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레시아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는가 싶었지만, 모두 모이고 로벨리아가 입을 열기 전 그 짧은 사이에 자세를 흐트러뜨렸다. 냉큼 무릎을 올려 두 팔로 다리를 안고서 발끝을 까딱거리며 상당히 삐딱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그녀의 자세에 대한 걸 지적해봤자 고분한 대답과 달리 똑바로 앉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걸 알 사람은 알 것이다. 레레시아는 그렇게 제멋대로인 채 자리를 차지하고서, 단말기로 전송된 사진을 보았다.
"흠냐."
무차별적 학살의 장면을 보고도 레레시아는 눈만 깜빡였다. 평온한 표정은 되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것 같다. 사진 두 장을 슥슥 넘겨보고 단말기를 집어넣은 레레시아는 의자 위에서 둥글둥글 몸을 기우뚱거렸다. 무릎 뒤로 얼굴을 반 감추고 눈만 빼꼼히 내밀어 로벨리아를 빤히 응시한다. 제 0 특수부대니, 로벨리아의 직속이니, 위험하다느니, 그런 말 전부 그다지 관심이 없어보인다. 긴 설명 끝에 훈련장으로 가자는 말이 나오자 폴짝 뛰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질문- 없으니까- 먼저 가야지이."
제일 늦게 들어온 주제에 훈련장으로 가는 건 또 잽싸다. 회의실에 올 때처럼 다다닥 뛰는 소리가 복도를 짧게 울렸을지도.
분명한 목소리로 로벨리아의 말에 답하며 모자를 매만지던 그는 곧 자신의 단말기에 보이는 사진을 확인하곤 잠시 두 사진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고민하다가 두 장소가 완전히 동일한 장소이며, 두 번째 사진에는 얼음덩어리, 정확히는 냉동된 시체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음을 깨닫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자연재해? 아니, 그런 일로 이렇게 소집을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아, 설마..."
가디언즈와 레지스탕스가 격돌한 장소, 그리고 레지스탕스인 '와일드 팽'이 전멸한 장소. 단순히 가디언즈 부대와 하나와 격돌해서 전멸당했다는 건 믿기 어렵다. 더군다나 상대를... 제거하는 게 목적이라면 손속을 뒀을 리도 없을 텐데 전멸을? 그 정도로 전력차가 난단 말인가? 그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른침을 삼켰다. 갑자기 멀쩡하던 벌판에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지거나, 그대로 기온이 수직하락했다고 해도 저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 그때 정보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듯, 가디언즈의 대장 중 하나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말이 들려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갤 숙였다.
"그, 대장님. 어째서 저 같은 사람이 직속으로... 아니, 아닙니다. 좋게 보고 계시는 거라면 감사합니다만 그저, 조금 의구심이 들어서."
아직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했다. 물론 이전에 몸담고 있던 곳에서 실전 경험이라면 꽤 쌓았지만 과거는 과거, 현재 그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오히려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지, 입장이 정반대가 되었으니.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자기 자신이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에 배속되다니, 뭔가 행정 착오가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는 긴장감에 위가 쓰린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천천히 들어오라고? 신기하다, 천천히 들어와도 되는구나! 그렇지만 마음이 급했다. 첫 명령이라니, 이렇게 떨리는 순간이 있을까? 음, 있을 것이다. 이스마엘은 그 순간을 굳이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자리에 앉아 의자를 앞으로 당겼을 적, 다시금 단말기가 삑 하고 소리를 낸다. [사진 데이터를 송신했습니다. 재머 서비스 - 페이시에 연결할까요?] 자동으로 뜨는 블루투스 엑세스를 거부하고 화면을 들여다본 이스마엘은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았는지 사진을 몇번이고 확대했다. 새하얀 벌판을 뒤로 얼음 조각이 보였다. 이게 문제인 걸까? 문제였다. 이스마엘의 문제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확대한 사진에는 사람의 조각으로 추정되는 육편이 얼어붙어있다. 이스마엘은 속으로 외쳐야 할 것을 입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맙소사, 신이시여."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에 당혹감이 서려있다. 말로 담을 수 없을만치 끔찍하다. 이스마엘은 이런 시체를 처음 봤다. 매체로 조금 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훼손된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사람의 모습을 잃었다는 괴리감이 등골을 싸늘하게 식혔다. 오늘 잠들기는 글렀다. 심지어 이게 레지스탕스 부대라면.. 이스마엘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참혹함에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왜? 같은 사람이면서 이렇게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 이스마엘은 이어지는 말에 다짐을 굳히려 무진 애썼다. 특수부대 소속에, 위험하고 목숨까지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저렇게 될수도 있지만……. 그건 안 된다. 이스마엘은 살아야 했다. 살아서 해야할 일이 있었다. 페이스 재머에 가려진 창백한 표정을 갈무리했다. 이 정도로 흔들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내었다.
"……저희가, 먼저 간 사람의 몫까지 싸울 수 있습니까?"
질문하고 싶은 것은 산더미다. 그렇지만 가장 최우선되는 것을 묻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령에 따라야한다. 명령에.
그녀는 단말을 꺼내어 수신 된 이미지를 확인했다. 잔혹한 모습이었지만 잘도 눈을 피하지도 않고 뚫어져라 쳐다본다. 고기의 눈엔 고기밖에 안 보인다고. 그녀에게 있어선 이런 그림이 이젠 익숙한 걸지도 모른다.
"특수부대?"
그러다 문득 엔은 고개를 기울이며 혼잣말을 한다. 현장의 과격함에 대해선 이미 몸으로 알고 있는 수준이었지만, 제 0이니. 특수부대니. 직속이니. 그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 건지는 정작 전혀 모르겠다는 거다. 지나온 나날들과 에델바이스에서의 활동들. 그리고 이제부터 겪게 될 일. 매일같이 살기 바빴던 터라 그 차이가 무엇인지 엔은 잘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엔이 에델바이스에 속해있는지도 벌써 2년 가까이였다.
"엔은 질문이 없다. 대장을 따라가겠다."
달리 말하면 설명이 필요 없을 때도 되었다는 것이다. 이름이나 소속이 바뀌어도 에델바이스의 대장인 로벨리아의 진행 방식이 어떤지는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군말없이 단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기다린다. 붉다란 눈이 회의실을 살피며 다른 사람은 어떤 말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레이먼드) "자기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살아서 누릴 것을 누려야지. 그게 너희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것들이니까."
(제이슨) "없어. 적어도 저 작전에 참여한 이들은 전원 전멸이야. 그리고 나중에 찾아가."
(멜피) "여럿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어떤 면에서는 너희들이 선택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자세한 것은 조금 더 있다가 설명하도록 하지."
(츄이) "그 생각이 끝까지 갔으면 좋겠지만.. 어떨런지."
(미카엘라) "벌써부터 판단할 필요는 없어. 이런 말이 있지. 아무리 설명해봐야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이야."
(쥬데카) "너 같은 사람이 아니야. 너니까 선택된거야. 지금은 그것만 알아둬라."
(이스마엘) "그건 너희들이 하기 나름이겠지. 허나 우리들은 우리들의 방침이 있기에 와일드 팽의 마음을 잇거나 하진 않아. 우리는 우리의 혼을 이어야지."
모두의 말에 대답을 한 로벨리아는 먼저 문 밖으로 나섰고 지하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이용해 천천히 내려갔다. 지하 3층에 도착하고 훈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말로 넓은 공간이 나왔다. 30명이 들어가도 거뜬하게 훈련을 할 수 있을만한 그 넓은 공간은 그야말로 지하 3층의 공간을 모두 하나로 합친 것처럼 매우 넓었다. 아니. 어쩌면 이 안에서 에델바이스 멤버들이 전원 모여서 줄을 서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그 안에 서 있는 것은 연보라색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으며 검을 한 자루 차고 있는, 약간 멍한 인상을 주고 있는 사내인 아스텔. 그리고 기기를 이것저것 만지고 있는 은빛 머리의 여성. 에스티아의 모습이었다.
"오셨습니까. 대장." "아. 언니. 왔어?"
"응. 보다시피. 소개하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저쪽의 연보라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내 부관인 '아스텔 로웰'. 그리고 저기 저 큐트하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은빛 머리카락의 여성이 내 동생인 '에스티아 올리에트'. 둘 다 제 0 특수부대의 멤버다. 물론 아스텔은 너희들과는 따로 별개로 내 지령을 따라 움직일거고, 에스티아는 개발 연구 담당이기에 아마 너희들과 직접적으로 임무를 나가는 일은 없겠지. 그래도 아마 너희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만들어줄거야."
"아스텔 로웰이야." "에스티아 올리에트야!! 혹시나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찾아와줘!"
"아무튼 아스텔. 에스티아. 준비는 되어있겠지?"
"응! 물론 준비 다 끝냈어. 이 훈련장에 자동복구장치를 작동시켜놓았으니 아마 조금 부러져도 금방 원래대로 복구될거야."
에스티아의 말에 이어 아스텔은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이어 고개를 끄덕인 아스텔은 에스티아에게서 천천히 멀어졌다. 그리고 로벨리아가 데리고 온 이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 로벨리아를 바라보면서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30%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해."
답을 마친 후, 로벨리아는 멤버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듯이 살며시 손짓했고 다시 모두에게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는 정말로 진지한 톤이었다.
"제 0 특수부대에 배속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이라도 나갈 수도 있어. 너희들을 뽑은 기준은 있으나 난 억지로 소속시켜봐야 효율성만 떨어지고 그 대원의 목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만용으로 내가 세븐스를 해방시키고 가디언즈를 쓰러뜨리겠다..라고 생각하는 이도 분명히 있겠지. 그러니까.. 직접 경험하고 판단해라. 딱 15분만 너희들에게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들이 사용하는 '보검'의 위력의 일부를 체험시켜주마. 아스텔. 시작해라!"
로벨리아의 말이 끝나자 아스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오른손을 높게 위로 들었고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녹색 빛이 번쩍이며 모이기 시작했다. 그 녹색 빛은 이내 검의 형태를 갖췄고 이내 길다란 검의 형태로 실체화가 되었다. 뒤이어 그 검에서 녹색 빛이 번쩍였고 빛기둥을 생성했다. 이내 그 빛기둥은 아스텔의 몸을 집어삼켰다. 이어 빛이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등 뒤에 한 쌍의 녹색 날개 무장이 달려있으며, 몸을 지키는 녹색 기계형 전신 무장 갑옷, 허리 뒷쪽 부분에 마치 제트기에게 있을 법한 부스터 무장, 어깨 부분에 달려있는 포대형 무장. 이렇게 무장을 갖추고 있는 아스텔의 모습이었다.
"자. 체험해볼 이들은 직접 체험해보도록. 허나 이건 어디까지나 실전형 훈련. 아스텔에게는 출력을 조절하라고 했고 너희를 죽이지는 말라고 해뒀어. 저기에 있는 총이나 검 등은 아무거나 사용해도 좋아. 다시 말하지만 저건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들이 사용하는 실제 '보검'으로 힘을 강화시킨 아스텔이야. 15분간 어떻게든 버텨보도록. 이기고 싶다면 이겨도 좋아. 원하는대로 싸워보도록! 궁금한 것은 여럿 있겠지만 그건 모두 끝난 후에 설명해주마."
/튜토리얼 시간이에요. 지금부터 전투 튜토리얼을 해볼게요! 물론 참여를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요. 아무튼 기본적으로 여러분들에게는 현 시점에선 10의 hp가 주어질 거예요. 물론 이게 실제 체력 포인트는 아니고 그냥 편의상 수치라고만 생각해주세요. 여러분들의 공격은 기본적으로 모두 명중으로 처리가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뚜까뚜까 때려도 상관없어요. 단 공격을 할 땐, 적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공격했는지를 명확하게 써야 해요. 이를테면 아스텔의 왼쪽 어깨에 불꽃을 쏘았다는 괜찮으나 아스텔에게 공격을 했다. 라는 것은 안돼요. 물론 꼭 공격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고 상황을 지켜본다거나 대기한다는 것도 괜찮아요. 그리고 공격을 할 땐 한가지 공격밖에 할 수 없어요. 막 어깨를 공격하고 몸통을 공격하고 그런 것은 안돼요. 한 턴에는 딱 한 번의 공격밖에 불가능해요. 데미지 다이스는 없으니 그냥 공격 묘사만 하면 알아서 다 처리될 거예요! 보스의 체력 포인트는 따로 표시가 되지 않으며 이번 전투는 어디까지나 튜토리얼이기 때문에 사실상 아스텔을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여러분 기준으로 3턴을 어떻게든 버텨낸다면 승리조건 만족이에요!
뒤통수를 긁적긁적 긁으며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듣는다. 그렇군,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라 봐도 되는 거겠지? 제이슨의 인공 근육 사이에서 수증기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걸치고 있던 셔츠를 벗어던진다. 목을 우둑 우둑 꺾고서 [능력도 써도 되겠지.]라 말한 그는 천천히 낮은 자세를 잡았다. 양 손바닥을 가지런히 펼친 특이한 자세였다.
[이러나 저러나 해도 여자애를 때리는건 기분이 별론데, 난... 때릴거지만.]
잿빛의 인공 근육의 틈새에서 퓨슈우우, 하고 수증기가 나오고. 무기질적인 가면의 눈빛은 가느다래진다. 양 손목에 전기를 흘리고 있는지 빠직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씩 스파크가 튀고, 몸의 체액이 활발하게 도는지 슈우우웅 하는 소리가 났다.
[뭐 혼자선 못 이기겠지만. 인원수도 이만큼에, 손대중도 해준다니... 간다.]
낮은 자세에서, 빠르게 튀어나가며 팔꿈치를 목을 노리고 휘둘렀다. 시대가 변하고 소실된 중국 권법... 이었다.
너니까, 라. 솔직히 전혀 모르겠지만 뭐라고 더 물어볼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물어본다고 해서 더 이야기해 줄 만한 느낌도 아니었기에 단념하기로 했다. 그리곤 로벨리아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훈련장이라기엔 굉장히 넓은 공간이 나오자 살짝 입을 벌린 채 그 공간을 한번 훑어보았다.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었을 줄이야. 그런 생각도 잠시, 저만치서 보이는 아스텔과 에스티아의 모습에 그는 잠시 숨을 죽였다.
"부관...과 동생...이라."
작게 혼잣말하며 그들의 얼굴을 기억해두려는 듯 하면서도 시선이 마주치지는 않을까 조심하는 그였다. 그런데, 여기서 뭘 어떻게 하려는 거지? 단순히 저 둘의 소개를 하려고 온 건 아닐 텐데. 아니나다를까, '보검'의 위력을 경험시켜 주겠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 곳에서? 누가 누굴 상대로?
"자, 잠시만-"
뭔가 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지만 미처 끝맺지 못했다. 이미 저 앞에 선 아스텔이라는 남성은 '보검'을 통해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30% 정도의 출력이라지만 찌릿거리는 감각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이, 이건 전혀 해볼만한 게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무기 없이는 당연히 어떤 타격도 입힐 수 없다. 심지어 무기가 있더라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당해주는 게 아니라면야. 빠져도 된다지만 단 한 명도 그런 사람이 없다니,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각오를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거...달려들 수 있을리가...!"
그 와중에 튀어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조금 멍한 표정을 짓다가 금새 정신을 차리고 근처에 있는 도검 하나를 집어들었다. 날붙이라면 조금 다룰 줄 알았으므로. 지금은 상황을 보자. 누군가는 상황을 읽으며 온존해야 하는데,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는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자신이 없었던 것이 더욱 컸다. 그는 뒷걸음질치며 상황을 살폈다. 언제든 뽑을 수 있게 칼자루에 손을 올려둔 채로.
로벨리아가 큐트하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에스티아를 소개하자. 왜인지 자기 머리카락에 손을 가져가 만지작거리는 엔이었다. (?)
"반갑다. 엔은 아스텔과 에스티아를 반긴다."
그녀에게 훈련장은 익숙한 공간이었고, 대기하고 있던 두 사람의 동료도 모두 낯익은 사람들 뿐이었다. 하지만 고기밖에 모르는 바보같은 그녀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뭔가 다르다고 해야할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할지.
"엔은 이미 결정했지만, 대장의 명령이라면 아스텔을 공격하겠다."
그 이유는 아스텔이 보검을 사용한 것으로 곧 알 수 있었지만. 아스텔의 전신은 굉장히 낯설고도 압도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방금 단말에서 보았던 그 현장을 만든 장본인도 이런 모습이라는 걸까?
"-엔, 꿈틀꿈틀이 되어라."
로벨리아의 말이 떨어지자 엔은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에서부터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림자는 기다랗고 가느다란 원통형의 모양새다. ...두 쪽의 꼬리? 촉수? 그것은 목표를 찾듯 허공에서 꿈틀거리더니 이내 곧장 아스텔에게 가로질러 나아갔다. 노리는 것은 갑옷. 인듯하지만 사실은 그 허리 뒷춤에 있는 부스터 역할을 하는 무장이다. 사정없이 꿰뚫을 기세로 무서운 속도로 쇄도한다.
설명이 귀에 들어오긴 하는걸까 싶을정도로 흥미에 찬 눈을 하고선, 아스텔의 무장을 넋놓고 응시하고 있다. 저게 30% 정도라면 최대출력은 대체 어느정도인 걸까 싶어 몸이 떨려오는 것 같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런 상대와 직접 싸워보게 해 준다니...대기명령 덕에 한동안 갑갑한 생활을 보내던 그녀가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지금 당장 공격해봐도 되는거죠?"
나지막히 그런 말을 뱉고서 답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기도 전에, 어깨부분의 근육을 노리고 세븐스를 사용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고 아직 그렇게 낯이 익지는 않은 두 사람을 마주해 누군지 알려달라는 것처럼 얼굴 가득히 호기심을 띄우고 평소에 실존하는 사물에 집중하지 않고 여태 모아둔 주의력을 지금 쏟는다는 마냥 앞을 주시한다. 은빛 머리카락의 밝은 인상의 여성은 연구부의 에스티아,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부관님. 응. 충분히 잘 기억할 수 있어. 방금 전에 흥분한 사람은 어디가고 사라진 것처럼 금새 천진하게 방실방실 웃으면서 "만나서 반가워요~" 라는 말과 함께 살짝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새로운 만남에 풀어진 분위기도 잠시 훈련을 준비하겠다는 말에 정신 차린 여인은 몸에 긴장을 불어넣고 긴장되고 한편으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로벨리아의 대사를 듣는다.
나갈 생각은 전혀 없는 걸요. 나는 불꽃 속에서만 마음 놓고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어요. 정부에 반기를 든 에델바이스가 어떻게 보검을 흉내낼 수 있는지 어디서 재료를 구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이라는 말에 흥분하여 먹이를 쫓는 맹수처럼 허공에 모이는 녹색 빛을 바라본다. 온갖 비명과 원망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맴 돌며 울리고 차가운 이성의 물결이 사나운 감정의 불길에 밀려난다. 반드시 살아남고 모든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불합리함을 태워 부식시킬수 있도록 강해져서...
붉은 불꽃이 손끝에 맺힌다. 붉은 등처럼 작게 타오른 불이 서서히 강해지고 몸을 휘감고 올라오며 붉은 보라색에 가까워진다. 모두를 구할 수 있는 방도가 있는가. 평화롭게 엇갈린 손들을 다시 찾아 마주 잡을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기둥이 치솟아 오르고 온몸이 뜨거워져 땀이 흘러내리지만 그녀는 몽롱하게 저 먼 곳을 응시하는 눈으로 불기둥을 잡아 다시 하나의 긴 선으로 손에 감아 휘두르고 빙글빙글 돌다 곧 작은 불덩어리로 뭉쳐내었다.
"살아남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죽더라도 모두가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면 족해요."
그러니 재지 않는다. 불꽃은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탐욕스럽게 방해하는 모든것을 집어삼켜 재로 돌려보내고 그 길의 끝에서 더이상 태울 수 없는 벽을 마주한다면 그대로 사그러들 뿐이었다.
그 자리에 서서 목가를 노려 화염구를 날렸다.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반쯤 잊은것 같다.
우리의 혼은 과연 무엇일까? 이스마엘이 고민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이상향을 걷다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겠지. 이스마엘은 넓은 연무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미사여구의 파도에 가만히 에스티아를 바라봤다. 저 사람은 앞에 붙여야 할 수식어가 많구나. 잘 외워둬야겠다 다짐했다.
"부러진다니, 잘 못들었습니다?"
뭐가 부러진다는 걸까? 이스마엘은 아직 로벨리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나갈 수 있다는 말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세븐스를 해방시키고 가디언즈를 쓰러뜨린다는 말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스마엘은 이상향으로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싶었다. 영원한 이상향, 유토피아, 혹은 꿈, 그것도 아니라면.. 노이즈 너머로 이스마엘의 표정이 웃음으로 가득 찬다.
보검의 위력, 그것도 30%. 이스마엘은 버틸 수 있을까? 아직 모른다. 무장을 갖춘 모습에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전투 태세를 갖추나 이스마엘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듯 허둥댔다. 총과 검은 안 된다, 죽여서도 안 되고, 죽일 수도 없다. 이스마엘은 잠시 긴장한 듯 손을 쥐락펴락 하다 이내 팔을 뻗었다.
"미안.. 미안합니다."
염력은 보이지 않는 힘. 이스마엘은 주변을 살피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왼쪽 다리를 움직일 수 없도록 붙잡으려 했다.
길고 푹신한 머리카락을 풀썩거리며 내려간 훈련장에는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먼저 와 있었다. 두 사람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같은 팀이 되었다는 건 알겠다. 레레시아는 전원 훈련장에 모일 때까지 빈 공간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팀원들의 가장자리에 섰다. 장갑 낀 손을 뒤로 모으고, 다른 사람과는 명백히 거리를 둔 채 서서 로벨리아의 설명을 듣고 이후 이어지는 아스텔의 변신을 지켜보았다.
"보검- 신기해애."
녹색으로 번쩍번쩍한 무장의 아스텔을 보고 호오- 감탄을 한 레레시아는 덤벼도 된다는 말에 눈을 반짝 뜨며 냉큼 앞으로 나왔다. 소집 중 가장 흥미로운 눈빛이었다. 모아쥐고있던 손을 풀어 앞으로 내밀며 자연스럽게 왼손의 장갑을 벗는다. 희고 깨끗한 왼손을 들어올리자 소매 안쪽부터 손끝에 걸쳐 끈적하면서 검보랏빛의 독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거- 녹을까-?"
니히. 가늘게 좁아진 눈이 아스텔을 주시하고, 레레시아는 왼손을 들어 무장 상태인 아스텔을 향해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생성된 독액이 그물처럼 촤악 펼쳐지며 아스텔을 위에서부터 덮으려고 하였다. 독액은 닿는 부분마다 들러붙으며 금속인 장비들을 서서히 녹일만한 독성을 갖고 있었다.
멜피가 그림자로 만든 커다란 낫을 이용해 자신의 오른쪽 날개 무장을 공격하려고 하자 아스텔은 침착하게 동요하지 않고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서 단번에 그녀의 공격을 받아치려고 했다. 허나 니나의 세븐스가 발동, 아스텔의 검으로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살짝 멎었고 아스텔은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그렇기에 멜피의ㅇ 공격은 그대로 들어갔다. 허나 그 무장은 상당히 단단했고 정말 미세한 금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뒤이어 레이먼드의 사격이 이어졌고 그 총알들은 일부 아스텔의 몸통 부위에 맞았고 충격 자체는 들어가는지 아스텔은 몸을 움찔했다. 이어 제이슨의 팔꿈치 공격은 제대로 아스텔의 목에 명중했고 이내 미카엘라의 화염구가 아스텔의 목 부위의 장갑에 충돌했다. 뜨거운 열기와 제이슨의 공격 때문에 아스텔의 몸이 아주 살짝 비틀거렸으나 불꽃은 계속 타오르지 않고 이내 꺼졌고 아스텔의 몸이 뒤로 넘어가는 일도 없었다. 이내 이스마엘의 세븐스가 발동해서 아스텔의 왼쪽 다리를 붙잡았고 그로 인해 엔의 세븐스가 부스터 모양의 무장을 꿰뚫고 레레시아의 독액이 자신의 몸을 덮는 것을 아스텔은 피하지 못했다. 금속인 장비에 독액이 가득 묻어있고 녹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럼에도 아스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뒤이어 아스텔의 날개 무장이 확 펼쳐졌다. 뒤이어 아스텔의 주변에서 강한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돌풍을 타고 단번에 위로 날아오른 아스텔은 그 상태에서 공중에 떠올라 자신의 등에 달려있는 부스터 무장을 해체했다. 떨그렁. 무장이 밑으로 떨어졌고 아스텔은 날개만 펼친채 공중에 떠 있었다.
"...무장의 손상도 소량 발생. 허나 전투에는 큰 지장이 없어."
바람을 타고 올라오면서 갑옷에 묻어있는 독액을 아주 가볍게 털어낸 이후, 아스텔은 자세를 잡았다. 분명히 실내지만 바람이 강하게 몰아쳤고 아스텔은 그 상태에서 빠르게 여기저기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가 날아다니는 궤적을 따라 녹색 에너지 볼로 보이는 뭔가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건 일제히 순차적으로 터지며 강한 바람 형태의 칼날이 되어 일행을 덮쳤다. 그 움직임은 상당히 빨랐고 매우 날카로웠다. 아스텔의 공격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봐주는 것 없이, 정말로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 세븐스가 공격을 하듯이.
/ 에어 커터 - 데미지 4 만약 방어하게 될 시에는 데미지 2 처리
지금부터 회피와 방어에 대한 설명을 드리도록 할게요. 적이 하는 공격은 기본적으로 다이스를 1~2 범위로 돌려서 1이 나오면 회피를 할 수 있고 2가 나오면 회피를 실패하고 데미지를 입는답니다. 그리고 방어는 그 턴에서 공격을 할 수 없지만 데미지를 1/2로 줄일 수 있어요. 즉 여기서는 저 기술의 데미지가 4니까 방어를 하면 2로 줄어들게 되겠죠. 회피의 경우, 만약 성공하게 되면 바로 공격을 이어서 할 수 있으나 실패하게 되면 공격을 하지 못하고 데미지를 그대로 입게 된답니다. 또한 회피도 방어도 하지 않고 몸으로 떼운 후에 바로 공격을 하는 것도 가능해요. 다시 정리하자면.. 회피 성공 -> 바로 공격 가능 / 회피 실패 -> 공격 불가능 / 방어 -> 데미지를 1/2로 줄이지만 공격 불가능 / 그냥 맞기 -> 공격 가능 이렇게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이번엔 다이스를 써서 공격을 하는 케이스를 말해드릴게요. 지금 아스텔은 자신의 세븐스 능력과 날개를 이용해서 정말 빠르게 여기저기로 움직이고 있어요.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의 경우 100% 명중 처리가 되지 않아요.
다이스를 1~2로 돌려서 1의 경우 공격 명중, 2의 경우는 공격 실패에요. 이렇게 특수한 상황의 경우는 제가 따로 다이스를 굴리라고 설명하니 참고해주세요!
전력을 담은 공격이었습니다. 특별한 기술을 쓴건 아니었기에 자신의 최대 파괴력이라고 하긴 뭐해도 아무튼 봐주는거 없이 때린건데. 고작 금이라. 그녀는 혀를 차면서 살짝 거리를 두기 위해 물러섰습니다. 출력 30%의 내구도가 저 정도인걸지. 아니면 출력과 내구도는 상관없는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치트 아이템이냐구."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공격을 거의 전부 맞아줬다고 해도 되는 상황에서 데미지는 경미. 기껏해야 부스터 장비 좀 부숴먹은 수준? 속도에 관해서는 누가봐도 자신보다 위이며 공격의 위력은..
"크."
자신에게 날아오는 바람의 칼날. 그녀는 자신의 앞을 반구형태의 그림자 돔으로 채워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잠시 버티는가 싶던 방어벽은 곧 깨지며 위력을 줄이기는 한 공격이 그녀를 덮쳤습니다. 이건 좀 안 좋네요.
이미 자신이 피운 불길에 사로잡힌 여자의 눈에는 뵈는게 없었다. 서늘하게 살을 가를 것 같은 바람이 날카롭게 몰아치더라도 그녀는 더 거세게, 기세에 지지 않도록 화염을 격렬히 치솟게 할 뿐이었다. 오직 그녀가 판단할 것은 한 가지 뿐. 지금 공격했을때 다른 사람들의 부상정도에 비해 적의 손상이 심할 것인가 아닌가. 멍하게 흐릿한 눈으로 둘러본 주변의 동료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치열하게 맞붙고 있지만 크게 다친 구석은 없어보였다.
"모두가 더 다치기 전에 부디 쓰러져 주세요."
이제는 여기가 어딘지도 까먹은게 아닐까. 온 몸으로 바람을 맞이해 공격에 찢겨 시린 통증이 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화염을 일으켜 이번에는 휘두르는 바람이 사그라드는 곳에 불을 붙여 거대한 불의 회오리를 만들어 역으로 다리를 노린다.
이렇게 공격이 쇄도하는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죽을 것이 뻔하다. 저게 보검을 가진 세븐스의 위력이라는 걸까? 이스마엘은 전투에 큰 지장이 없다는 목소리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게 고작 30%라면, 100%로 전개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망설임 없는 공격이 이어지자 이스마엘은 마른 침을 삼켰다. 저 공격을 피할까? 아니다, 확신할 수 없다. 두렵다. 아무것도 쥐지 못한 손이 가늘게 떨렸다. 이스마엘은 숨을 들이마신다. 가장 먼저, 네 목숨보다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라.
칼날이 된 바람. 에어 커터는 엔을 향해 날아온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반응하여 즉시 자리를 벗어났고,
"엔, 빙글빙글이 되어라."
그런 와중에도 등 뒤에 돋아난 두 가닥의 고기 촉수를 거둬 한데 모아 회전시킨다. 그것은 점차 위협적으로 회전하며 바람을 찢는다. 이번엔 마치 드릴이다. 스프링처럼 당겼다가, 단번에 주욱 늘어트리며 아스텔의 예측경로에다 고기 드릴을 내뻗는다. 이리저리 다니는 탓에 명중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아스텔의 장비를 하나 더 망가트릴 생각인 모양이다.
첫 공격들은 완벽하게 명중했다. 소수의 공격이었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르지만 연계가 굉장히 깔끔한 게, 역시 자신이 끼어들 만한 빈틈은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그는 상황을 살피는 데 집중했고, 이윽고 아스텔의 무장이 일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물론 저게 마냥 성공적인 공격의 결과라고 보기는 애매한 것이, 곧바로 공중으로 떠오른 데다가, 눈으로 따라잡기에 급급할 정도인 속도로 날아다니는 아스텔에게서 분명 무엇인가 날아들었다. 이건 크게 다칠지도 몰라! 그는 검을 자신의 앞으로, 바람의 칼날과 비스듬히 겹치게 세워들었다. 손가락은 조금 베이겠지만 몸이 통째로 베이는 것보다야 낫겠지, 정신이 없는 상황에 회피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한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으려나, 스스로를 지키는데 급급한 자신의 모습에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그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빠르게 움직였다. 바람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 궤도를 벗어나지 못해 베일 위험에 처한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잠깐!"
무방비로 공격을 받는다는 건 상당히 치명적이다. 공격을 각오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저 회피를 우선시했으니 그 실패는 쓰다. 그는 땅을 박차고 몸을 낮춰 튀어나가듯 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한쪽 손에는 칼집을, 다른 쪽에는 검자루를 쥔 채 .dice 1 2. = 2(니나, 제이슨)의 앞에 발을 디뎠고 바람 칼날을 비스듬히 쳐내려고 했다. 쳐낼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말이지만.
아스텔의 무장 위로 덮이는 독액은 부여한 독성대로 장비에 손상을 입혔다. 무장 자체는 특수성이 없는 걸까? 한 번으론 어떤 결과도 확신할 수 없다. 재차 독액을 생성해 다음 공격을 시도하려던 레레시아는 아스텔이 일으킨 바람에 잠시 시야가 어지러워졌다.
"안 보ㅇ... 에?"
시야를 확보하고보니 아스텔이 공중에 떠 있다. 얼핏 봐도 손상된 무장은 해제했고 데미지는 거의 없어보이는 상태. 그 상태로 빠르게 비행을 하며 녹색의 구를 생성하더니, 녹색의 구는 강한 바람 칼날을 사방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레레시아는 재빠르게 끈적한 독액으로 막을 치려 했지만 위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힉!"
독액의 막이 무색하게 쏟아지는 칼날을 맞으며 짧은 비명을 낸다. 그러나 위기감 없는 표정이 어딘가 이질적이다.
대부분의 멤버들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어를 했지만 커터는 너무나 강력하게 그 방어벽을 찢어갈기듯 날아왔다. 그나마 위력을 줄여서 공격을 방어하여 약한 데미지를 입은 이가 있는 가하면 회피를 하려다가 실패해서 데미지를 입은 이도 있었고, 어떻게든 피했지만 빠른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공격이 빗나간 이도 있었다. 그리고 동료를 위해서 몸을 던져서 공격을 막아주는 이도 있었다. 그나마 미카엘라의 공격. 불 회오리가 아스텔의 다리를 노렸고 그 불 회오리는 그대로 아스텔의 다리에 명중했다. 표정을 찡그리며 아스텔의 움직임이 살짝 줄어들었고 이내 엔의 공격이 드릴 형태로 날아와 아스텔의 왼쪽 어깨에 붙어있는 레이저 포대에 명중해서 그것을 부서뜨리는데는 성공했다.
"생각보다 잘 버티네. 금방 쓰러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기본적인 근성은 있는 모양이야. 그럼 시간도 다 되어가니 클라이맥스로 가는 것이 좋겠지. 아스텔. 스페셜 스킬이다. 시작해!"
"...알겠습니다. 대장."
이내 아스텔은 비행을 멈추고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무장에서 강렬한 녹색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 검은 모든 것을 찢어가르는 바람의 숨결 -질풍으로 뭉쳐있는 날카로운 칼날을 세우며 -만물이여. 그대로 흽쓸려라.
-에어로 슬레이어!!
공중에서 발도 자세를 취하는 와중, 그가 쥐고 있는 검에 녹색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 주변으로 바람 소리가 울렸고 그 바람소리는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감이 좋은 이라면, 혹은 감이 민감한 이라면 뭔가 아주 큰 것이 날아올 것임을 아주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방어조차 할 수 없는 무언가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언가 대처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에어로 슬레이어 - 방어 불가 데미지 8. 전체 공격. 명중하게 될 시 1/2의 확률로 풍압에 억눌려 1턴 행동불가.
건볼트 시리즈에는 꼭 나오는 중2병 감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스페셜 스킬이에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보검을 사용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필살기에요. 이 필살기는 각각 특성이 있어요. 사실 필살기인만큼 상당히 강력한 특성들이 붙어있어요. 보검 사용자들의 비장의 수이기도 하고요. 보통은 보검을 사용하는 세븐스 7명이 위기라고 느끼거나 할 때 사용하지만 여긴 튜토리얼이기에! 아무튼 이 스페셜 스킬을 대처하려면 시전 중인 지금,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스페셜 스킬을 캔슬시켜버릴 수도 있고 그와 동시에 적을 1턴 다운시킬 수 있어요. 잘만하면 오히려 폭딜의 찬스라고도 할 수 있죠.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아스텔의 스페셜 스킬이 무너지고 다운된답니다.
적의 공격이 날아올 때 -> 회피를 시도하여 성공했을 때는 추가적으로 공격이 가능 -> 회피를 실패했을 때는 방어도 불가하며 공격도 불가능 -> 방어를 했을 때는 데미지를 1/2로 받는 대신 공격이 불가능 -> 상대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게 될 시 자신이 1/2 수치로 데미지를 입음 -> 단 그 공격이 전체 공격일 시에는 자신이 받는 1/2 데미지 + 상대가 받아야 할 1/2 데미지를 입게 됨 -> 회피에 만약 성공했다면 추가적으로 상대가 받는 공격을 방어해주는 것도 가능 -> 회피 다이스를 돌려서 회피 불가가 떴다고 다이스를 없던 것으로 하고 방어를 하는 것은 불가능
아무튼 튜토리얼이기 때문에 조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냥 보이는 것을 토대로 이것저것 시도해도 좋을지도 모르죠! 이를테면 데미지를 어딘가로 주는 것도 있겠고 안 맞을 것 같은 곳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겠고 방법은 다양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그냥 운에 맡겨서 회피 다이스를..(다이스:ㅎㅎ)
아스텔이 공중에 떠 있는 건 지금 무장 덕분이라기 보다는 본인의 능력일 텐데, 집중력을 흐트릴 수 있다면 떨어트릴 수 있지 않을까...싶긴하지만 어떻게 집중력을 떨어지게 만들까요... 공중에 떠 있는 게 상당히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하니 조금만 허를 찔러도 될 거 같은데 으
그녀는 감각적으로 눈치챘습니다 저거 맞고선 못 버틴다고, 아마 방어도 불가능하겠죠. 뭐....
"언제는 안 그랬나."
불합리한건 인생 그 자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규제당하고, 벌레처럼 죽고. 언제나 그랬던겁니다. 그런거에 비해 이건 훈련. 맞아도 죽지는 않잖아요? 굉장히 합법적으로 불합리하네요. 그녀의 눈이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검. 검에 녹색 에너지가 모이면서 점점 바람소리는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이판사판이지, 안 그래?"
그녀는 방어를 위한 그림자 의복을 날개로 바꿔서 곧바로 돌진했습니다. 중간에 날개의 형태를 분사형태로 바꿔 가속. 이렇게되면 곧바로 다시 비행할 수 없지만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실패하면 저 공격맞고 나가리일텐데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속의 가속. 그리고 무게조절을 위해 검으로 형태를 바꾼 대낫을 한곳을 노리고 찌릅니다.
노리는곳은 '검', 부러트릴 기세로 내질렀지만 부러지지 않을거란건 압니다. 뭐라도 좋습니다 검을 놓치게하든 에너지가 모이지 못하게하든 아니 자세를 흐트리게 하는 정도라도 좋습니다. 그저 일점 집중으로 검을 노립니다.
공격을 직격으로 맞고 사지에서 붉은 혈이 흘렀지만 공격이 명중했다는 흥분에 오히려 황홀한 기분으로 꿈꾸듯 여인은 미소를 지었다. 터져나가는 비명과 온갖 악소리가 희미하게 저 멀리에서 울리는 것처럼 멀어지고 자신을 감싸안는 불길이 안온하고 따스하게만 느껴졌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승리와 아무도 희생당하지 않는 세계의 몽환에 손을 뻗고 이를 갈망하듯 몸을 내밀면서 불꽃의 장막을 그린다.
"저 공격을 맞으면 분명히 저는 그대로 쓰러질 거에요. 그러니 지금 온 힘을 다해 불길을 일으켜서 쓰러지더라도 크게 다를 건 없어요."
화려하게 너울거리던 불꽃의 선이 한데 모여 길게 늘어져 내리며 타오르는 장막을 이룬다. 크게 쇄도하는 공격과 비장하게 울린 외침이 본능적으로 종말을 알렸지만 미카엘라는 기꺼워하며 달려나가 바람을 가득 메울 거대한 휘장을 드리웠다. 공간을 메우는 붉은 기류가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살갖에 연기가 올라 같이 타오르기 시작했지만 보라색 동공에 비친건 오로지 모두를 보호하고 바람을 감싸안을 장막 뿐이었다. 거대한 화염의 선이 춤을추듯 거대한 검격을 날릴 손을 중심으로 상대의 인영을 감싸안았다.
방어는 해냈지만 어디까지나 받아냈다, 의 수준일 뿐, 이런 공격을 두 번, 세 번 막아냈다간 그대로 뻗어버릴 게 분명했다. 그는 상처로부터 오는 고통을 참기 위헤 입술을 깨문 채 찡그린 눈으로 아스텔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움직임을 멈추곤 검을 뽑아든 채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 다시금 머리털이 곤두서는 감각과 함께 피부가 저리기 시작했다. 이건 큰일이다. 저 공격을 막아내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궤도를 예상해서 몸을 움직여? 아니면...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머리를 쥐어짜듯 스스로를 다그친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강한 공격인만큼 그에 상응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면 그 때를 이용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이용해야 하지? 어떤 게 정답이지? 아니, 적어도 어떤 게 오답이 아닌지를 알아야만 했다. 누군가 알려줄 리 없는 답을 내기 위해서 그는 검자루에 손을 올린 채 낮게 심호흡했다. 손에서 배어나오는 땀에 검자루는 슬슬 축축하다. 그런 와중에 벌써부터 앞으로 뛰쳐나가는 이들의 모습, 그들은 하나같이 아스텔의 검을 노리고 있었다. 검을 뽑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일까, 저게 정답이라면 좋으련만. 그들의 공격 사이에 끼어들기에는 역량이 모자랐기에, 그는 다른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 다시금 머리를 굴렸다.
"...이게 최선일지도."
이렇게, 하자. 그는 몸을 낮춘 뒤, 땅을 박차고 달렸다. 방향은 전방...이 아니라 측면, 대각선을 그리며 달린 그는 아스텔의 등이 비스듬히 보일 때까지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등을 옆에서라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땅을 강하게 차고 올라, 검을 거꾸로 쥐었다. 뛰어봤자 공중을 나는 존재에게 닿기가 쉬울 리 없다. 그렇담 하는 수 없지. 검을.
"...던지는 수밖에!"
그렇게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말하곤 있는 힘껏, 검자루를 쥔 손을 놓으며 아스텔의 다리 부분을 노렸다, 이미 한번 피격된 부위였으니, 맞기만 한다면...!
스페셜 스킬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이스마엘은 그대로 몸을 멈췄다. 고개를 돌려 로벨리아가 있을 곳을 쳐다보듯 노이즈의 움직임이 변했다. 강렬한 녹색 빛을 한 번, 그리고 로벨리아를 한 번 쳐다본다. 알기 어려운 언어가 한번 더 입을 타고 흘렀지만 오토튠이 이지러져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머리에 큰 이상이 생긴 사람처럼 가만히 있던 이스마엘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지, 아니야."
전시에는 누구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정신을 해이하게 두지 말아야 한다. 가장 기본되는 사항을 까먹다니,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가! 집중하자. 자신의 두 뺨을 짝! 하고 쳤다. 당연히 보이지는 않았다. 큰 무언가가 날아올 것이 뻔하다. 이스마엘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다가, 주변 사람들을 보고 심호흡을 했다. 검을 뽑지 못하게 막는 것은 풍압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미안합니다."
보이지 않는 힘이 휘둘린다. 가장 기본되는 것은 자세다. 자세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스마엘은 눈을 딱 감았다. 사람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인성질을 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바람 칼날을 맞은 곳이 욱신욱신하다. 곱게 손질했던 머리는 그새 산발이 되었다. 이대로 의무실에 가면 라라가 단전에 힘을 주고 잔소리를 할 거야. 일부러 따끔따끔한 약으로 꾹꾹 찌르면서 으르렁 할 거야. 으. 그건 싫다아. 하지만 지금은 더 큰 위기가 눈 앞에 나타나있었다.
"에- 그런 거 치사해-"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큰 걸 쓰려는 듯한 아스텔을 보고 불만스럽게 종알댄다. 그러나 곧 저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한다. 막는다? 이미 뚫렸잖아. 안 돼. 그럼 다시 공격? 어디를? 전체? 아니면 일점사? 가능한 수를 머릿속으로 굴리는 사이 늘어뜨린 손 아래로 독액이 줄줄 새어나온다. 무색의 맑은 액체이던 독액은 레레시아가 목표를 정하자 순식간에 검보랏빛으로 물든다. 그대로 손을 들어올리자 아까보다 더 끈적하고 밀도 높은 독액이 주욱 늘어지며 마치 긴 밧줄, 혹은 채찍에 가까운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거- 뽑으면 아플 거 같으니까아. 못 뽑게 하면 되겠지-?"
아스텔의 검은 아직 뽑히지 않았으니 저것만 막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레레시아의 결론은 그것이었다. 길게 늘어진 독액 채찍을 몇 번 휘둘러 형태를 완전하게 하고, 둥글게 둥글게 감아 손에 쥔다. 레레시아는 날지도 높이 뛰지도 못 하지만 이 독액을 다루는 것 만큼은 무엇보다도 잘 했다. 얼마나 멀리 있든, 높이 있든-
"에잇."
감았던 독액 채찍을 크게 휘둘러 아스텔의 검과 검집을 노렸다. 독액의 독성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금속을 녹이는 것에 더해 플라스틱도 같이 부식되도록 했다. 몸짓에 비해 영혼 없는 기합 뒤로 세차게 뻗어나간 독액이 아스텔의 검과 검집을 봉해버리려 한다.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아스텔은 고요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이스마엘의 세븐스가 자신을 뒤집어도, 그는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고 미카엘라가 불꽃으로 자신을 삼키려고 해도 이를 악물고 데미지를 입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바람으로 밀어냈다. 당연히 레이먼드의 자신을 흔들려는 공격마저도 그는 미동하나 없이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으며 쥬데카가 자신의 다리를 공격했어도 움찔할 뿐 그 자세를 유지했다. 마치 그렇게 데미지를 입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허나 멜피의 그림자 검이, 츄이의 쌍떡캐논이, 레레시아의 독액 채찍이, 엔의 촉수가, 그리고 제이슨의 장타 공격이 검을 노리자 그는 힘을 꽉 줘서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결국 검은 검일 뿐, 아스텔이 아니었다. 검을 놓쳐버리면서 아스텔의 자세가 풀렸고 모이고 있던 에너지도 사라졌고 아스텔은 작게 큭 소리를 내며 땅으로 추락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거기까지! 15분 동안 잘 버텨냈다."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낸 것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로벨리아는 박수를 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아스텔은 숨을 약하게 몰아쉬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내 자신의 힘을 다시 풀기라도 한 것인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무장은 온데간데 없이 팟. 하는 느낌으로 사라졌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로벨리아는 아스텔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떨 것 같아? 아스텔?"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어쨌든 저와 비슷하게 싸웠고 저보다 조금 더 우세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이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던 로벨리아는 방금 전까지 아스텔과 싸우고 위기를 넘긴 대원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박수를 쳤다. 그것은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칭찬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수고했어. 허나 아까도 말했다시피 지금 이건 보검의 30% 정도의 출력밖에 되지 않아. 그리고 말했다시피 아스텔은 죽이지 않는 정도로만 싸웠지. 실전에서 보검을 사용하는 세븐스. 즉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 세븐스와 싸우게 된다면 이것보다 3배는 더 강력하고, 적당히 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를 정말로 죽이기 위해서 덤벼들테고 자연히 사투로 번지게 될 거야. ...그래도 너희들은 싸울 참인가? 이 제 0 특수부대 안에서?"
직접 보검의 힘을 어느 정도 체험해봤으니 남은 것은 선택 뿐이었다. 하기 힘들다면 그것도 상관없었고, 여기에 있겠다면 당연히 그녀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저쪽은 나름 만족한 모양인데, 그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간신히 착지한뒤 머리를 긁적이고는 대장을 바라봤죠. 이것의 3배, 그리고 당연하지만 다음에도 보스와 1대 다수의 유리한 매치업이 될거란 보장도 없습니다. 어쩌면 보검 사용자 2명 이상과 동시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죠..
다리에 공격을 해도, 뒤집혀도, 불에 닿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럼 실패인가? 아니, 정답은 다른 쪽에 있었다. 저 검, 검을 놓치는 것으로 상황은 끝이 났다. 결국 검을 휘둘러야만 할 수 있었던 공격이었던 거구나. 그제서야 그는 긴장이 조금 풀린 듯 한숨을 내쉬며 모자를 벗었다.
"15분..."
그 시간이 고작 15분이었다는 게 상당한 충격이었음은 따로 덧붙일 필요가 없으리라. 15분을 견디는 것조차도 버거웠다. 전력도 아닌, 30%의 힘으로, 그것도 제거가 아닌 제압이라는 핸디캡까지 안고 있는 상대와 15분간 부딪힌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그제서야 앞으로 대면할 보검 사용자들에 대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최소한 3배, 혹은 그 이상의 강함과 망설이지 않는다는 심리적 요인까지. 솔직히 말하면 요행이 아니라면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꿰뚫고 있는 건지, 들려오는 로벨리아의 목소리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나무라지는 않을테지만, 그게 오히려 목숨을 좀 더 오래 보전할 길일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저는 제가 여기 있을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분명 그이기 때문에 해당 부대로 배속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훈련이 마무리된 지금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도.
레레시아의 독액 말고도 다수의 공격이 아스텔의 검에 집중되자 아스텔은 결국 검을 놓치고 자세가 무너졌다. 동시에 에너지가 흩어지며 위험할거란 위기감은 사라진다. 바닥에 떨어져 무장 해제를 하는 아스텔을 보고, 팀원들을 보며 박수를 쳐주는 로벨리아의 말에 끝났음을 깨닫는다.
"와- 끝-"
감흥 없는 투로 무사히 끝났음을 중얼거리던 레레시아. 뒤늦게 깨닫고 왼손에 장갑을 끼운다. 더는 독액이 흐르지 않게 된 손을 한 번 쥐었다 펴고 가지런히 등 뒤로 모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꼿꼿이 선 자세로 로벨리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대로 얌전히 대답하나 싶었지만, 그새를 못 참고 한바퀴 빙그르 돌며 떠들었다.
"싸우지 않으면- 나는 가치가 없는 걸- 살아있는 것도 전부-"
한 바퀴 빙 돌아 제자리에 착, 서서 고개를 갸우뚱 한다. 그런 건 새삼 물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그러니까 이제 와서- 안 한다곤 안 해애."
끝? 이제 올라가도 돼-? 나 배고픈데에. 조잘조잘 떠들며 고개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다. 긴장감도 진지함은 없지만 대답에 거짓됨은 없었다.
15분간 버텼다. 이스마엘의 상관은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지었지만, 정작 이스마엘은 버텼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없었다. 30%의 힘, 그리고 그 힘에서 15분. 과연 이것이 자랑스러운 결과일까? 앞으로 만날 사람들이 과연 어떤 부류일지 알 수 없다. 조금 더 우세했다지만 이것이 실전이었다면 이미 누군가는 죽었을 것이다. 죽이지 않는 정도로만 싸웠다는 점이 그 상황을 보여준다.
이스마엘은 죽음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를 떠올렸다. 공포, 경외, 필연적인 것, 세상은 눈이 내린 듯 하얗고 아름답다……. 세븐스와의 전투는 필연적이고 죽음 또한 필히 있을 것이다. 과연 이스마엘이 버틸 수 있을까? 이스마엘은 자신의 가슴팍 위에 손을 올렸다. 무언가를 쥐는 듯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깊이 생각하듯 아무런 말도 없이 우두커니 섰다.
나의 낙원, 이상향, 더는 보금자리가 이상향이자 낙원이 아니다. 이스마엘은 고개를 들었다. 멀리 떠나왔고, 별을 쫓아 메시아를 찾았다. 이스마엘은 이 장소가 이상향을 세울 곳이라고 생각했다.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공중에서 땅으로 착지한 엔이 말했다. 그녀는 땅에 떨어진 검을 주워올려 본래 주인인 아스텔에게 다가갔다.
"엔에게 먹어도 되는 것과 아닌 것을 알려주고 잘 곳을 준 건 에델바이스다."
그녀에게 있어서 결정은 진즉 되어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을테다. 그렇기에 아스텔이 지금 얼마만큼의 힘을 사용했고, 상대가 또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죽이려 드는지는 엔의 판단 밖의 것이었다. 비단 그녀 뿐 아니라, 세븐스에게 있어선 매일이 싸움과 같기 때문에. 그것이 조금 더 격렬해진다 해도 그녀는 꿋꿋히 삼켜나갈 것이다.
"그러니 엔은 에델바이스와 함께하겠다."
-라는 것은, 절대 특수부대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고. 어쨌든 엔은 방금 주웠던 검을 아스텔에게 건넸다.
엔이 내미는 검을 아스텔은 정중하게 받았다. 이어 그 검을 허리춤에 찬 후에 가볍게 몸을 털었다. 한편 멤버들이 받은 상처는 어느 순간 아주 깔끔하게 회복되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어리둥절한 이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확인하지 않으며 로벨리아는 모두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다 고개를 내민 멜피의 머리를 여러 번 쓰다듬은 후, 로벨리아는 손을 내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가. 각자의 이유가 있고 여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는 잘 들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세븐스들은 억압받고 있고 같은 동포인 세븐스인 가디언즈에 의해 죽어가고 있으며 인권을 유린당하면서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그것을 바꿔보고자 하는 비능력자들도 강하게 탄압받거나 죽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고. 이 현실을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나는 지금 이 제 0 특수부대라고 생각한다. 아니. 확실한다. 너희들이 15분이나 버텨낸 것이 바로 그 증거지."
이어 에스텔라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고 아스텔을 바라봤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훈련장 밖으로 향하는 문을 가리키자 아스텔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빠른 걸음으로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뒤이어 에스티아가 모두를 바라보면서 두 손을 모아 미소를 짓고 이야기했다.
"이 훈련장은 자동 수복 장치가 되어있어요. 사실 이것도 우리 에델바이스에 소속된 세븐스의 능력을 토대로 만든 기술인데 적어도 이 안에서 받는 상처나 손상은 모두 자동으로 회복되니까 이 안에서는 어지간하면 다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모두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사용해주세요. 대련을 해도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으니까요. 시간이 되면 자연히 회복되고요. 하지만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생긴 상처는 회복되지 않아요. 그 점은 명심해주세요."
"아무튼 말을 다시 이어서 하도록 하지. 너희들이 본 것은 '보검'.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 세븐스 일곱 명이 사용하는 특수한 검이야. 사용자의 세븐스를 등록하여 그 세븐스를 최대 100배에서 1000배 사이로 강화시키지. 그런 보검을 저쪽에선 일곱 명이나 가지고 있어. 그리고 너희들이 본 아스텔의 보검 역시 진짜 보검이야. ...왜 아스텔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금 여기서 말할 순 없으니 이해해줬으면 해. 허나 아스텔은 믿을 수 있는 이야. 그건 모두들 알아줬으면 해."
아스텔에 대한 사정, 그리고 왜 아스텔에게 보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는 듯이 로벨리아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이어 문이 열렸고 아스텔이 커다란 박스를 품에 안고 천천히 들어왔다. 그리고 그 박스를 로벨리아의 옆에 내려놓았다. 그 박스가 도착한 것을 확인한 에스티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상자 안에 있는 것을 앞으로 사용해주세요. 그건 아스텔이 가지고 있는 보검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해서 만들어낸 '모조 보검'이에요. 물론 어디까지나 모조품이라서 진짜 보검 정도의 출력을 낼 순 없어요. 아무리 강하게 내봐야 진짜 보검의 30% 정도가 고작이에요."
"그래. 너희들이 상대한 딱 그 정도의 힘이다. 이 모조 보검은 어디까지나 모조품. 그렇기에 인자의 상성을 상당히 타고 있어. 그리고 너희들 전원은 이 에델바이스에서 나와 에스티아를 추가해서 모조 보검과 상성이 맞는 세븐스 인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이것이 너희들이 제 0 특수부대에 편성된 이유다."
"...사용법은 크게 차이가 없어. 보검을 들고 능력을 검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으로 정신을 집중하면 보검에 세븐스 인자가 저장이 돼. 그리고 그것을 소환한다는 느낌으로 정신을 집중하면 어디서라도 그 보검을 소환할 수 있어. ...그리고 보검의 힘을 해방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무장을 몸에 두를 수 있고 세븐스의 출력도 그만큼 강해지지. ...나중에 시험해 봐."
에스티아의 말이 끝나자 로벨리아와 아스텔의 말이 이어졌다. 그것은 앞으로 제 0 특수부대원들의 힘이 되어줄 '모조 보검'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것을 사용할지, 말지는 각자의 자유였으나 적어도 위험 요소는 없는 모양이었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진짜 보검의 고작 30% 정도밖에 출력을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허나 적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강력한 힘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었다.
"자. 보검은 나중에 제대로 다뤄보도록 하고... 지금부터 제 0 특수부대의 결성을 선언하마. 많은 위험한 일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절대로 굴하지 말고 죽지 말고 반드시 살아남아라. 우리들은 영웅이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이 세계를 뒤집어엎고 우리가 누려야만 했던 권리와 자유를 반드시 되찾을테니까! 그러니까 죽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죽지 말고 비참해도 살아남고 또 살아남아라. 그것이 제 0 특수부대의 기본 방침이자 정신이다! 알았나!!"
제 0 특수부대. 비록 모조라고는 하지만 보검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에델바이스의 특수 부대. 그들의 길고 힘든 여정이 지금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튼 튜토리얼이기에 그냥 가볍게 전투가 흘러갔다는 느낌이지만 적 중에서는 그냥 가디언즈에 소속된 세븐스가 나올 수도 있고 진짜 보스급인 보검을 사용하는 세븐스가 나올 수도 있고.. 적어도 튜토리얼보다는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전투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보스급들은 아무래도 그래도 대장급들이니까 조금 강하게 설정을 했어요. 당연히 전원 다 (중2병 감성 돋는 문구가 뜨는) 스페셜 스킬을 보유중이고 각자 효과도 꽤 강력하답니다. 그렇기에 스페셜 스킬이 뜨면 최대한 어떻게 해야 풀 수 있을지를 생각해서 푸는 것이 좋아요. 아니면 운빨을 믿고 다이스를..(다이스:ㅎㅎㅎㅎ)
이번에 이름만 나온 스페셜 스킬인 에어로 슬레이어는 만약 캔슬을 못 시켰다면 바람이 거세게 불다가 그 바람이 압축되어서 검에 모이게 되고 아스텔이 빠르게 발도 자세에서 검을 뽑아 휘두르면서 공간 그 자체를 바람이 찢어버리는 묘사가 나왔을 거예요. 맞고 체력이 남는다고 해도 바로 다이스 1~2로 굴려서 1이 나오면 무사하나 2가 나오면 풍압 때문에 행동불가 1턴이 걸릴 예정이었답니다.
진짜 전투라면 이후에 아스텔은 바로 다운된 이에게 다가가서 검으로 베는 추가 콤보를 사용하고요!
어깨를 움직이는 모습은 어색함을 떨치려는 행동과 비슷했다. 머리를 자른다는 행동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이는 행동이었다. 웃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는지 손가락이 다시 꼼질거렸다. 머리도 꽤 무거웠다는 말에 "그렇습니까..?" 하고 어색하게 되물을 뿐이었다. 머리카락이 제법 무거웠구나. 그런데도 잘 살았다. 익숙함이란 이렇게 신기할 노릇이라 생각한 것 같다. 이제 이 기장에 익숙해지고, 머리카락을 자를만큼 기른다면 또 어색하지 않을까? 이스마엘은 시선을 흘끔 옮겼다. 잘린 머리카락이 보일 리가 없는데도 눈을 굴린 건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대신 가위질이 계속될 때, 무릎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집어 노이즈 근처로 들어 올렸다. 잘린 머리카락의 일부가 생경한지 손가락을 비비듯 하며 훑어본다. 머리카락은 머리카락일 뿐인데도 가만히 머리카락을 관찰하듯 했다. 머리카락을 땋고 편한 옷을 입던 예전은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이 이스마엘을 가라앉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스마엘은 결단을 내리기 쉬워진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같은……. 드디어 같은 조직원이 되었군요! 기쁩니다! 지금까지 인사는 했지만 이상한 사람이라고 오해를 많이 받아서 조직원이라 인정해 주는 분은 없었습니다!"
이스마엘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머리카락이 다 잘렸는지 가위 소리가 멈춘다. 빗으로 머리를 빗어줄 때, 이스마엘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저 끝까지 빗이 가야 하는데 목 부근에서 탁 걸려 떨어진다. 머리가 가볍다. 처음 겪는 느낌이 생경하지만 이틀 정도 지나면 금세 익숙해질 것이다. 이스마엘은 대답을 하기 위해 노이즈 너머 입을 벌렸다.
"괜찮습니- 히이악?!"
머리 손질이 끝났기 때문인지 이스마엘은 몸서리를 쳤다. 이젠 머리카락까지 다 잘라버렸으니 바람이 더 잘 느껴졌기 때문인지, 몸을 파드득 떨며 어깨를 움츠렸다. 웃음소리가 얄궂다. 이스마엘은 결국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버렸다. "이, 이 지역은 이런 방법으로 머리카락을 터는 겁니까?" 난생처음 겪는 일에 당황한 나머지 나온 말이었다. 이스마엘이 손을 들어 자신의 목덜미를 슥슥 문질렀다. 손등에 스치는 머리카락의 감각이 익숙하지 않은지 잠깐 손이 멈칫한다. 그리고 뇌파가 다시 연결되기라도 했는지 이모티콘 하나가 뜬다. 👀. 자신의 새로운 스타일이 손으로 느껴져 상당히 놀란 것 같다. 당신이 자매의 곁으로 돌아갈 적, 이스마엘은 이지러지는 오토튠 너머로 제법 수줍게 말을 건넸다.
아무래도 좋은 TMI. 만약 100%의 출력으로 아스텔이 전투에 임했고 제대로 스페셜 스킬을 사용했다고 한다면 아마 그런 검을 때려주세요라고 대놓고 홍보하는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우선 회오리바람을 3개 정도 일으켜서 접근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과 동시에 그 회오리바람 뒤에 숨어서 그 발도 자세를 취했을 거예요. 검을 뽑아서 검격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회오리 바람 역시 갈라지면서 풍압탄을 여기저기로 쏘는 구조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하- 뭐어 다들 말은 그렇게 해도- 이제 동료겠거니 했을거야아. 아닌 사람이 그렇게 돌아다니게 두지 않았을 걸-? 로벨리아 눈나- 라던가아."
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쌍둥이는 그를 신입이자 새로운 조직원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아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래도 직접 들어서 기쁜 건 별개이긴 하다. 쌍둥이도 각자 이제 한 사람 몫은 하는구나 라고 처음 들었을 때, 기뻤으니까.
"냐하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아?"
또다시 방심한 틈을 타 저지른 장난에, 이번엔 돌아보는 노이즈를 보며 레레시아가 얄밉게 종알거렸다. 표정 역시 몹시 얄미운 표정을 짓고서 노이즈 상태의 페이스 재머를 마주하는데 짧은 순간이지만 꼭 그 너머를 뚫어보려는 듯 하다. 그러나 오래 보지 않고 몸을 뒤로 휙 물러 자리를 벗어난다. 손으로 목덜미를 짚어보는 신입 씨를 두고 레레시아는 다시 라라시아와 나란히 섰다. 놀랐다가, 웃었다가 하는 이모티콘을 보고 레레시아는 와, 와아, 신기해하고 라라시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도움이 됐다면 우리도 기쁘지. 앞으로도 손질이 필요하면 얘를 써. 과자 하나 먹이면 군말없이 해주니까." "에- 내 노동력은 과자 하나야아? 적어도 판 초콜릿 하나, 아니, 두 개는 줘어." "나 말고 해달라는 사람한테 말 해. 그리고 이거 들어." "앗. 내 간식-"
쌍둥이는 이제 처음 마주쳤을 때처럼 각자 간식이 든 봉투를 안은 모습이 됐다. 달라진게 있다면 서로 서 있는 위치일까. 서로 몸이 바뀐 듯 미묘한 분위기를 내던 쌍둥이가 아 맞다- 라며 말했다.
"이왕 마주친거- 인사하자? 이름, 어차피 알아야 하구우." "그래. 이렇게 마주칠 일은 거의 없기도 하고."
어쩌면 앞으로 자주 마주칠 지도 모르니. 마주친 김에 통성명이나 하자며 쌍둥이가 먼저 이름을 밝혔다.
"나아는 레레시아 나나리. 레시- 라고 불러어." "나는 라라시아 나나리. 라샤 라고 불러." ""잘 부탁해.""
여태 어긋나던 둘의 목소리가 딱 그 한 문장만 완벽하게 겹쳤다. 의도한걸까? 둘은 모호한 표정을 잠시 띄웠다가, 물었다.
공격을 할 시에는 명확하게 적의 어떤 부위를 어떻게 공격할건지를 서술해야함. (EX: 아스텔의 왼쪽 어깨를 전기로 지지려고 했다 (O) 아스텔에게 전기 기술을 날렸다. (X)
공격은 평범한 상태에선 100% 명중처리. 허나 캡틴이 따로 다이스를 거론했을 때는 100% 명중처리가 아니기에 다이스를 1~2 범위로 돌려서 명중 여부를 결정함
적의 공격이 날아올시의 행동 가능 여부 ->회피를 시도할 때는 회피 다이스를 굴리기. -1이 나와서 회피를 성공했을 땐 바로 적에게 공격 가능 -2가 나와서 회피를 실패했을 땐 데미지를 입고 공격도 불가능 -회피 다이스에서 2가 나왔다고 방어를 하는 것은 불가능. 적의 공격을 회피하려다가 실패했다는 묘사를 넣어서 레스를 써야함
->방어는 다이스가 따로 필요없음. 데미지 1/2화 -단 방어를 할 시에는 그 턴에 공격이 불가능 -다른 이의 공격을 대신 방어해주는 것도 가능. 단 적이 전체 공격을 했을 땐 자신이 받을 1/2와 데미지와 지켜주고자 하는 이가 받을 1/2 데미지를 동시에 받게 됨 -적이 개별적으로 핀포인트로 공격을 했을 때 대신 방어했을 시에는 공격 1회분의 1/2만 받음 -만약 전체 공격일 때 회피에 성공했다면 그 상태에서 적의 공격을 대신 방어해주는 것도 가능. 이때는 지켜주고자 하는 이가 받을 데미지의 1/2만 받게 됨
->자신의 능력으로 적의 능력을 상쇄시키는 것도 가능. 허나 무조건 맞부딪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약점 관계나 상성 관계가 있어야 함. (EX -> 불 공격이 날아오는데 물을 끼얹기 등)
->적이 스페셜 스킬을 발동시키려고 할 땐 반드시 그에 따란 준비 자세가 있음. 이때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게 될 시 적의 스페셜 스킬을 캔슬시키고 적을 1턴간 행동불가로 만들 수 있음. 스페셜 스킬은 그야말로 필살기 그 자체이기 때문에 각각 상당히 강력한 위력과 효과를 지니고 있음. 다 이긴 것 같아도 이 기술 하나 때문에 단번에 역전될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서 대처 필요
Q.보검의 힘도 쓸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럼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거 아닌가요? A.모조. 즉 레플리카라서 진짜 보검의 30% 정도밖에 힘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보검을 사용하는 보스 세븐스들이 훨씬 강해요. 그래도 원턴킬을 당하는 일은 없으니까 적어도 단체로 덤비면 어떻게 대처는 가능하다 정도에요.
김에 말하는건데 임시 스레에서도 말했고 시트 스레에서도 말했지만... 다른 스레의 캡틴들은 그냥 적당히적당히 넘겼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이 스레가 TRPG화 되어서 점차적으로 평소 활동을 아예 하지 않고 그냥 스토리때만 우르르 몰렸다가 스토리 끝나면 우르르 사라지고 조용해지는.. 진짜 말 그대로 스토리만 즐기려고 모이고 그 외에는 동결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에 그런 양상으로 활동하는 이는 제 권한 하에 시트를 내릴 거예요 그 때문에 이 스레가 인원이 없어져서 진행불가가 된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기도 하고요.
일상을 꼭 돌려라. 그런 것보다는 그냥 스토리때만 잠깐 반짝하고 그게 아니면 사라지는 그야말로 TRPG처럼 이용하려는 이는 그냥 이 스레에 두고 싶지 않은 캡틴의 마음이라고 봐주세요. 사실 대충 다들 알 거예요. 어떤 부류인지. 그냥 정말로 스토리 때만 와서 활동하다가 아니면 다시 가고 조용히 있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냥 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이들. 그런 이들은 시트를 내릴 거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주의를 했으면 해요. 바빠서 활동을 잘 못하는 이를 내린다고요? 가 아니라는 것은 다들 잘 알거라고 믿을게요!
존재 자체가 숨겨져있어요. 그에 대한 것은 또 스토리에서 차차 거론할 예정이었지만 에스티아가 만든 재밍 장치가 마을을 보호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일단은 숨겨져있다고 보면 되고요. 그래서 에델바이스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은 따로 밖에서 멤버를 모으려는 이들과 접촉하고 로벨리아가 직접 가서 만나보고 정말로 믿을 수 있고 신원이 확실하다거나 해서 신뢰가 간다면 마을로 불러오는 느낌이에요.
>>350 그에 대해서는 이제 각각의 캐릭터들의 서사에 맡겨야만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사실 어지간히 큰 일이 아닌 이상은 그런 일은 잘 없긴 할 거예요. 물론 가끔 심심해서 사냥 나오는 이들도 있긴 한데 이들에게서 도망쳤다면 그건 정말로 운이 좋은 케이스이고. 그래도 정말로 운 좋게 어떻게 어떻게 살아남았다 정도의 서사까진 괜찮을 것 같네요.
에델바이스는 아직은 가디언즈에게 있어서 흔한 레지스탕스 부대 중 하나일 뿐이에요. 물론 레플리카 보검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경계성이 오르겠지만요.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그냥 단순하게 조금 차별받고 만다 수준이 아니에요. 그냥 길 가는데 비능력자가 돌멩이를 던져서 머리에 피를 흘리게 해도 능력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눈치를 봐야하는 신세랍니다. 현 배경에서 세븐스에게 인권이나 자유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아요. 그런 판국에 가디언즈라는 세븐스 집단은 같은 세븐스면서도 자신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탄압하고 있고 세븐스의 인권이나 자유를 생각해서 활동하려는 비능력자 역시 심할땐 즉결처분받는 그런 사회랍니다.
눈동자만 도르륵 굴러가, 옆에 앉은 당신을 잠시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시선은 캔버스를 향한다. 본인이 보기에는 캔버스 위 고양이의 회색들이나, 당신을 이루는 회색이나 다 같아보인다. 팔레트 위에 짜인 그 붉은 벽돌색도, 고양이의 동그란 눈 색과 같은 짙음을 보인다.
“털색도 틀렸으려나.”
부대원 중 동물화 능력자가 있다더니, 이 사람일 줄은 몰랐다. 지하 기지에서 몇번 지나쳤던 인물과 그의 앞에 있던 고양이가 비슷한 농담의 색채였다는걸 곱씹어보면 개연성 없는 해프닝은 아니다만. 그렇다면 요전에 보았던 레그돌 고양이는 그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밥 먹고 있을때 와서 계속 야옹거리던게 귀찮아서 무례한 행동이라고 한 마디 하고 떠났었는데, 남이 보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미*놈마냥 보였을까.
“고양이로 변해서 뭘 하는 거니?”
그의 물음은 하나같이 짧았다. 그림에 고정된 그의 시선을 보아하면 그저 집중 중이어서 그런것 같다. 짜내었던 벽돌색 물감을 조금 묻혀 고양이의 눈 위에 덧칠한다. 본래 그려넣었던 갈색은 음영으로 퉁치면 되겠지. 붉은색 눈을 그려넣고 나선 멀뚱히 캔버스를 바라본다. 움직임이 없던것도 잠시, 물감통으로 손을 뻗어 커터칼을 집어든다.
아주 잠깐 눈을 돌렸는데 뭔가 사람들이 엄청 왔다는 느낌이네요. 일단 계신 분들 다들 안녕하세요! 그 와중에 재밍이라니..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위에서도 말이 나왔지만 주인공인 건볼트가 엄청 강한 거예요. 다시 말해서 최강의 세븐스 능력자 중 하나니까요. 그 정도는 되니까 보검이 없어도 보검이나 다른 파워업 아이템을 낀 보스들과도 제대로 대결하고 그러는 거랍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전투를 하거나 할 때 특별히 조언을 하거나 하진 않아요. 그러니까 일단 무조건 해보는 거예요! 어차피 팀전이고 더 많이 활약한다고 해서 MVP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랭크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어쨌든 한 사람 당 한 개의 행동을 해도 보스 측에선 최대 18번의 공격을 받는 것인걸요. 그럼 그 중 하나는 유효하겠죠!
>>446 덕질 특..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음을 보여줌.. 3원즈 뭐야 의리를 보여줘~~! 녀석이 본것을 나에게도 보여줘라~(?) 3천뽕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싶었어..(?) 아아 맞다 지금 성불하면 안 되는데.. 나 유루랑 일상 돌리고 싶은 버킷리스트 있단 말이야...
저번의 훈련이라던가, 새로 결성된 팀이라던가. 여러가지 고민거리가 있던 그녀였으나 지금은 그것보다 큰 문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그것은 과연 이 자판기에서 무엇을 마실것인가. 평소 결정장애가 있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문제였죠. 이 자판기 앞에서 서있는지가 벌써 10분째입니다. 입에 물고있는 담배는 어느새 반 이상 타버렸고..
"이것도 괜찮을거 같고, 이건 좀 모험일거 같은데. 아니 역시 이럴땐 이걸.."
자판기 앞에서 요지부동이라 근처 사람들도 저 사람은 뭐하는걸까하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만. 그녀에게 그런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자판기 앞에 있는 당신 옆에서 패드로 가벼운 종소리를 내서 시선을 끌고는 그런 문구를 보여줍니다. 눈 앞에 당신이 보이기에 말을 건 것이겠죠 그러며 패드에 실시간으로 글자가 바뀌며 새로운 문구가 떠오릅니다.
'뭐 드실지 고민하시는건가요?'(필담)
흑발의 그녀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그리 물어봅니다. 당신의 담배 연기는 다행히도 그녀의 위를 지나가겠지요. 아래로 흐르는 연기는 많지 않으니. 그러며 자판기의 메뉴를 한번 쳐다보고, 여러 음료가 있는 것에 가볍게 표정을 찡그리고는 다시 당신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봅니다.
동료라고 인식됐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이스마엘의 노이즈가 위아래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고개를 끄덕이는 듯싶다. 일단 로벨리아, 상관께서 이스마엘을 내쫓거나 구금하지 않았으니 조직원으로 받아들여진 건 기정사실이다. 모든 조직원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장소에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기로 했다.
"자, 장난이었습니까……."
얄미운 종알거림에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복장이 뒤집어졌겠으나 이스마엘은 목덜미를 문지르는 것으로 불만을 가라앉혔다. 장난스러운 사람은 많다고 했고, 매체에서도 그런 종류는 많이 봤으니까. 직접 당해보니 떨떠름하긴 하지만 이건 첫 장난이라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재머 너머를 뚫어보려는 것 같은 눈길이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나마 희미하게 보인 것은 재머의 삼원색 노이즈 사이로 살갗 비슷한 것이 스쳐 보인듯한 착각이 아닐까. 살갗이라기엔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과자..?"
음, 과자 말고 판 초콜릿 두 개. 이스마엘은 정정하는 사항까지 모두 새겨들었다. 농담이라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성정 때문이다. 판 초콜릿 두 개에 과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장난에 익숙해지긴 어렵겠지만,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도와준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자신이 있다. 간식을 안는 모습은 같지만 서로의 위치가 바뀐 모습. 이스마엘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인사라는 말에 손을 모아 쥐었다.
인사. 어떻게 하더라, 이스마엘은 인사와 관련된 단어를 하나씩 떠올린다. 반듯한 자세, 경례, 소속된 부대, 직함, 구호, 맹세……. 전파를 납치해오는 통에 통신이 원활하지 못해 자주 끊기던, 신소재 플라스틱 tv 스크린으로 보던 군대 영화와 드라마의 장면을 떠올렸다. 아니다, 여기는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10대 비능력자 청춘이 나오는 학교 드라마의 인사법? 서로 손뼉을 치고 주먹을 맞댄 뒤 손을 잡고 끌어안듯 당기는 방식?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스마엘은 통성명에 상념에서 벗어나 집중하듯 허리를 곧추세웠다. 모르면 적당히 따라하면 될 것이다.
레레시아 나나리, 라라시아 나나리. 자신의 머리를 잘라준 느긋하고 장난스러운 사람은 레시고, 조금 무뚝뚝한 분위기지만 친절한 사람은 라샤다. 이스마엘은 잘 기억하듯 "레시.. 라샤.."하고 되뇌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했다! 그리고 인사하는 법도 따라 할 수 있다. 좋은 배움이다.
"제 이름은 이스마엘입니다! 아쉽게도 애칭은 없습니다. 꿈을 찾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토튠에 심하게 이지러진 소리임에도 쾌활한 어조였다. 꿈이라고 해봤자 이곳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세븐스의 인권 신장을 위하는 것일 텐데도, 아직 때묻지 않은 듯 희망차기까지 했다.
눈치없는 웃는 당신에 대해 아리아의 표정은 한층 더 냉정해질뿐. 그러며 이내 안긴 것은 포기합니다. 그녀는 근력이 뛰어난 편이 아닙니다. 대장의 훈련을 포함해도 그녀에게 체력이 붙을지 언정 근력은 붙지 않습니다. 그녀의 소원은 어디까지나 자유와 노래이므로.
'그럼 적에게도 이러다가는 총맞습니다?'(필담)
필담을 남기고는 캡틴 쥬스를 따고 한모금 마십니다. 석류 특유의 맛이 목을 감돌고는 이내 위를 향해 식도를 거쳐 내려갑니다. 좋아하는 음료수냐고 하면 아니오-지만 목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기에 마셔보는 것이지요. 한모금 마신 음료수 뚜껑을 다시 닫습니다. 먼지가 들어가서 효능이 변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귀찮아집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세븐스는 아주 사소한 일을 하는 데에도 사사건건 통제를 받는데, 그렇다면 세븐스가 범죄를 저지른다면 바로 즉결처형!해버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상인가요..>?? 수용소도 있다고 하니 수용소 외 별개로 감옥도 따로 있는지 궁금하고... 잘못을 저지르면 어떤 기준으로 처리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546 네. 즉결처행해버려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문제삼지 않아요. 그래서 가디언즈에게 즉격처분당하는 세븐스도 많고요. 물론 감옥도 있고 그에 따라서는 이제 상황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하긴 힘들지만 일단 인간적인 대우를 받긴 글렀고 죽음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봐도 되겠네요. 범죄를 저지르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말이에요. 그래도 막 완전 작은 잘못으로 죽이거나 하진 않지만요.
그리고 다녀왔어요! 아무튼 세븐스의 인권이나 자유는 여러분들의 상상 이상으로 낮아요. 그 점을 참고하시면 된답니다. 괜히 레지스탕스 부대가 나오고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그런 레지스탕스 부대들이 있어도 보검을 가지고 있는 세븐스 일곱 명을 뚫지 못해서 성과가 전혀 없다시피 하지만요.
일단 제 0 특수부대가 창설된 것은 좋았고 모조품이긴 하나 보검을 보급한 것도 좋았다. 허나 그래봐야 원본의 30% 정도밖에 출력을 내지 못하는 만큼 이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적성이 있기에 멤버로 구성했고 전원에게 다 보검을 사용하긴 했으나 지휘관은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제 2의 수, 제 3의 수를 고려해야만 했으니까. 일단 당장 임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잠시 누군가를 떠올리다가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적어도 그때의... 아니. 생각해봐야 의미가 없지.'
이내 로벨리아는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는지 아지트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발길 닿는 곳으로 산책을 하다 저 편에서 공연을 하는 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 0 특수부대의 소속인 츄이 아담스. 당연히 안면이야 있고 같은 레지스탕스 소속이니 얼굴이야 몇 번 마주쳤지만 적어도 로벨리아에게 있어서 그의 인상은 딱 그 정도였다. 적어도 함께 작전을 나간 적도 없으며 자신이 직접적으로 지휘를 한 적도 없었으니까.
"능력을 응용해서 단련하고 싶다면 그것보다는 훈련장에 가서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게 네 타입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적어도 제 눈에는 그냥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쇼 ㅡ물론 그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ㅡ 정도로 보였으나 그에게 있어서 그렇다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에 대해서 일일히 간섭하고 행동방침을 정해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미션 중이 아니라 평화롭게 생활을 하는 중이었으니까.
그것보다 이렇게 만났으니 한번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츄이를 바라보면서 덤덤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어제의 훈련은 힘들지 않았어? 생각보다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이 많았다고는 해도 15분이나 버틴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말이야."
어느 정도 봐주고, 죽이는 일이 없도록 미리 언질을 주고 출력까지 낮춰서 직접 맞서게 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그 힘 차이는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 환경 속에서 15분이나 버틴 것은 충분히 칭찬할 일이었다. 이어 그녀는 살며시 몸을 옆으로 꺾은 후에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후에 그것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라이터를 꺼내고 불을 붙였다.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어제의 일로 과대하게 자신감이 붙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내가 강제할 순 없겠지. 아무래도."
로벨리아는 츄이의 말에 영 석연찮은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 대신 아무런 말 없이 로벨리아는 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나 결국 입을 열지 않고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으면서 혼자서 뭔가를 납득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무엇을 생각했는지 로벨리아에게 물어도 가르쳐주지는 않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네."
전투 요령이 그다지 없다. 더 열심히 한다. 허나 그것이 마냥 좋은 의미는 아니라고 로벨리아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일은 그를 포함해서 대원들의 능력이 더 증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환경을 만드는 것 뿐이엇다. 역량이 있는 대원들은 오래 살아남을 것이고 역량이 부족한 이는 금방 죽기 마련이었다. 그것이 바로 레지스탕스의 세계이고 저항하는 이들의 삶이었다. 꿈, 열정, 용기, 의지. 단순히 이것만으로 살아남고 모든 것이 좋게 해결되는 일은 소설이나 만화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로벨리아는 '가디언즈 V'인지 뭔지 하는 만화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우려깊은 것은 사실 그런 것이 아니라... 그래. 모두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어떤 역경도 물리칠 수 있다..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야. 정말로 희망찬 말이지만 때로는 정말로 잔인한 미끼이자 독이기도 하지."
그 또한 소설이나 만화에서 나올법한 말이었다. 물론 모두가 힘을 합치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순 없었다. 그런 판단 하나 때문에 전멸하지 않을까. 목숨을 잃는 이가 생기지 않을까. 오로지 그게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 감정을 그다지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며 로벨리아는 담배 연기를 약하게 내뱉었다.
"절망은 그 무엇보다 독이지. 허나 희망에 눈이 머는 것은 그보다 더 심각한 맹독이야. 그리고 난 그것을 모를 정도의 바보도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 ...특히 모의 보검이라는 것이 주어진 지금에는 더더욱."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힘. 어쩌면 가디언즈와 제대로 맞붙어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힘이 주어진 지금 이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런 이가 생길 수도 있었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나 자신은 지휘관이었고 그럴 가능성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만 했다. 물론 그렇다고 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쓴소리를 할지도 모르나 지금은 이 정도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제 얼굴에 있는 흉터를 손으로 매만지다 아래로 내렸다.
"그래도 하나 충고를 하자면... 모두가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안돼. 모든 것은 직접 보고 판단하도록 해. 당연히 저 애도 그럴 거야. 이 애도 그럴 거야. 그렇게 보면 안돼."
그런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로벨리아는 그 정도로 말을 마치기로 했다. 그러다 떡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눈을 감고 조심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네 능력으로 만든 떡을 먹고 싶진 않아. 필요하면 마을에 있는 가게에서 구입하면 돼. 네 능력을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동료를 먹는 기분이기도 하고, 굳이 그렇게 먹어야 할 정도로 배가 고프지도 않아. ...뭐, 먹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먹게 하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만. 아무튼 필요한 것이 없다면 그렇게 알도록 하겠어."
그의 제안을 가볍게 거절하면서 그녀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적어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 떡이 그다지 선호되는 느낌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튼 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일단 그의 성향은 어느 정도 알겠다고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낮은 목소리를 냈다.
"적당한 선에서 기대하도록 할게. ...그리고 아저씨라. 아직 그 정도로 늙은 것은 아닌 것 같다만. 인생은 30대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있지."
별 말을 하진 않으나 자신을 보면 그 말도 맞긴 하다는 그 말에 로벨리아는 눈을 아주 살짝 반짝였다. 꽤나 흥미로운 것을 들어버린 것 같았으나 그래도 그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으며 소리를 내어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다 잠시 입에서 떼어낸 담배를 다시 입에 문 후에 연기를 하늘 위로 후우 내뱉었다. 그러다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내리고 츄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금은 추궁하지 않도록 할께. 물론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튼 인생은 30살부터야."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로벨리아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는 꽤 재밌는 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디로 길을 향할지도 잘 알 수 없는 이였다. 다른 이들을 믿는 것은 좋은 것이었다. 허나, 그것도 너무 도가 넘지 않는 선에서. 그 정도라면 그도 적당히 구분하리라 믿으면서, 그와 동시에 딱히 자신의 가치관을 더 크게 내세우진 않으려고 하면서 로벨리아는 다시 담배 연기를 위로 내뱉었다.
"그러면 다른 이들도 조금 만나보러 가봐야겠어. ...무리하지 말고 쉴 때는 적당히 쉬어. 언제 미션이 주어질지 모르니까. 당분간은 정보를 모아야 하니... 뭐가 있진 않겠지만. 일단 아스텔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봐야겠지."
마치 아스텔에게 뭔가 따로 지령을 내리기라도 한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로벨리아는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다시 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만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바람을 쐬는 것 정도라면 괜찮겠거니 생각하며.
쌍둥이의 조잘거림은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말들에 불과하니 그대로 흘려버려도 상관없다. 한두마디 하는 것도 아닌데 일일이 신경썼다간 정신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딱히 들으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었으니 그러려니 해도 괜찮았겠지만. 훗날 들은 대로 해준다면 나름대로의 반응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뭐, 어디까지나 나중의 일이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나중의 일.
각자 이름을 대며 잘 부탁한다 말한 쌍둥이는 비슷하게 돌아온 대답에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가린 노이즈만큼이나 이지러진 목소리와 달리 시종일관 유쾌한 말투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진짜가 아닌 쪽은 어딜까 하는 생각도.
제대로 된 말을 해주는 라라시아와 달리 레레시아의 중얼거림을 보면 아무래도 없는 애칭 혹은 별칭을 만들어 부를 셈 같다. 그러는 이유가 단지 이름이 길어서라니, 당사자에겐 꽤나 어이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또냐, 라는 말 대신 비슷한 표정으로 레레시아를 본 라라시아가 이스마엘에게 말했다.
"저 별칭, 제대로 싫다고 안 하면 얘가 멋대로 부르고 다니니까. 알아두라고." "니히히. 맞아- 싫으면 싫다고 해애."
능글능글한 레레시아를 보면 싫다는 말을 순순히 들어줄까 싶긴 하다만.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통성명을 그렇게 마무리한 그 쯤, 쌍둥이 중 누군가의 단말기가 울렸다. 서로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라라시아가 먼저 단말기를 꺼냈다. 메세지로 온 연락을 보고, 겸사겸사 시간도 확인한다. 옆에서 같이 본 레레시아가 간식 시간 다 갔어- 라며 이스마엘을 보았다.
"우리 이제- 얼른 가서어 훈련 받아야 해애. 늦으면 혼나- 그러니까 여기 청소는 미엘이 하기이."
청소라며 레레시아가 손으로 가리킨 곳엔 잘 묶어둔 이스마엘의 머리다발과 가위가 있다. 그걸 치우는 건 이스마엘의 몫이라며 말하고, 쌍둥이는 맞춘 듯이 같이 움직였다.
"그럼 먼저 실례할게." "안녀엉. 다음에 봐아."
제각각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다시 말을 걸거나, 잡지 않으면 쌍둥이는 그대로 먼저 공터를 벗어날 것이다. 길이는 달라도 둘 모두 긴 머리를 살랑거리면서 종종걸음으로 멀어졌겠지.
아무튼 로벨리아도 한 번 돌렸고 에스티아도 한 번 돌렸으니 다음엔 아스텔 쪽도 한 번 돌려보는 쪽으로...라고 생각을 하나 일상을 돌리는 분이 만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에 혹시나 저와 일상을 돌리는 분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콕콕 마음대로 골라도 된답니다!
여담이나 로벨리아는 NPC라서 아무리 돌려도 특별히 관계가 더 발전하거나 그런 것은 없으니 참고해주세요.
무뚝뚝히 그 말을 하는 그는 꽤나 덤덤해 보인다. 차게 식은 표정을 제외하곤 말이다. 분위기가 곧바로 떨떠름해지면 그걸 눈치채곤 바로 주제를 바꾸려 들것이다.
"그렇구나."
단답은 여전히 낮아진 목소리다. 성격이 무뚝뚝한 걸까. 당신이 가르킨 물감을 집고선 라벨을 읽는다. 크림색이라, 당신의 생김새에 얼추 색이 들이맞는 기분이다. 회색빛의 당신 위에 자신 나름대로 상상을 펼쳐, 크림색 머리칼과 붉은 눈을 덧씌워 본다. 이것 또한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고양이의 털색을 크림색으로 덧칠해 보자, 따듯한 색감의 크림냥이 캔버스 위에 새겨진다.
"그래? 그럼 굳이 수정은 할 필요가 없겠네."
방금 색이 더 마음에 들었다는 당신의 말에 그렇게 답한 그는 어째선지 한층 밝아진 어조다. 아무렴, 현실보단 본인이 원하는 이상을 그리는게 그림의 본질이니. 처음 말을 걸었을때와 같은 텐션으로 응수하곤, 채 마르지 않은 벽돌색 물감을 손톱으로 긁어 떼내듯 지워버린다. 다시 나타난 고양이의 갈색 눈에는 덧칠되었던 부분만 옅은 붉은색을 띄어, 조금 더 어두워진 갈색 빛을 띄고 있다.
"마을을 둘러볼거면 더 큰 동물로 변신하는게 더 편하지 않니?"
아무래도 고양이는 작고, 그만큼 눈높이도 낮으니까. 하기사, 더 큰 동물로 변하면 그것도 이상하긴 하겠다.
"그린우드라."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당신을 흘겨본다. 본인의 눈에 비치는 당신의 아주 옅은 회색 머리칼과 눈보단 옅은 얼굴색, 그리고 비교적 흑빛에 가까운 눈동자. 총집합해 보았을때 싱그러운 초록이나 건강한 갈색은 하나도 비쳐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고양이와 나무를 번갈아 가르키던걸 멀뚱히 바라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 짙은 다크서클이 조금 더 옅어질것이다.
"시적인 성씨네."
아이러니 하다는것을 돌려 말해본다. 당신은 푸르름은 한 톨도 찾아볼수 없는, 오히려 따듯한 색 계열로 이루어진 인물이니. 손에 집힌 커터칼을 휘이 돌리더니, 시선을 의식했는지 원을 돈 커터칼을 고쳐잡는다. 아무래도 위협적일수도 있는 행동이니.
"모델료 대신이라 하기 뭐하지만, 이 그림 가질래?"
본인은 그림에 마음이 안 드는지 폐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아무래도 모델 앞에서 캔버스를 찢어버리면 좀 불쾌하겠다 싶어 묻는다.
우선 문의하신 요건이라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에델바이스의 방침에는 확실히 그런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악의적인 목적으로 행하거나 에델바이스의 힘을 이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이들을 막기 위함인거지. 문의한 요건 정도라면... 사회가 사회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 자유로운 동물들이 왜 이런 숨겨진 마을까지 떠도는진 이해 못하겠다만. 인구 수야 수도나 다른 도시들보다 현저히 적겠다만...아, 그래서일까. 그도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본인은 이곳 말곤 환영받는 곳이 없으니, 굳이 이런곳을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조금 웃기다. 제 발로 이런 고립된 곳에 오다니. 이곳도 뭐, 있을건 다 있지만. 불만과 이상한 자격지심의 끝은 두루뭉술했다. 결론도 없는 의식의 흐름이 끊기고선 당신이 가르키는 고양이를 흘겨본다.
"푸르름은 대범하지. 그런데 그러면 어른스러운 이미지가 되어버려서 어리광을 못 부릴텐데, 그래도 괜찮아?"
눈으로 보이는건 생각보다 많은 임팩트가 있다, 외관도 물론이고. 색채도 눈으로 인식하는 것이니, 그만큼 사람의 뇌에 많은 의견을 남기지. 색도 보는 사람에 따라 받아드리는 의미가 다르니 본인 말이야 뭐, 듣고 흘려도 그만이다.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는 당신을 보곤 배경의 음영을 마무리짓는다. 붓을 캔버스에서 떼면 보이는 그림은 소나무 숲을 빠져나온건지, 들어가려는 건지, 발걸음을 애매하게 한 크림색 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의 갈색 눈엔 숲이 반사되어 보인다. 물감이 묻어있던 붓을 물통에 휘젓고선 물을 털며, 당신에게 캔버스를 건네준다.
"이런, 실례네."
반짝이던 눈, 곧이어 갸우뚱거린 당신을 멀뚱히 바라보다 자신이 통성명을 하지 않았단것을 깨달았다. 짤막한 사과를 하곤 입을 연다.
"내 성은 '유루'야. 이름은 정해진게 없어. 푸른색을 뜻하는 단어면 뭐든 내 이름이야. 편하게 불러."
그는 그렇게 말하고선 물기 젖은 붓을 자신의 옷에 슥 닦는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크림색이 옷에 조금 묻어나지만, 개의치 않아하고 있다.
>>673 어서 오세요! 엔주! 확인했어요! 저렇게 해도 괜찮긴 한데 다만 저렇게 되면 로벨리아는 물론이고 아스텔과 에스티나까지 모두 그 사안에 대해서 알게 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특히 에스티나는 대략적으로만 알아도 아스텔은 거의 100% 확실하게 알고 있을 것 같네요.
>>676 능력을 쓰는 것 자체는 다이스를 굴릴 필요는 없어요. 물론 본인이 굳이 리미트를 정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아요. 사실 정확히는 공격을 하거나 능력을 쓸 때 다이스를 굴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제가 굴려야한다고 미리 이야기를 하니 그걸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바라본다. 작은 키와 외모 때문에 어린애 취급 받는 일은 많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사양이었다. 조금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그림을 마무리하려는 붓질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리고는 완성된 그림을 건네주는 것을 양 손으로 받아들었다.
"푸른색을 뜻하는 단어...... 블루, 스카이, 오션, 바이올렛, 레이크, 리버......"
마리는 생각나는 파랑과 관련된 단어를 나열하다가 유루를 바라본다.
"어떤 게 좋아요? 어떤 식으로 자주 불려요?"
고개를 반대쪽으로 기울이며 묻는다. 이름이라는 게 본인이 듣고 싶은 단어로 불리는 게 가장 좋지 않은가.
원래 뭐든 땡길때 먹어야 맛있다고 하지 않던가. 음료수도 그러하다. 그러기에 그는 지금 약간 곤란한 상황이다.
사건의 전말을 조금 서술하자면 때는 약 3분 전. 음료수를 마시려 남성은 자판기로 발걸음을 향했다. 정확히는 일곱별 사이다를 사러 간 것이지만. 도착하자 음료수들이 나열된걸 보고선 본래의 취지는 잊는다. 코카콜라와 펩시 중 어느걸 더 좋아하냐 물으면 그의 대답은 그때그때 갈릴 것이다. 어떤때는 펩시의 상쾌함이, 다른때는 코카콜라의 달큰함이 끌리는 법이니.
‘저딴건 누가 마실까.’
캡틴주스라는 요상한 음료 캔을 보고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낸다. 괴랄하다 생각하면서도, 다음에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이런저런 의식의 흐름. 그걸 끝으로 동전을 투입구에 넣고, 펩시를 뽑으려 버튼을 누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오는 펩시. 캔을 열고 한 모금 마시는데 드는 지적 사고는 별로 없었다. 그러기에 그 달큰한 뒷맛에 정신이 뒤늦게 든다. 분명 맛은 코카콜라인데, 캔을 확인해 보아도 펩시 로고가 그려져 있다. 별 생각 없는듯한 무표정이지만, 드는 기분은 확실히 조금 나쁜 그. 도대체가 이런 실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애초에 제조 업체가 다르지 않던가? 부대원의 장난일수도 있겠다만..
“시간 참 많네.”
누군가의 장난이란 결론에 수긍한듯, 혼잣말 하듯 중얼거린다. 그리고 다다른 상황이 바로 지금, 원치 않는 음료를 버리려는 남성이다. 원래는 마시지도 않을 음료니 버리려 했다만,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고갤 돌려 말을 걸어본다.
음료수를 마시려면 음료수를 사야 한다. 보통은 가게에 들러서 차가운 냉장고에 놓인 음료수를 집어들겠지. 그렇지만 그 정도의 시간도 아깝거나, 그 정도의 거리보다 적게 걸어서 음료수를 마시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게 자판기겠지. 그런 생각을 저만치에서 자판기가 보일 때부터 하면서 걷자니 금새 자판기는 가까워졌다. 중요한 건 뭘 마실지는 생각해두지 않았다는 것, 자판기에 있는 음료수를 보고 결정한다니 이런건 즉흥적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 자판기를 이용하는 건 처음이니 충분히 참작이 가능한 게 아닐까. 결국 처음에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법이다. 그게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는 일이라는 게 좀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어디 보자..."
막상 자판기 앞에 서니 뭔가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워낙 음료수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라서 그랬을까. 그렇지만 달콤한 게 입 안에 들어가면 조금 편안해지기도 하고, 아니면 청량감을 줄 수 있는 탄산음료도 괜찮겠다며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던 그는 동전을 자판기에 집어넣었다.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 탄산음료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콜라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결국 누른 쪽은 달콤한 맛보다는 약간의 산도가 느껴지는 콜라.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
버튼에 불은 들어와 있다만 음료가 나오질 않는다. 설마 고장났나? 아니면 품절?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하고 자판기를 보는 시선이 떨린다. 얼마나 됐다고 기물을 고장낸 게 된 건 아닐까. 기물파손은 중대사항이다, 파손? 당장 보고해야 하나? 그게 맞겠지, 너무 늦게 보고하거나 도망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럼 어디로 간담? 아니 그 전에 고장났다고 써붙여야 하나?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난장판을 벌이는 통해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린다.
"아, 저...말씀이십니까?"
그런 혼란감을 깨는 것은 근처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살짝 놀라 움찔하면서 고갤 돌려 바라본 쪽에 선 남성(키가 상당히 컸다.)을 올려다보면서 그는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다 보고 있었나? 얼굴도 익숙찮은 사람이 갑자기 와서 자판기를 고장낸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걱정이 앞서면서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지만, 이어서 들려온 말은 그런 걱정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아, 그, 감사합니다."
한 입 마셨다는 건 농담인가? 아니면 진짜?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건네주는 건 호의인가? 그러다가 그가 쓰레기통 앞에 서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왜? 음료수를 버릴 생각이었나? 그럼 버리는 것 대신 호의도 베풀 겸 건네준 건가? 그런 생각에 그는 받을지 말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기까지의 찰나의 시간 동안 그는 그런 고민을 끝내고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 뭔가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남이 마시던 것을 너무 거리낌없이 받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앗, 저기...! 제가 누군가 마시던 걸 좋아한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굳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더 부끄럽고,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건지 그는 슬슬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기려는 듯 고갤 푹 숙였다.
코너를 건널 때는 조심해야하는 법이다. 마트에서 자신이 먹을 것들을 챙기던 와중 뭔가와 충돌했다. 다행히도 넘어지지는 않았고 잠깐 휘청이는 정도였지만, 그녀는 뭐지하고 쳐다본다. 그 곳에 보이는 것은 말라보이면서도 고양이처럼 귀엽고 이쁘다라고 할 수 있는 미인. 잠깐동안의 침묵이 지나고 깜짝 놀란 눈의 굳은 상대를 본다. 어린 애인가하고 가벼운 추측을 하며 패드를 꺼내 슥슥 뭔가를 적어내려갈뿐. 그 잠깐의 텀 사이에 상대 표정이 바뀌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다 쓴 글을 상대에게 보여준다.
'괜찮아요?'(필담)
자신의 바구니를 본다. 배열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강박증이 있는 것은 아니니 상관없다. 자신의 몸을 본다. 휘청만 거렸을뿐 넘어지지는 않았으니 상처는 없다. 상대가 박은거고 상대가 넘어진 것도 아니니 크게 다치진 않았을테지만..
비꼬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모를 말 끝에 애 취급 받는 게 싫으면 애같이 행동하지 말라는 말에 순간 모욕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도대체 내가 무슨 행동을 했다고 애같이 행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는지 생각했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집히는 것은 없었다.
그의 표정을 보면 장난기 어린 말인 것 같은데 그에 발끈하는 것도 그가 말하는 애같이 행동하는 것 같아서 입을 떼려다가 꾹 다문다.
어린 나이에 레지스탕스에 구해져 세븐스 사이에서 지냈으나 그 중에 또래는 없었기에, 부모가 없다는 것에 동정을 받아 예쁨받기만 했기에 그런 점이 남아 있었던 걸까. 그곳에서 나와 에델바이스로 온 것은 마리에게는 독립이라는 것에 가까웠기에 아마 그 말에 찔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삐진 듯한 그 행동 또한 어린애스러운 건줄 모르고 마리는 캔버스를 다시 유루에게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림은 안 받을게요. 같은 부대원인데 다음에는 동등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네요, 유루 씨. 초면에 반말하지 말고."
최대한 자신이 아는 멋진 언니를 흉내내어 말하지만 유루에게는 어설프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마리는 그런 유루를 남기고 인사 없이 빠른 걸음으로 사라질 것이었다. 저 끝에 가서는 다시금 고양이로 변해 담장을 넘어갔다.
/애 취급 받기 싫으면 애같이 행동하지 마라는 말에 꽂혀서 급발진하는 마리......(이마팍) 막레 느낌으로 썼왔어~ 한 번 더 이어도 괜찮고~ 일상 즐거웠다구~~~
>>743 활달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뭔가 풋풋함도 엿보이는거 같고요! >>745 역시 대장님은 바쁘군요... 유능한 상사가 흔치 않은데! 아스텔은 낚시의 운치를 아는 사나이였습니다..!! 에스티나는 그...어째서 로벨리아가 귀여워하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747 앗 그것도 목 건강을 위해서일까요? 바른 생활...인가? 아무튼 좋은 꿈 꿨으면 좋겠네요, 아리아는! >>751 하늘을 보는건 낭만적이죠~ 쥐...를 잡아먹는 건 어...깨끗하게 가공하면 식용 가능한 단백질이니까요 네!
캔을 약하게 짤랑거리다 당신의 위축된듯한 답변에 주위를 휙 둘러본다. 띠꺼우려는 의도는 아니고, 그저 당신이 (꽤 높은 확률로) 생판 남이 먹던걸 먹기 싫어 거부한다면 다음 타깃을 찾으려는 행동이다. 당신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는것과 잠시간의 침묵을 보곤 부정의 뜻인걸로 알아듣고선, 자리를 피해주려 발을 뗀다. 그리고선 들리는 감사인사에 눈동자만 굴려 당신을 응시한다. 당신이 예상치 못한 답을 한듯 눈썹이 늘어지듯 조금 내려온다. 여러모로 의아한듯한 표정.
“... 아니, 마셔준다니 내가 고맙지. 오늘은 펩시가 마시고 싶어서 말이야.”
불쾌해 하는줄 알고 사과하고 자릴 뜨려 했다만, 당신이 긍정을 표하자 콜라를 당신 쪽으로 건네려다 멈칫한다. 혹시라도 당신이 자신의 덩치에 겁을 먹어 마지못해 먹던걸 받아주는건 아닐까, 생각하던것도 잠시. 좋은게 좋은 것이고, 필요 없는걸 당신이 받더라도 자신은 새걸 뽑아마실수 있으니 괜찮다고 어영부영 넘겨버린다. 잠깐의 뚝딱거림을 뒤로 하곤 당신이 공손히 내민 손 위에 음료수를 댄다. 곧이어 당신의 뒷말에 콜라를 도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했지만.
“아, 이해하네. 아무래도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먹던걸 마시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당신의 말을 뒤늦은 반론으로 이해한듯, 캔을 도로 치운다. 괜히 자신을 나쁜 사람 취급받는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던 것도 잠시. 당신이 고개를 팍 숙이자 겁을 먹은것 같다고 짐작해본다. 하긴, 용기를 내는 것도 당신의 나이(?)엔 힘들겠다고 생각을 고쳐먹는다. 오히려 미안하려면 자신이 미안해야겠다만, 괜히 쓰레기통까지 두번 발걸음 하게 된것에 대한 귀찮음이 조금 컷다.
“괜히 겁준것 같아 미안하네. 앞으로 좋든 싫든 계속 볼 사인데, 첫인상을 이따위로 줘서 나도 마음이 아프군.”
말과는 달리 어째 일관적인 무표정이다. 미안한건 사실이지만. 자리를 떠나주는것이 상식적인 행동이겠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펩시 하나 더 뽑고 가자는 마음이 더 컸다. 마침 당신 앞에 자판기도 하나 있고, 걸음 아껴서 좋다는 생각을 하는 그.
“콜라는 내가 버릴테니까 너도 먹고 싶던거 뽑아.”
그러고선 당신이 음료를 뽑은 후 이 자판기에서 펩시 하나 뽑아가려는지, 가만 서 있는다. 다시 아까의 자판기를 썼다가 콜라가 또 나오면 더 짜증날테니. 근데 겁먹은 애 (유루피셜) 뒤에 이러고 버티고 서있는게 아마 더 무서울거라는건 신경 안 쓰는 모양이다…
서로의 장바구니가 부딪히고, 내용물이 한차례 흐트러지는 정도의 부딪힘 사고였지만, 그 작은 충돌이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던 레레시아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혼자 다닐 때는 늘 이런 식이었다. 왜냐하면 평소 아무 생각이 없는 레레시아였으니까.
"에... 에? 아?"
눈 깜빡이는 것도 잊고 있던 레레시아의 시야에 글씨가 쓰인 패드가 들어왔다. 괜찮아요? 이 쪽은 다치거나 손상된 것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목소리가 아닌 글자로 말을 거는 상대의 행동에 레레시아가 겨우 눈을 깜빡이고 정신을 차렸다. 패드에 쓰인 글을 한 번, 상대의 얼굴을 한 번, 그렇게 번갈아보고. 뒤늦게 사과의 말을 꺼냈다.
"미안, 아니, 죄송합니다아. 딴거 보느라 못 봤어요-"
허리를 푹 숙이며 죄송해요- 라고 다시 말하고서야 일어난다. 깜빡- 깜빡- 샛노란 눈이 상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대뜸 말한다.
"그치만 회의실에선 봤어- 훈련장에서도- 맞나아?"
밖에서 공공연히 나 에델바이스요- 하고 다니면 안 되니까. 팀 소집 때 본 사람이 맞나 은근히 돌려묻는 말이었다. 맹한 얼굴이 옆으로 갸우뚱 기울며 대답을 기다린다.
무덤덤하게 상대의 사과를 받아들인다. 용서란 것은 아무리해도 손해가 없는 행동이니까 말이지. 이내 샛노란 눈이 자신을 바라보며 하는 질문에는 아, 그 쪽인가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레도 동료인 모양이다. 주변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잘 몰라보긴 했지만서도
'네, 맞네요. 쇼핑 중이셨나봐요?'(필담)
그리 말하며 당신에게 살짝 거리를 가까이간다. 굳이 이 대화를 다른 이들에게 노출시킬 필요는 없을테니까. 비록 '안전한 장소'라도 해도 사람의 마음이 불변하는 것은 아닌 법인 것처럼. 맹한 얼굴을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어주는 것이다. 그 것이 사회성의 기초 중 하나니까.
상대방의 질문(질문이 아니다)에 반사적으로 아니라는 걸 말하다가, 아, 이건 질문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고 정신을 차린다. 뭔가 기분이 좋은...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상대의 모습에 그는 조금 불안해졌다. 저 의아해하는 표정이라니!
"아닙니다, 그... 음료수를 권해 주셨으니까요."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하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다가, 손 위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소름이 돋았다. 중요한 건 그 다음, 어쨌든 음료수를 받게 된 것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그 뒤에 자신이 덧붙인 말이 아무래도 상황을 악화시킬 것 같은 분위기가 흐르자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를 것만 같았다.
"그게 아닙니다! 제 말은 오해를 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서... 죄송합니다. 그..."
대체 몇 번이나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 건지 잠깐 들었던 고개를 도로 숙인다. 이걸 어쩐담, 괜히 기분을 상하게 만든 것 같은데. 누가 들어도 기분이 나쁠 만한 말이었다고 자신의 말을 후회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런 고민을 하는 동안 상대에게서 미안하다는 말이 들려오자 이건 큰일이다, 라는 생각이 바로 머리를 강타했다. 금방이라도 패닉에 빠질 듯한 상태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는, 손 위에서 캔이 자리를 뜨자 살짝 고개를 들었다. 이런 멍청이...같으니라고. 속으로 스스로를 갈구면서.
"아닙...니다. 겁을 먹은 건 아니지만 그게,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또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아니라는 말에 중간에 말을 끊을 뻔했지만 그랬다간 더 이상할 거라는 생각에 힘겹게 말을 끝맺는다. 결국 콜라는 버리는 걸로 결정된 것 같은데, 그는 뭔가 얼른 음료수를 뽑아야 할 것만 같은 상황에 처하자 차마 상대를 보지 못하고 자판기의 버튼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까 눌렀을 땐 나오지 않았는데, 고장이 난 것 같아서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이야기해야 하나? 그는 상대의 손에 쥐여진 캔을 살폈다. 그러고 보면 저 캔에 담긴 콜라가 자신이 마시려던 콜라였으니, 어떻게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시던 거라도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마시려던 음료...라서."
조금 용기를 내서 상대를 올려다보며 말을 맺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겠지, 세상에나 벌써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게 되다니 큰일이야.
NMPC는 딱히 깊은 선관을 짜진 않을 예정이지만 그래도 로벨리아는 여러분들의 캐릭터가 입단할 때 최소 한 번은 만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면했을테니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을테고..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같은 팀이어도 제 0 특수부대가 편성되기 전까진 그다지 만날 기회가 없었던 이니 그냥 대충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 정도로 처리해도 무방해요.
>>825 아싸~~~ 흠믐므 하고싶던건 같이 장기/단기임무 나갔던 동료사인데... 난 다른것도 다 좋아 가령 둘이 최근 시비붙어서 감정적으로 격해져서 찐싸움(ft. 매우 심한 욕설) 한것도 오케이(???) ~ 난 다 좋은데 승우주는? 하고싶은거 있어? 편하게 말해줘! 임시스레는 지금 답레 쓰는중이라 멜피주랑 관계 다 짤때쯤 되면 올게~~~
사과가 늦었지만 상대는 화내지 않고 받아주었다. 다행이다. 레레시아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사과였으니 받아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지 않은데다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지는 상황은 분명 좋은 상황이었다.
"맞구나- 헤에. 응. 맞아- 쇼핑 겸 심부름 중이지이."
검은 장갑 낀 손이 든 레레시아의 장바구니엔 같은 물건이 두개씩 들어있었다. 몇몇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두개였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대답한 레레시아는 상대가 거리를 좁히자 왜...? 하는 눈으로 보았다. 그래도 피하지 않은 채 패드에 쓰인 문장을 읽고 말했다.
"걔들은 뭐- 항상 그러는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않아-?"
뭘 하려고 해도 제약이 걸리고, 거리를 걷기만 해도 좋지 못 한 시선을 받는게 세븐스인데 이제와서 수상하단 소리 좀 듣는다고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다. 괜한 트집이나 잡히지 않으면 다행이지. 어깨를 으쓱인 레레시아는 결국 슬그머니 반 걸음 떨어졌다. 그리고 눈치를 보듯 상대를 힐끔거리고, 있지- 라며 물었다.
"그런데 왜- 말을 이걸로 해애? 목소리, 안 나오는 거야아?"
레레시아의 물음에 악의는 없고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런 느낌이 확실했지만, 상대에게도 그렇게 들렸을지는 모를 일이다. 레레시아는 그저 왜냐는 얼굴로 패드와 상대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836 가디언즈의 보검 사용자들과의 관계는 매우 좋은 편이에요. 다만 그 외 세븐스, 정확히는 레지스탕스에게는 상당히 가혹한 면이 있어요. 더 정확하게는 멸시한다고 봐도 좋을 것 같네요. 일단 일곱 세븐스는 딱히 상하 관계가 없이 모두 평등한 위치랍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좋은 사실이지만 아스텔을 상당히 경멸하고 있어요. 이유는...(대충 얼어붙고 깨져버리는 짤)
당신의 대답에 그녀는 그렇구나라는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쌍둥이가 있다더라하는 소문 정도는 들은 기분이 있다. 그런가-하고 대충 넘겨버리긴 했지만서도.
'그러면 계산대로는 같이 갈까요-'(필담)
왜-?하는 시선에는 그저 짖궂게 가벼운 미소를 띄워주고는 별다른 말없이 뭔가를 하지 않는다. 당신이 거리를 살짝 두자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일 여유도 있는 것을 보인다. 뭐, 너무 붙어있는 것도 수상해보이겠지. 0 특수 부대에 관한 것은 굳이 대외적으로도 말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노래를 위해서는 목을 아껴야하는 법이거든요.'(필담)
다 쓰고나서 진지한 표정을 취한다. 그러고보면 그녀의 바구니에는 목에 좋다는 음식들과 음료수 그리고, 왜 있는지는 모를 목사탕 1박스가 담겨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자신이 괴짜스러운 것은 어느정도는 자각하고 있으나. 어찌하겠는가. 노래는 그녀의 전부인 것을
야호라는 소리에 의도적으로 발연기를 하며 호들갑을 떤다. 과녁에 부딪히는 칼소리 속에 또 다른 발 소리가 들리자 누군가 온다는 것을 눈치챘다.
곧이어 문 앞에서 발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인기척이 바로 뒤에서 느껴졌다. 무엇보다 흡연자 특유의 담배향이 그의 코를 자극했다. 이정도면 거의 수십년을 핀 것 같은데.. 발걸음 소리까지 의도적으로 줄인 것으로 보아 놀래켜주려는 것 같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834 어떡해....? 다 좋은데,,,???? 임무 같이 나간 사이라는 거 보고 팟 떠오른 게 있는데!!! 혹시 시트에서 유루더러 미*놈이라고 표했다던 동료가 얘라고 해도 돼.>...?? 무리수라면 패스해도 오케이! 일단 임시스레에도 똑같이 올려둘게~ 오케오케 나중에 마저 얘기하자구~
참고로 이것만 추가로 알려드리자면.. 부상이나 중상의 경우는 아무래도 체력이 다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요소들이라서 말 그대로 전투불가 처리이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상태이상이에요. 때로는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동상을 입을 수도 있고 다리가 얼어서 움직일 수 없다거나 마비가 걸릴 수도 있고 시야가 가려질수도 있겠지요.
사실상 보스들이 사용하는 스페셜 스킬에는 데미지도 데미지지만 이런 상태이상이 100%로 걸리는 부가효과가 거의 다 붙어있답니다. 어제 싸웠던 아스텔 역시 '다운 상태'가 부가효과로 걸려있었고요. 물론 튜토리얼이라서 50%의 확률이었지만.
야호라는 소리에 의도적으로 발연기를 하며 호들갑을 떤다. 과녁에 부딪히는 칼소리 속에 또 다른 발 소리가 들리자 누군가 온다는 것을 눈치챘다.
곧이어 문 앞에서 발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인기척이 바로 뒤에서 느껴졌다. 무엇보다 흡연자 특유의 담배향이 그의 코를 자극했다. 이정도면 거의 수십년을 핀 것 같은데.. 발걸음 소리까지 의도적으로 줄인 것으로 보아 놀래켜주려는 것 같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선우가 노골적인 연기톤으로 그녀를 놀려서인지 멜피는 실망한 티를 내며 휴식용 의자에 앉아 그를 구경했다. 아무리 이곳이 조용하다고 한들 훈련장의 소리가 위까지 도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니 훈련하는 귀여운 애들 구경하러 왔다는 건 대충 둘러대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신입? 음...중고 신입이지"
"귀엽지는 않고 늙고 병든 중고 신입"
물론 선우는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딱히 이곳이 위계질서가 철저하다는 건 듣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전에는 가디언즈의 창고를 털어먹으며 먹고 살았던 선우였기에 가디언즈에 미친 피해는 다른 이들 못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내 이름은 선우. 잘 부탁해 선배."
그녀에게 악수를 청한다.
같이 훈련을 해보자고 권유할까 했지만 상대가 먼저 제안하지 않는 이상 먼저 언급하진 않기로 한다.
>>859 안녕~ 이스마엘은 좀 여러 반응이었네! 첫 사진을 보고 사람이 저렇게 끔찍하게 죽을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전투 도중에는 이게 30%면 100%는 대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고 두려움에 떨기도 했고, 해낼 수 있을까 지레 겁먹기도 하고, 한 순간의 실수가 죽음으로 갈 수도 있음을 여실하게 깨닫기도 하고, 자신이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고. 그렇지만 사람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것과 더불어서 자신은 이상향을 찾아야 하니까 포기할 수 없다는게 결론! 물론 이래놓고 실전 나가면 시체 보고 토하겠지만...()
>>861 그들은 잃어버린 자식들을 찾다가 남의 자식인 나만 구했다…. 처음엔 놀라지만 그렇다고 선공하지는 않고 왜 거경이 여기에 있지? 싶었다가 "고래는 물 밖에서 살 수 없습니다!! 바다로 가야 합니다!!" 하고 염력으로 들어올리려 하지 않을까...?
>>869 승우주도 안녕~~~~ 이뭐시기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 이스마엘 이름 살려서 모비 딕이라고 하고 싶은데, 막상 이스마엘이 그 이스마엘이 아니라 찐 성경인물에서 따온 이름이라..🤔 문학작품 중에서 하나만 콕 집어서 좋아하는 걸 골라보라 하면 못 고를 거야~🤔🤔 굳이 하나를 뽑는다고 하면.. 배경이 근미래니까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가 아닐까?
>>878 앗 몰랐던 사실! 성경 쪽이었다니! 그건 그렇고 그 책이라니...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고 인상적이야🤔 갑자기 뜬금없는? 적폐발언을 하자면 사실 시트 처음 봤을 때 마엘이는 여러모로 돈키호테가 연상되기도 했어. 이상을 바라보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장되고 광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적폐맨)
같이 계산대로 갈까요 라는 말에 레레시아는 아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장바구니의 반이나 담았으면서 더 담아야 하나보다. 부스럭거리며 주머니에서 장 볼 목록을 꺼내보고,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그래도 앞으로 서너개만 더 담으면 되니 그렇게 오래는 안 걸릴 거 같았다.
"노래- 노래 불러어? 노래하는 사람-?"
상대가 그렇듯 레레시아도 직접 마주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누가 오고 가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라라시아가 듣고 얘기를 해줬겠지만, 기억도 못 하는 걸 보면 듣자마자 까먹은게 분명하다. 처음 알았다는 듯이 상대를 보고 상대의 장바구니도 슬쩍 본다. 목과 관련된 먹을거리가 이것저것 있는 걸 보고 헤에, 신기한 듯이 소리를 내다가 통성명이 쓰인 패드가 레레시아의 시야에 들었다.
"스메라기- 아리-아? 나는 레레시아, 레레시아 나나리- 레시 라고 불러어."
그녀의 이름을 대고 쌍둥이의 이름도 알려줘야 하나 싶었지만 그건 나중에 라라시아가 알아서 하겠지 했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만 알려주고, 처음 가려던 쪽 코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리아는 다 고른 거야-? 나는 저 쪽 가야해- 빼먹으면 혼나-"
남은 건 라라시아가 부탁한 것들이라서 꼭 사가야 했다. 잔소리는 듣기 싫으니까 말이다. 같이 가자는 말은 안 했으니 아리아의 대답에 따라 동행이냐 아니냐가 정해질 듯 했다.
당신의 반사적인 답변에 의미없는 답을 돌려준다. 별 뜻은 없이 한 말이지만, 내심 당신이 콜라를 거부하면 대신 마셔달라 할 사람이 없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권한다고 다 고마워하는건 호구잡히기 좋지.”
본래 말수가 많지 않은건가, 당신의 말에 조용히 서있다가 당신의 시선이 자판기의 버튼에 꽂힐때가 되어서야 느지막히 답변을 한다. 계속해서 위축되어있는 당신이 여간 불편한지, 자신 나름대로 긴장 풀라는 말을 해 준다. 말이 좀 험했나, 싶다가도 이런 상황이 사람을 강하게 키운다고 자신 나름의 결론을 내려본다. 사실 말한걸 고치기 조금 귀찮았던것도 있다.
“‘죄송하다’ 금지. 내가 뭘 해줘야 긴장이 풀릴까? 나 어린애랑 점접 하나도 없었어서 뭘 해야될지 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잠깐의 침묵 후에 직설적으로 격려하는 말을 뱉어본다. 아까의 귀찮음(과 약간의 짜증)은 어디가고 지금은 연민이라도 느끼는건지, 아까보다 배는 부드러워진 어조로 조곤히 말을 걸어본다.
“겁 먹은건 아니라니, 다행이네. 긴장 풀어. 대장이 보면 어쩔거야, 신입 괴롭힌다고 누명 써서 나 참수당할걸?”
이번엔 바람이 다른 쪽에서 부는듯 하다. 아까와도 같은 부드러운 어조다만, 들려오는 말은 어딘가 쎄하다. 농담을 하는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그는 만약에 대장이 이딴 정신나간 협박(?)을 듣는다면 맞게될 후폭풍을 뇌내에서 치워버린다. 알게뭐야. 이런 부대는 아쉬운게 인력인데.
갑자기 중점이 이상한데 꽂히던가 싶더니, 당신이 반응을 하기도 애매할정도로 빠르게 다른 주제로 넘어가버린다. 당신이 원하던 음료가 콜라였다는 말에 보조개가 드러나게 맑게 웃는다. 아깝게 음료를 안 버려도 되고, 귀찮은 걸음걸이(...)도 안 해도 되어서 기분이 좋아진 듯 하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대신 마셔줘서 고마워.”
캔을 당신의 이마에 살포시 댄다, 자신 나름의 장난이다.
“그럼 미안한데 잠깐 비켜줄래? 저 자판기는 음료가 엉망인듯 해서, 여기서 뽑으려고.”
당신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펩시를 향한 그의 집념은 강해보인다. 여전히 피어있는 웃음은 은은히 맑다.
>>886 모비 딕도 유명하지만 성경의 이스마엘도 유명한 편이니까! 이스마엘이 책을 읽을 땐 유일하게 조용해진다구(?) 당신의 적폐 공식이다! 그쪽에서도 모티브를 많이 얻은 편이야~~😉 이상주의자랑 몽상가라는 설정을 세워주신 고마운 책.. 그렇지만 두 번 읽기엔 이뭐시기주의 기력이 없음..
꼭 말해 줘야 아냐는 듯한 분위기의 답변(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지만)에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역시 쓸데없는 대답이었던 모양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태도에 대한 말까지 들었다. 호구잡히기 좋다... 심지어는 죄송하다는 말까지 금지당했다! 뭔가 단단히 인상이 나쁘게 박혔을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저절로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모습도 보기에 안 좋을 텐데, 하는 걱정은 덤.
"아, 죄...아니, 그러니까... 이건 그냥 제가 서툴러서 그렇습니다."
바로 죄송하다는 말을 할 뻔 했으나 간신히 멈추곤, 딱히 당신이 뭔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리려고 했다.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에 들려온 말, 그러니까 어린애와의 접점이 없었다는 그의 말에는 순간적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어린애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말을 해야할까, 아니면 조용히 넘어가는 게 맞을까? 지금 상황을 어색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조용히 하는 게 맞겠지. 어리게 보이는 행동을 한 걸까,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네, 네... 저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죠, 그...네, 노력해보겠습니다."
긴장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 농담인 것 같으니 너무 뻣뻣하게 반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애써 입꼬리를 올려 보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 금방 주제가 바뀌어 버려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역시 템포가 빠른 대화는 따라가기에도 바빴다. 다행인 점은 자신이 그의 손에 들린 캔음를 뽑아 마실 예정이었다는 게 그의 기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는 점일까.
"아, 네, 별 말씀을."
죄송하다는 말이나 아니라는 말이 또 튀어나올까봐 신경을 곤두세우다가 이마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흐아?! 하고 짧은 비명을 내고 말았다. 이마에 댔던 손을 얼른 입으로 가져가 가렸지만 소리를 막아내기엔 느려 터졌으니, 그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이미 귀는 새빨갛게 달궈진 듯 했으니, 그는 낮게 심호흡하면서 살짝 고갤 숙이곤 캔을 받아들었다. 차갑다... 마시면 좀 나아질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또 다시 난장판이 된 머릿속을 애써 정리하던 차에, 잠시 비켜달라는 말이 들려오자 화들짝 놀라 쳐다본다.
"앗 네, 죄송...아니, 그.. 비켜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으로 비켜서서는, 맑은 상대의 미소에 대해 실례가 될 거라고 생각한 건지 애써 미소를 지어 본다. 어색하기 그지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