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좋은 TMI나 이 작품 맨 처음으로 스페셜 스킬의 이름이 나온 아스텔의 경우. 컷씬이 만약 나왔다고 한다면 살짝 몸을 왼쪽으로 비튼 상태에서 눈을 감고 있고 왼손으로 검집을 잡고 있고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이제 검을 뽑는 중의 자세라서 오른손과 뽑힌 검이 얼굴의 일부를 가리고 있어서 감고 있는 눈과 닫혀있는 입만 얼굴에서 보이는 그런 컷씬이 될 것 같네요. 당연히 검에는 녹색 빛이 반짝이고 있고. 대충 그런 느낌?
수심 한 점 생기지 않을 환한 날이다. 지난밤 시원하게 내린 비가 열기를 식히고, 무더위가 정점을 찍는 여름 중반을 넘겨 그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다. 하늘은 맑고 내리쬐는 햇살이 따사롭다. 저마다의 일로 바깥을 나서는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을 흘리게끔 하는, 아름다운 늦여름의 정경.
그런 세상은 모르는 자리가 있다. 동떨어진 곳, 벽은 어두운 회색이고 천장에는 전등이, 바닥에는 침구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방. 공간은 넓지만 든 것은 하나 없이 휑했다. 온통 칙칙하고 건조한 빛으로 칠해진 공간이 살풍경스럽다. 공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널찍한 방은 통일성조차 없었다. 한 가운데에 놓인 티 테이블은 자못 생뚱맞게 보일 정도였고, 찻상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테이블 위에는 차 한 잔 놓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문제쯤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그 앞에 나란히 앉은 사람이 둘이다. 그중 남푸른 빛 머리의 소녀가 픽 웃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까, 아직은 어린 티가 더욱 많이 남은 얼굴이 실소하듯 가벼이 샐그러진다. 맞은편에는 그보다 작은, 아직 소아라 일러도 될 나이의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마주보는 남자아이의 차림새는 괴상했다. 꼭 그가 이 공간에 속하는 이질물임을 증명하는 것처럼. 바깥은 여름이건만 손목까지 틈 없이 덮는 장갑을 끼고 신발은 발목 위에 닿는 긴 것을 신은 채였다. 쾌적하지만 아직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목 끝까지 오는 긴 옷을 겹겹이 껴입고, 숨결조차 감추려는 양 마스크를 써 눈만 보이는 얼굴이다.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삐죽삐죽 잘려 엉망이었는데, 모자가 조금 들려 있다는 걸 깨달은 그가 후드를 깊이 당겨 누르자 이제는 머리카락 한 올 함부로 내보이지 않게끔 단단히 잠근 차림이 되었다. 사람을 쪄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냉방을 돌리고는 있었지만, 계절에 맞는 평범한 옷을 입은 소녀를 배려하기 위함인지 강도가 그리 세지는 않았다. 열이 오를 만한 옷차림에 땀을 흘리면서도 그는 발간 얼굴로 즐거이 웃으며 조잘거리기만 했다. 한껏 신이 나 다리를 동동거리면서도 얌전하려 노력하는지 행동이 과하지 않았다. 괴상한 방, 음침한 구석. 장소에 반해 이야기 주제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었다.
다만 대화의 양상이 이상했다. 소녀가 한 마디를 하면 남자아이가 매번 되묻는 것이다. 어절 하나마다 말을 자르는 대화방식은 그다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닐 테다.
"그래서 제나한테 책을 빌려줬는데─" "제나가 뭐야?" "사람 이름." "빌려주는 게 왜 싫어?" "그 애는 물건을 험하게 쓰거든. 지난번에도 책 빌려줬다가 끄트머리를 찢어놓고 돌려줬단 말이야." "찢어지는 거 왜 싫은데? 난 저거 찢어, 가끔. 재밌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가리키는 것은 방의 한쪽 구석, 칙칙하게 덧발라진 회색빛 벽지였다. 벽면은 상태가 엉망이었다. 넓은 면 하나가 다 해지고 떨어져 벽면 일부가 드러나 보였다. 그 짓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닌지 뜯어진 벽지를 덧댄 장수가 열 겹은 족히 넘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소녀의 표정에 질린 빛이 떠올랐다. 그는 말을 고르려다 그만두었다. 무어라 설명을 해 줘야 하겠지만 귀찮다는 기색이다. 한창 예민할 나이에 자꾸만 귀찮게 구는 정상도 아닌 어린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기엔 피곤하기도 하고. 가끔 들러 이야기 정도는 나눠 주지만 그는 보모가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난 싫어. 사람은 각자 좋아하는 게 다 다르거든." "그렇구나. 승현이는 방 좋아해?" "……아니."
좋아할 수 있을 리가. 짤막하게 답한 소녀의 시선이 사방을 향했다. 방에는 입구 뿐이다. 그마저도 평상시엔 굳게 잠겨 있다. 창문이 없어 그 사실을 의식할라치면 매번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승현이 아무리 그래도 창문 하나조차 없는 것은 너무하지 않냐며 바꾸어 달라 부탁했을 때는 기각 당했고, 자신이 방문할 때마다 불편해서 싫다고 사정을 하니 그제야 알겠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여닫는 건 불가능할 거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수긍했다. 이 녀석의 방에 직접 공사를 하는 건 불안하니 잠깐 다른 방에 빼놓은 다음에 창문을 만들 거라 하던데, 저건 다음주에 무슨 일 있는지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
"나는 좋아. 여기에서 저기까지, 응."
그런 것도 모르고 남아는 활기차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영락없이 자기가 가진 물건을 자랑하는 투였다.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이랬다. 이야기는 늘 두서 없이 제 말만 하는 형식이고, 실 연령에 비해 수준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상식은 전무하고 나이가 차 가면서도 그동안 제대로 된 대화 상대 하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처음부터 말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는 점과, 늦게나마 시작한 의사소통 능력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게 다행일까. 저가 저것 만나는 일을 허락한 것도 그렇고, 그래도 사람이라고 완전히 짐승 키우듯 할 생각은 없었나 보지. …아니, 차라리 집에서 기르는 개가 저것보다는 더 호사를 누릴 거다. 그 생각을 하려니 승현은 문득 제 처지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 상대로 아는 척하는 게 뭐 좋다고 이러고 있담. "갈게." 기분이 영 나빠져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렇게 끝나야 했을 텐데, 내내 평온하게 흘러가던 분위기가 싸늘히 가라앉은 건 그때였다. 승현이 흠칫 걸음을 돌리려던 걸 멈추고 뒤를 돌았다.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손끝, 아주 미미할 정도의 손짓. 장갑 낀 작은 손이 테이블 위를 짚은 제 손과 얼핏 닿아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인지 그것은 저조차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한순간 낮아진 목소리가 으르렁거린다.
"누굴 죽이려고……."
일갈하며 테이블 아래를 걷어차니 손이 떨어졌다. 아, 가뜩이나 나쁘던 기분이 더 상했다. 그는 무어라 더 쏘아붙이려 할 말을 찾았지만, 한소리 듣기가 무섭게 침울해진 얼굴을 보니 김이 새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제 심기를 거스른다면 '다음'이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아챈 것이리라. 이상하게도 그 꼴을 보니 꼬여가던 심사가 풀어지는 듯했다.
"미안." "됐어. 화난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저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우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건, 아량이다. 적선이라 해도 맞을 테다. 승현은 자신이 차버린 테이블을 다시 끌어와 돌려놓고, 그 위에 손 얹어 가벼이 몸을 숙인다.
"이건 비밀인데, 다음주에 널 잠깐 옮길 거야. 그때 나갔다 오자."
뭐, 그래 봤자 정원 흙이나 밟으면 다행이겠지만. 원래 일탈은 되든 말든 재밌는 것이라지 않나. 그는 드물게 실소가 아닌 얼굴로 다정하게 웃음지었다.
푸른 하늘과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도로 위를, 아이들은 만면에 웃음을 띈 채로 달린다. 아이들의 손에는 사과나 참외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 뒤를 수염난 중년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쫓는다. 그 가운데 있는 사내아이... 이스마엘 도련님. 나의 변치 않는 친구.
"제이슨! 어서 문 열어!"
[뭐 하시는겁니까 도련님. 그거 돌려주고 오세요.]
"에에-!?"
[지금 시대에 와서 농작물 서리라니, 그거 범죄에요 범죄. 자, 사과하면 봐주실거라구요.]
저 소년과 대화하고 있는 상대는, 하얀색에 보라색 패턴이 인상적인 지프 차다. 그래! 바로 나, "J"! 도련님은 제이슨이라 부르지만, 사실 나는 "세븐스"라 불리는 인공지능의 일종이다. 지금 시대는 많은 일이 AI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는 AI 시대. 나는 도련님의 아버지가 특별히 제작한, 초 고성능 AI가 탑재된 높은 스펙의 머신이다.
어이쿠, 더 설명해주고 싶지만 도련님이 아무래도 많이 급한 모양이군. 나는 차의 문을 열어 도련님을 안에 들여보내 주었다. [다음엔 안 도와드릴거에요.]라고 말하는 의 차 시트를, 도련님은 삐져버린건지 콩콩 찬다. 그래도 딱히 아프진 않은데 말이지. 천천히 액셀을 밟아서 도로 위로 나선다. [안전 벨트를 매셔야죠.] 내가 말하자, 도련님은 궁시렁대며 벨트를 차 주셨다.
"제이슨, 다음에도 그러면 타이어에 구멍을 뚫어 버릴거야."
[그건 좀 봐주시죠! 하나에 얼마나 든다고 생각하시는거에요!]
기분이 좋아졌는지 싱글벙글 웃는 도련님을 태운 채로, 난 우리들의 집인 이스마엘 저택으로 향했다. 이야, 오늘도 정말 멋진 하루로군.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고, 이대로 갈 수 있기를...
이스마엘: 239 꽃다발 선물에 대한 생각은? 꽃이다! 홀로그램 꽃이 아니네? 냄새도 좋다! 어떻게 보관하지? 오래 보존하는 방법은 없나?
절대 연애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식부족 직진스마엘..이지? 꽃은 꽃으로 받아들이는..
199 캐릭터는 어떤 타입에게 약해지나요? 인간은 모두 멋진 존재입니다 하는.. 맑눈광이 가진다면 가장 무섭다고 알려진 인류에 대한 박애주의자이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에게 약해짐........
161 거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나요? 머리가 정말 반듯하게 잘렸다! 마음에 든다!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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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을 때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가?」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모범적인 행동이니까요! 주변을 둘러볼까 합니다!"
2.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아직 아무도 모른다면?」 "솔직하게 말할 겁니다. 당장 미움받더라도 한 순간에 팀의 궤멸로 이어지는 건 두고 볼 수 없습니다."
3.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해하고자 하는 걸 안다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필시 내분을 일으키려는 겁니다. 이상향을 저지하는 사냥꾼의 행태입니다, 그 무리가, 그 악마들이!! 두터운 신뢰의 벽을 무너뜨리고 그 틈새를 비집어 추악한 작태를 보이는 것이 분명합니다!!" "내 이상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단 말이다, 이 간악한 마귀야!!"
문을 열어드리자 도련님은 길게 기지개를 펴시더니, 저벅저벅 걸어서 마트 안으로 들어가셨다. 정말이지, 이상한 군것질에 돈을 안 쓰시면 좋을텐데. 잠시 기다리고 있자... 왠지 복면을 쓴 3사람이 불온한 걸음을 마트 쪽으로 옮기는 걸 볼 수 있었다. 난 라디오를 튼 채 잠시 쉬고 있었고... 녀석들이 뭘 하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엎드려! 강도다!"
[뭐!?] 깜짝 놀란 나는 재빨리 카메라의 방향을 돌려 가게 안을 살핀다. 복면을 쓴 놈들이 총을 든 채로 도련님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게, 내가 있었는데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이렇게 된 이상 가게 안으로 이대로 들이박는다! 라고 하고 싶었지만, AI가 그런 짓 하면 바로 삭제행이라고. 정말이지...! 재빨리 전화를 연결한 나는 경찰에게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콰앙!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거대한 형체가 마트를 덮쳐 거대한 흙먼지가 일었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재빨리 투시 모드로 카메라를 돌려 살펴보자... 나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건... 로봇인가!? 인공지능을 이용한 테러용 병기!? 집 한채만한 로봇은 마트를 부수며 사람을 찾는듯한 행동을 취했고, 그 끝에는... 이스마엘 도련님이 있었다.
[도련님이 목적인가. 그렇겐 안 된다!]
도련님을 향해 뻗어진 손을 향해 재빨리 달려, 몸통 박치기로 시간을 번다. [어서 타세요!] 라고 외치자 도련님은 허겁지겁 달려, 차 안에 탑승하고 벨트를 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