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한없이 지금의 상황을 한 없이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는 속편한 한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약속한 건 지키는 편이에요. 여태 솔직하게 말하겠다는 말도 지키고 있지 않나요?."
만약 4번 안에 아이스크림을 잡더라도 저로서는 실컷 좋은 구경거리를 관중으로서 지켜보았으니 크게 손해보는 내기는 아니었다. 소녀의 생각에 저는 제가 밑지겠다 싶은 것은 왠만해서 시작하지 않는 편이었다. 애초에 이렇게 지극히 감정적인 이유로 밥값을 거는게 말이될까 싶지만 그렇게 세세하게 하나하나 따지기엔 그녀의 기분 또한 조금 업되어있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렌은 다시 아이스크림을 놓쳤다.
빈센트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할 수 없다. 그냥 안 하겠다는 뜻이다. 감정이 섞여 있었지만, 어쨌든 본론은 그랬고, 빈센트는 본론을 받아들였다. 안 한다면 안 하는 거다. 애시당초 빈센트는 알렌을 포함한 특별반의 그 누구도 여기에 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계획에서도 자연스레 특별반은 전부 뺐다. 적절한 대가에 자신의 일을 도와줄, 치외법권 허가가 걸린 헌터 용병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그 다음은 철학 질문인가. 사람이 변할 수 있는가?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그리고 그 다음 말을 잇는다.
"악인이 변하는 것을 기다려주기 위해서, 죽어야 할 무고한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이런 시대에는요." //11
뚫고 베어내고 그런 걸 별 말 없이 묵묵히 해냅니다. 사실 수다를 떨면서 공격하는 건 지한이 느낌이라기보다는 좀 다른 느낌이지요. 그렇게 돼지들이 대부분 물러나고 그런 뒤 발판에 다다라서 살짝 숨을 고르다가 말이 들리는 것에 강산 쪽으로 다가가. 목소리의주인공을 확인하려 합니다.
"아하." 나레이션 같은 이가 나타났다는 것에 흥미를 살짝 보이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않네요.
"문답인가요..." 영성은 별로인 만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한주가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지만.
"머나먼 저 편으로 날아가는 기분이군요." 지금쯤이면 대기권은 넘었으려나요. 라는 농담같은 말을 합니다. 건강강화로 자외선은 막아야죠. 음... 부럽군. 확실히 아직까지는 신체능력으로 넘기 무리없는 만큼. 넘어가려 합니다. 나중에는.. 로프커넥트 도와줘! 일까..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하리라. 힘찬 기합과 어울리지 않는 끝에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다가 결국 한 손을 들어 살짝 입매를 가렸다. 어쩌면 이상한 구석에서 눈치가 비상하게 빠르면서 대응은 엉거주춤하고, 예상치 못한 시점에 돌발행동을 벌이는 그 다운 행동이었다. 장난으로 시작한 내기를 비장함 마저 보이는 얼굴로 임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처구니 없기도 했다.
[가게주인 특: 레벨 40대 의념각성자임 하하 이건 몰랐겠지. 쿠쿠루빙뽕!]
그걸 고려해서 진심으로 달려드는 워리어계 헌터의 손놀림을 약이 오를정도의 간격으로 피하는 주인의 몸짓은 가히 예술의 경지였다. 묘한 감상에 의심이 들어 이리저리 훝다가 마침내 찾던 가게 주인의 경력을 발견하여 읽던 와중 맨 아래에 운동회에 야심차게 참여한 여러 헌터들을 약올리듯 작게 써놓은 글씨에 순간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애초에 출발 선 부터 다른 불공정한 시합이었던 셈이다.
"알렌군 저 분도 의념각성자이니, 힘들면 그만두셔도 괜찮아요."
저녁밥은 각각 제 값주고 먹어야겠지만. 빠르게 40레벨이라고 말하면서 그냥 한 번 괜찮은지 물어본다. //14
빈센트는 알렌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자신을 '옳은' 길로 이끌려는 이들은 알렌 말고도 많았다. 엘터는 빈센트를 경계하는 눈치였고, 그 외의 다른 이들도 빈센트가 가는 길이 옳지 않음은 분명히 했다. 빈센트도 그들과 생각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그렇기에 하지 않고, 빈센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할 뿐. 빈센트는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저는 억누른 적이 없습니다. 무고한 이들,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이들을 죽이는 건, 저로서도 혐오감이 드니까요. 하지만 범죄자에게 손끝을 겨누면 모두가 환호합니다. 특히 제 마음이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변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그 부분은 나중에 제가 어떻게 될 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약속하지요." //13
이쯤되면 조금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어째서 저 사람은 저렇게까지 비장하게 아이스크림 잡기-이하 헛짓거리에 힘을 다하고 있는가. 단순히 모든 거에 진지하고 의무감을 가지는 성격 탓으로 돌리기도 뭐한 이유가 은근히 그 또한 능청스러울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린이 잠시 딴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주변에서 가벼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와 저걸 잡네?" 어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잡힌 아이스크림과 알렌을 번갈아 바라보던 주인이 잠시 상황파악을 하고서는 껄껄 웃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내주었다. 마찬가지로 탄성에 상념에서 빠져나와 딱, 타이밍 좋게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한 그녀는 멍하게 서있었다. '이걸 해내네..?'
"의념의 세계가 열린 이래, 사람들은 의견차이를 좁히기는커녕, 이제는 세상을 보는 관점조차 달라지는 시대를 맞이했죠. 가끔씩은,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겠다면, 그게 위험하지 않은 이상 내버려두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당신의 정의관을 존중하겠으니, 나의 가학심도 존중받겠다는 참 이상한 의사를 돌려 말할 뿐이었다. 둘이 동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며, 인신매매 조직을 보여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계속했다. 이곳은 정말 잘 알았다.
"확인된 인신매매 피해자 146명, 그 외 장부상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400명, 취재나 수사 과정에서 말려들어간 사망자 21명. 그 외 사기 피해자 300명."
빈센트는 짧게 나열했다. 그리고 알렌에게 말했다.
"저 많은 숫자들 하나하나에, 저 피해자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가 어떨지 생각하면... 이래서 누구도 제 살인을 말리지 않는 겁니다. 요즘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는 듯한 낌새가 다크웹에 보이더군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전 이들을 다 죽일 겁니다."
음, 하고 선반을 뒤적거린다. 간소하게 사는 삶이라 솔직히 차 종류가 뭐 그렇게 호화롭게 많지는 않다. 단거 먹을 때 같이 먹는 녹차랑, 평소 물 대신 챙겨먹는 보리차. 그리고 적당히 음료로 먹는 아이스티.....기껏 다과에 한복 차려입고 아이스티는 좀 안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흠....쓴 음료 좋아할진 잘 모르겠지만, 많이 단 과자들이니까 녹차로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을 끓이고 녹차 티백을 담궜다. 그러고 기다리는 사이에 큰 절을 받아버린 것이다. 대충 짐작했던 사유에 한숨을 내쉬곤, 추석이라고 물품 살 때 덤으로 딸려온 홍삼젤리(맛 없음)을 귀엽고 작달만한 양 손 위에 얹어주었다.
"그건 최소한 친인척 관계는 되어야 주는 풍습인데. 내가 언제 네 삼촌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자료라... 킨케이드 울트라. 1년 전까지 존재했던 갱단, 다의 인신매매 피해자를 발생시켰으나, 한 의념 각성자의 공격에 와해되고 현재 리더 및 간부진은 도주 중. 최근 이름을 피스트 알파로 바꾸고 사업을 마약, 경비 등으로 다양화해 다시 일어나려고 시도하고 있음."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을 도와줬던 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도와줬다기보다는 죽기 싫어서 정보를 분 것에 가까웠지만. 빈센트는 협력자들의 사진을 드러내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사진을 하나 둘 뒤집었다.
"카일. 저에게 이 건을 처음 의뢰했던 친구는... 제 이름이 적힌 현판을 든 채로 죽었고, 김철완. 이 조직에 있다가 죽느냐, 정보를 불고 탈퇴하냐에서 후자를 택한 이는 이마에 배신자라는 문신이 찍힌 채 머리만 남았고... 제인. 이 친구는 최종적으로 노예를 '납품'받는 일종의 소매상이었는데, 저한테 정보를 팔았다가 배가 부를 정도의 동전을 강제 '급여'당했더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고개를 젓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도 당장은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없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자료는... 경찰이나 UHN이 가지고 있을 테고요."
//17
저 내일 9시에 일 나가봐야해서 그런데 ㅜㅜ 여기서 킵할수 있을까요? 답레 주시면 바로 잇겠습니다 흑흑
실력을 시험한다니.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저 못마땅했던 그때와 다르게 익숙해진 지금은 어처구니 없어하면서도 입은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히 알렌군이 처음 제게 말한대로 순전히 축제를 즐기고 싶었을 뿐이에요. 더군다나 동등한 동료사이인 제게 알렌군을 시험할 자격이 있던가요? 조금 짓궂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부정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공짜 먹거리도 얻었고 깨달음도 얻었으니 좀 봐줘요."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가지만 평온한 마음에 밀려있던 당황스러움이 기저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분명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나와도 괜찮을텐데 은은한 미소보다 더 큰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른다는 것처럼 근육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간만에 마주한 평화가 어색했다. 좀, 아니 많이 어색하고도 이상했다.
"칭찬 고마워요."
순간 자연스럽게 옛 길드원들과 떠들던 이자카야가 떠올랐지만 린은 이를 억지로 밀어내듯 평소 갔던 식당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