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리고 푸르른 바다에 몸을 누인다 있을 리 없는 생명을 바라보며 서서히, 서서히 가라앉는다 찰나의 평온은 그 어떤 시간보다 달콤하니
이것은 신비하고 기이한 꿈에 떨어진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붉은 바다를 위해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B6%89%EC%9D%80%20%EB%B0%94%EB%8B%A4%EB%A5%BC%20%EC%9C%84%ED%95%B4 무림비사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처음이라면 당할 수밖에. 아무리 교류를 한다 해도 깊은 사정까지는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이 당연한 시기였다. 아이가 사는 시대처럼 조금만 정보를 찾아봐도 사소한 것까지 알려지기까지 발전된 것은 아니었으니. 재하는 다른 곳에서 왔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깊은 사정을 모를 것이라, 그 시대의 사람과 같은 발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심정이 담긴 얼굴을 보니 재하의 두 눈 둥글게 뜨인다. 유심히 바라보는 시선에 의문과 작은 걱정이 서린다.
자세한 사정을 알지는 못하지만 첫 상경에 이런 일을 당했다면, 하물며 아이라면 더욱이 앞으로의 여행길이나 정착에 불신이 생길수밖에 없지 않은가. 교인이라도, 교인이 아니더라도 민간인이 고통받는 삶은 바라지 않는다. 고통받는 것은 자신과 더불어 무림에 발을 들인 사람들로 족하다. 재하는 천천히 손을 들어 걷어낸 베일을 정돈했다.
"다만 심성은 보통 인간과 같이 선하니 그 점을 위안삼고 있지요."
..범무구의 시점에서는 황당한 이야기겠지만 불만이 있다면 완벽한 문장으로 구사해야 받아줄 테지. 휘둥그레 뜨인 눈에 짐작하기로는 아마 대비되는 모습이나 크기 때문인지, 아니면 요괴임을 깨달은 것인지 고민해본다. 어느 쪽이든 눈앞의 아이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듯 재하는 살갑게 범무구의 팔을 토닥였다. "영민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덧붙였을 때 재하는 잠시 고민했다. 영민하다는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나. 재하는 며칠 전 회화를 가르치던 중 자신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겠느냐 질문했을 때 당연하게 천마신교의 구호를 읊던 상황을 떠올렸다. ……아니다, 영민하다고 하자. 이거라도 잘 하는 게 어딘가.
"하늘에서?"
침묵. 재하는 입을 다물고 아이를 빤히 쳐다 본다. 살갑던 태도는 그대로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의심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누구도 믿지 않을 이야기이긴 하다. 자다 깼더니 하늘에서 떨어졌고, 이쪽에 왜 떨어졌는지는 모른다. 다만 믿으실진 모르겠는데- 라 증언할 적 기감을 세워 확인한 숨소리나 눈의 떨림, 시선 처리는 거짓을 고하는 것이 아니었다. 광인인가? 아니, 광인은 재하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광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재하는 침묵 뒤로 생긋 웃는 낯을 그린다. 깊은 미소다.
"믿사와요. 그나마.. 도와준 사람이 있어 다행이군요.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텐데.. 참으로 천운이옵디다."
도와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참으로 천마님 은혜 함께 하시었다. 재하는 한 걸음 내디뎌 옆에 서듯 하더니 친절한 어조로 물었다.
"그렇다면, 저잣거리 구경을 도와드릴까요? 거절하시어도 괜찮지만 적어도 방금 전과 같은 일은 겪지 않을 수 있답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타이밍 좋게 서로 말을 고른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명백하게 내가 한 말 때문에 침묵이 이어진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하늘에서 떨어졌다니. 믿기 힘든 이야기 내지는 아이가 꾸며낸 소리 취급받기 딱 좋은 것이다. 그래서 믿으실진 모르겠지만-하고 운을 띄웠던 건데, 하긴 그래도 믿기는 힘들겠지. 눈앞의 상대-검은 영물?쪽은 모르겠지만 이 새하얀 사람이 이미 믿지 않고 있다고 지레짐작 해버렸기에 믿는다는 말이 들려서 깜짝 놀랐다. 믿는다고요??
"지, 진짜요...? 아니, 그... 감사합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믿어주지 않았다면 다른 가짜 이야기를 꾸며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어.. 대충 뭐 시골에서 올라왔다던가. 그래도 잠깐의 침묵은 긍정적인 의미였다는 걸로 생각해도... 되겠지? 저 사람도 웃고 있으니까, 분명 그럴거야.
"앗, 어...“
저잣거리 구경을 도와주겠다는 제안에 완전 혹했지만, 처음 만났던 그 아저씨의 조언이 머리를 맴돌았다. 남녀노소 모두 조심하라고 그랬는데... 그치만 이 사람은 날 도와줬고, 옆에 영물?도 있고... 잠시 눈을 굴리며 고민하다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하던 등을 떠민 것은 방금 전과 같은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옆에 서듯 다가온 사람에게서 살짝, 반걸음 정도 옆으로 움직여 거리를 벌리면서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도와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아까처럼 성가신 일 없이 구경할 수 있다니! 호객 행위 때문에 사그라들었던 호기심이나 설렘 같은 것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신기하다 신기해!
야견의 훈련받은 병사냐는 말에, 아유미는 애매하다는 듯 잠깐 고개를 갸웃이다 이내 그렇다는 듯 끄덕여 보였습니다.
"국가는 모르겠지만, 기관이라고 물으면 맞아. 우리는 준군사조직에 소속되어 유사시 출동하는 파일럿이니, 세간의 시선으로는 우리를 어린 병사로 보겠지. ...우리가 진짜 군인이 아니라고 해도. "
국제연합 산하 기관인 특무기관 네르프, 그리고 그 안에 소속된 다섯명의 파일럿 중 하나. 이중 아유미는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쪽에 속해있는 만큼 야견의 말에 부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백업파일럿은 유사시의 경우에 대비해 투입되는 존재이니까요. 파일럿이 부상당했거나 정신적으로든 행동불능이 되어, 더 이상 에바에 타지 못하게 되었을 때 대신하여 투입되는 존재. 그것이 백업파일럿이며, 아유미와 같은 이들을 부르는 명칭이었습니다.
"지금은 송이 나라로 있는 시대, 그리고 이곳은 광동성.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었어. 내가 있던 곳은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곳, 그리고 이곳은 내 기준으로 거의 천년 가까이 과거인 곳...과거로 오는 일이 흔치만은 않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았을 땐 이렇게밖에 판단할 수가 없어. "
스읍, 하고 가볍게 숨을 고르고는 아유미는 다시 말을 꺼내었습니다.
"나는 확실히... 과거로 왔어. 그것도 전혀 다른 세계로. "
조곤조곤 말을 꺼내는 아유미의 목소리는 건조하기 이를데가 없는 것이라 생각하기 좋은 소리였습니다. 그녀는 예와 다를 바 없이 높낮이가 변하지 않는 어조로 야견에게 묻습니다.
"스님, 이 세계는 어떠한 곳이야? "
전혀 궁금하다는 듯 재촉하지 않고...그저 갑자기 떨어지게 된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한것일 뿐이란 듯이, 아유미는 물었습니다.
신랄한 어조와는 달리 야견은 아유미의 높낮이 없는 말에 납득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여러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차분히 내놓은 결론은 천년전의 사람인 야견에게도 뚜렷히 전달될 정도로 명료한 이야기였으니까. 사실 그 결론은 너무나도 황당한 것이었지만, 그렇기에 역으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미친 이야기를 말할 광인도 아니고, 이런 이야기를 해서 이득 볼 것이 있는 사기꾼도 아니라면 일단은 믿어두는 수 밖에. 그러나 미래에서 과거로 왔다라, 거 참. 도원향에 다녀오자 천년의 세월이 지난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보았는데. 그 반대도 가능한 것인가. 시간이라는 것은 강물처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것이었던가. 자신의 상식과는 너무나도 다른 개념에 야견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렇지만 제 아무리 멀리 있어도, 셀 수 없이 시간이 흘러도 나라라는건 변함없군.”
굳이 결론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볼 만큼 불쾌한 표정을 숨길 수 없는 야견이었다. 인간이 모이면 언제나 그렇다. 높으신 분들은 뒤에 앉아 있고, 가난하고 약한 놈들이 앞에 나서 창칼을 맞는다. 스스로를 아유미라 말한 아이의 나라가 무엇에 맞서 싸우는지는 모르겠다만, 저런 어린아이들을 긁어모아 싸워아 하는 곳이라면 오히려 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글쎄. 너희보다는 단순하겠지. 부, 명성, 그리고 뭣보다 힘.”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기대던 절벽에 주먹을 살짝 대고, 내공을 발한다. 마치 얼음처럼 금이 가기 시작해, 바다로 부숴져가는 절벽. 어느 정도 수련한 무공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천년 뒤의 사람에게는 좀 생소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이 살아가기 힘든 곳이긴 하지만, 썩 나쁘지 않은 동네야. 그 뭐냐, 미래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 눌러 앉아도 된다만. 보아하니 너 원래 살던 곳에서도 연고는 적을 것 같고. ...아니, 그 전에 아유미 꼬마, 너. 친구는 있냐...?”
조금 염려된다는 표정으로 장난스래 시대를 넘은 귀화를 권하는 야견. 현대사회 기준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질문까지 던지는 것은 덤이었다. 미래의 사람들이 들었다면 뒤통수를 한 대 때려줘도 무죄겠지.
시노하라 카에데는 종교를 그닥 신용하지 않는 사람이였다. 신이라는 존재가 존재한다고 하면, 그 신이 인간 하나하나를 굽어살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라는 것은 옛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들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또한 카에데였다. 그것은 카에데가 살아오며 결론을 낸, 어찌보면 지극히 카에데다운 이치였다. 신이 자신을 끄집어서 다른 세계에 내던진다거나 하는것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전개라고 생각하기에...
고로 지금 일어나는 이 상황 또한 꿈속의 꿈이였다라고 밖에 결론을 낼 수 없었다.
"[오오, 선녀님이 눈을 뜨셨다!]"
"[부디, 저희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분명, 시작은 이러했다. 비몽사몽하는 와중에 조금 쉬라는 소리를 듣고는 까무러치듯 책상에 엎어졌건만, 떨어지고 나서 느껴져야 할 책상의 딱딱한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졸린 카에데는 별로 신경쓰지 않은채 바로 꿈나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꿈나라에서 자신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는데, 중력이 얕게 적용되어서일까, 분명 한참을 떨어져 200km의 시속을 기록하고 있어안 할 자신의 몸은 10분지 1인 20km정도의 시속을 내며 천천히 낙하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상황이 꿈이라고 결론을 내었다.
그리고 일에 너무나도 지친 카에데는, 그 당시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뇌의 작동을 정지시켰다.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기에, 꿈이 없는 깊은 잠을 자고 싶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