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뭐가 묻었던 건지 톡톡 털어주는 손길이 세심하다. 미카엘은 눈을 들어 올려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아마 지하의 먼지거나 피가 말라붙은 흔적이겠지만, 그 어느 것이라도 심경에 변화를 주진 못했다. 무뎌진 도덕적 관념에 죄책감을 불어넣지도, 죄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장치도 될 수 없었다. 선인은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사람이 이기는 곳이 됐다. 미카엘은 당신과 함께 살아남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미소가 유달리 말갛다. 미카엘에게도 이번 일을 통해 작은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다행스럽게도 부정적인 방향은 아니었다. 적어도 미카엘에게 있어서는.
오물오물 뱉는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와 일상적인 소품. 미카엘은 귀엽다는 말에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려 했지만, 막상 시선을 내려 동그랗고 복슬복슬한 곰돌이를 부정하기엔 콕 박힌 단추 장식이 집안 조명에 괜스레 초롱초롱한 빛을 발하는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결국 내 취향이 아니라는 형식적인 말을 뱉었다. 그리고 폭 안겼을 때 시선을 살짝 피했지만, 당신의 말에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단추에서 시선을 피해버리는 것에 가까웠다. 사실은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덜컥 들어서버린 탓이다.
"괜찮아. 슬리퍼는 언제라도 구할 수 있으니까."
슬리퍼는 언제라도 구할 수 있다. 더러워져도 그게 슬리퍼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돈을 주고 새로 구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당신의 소중한 순간은 돈을 주고 구할 수 없지 않은가. 미카엘은 눈을 감고 품에 고개를 온전히 기댔다. 무엇보다, 이렇게 태평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이 슬리퍼가 미카엘의 것은 아니었다. 당신에게 주어진 새 슬리퍼가 용왕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것이라면 맘대로 쓰고 버려도 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악행을 남몰래 숨긴 미카엘은 당신의 품에 깊게 파묻혔다. 피 냄새가 나도 포근하다. 당신의 품은 안정을 가져다준다. 왜 그런지는 잘 설명할 수 없다. 따뜻하고, 심장 소리가 들리기 때문일까? 그렇다기엔 마오도 비슷하다. 당신이라 그런 걸까? 음, 어렵다. 많이 안겨보면 언젠가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미카엘은 고개를 빼꼼 들었다.
"응. 물에 닿으면 덧나거나 따가울지도 모르잖아. 그것보다 동생이라면.. 그때 그 보드라운 사람..?"
폭우, X 같았음. 날씨 한 번 X 되는 날씨에 사람도 쭉정이만 있어서 처리함…… (중략) 동생이라고 했는데 보드라운 사람이었음…… (후략) 헤로인이 일기를 잘 써줘서 다행이다. 보드라운 사람이라고 적어둔 바람에 그대로 뱉어버리긴 했지만, 덕분에 어떤 인상의 사람인지는 잘 알 것 같았다. "여기는 집이니까 당연히 돼." 미카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다, 두 번째 질문에 무언가 고민하듯 입술을 오물거렸다. 당신을 먼저 씻게 하려는 생각을 하는 걸까? 생각은 길지 못했다. 미카엘은 당신의 품에 조금 더 파묻히듯 몸을 기울였다. 살짝 들어 올린 눈이 동그랗고 말갛다. 천사처럼 욕심이라곤 하나 없는 눈동자. 당신은 이 눈에서 기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호텔에서 미카엘이 이런 눈으로 당신을 쳐다본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 둘 거야…?"
이 영악하고 작은 꼬맹이는 2층에도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일단 꽁꽁 숨겨버리기로 했다. 물론 당신이 안 된다고 한다면 얌전히 그 사실을 실토하고 길쭉하게 미소를 한 번 지어 보이더니 호도도 도망가겠지만.
개앵신하구 가! 벌써 연휴의 끝이야..🥺 그렇지만 조금만 있음 주말이 또 돌아오니까 그 점을 위안 삼자구! 어제 하루도 같이 있어줘서 기뻤어, 많이 피곤했을 텐데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었길 바라..😢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일에 복귀하겠지만 점차 널널해질 거야.😊 잠들었다면 부디 푹 잠들길 바라구, 일을 하고 있다면... 응.. 날리지 않고 실수도 없이 멋진 마감을 할 수 있길 바라.......(무한점) 좋은 하루 되구! 늘 고맙구 좋아해~~😘😘😘
"좋은 저녁이지요, Mx. 에만. 블랙 코핀 힐의 관리자인 페로사 몬테까를로라고 합니다. 페로사라고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한잔 하시겠나요? 동생에게 괜찮은 와인을 선물로 받았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희 블랙 코핀 레지덴셜을 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Mx. 에만. 블랙 코핀 힐에 당신을 위한 보금자리를 내어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여기 이 서류에 서명하시면, 정식으로 블랙 코핀 레지덴셜 멤버쉽의 일원이 되시는 데에 동의하시는 겁니다. 이는 블랙 코핀 레지덴셜이 당신에게 제공해드릴 것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우리에게 있어 지켜주어야 할 것에 대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좋습니다. 여기, 레지덴셜 멤버쉽 카드입니다.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이용 약관에 상세히 적혀있으니 참고해주시고, 분실하시면 제 번호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블랙 코핀 레지덴셜에서 Mx. 에만의 입주를 환영하는 뜻에서 마련한 선물입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흠집 하나 없이 정교하게 마감된, 당신의 몸에 딱 맞는 옻칠한 관이다. 관 한가운데에 품질 좋은 과일과 값비싼 술 한 병이 담긴 바구니가 있다.)
# 문득 밖에서 정주행하다 언젠가의 IF썰을 보고... 슬쩍... 👀 여기서의 페로사는 짧은 하얀 머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짧은.... 백발... 블랙 코핀 힐의 관리자인 로로라고...??????? ;0;... 너무 매력적이야.. 예전에 들었던 블랙 코핀의 설정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더 매력적이야... 로로주는 맛잘알 천재가 분명해..(끄덕) 오후에 조금 지쳤는데 로로주 썰 보구 힘이 나...🥺 근사한 오후를 보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3
나도 살짝 tmi..? 김에만씨 초안 내가 얘기한 적 있나.. 해커에 약쟁이 말구 아예 생 초안!
김에만씨.. 초안으로는 길거리에 내몰린 시체나 곧 죽어가는 사람을 데려가 치우는 장의사지만 조직이라기엔 인기가 없음+덕분에 일이 없으면 소매치기나 시체 주머니 뒤지기로 연명함+체구가 작고 몸이 약함 같은 설정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청소하는 캐가 둘이나 있어서 설정만 들고 해커로 노선을 틀었다는 사실..👀
비가 와르르 쏟아지는 우중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상한 사람이 있길래 쏙 털었는데 털어도 그냥 빗속에 멀뚱멀뚱 서 있으니까 가까이 다가가서 눈앞에 손 흔들어봤더니 그제서야 우중에 눈동자를 에만에게로 돌리는데 공막이 벌겋게 충혈돼 있는 상태. 지갑 떨어뜨렸다고 꺼내어보이니 안에 카드만 빼어주고 돈이고 지갑이고 가져가던가 하라고 되는 대로 대답하고 그냥 멍하니 서 있는 페로사...
페로사: 298 본인이 재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그으으으으으을쎄다아아? 이 나이 먹고 분위기 띄우는 거 잘 할 자신 없는데. 이야기 듣는 건 자신있지만 말야." 015 sns를 한다면 어떤 것을 주로할까요? "잘 안 하는 편이지만, 제트블랙(설정상, 에누마 사의 통제에서 벗어난 완전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SNS) 정도려나? 그나마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아." 020 운동이나 몸쓰는 것을 좋아하나요? "뭐 직업이 직업이라 놔서. 바텐더라는 게 생각보다 근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이거야."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어떤 목소리의 사랑한다는 말이 취향?" 페로사: "내가 아는 목소리가 딱 하나 있어. 그 목소리로 듣는다면, 어떤 어조로 말한다고 해도... 그래,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지긴 너무 늦어버려서. 하하하."
"너에 대해 전혀 모르겠어." (면식 없던 손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페로사: "뭐, 이 도시에서 서로를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자, 한잔 더 하셔. 원래 모르는 관계니까 더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거야." (에만이 그렇게 말한다면) 페로사: "......" 페로사: "......" (조금 풀죽음) 페로시: "...그래, 맞아. 우리,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랑...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에 비해서 서로 알고 있는 게 너무 적지. 오늘은 많이 이야기하자. 나 이제 한동안 쉴 수 있으니까. 많이. 괜찮을까. 듣기 좋은 이야기만 나올 수는 없을 것 같거든.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라서."
"핸드폰 번호 좀 알려줄 수 있어?" (손님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면) 페로사: (명함을 꺼내줌) "자. 한잔 하고 싶다면 연락하셔. 엘리시온의 번호야." (에만에게 예전에 그런 말을 들었었다면) 페로사: "핸드폰 좀 이리로 줄래?" (개인 번호 찍어줌)
캬아악 로로야!!!!!!(오열) 우리 로로 진단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당 옹냠냠!! >:3 로로 이야기는 재미가 없어도 에마니가 잘 들어줄 자신이 만땅이라구!! >:3 제트블랙..🤔 흥미로운 sns잖아~ 저기서 의외로 '사우론'이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 회사니 뭐니 하면서 에누마사 돌려 까는 글도 있을 것 같아..
로로... 어떤 어조로 말해도 사랑한다는 목소리가 취향이라니.. 최대한 많은 어조로 많이많이 듣게 해주겠어..(비장)
에만: 으응, 알고 있는 게 없어. 가끔은 전혀 모르겠어. 에만: 그러니까.. 이야기 해줘. 나는 어떤 이야기라도 다 들어주고 싶으니까. (꼬옥) 에만: 시간은 많고.. 서로를 알아가면 더 기쁠 거라고 생각해.
으악 개인 번호.... 호텔 말고 그 이전에 번호 달라고 할걸...(손수건 물어뜯음)(?)
페로사: 걱정 마. 누구도 모르는 나를 네가 가장 많이 알고 있으니까. 페로사: 그러니까, 아마 내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너한테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그런 이야기들이니까... 페로사: 용기를 내볼게. 고마워, 자기. (쫍) (이후 많이많이 이야기했다..) (어쩌면 이번 일상에서 나올 만한 장면일지도) (아니 이 이전에도 페로사가 자기 이야기를 에만에게 털어놓았던 파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아리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