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을 줄 몰랐는데..?! 한울주 치밀햇..!!!ㅋㅋㅋㅋㅋ 아 은아 비설보다 한울이 비설이 더 먼저입니당^^ 양애취의 저력 든든해ㅋㅋㅋㅋㅋㅋㅋ 개과천선 프로젝트....한울이가 스스로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야 성공할 것 같은데. 그런 계기가 나올련지~~ 은아는 이번 일상에서 흔들다리 효과로 약간은 설렐 수 있을지도?ㅋㅋㅋㅋ 부정맥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둘이라면 진짜 그럴 것 같음....() 둘이 로맨스 영화 보다가 비슷한 상황 속에서 설레하는 남주랑 여주 보고 뒤늦게 '어?' 하는 것도 맛있을 것 같다는 적폐 망상....(대체)
최근엔 항상 긁어서 메모장에 복붙해서 쓰거든ㅋㅋㅋ 긁어서 뭐가 나올 줄 몰라서 놀랐다! 그렇지. 한울이가 스스로 변해야겠다 생각하면 성공이지! 언젠간 꼭 나오길 오늘부터 백일 기도 간다...!ㅋㅋㅋㅋㅋㅋ 둘이 티격태격하다가 설레다가 부정했다가 싸우다가 화해했다가 하면서 로코 찍으면 넘 재밌겠지 삽질하자 삽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망상 저도 먹을래요. 맛있다.... 그런데 둘이 같이 로맨스 영화 볼 일이 잇을까.... 은아의 영화 취향 궁금해졌어ㅋㅋㅋㅋㅋㅋ 한울이는 느와르 범죄 스릴러 이런 거 좋아해.....()
은아는 제발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피아노를 연주했다. 간절함을 담은 선율은 조율도 안 되고 낡은 피아노를 통해 어둑하고 고요한 별관 전체를 가득 채웠고. 은아의 손가락은 한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그제서야 연주를 멈추었다. 저 목소리가 꿈이나 착각이 아니라 정말로 현실이었구나. 은아는 다시금 필사적으로 한울의 목소리를 붙잡듯이 대답했고.
"응, 나 여기 있어..! 콜록....!"
대답을 하며 먼지를 들이켜 은아는 피아노에 기대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을 했다. 덜컥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아무래도 한울이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것 같았다. 한울이 잠금쇠 부분을 보면 낡은 자물쇠로 잠겨서 부수고 들어가야 하는 쪽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었고.
그랬구나..! 그래도 이렇게 빨리 들켜버리다니! 뭔가 아쉬운걸??ㅋㅋㅋㅋㅋ 오 백일이면 한울이 개과천선 성공이야?? 은아주도 같이 기도 들어가서 오십일로 줄이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체) 진짜 둘이 로코 찍으면 넘 재밌겠다ㅋㅋㅋㅋㅋㅋ 삽질하자 삽질!!2222 영화관 데이트 하면 같이 보게 되지 않을까? 아 둘이 성격만큼 영화 취향도 진짜 반대닼ㅋㅋㅋㅋㅋㅋㅋ 은아는 현실도 힘든데 왜 굳이 영화에서까지 힘들고 무서워야 하냐면서 느와르 범죄 스릴러 공포 등 별로 안 좋아할 듯ㅋㅋ큐ㅠㅠ 은아는 드라마 뮤지컬 판타지 애니메이션 이런 쪽 좋아할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에도 막 숨겨놓은 거 있는 거 아냐? 다 긁어봐야하나! 백일기도가 성공해ㅉ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 둘이 삽질하는 거 넘 귀엽고 재밌고ㅋㅋㅋㅋㅋㅋ 은아랑 한울이 영화 취향 넘 다른데 은아가 싫다고 하면 한울이 맞춰주려나? 한울은 그런 것 지루해서 잘 안보지만 무섭고 싫어하는 것보단 지루한 쪽이 맞춰주는 게 낫지ㅋㅋㅋ 너무 3류 최루성 가족 영화만 아니면 괜찮대
원체 먼지나 담배 연기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체였던 터라 은아는 이번에도 먼지를 들이킨 탓에 기침 섞인 대답을 한울에게 돌려주었다. 일단 빨리 여기서 나가야....
".....뭐?"
그러나 한울이 평범하게 문을 열어줄 거라는 은아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울의 경고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거칠고도 정확한 커다란 소리가 문 전체를 뒤흔들었고. 갑작스러운 충격음에 놀란 은아는 짧고 새된 비명을 지르며 피아노 옆에 주저앉았다.
이윽고 드디어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익숙한 얼굴. 은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주저앉은 상태로 한울을 벙찐 얼굴로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어 울컥 터지려는 눈물을 입을 꾹 다물어 참아냈다. 이미 눈에는 울음이 그렁그렁 차오르고 있었지만.
"이한울...."
왜 네가 여기 있어?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아직 수업 시간 아니야? 설마 나 구하러 온 거야?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들릴 듯 말 듯하게 불러보는 한울의 이름이 모든 것을 대변했고.
하이고~~ 슨생님 이렇게 다 털어가시면 남는 거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전에는 숨겨놓은 거 없어! 이번에 처음 숨겨봤는데 바로 들켜버려따.........^^(하찮) 나도 백일기도가 성공했으면 좋겠다ㅋㅋㅋㅋ 둘이 고집도 세서 더 삽질하게 되고 그런데 한번 좋아하게 되면 순수하게 사랑할 것 같아서 넘 귀여워.......... 한울이 과거 이야기도 그렇고 해서.....ㅠㅠㅠㅠ 아니 한울이 맞춰주는 거 왤케 스윗해????ㅠㅠㅠㅠㅠㅠ 은아도 한울이 앞에서 우는 거 창피해서 3류 최루성 가족 영화는 같이 보자고 안 할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은아도 공평하게 나도 맞춰주겠다면서 한번씩 번갈아 가며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 보자고 할 것 같고. 스릴러 같은 거 보면 좌석에 앉아서 팝콘 끌어안고 덜덜 떨며 볼 듯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스포 있으면 오 하고 놀라게 되더라! 나는 스포같은거 잘 못써서 안쓰지만~ 그치... 둘이 사랑하면 진짜 순수한 사랑 할 것 같기도 하고 큐큐 하지만 또 까보면 아닐지도 몰라....? 나는 한울이녀석을 믿을 수 얻ㅅ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아 가족 영화 보다가 엉엉 우는거 상상하니 귀여워ㅋㅋㅋㅋㅋㅋ 스릴러 영화 보는데 한울이 은아 덜덜 떠는 거 보고 옆에서 픽 웃다가 은아 귓가에 "매너없이 무음모드 안해 놓냐? 진동 때문에 집중이 안되잖아." 하고 장난식으로 놀릴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체)
맞아맞아ㅋㅋㅋ 그래도 스포 안 써도 한울주는 맛있게 떡밥 던지고 풀고 하는 능력이 좋아서 괜찮다구~~!! >< 헉 한울이 까보면 순수한 사랑이 아니야? 이것도 맛도리.......(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한울이 못 믿는 거얔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혼자 볼 때나 가족들이랑 같이 볼 때는 맘 편히 엉엉 우는데 한울이랑 보면 입 꾹 닫고 울음 참을 듯...() 한울이가 귓가에 속삭이면 은아 놀라서 한번 크게 흠칫!! 몸 떨었다가 승부욕 생겨서 "무음모드 만들고 싶으면 남친 님께서 팔 한 짝 빌려주시던가." 하고 팝콘 대신 일부러 한울이 팔 가져와서 꼭 끌어안고 볼 것 같지ㅋㅋㅋㅋㅋ 무서울 때마다 덜덜 떠는 대신 한울이 팔 세게 꽉 끌어안고ㅋㅋㅋㅋ 안 무서운 척 해도 영화 진행될수록 어느새 자각 없이 한울이 옆에 찰싹 붙어있을 듯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사랑을 하는 한울이 상상이 잘 안가서 왔다리갔다리한다ㅋㅋㅋ 역시 은아가 한울이를 무의식적으로 꼬셔서 사랑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나...! ㅋㅋㅋㅋㅋㅋ 울음 참는데 눈물 줄줄 흘리는 거 아니냐구ㅋㅋㅋㅋㅋㅋ 완전 은아 울보인거 다 들켰음 한울이 흔쾌히 팔 내줄 것 같긴 한데ㅋㅋㅋㅋㅋㅋ 은아 너무 귀엽다. 한울이 대신 팝콘 가져와서 허벅지 사이에 끼워두고 먹다가 은아 비명지를 때 입안에 팝콘 넣어줄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울주조차 상상이 안 가는 사랑을 하는 한울이....... 해금하게 된다면 너무 짜릿할 것 같은데요????^^(대체) 은아가 한울이를 무의식적으로 꼬실 수 있으려나..!! 되려 은아가 꼬셔지는 거 아닌가 몰라ㅋㅋㅋㅋㅋㅋ 은아 울보인 거 다 들켰는데 안 울었다고,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 뿐이라고 박박 우길 듯ㅋㅋㅋㅋ 은아는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받기 글렀어~~(대체) 입 안에 팝콘 넣어주는 한울이 왤케 웃기고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아 놀라서 비명 지르다가 입에 팝콘 들어오면 놀란 상태로 일단 오물오물할 것 같고(맛있음)(???) 긴장 조금 풀린 편안한 장면에서 눈은 영화 고정하고서 팝콘 더 달라고 입 벌리고 한울이 팔 꾹꾹 잡아당기기()
아니야 한울이는 이미 은아에게 스며들고 있어..... 분명해ㅋㅋㅋㅋㅋㅋ 한울이 은아가 벅벅 우기면 져주겠지ㅋㅋㅋㅋㅋㅋ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데 도리어 그러니까 더 뭐라 못하겠는 그런 느낌이랄까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은아가 팝콘달라고 그러헥 행동하면 한울이 어이없이 은아 쳐다보다가 입안에 팝콘 넣어줄듯ㅋㅋㅋ 몇번 넣어주다가 "넌 손이 없냐?" 하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듯 물을 것 같고 ㅋㅋㅋ
"원래 그렇게 자만하다가 다치는 거야. 그리고 너는 다쳐도 귀찮다고 그냥 넘겨버릴 것 같으니까. 치료는 제 때 해줘야 한단 말이야."
정작 갇혀있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음에도 은아의 걱정은 계속 한울을 향했고. 맨몸으로 문을 부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한울이 은아는 이해되지 않았고, 그것이 걱정을 멈출 수 없는 이유였다.
".....아니야?"
계속 한숨을 내쉬는 한울은 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보여 은아는 머뭇거리다 되물었다. 물론 한울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은아도 한울을 바로 찾아나섰을 것이었다. 계약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걱정 되니까. 그러나 그동안 걱정을 받아보지 못했던 은아의 생각은 한울 역시 자신을 걱정 했었음에는 미치지 못했고.
우리들의 연결고리는 계약 밖에 없을텐데 이한울은 왜 저렇게 짜증나 보이는 걸까. 여기까지 수고롭게 온 게 많이 귀찮았던 거려나. 그 이유를 추측해보며 한울의 눈치를 살피던 은아는 한울과 눈이 마주쳐지자 대답을 고민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수업은 벌써 다 끝났을테니까 일단 음악 쌤께 가봐야지. 가서 심부름에 대해서 여쭤보고.."
어차피 속았음이 뻔했지만. 그래도 이미 저녁 쯤이 되어버린 하늘을 보아하니 이미 하교할 아이들은 하교했을테니 그 여자애에게 따져 묻는 것은 불가능 했을 테니까.
"....집에 돌아가야지. 달라진 건 없으니까."
하늘을 올려다 보던 은아의 시선이 다시 한울에게로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은아의 대답은 지친 것 같기도, 익숙하다 못해 어딘가 체념한 것 같기도 했고.
한울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고 있던 것인가..!! 한울이가 이렇게 걱정하고 감정 흔들리는 거 처음 봐서 신기하고 맛있다ㅋㅋㅋㅋㅋㅋ T 한울이가 반박하지 않고 져주는 거 넘 스윗햌ㅋㅋㅋㅋㅋ 은아 한울이가 져주는 것도 모르고 잘 우는 거 안 들키고 넘겼다고 생각할지도() 팝콘 몇 번 넣어주는 거 넘 귀엽고 웃곀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은아 영화에 너무 집중하느라 "쉿! 지금 중요한 장면이란 말이야." 하고서 이번엔 은아가 한울이 입 안에 팝콘 넣어줄 듯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영화 끝나고 나면 한울이는 영화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거 아닌가 몰랔ㅋㅋㅋㅋㅋㅋ큐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어처구니가 없으면 반박할 마음도 안 생기는 거 아닐까? 왠만한 걸로 의견 다툼 생기면 한울이 은근 고집 세서 지 의견 고집할 거 같긴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아진짜ㅋㅋㅋㅋㅋㅋ넘 귀엽고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한울이 영화 끝나고 대략적인 줄거리만 기억 남을 것 같고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한울이 또 은아에게 스며들고(?) 이러다가 은아 스릴러 영화까지 좋아하게 되는 거 아닌가 몰라ㅋㅋㅋㅋㅋㅋ
은아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느릿하게 사과를 덧붙였다. 여전히 한울은 다쳐도 말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지금 반응을 보면 다행히 정말 다친 것 같지는 않았으므로.
"............내가 모지리 같다는 건 굳이 일깨워주지 않아도 나도 이미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은아는 어이 없다는 듯 잠깐 할 말을 잃었다가 대꾸했다. 그건 또 뭐야. 너무 모지리 같아서 걱정을 하긴 한다는 거야? 그게 걱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그냥 계약 사항에 있었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러나 은아는 그냥 한울의 말을 수긍하고 넘어가려고 했고.
"나도 정답이 아니라는 건 알아. ....그냥 지금은 조금 피곤해서 그래."
은아는 시선을 피하며 담담하지만 조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한울은 몰랐겠지만 은아는 혼자 어둠 속에 꽤 오랫동안 갇혀있으면서 정신이 낭떠러지 끝으로 몰려 있었으니까. 만약 한울이 조금이라도 늦게 자신을 찾으러 왔다면 지금쯤 자신이 어떻게 되었을지, 은아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고.
한울이랑 은아랑 서로 어처구니 없어 하는 거 넘 귀엽고 웃곀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그래도 서로 의견 고집하다가도 상황에 따라 서로 한 번씩 져주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하고 그러지 않을까? 영화 끝나고 한울이에게 기억나는 거 은아가 팝콘 먹었던 것밖에 없는 거 아닌가 몰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끝나고 영화에 대한 의견 공유 하려는데 한울이 영화 기억 못하면 은아는 한울이 속사정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 아니었냐며 어이 없어할 것 같고() 은아가 만약 스릴러 영화까지 좋아하게 된다면 그래도 혼자 보기는 여전히 무서워서 데이트 핑계 삼아 한울이 옆에 끼고 같이 보자고 할 듯ㅋㅋㅋㅋㅋㅋㅋ 무의식적으로 한울이가 계속 스며들게 꼬시기(???)
한울은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는 숨이 차게 뛰어올라왔던 것도 조금은 감정적이었던 것도 나름 가라앉아 평소의 모습이었다.
"......."
한울은 피곤하다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에 조금은 기운을 누그러뜨렸다. 갇혀있는 상황에서 꺼내자마자 마치 자신이 몰아세운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당한 방법은 확실하게 이 사실을 알리는 거지. 어른들에게. 학교 복도나 이런 저런 장소에는 cctv가 있으니까 네가 솔직하게만 말하면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정도는 알아낼 수도 있고. 못 알아낸다고 해도 어느정도 경고는 되겠지. 참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거니까."
한울은 숨을 내쉬었다. 이어지는 말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금은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을 것이었다.
둘이 아무래도 엄청 고집만 부리는 성격도 아니니까 ㅋㅋㅋㅋㅋ 그래도 고집스러운 두 사람 때문에 너무 재미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은아 입장에서는 진짜 어이없겠다. 한울이가 보자고 했던 것 봤ㄴㄴ데 기억 못하고. 한울이 입장에서는 지가 영화 보는 것 방해했으면서 뭐라는 거야, 생각하면서 어이없어하고. ㅋㅋㅋㅋㅋㅋ 은아가 스릴러 보고 싶을 때 한울이 이용(?)하는 거 너무 귀엽고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아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한울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꽤나 짜증나보이던 한울이 기운을 조금 누그러뜨리고서 설명해주는 두 가지 방법을 들을 때까지도 은아는 쭉 침묵을 지켰다.
"마치 부당한 방법 쪽을 선택하라는 것처럼 들리네."
한울의 말이 끝나고도 조금 후에서야 은아는 피식 웃으며 농담을 하는 것처럼 말했다. 은아의 성격 상 정당한 방법 쪽이 더 끌리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은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애초에 별관은 버려진 장소이니 cctv가 찍고 있을리도 만무했고. 그 여자애가 시치미를 뗀다면 누군가가 유인해서 갇힌 것이 아니라 은아가 스스로 혼자 별관에 들어갔다 갇힌 것처럼 되어 누명을 씌우냐며 역공을 당할지도 몰랐으니까. 게다가 어른들에게 알린다면 분명 부모님 귀에도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러나 은아는 그것만큼은 결코 바라지 않았다. 가뜩이나 바쁘신 부모님께 자신마저 걱정끼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
하지만 부당한 방법을 선택하기에는 은아는 좀 두렵기도 했다.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은아가 한울의 여자친구였으니, 은아는 전에 한울이 말했던 대로 자신의 가오가 상하느니 뭐니 하는 이유로 한울이 화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문도 쉽게 부숴버리는 한울인데, 화난 상태의 한울에게 맡긴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은아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고.
맞아ㅋㅋㅋ 둘이 고집을 부려도 때에 따라 나름 이해하고 넘어가기도 하는 성격이라서. 한울주도 너무 재미있다고 해서 다행이야!!!>< 둘 케미가 진짜 잘 맞는 것 같아ㅋㅋㅋㅋㅋㅋ 둘이 서로 어이 없어 하는 거 넘 귀엽고 웃겨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근데 둘 다 이해됨() 은아는 그러면 다음 번에 네가 보고 싶은 다른 영화 한 번 더 보자고 할 것 같고. 그렇게 데이트 한 번 더 하기(???) 한울이가 순순히 이용(?)당해주려나??ㅋㅋㅋㅋㅋㅋ 은아도 나름대로 한울이가 좋아할 것 같은 걸로 골라올 것 같기는 한데. 이용(?)하면서도 배려해주는 은아........ 한울이가 모지리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대로 이용해먹을 줄도 모름(대체)
"맞아. 일 벌였다가 지금까지 네가 개과천선한 척 노력한 것도 다 헛수고가 되면 어떡해."
한울이 들으면 또 한숨을 내쉴지도 몰랐지만, 은아의 대답은 이번에도 한울 쪽을 향한 걱정 역시 또 다시 은연 중에 내포하고 있었고.
한울의 말은 의외로 배려해주는 듯 하여 은아는 다시 놀라움을 담아 눈을 깜빡이며 한울을 올려다 보았다. 당한 게 좀 있다는 말 역시 이한울도 괴롭힘을 당했었나? 하는 쪽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했고. 그러나 은아는 차마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날 괴롭힌 애들까지 걱정하진 않거든? 넌 진짜 날 뭘로 보는 거야. 나 되게 차갑고 성격 나쁜 사람이거든?"
은아는 무겁게 가라앉은 기분을 숨기려 일부러 팔짱을 끼고서는 새침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잠깐 말을 고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른들에게는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역시 부당한 방법밖에 없으려나?"
한울에게 되묻는 은아의 목소리에는 옅은 한숨이 섞여 있었다. 조용히 끝내는 방법은 없으려나. 지금까지처럼 나만 참고 넘어간다면 나만 좀 지치고 힘든 채로 조용히 끝낼 수 있기는 할 텐데. 하지만 한울은 그걸 원치 않아보여 은아는 나름대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부당한 방법에 나도 데려가는 건 어때? 선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줄게."
/ 순순히 이용 당해주는 한울이 귀여워ㅋㅋㅋㅋㅋ 지금도 서로 이용하는 관계이기는 하지~~ 은아는 서로 돕는 관계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지금은 영화는 커녕 서로 친해지기 밀당(??) 중이지만 영화 보러 자주 가면 진짜 귀여울 것 같지ㅋㅋㅋ 은아 완벽한 듯 허당이라 한울이가 볼 때마다 신경쓰일 듯.....ㅋㅋㅋ큐ㅠㅠ
노력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많은 것을 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 하긴 제 인생에 노력이라는 게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차갑고 성격 나쁜 사람들 다 죽었네.”
한울이 픽, 웃었다. 팔짱 끼고 새침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퍽 웃기기도 했다.
”……?“
한울은 은아의 말이 솔직히 이해가 안 갔다. 사실 은아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부터가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지금 뭐가 중요한지 감이 안 잡히나? 한울은 꼰대가 싫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미성년자라는 상황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가족간에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아니고 선생님들을 신뢰하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결국엔 제 손을 잡게 된 것인지.
차라리 자신같은 양아치와 손을 잡을 바에는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가장 좋았을텐데.
”……부당한 방법에 너를 데려가면 내가 한 마디도 못하게 할 것 같은데, 너.“
일말의 여지도 없이 기각이었다. 은아가 거기서 울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게다가 8반 반장은 캐봤자 주모자는 아닐 것 같은데, 그 반장이 울기라도 하면 얘 성격에 금방 넘어가고 말 것이 뻔했고.
”어른들한테는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건데? 너 방금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 사람이 오지 않는 곳에 갇혔다고. 내일까지 못 나올 수도 있었다고, 알아? 밤새 여기서 혼자 갇혀 있었으면 퍽이나 괜찮았겠다, 어?“
후, 한울은 한숨을 내쉬었다가…… 이 말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조금은 설득조로 말을 이었다.
”네 동생이 방금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 봐. 그냥 참고 넘어가자고 말이 나오겠어?”
/친해지기 밀당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맞말이다........ 은아 진짜 너무 신경쓰여 ㅋㅋㅋㅋ큐ㅠㅠㅠ!!!!! 한울이가 감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함.......
"졸기는 해도 수업 시간마다 제자리에 잘 앉아있고, 술과 담배 같은 것도 안 하고, 공부하는 척도 하고 있잖아. 그게 다 네 노력이지, 뭐겠어."
담담하게 말하는 것 같아도 은아의 말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한울은 크게 가치를 두지 않았어도 은아는 한울의 그런 작은 일들 하나하나를 전부 다 옆에서 지켜보고,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여기 하나 버젓이 살아있잖아."
한울이 다시 평소처럼 픽 웃자 내심 안심한 은아는 어두운 감정을 숨기고 태연히 뻔뻔스러운 미소로 대답을 이어갔고.
"단순히 말하는 걸로는 나도 안 막거든? 폭력이라면 모를까."
도대체 어떤 방법이길래 저렇게 바로 기각당한 건지. 어이 없다는 듯 대꾸한 은아는 한울의 생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괜찮아. 바깥 창문 하나는 열려 있었으니까. 정말로 방법이 없으면 뛰어내리려고 했어."
마치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처럼 침착하고 가벼운 말투였지만 그 말 뜻은 꽤나 무서운 것이었고. 평소의 모습과 똑같아 보여도 지금 은아가 얼마나 정신이 몰려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윽고 이어진 한울의 설득조의 말에 은아는 곧바로 사색이 되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 그건 안 돼! 못 참아! 만약 내 동생 일이었다면 바로 신고했을 거야. 그렇지만..... 내 일이잖아. 나는 그냥..."
은아는 시선을 피하며 말을 아꼈다.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애매하기도 했고, 어떤 표현을 쓴들 지금 한울의 기분 상태를 보아하니 한울의 마음에 들지 않음이 뻔했을테니까. 대신 은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한울을 올려다 보며 한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럼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둘이 좀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한울이의 보호본능 자극이닷!!ㅋㅋㅋㅋㅋ(아님) 정작 은아는 한울이 사정이 자신보다 심각해보여서 한울이가 신경 쓰이는데ㅋㅋ큐ㅠㅠㅠ
은아는 한숨을 섞은 대답을 돌려주었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얘 머릿속의 나는 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이렇게도 얕보이고 있는 건지.
"!"
은아는 한울이 갑자기 팔을 잡자 깜짝 놀라 몸을 움찔, 움직였다. 그래도 순순히 팔이 잡힌 채 은아는 입을 닫은 한울을 동그래진 눈으로 올려다 보았고.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지 못하는 침묵이 조금 흐른 후, 은아는 말 없이 손을 움직여 자신의 팔을 붙잡은 한울의 커다란 손을 토닥이고 손등을 가만가만히 쓸어내려주었다. 누구보다 위험했던 건 자신이었으면서, 누가 누굴 달래주는지.
".........일단 돌아가자. 벌써 저녁 시간이잖아. 나 배고파."
한울의 답을 듣고도 은아는 일부러 말을 돌렸다. 식욕은 없었지만 신고하고 싶지 않음을 한울에게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고. 선생님한테 알리는 순간 부모님 귀에도 들어갈 것이 뻔했으니까. 어린 은석이도 아니고, 거의 다 큰 내가 겨우 뭐라고. 바보 같이.
"아, 그리고 구해줘서 고마워. 좀 멋있었어, 가짜 남친 님."
은아는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덕분에 살았다는 말은 단순히 농담만은 아니었을지도 몰랐지만.
/ ㅋㅋㅋㅋ다 귀찮아 하던 한울이가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여주고 은아가 나름 솔직한 반응을 보여주는 걸 보면 좀 친해진 것 같지. 둘이 다른 듯 닮아서 서로가 서로를 더 신경쓰고 있는 것 같아ㅋㅋㅋㅋㅋㅋ
한울은 은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함은 두 사람이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었고, 다른 상황에 놓여져 있기 때문인 걸까.
한울은 자신에게 잡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는 은아를 내려다봤다. 이런 녀석이 뭐라고. 진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도리어 자신을 위로하듯 손을 도닥이는 것에 한울은 한숨을 내쉬며 은아를 놓았다.
"그래. 나가자, 나가."
사실 한울은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었다. 방금 은아는 감금을 당한 것이었고 단순 폭행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은아의 안일한 태도가 한울을 더 열받게 했다. 지금 이 장소를 벗어나게 되면 이 피해는 다시 신고하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 한울은 아쉬움에 일단 자신이 부순 문만 한 장 촬영해 두었다.
"......넌 피아노 잘 치더라."
한울은 이런 상황에 웃으며 말하는 은아을 어이없다는 식으로 내려다보다가 더이상 실랑이 하기 싫어 은아가 원하는 대로 대화의 주제를 넘겼다. 무슨 말을 해도 은아는 제 말을 듣지 않을 게 뻔했으니.
한울은 계단 쪾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창밖으로 해는 이미 넘어갔고. 그렇다고 어둡지는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을 뿐. 학생들도 다 하교한 모양이고. 곧 어둠이 찾아올 것이었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 한울은 멈춰섰다. 결국 한울은 은아에게 물었다.
"괜찮아?"
그 물음은 무언가를 콕 집어서 묻는 것은 아니었다. 이픈 데는 없이 괜찮은지,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괜찮은지, 이대로 참고 넘어가도 괜찮은지, 혼자 견디는 게...... 정말 괜찮은지.
한울은 은아가 뭐라고 말 할지 알 것 같았다. 분명 괜찮다고 말할 것 같았다. 그것에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제 말이 정답이니 자신의 말을 따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만약 은아가 괜찮다고 답한다면, 한울은 "...안 괜찮잖아."하고 나직히 말했겠지만.
은아는 한울이 자신의 팔을 놓아주고 부숴버린 문을 촬영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울이 연신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아하니 여간 한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따라서 대화 주제를 넘겨주는 모습에 은아는 내심 고마움을 느꼈고. 겉으로만 봐서는 알기 어려웠겠지만, 이어진 괴롭힘에 은아는 너무 지치고 피곤해 지금은 그저 조금 쉬고 싶을 뿐이었다.
"피아노 좋아하거든. 피아노 연주 듣고 싶으면 나중에 음악실로 놀러 가자. 여기 말고 우리 음악 수업 듣는 본관의 음악실로. 거기는 조율도 잘 되어있으니까, 지금처럼 엉망인 거 말고 제대로 들려줄게."
반 쯤은 농담으로, 반 쯤은 진담으로 은아는 미소를 지으며 한울을 초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은아도 한울을 뒤따라 계단 쪽으로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한울이 멈춰서서 은아도 자연스럽게 한울의 옆에 나란히 서게 되었고. 한울의 생각지도 못한 물음은 어쩐지 자신을 걱정하는 것처럼 들려, 은아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울을 올려다 보았다.
"응, 괜찮아."
답하는 은아의 말은 잘 짜여진 대본 마냥 한울의 예상을 넘어가지 않았고. 그러나 환히 웃는 얼굴은 이상하게도 완벽히 맑았다. 한울은 몰랐겠지만 은아는 필요 시 감정을 숨기는 것에 너무나 능숙했으니. 그러나 한울의 나직한 목소리를 들은 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울의 붉은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게 되었고. 처음 대화를 나누었을 때만 해도 비웃는 듯 냉랭하기 그지 없던 그 눈동자가 지금은 이상하게도 조금은 온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은아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음..... 그러면 남친 씨께서 손 잡아주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은아는 장난 삼아 한울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한울이 잡아줄 거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지금은 왠지 그냥 손을 내밀고 싶었다. 계약이 끝나게 되면 자신을 괴롭힐지도 모르는 손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자신을 구해준 손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상하게도 지금 안 괜찮은 것은 자신보다도 오히려 한울 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은아에게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은아는 한울이 순순히 손을 잡아주자 놀라움에 웃음을 그쳤다. ....농담이었는데. 그래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은아의 시선은 의외로 따뜻한 한울의 커다란 손에 한동안 고정되어 있다가 무심하고 차가운 표정을 따라 느릿하게 올라왔고.
처음에는 짜증나 보였고, 그 다음에는 화가 났다고 했고, 지금은 가라앉아 보이네. 은아는 말이 없어진 한울의 표정을 살펴 기분을 조심스럽게 읽어보았다. 모지리라고는 했어도 나름대로 걱정해준 건데 내가 너무 고집을 부린 걸까. 침묵 속에서 은아의 사고는 슬며시 제 탓으로 다시금 돌아갔고.
".....햄버거?"
별관을 나와 교실로 향하던 중, 나름의 고민 끝에 나온 은아의 대답은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무언가 먹고 싶다거나 배고프다는 식욕은 없었지만 뭐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아 나온 답이었다.
"같이 먹을래? 내가 사줄게."
나름대로 한울의 기분을 풀어주려 은아는 미소를 지으며 한울에게 먼저 제안했다. 마주잡은 손도 놓지 않고, 되려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어 꼭 잡고서.
은아가 손을 꼭 잡아오는 것은 긴장해서인 건지. 한울은 별 다른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따로 은아에게 화가 났다거나 기분이 상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나 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느라. 아니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을 뿐이고.
은아가 별 말이 없었다면 굳이 무어라 말하지 않고 교실로 걸어갔을 것이었다. 손을 놓지 않은 채로. 그리고 교실에 도착하면 역시 아무도 없는 상태였을 것이었고.
/은아주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고~~! 오늘의 추천곡 언니네이발관_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오늘 듣다가 가사가 한울이 주제곡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울이 다시 픽 웃자 은아는 내심 안심하면서도 혼란스러웠다.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아까만큼 화난 것 같지는 않고.... 한울이 갑자기 말이 없어진 것도 한몫 하여, 은아는 제 탓인가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따라서 입을 다물었다. 서로 놓지 않은 손만이 두 사람을 연결했고. 교실로 들어설 때까지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침묵이 자리 잡았다.
".........."
닫힌 교실의 문을 마주한 은아의 손이 아까의 감금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옅게 떨렸다. 그러나 은아는 숨을 길게 내쉬고서 용기를 내어 문을 힘 주어 열었고. 문이 손쉽게 열리고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자 안심한 듯 은아의 떨림도 멈추었다.
"그럼 가자."
가방을 챙겨 들고 은아는 다시 한울을 돌아보았다. 한울이 계속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손도 서로를 놓아주었을테고. 나란히 학교를 빠져나오기 시작했을 것이었다.
/ 고마워! 덕분에 좋은 하루 보냈어~~ 한울주도 오늘 하루 좋은 하루 보냈길 바라>< 역시 믿고 듣는 한울주의 추천곡........인데 가사가 너무 맴찢이다.....ㅠㅠㅠㅠ 한 때는 나름 희망을 가졌다가 이제 다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이고. 한울이랑 너무 잘 어울리면서도 한울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은아는 한울이 다시금 손을 잡아오자 놀라움에 어, 하는 소리를 작게 흘렸다. 이제 안 잡아주어도 괜찮은데. 그래도 잠깐 망설이던 은아의 손 역시 한울의 손을 다시 느릿하게 마주잡아 보았고. 교문을 나서서 은아의 시선이 한울이 가리키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에 닿자, 그 안의 많은 학생들을 발견한 은아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무서워. 말하지 못할 진심은 옅은 몸의 떨림이 되었고. 하하호호 웃는 얼굴들이 모두 다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아, 은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윽고 은아의 시선에 한울과 마주잡은 손이 들어왔고.
"괜찮아. 가자."
숨을 내쉰 은아는 눈을 휘어 웃는 얼굴로 한울을 올려다 보았다. 마주잡은 손을 약간 들어올리려 하며 덧붙이는 말에는 장난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손 잡아주면 괜찮아질 것 같다고 했잖아. 네가 손 잡아줘서 괜찮을 것 같아."
/ 고마워 오늘도 좋은 하루였어~~ 한울주도 오늘도 좋은 하루였길 바라! 한울이 지금까지 맴찢이었던 만큼 앞으로는 더 행복해져야 해.....ㅠㅠㅠㅠㅠ 한울주도 함께 해야지!!ㅋㅋㅋㅋㅋㅋ 은아는 너무 무르다고 한울이가 더 답답해 하게나 안 하면 다행 같은데....ㅋㅋ큐ㅠ
그러고는 테이블에 기대 턱을 괴고는 은아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학교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한다.
“일단, 확실히 누군가가 너를 괴롭히려고 하는 건 오늘 잘 알았어. 네가 괴롭힘을 당한다는 걸 어른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았고.”
한울은 흐음, 소리를 냈다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별관에서 네 말을 따랐던 것처럼 이번에도 네 말을 따를테니까.”
일단은 둘 사이의 계약이라는 게 사실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어렴풋하게 느꼈다. 지켜준다는 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어디까지 지켜줘야 하는 걸까, 하고. 솔직히 은아가 경찰에 신고하고 이러한 괴롭힘을 끊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은아 괴롭히는 애들 한울주가 조져버려야만.......... 은아주도 주말 잘 보내고 있어~?
은아는 한울이 꺼낸 말을 듣고 볼을 문지르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리고 은아의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뜨여졌다. 한울이 먼저 자신의 생각을 물어오는 것도, 자신의 말을 따라주겠다고 말하는 것도 은아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오면서 계속 그 생각을 했던 걸까. 은아는 침묵하며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고.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오늘처럼 누군가가 날 구해주러 온 것도 처음이었으니까."
은아는 괴롭힘 받는 것은 익숙했지만 지킴 받는 것은 낯설었다. 부모님께 알리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경찰에 신고해봤자 보복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은아는 다시금 한울을 바라보았다. 그런 은아에게 어쩐지 쉬는 시간에 자고 있던 한울의 얼굴도, 거리를 두던 자신의 모습도 떠올랐고.
"오늘처럼 내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으면 날 찾으러 와줬으면 해. 나도 뭔가 느낌이 안 좋으면 너한테 말해주고 갈 테니까.... 그때는 잠깐만 일어나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해. 그 후에 다시 자도 괜찮으니까."
지금 은아에게 당장 떠오르는 것은 그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예방책은 되지 않을 것이 뻔했고. 은아는 그러면 혼자 있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한 마디를 더 덧붙여 한울에게 물어 보았다.
"평소에 최대한 네 옆에 붙어있어도 돼?"
/ 한울주 멋있다~~!! >< 은아 감동 받아서 찡하면서도 한울주는 괜찮냐고 걱정할 것 같지만. 응 병원 갔다와서 요양 중이야. 한울주도 주말 잘 보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