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말을 하진 않으나 자신을 보면 그 말도 맞긴 하다는 그 말에 로벨리아는 눈을 아주 살짝 반짝였다. 꽤나 흥미로운 것을 들어버린 것 같았으나 그래도 그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으며 소리를 내어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다 잠시 입에서 떼어낸 담배를 다시 입에 문 후에 연기를 하늘 위로 후우 내뱉었다. 그러다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내리고 츄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금은 추궁하지 않도록 할께. 물론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튼 인생은 30살부터야."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로벨리아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는 꽤 재밌는 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디로 길을 향할지도 잘 알 수 없는 이였다. 다른 이들을 믿는 것은 좋은 것이었다. 허나, 그것도 너무 도가 넘지 않는 선에서. 그 정도라면 그도 적당히 구분하리라 믿으면서, 그와 동시에 딱히 자신의 가치관을 더 크게 내세우진 않으려고 하면서 로벨리아는 다시 담배 연기를 위로 내뱉었다.
"그러면 다른 이들도 조금 만나보러 가봐야겠어. ...무리하지 말고 쉴 때는 적당히 쉬어. 언제 미션이 주어질지 모르니까. 당분간은 정보를 모아야 하니... 뭐가 있진 않겠지만. 일단 아스텔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봐야겠지."
마치 아스텔에게 뭔가 따로 지령을 내리기라도 한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로벨리아는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다시 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만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바람을 쐬는 것 정도라면 괜찮겠거니 생각하며.
쌍둥이의 조잘거림은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말들에 불과하니 그대로 흘려버려도 상관없다. 한두마디 하는 것도 아닌데 일일이 신경썼다간 정신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딱히 들으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었으니 그러려니 해도 괜찮았겠지만. 훗날 들은 대로 해준다면 나름대로의 반응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뭐, 어디까지나 나중의 일이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나중의 일.
각자 이름을 대며 잘 부탁한다 말한 쌍둥이는 비슷하게 돌아온 대답에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가린 노이즈만큼이나 이지러진 목소리와 달리 시종일관 유쾌한 말투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진짜가 아닌 쪽은 어딜까 하는 생각도.
제대로 된 말을 해주는 라라시아와 달리 레레시아의 중얼거림을 보면 아무래도 없는 애칭 혹은 별칭을 만들어 부를 셈 같다. 그러는 이유가 단지 이름이 길어서라니, 당사자에겐 꽤나 어이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또냐, 라는 말 대신 비슷한 표정으로 레레시아를 본 라라시아가 이스마엘에게 말했다.
"저 별칭, 제대로 싫다고 안 하면 얘가 멋대로 부르고 다니니까. 알아두라고." "니히히. 맞아- 싫으면 싫다고 해애."
능글능글한 레레시아를 보면 싫다는 말을 순순히 들어줄까 싶긴 하다만.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통성명을 그렇게 마무리한 그 쯤, 쌍둥이 중 누군가의 단말기가 울렸다. 서로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라라시아가 먼저 단말기를 꺼냈다. 메세지로 온 연락을 보고, 겸사겸사 시간도 확인한다. 옆에서 같이 본 레레시아가 간식 시간 다 갔어- 라며 이스마엘을 보았다.
"우리 이제- 얼른 가서어 훈련 받아야 해애. 늦으면 혼나- 그러니까 여기 청소는 미엘이 하기이."
청소라며 레레시아가 손으로 가리킨 곳엔 잘 묶어둔 이스마엘의 머리다발과 가위가 있다. 그걸 치우는 건 이스마엘의 몫이라며 말하고, 쌍둥이는 맞춘 듯이 같이 움직였다.
"그럼 먼저 실례할게." "안녀엉. 다음에 봐아."
제각각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다시 말을 걸거나, 잡지 않으면 쌍둥이는 그대로 먼저 공터를 벗어날 것이다. 길이는 달라도 둘 모두 긴 머리를 살랑거리면서 종종걸음으로 멀어졌겠지.
아무튼 로벨리아도 한 번 돌렸고 에스티아도 한 번 돌렸으니 다음엔 아스텔 쪽도 한 번 돌려보는 쪽으로...라고 생각을 하나 일상을 돌리는 분이 만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에 혹시나 저와 일상을 돌리는 분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콕콕 마음대로 골라도 된답니다!
여담이나 로벨리아는 NPC라서 아무리 돌려도 특별히 관계가 더 발전하거나 그런 것은 없으니 참고해주세요.
무뚝뚝히 그 말을 하는 그는 꽤나 덤덤해 보인다. 차게 식은 표정을 제외하곤 말이다. 분위기가 곧바로 떨떠름해지면 그걸 눈치채곤 바로 주제를 바꾸려 들것이다.
"그렇구나."
단답은 여전히 낮아진 목소리다. 성격이 무뚝뚝한 걸까. 당신이 가르킨 물감을 집고선 라벨을 읽는다. 크림색이라, 당신의 생김새에 얼추 색이 들이맞는 기분이다. 회색빛의 당신 위에 자신 나름대로 상상을 펼쳐, 크림색 머리칼과 붉은 눈을 덧씌워 본다. 이것 또한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고양이의 털색을 크림색으로 덧칠해 보자, 따듯한 색감의 크림냥이 캔버스 위에 새겨진다.
"그래? 그럼 굳이 수정은 할 필요가 없겠네."
방금 색이 더 마음에 들었다는 당신의 말에 그렇게 답한 그는 어째선지 한층 밝아진 어조다. 아무렴, 현실보단 본인이 원하는 이상을 그리는게 그림의 본질이니. 처음 말을 걸었을때와 같은 텐션으로 응수하곤, 채 마르지 않은 벽돌색 물감을 손톱으로 긁어 떼내듯 지워버린다. 다시 나타난 고양이의 갈색 눈에는 덧칠되었던 부분만 옅은 붉은색을 띄어, 조금 더 어두워진 갈색 빛을 띄고 있다.
"마을을 둘러볼거면 더 큰 동물로 변신하는게 더 편하지 않니?"
아무래도 고양이는 작고, 그만큼 눈높이도 낮으니까. 하기사, 더 큰 동물로 변하면 그것도 이상하긴 하겠다.
"그린우드라."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당신을 흘겨본다. 본인의 눈에 비치는 당신의 아주 옅은 회색 머리칼과 눈보단 옅은 얼굴색, 그리고 비교적 흑빛에 가까운 눈동자. 총집합해 보았을때 싱그러운 초록이나 건강한 갈색은 하나도 비쳐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고양이와 나무를 번갈아 가르키던걸 멀뚱히 바라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 짙은 다크서클이 조금 더 옅어질것이다.
"시적인 성씨네."
아이러니 하다는것을 돌려 말해본다. 당신은 푸르름은 한 톨도 찾아볼수 없는, 오히려 따듯한 색 계열로 이루어진 인물이니. 손에 집힌 커터칼을 휘이 돌리더니, 시선을 의식했는지 원을 돈 커터칼을 고쳐잡는다. 아무래도 위협적일수도 있는 행동이니.
"모델료 대신이라 하기 뭐하지만, 이 그림 가질래?"
본인은 그림에 마음이 안 드는지 폐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아무래도 모델 앞에서 캔버스를 찢어버리면 좀 불쾌하겠다 싶어 묻는다.
우선 문의하신 요건이라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에델바이스의 방침에는 확실히 그런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악의적인 목적으로 행하거나 에델바이스의 힘을 이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이들을 막기 위함인거지. 문의한 요건 정도라면... 사회가 사회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 자유로운 동물들이 왜 이런 숨겨진 마을까지 떠도는진 이해 못하겠다만. 인구 수야 수도나 다른 도시들보다 현저히 적겠다만...아, 그래서일까. 그도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본인은 이곳 말곤 환영받는 곳이 없으니, 굳이 이런곳을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조금 웃기다. 제 발로 이런 고립된 곳에 오다니. 이곳도 뭐, 있을건 다 있지만. 불만과 이상한 자격지심의 끝은 두루뭉술했다. 결론도 없는 의식의 흐름이 끊기고선 당신이 가르키는 고양이를 흘겨본다.
"푸르름은 대범하지. 그런데 그러면 어른스러운 이미지가 되어버려서 어리광을 못 부릴텐데, 그래도 괜찮아?"
눈으로 보이는건 생각보다 많은 임팩트가 있다, 외관도 물론이고. 색채도 눈으로 인식하는 것이니, 그만큼 사람의 뇌에 많은 의견을 남기지. 색도 보는 사람에 따라 받아드리는 의미가 다르니 본인 말이야 뭐, 듣고 흘려도 그만이다.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는 당신을 보곤 배경의 음영을 마무리짓는다. 붓을 캔버스에서 떼면 보이는 그림은 소나무 숲을 빠져나온건지, 들어가려는 건지, 발걸음을 애매하게 한 크림색 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의 갈색 눈엔 숲이 반사되어 보인다. 물감이 묻어있던 붓을 물통에 휘젓고선 물을 털며, 당신에게 캔버스를 건네준다.
"이런, 실례네."
반짝이던 눈, 곧이어 갸우뚱거린 당신을 멀뚱히 바라보다 자신이 통성명을 하지 않았단것을 깨달았다. 짤막한 사과를 하곤 입을 연다.
"내 성은 '유루'야. 이름은 정해진게 없어. 푸른색을 뜻하는 단어면 뭐든 내 이름이야. 편하게 불러."
그는 그렇게 말하고선 물기 젖은 붓을 자신의 옷에 슥 닦는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크림색이 옷에 조금 묻어나지만, 개의치 않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