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명이면 모를까 다수의 사람들이 말하는 걸 전부 들으려고 하니 머리가 어지럽다. 그래도 억지로 꾸역꾸역 들은 결과, 어느 정도 가닥은 잡히는 느낌이다. 여기서 계속 얘기만 해봤자 현장에선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로벨리아가 모두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출동 지시를 내리자 냉큼 자리에서 일어난다.
"거슬리면 다 없애면 그만이야-"
전-부. 회의실을 나가며 그녀가 툭 던진 한마디였다.
방에서 나올 때 모조 보검은 챙겼으니 바로 워프룸으로 간다. 같은 2층이니까 가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총총히 걸어 워프룸으로 들어가, 포탈을 타고 아스텔이 있는 언덕으로 이동한다.
"냐호- 아스텔 안녀엉."
임무를 위해 나왔지만 역시나 긴장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스텔이 내려다보고 있는 언덕 위까지 올라가 그녀도 철로를 보려고 한다.
비릿한 조소가 무표정에 덧그려진다. 정보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위험 요소도 같이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도 같다. 이런 영양가 있는 정보를 물고기 밥 주듯 던져줄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래도 가능성만 보고 하는 일에 무슨 보람이 있을까, 그런 작은 것에만 치우치다간 숲을 보지 못한다. 위험할거란 각오는 입단 때부터 했다, 부담도 없고 그만큼 걱정도 없다. 임무를 하기에 최고의 정신상태다.
달리 모양을 변형시키지 않은 상태의 보검을 한 손에 들고 워프실로 향한다. 포탈을 타자 곧바로 바뀐 풍경. 보이는것은 언덕, 아스텔, 그리고 철로.
그는 조용히 지평선을 바라볼 뿐이다. 코트 주머니에 넣고 있는 한 손엔 페러시안 블루의 물감 3L 정도가 둥근 고체 상태로 농축되어 있다. 때문에 무게는 자연히 그 쪽으로 쏠려, 비대칭적으로 얹혀 있는 코트.
로벨리아의 말은 확실히 작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함정임을 알고서도 달려든다. 그리고 그 함정에서 빠져나온다, 아니지... 함정을 박살낼 수만 있다면 그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겠지. 함정은 의미가 없다. 라고.
"예, 절대 주의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였다. 무슨 일이 생기려고 한다면 대처한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대처해서, 일이 커지지 않도록. 그렇게 워프룸을 통해 도착한 언덕과, 거기에 서 있는 아스텔. 너는 발을 조금 움직여 철로를 바라보았다. 아스텔이 기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건... 역시 공중을 날아가는 걸까. 이 언덕에서 뛰어내리는 거려나 하고 생각하며 대충 언덕과 철로 사이의 간극을 살폈다.
"뭐 그렇긴 하죠, 저도 충분히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고..싫으면 여기에 들어오지도 않았을걸요?"
사실 그녀에게 있어선 비록 함정일 확률이 크다 하더라도 갈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녀는 전투로부터 쾌락을 느끼는 족속이니까..함정으로 쓸 작정으로 준비해둔 장소라면 고의적으로 강적을 배치했을 확률이 크니까, 물론 알면서도 뛰어드는 짓은 하지 않겠지만 그런 면에선 안성맞춤인 장소인 것이다.
"그럼 저도 이제 가보겠습니다~"
회의실로 오면서 챙겨온 가방 속에 넣어둔 보검을 챙기고서, 인사와 함께 싱긋 눈웃음을 보내고 워프게이트로 향했다.
지금껏 알려진 정보는 없다. 이스마엘은 이어지는 말에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깍듯하게 답하면서도 나설 준비를 했다. 블러디 레드는 알려진 것이 없고, U.P.G의 기술력은 이스마엘도 익히 알고 있었다. 탈취에 성공한다면 기술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인간은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과학 기술이 있고, 끝내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함정일지언정 괜찮다. 나아갈 수 있다면 극복할 길도 있을 것이다. 이스마엘은 안일하게 판단하며 출동 지시에 응했다. 이후 철로에서 아스텔이 시선을 고정하자 가만히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물론 이후에 누군가가 올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 근처에는 적이 없다는 것을 아스텔은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제이슨] "아직은. ...하지만 일단 다른 정보원과 연락을 취하는 중이야. 조만간에 열차가 출발할 것 같다고 하는군."
여자애인줄 알았다는 말에는 굳이 반응하지 않으며 뭔가 보인다는 말에 아스텔은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엔] "...확인했어. 준비해둬."
엔의 말에 아스텔은 미리 보검을 준비하라는 듯,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레레시아] "...응. 안녕."
작전 중인만큼 긴 말은 그다지 할 생각은 없었는지 아스텔은 레레시아의 말에 그 정도의 답변만 하며 앞을 다시 바라봤다.
[쥬데카] "아직 열차가 오려면 조금 시간이 더 걸려.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조금 쉬고 있어도 괜찮아."
긴장을 풀진 않고. 짧게 말을 덧붙인 후, 아스텔은 계속해서 철로를 바라봤다.
[이스마엘] "...있긴 하지.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는 말이야."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지 자세하게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스텔은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피하는 모양이었다.
[공통] 그렇게 잠시 대기를 하고서 약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아스텔은 귀에 끼고 있는 이어셋으로 누군가의 통신에 집중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이내 아스텔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열차가 출발했어. 정찰원의 말에 의하면 수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븐스 7명이 탑승했고 그 외 가디언즈 병사 다수가 탑승했다고 하는군. 세븐스 7명은 3번 차량에 탑승했다는 것 같으니 참고해둬."
아무래도 블러디 레드로 세븐스를 이송하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정보는 단순히 유출된 것일까? 아직 그 진의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런 것을 고민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작전을 따로 생각하는 중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슬슬 시간이 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아스텔은 근방에 자신의 세븐스를 사용했고 이내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열차 진입은 이 세븐스. 즉 바람을 이용해서 안으로 침투하는 방식으로 시행될거야. ...떨어뜨리지 않고 확실하게 열차로 보내줄테니까 겁먹지 말고 뛰어내려. 신호를 주면."
다른 것은 몰라도 바람 조종은 자신 있다는 듯, 아스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자신이 해야 하는 임무, 혹여나 너는 뭘 할 건데? 라는 물음이 나올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했는지 아스텔은 말을 조금 더 이었다.
"너희들이 열차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동안, 나는 전선기지를 공격할 생각이야. 혹여나 원군이 너희 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정말로 전선기지를 뒤집어 엎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간을 끄는 정도니까 큰 타격은 주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너희들이 원군의 기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 정도의 안전은 이쪽에서 확보해주겠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모두에게 조용히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했다. 이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저 멀리서 붉은 열차. 스크린으로도 본 '블러디 레드'가 철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그냥 평범하게 철로를 달리는 그 붉은 열차의 창문은 다 닫혀있긴 했지만 보검으로 무장을 착용한 후, 더욱 강화된 그 힘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깰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다. 뛰어내려."
뒤이어 아스텔은 모두에게 신호를 주었다. 제각각 뛰어내리면 바람이 마치 모두를 인도하듯 열차쪽으로 안내를 했을 것이다. 허나 열차의 속도도 느린 것이 아니었고, 한번에 많은 이들을 컨트롤 해야하는 만큼 1호칸, 5호칸, 7호칸. 3개의 루트로 나뉘게 되었을 것이다. 어느 칸으로 들어갔는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지 않을까.
/지금부터 열차 진입이에요. 1호칸, 5호칸, 7호칸. 3개의 루트로 나뉘게 되고 일단 정보에 의하면 세븐스는 3호칸에 수용되어있다고 하니 참고해주세요! 10시 10분까지! 일단 아스텔에게 말을 걸거나 한 분들은 모두 아스텔의 대답처리를 했으니 참고해주세요.
완전한 보검을 가지고 있는 아스텔은 그들보다도 훨씬 강할테니까. 힘은 적재적소에 쓰여야 하는 법이다, 라고 줄곧 로벨리아와 아스텔이 알려줬기에 엔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스텔이 곧 바람을 일으키자 그녀도 주저없이 몸을 던진다. 열차가 빠른 속도로 종횡무진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낙하하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곧 한쪽의 끝인 7호칸으로 고기 줄기를 뻗어서 몸을 끌어당긴다. 이윽고 곧, 아주 간단하게 창을 부숴트리고 순식간에 안으로 들이닥쳤다.
"엔이 블러디 레드에 진입했다."
땅으로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날카롭고 기민하게 주위를 살핀다. 열차 안쪽까지는 어떤 상황인지 듣지 못했기에 경계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