 차며 말한다. 의념의 발달이 단순히 전투에만 영향을 끼친 건 아니다. 의념의 등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수있게 해주었으며, 환영을 이용한 VR보다 더 정교한 몰입형 게임도 존재하며 음식도 다양한 맛과 영향, 그리고 섭취자에게 힘을 부여하는 음식도 등장했다. 토고는 기왕 사는거, 그리고 옛날보다 좋게 사는 거. 그런 것을 즐기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강산이 연주했던 그 음악이 문득 떠올랐다. 요것도 삶을 즐기며 사는 것일텐데 괜히 뭐라한것 같아 순간 미안해졌다. 하지만 한 밤중에 그러는 건 잘못된거야.
"크크, 게임이든 현실이든 돈만 있음 뭐든지 다 된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통화가 생기는 기고, 통화가 있음 그걸 많이 가지는 자가 강자다."
지금의 상인들고 돈으로 때리는 마당에... 아무튼 토고는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할수있는 상대를 만나서 조금 기쁘다. 그나마 사람다운 느낌이 들기에.
가끔, 심술궂거나 지나치게 순수한 무위에 몰두한 사람들 중에서는 주변이 돌아가는 것을 알려주어도 자질구레하다며 성가셔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오현의 감사인사는 매사 가장 좋지 않은 결과부터 생각하는 린에게는 아주 조금 의외였다.
"천만이어요. 소녀또한 관심을 기울이다 준혁군과의 대화를 통해 겨우 알아낸 것이니 너무 자책하실 필요는 없사와요."
어떠한 경우에는 신뢰를 얻기 위해 적당히 생각할법할 이해득실을 따져봤다는 것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헌터라는 직함을 단 이상 순수하게 남을 위해 조언을 해주는 사람을 기대하는 쪽이 물정을 모르는 것일테니. 큰 전투가 있는 마당에 주요 전력이 하나도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답답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 불평해야할지 아득해진 그녀는 저라도 말을 꺼내 다행이다 생각하고만다.
"...소녀가 이리 말씀드리는 이유 또한 천자전에 있사와요. 아마 암살자라는 직종상 소녀는 베니온의 부회장, 대련에서 활약했던 그 마도사를 저지하고 지친 상태로 천자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사와요." "오현군과 반대로, 아마도 소녀는 천자전에서 전력을 다하고 다른 분들 뒤에 머무르게 될 것 같더군요."
"그렇죠! 세상에 즐길 거리가 참 많죠. 마도만 해도...공부할 땐 머리아프지만 이리저리 응용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강산은 어느 새 자세를 양반다리로 고쳐앉아, 토고가 혀를 차며 하는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도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GP를 에너지로 전환하여서 이를 소모해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거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들이 있다고. 주로 상경계의 각성자들이 가지고 있댔던가. ...돈을 많이 가지는 것 또한 정말로 강자의 조건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강산에게 떠오른다.
"급우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의외로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밤이 늦어서 그런가...글이 자꾸 단순해지려고 하거나 글 쓰는데 뭔가 뇌내 렉이 걸림다... 음...내일 출근도 해야 하니까... 지한주 다음 답레에서 오목 승패 다이스로 결정하고 막레각 잡아도 될까요? 오목판 확장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확장해가면서 하면 아마 50% 확률로 강산이가 하다 질려서 기권할듯한...
"그르나? 내는 잘 몰겠다. 만나는 아들마다 나사 하나 빠진 것마냥 너무 정적이거나 전투, 목표, 기여... 어우.. 답답해 죽겠다."
사람답게 살면 어디 덧나나? 라고 토고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시 찾아온 잠기운에 하품을 크게 한다. 물론 헬멧 덕분에 보이지는 않지만 헬멧의 틈을 통해 들어오는 답답한 공기가 어서 빨리 침실로 가라고 세뇌하고 있는 것 같았다. 토고가 만난 사람 중에서 놀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도 놀릴맛 나는 사람은 있었지만 말이다. 토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엉덩이를 탈탈 턴다.
하다보니 지한도 슬슬 승부욕이 발동되는 모양인지 강산의 공격은 그렇게 방어되었고...강산 또한 더욱 승부욕에 불탔다. 그리하여 둘은 몇 수를 더 주고받았지만... 바둑판이 넓었던 탓인지 그 이후로도 오목 대결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 듯 했다. 눈을 부릅뜨고 판을 들여다보던 강산이 결국 양 손을 들어올리고 "기권!"을 선언하고서야 끝이 났다.
그래도 대화를 해보긴 했다는 말에 다행이라 맞장구친다. 분명 두 사람의 성격상 자기 할 말만 하고 한쪽은 그대로 납득이 되었으면 더 묻지 않고 지나갔을거라 추측하면서.
"소녀 홀로 막는 건 분명 불가능할테지요."
지나친 자신감은 강자의 용기가 아닌 어리석은자의 만용이다. 객관적으로 일대일 대련이라면 그녀의 승률은 1할도 되지 않을것이며 많아 봤자 2할정도일터였다.
"그래서 다른 분들께 잠시 협력을 부탁이라도 드려볼까 했으나 보아하니 무리일 것 같고, 여러 변수가 많은 점령전이니 만큼 최대한 그 자원을 활용해 볼것이어요."
환각,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도 있을 능력. 그녀는 샤를 주변, 실력있는 헌터 몇을 골라 배경을 조사하고 제 의념으로 정신적인 착란에 몰아넣을 생각이었다. 실패해도 범인이 드러나기 전에 그녀는 자리에 없을테니 물론 망념소모가 어찌될지가 고민이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아 눈치 못 채셨으면 고내찮았을 텐데요.." 그렇지만 막혔다. 지한은 다른 방안을 찾아보러 합니다. 근데 오목도 은근 규칙이나 룰이 많군요..
"기권인가요?" "눈은.. 건강강화가 좋겠습니다." 지한도 눈이랑 귀 둘 다 묘하게 피곤한 기분입니다. 오히려 강산보다 더 피곤할지도 모르겠네.. 승부가 날듯말듯 하다가 결국에 강산이 기권하자 그럼 공격 하지 말고 제 턴만 두 번 하는 걸로요 라는 농담을 합니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흑돌을 더 놓지는 않는 걸 보면 그냥. 대충 비긴 것에가깝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스테이터스가 비슷해서 이렇게 접전이었던 모양인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나 스테이터스 포인트 분배 아직도 안하고 있었나...
"시간을 뺏었다기보다는.." 개인적으론 괜찮았습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래도 일어나야 할 시간이군요. 라도 말을 하며 일어나서는 돌과 바둑판을 같이 정리할 것 같네요.
강산은 토고의 말을 듣고 뭔가 잠깐 생각하는 듯 했다. 영월 습격 작전에서 '그것'을 쓰지 않았거나, 그 때 본 것을 완벽하게 잊어버린 강산이었다면 토고의 평에 "다들 바빠서 그렇습니다."라며 그냥 웃었겠지만. 어째서 어디선가 느꼈던 것 같은 무언가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걸까. 어째서 특별반은- (*)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네? 아...네네. 누구라니요?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요? 알고보면 많죠."
토고가 질문하자 강산은 새벽감성이 일으킨 무언가로부터 깨어나 황급히 답한다.
"마도로 온갖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시는 빈센트 형님도 계시고...라임이랑 유하도 있고...아, 명진이라고 덩치 큰 녀석 하나 있었는데 지금 울산에 가 있습니다. 지한이도 은근 노는 거 좋아하고요."
* 강산이 영월 습격 작전에서 히어로모멘트를 썼을 때 등장한 미래의 강산은, 특별반이 해체되는 결말을 맞이하고 영웅이 되기를 포기한 강산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 누구는 얼굴을 대충 알고있고 누구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토고가 편입생이라 그런가 토고는 전혀 그렇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덩치큰 그놈아는 그나마 좀 즐길거 즐기는 타입같아 보이지만 성향이나 정의감이 어딘가 어긋난 녀석이라 가까이 가기 좀 그렇다. 토고의 입장에선 써억... 마음에 드는 이름들은 아니었다. 유하라는 도마뱀은 꽤 재미있는 맛이 나지만 말이다. 토고는 강산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고는 "내가 보기엔 다 똑같던디?" 라고 대꾸하고는 이만 가야겠다는 듯 몸을 뒤로 돌려 옥상 출입구로 향한다.
"니는 그동안에 본게 있응께 그렇게 보이겠지만 내눈에는 다 고만고만혀. 정적이고 어딘가 나사 빠졌고 단합 안되고. 크크... 그나마 니는 써먹을데 많아 보인다. 아무튼, 내는 이만 자야것다. 니도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