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리고 푸르른 바다에 몸을 누인다 있을 리 없는 생명을 바라보며 서서히, 서서히 가라앉는다 찰나의 평온은 그 어떤 시간보다 달콤하니
이것은 신비하고 기이한 꿈에 떨어진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붉은 바다를 위해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B6%89%EC%9D%80%20%EB%B0%94%EB%8B%A4%EB%A5%BC%20%EC%9C%84%ED%95%B4 무림비사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억지스러운 이야기라는 말에도, 억지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그게 답이라는 말에도, 마지막이라며 물어본 어른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침묵을 고수했다. 밤바다의 파도 사이로 천천히 발을 뻗고 초호기가 나아간다. 먹빛 바탕에 은빛이 일렁이다 부서지기를 몇 번, 어깨즈음까지 담긴 초호기의 엔트리 플러그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쐬었다.
"......아마도요.“
파도 소리에 먹혀버릴 것처럼 작지만, 그래도 닿았을 정도의 목소리로 그렇게 답했다. 애매모호한 대답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으니까.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와 해변가로 향했다. 첨벙거리며 발로 헤치고 나온 바닷물은 낮과는 다르게 새까맣지만, 여전히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바다인지는 구분되지 않았다. ...밤의 바다는 여기나 원래 있던 곳이나 다르지 않구나. 둘 다 새까맣고... 무섭다.
"애초에 그런 상황 자체가 상상이 잘 안되긴 하는데요... ...그래도 아마, 그럴거에요.“
해변가에 도착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 상대를 보며 다시 대답했다. 초호기에 타서 봤을 때와 다르게 나보다 훨씬 큰 키, 훨씬 커다란 어른이다. ...아, 파일럿 슈트인 채로 나왔는데, 뭐, 괜찮겠지. 어차피 아유미를 먼저 만났다고 했으니까... ...근데 아유미도 파일럿 슈트 입고 있나?
"아무튼... 처음 뵙겠습니다? 카시와자키 나츠키라고 해요. 어... 그냥 나츠키라고 부르셔도 돼요.“
돌격용 마차가 기계로 움직인다고? 그러니까.. 제법 어려운 말이지만 흥미가 간다. 비행기나 헬기라고 불리는 것은 하늘을 난다니, 경공을 쓰지 않고도 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 재하는 제법 큰 흥미를 가졌다. 그런 것이 있는 세상이라, 신기하다. 아마 이 중원에서 살면 볼 기회는 없겠지. 언젠가 비슷한 것을 보면 미래에는 그런 것이 있었노라 떠올릴 흥미로운 이야기로는 남겠거니 생각한다. 좋은 추억이 쌓였다.
달달한 것이 좋지 않을 리가! 세상이 박한 것이다. 홀로 혀에 남겨둘 이야기를 꾹 삼킨다. 지금은 다른 것이 우선이다. 가령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는 것도 있겠다. 재하는 아이의 반응을 잘 안다. 머리는 좀, 하고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올리자 더 닿지 않게끔 손을 뗀다. 급히 떼어 머리를 망치거나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떼는 모양새다. 아무렴 잘 안다. 이렇게 반응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음을 어찌 모를까. 이번엔 본인의 실책이었다.
"필부야말로 무례를 범했군요."
다만 이 실책을 과하게 사과하지는 않기로 했다.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낫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시를 세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고 그중 하나일 거라 어림짐작할 수는 없으나 불편한 것은 공통적인 것이 아닌가. 더 불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자신의 탓이라고 실책 하지도 않기로 마음먹기로 했다. 이 앞의 아이는 자신이 첩자로 보였기에, 혹은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있기에, 그것도 아니라면 색을 달리 타고났다는 이유와 같이 자신을 싫어하는 명약관화한 이유가 있어 벽을 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함을 안다.
"누구나 선은 있는 법이지요. 필부는 그 선을 잘 구분할 줄 모르기에 되레 감사하게 여기고 있사옵니다."
대신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 어느 것도 잘못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듯. 물 흐르듯 흘러가는 하나의 일이었다는 양, 제법 가벼울지도 모르는 모습 보이며 재하는 빙탕후루 내어주고 조심스레 돌아선다. 아직 보여줄 곳이 많다.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지거나 불편해지는 일은 없었다. 아마 이 사람의 배려 덕분이겠지. 그래도 마음이 좀 무거운 것은 사실이라, 아까보다 조금 사그라든 기세로 대답했다. 대답이라고 할까, 말꼬리만 늘였을 뿐이지만. 어쩌면 좋을지 우물쭈물하는 것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있겠지. 나도 표정관리를 좀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일단 받은 꼬치를 한 입 먹어본다.
파삭, 하고 입안에 얼음이 깨지는 것 같았다. 아마 이게 좀 더 차가웠다면 얼음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깨진 조각에서 느껴지는 건 엄청난 단맛! 이거... 시럽? 설탕인가? 엄청 달다. 그리고 이 처음보는 과일은 설탕에 밀려서 단맛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새콤한 맛이 좋다. 적당히 밸런스가 잡혀있다고 할까, 뭐야 이거, 맛있어!
"―!! 맛있다! 새콤달콤해!“
약간 위축됐던 모습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제3자의 시선에서 보면 좀 웃길 것 같기도 하다. 풀이 죽었다가 단 것에 바로 회복해버리다니. 그치만 어쩔 수 없어. 이거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고! 내심 과거의 단맛이래봤자 꿀 정도겠지~하고 얕보던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반성하겠습니다... 죄송해요, 얕봐서 죄송해요. 너무 맛있어요.
"어, 아, 네! 이제 어디로 가요?“
좀 더 입안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맛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맛있다고 느낀 만큼 목 뒤로 넘어가는 속도도 빨랐다. 고작 한 입으로 이렇게 사르르 녹아버리는 기분인데 이걸 다 먹고나면 진짜로 뺨도 마음도 다 녹아 흘러버릴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가실까요?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어, 이번엔 어디로 가나요??
/답레와 함께 갱신합니다 :3 좋은 오전.. 다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835 음음.. 텀이 좀 길 것 같고 중간에 일이 몰아치면 파스스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제가 있습니다
...싸늘하다. 카에데는 조용한 분위기에 더 당황하며 생각했다. 내가 뭔가 잘못 이야기한걸까...? 무슨 역린을 건드려버린건가...?
'[... 가슴에 비수가 날아오지는 않지만, 조용하네... 아니, 설마...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분들, 글을 모르신다던가...?]'
메이플의 중얼거림에 카에데는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 사건이 일어난 후였어도 글을 가르치는 정도는 필수였던 시대에 살던 카에데였으므로, 그런 이유는 상상조차 하지도 못했으므로.
글을 못 읽으면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카에데의 어린 시절이였으므로.
"...히끅."
그렇게 침묵이 길어지고, 덩달아 카에데의 회상도 깊어지던 도중 들려오는 그 총책임자씨의 큰 외침에 놀라 딸꾹질을 시작하는 카에데. 하지만 그 단순한 단어의 나열은 오히려 그 오래된 번역기와 유능한 AI 메이플에게 더 쉽게 통했다. 그리고 여행용 번역기이므로, 아프다, 도와줘 같은 단어를 오역할 리 없다.
총책임자분이 방금까지 이야기하던 분을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갑, 아내, 아픔. 도움. 갑.]'
물론 조금의 오작동은 있지만. 아무튼. 저 총책임자분이 카에데를 이용하길 원했다면... 좋은 접근이였다.
카에데나 메이플이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지나칠 정도로 매정한 사람이 아니였기에.
"[... 메이플, 직접 가서 증상을 보면 치료법 알아낼수 있겠지?]"
'[... 대부분은. 만성이라던가, 전문 의약품이 필요하면 완치는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아픈 정도라도, 좋아.]"
'[...응, 노력해볼게, 카에데.]'
카에데는 그 답을 듣고 일어서려 하지만, 역시나 과로의 휴유증에다 영양 부족때문일까, 휘청거린다.
'[알겠습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기초 여행용 회화를 이용해 둘의 뜻을 전한 후, 걱정의 눈으로 카에데를 확인하고 있는 메이플이였다.
거인의 어깨가 마치 복잡한 공예품처럼 열리더니, 그 안에서 아까 마을에서 마주쳤던 아이가 기묘한 소재의 옷을 입고 해변으로 걸어 나온다. 작다. 자신도 온갖 괴물이 가득한 이 중원에서 그리 큰 체구는 아니었지만, 눈앞에 있는 아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저런 아이에게 마음만 먹으면 도시 하나는 쉽게 뒤엎을 거인을 맡기다니, 대체 미래인들은 어떤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고요한 파도 소리 사이, 작지만 확실한 결론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라. 애매한 대답일지도 모르겠으나, 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행동을 무책임하게 확언하는 것 보다는 훨씬 사리에 맞는 대답일지도 모른다.
“....야견.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스님.”
야견은 이어지는 나츠키의 공손한 자기소개에 적당한 자기 소개로 답한다. 뭐, 엄밀히 말하면 스님 자격은 미달이었지만 굳이 길게 자기소개를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뭣보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두 손을 겹쳐 감사의 예를 표하는 야견.
“이해가 가지 않던 바도 풀렸으니, 할 일을 해야겠지. 그쪽이 거인을 부려준 덕에 마을은 멀쩡했어. 고마웠다 나츠키 꼬마. ...뭔가 어떤 방식으로든 갚을 방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혹여 필요한 것은 없나?”
일의 경과를 알았으니 이제 결론을 내릴 차례다. 이유야 어쨌건, 머나먼 곳에서 온 미래의 사람에게 신세를 졌으니 그걸 갚는 것은 이 일에 나선 간부인 자신의 책무였다. 딱히 선행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빛을 남기면 뒷맛이 좋지 않기에 한 행동이다. 문제는 먼 곳에서 떨어진 미래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은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카에데는 안타깝게도 의사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가족의 극성으로 인해 설치해두었던 메이플의 건강관리 시스템은 빛을 발할 수 있을 터. 목걸이를 벗어 잠시 누워있는 여성 쪽에 씌워준다.
'[... 발열 확인, 온도 38.9도. 긴급상황, 상황확인중...]'
목걸이에서 기초적인 스캐닝을 할 수 있게 만들어둔 것은 카논과 아버지의 요청 때문이였지. 인터넷 없이도 작동 가능한 최신 기술의 집약체, 라고는 해도 마기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메이플은 카에데가 자랑스레 소개할수 있는 ai이자, 친구이다.
'[pneumonia 증상과 99%일치. 처치 시도중...]'
완치는 올바른 의약품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비상 상비약으로도 어느정도 완화는 가능한 폐렴 증상이라고 하니, 해열제와 진해거담제를 꺼내본다.
메이플의 저 기능때문에 한 달간 잠을 자지 않고도 버틸 수 있었다. 메이플은 그런 일을 애초에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일이 많은걸 어찌하겠는가.
'하루 3번, 식후 30분. 물 충분히 섭취할것.'
그래도, 안도하는 카에데였다. 아예 불치병은 아닌듯 싶으니. 가지고 있던 상비약의 반을 쓴 셈이지만, 그런것은 생각에 들어오지 않은채 메이플이 있는 목걸이를 다시 자신의 목에 걸려 하는 카에데였다. 메이플이 할 이야기를 예상할수 있는 카에데가 할수 있는 정도가 이 뿐이지만, 메이플이 다 한것이지만, 그래도 증상의 완화가 된다면 빠르게 나을 수 있을 터이다.
스님치고 머리가 굉장히 풍성한데요? 뭐... 그런 종파도 있던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하나 정도는 두발자유인 곳이 있을만도 하지.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짤막하게 감상만 말했다. 저 사람이 스스로 '어울리지는 않겠지만'이라고 말한 것처럼 정말로 스님이라기엔 뭔가... 어울리지 않았다. 어느 쪽인가 하면 스님보다는 뭔가 거친 일을 도맡을 것 같은 느낌이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다가 들려온 감사인사에 살짝 놀랐다.
"엣, 아뇨 그... 뭔가 바라고 한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마을이 멀쩡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까, 애초에 도운 것도 그냥 구 도쿄 때처럼 사람이 죽는 건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했던 거고. ...그러니까 결국 그거다. 혼자서 놀라 과민반응 한 것이 사람을 돕는 일이 되어버렸다던가 뭐 그런? 아무튼 정말로 뭔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고개를 저으면서 괜찮다고 전한다. 정말로 괜찮아요.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다. 웃어른을 공경하며 광인일지언정 경청한다, 정적이라 한들 한 번은 믿는다. 당연한 미덕이고 삶이다. 재하 사그라든 기세와 표정에도 어찌 그러느냐 묻지 않고, 그저 평온한 모습 유지한다. 누군가를 궁지에 몰지 아니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기에 숨쉬듯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빙탕후루는 두 개, 하나는 여전히 손에 들려있다. 긴 소맷단이 허벅지를 덮다가 조금 위로 올라간다. 중요한 물건 되는 양 꼬치 조심스레 쥐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시는 것 같군요."
아이가 살던 곳에서 먹던 음식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지금 시대와는 다르다 했고, 사는 곳도 다를 것은 자명한 일. 입맛에 맞을지 맞지 않을지 몰라 가장 접근하기 쉬운 간식으로 다가가길 잘한 것 같다. 적어도 마음에 들어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재하 눈이 곱게 휜다. 친절한 낯짝으로 다시금 기운을 차린 모습 본다. 아이의 순수함이 여기까지 밀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하나 더 있으니 원껏 드시지요."
짤막하게 덧붙이고 천천히 발걸음 옮긴다. 어디로 가느냐 물었을 적 재하의 고개 느릿하게 기운다. 어디로 가야 아이의 마음에 들까. 기루로 가고 싶지 않다. 객잔에서 허기를 채우기엔 배가 고픈지 고프지 않은지도 모른다. 재하가 아이였다면 어디로 가고 싶었을까. 바깥에 처음 가보는 아이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어렸을 적의 재하처럼 아이와 뛰놀라 하기엔 제법 자란 모양새고, 그렇다고 서점에 가도 아이의 흥미를 끌지는 못할 것이다. 재하는 잠시 고민한다.
"머리를 그리 하였으나 장신구 없으니 하나 장만하도록 할까요."
그토록 이타적이건만 이번에는 제법 자기만족에 가까운 답이다. 멱리 쓰인 재하 머리, 그 베일 너머로 화려한 비녀 하나 보인다. 사치라도 부렸는지 만개한 벚꽃 형상화한 조각에 붉은 보석 하나 달려있는 꼴 우습다.
"비녀나 다른 장신구를 꽂으면 쉬이 다가오는 사람도 없을 겝니다."
// 퇴근하면서 갱신해용... 요 며칠 갑자기 현생이 들이닥친 나머지.. 너무 늦어버려서 죄송할 따름이에용... ㅠㅠㅠㅠ... 더 이으셔도 좋고 더 못 잇겠다 싶으시면 여기서 적당히 막레 하셔도 괜찮고 진짜 너무 죄송한 것....😭😭😭😭😭
카에데는 메이플이 고불의 말을 번역해주자 마자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 남자가 기뻐해주는것에 안도하지만, 폐렴이라는건 계속 약을 먹어줘야하기에 약을 여자의 머리맡에 놔둔다.
'[그래도 몸 상태가 말이 아니라고...? 저 분이 도와준다고 하는데 받는게 낫지 않을까...?]'
"[요즘들어 너무 바빴으니, 그럴만도 하죠... 노조일이나, 사도 퇴치나... 그리고 돕지 않아도 되는걸요... 어차피 이거 꿈이잖아요?]"
'[...]'
비현실적인 느낌이 아직 가시질 않는 카에데였다. 아직 꿈 속이라 여기는 것은, 이 마을이, 이 세상이 너무나도 꿈만 같이 아름다워서일까. 지하의 사무실에서 계속 일하고 있던 카에데에게 숲속의 공기나 바깥 태양이 나무에 살짝 가려 은은하게 비추는 그런 광경은 아직까지 이 상황이 꿈만 같다고 생각하게 돕는것이다.
'괜찮습니다.'
메이플은 그저, 첫 문장만 번역해 고불에게 들려준 후, 나머지는 알리지 않았다. 자신이 듣고 있으니, 현실이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메이플 또한 처음에 떨어진 이유를 가늠하지 못하겠으므로. 그리고 최근 쓰러졌던 카에데에게는 휴식이 정말로 필요했기에.
메이플 혼자서 해결할수 있는 일이라면, 혼자서 해결한것도 그 때문이였으니.
'... 식사와 휴식을 잠시만 부탁.'
건강 체크 프로그램은 유효했기에, 메이플의 독단으로 먹을것과 시 쉴 시간을 달라고 했다. 먹고 있을때 누군가가 도와주면 카에데도 쉬고, 일도 해결 가능할 테니.
야견은 나츠키의 타당한 지적에 머리 한가닥을 꼬며 투덜거린다. 여기 눈앞에 있는 미래인 뿐만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불가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처음에는 야견의 껄렁한 행색을, 두 번째로는 풍성한 머리를 바라보곤 했다. 스님이란 대체 무엇일까나. 아니, 그래도 스스로 머리를 깎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절대로.
“그러냐. 그럼 우리 구역을 구해준 신세를 갚는 일은 그만두지 뭐.”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춤에 두른 천 속에서 붓과 두루마기를 꺼내들더니 뭐라 휘갈겨 쓰고, 나츠키에게로 척척 걸어가 종이 두 장을 떠넘기듯 건넨다. 하나는 나츠키도 쉽게 알아보기 쉬울 약도, 인근에 위치한 관리들의 숙소인 귀빈관의 위치를 나타낸 그림이었다. 또 하나는 옛 중국어로 쓰여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파계회가 이 꼬마의 신분을 보장하니 몇날 밤 정도는 불편함 없이 지내게 해주라는 보증서였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자겠지만, 날이 밝으면 되면 이곳으로 가봐. 얼마간은 편히 쉴 수 있을거다. 여러모로 뭐같은 곳이긴 하지만, 손님은 배부르게 먹이고, 따듯하게 재우는 것이 이 나라 관습이라.”
야견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다의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걸어간다. 사람이 죽는 것은 싫다는 이상론을 읊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얼마나 강한 힘이 있더라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용기에 대해 자그만 보상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사파 간부의 보은이 아닌, 그저 한 필부로서 내린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