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 은아는 눈꼬리가 살짝 아래로 처져 순한 인상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긴 속눈썹 아래의 홍매색 눈동자는 보여지는 것처럼 약하지만은 않음을 말해주듯, 지나치던 시선마저 잡아끌도록 눈에 확 들어왔다. 은아의 왼쪽 눈 밑에는 눈물점이 하나 있었고, 깔끔하게 왼쪽으로 가르마를 탄 앞머리와 짧은 옆머리,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뒷머리는 모두 밝은 회색이었다. 은아는 머리의 일부를 땋아 반묶음을 하고 있었고, 보고 있으면 괜히 만져보고 싶어지는 머리였다.
은아는 언제나 교복 차림이었다. 은아의 교복은 와이셔츠도 치마도 구겨진 곳 하나 없이 단정했다. 학교에서의 은아는 체육 시간에 체육복을 입는 것 외에는 교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희귀했다.
성격 : 은아는 개인주의적이고 쌀쌀맞았다....라고 하지만 그것은 은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의 모습. 실제로는 정이 많고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장난도 자주 칠 정도로 밝고 똑부러졌다. 은아와 더 친해진다면 은아의 허당끼도 볼 수 있을지도.
은아는 승부욕이 강했다. 은아보다 나이가 어린 이들에게는 져주었지만, 같은 또래에게는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작은 내기에서부터 시험에까지. 은아는 얼굴에 그 결과가 드러났다. 이겼을 시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졌을 시에는 분함으로 울먹이는 눈동자가. 그래도 은아는 승패는 깨끗이 받아들였다. 누가 뭐래도 은아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은아는 감정이 풍부했다. 하지만 감정에 솔직하지는 못했다. 슬픈 영화나 책을 보면 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울었냐고 물어보면 은아는 무조건 아니라고 대답했다. 귀여운 것들을 보고 헤실거리며 웃다가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은아는 또 금세 아니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은아는 정말 필요할 시, 감정을 숨기는 것만큼은 잘했다.
은아는 모범적이었다. 성실, 노력, 약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함, 다정함. 모두 어릴 적부터의 은아였지만, 은아는 자라면서 더 이상 모두에게 이타적일 수만은 없었다. 억울한 괴롭힘에 맞서 은아는 이기적이고 차가운 사람이 되려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타적이려고 애썼다. 그러나 타고난 성품은 어쩔 수 없이 흘러나왔다.
기타 : - 모범생인 은아는 예의도 바르고 성적도 전교권 최상위에 속해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또래 친구들에게는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되었다. 작고 사소한 괴롭힘 또는 무시들은 언제나 은아의 곁에 있었다. 덕분에 은아의 인간관계는 그리 넓지 않은 편이었다. 대신 은아는 적은 수의 친구를 깊게 사귀었다.
- 완벽한 학생처럼 보이는 은아지만 은아는 체육만큼은 영 꽝이었다. 수행평가는 몰래 혼자 피나는 노력을 가해 만점을 받아내지만, 체육 시간만 되면 꼭 어딘가는 다쳤다. 기계에도 약해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선호하기도 했다.
- 그래서 은아가 좋아하는 것은 문학과 음악과 미술. 은아는 도서실을 제일 좋아했다. 이유는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도 있고 마음 편하게 공부도 할 수 있어서.
- 은아의 가족은 엄마, 아빠, 은아보다 3살 어린 남동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남동생의 이름은 정 은석. 남동생하고는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로 챙겨주기도 할 정도로 우애가 좋은 편이었다. 은아는 가족의 분위기가 화목하다는 것에 늘 감사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언제나 각자 바빴다. 은아는 어릴 때부터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쉽게 외로움을 탔다.
- 은아는 귀여운 것들을 좋아했다. 그러나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다. 은아의 방에 가면 귀여운 인형이나 작은 가챠 피규어들이 진열되어 있다는 것은 은아의 비밀이었다. 들키면 은아는 몹시 창피해 했다.
- 은아의 아침은 언제나 편의점에서 사온 바나나 우유 하나였다. 가끔은 거기에 크림빵이 추가가 되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은아만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