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되지. 당연히. 그리고 좋은 날이야. 임무 맞고. 아무튼 다들 어서 오고 자리에 앉도록."
들려오는 말에 짧게 대답하며 로벨리아는 모두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로벨리아는 레이저포인트를 손에 잡은 후에 지도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은 가디언즈가 사용하는 전선 기지 중 하나였다. 그 전선 기지 부분에 포인트로 원을 그리면서 로벨리아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여기는 가디언즈의 제 16전선기지야. 여기서는 약 120km 정도 떨어진 곳이긴 한데 그런 거리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으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지하 2층의 워프 장치를 쓰면 기지 안은 아니더라도 근처에는 포탈을 열 수 있으니까. 아무튼 아스텔이 가지고 온 정보에 따르면 약 1주일 전, 이 전선기지에서 근처에 있는 세븐스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을 기습해서 다수의 세븐스를 죽이고 일부 세븐스를 수용했다는 정보가 들려왔다. 참고로 이 만행은 도시에선 이전에 멸했다고 이야기했던 와일드 팽의 생존자들이 분풀이로 했다고 소개가 되었다고 하더군.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아무튼 여기 이 기찻길 보이나?"
이어 레이저 포인트는 기지까지 연결되어있는 철로를 가리켰다. 그야말로 쭈욱 위로 솟아오르듯이 그려져있는 그 철로 표시를 포인트로 가리키며 로벨리아는 이야기를 이었다.
"이 철로를 달리는 열차를 이용해서 오늘 그 수용한 세븐스를 이송하다고 하더군. 이송 위치까진 알 수 없었지만 U.P.G이건 다른 전선기지이건, 혹은 다른 숨겨진 곳이건 이송이 되어버리면 이 세븐스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봐도 되겠지. 허나 여기서 이상한 점은 두 가지. 1번째는 1주일 전에 수용했으면서 어째서 굳이 오늘 열차로 이송하느냐. 그리고 2번째는 이 사실은 아스텔이 기밀리에 알려진 것이 아니라 그냥 주변에는 소문이 다 퍼질 정도로 널리 알려진 상태라고 보고했어. 그래. 마치 오늘 이송하다는 사실이 주변에 아주 잘 알려지다 못해 소문이 날 정도로 말이야."
별 거 아닌 의미일지도 모르지만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인만큼 로벨리아는 일단 그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이어 에스티아를 바라보자 에스티아는 마우스를 클릭했고 스크린의 화면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총 7개의 차량이 달려있는 정말로 새빨간 열차의 모습이 화면에 담겨있었고 그녀는 다시 설명을 이어서 했다.
"그리고 이건 밖에서 활동중인 정보원이 가지고 온 정보이나... 아무래도 이 열차가 사용된다는 것 같더군. 이름은 '블러디 레드'. 무슨 열차인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의 정보는 알 수 없었어. 너희들의 임무는 하나야. 전선기지에서 출발하게 될 이 열차를 기습해서 수용된 세븐스를 구출하는거다. 덧붙여서 열차 기습은 전선 기지로 처들어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철로 중간 부분에서 아스텔이 세븐스를 이용해서 도와줄거다. 물론 열차 안까지 같이 가진 못하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이 블러디 레드라는 것도 확보하고,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폭발시켜도 좋아. 질문 있나?"
가디언즈의 제16전선기지. 아스텔 씨가 가져온 정보는 뭔가 석연찮다. 다수의 세븐스를 죽이고 일부는 수용했다. 도시엔 정보를 날조했다. 이스마엘은 처음 듣는 소식이라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원래 무장 세븐스 단체가 도시를 습격하는 것 아니었나? 질문하려다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문다. 주변 반응이 영 좋지가 않다.
"오늘 말입니까?"
이상하다. 평소 같으면 즉결처분이나 수송하는 것이 원칙이지 않나. 그리고 기밀이지 않나? 머리가 많이 모자란 이스마엘도 로벨리아의 설명에 이상함을 느꼈다. 함정인 것 같은데..
"구출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블러디 레드를 확보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술의 발전을 위함인가? 아니면.. 잘못 이해했나? 확보가 불가능하면... 설마.. 다 죽여버리라... 그건가...?! 이스마엘의 머리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였는지 과부하에 들어섰다.
사건의 전말은 이런 사회에서 사는 이상 늘 듣던 것. 특별할것이 없었다. 피해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좋은 곳으로 가길 속으로 빌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예를 표하듯 눈을 살짝 감고 있다가, 곧이어 떠 본다.
"굳이 우리가 나서는 이유는 뭐지?"
소문이 날 정도에다, 이런 일을 비밀리에 행하지 않다니. 대놓고 함정을 판 듯한 꼴이다. 그런데 왜? 정보를 이렇게나 흘리면 레지스탕스들은 되려 수상함에 움직이지 않을 터. 목숨 버리는건 아까운 짓이니. 선전포고인가? 그럼 우리는 그것에 맞서는 꼴? 어찌되었건 정보를 이렇게 노출했다는 것은 흘려도 아까울 것이 없거나, 손실보다 이득이 더 클 것이라는 뜻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덴 이유가 있을 터. 대장은 목숨값 소중히 하는 사람이니 마땅히 뭔가 생각한게 있겠지. 생각을 그쯤에서 두루뭉실하게 정리한다. 로벨리아가 답을 하기 전에 굳이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겠다 싶어 하는 행동.
"열차의 확보는 무엇을 위해?"
아니면 전리품일까. 얻어서 분해한다면야 쓸 곳은 많겠지. 이곳도 조금 더 발전하겠고. 하지만 이곳에서 발전이 굳이 필요한 것은 생각이 안 난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대로, 모두를 모이게 한 이유는 임무에 대한 브리핑이었다. 네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에 대해 들으며, 너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임무를 요약하면 세븐스를 이송할 예정인 열차 '블러디 레드'를 기습, 세븐스의 구출을 최우선으로 하되 가능하다면 열차를 확보할 것. 실패할 경우 열차 폭발을 통해 상대에게 손실을 입힐 것. 너는 어째서인지 폭발이라는 단어에 정신이 쏠렸다. 폭발... 폭발시키는 것으로도 임무는 완수...
"블러디 레드 자체가, 버림패일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넌 문득 불안해졌다. 기습 후 세븐스 구출이라는 작전 자체는 흠잡을 만한 부분이 없을 정도로 간단명료했다. 이미 정보를 퍼트린 이상 경계를 삼엄히 하는 게 일반적일 테지만 기습을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서는 그런 경계는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열차가 달리는 경로 전체를 경비할 정도로 인력을 투자한다는 건 이송되는 세븐스들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낳을 테고 그렇게 되면 함정이라고 느껴도 달려드는 레지스탕스가 있을 터, 그 숫자 역시 적지는 않을 텐데 그걸 감당하기에는 너무 위험성이 크지 않은가?
"애초에 블러디 레드에 레지스탕스가 침입하는 걸 상정한 상태라면, 열차를 그쪽에서 먼저 폭파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거가 부실했기 때문에 너는 말을 흐릴 뻔했다. 간신히 끝맺는 데 성공했지만. 의견이 터무니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반항하는 세븐스에게, 그들은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