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함,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가장 보통의 그것.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난한 것이라면, 그가 본 세상은 무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이곳이 그런 장소가 아닐까 생각이 드니까. 물컵을 받으며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천만에요, 라며 반응하고는 곧 그녀가 그의 나이를 듣고 보이는 반응에 역시 신경쓰이려나 하는 생각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다지 놀라지는 않으시는군요."
하기사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보면 청소년은 아닐 거라는 결론이 나올 테니 놀라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아니면 유난히 그녀가 상황을 유연하게 넘길 줄 아는 사람이겠지. 저 미소와 무겁지 않은 어투의 사과를 듣고 있자면 아마 후자이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한다.
"역시 그렇습니까..."
아마 생김새로 그렇게 판단한 거겠지, 복장 덕분에 성별까지 오해를 받지는 않은 것 같으니 좀 낫다고 생각을 해야 하나? 최대 7살 정도 어리게 보린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조금 험난한 시간이 기다리는 듯해 그는 냉수를 들이켰다.
"예...좋은 게 좋은 거겠지요..."
전혀 좋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상대방이 나이로 고민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에 그는 말을 고르고 골라 입 밖으로 내며 꼬리를 흐렸다.
팀이 만들어지기 전 임무 대기 기간동안 마리는 무해한 고양이의 모습으로 에델바이스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기지 안쪽에서는 사람의 모습으로 있는다고 해도 마을을 돌아다닐 때에는 왠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다니기가 조금 민망하고 부끄럽고 그랬다.
익숙해지면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고 지내겠지만…. 아무래도 비능력자들과 대화한지가 오래되어서 조금 어색하고 그랬다. 이곳이 아무리 평화롭고 능력자와 비능력자간의 차별이 없으며 화합을 도모한다고 하더라도 어릴적부터 느껴왔던 비능력자로부터의 차별의 경험은 쉽게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특히 비능력자들의 호의는 부모님을 제외하곤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마리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마을이나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생소한 것을 보았다. 어떤 이가 이젤에 캔버스를 올린 채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탓이었다. 마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있다가 그 사람이 지하 기지에서 지나가다가 본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 사람도 능력자구나. 하고 생각하며 그 뒤에 가만히 앉아서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가 뒤를 돌아본다면 치즈냥이라고 하기엔 털 빛이 크림색인 붉은 홍채의 고양이와 눈이 마주칠 것이었다.
미성년자인줄 알고 손대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미성년자가 아니었다! 이런 막장스러운 전개도 아니고. 그녀는 어차피 나이가 많든 적든 큰 상관없지 않냐며 가볍게도 말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종업원이 주문한 메뉴를 가지고 오고 있는게 보였죠. 볶음밥 냄새에 기분이 좋아지는것도 잠시.
"물론 여자랑은 느낌이 다른건 알아, 남자는 키라던가 그런거에 신경이 꽤 가는 모양이니까."
그녀는 미묘하게 말꼬리를 흐리는 당신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물론 여자라고 꼭 그런것도 아니고. 개개인의 컴플렉스 같은건 그녀로서는 뭐라고 말해줄 수 없는 이야기. 그러니 그녀는 적당한 분위기를 조절할 뿐으로, 당신에 대해 깊게 참견하지는 않았습니다.
"리오군은 어때? 역시 좀 더 성숙해보이는게 좋은편?"
볶음밥을 한숟가락, 떠 올릴뿐 아직은 먹지 않은채 그녀는 턱을 괴고서 당신을 바라봤습니다.
딱히 불손한 의도를 지니고 있던 게 아니라면 그다지 놀랄 일이...아닌가? 이런 일에도 놀라는 사람이 꽤 있었던 것 같지만 어째 그녀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그녀는 그런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뭔가 보통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묘한 감각을 느끼고 있을 때쯤, 종업원이 들고 온 볶음밥의 냄새에 저절로 긴장감이 조금 풀어진다.
"하하...네,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입니다."
부정할 마음도 없었거니와, 그녀가 자신의 의중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의외로 순순히 웃으며 인정하고 말았다. 음식이 앞에 있으니 조금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그러다 그녀가 볶음밥을 한 숟가락 뜨자 그제야 그 역시 숟가락을 집어들었다.
"저...말씀이십니까? 성숙해보이는 게 좋다는 얘긴..."
잠깐, 취향에 대한 질문인가? 아니지, 갑자기 흐름이 그렇게 넘어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좀 더 생각을 해 보자... 아마 어려보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 성숙해보이는 걸 선호하느냐는 이야기겠지. 그렇담... 그는 집어들었던 숟가락을 살짝 내려놓고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순순히 수긍해주는 모습에 그녀는 기분이 좋아진듯 미소지었습니다. 그녀는 아무한테나 마구잡이로 말을 거는편이지만. 당연히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더 편한법입니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하고 대화하고 있어봐야 시간을 날린 기분밖에 들지 않으니까요.
"그런가..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가끔 그것도 장점이라던가 그러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말이지~"
분명 키가 작거나 동안인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지만. 그게 컴플렉스인 사람한테 그렇게 말한들 그걸 쉬이 받아들이는게 더 어려울것인지라. 그녀는 잘 찾아보면 이런 저런 방법이 있지 않겠냐며 놀리는 톤은 아니지만 가볍게 대답했습니다. 가령 키가 커지는 능력이라던가, 한둘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세상이니까요.
"나는 남자는 아니니까, 공감해주긴 어렵지만. 그런것도 있잖아? 패션이라던가 행동이라던가."
지금 당장 키나 얼굴을 바꿀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옷차림이나 행동같은걸로 커버를 한다~ 같은 느낌이라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물론 그런 느낌이란거지 그녀는 정말 모릅니다. 어떻게하면 그 나이대의 남자처럼 보일지.. 같은건 말이죠.
"하지만 나쁘지 않겠네, 목표점 같은걸로 좋지 않아? 누구에게나 멋진 남자로 보이기 같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