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서로 느긋하게 핑퐁해보자구~! 오 유루주 아이디어 뱅크잖아? 그거 다 섞어서 조용한 곳에서 그림그리고 있는데 그 근처에서 고양이 마리가 그림그리는 거 구경하고 있다가 상표없는 물감통 때문에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이자 인간으로 변해서 알려준다거나 하는 내용이면 좋을 것 같은데~~ 선레는 다이스 굴릴까?
가게에 들어서서 종업원에게 밝게 인사하는 멜피의 모습에 아는 사람인가 싶어 종업원을 보다가, 자신도 인사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고갤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가게를 둘러보던 중, 가게가 마음에 드냐는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놀란 듯 어깨를 들썩였다가 머쓱한 듯 입을 열었다.
"네, 깔끔한 느낌이 좋습니다."
이제는 자리를 찾아 앉을 때. 그는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은, 배려이든지, 아니면 그녀가 그런 분위기를 선호하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자리로 향하는 그녀의 뒤를 따라 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곧바로 주문된 음식, 새우볶음밥인 것 같다, 확실히 무난한 주문이라고 생각하며 앞에 놓인 잔에 물을 채워 그녀에게 내밀 때쯤.
"아, 그...스물 넷입니다."
어려보인다는 말에는 역시 그렇겠지요...라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잔을 내려다본다.
"실례지만, 처음 뵈었을 때부터 저를 소년...이라고 부르셨는데, 그건 절 몇 살로 보신 건지..."
어차피 자신이 아는 가게가 아직 많지는 않다고 덧붙여서 설명한 그녀는 볶음밥이 나올 시간동안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으로 당신을 바라봤습니다. 스물 넷.. 역시 그녀가 생각하던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요. 이건 조금 실례되는 말을 했던걸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물컵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한뒤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런~ 소년이라고 한건 썩 좋은 판단이 아니었네."
그녀는 부담스럽지 않게 가벼운 느낌으로 미안~ 하고 사과한뒤 미소를 지었습니다.
"음.. 17~18 정도?"
첫 인상에서 얼굴은 잘 안보였고 키가 가장 눈에 띄었기에 더 어려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남자한테 실례므로 굳이 말하진 않은뒤 그녀는 물을 한모금 마셨습니다.
무난함,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가장 보통의 그것.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난한 것이라면, 그가 본 세상은 무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이곳이 그런 장소가 아닐까 생각이 드니까. 물컵을 받으며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천만에요, 라며 반응하고는 곧 그녀가 그의 나이를 듣고 보이는 반응에 역시 신경쓰이려나 하는 생각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다지 놀라지는 않으시는군요."
하기사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보면 청소년은 아닐 거라는 결론이 나올 테니 놀라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아니면 유난히 그녀가 상황을 유연하게 넘길 줄 아는 사람이겠지. 저 미소와 무겁지 않은 어투의 사과를 듣고 있자면 아마 후자이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한다.
"역시 그렇습니까..."
아마 생김새로 그렇게 판단한 거겠지, 복장 덕분에 성별까지 오해를 받지는 않은 것 같으니 좀 낫다고 생각을 해야 하나? 최대 7살 정도 어리게 보린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조금 험난한 시간이 기다리는 듯해 그는 냉수를 들이켰다.
"예...좋은 게 좋은 거겠지요..."
전혀 좋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상대방이 나이로 고민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에 그는 말을 고르고 골라 입 밖으로 내며 꼬리를 흐렸다.
팀이 만들어지기 전 임무 대기 기간동안 마리는 무해한 고양이의 모습으로 에델바이스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기지 안쪽에서는 사람의 모습으로 있는다고 해도 마을을 돌아다닐 때에는 왠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다니기가 조금 민망하고 부끄럽고 그랬다.
익숙해지면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고 지내겠지만…. 아무래도 비능력자들과 대화한지가 오래되어서 조금 어색하고 그랬다. 이곳이 아무리 평화롭고 능력자와 비능력자간의 차별이 없으며 화합을 도모한다고 하더라도 어릴적부터 느껴왔던 비능력자로부터의 차별의 경험은 쉽게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특히 비능력자들의 호의는 부모님을 제외하곤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마리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마을이나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생소한 것을 보았다. 어떤 이가 이젤에 캔버스를 올린 채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탓이었다. 마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있다가 그 사람이 지하 기지에서 지나가다가 본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 사람도 능력자구나. 하고 생각하며 그 뒤에 가만히 앉아서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가 뒤를 돌아본다면 치즈냥이라고 하기엔 털 빛이 크림색인 붉은 홍채의 고양이와 눈이 마주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