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엉!! 폭발이 일어나며, 나와 도련님은 차째로 데굴데굴 구르며 날아갔다. 미사일이라고!? 저런 병기를 탑재하고 있다니, 대체 뭐 하는 로봇이야! 전쟁에나 쓸 법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어쩌라는 건데!
이런 나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저 납치범 로봇은 봐주지 않고 조금조금 다가오고 있었다. 제길, 아까의 공격으로 타이어 축이 빠진건지 앞으로 나가질 못하겠어!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지만, 어리석은 내 몸뚱이는 조금도 움직여주질 않았다. 그 때, 거대 로봇이 뭔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븐스...>
"뭐, 뭐라고?"
<세븐스는, 받아가겠다!>
거대 로봇이 양손으로 나를 들어올려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격통이 느껴진다, 몸체의 외장이 조금씩 찌그러진다! [우와아앗!!]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움직이려 해보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제길. 놈의 목적은 내 AI인가!? 하다못해 도련님만이라도...
그 때, 도련님이 차고 있던 팬던트가 빛나기 시작한다. "뭐, 뭐지?" 그 팬던트를 열어보자, 도련님의 아버지, 즉 큰 도련님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들아, 이 메세지를 듣고 있다는 것은 무서운 적이 습격해 왔다는 뜻이 분명하겠지. 이 위기를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도록 하마. 하지만, 그 후에 너희를 기다리고 있는건 수많은 무서운 싸움일거다. 두렵다면, 제이슨의 AI를 그냥 넘겨주고 도망쳐도 된단다... 하지만 싸우겠다면...'
날 그냥 넘겨줘!? 이런 인간도 아닌 녀석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뭐, 그렇게 하라면 난 그렇게 할거다. 나에게 있어 날 태어나게 해주고, 나와 계속 함께 해준 도련님의 가문은 일생의 은인이니까... 그걸 위해서라면...
"난... 당연히 싸울거야!"
[도련님?]
"제이슨은 내 친구야... 난... 제이슨을 지키고 싶어!"
[...젠장... 좋습니다! 그게 뭔지 몰라도, 해봅시다!]
그리고, 도련님은 팬던트를 높이 치켜든채로 크게 외쳤다. "체인지! Let's Bomber-!!"
큰 소리로 도련님이 외치자, 땅에서 굉음을 내며 거대한 머신이 나타났다! 지반을 무너뜨리며 나타난 그것은, 거대한 드릴이 달린 탱크! 탱크는 그대로 돌진해 로봇에게 부딫혀, 로봇의 자세를 무너뜨려 내가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때, 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군! 이걸 쓰는건가!
[체에에에에에에에인지-!!]
나의 구호에 맞춰서, 드릴 탱크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변하기 시작했다! 동체 부분이 아래로 내려가고, 포 부분이 어깨로 가며... 그렇게, 인간형의 구조로 탱크가 변형했다. 하지만 텅 비어있는 가슴 부분을 보고, 난 있는 힘껏 뛰어올라, 그 가슴 부분에 꼭 맞는 형태로 스스로 변형했고- 마치 원래 이곳에 있었어야 했다는 듯이 하나로 합쳐지자, 그 위로 머리가 솟아나고, 페이스 가드가 장착되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
[만월에 우는 백랑..."J-BOMBER"-!!]
쿠우웅-!! 굉음과 함께 내려앉은 그것은, 백은의 갑옷을 두른 거인. 빛나는 외장과 당당해 보이는 풍채. 양 어깨에 달린 대포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가슴의 드릴이 변형해 만들어진 늑대 머리에선 우렁찬 포효가 뿜어져 나왔다. 굉장한 힘이 느껴져... 이게 정말로 나인가? 당황하고 있을 새도 없이, 적의 로봇이 순식간에 달려왔다, 위험해!
"제이 봄버!! 액셀 해머야!!"
[...! 좋았어! 액셀 해머-!!]
그렇게 외치자, 등 쪽이 열리며 거대한 철구와 쇠사슬이 사출되어 나의 손에 들렸다. 그렇군, 이것이 내 무기인가! 원심력을 활용해 있는 힘껏 해머를 돌리자, 철구 부분에서 부스터가 분출되며 회전을 시작한다. 이거라면 할 수 있어! 있는 힘껏 로봇에게 해머를 던지자, 녀석은 받아내지도 못하고 가슴에 맞으며 쓰러졌다!
"지금이 찬스야!" [아아!]
액셀 해머를 휘둘러 놈에게 휘감아 버린 뒤, 사슬을 양손으로 잡고 붕붕 휘두른다. 녀석은 버티지 못하고 나의 힘에 휘둘려 붕붕 돌아가다가, 이윽고 내던진 해머와 함께 하늘로 날아갔다! 그 때, 나의 운전석 부분에 도련님이 팬던트를 대자-나의 양 어깨의 포에 힘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필살... "초전하광자포"-!!]
엄청난 발사음과 함께, 양 어깨에서 발사된 광선은 그대로 공중의 로봇에게 적중하고- 그대로, 로봇은 빛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역시 폭발하는거였나? 하마터면, 도련님이 위험할 뻔 했는걸... "해냈어 제이슨...!" [해냈다고, 도련님!] 자세한 일은 모르겠지만, 눈 앞의 적을 물리치자 잘 모르겠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구만, 적들이 계속 나와 도련님을 노리고 처들어온다 이건가?
그렇다면... 전부 해치워 주겠어! 도련님과 나... 그리고 이 '제이 탱크'가 있는한... 우리들은, 무적이니까!!
「비능력자 보호 법령은 완전히 미친 법안이다. 당장 문 밖에만 나가도 사람들 얼굴에는 그림자와 불신으로 가득하고 서로 눈치들만 보고있다. 세계연합평화기구라는 것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새로운 군대라는 가디언즈는 또 어떻고? 세븐스나 비능력자 할 것 없이 반기를 드는 사람이라면 닥치는대로 신나게 죽이고있다. 그냥 공식적으로 살인 면허가 발급 된 마피아나 다름이 없다. 거기다 놈들은 전원 세븐스라고! 세븐스가 지금 사회의 주된 골칫거리는 맞다지만, 이대로는 이 하나 잡자고 집을 태우는 거 아닌가. 설마 U.P.G는 정말 그걸 원하고 있단 말인가? 다들 제정신이 아닌게 틀림 없어. 그렇다 해도 생명연구소 밥을 먹고 있는 엔지니어일 뿐인 내가 이런 사회에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내가 살아가는 일생 매일매일에 회의적인 기분이 든다.
...하지만 얼마 전 통신망을 우회하고 있는 사설 딥 네트워크에서 재미있는 글을 봤다. '분열 된 사회의 화합에 대해 밤새 열띈 토론을 나눌 깨어있는 혁명가들을 모집합니다.' 라는 내용이다. 지금 세상에서 이정도의 레지스탕스의 모집이나 활동 정도는 이제 흔한 것이 됐다. 그러나 이 글의 정말 흥미로운 건 조건이다. '일정 학위 이상 취득자 혹은 학업 종사자들만' 구성원에 끼워준다는 거다.
이해가 안 된다. 하얀 가운입고 뻐길 줄이나 아는 양반들끼리 대체 무슨 저항 활동을 한다고? 미리 적어두지만 나는 레지스탕스같은 건 딱 질색이다. 지금의 세상이 마음에 안 드는건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 목숨을 국가에 헌납하는 개죽음을 당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마리는 쥬데카가 다가와 건네는 음료를 받았다. 시원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저 같이 가자고 기다렸을 뿐인데 고맙다는 말을 듣다니 쥬데카는 친절하고 다정한 편인 것 같았다.
"고마워, 잘 마실게."
마리는 쥬데카가 준 음료를 손에 들고 쥬데카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쥬데카와 대화하면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뭔가 익숙하다고 느껴진다면 착각일까? 마리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역시 변성기가 온 이후의 쥬데카와 기억 속의 쥬드를 일치시키는 것에는 실패했다.
"그렇구나. 나도 동물로 변신하면 감각에 예민해져서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애."
마리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럼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있어?"
나름 동료로서 묻는 질문들이다. 전투 방식에 대해 알아두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나도 온 지 한 달도 안 됐으니까 선배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야."
마리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지만 쥬데카가 웃는 모습은 미음에 들었기에 마리의 표정도 조금 더 부드러워질 것이었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나는 변화는 아니었겠지만.
어느새 휴게실에 도착했고 마리는 소파에 편하게 앉았다. 쥬데카를 살피다가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면 캔을 따서 목을 축였을 것이었다. 밖에서 무언가를 먹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혹시 누군가 공격해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나름 트라우마 같은 것이었다.
대화가 능력 쪽으로 넘어간 이후, 대답을 나름 성실히 하고 있었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깔끔히 정리해서 들려준 한마디에 이해가 탁 트였다. 그래. 고양이로 변했는데 다른 동물이라고 못 변할까. 앞으로 있을 임무를 생각한다면 한 번쯤 나올 법한 제안이긴 했다.
"그런 거 였나."
레레시아는 알겠다는 의미로 중얼거리고 곧바로 대답을 이어갔다. 일부러 꺼내준 말이 무색하게도 레레시아에겐 오래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제안이었다.
"다룰 수 있냐 없냐로 따지자면 가능하긴 해. 네가 뿜어낸 독에 내 독을 섞으면 그건 내 제어 안에 들어오게 될 테니까. 이미 주입한 독은 내가 그 적에게 내 독을 씌우면 합쳐지겠지."
마리의 얘기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긴 했으나 빈틈이 여럿 있었다. 그것들 중 몇 개를 예시로 들며 나름대로 설명을 해주었다.
"헌데 굳이 외부에서 독을 조달하지 않아도 나는 거의 무한하게, 여러 형태로 독을 만들어낼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내 독에 완전 면역이지만 넌 아니야. 뱀독 같은 건 장난 수준일 독이 네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그리고 네가 만든 독에 되려 네가 당할 수도 있으니. 독을 쓰는 건 추천하지 않아. 나처럼 선택지가 그것 밖에 없는게 아니고서야."
거기까지만 말하려던 레레시아는 문득 다른 생각이 들어 말을 조금 덧붙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는 말과 함께.
"네가 누군가와 합을 맞추려면 물리적 위력, 혹은 방어적인 측면으로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좋지 않을까. 거기에 새로운 무기를 이용하기에 따라 고려의 폭은 더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
이쯤 하면 충분할까. 말을 마무리하고 마리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로 다시금 어깨를 으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