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턱을 쓰다듬는다. 가끔씩 빈센트는 그냥 조용히 살 걸 그랬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 베로니카를 만났을 때 그랬다. 베로니카가 빈센트를 보고 달려올 때, 통제할 수 없는 살기와 강함이 자신의 손에 주어졌을 때. 베로니카에게 시범적으로 살인을 명령했을 때. 빈센트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모골이 송연했다. 그 때는 차라리 혼자 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가디언은 애초에 될 능력도 없었고, 할 생각도 없었지만... 헌터라. 저는 항상 헌터가 되지 않을 걸 그랬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죠."
빈센트는 지금 고민하는데 데블토큰: 내 기억이 맞다면 A랭크 되면 폭발에 속성 부여 가능 마도역분해: 마도역분해 좋아. 근데 캪 마도역분해 랭크 올라가면 더 복잡한 마도도 쉽게 해제할 수 있나요? 예를 들어 마도 B랭에 마도역분해 A면 빈센트보다 마도 랭크 낮은 헌터들은 마도 갖다버리고 주먹질하는게 차라리 낫다던지
화창한 어느날 린은 할일 없이 미리내고 주변을 돌고 있었다. 수련과 수업을 생각하기엔 망념이 이미 한계까지 쌓인 상황. 그래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예를들어 전도라던가 최근 어찌어찌 신도수를 늘려 전음까지 들었지만 그녀에게는 그를 넘어서 하나의 종교 길드를 세우겠다는 장대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꿈만 크면 뭐하랴 현실은 시궁창인데.
답사겸 서울시내라도 둘러볼까 생각하다가 막 생각난 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의식의 흐름따라 문자를 보낸다.
강산이 핵심을 말했다. 매일 다니는 직장에는 자극이 없다. 모든 것이 규칙대로 돌아가고, 규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모두가 규칙이 돌아갈 것이라 믿고 이에 따르는 교통 체계에서는 자극이 없다. 가끔씩 직장에 미친놈이 쳐들어오고, 총기 난사범이 나타나고, 교통 사고가 일어난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 정도 자극으로 만족하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사실 전 헌터를 그만둔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만뒀다기보다는, 그냥 헌터 활동을 '안' 한 것에 가까웠지만 그게 그만둔 거죠. 하지만..."
빈센트는 손 끝에 불꽃을 피워냈다. 불꽃은 일렁이더니 이내 꺼졌다.
"가면 갈수록 제가 미친놈이었다는 결론밖에 안 나오더군요.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일부러 옆에 있는 트럭에 박아서 깔려볼까도 생각해보고, 회사에 있을 때는 불을 내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서 물을 맞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헌터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당황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강산이 저 정도로 말한다면, 직설적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유하, 준혁, 태식 등)의 입에서는 미친 놈이라는 소리가 나왔으리라.
"아이들의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토고는 오랜만에 고기가 땡겼다. 뭔갈 먹고 싶어도 주로 혼자서 먹던 토고는 오랜만에 외식이나 할까 하고 가게를 찾아 나섰다. 그와중에 자기 돈 쓰기는 조금 싫어 이채준 스승님을 조르고 졸라 밥값이나 하라며 조금의 용돈을 받아냈고,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지인에게서 쿠폰까지 받아내어 그것을 사용해 평상시와는 말도 안되는 싼 가격으로 뷔페에 갈수있었다. 물론 쿠폰이 2인 이상 사용 가능이라 대충 놀고있는 한 사람, 알렌보고 고기나 묵자고 데려와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에 데려온 것이다. 따지고보면 여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뷔페..라기보다는 고기 뷔페집에 가깝지만 말이다. 고깃집이지 고깃집.
"니 이런 곳에 와봤나? 내는 몇 번 와봤는디, 처음 왔을땐 배 터지는 줄 알았다. 윽수로 많이 무가 크크..."
이런 곳에 알렌을 데려온 이유는 제일 먼저 눈에 띄여서 이기도 했지만, 가끔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만가지 이상한 걸 먹는다길래 사람다운 걸 좀 먹여보고 싶어서였다.
이거 놀림당하는 걸까...? 순간 혼란스러워하다 그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은 장난스러운 문구에 스스로 납득하면서(뭘?) 다시 문자를 보낸다. 나열된 목록을 쭉 속으로 읽어보니 도쿄에서의 유흥과 다를 것이 없어보여 전도를 자연스럽게 하기위함이란 핑계로 신 한국 사람들의 문화를 알아볼겸 한 번 놀러가볼까 쪽으로 마음의 저울을 기울인다.
[소녀가 아직 지리를 잘 모르는지라, 유하양께 안내를 부탁하여도 누가 되지 않을까요?] [저번 의뢰를 함께해주신것에 대해 작은 답례도 할 겸 시내를 둘러보고 싶어요.]
과학의 발전인지 이런 곳에선 거의 대부분의 주문이나 계산, 서빙 등은 기계로 대체하고 기타 다른 일들만 사람의 손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벨을 누르지 않고도 주문이 가능했다. 토고는 자리에 앉아서 벽면에 설치된 패널을 조작해 성인 두 명을 계산함과 동시에 사이드 메뉴인 공깃밥을 2개 주문한다. 그리고는 옆에서 비싸지 않냐고 말하는 알렌을 보고는 '임마... 광고 한 번도 안 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크크 웃으며 조금 놀려주기로 결심했다.
"여? 비싸제. 방금 결제했는데 얼마 나왔는지 갈켜줄까? 크크... 일단 가볍게 2인분 먹고 더 먹을지 말지 해보자."
솔직히 갈비 2인분을 누구 코에 붙이는가? 거기다 토고는 여러 혜택을 이용해 사실상 돈은 쥐꼬리만도 쓰지 않았다!
"추가 주문하는데 돈 계속 든다. 여 메뉴판 보이나?"
토고는 의도적으로 사이드메뉴 카테고리로 옮겨서 메뉴판을 보여준다. 각종 찌개류와 계란찜은 다른 싼 식당에서 한끼 정도 먹을 수 있는 가격대고, 고깃집에서 빠질 수 없는 냉면같은 종류는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는 금액대다. 갈비 외에도 다른 고기나 부위도 주문 가능했는데 거기로 갈수록 숫자가 점점 불어나는 메뉴판.
문자를 보내기가 무섭게 보이는 답장을 읽다가 잠깐 희미하게 웃어버리고 만다. 역시 전에 봤던 차분한 모습은 사진의 위협(?)에 의한 일시적인 모습이었나보다.
[어머나,고마워요 유하양] [학교 입구에서 뵈어요~]
문자 너머로 차원을 뚫고 전해지는 활기참에 잠깐 미소짓다가 시내에 나가서 뭘 할지 생각해본다. 터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놀러간 사람 중 하나가 최선을 다하게 되는 그런 불상사는 한번이면 족하지 않을까? 왠지 이 프로 드래고니안 메이드라면 장난임을 빠르게 알아볼 것 같지만, 린은 웃으면서 고개를 젓다가 문자를 보낸다.
'일케 나오나? 이래가꼬 2인분? 참나.. 헌터나 가디언을 대상으로 한 식당이 아니라가 이따군가?'
토고는 서빙되어 온 고기의 양을 보고.. 조금 놀랬다. 작은 팬에 담긴 두개의 덩어리. 그게 끝이었으니까. 1인분에 한 덩이다.. 이건가? 무한리필집의 특성상 대부분 질 낮은 고기를 쓸텐데 그마저도 허허... 토고는 헬멧 덕분에 똥씹은 표정을 감출수있었다. 하지만... 즐길 건 즐겨야지. 스테이크집은 너무 비싸니까.
토고는 집게를 들고 작은 불판에 고기를 두덩이 올린다. 급속도로 뜨거워지는 불판은 이내 지글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기 익는 향을 뿜어댔다. 그리고 연기는 놀랍게도 작동중인지도 모르는 배기구를 통해 천장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원자재가 비싸니까 비싼 만큼 벌어야하는 건 당연한기다. 됐다. 어차피 내 사는 기니까 니는 묵고 싶은 만큼 무라." "니는 고기... 제대로 구워본 적 없제? 크크... 갈비니까 잘못하믄 탄다. 요즘은 마 대충 타이밍 봐서 불판이 지 알아가 온도 조절해준다카지마는 뒤집는 건 사람이 해야한다."
"그건 조심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충격을 주입한다면 좀 더 '교육적'인 충격을 주도록 하죠. 예를 들어 숲에서 불장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주변을 불로 잔뜩 퍼뜨리고, 마치 불에 타죽을 것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가 불을 꺼버린다던지요. 제가 어릴 적에 저 스스로에게 썼던 방법입니다. 불장난 때문에 집을 불태우고 저 자신까지 죽을 뻔한 이후로는 불장난은 무조건 '통제'하게 되더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강산의 이야기에 왜 후회했는지 생각해본다. 베로니카 때문에 후회했고, 또... 언제... 후회했더라? 빈센트는 생각해보다가, 어차피 말해도 별 문제 없겠다 싶어 말한다.
"첫째는 베로니카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베로니카와 관계가 괜찮지만, 옛날에는 정말로 베로니카가 제 인생을 끝장내러 온 저승사자로 보일 때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둘째는... 구할 수 있었는데 못 구했을 때일까요."
빈센트는 흐릿하게 사실관계만 나열한다. 사실을 나열할 때는. 감정은 배제했지만, 거기에 엮인 이야기들은...
"프라이버그 참사. 미국 프라이버그의 앤드루 존 고등학교에서, 해고에 앙심을 품은 청소부가 마지막 출근날 자동소총을 들고 출근해 난사. 교사를 포함한 17명 사망, 61명 부상. 그때 제가 거기 살았는데... 어차피 구하지 못했을 이들은 딱히 미안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 실수로 죽었던 이들에게는 미안해지더군요."
빈센트는 무표정을 지켰지만, 평소보다 침울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제 행동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정되었지만, 인간의 감정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죠. 그 때 한번 헌터를 그만두었습니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