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85093> [HL/연애/플러팅] 화살표의 행방 - 3rd stage :: 1001

이름 없음

2022-08-06 23:29:52 - 2022-08-10 20:48:54

0 이름 없음 (OZBMI/CgUU)

2022-08-06 (파란날) 23:29:52

#이 스레는 연애 프로그램 '환승연애'에서 모티브를 딴 스레입니다.

#진행이 있는 가벼운 미니게임형 이벤트나 미션 전달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하게 됩니다.

#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질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 메시지이기에 자신이 누군지 직접적으로 쓰면 안됩니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이 스레는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시트 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574067/recent

비밀 메시지함 - https://bit.ly/3Bj9GPA

747 소금주 (q8CYKWa9G2)

2022-08-09 (FIRE!) 00:46:26

잠 안 자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밤에 이렇게 재밌는 게 많이 올라오는데
구월주어서와!

>>714 안돼에 보쌈 말고 교환해요 교환 (?) 언젠가 같이 달달이 먹어도 좋겠다~ 소금이는 영월이와 다시 대화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니 언젠가의 만남도 기대되는걸!

>>715 즐거운 나머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723 은석이의 행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기대되는걸! 확실히 똑부러지게 참여하고 말랑한 사람이 아니라서 매력적이야 은석이~ 이 험한 세상에 자기 이득 챙길 줄 아는 건 중요하지 화이팅이라구~

>>727 성규는 동생이 있구나! 이런 설정 알아가는 거 좋아~ 고양이를 좋아하는구나... 고양이 좋지... 털 알레르기가 있는 걸까 아님 청소 문제일까?
고백에 신중한 게 참 좋다고 생각해! 성규의 30대를 응원하겠어요~

748 소금주 (q8CYKWa9G2)

2022-08-09 (FIRE!) 00:48:45

청주 밖이었구나 세상에 지금 비바람 장난아니던데... 고생했어 어서와! >>741은아니머라고

>>745 공감... 그나저나 이보다 더 온다니 믿기지 않는다 정말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어

749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0:50:10

>>747 의외로 둘다 아니고 기관지 문제! 실제로 성악가들은 털동물은 못 기른다더라 ㅋㅋㅋ 스핑크스같은 종이라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저 30대 질문이 나오고 보니까 화살표 출연진들의 30대는 다들 어떨지 궁금하다ㅋㅋㅋ

750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00:50:14

>>745 이쪽은 비가 내리지 않지만 윗지방은 비가 그렇게 온다는데. 아이고. 다들 조심하세요!

>>747 사실 이득이라고 해도 어떻게 해야 내 카페 홍보 제대로 해서 손님 끌어모을까.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요!

은석:미션을 끝난 후엔 00카페! 00카페로...
PD:아니. 이렇게 대놓고 홍보하면 안돼요! (동공지진)

751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00:51:05

>>749 무난하게 30대 카페점장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어요. 은석이가 27살이니 3년 내에 크게 뭐가 변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752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0:54:14

>>751 하긴 생각해보니 평균 나이대가 대체로 20대 중후반이었네(깨달음) 10년쯤 지나야 변화가 뚜렷하려나?

753 영월주 (kmmSkMmFq.)

2022-08-09 (FIRE!) 00:55:43

성규 질문... 질문이... 아니 잠깐만 이것아! (영월이 목줄 당김)

>>747 나 버킷리스트에 이미 넣었어.. 소금이랑 일상하기 일상해서 힐링받을거야 영월이 말고 내가...(????)

>>749 일단 30대가 있을지부터 물어봐야죠(?) ㅋㅋㅋㅋㅋㅋ 뭐 농담이고.. 지금하고 다를 거 없겠지. 실력과 평판의 차이는 있겠지만.

754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00:56:06

10년 뒤의 은석이라..

.dice 1 4. = 3
1.카페가 대성해서 프랜차이저가 되어 2호점을 내는데 성공
2.그냥 무난하게 돈을 더 벌어서 카페 건물을 사서 건물주 카페 점장 등극
3.사실 지금과 별 차이 없다
4.자영업의 폐업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고 그만 은석이의 카페도..

755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00:56:34

4번이 안 나온 게 어디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756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0:57:55

>>753 리스큰가보다 리스크인가보다 ㅋㅋㅋㅋㅋㅋ
실력과 평판 차이면 꽤 큰 차이같은데!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네 ㅋㅋㅋ

>>754 오오 살아남았군 자영업인(리스펙

757 소금주 (q8CYKWa9G2)

2022-08-09 (FIRE!) 00:59:53

>>749 헉 아 맞네 그렇겠네! 성악가니까... 이렇게 또 새로운 지식을 알아간다... 키울 수 없으니 대신 고양이 영상 같은 걸 많이 보려나?
흠 소금이의 30대라... 갤러리 차렸을 것 같기도 하고 늦게나마 학교에 갔을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처럼 살 수도 있을 것 같네~ 그래도 5년이면 아마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안정적인 사람이 되겠지!

>>750 이건 자체광고 아니냐구ㅋㅋㅋㅋㅋ 은석이 영업에 진심이다... 이정도면 가줘야 한다...

758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01:02:05

>>756 일단 살아남았으니 그 후는 정말로 2호점을 내는 것으로 목표를!

>>757 사실 장난성이고..ㅋㅋㅋㅋㅋ 은석이가 챙기고자 하는 이득은 사실 별 건 없고 그냥 지켜보기만 하다가 손가락 빠는 손해는 보지 말자. 뭐 그런 거랍니다. 자영업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계산을 하게 되고 손해를 보는 것은 싫다고 하네요. 아마도!

759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1:02:43

>>757 아무래도 유튜브 구독 채널의 8할이 고양이나 강아지 채널인 편이지 ㅋㅋㅋ 오호 그렇구나,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안정적인 사람이 된다면 그건 다행인걸!

760 영월주 (kmmSkMmFq.)

2022-08-09 (FIRE!) 01:04:39

>>754 역시 은석이. 미래 계획도 확실해!

>>756 리스크...일지도 아닐지도? 일단 목줄 꽉 잡고 쓰긴 할 거야.. ㅋㅋㅋ 음- 이대로라면 현대의 파가니니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명예와 평판을 받겠지만 그 뭐시냐 재주가 너무 뛰어나면 단명한다나 박명한다나- 휫휘 (딴청) 그렇다네! (도망감)

761 강청주 (3tPfkzUt9w)

2022-08-09 (FIRE!) 01:07:36

30대의 강청이...?
잘 풀리면 승우아빠처럼 유튜브 채널 개설하지 않았을까

762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1:07:57

>>760 뭐 리스크여도 어쩔 수 없지 ㅋㅋㅋ 저것도 궁금한 거긴 했으니까! 저런저런, 그래도 기왕이면 장수하면 좋겠네!

763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01:09:24

허나 이 스레는 시리어스 스레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없다!! 라고 믿어보는 누군가.

아무튼 청이아빠해서 채널이 나오는거군요. 구독해야만 해. 제가요!

764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1:10:56

>>761 오호 그렇구나 요리유튜브도 핫하지 멍때리면서 보기도 좋고 ㅋㅋㅋ

765 소금주 (q8CYKWa9G2)

2022-08-09 (FIRE!) 01:12:45

>>753 핫 영광인걸~!! 좋아 소금주가 힘내서 얼른 영월이도 찾아가도록 할게 영월이와 영월주의 힐링. 책임져보겠어요.(비장)

>>754 생존 축하합니다!! 자영업은 생존하면 일단 된다고 생각해!

>>758 전에 은석주가 한 진단 목록 중에 학생 때 어땠나? 이런거 본 적 있는데 그거 대답도 그렇고 은석이 똑부러져서 머리도 좋고 학생때 공부도 잘 했을 거 같고 대견해(?)ㅋㅋㅋㅋ 손해 보지 않기를 응원해~

>>759 귀엽다 성규 구독 리스트 공유해 주세요!ㅋㅋㅋㅋㅋ 그렇다! 소금이는 어쨌든 나아지고자 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사실 음 만약 저 나이때까지 지금이랑 비슷하다면 조금은 단명할거같고(......

766 소금주 (q8CYKWa9G2)

2022-08-09 (FIRE!) 01:16:11

>>761 유튜브채널ㅋㅋㅋㅋㅋㅋ 귀엽다 나 구독할래~ 인기만땅이겠는걸~

767 강 청 - 이소금 (3tPfkzUt9w)

2022-08-09 (FIRE!) 01:17:59

그랬던 적이 있으셨나요?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눈안개에 잠긴 가로등마냥 흐리멍덩하게 흩어져 있던 강청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간 얼음송곳처럼 선명하게 초점이 잡혔다. 그의 눈동자는 한 치 흔들림도 없이 소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질책? 책망? 분노? 아니...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놀랐다. 놀랐다는 말을 붙이는 것이 적합하겠다, 지금 이 순간을 정확히 일컫고자 한다면. 리조또 좋아해요, 하는 동의의 말에 소금의 코끝쯤으로 떨어지려던 시선은 이어지는 소금의 말에 다시 소금의 눈으로 향했다. 그는, 꽤 묵묵히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 스타일인 모양이다. 대답은 소금의 말이 끝난 지 2~3초쯤이 지나고 나서야 나왔다.

"자상하다고 했었나요? 정정하죠. 맹랑하시네요."

문득 강청은 기시감을 느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얼굴 근육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로 표정을 짓는 법을 잊어버리기 이전에 겪어왔던 경험들이 본능적으로 그의 얼굴을 움직이게 했다. 다음 번의 말이 나올 때, 그 주인이 의식하지 못한 채로 강청의 입꼬리는 보일락말락, 흐릿한 미소 같은 것을 짓고 있었다. 그냥 미소일까, 아니면 조소일까. 조소라고 한다면 누구를 향한 조소일까.

"부어야 되는 물의 양을 고려하면 수지가 지독하게 맞지 않는 사업일 텐데요."

물을 부어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나 나일 삼각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옥한 흑토 정도다. 사막에 물 한 컵씩을 부어서 무엇이 달라지랴. 물 한 컵 정도로 변화를 기대하려면 지질학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자원해서 그런 일을 하려고 든다면, 강청은 말리고 싶었다. 굳이 이 고통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지 않다. 그게 그런 일을 자원해서 하려고 드는 사람이면 더욱. 옅은 웃음기는 금방 휘발되어 사라지고, 강청은 원래대로의 무심한 무표정으로 되돌아왔다.

"뭐, 지금은 아침부터 해결하죠. 알러지가 있어 못 먹거나, 특별히 싫어하는 재료가 있나요?"

리조또라는 게 종류가 워낙에 여러 가지니까. 하는 말을 강청은 가볍게 덧붙였다.

768 강청주 (3tPfkzUt9w)

2022-08-09 (FIRE!) 01:19:23

>>763 >>764 >>766 한국인이 좋아하는 진행속도에 맞춘 무덤덤한 속사포 요리기행채널
채널명은 강청망청으로 합시다(건성)

769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1:19:58

>>765 뭐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니 사람이 바뀌기도 충분하겠지ㅋㅋㅋ

그나저나 시리앗스 스레가 아니지만 단명 가능성 보유자가 제법 되는 건에 대하여(ㅋㅋㅋ

770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01:20:05

(뭐지. 중학교 진단이 나온 적이 있었던가.)(기억이 안 남)

시험 그거라면 뭐.. 일단 은석이는 나름 상위권을 차지하는 학생이긴 했어요.
그래서 나름 좋은 대학 나와서 경영 공부하고 카페 아르바이트 하면서 독립해서 점장이 된 케이스랍니다. 아무래도 좋은 TMI.

771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01:25:34

일단 저는 슬슬 자러 갈게요.
내일은 일상을 구해서 돌리는 방향으로! 다들 잘 자요!

772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1:26:46

잘자 은석주!

773 설영월 - 한성규 (kmmSkMmFq.)

2022-08-09 (FIRE!) 01:35:56

만약 성규가 불필요한 사과 따위를 먼저 입에 담았다면, 그나마 주어진 기회마저 사라졌을 것이다. 단지 말 좀 그리 했다고 그렇게 구는게 다소 억지스러운 건 그녀도 자각한다. 알고는 있지만, 그 이상의 배려를 베풀 상대인가? 지금 테이블을 두고 마주한 저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녀는 가차없이 거두었겠지. 그리 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예."

짧게 대꾸한 그녀는 무릎에 올린 손을 보이지 않게 겹치고 서로 깍지를 끼웠다. 안정감을 찾기 위해 맞잡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녀에게는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처럼 보였다. 당장 일어나 이곳이고 프로그램이고 전부- 던져버리지 않게. 꾸욱. 약하게 힘을 주어 잡고 있으니 성규로부터 질문이 들어왔다. 슥- 그녀가 고개를 들어 성규를 똑바로 주시했다.

"그것은, 저 개인의 의견을 물으시는 겁니까. 아니면 여성진으로써의 의견을 물으시는 겁니까."

대답에 앞서 나온 말은 그저 확인을 위한 절차라는 어투다. 사회였다면 당연히 전자였겠지만 이곳은 프로그램의 안이고 이 자리 역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확인은 확실히 해서 나쁠 것이 없으나, 둘 다 대답해서 손해볼 것도 없었다. 그녀는 작게 어깨를 으쓱이고 말을 잇는다.

"다른 여성진과는 교류가 없어 아는 바가 없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은 '현 시점에선 말할 것이 없다' 입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 대해 미리부터 무엇이 싫고 무엇이 좋은가 말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며, 같은 행동 같은 말일지라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받아들임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명확하진 않으나 그것이 제 대답입니다."

누군가 준비해 놓은 대본을 읽는 것처럼 딱딱하고 형식적이다. 제법 긴 말에 한번 숨을 가다듬은 그녀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이 대답이면 만족했는지, 더 물을 것이 있는지, 거뭇한 눈동자가 성규에게 묻는다.

774 영월주 (kmmSkMmFq.)

2022-08-09 (FIRE!) 01:37:05

습한데 말라가는 이 기묘한 감각... 아니 마르는 건 내 속인가...

은석주 잘 자아!

775 소금 - 청 (q8CYKWa9G2)

2022-08-09 (FIRE!) 02:06:33

기본적으로 서늘했지만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던 푸른 눈동자가 갑작스레 날카롭게 변하자 소금은 어쩔 도리 없이 놀라고 만다. 화가 났나. 한번 더 말할까. 죄송하다고. 간이 작다는 말을 의인화 한 것 같은 사람인 만큼, 소금은 이번에도 어쩔 도리 없이 긴장하고야 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 와중에 몸은 살짝 굳어서 눈을 피할 수 없는데, 그래서 그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시린 눈 뒤에 숨은 것이 분노가 아니라는 걸 머잖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질책이라기엔 부족하고 책망이라기엔 미묘하다. 뭐지. 소심한 호기심이 고개를 들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으니 애쓰지 않아도 곧 알게 된다.
아, 놀랐구나.
그런데 이게 놀랄 소리인가. 실례되는 말이라면 화가 날 지언정 놀라울 건 없지 않은가. 뭐가 놀랍지. 질문한 것 자체가?

모르겠다. 어쨌거나 견디기 어려운 침묵은 지속되었고 소금은 이 상황이 주는 압박감에 슬슬 제 목을 감싸 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호흡이 꺼끌하게 오르내리는 감각이 지독하다. 기분이 나빴다면 차라리 욕이라도 해 줬으면. 그냥, 아무 말이라도 했으면. 이게 더 무섭다고요... 그런 소원을 들어주듯 강청의 답변은 늦게나마 돌아온다. 안타깝게도, 기대와는 달리 청이 말을 한다고 해서 소금의 두려움이 덜어지지는 않았지만.

"수, 수지, 를, 생각하고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그냥 그러고 싶어서, 하는 일에 보장된 댓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이토록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건 순전히 당신의 표정을 포착한 탓이다. 미소인지 조소인지 모를 웃음은 어질어질한 소금의 머릿속에 총알처럼 날아와 박혔고, 생소했기에 강렬한 미소의 존재감은 소금의 신경을 확실히 자극했다. 주로 거슬리는 방향으로.

"...알러지는 없고, 해산물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한바탕 쏟아내고 기어 들어가듯 내놓은 답변은 살짝 가라앉아 있다. 기가 죽어 보여도 생각에 변화는 없다. 일말의 가망도 없어 보이는 모래의 바다 조차 충분한 비가 내리면 꽃이 만발하기도 하는데 시도조차 해 보지 않으면 무슨 기준으로 행동의 무용함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776 소금주 (q8CYKWa9G2)

2022-08-09 (FIRE!) 02:11:41

수지>수지타산으로 정정... 할게!! 타산 이즈 미싱...ㅠㅠ
은석주 잘 자구!

777 강청주 (3tPfkzUt9w)

2022-08-09 (FIRE!) 02:36:18

>>771 굿-나잇 은석주

>>774 (보는 내가 춥다...!)

>>775 (뭐가 어떻게 거슬렸길래...??)

778 한성규 - 설영월 (xNYqW6Dbg6)

2022-08-09 (FIRE!) 02:39:38

"...? 설영 씨 개인께 드린 질문입니다. 성별로 일반화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여성진...이 왜 나오지? 단순화하자면 상대가 꺼리는 것에 대해 물어본건데? 순수하게 어리둥절했지만 성규는 곧장 대답했다. 그건 그거고, 하마터면 여성들 전체의 의견을 개인에게 묻는 몰골이 될 뻔 했군. 이건 짚어주셔서 감사하네. 이어 답변이 이어졌다. 음, 내 질문이 모호했나? 생각했던 답변하고는 좀 다른데. 그러나 구체화하여 다시 질문하자니, 역지사지로 생각해봤을 때 답할 말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었다. 같은 말이라도 발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어느정도 일리 있는 말이었고.

"그렇군요. 질문이 다소 모호했음에도 성의껏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사람의 의견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없건만, 그렇게 해석될 뻔한 게 퍽 억울하긴 했지만,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실제로 개인의 호오를 가지고 특정 인구계층의 특징으로 일반화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지는 않았고, 항상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오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래도 방송인 만큼 가급적 똑바로 말해야지. 성규는 월영의 눈을 곧게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질문이 아닌 청에 가깝습니다만, 이후 제가 달갑잖은 화제를 꺼내거든 편히 거절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방금의 질문을 드린 것도, 남은 시간동안, 그리고 앞으로 설영 씨와 대화를 나눌 때 설영 씨께서 반감을 느끼실 만한 화제는 가급적 피하고 싶어서니까요."

요는, 거북한 화제를 하나하나 대기 어렵거든 달갑잖은 화제가 나왔을 때 언질이라도 달라는 요청이었다. 어떻게든 정리하고 나니 좀은 난감해졌다. 역시 괜히 진실게임같은 이야기를 꺼냈나.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요청은 그 누구에게든 언제가 됐든 꺼내게 됐을 테니까 과정이었다고 생각하지 뭐. 때마침 식사가 나왔다. 방송각이고 자시고, 배가 고프다. 먹을 거 앞에 두고 맥락상 건질게 없는 어설픈 방송용 질문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고.

"궁금한 질문은 모두 여쭸습니다. 식사하실까요?"

779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2:41:30

6백자 이상은 못쓴다고 생각했는데 인생 모른다니까(간만에 분량조절 실패한 이의 말

780 영월주 (kmmSkMmFq.)

2022-08-09 (FIRE!) 02:42:18

성규야... 성규주야... 이름 좀 올바르게 불러주련...?

781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2:43:17

잉?? 아이고 대실수 미안!! 수정하고 다시 올릴게!

782 소금주 (q8CYKWa9G2)

2022-08-09 (FIRE!) 02:43:36

>>777 아 그건... 조소로 받아들였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소통오류~

783 영월주 (kmmSkMmFq.)

2022-08-09 (FIRE!) 02:44:56

아니야 수정할거까진 없고 그냥 담 답레부턴 신경 좀써줘 ㅋㅋㅋㅋㅋ 그냥저냥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번은 좀... 글네...

784 한성규 - 설영월 (xNYqW6Dbg6)

2022-08-09 (FIRE!) 02:46:40

"...? 영월 씨 개인께 드린 질문입니다. 성별로 일반화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여성진...이 왜 나오지? 단순화하자면 상대가 꺼리는 것에 대해 물어본건데? 순수하게 어리둥절했지만 성규는 곧장 대답했다. 그건 그거고, 하마터면 여성들 전체의 의견을 개인에게 묻는 몰골이 될 뻔 했군. 이건 짚어주셔서 감사하네. 이어 답변이 이어졌다. 음, 내 질문이 모호했나? 생각했던 답변하고는 좀 다른데. 그러나 구체화하여 다시 질문하자니, 역지사지로 생각해봤을 때 답할 말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었다. 같은 말이라도 발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어느정도 일리 있는 말이었고.

"그렇군요. 질문이 다소 모호했음에도 성의껏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사람의 의견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없건만, 그렇게 해석될 뻔한 게 퍽 억울하긴 했지만,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실제로 개인의 호오를 가지고 특정 인구계층의 특징으로 일반화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지는 않았고, 항상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오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래도 방송인 만큼 가급적 똑바로 말해야지. 성규는 월영의 눈을 곧게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질문이 아닌 청에 가깝습니다만, 이후 제가 달갑잖은 화제를 꺼내거든 편히 거절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방금의 질문을 드린 것도, 남은 시간동안, 그리고 앞으로 월영 씨와 대화를 나눌 때 월영 씨께서 반감을 느끼실 만한 화제는 가급적 피하고 싶어서니까요."

요는, 거북한 화제를 하나하나 대기 어렵거든 달갑잖은 화제가 나왔을 때 언질이라도 달라는 요청이었다. 어떻게든 정리하고 나니 좀은 난감해졌다. 역시 괜히 진실게임같은 이야기를 꺼냈나.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요청은 그 누구에게든 언제가 됐든 꺼내게 됐을 테니까 과정이었다고 생각하지 뭐. 때마침 식사가 나왔다. 방송각이고 자시고, 배가 고프다. 먹을 거 앞에 두고 맥락상 건질게 없는 어설픈 방송용 질문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고.

"궁금한 질문은 모두 여쭸습니다. 식사하실까요?"

/
아이고 대형사고 쳤네;; 다시한번 미안! 그리고 짚어줘서 고마워...!

785 성규주 (xNYqW6Dbg6)

2022-08-09 (FIRE!) 02:49:00

>>783 미안 내가 넋을 놓고 썼나보다() 다음엔 주의할게!

786 강청주 (3tPfkzUt9w)

2022-08-09 (FIRE!) 03:03:02

>>782 "헛웃음"이라는 표현을 졸린 머리로 떠올리지 못한 강청주의 과실 땅땅

787 설영월 - 한성규 (kmmSkMmFq.)

2022-08-09 (FIRE!) 03:17:18

그녀가 의무적으로 행한 확인절차에 답한 성규의 말에 무색한 대답이었겠으나, 그는 그것에 대해 납득한 듯이 감사를 말해왔다. 반박이 없는 점은 편했다. 반박에 맞받아칠 생각이 없는 건 아니나 그런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수고는 매우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리를 생각해 말을 고르기는 하겠으나, 필시 이 자리를 편집해야 할 정도의 대우를 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이 한성규라는 사람은 상당히 신중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지뢰를 피해가고 있으니.

뒤이어 성규는 말했다. 혹시나 그가 불편한 주제를 꺼낸다면 편히 거절해달라고. 그러는 이유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교류가 있다면 반감을 줄이고 싶어서라고 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 한달하고도 2주 남짓한 시간. 그 동안 마주치지 않을 리는 없으나, 그렇다고 그녀가 그의 청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이유가 없다면 할 대답은 하나 뿐이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으나, 저를 상대로는 그런 배려를 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이곳은 사회가 아닌 프로그램의 내부이고, 참가자 간 교류가 주 컨텐츠인 프로그램에서 단순히 반감이 든다 하여 대답을 가리는 사치는 부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반감이 든다면 그에 맞춰 대답의 수위를 조절하면 됩니다. 불필요한 배려야말로 가장 불쾌합니다."

불필요한 배려. 불필요한. 그럴 이유가 없는. 그럴 필요도 없는 배려. 할 이유가 없는데도 베푸는 배려는 정말이지......

그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두 손을 서로 으스러뜨릴 듯 쥐고 있음을 깨달았다. 무릎 위가 부들거려 내려다보니 손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물들어 떨리고 있었다. 천천히 힘을 풀고 손을 떼어내자 파르르 떨려서, 음식이 나왔는데도 그녀는 잠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예. 식기 전에 드시죠."

그렇다고 성규까지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먼저 먹으라는 의미로 대답을 하고 느릿느릿 손을 움직였다. 아직 혈색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움직이는데 무리는 없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그릇 속 연어덮밥을 슬며시 찌른다. 간장에 잘 절여진 연어와 양념 묻은 밥은 취향에 따라 정말 맛있어 보였지만, 그녀에겐 넘어야 할 산에 불과했다. 아니, 시련일까.

788 한성규 - 설영월 (xNYqW6Dbg6)

2022-08-09 (FIRE!) 04:30:24

영월의 대답을 들으며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1도 이해를 못하겠다. 악감정보다는 순수한 몰이해에 가까웠다. 그 다음으로는 고민이 되었다. 괜한 언쟁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수저나 물을 놓는 문제야 영월에게는 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싫을 땐 말해달라는 것도 강요할 수 없는 문제라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월이 불쾌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그가 원하는대로, 그는 불필요한 배려라고 말하고, 자신에게는 좀 더 편히 사람을 대하기 위한 처세를 영월에게만 예외를 두어 교정한다면, 그거야말로 배려가 아닌가? 그러나 밥상을 앞에 두고 언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체하기 좋은 조건이긴 했지만, 더욱 체할 가능성을 높이고 싶지는 않았다. 성규는 감정을 싣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제 편의를 위한 요청이었으니 더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영월 씨를 예외로 두어 영월 씨께만 다르게 행동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어떻게 행동하든 불필요한 배려를 해드리게 된다면 제가 마음이 편한 쪽으로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시든 영월 씨의 몫일 테고요."

진실의 입을 여는 건 가급적 삼가고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몰라, 배 째라지. 그런 심정으로 성규는 말을 마치고 잔잔히 미소지어보인 뒤 주의를 그릇 안으로 옮겼다. 기대했던 연어 덮밥에서 무슨 맛이 나는지 파악하기엔 노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소화능력을 믿고 열심히 식사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789 설영월 - 한성규 (kmmSkMmFq.)

2022-08-09 (FIRE!) 06:19:02

무의식이란 골치 아픈 것이다. 말 그대로 무의식이기 때문에.

그녀는 성규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모순적인 발언을 했음을 인지했다. 아무리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들, 그녀가 타인간 교류에 능숙치 못함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라는 걸 실수로 하여금 새롭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절로 한숨이 나오려는 입술을 보이지 않게 물어 닫고, 성규의 의견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번 실수는 온전히 그녀의 실수였으므로 반박할 여지도 반론할 자격도 없었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깔끔하면 참 좋을 것을.

"예."

첨언할 부분은 있었으나 일단 지금 할 말은 아니라고 판단해,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시선을 주홍빛 연어살이 담긴 그릇 안으로 떨어뜨렸다. 숟가락으로 눌러도 뭉개지지 않고 적당한 탄력감이 느껴지는 연어살은 고소한 참기름과 간장 특유의 향이 절로 군침 돌게 하는 비주얼이었다. 분명 요리장이 수고를 들여 손질하고 담아냈다는게 느껴지는 한 그릇이었다. 주방의 수고를 생각하면 그릇을 깔끔히 비우는 것이 예의겠으나, 그녀의 손은 한없이 느리게 움직여 반스푼씩 겨우 입으로 가져간다. 씹기는 또 얼마나 한참을 씹던지. 그 결과 성규가 그릇을 비우거나 식사를 마칠 무렵엔 절반이나 남긴 채 숟가락을 내려놓는 그녀가 있었다.

원래부터 많이 담겨 있던 것도 아닌 덮밥을 반이나, 깔끔히 잘라낸 것처럼 딱 반을 먹고 손을 놓은 그녀는 잔에 남은 물로 입가심을 했다. 그리고 테이블에 비치된 냅킨을 뽑아 조용히 입가를 정리하고 성규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거나- 말을 기다렸을 것이다.

//(얼감)
성규야 미안하다아악....!

790 채린주 (QzYMYqajrk)

2022-08-09 (FIRE!) 10:36:04

채린주 갱신인것이에요.. 혐생 정말 싫은것이에요..

791 정구월 - 강청 (PR0ntzCjm.)

2022-08-09 (FIRE!) 13:25:09

구월의 가느다란 두 팔이 주욱. 하늘을 가리키고 신장되는 근육에 곧이어 신음하는 소리가 조그맣다. 흔적이 드문 텅 빈 공간. 누군가를 배려해 제일 구석 바깥 쪽에 마련되어 있는 흡연실. 카메라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아늑하다. 입에 물고 있던 탓에 조금 눅눅해진 연초의 재를 손끝으로 툭툭 털어낸다. 이른 아침인데도 크고 작은 소음이 들려오는 공간이 어색하다. 드문드문 마주치는 스태프들과 눈인사를 하며 나른하게 뜬 눈으로 연기를 뱉는다. 구월은 잠에 드는 일을 무척 좋아했지만 깊이 잠드는 일 만큼은 할 줄 몰랐다. 선생님은 불안 때문이랬다. 그런 비겁한 게 어딨겠냐만은. 희뿌연 연기가 울렁거린다.
저는 추운 게 아닐까요. 온기가 모자란 것 같아요. 머리를 쓸어 넘겨주고, 상냥한 손짓으로 등을 도닥여주며 곤히 잠들길 지켜봐주는 온도를 잃어버렸는데요. 꿈에서 꾸준히 깨어나다보면 어느순간 진절머리가 나기 마련이다. 지겨워, 지겨워.
몽땅해진 꽁초의 끝을 검지로 탁탁 털어내 불씨를 죽여낸다.

방송 출연이니 만큼 구월은 당연하게 어디서나 깔끔한 차림세였다. 화장과 코디를 진작에 끝마쳐놓고 니코틴을 보충한 그녀는 간단하게 브런치나 해먹을 생각이었다. 버터와 토스트. 아침을 그리 챙겨 먹진 않지만 분량을 위해선 어려운 일도 아니다.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으니 그 마저도 몇입 먹다 금방 물려 버리겠지만. 해이해진 마음으로 쨍한 볕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느적거렸다. 오늘 구월은 비교적 얌전했다. 검정의 크롭 나시에 통이 넓고 헐렁한 챠콜 색의 카고팬츠 차림. 흔한 조던1 쉐도우. 샌들을 신을까 했지만 발에 모래가 들어오는 게 싫었다. 주차장을 지나서, 짐이 무거워 보이는 청을 지나치고. 느릿했던 구월의 두 발이 나란히 선다.

"강."

그는 스마트폰을 확인 하느라 그녀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게 인지상정. 죽인 소리로 살금살금 다가가 폰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스마트폰 위로 얼굴만 불쑥 내밀어 그를 부른다. 기울어진 고개를 따라 어깨에서 구월의 머리가 속절없이 흘러 내렸다. 그녀의 얼굴은 호기심에서 곧 나른한 웃음을 짓는다.

"―청 씨, 어디로 도망가요?"

악의없는 말투, 무례한 등장. 구월이 숙인 허리에 맞춰 옥색의 조약돌 목걸이가 그녀의 복장뼈에 툭툭 부딪힌다. 청은 어째선가 그 어느때보다 자연스러워 보였고, 홀가분해 보였으며 이대로 영원 사라져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정말 그런거라면 구월도 함께 흩어지고 싶었다. 그는 담길 수 없는 모래처럼 보였으니까.

"옆자리는 비었어요?"

조수석.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구월에게서 어렴풋한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청의 대답을 듣기 전까지 새초롬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던 구월은 그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을 부드럽게 휘어 웃었을 것이다. 우리 데이트 있잖아요.

792 연호주 (uYn9Sc0u6A)

2022-08-09 (FIRE!) 15:04:40

살짝 갱신~!

793 영월주 (kmmSkMmFq.)

2022-08-09 (FIRE!) 16:32:40

갱신할게! 좋은 오후!

794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18:46:51

날씨의 상태가?! 아무튼 갱신!!

795 강 청 - 이소금 (3tPfkzUt9w)

2022-08-09 (FIRE!) 18:48:50

그랬던 적이 있으셨나요? 하는 질문. 강청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소금에게는 부당한 반응일지 모르겠지만, 방금 그 짧은 질문으로 소금은 말 그대로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평생을 안고 가게 될지도 모를 깊게 움푹 패인 고름투성이 상처인데 그 무심한 한 마디가 그야말로 소금에 절인 작살처럼 그 상처를 꿰뚫고 들어온 것이다. 경악 어린 날카로운 눈빛으로 끝난 게 다행이었다. 강청이 조금만 덜 무뎠더라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거나 고통에 찬 고함을 질러도 무방했을 고통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소금과 서로 감정의 벽을 충분히 내릴 만한 친근감이 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소금이 먼저 실례를 무릅쓰고 상세한 질문을 건네어온 것도 아니고,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는 이에게 미주알고주알 자기 사정이며 과거사를 털어놓는 것도 자칫하면 유흥가 골목의 만취한 늙은이만큼이나 꼴사나운 꼴이 되는 것이 십상이다. 그래서 강청이 할 수 있는 대답은 맹랑하시네요, 하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중간한 회피일 뿐이었다. 원래 드라마라는 게 이렇지 않은가. 서로의 사정을 모르는 무심한 사람들이 서로 눈먼 말을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손대중도 못하고 쑤시는, 장님끼리 벌이는 칼싸움으로 시작하는 법이다.

"그러고 싶어서라..."

강청은 소금의 말을 되뇌어봤다. 묘하게 당돌한, 저항하듯 하는 말이 거슬렸다. 그러고 싶어서. 강청에게는 정말로 무서운 말이다. 강청의 가슴속에 조금씩 움이 트며 만들어지고 있었던 숲을 단 한순간에 얼어붙은 황무지로 만들어버린 말이 그 한 마디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싶어서. 같이 있고 싶어서 다가온 이는 일순간 예고도 없이 그 모든 것을 끊어버렸다. 작은 숲은 대멸종을 맞이했다. 그런데 정작 지금 소금에게 아침 식사를 대접해주려고 드는 자신도 정확히 그 '그러고 싶어서'라는 알량한 구실에 기대고 있지 않은가. 강청의 얼굴에 다시 보일락말락한 웃음이 어렸다. 아까의 웃음과 똑같았으나, 두 번째로 목격한 그것은 조소라기보단 허탈한 헛웃음에 더욱 가깝다는 사실을 소금은 발견할 수 있었다. 웃는 얼굴로 그는 말했다.

"호기심이나 동정심만으론 소용없는 일도 있습니다."

모든 땅은 여행자보다 거주민을 바란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누군가가 머물기에 너무도 가혹한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강청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했다가 어설픈 삽자국을 남기고 손발에 동상을 입은 채로 떠나가지 말고 안전히 지나가기를 그는 바라는 것이다. 표면에 낀 서리를 녹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은 방금처럼 금방 휘발되어 사라졌다.

"돼지고기 버섯 리조또가 좋겠네요."

봄 시즌 스테디셀러였다. 강청의 담당은 아니었지만, 만들라고 하면 완벽히 만들 수 있다. 강청은 다른 코너로 소금을 이끌었다. 그는 장바구니에 작은 쌀봉지 하나와 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을 한 팩씩, 양파 한 알과 다진 마늘을 작은 봉지로 담았을 것이다. 이후로도 별 말을 하지 않는다면 돼지고기 목등심과 올리브유, 버터, 파마산 치즈와 후추까지...

796 강 청(구월이 분위기에 제대로 말렸음) - 정구월 (3tPfkzUt9w)

2022-08-09 (FIRE!) 18:49:37

"양해를 구하고 갔다오는 걸 도망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만."

인사의 형식을 부숴버린 파격적인 인사에는 당연히 태클이 그 답사로 돌아왔다. 강청은 주머니에서 꺼내다 만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푹 쑤셔넣고, 구월의 홀가분하니 가벼운 차림새를 돌아보고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도망길이 아니라 안타깝게 됐군요."

그도 그럴 게, 어딘가 한 곳에 자리잡기에 너무도 가벼운 발걸음을 하고 있는 구월의 모습은 마치 어딘가 도망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 만큼 자유롭고 낭만적인 여행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강청은 말주변이나 글솜씨 같은 언어적 교양이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나거나 한 부분이 없어서, 구월의 그런 모습을 뭔가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이 막연히 그렇게 느낀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침 잘 만났다. 핸드폰으로 연락하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데에 생각이 닿아서, 강청은 입을 떼려 했다. 그렇지만 그가 뭔가 말을 하는 것보다, 구월이 먼저 말을 꺼내는 게 빨랐다.

어디 가는 줄이나 알고 그럽니까? 라는 대답이 머릿속에서부터 혀까지 내려왔다가, 강청은 문득 입을 닫았다. 고양이한테 홀리기라도 한 걸까, 문득 도망이라는 그 말이 머릿속에서 꽤 그럴싸하게 들렸던 탓이다. 목적지를 알면 그건 도망이 아니라 후퇴가 된다. 그래서 어디 가는 줄이나 알고 그럽니까, 저는 지금 일하러 가는 겁니다, 제가 일하는 직장에 갑니다, 유리 궁정으로요... 하는 구접스러운 말 따위는 다 제쳐놓고, 강청은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목적지? 그런 건 물어볼 때 알려줘도 늦지 않다. 비상등이 깜빡 하더니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괜찮으시면 타시죠."

797 은석주 (wl2v4GCn3w)

2022-08-09 (FIRE!) 18:51:31

어서 와요 강청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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