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축제를 축제로서 느긋하게 즐겨본 경험이 없는 사람끼리 의기투합하면 이리 되는 걸까. 알아서 휴식도 빡세게 만드는 의념각성자 두 명은 지극히 그들의 시선에 재밌어 보일 무언가를 기어코 찾아냈다.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잠깐만 좀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을 이으려 하다가 머릿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아마도 그녀의 작은 심술을 만족시킬만한 무언가를 말하면서 느물거렸다. 그와 있는 것이 즐겁기도하고 편하였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그 편함으로 인해 찝찝했기에 왠지 모르게 더 짓궂게 굴고 있다는 것을 린 자신도 슬슬 자각했다.
"음, 아니에요 맛있어보이네요."
어설프게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알렌이 머뭇거림에 다른 제안을 할세라 그 전에 빠르게 태도를 전환하고 먼저 가게에 다가갔다.
"그렇지만 의념 속성이 핵이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농담을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지 마. 진짜 있으면 양자역학 붕괴였나 그 봉인된 대장인 마도서같은 거일 거잖아(?) 쿠키틀 쓰는 건... 그냥 쿠키틀로 쿠키를 굽는다. 같은 느낌이고. 쿠키도우는 그냥 숟가락으로 살짝 떠서 먹는 느낌에 가까우려나..
"뭔가... 음..." 설탕의 바스락거리는 식감과 입 안에서 매끄럽게 펼쳐지는 듯한 무리면서도 된 듯한 질감이 있군요. 라고 말하면서
"그래서인지 좀 텁텁한 감은 있습니다." 뭔가 마실 것을 생각나게 하는? 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쿠키 구운 거가..." 양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본 뒤에 조금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절차? 그런 게 있던가? 빈센트는 그간 절차라는 것은 딱히 밟은 적이 없었다. 그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우유를 사는 것을 UHN와 UGN에 보고하지 않는 것처럼, 이 세상에 널리고 널린 범죄조직을 불태우고 짓밟는 것 때문에 굳이 보고나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절차가 필요했나? 모르겠다. 절차를 지키지 않아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가?
"글쎄요... 일단 지금까지는 '무시할' 절차가 있는지도 몰랐고, 절차를 지켜야 할 정도로 시급한 일인지도 몰랐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그랬다. 범죄자들. 범죄조직. 작게는 단순 살인부터, 강도, 납치, 인신매매. 그런 행위를 벌이는 이들을 심판하는 데에 굳이 쓸데없고 복잡한 행정 절차가 필요한가?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범죄 조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절차 또한 그러하리라. 그게 빈센트의 생각이었다.
"흠... 심각한 결과라... 심각한 결과. 하나 생각나는 건 있습니다. 말해도 될까요?"
- 옛날 달토끼들은 인간과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달토끼들은 인간들에게 화가 나 있습니다.
인간들은 달토끼들이 잃어버린 보물을 되돌려주며 다시 화해를 청하기를 원하였지만, 달까지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하여 감히 올라가려는 자가 없었습니다...
-
꿀꿀, 꿰엑!
"오, 잘한다!"
강산은 길을 막으려는 기색을 보이는 몬스터들을 가차없이 처리해나가는 지한을 보고 감탄하며 뒤따른다. 이 몬스터들 중 대부분은 공중에 떠 있을 뿐더러 지한의 수준에 비하면 약하니, 날개든 다른 급소이든 잘 맞춘 공격 한두 발이면 바로 바닥에 추락하거나 진흙탕에 엎어질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둘이 다음다음 발판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인간, 그것도 이방인이 특사 노릇을 맡게 되어 내 걱정이 많았는데...]
강산 쪽에 붙어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제법이군. 이 정도면 기대해볼 만 하겠어.]
정확히는 강산의 두루마기 안쪽에서 작은 쥐 형태의 그림자가 찌익 찍찍찍찍, 하고 쥐 울음소리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내민다.
//9번째. 읭 지한이 랜스 아니었나여?하고 보고 왔는데 포지션이 없군요... 배경설정은 제가 맡았으니 스테이지 구성은 저랑 지한주가 같이...?(?) 아무튼 펀하게 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역시 먹을 거에 유난히 약해. 몇 년 전, 한창 소속없이 떠돌아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며 솔직하게 반응하는 그를 소소한 유감을 담아 잠시 쳐다보다 슬그머니 옆에 다가가 자연스럽게 구경꾼처럼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다.
유감과 별개로 작은 아이스크림 막대에 레벨 30대의 의념각성자가 농락당하는 것은 쉬이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니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 쯧쯔 놀리듯이 혀를 차며 절레절레 오버스럽게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젖는 가게주인의 손놀림에서 기예가 펼쳐지고 린의 고개도 이를 따라 움직였다.
"민첩 150대의 실력은 어디에 두고 오신거죠?"
명백하게 재밌어하는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키득거린다. 너무 놀리기만 하면 좀 그런가 싶어 한 마디를 더 덧붙인다.
"내기를 해볼까요? 4번의 시도 안에 잡히면 오늘 저녁은 제가 사드리도록 할게요." //10
아무래도 가까이 다가오는 게 아니라면 굳이 쳐내지는 않습니다. 지한이는 아직 창 회수 못해요. 창이 떨어지면 마도로 창 만들어서 주던가 해야 하는 거라... 그래서 지한은 회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당히 공격합니다.
"일단은 가까이 다가온 것들은 처리합니다." 자꾸 지한이를 지현이나 지헌이라고 오타를 내는 기분인데. 아니 이게 아니라. 꿰엑하는 몬스터들을 적당 처리해나갑니다. 창끝을 겨누기만 해도 흠칫하면서 멈칫하도록 만드려면 빠르고 강하게 몰아치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음다음 발판에 다다른다면 이 발판은 좀 넓어서 그런지. 몬스터가 내려앉아서 돌진하기에도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뭔가.. 있습니까?" 뭔가 들린 것 같아서 지한은 강산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합니다. 뭔가 있는 것 같다. 정도라서 내용은 들리지 않았겠지만요.
"글쎄요. 함부로 건드리면 큰일이 나는 게이트나, 의념 각성자들이 모인 초거대 범죄조직이면 모를까, 해봤자 비각성자들 상대로 돈이나 뜯는 이들을 처리하는 데에 절차가 필요할지는 모르겠군요. 그들은 누군지도 모릅니다. UHN에 제 나름대로 큰 조직을 소탕했다 생각하고 보고하러 갔더니 그런 게 있다는 걸 처음 듣는 눈치더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처지를 말한다.
"저는 그런 존재입니다. 태생이 그렇죠. 조금이라도 더 정상적인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냥 미친놈 대상으로 일을 벌인 미친놈, 즉 똑같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을 이입니다. 다만... 이 시대가 정상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죠. 저는 이 상태에 만족합니다. 이 시대가 끝나기 전에 빨리 한 놈이라도 더 끝장내고 싶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알렌 씨는 이런 대답을 원치 않으시겠죠. 제 뒤통수가 시렵다는 제 개인의 이유 말고, 알렌 씨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라면... 베로니카라 할 수 있겠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칠판 한 켠에 걸린 베로니카의 사진을 보여준다. 다른 이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베로니카는 죽이거나 협박할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다. 빈센트는 베로니카의 특질은 이미 알 것이라 생각하고, 알렌에게 말했다.
"베로니카를 쓸 줄도 모르면서, 어떻게든 납치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그게 제가 베로니카를 만난 계기였고, 계속 그런 일들이 일어나죠. 만약 저들이 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베로니카까지 휘말리게 만들거나, 베로니카가 피를 본다면... 빌런이 아니라 헌터와 민간인을 포함한 무고한 이들이 학살당하는 사태가 일어날 겁니다. 그러기 전에, 제가 먼저 나서서 보복의 싹을 밟아버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