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질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 메시지이기에 자신이 누군지 직접적으로 쓰면 안됩니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이 스레는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자신이 준 커피를 마시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석은 나름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연애 프로그램을 떠나서 자신은 바리스타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커피를 대접하는 상황이니 그 커피의 평가가 궁금한 탓이었다. 물론 나름 맛과 향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입맛이 다 동일한 것은 아니었으니 자신의 커피가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름 좋은 평가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그가 그만큼 자신이 끓인 커피에 자부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내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은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또 한 사람이 자신의 커피를 마시고 기분 좋게 즐기고 있다는 이 순간이 그에게 있어선 행복이었다. 기분 좋은 미소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며 은석은 채린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커피가 입에 잘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연애 프로그램을 떠나서 바리스타다보니 이런 것은 괜히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뿌듯함을 느끼면서 그는 괜히 자신의 앞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잠시 말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괜히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커피 드셨으니까 입에 잘 맞으면 나중에 꼭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와서 단골 되기. 알았죠? 혹시 이 커피보다 더 입에 맞는 커피가 있으면 뭔지 말해주면 고맙고요. 채린 씨 입에 맞는 커피는 어디서 끓인 커피고 무슨 맛일지 궁금하거든요."
순수하게 바리스타로서 그렇게 말을 하며 그는 이내 오른손으로 텀블러를 손으로 가리켰다.
"방으로 돌아가셔서 천천히 드셔도 돼요. 텀블러는 또 있으니까 굳이 지금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거든요."
아무튼 슬슬 날짜적으로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지를 띄우는데.. 지금 선율주와 아린주는 아예 미션 스타트가 안 된 상태고 제가 알기로는 선율주가 선레를 쓰겠다고 했고 그 이후로 선레를 올리지 않고 오지 않는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요. 일정이 얼마나 바쁜진 모르겠지만 엄연히 필수 페어미션인만큼 일정이 다 끝날 때까지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그땐 시트를 강제로 내려버릴 예정이에요. 조금 강경할지도 모르나 자신과 페어로 묶인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잠수를 타는 사례를 아예 뿌리 뽑아버리기 위함이기에 이 부분은 조금 강경하게 할게요.
심장이, 미친 듯 뛴다. 반쯤 작업된 작품 캔버스와 작은 크기의 양산형 캔버스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많은 짐부터 시작해 무거운 화구 가방까지는 그나마 익숙했지만 약 두 달 간의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생소한 공간, 그리고 문 밖에서 드문드문 오가는 낯선 사람의 인기척까지 모든 게 새삼 어색하고 불안했다. 오랜 친구의 따끔한 조언마저 씹어 삼킨 주제에 이제 와서 그 말들이 맞을 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는 나약한 자아가 아우성을 친다.
긴장된다. 살짝 떨리는 손가락이 천천히 목을 감싼다. 불안정하게 오르내리는 숨결과 박동하는 맥박이 피부 너머로 느껴진다. 손끝에 닿는 반창고의 이질적인 감촉도.
"......"
자신감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아니지, 원래 없는데 있는 척 했던가. 몰라. 어떡해. 잘 할 수 있나? 아니면? 애초에 뭘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걸까? 모른다. ...불안해. 정처 없이 헤매던 까만 눈은 발끝까지 뚝 떨어져서 그대로 방바닥을 파고 들어갈 듯 오랫동안 미동않는다.
"아, 아냐, 정신 차려, 안 이러기로 했어."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데 뚜렷한 동기가 된 감정은 다시금 구명 로프가 되어 푹 가라앉아 버리고자 하는 소금의 텐션을 도로 끌어올린다. 그는 반쯤 작업된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러프하게 표현된 파도, 물감으로 빚은 목련 꽃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회오리 치는 마음도 서서히 얌전해진다.
양 뺨을 가볍게 때린 소금은 그제서야 방치했던 케이크 박스를 열었다. 분홍색 크림으로 매끈히 코팅된 초콜릿 케이크 시트 위에는 동일한 간격으로 배치된 흰색 휘핑과 10개의 칵테일 체리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케이크 중앙, 여러 색깔 아이싱을 겹쳐 그린 화려한 프릴 모양까지. 당연히 소금의 작품은 아니고 그의 지갑에서 충분히 빠져나간 돈과 깐깐한 요청이 포함된 주문서로 제작된 것이다. 학생들 졸업 여행도 아니고 뭐 이런 걸 가져가나, 유난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막상 꺼내보니 아주 별나게 보이지는 않았다. 음, 별난 짓이어도 이젠 어쩔 수 없지. 어차피 혼자 다 못 먹으니까. 소금은 플라스틱 칼을 들었다. 설치미술 작품인 양 복도 한복판에 통으로 올려둘 게 아니라면 잘라 나눠야 한다. 가능한 깔끔히.
"앗."
뭐. 뜻대로 될 리 없다.
아이싱과 단면이 다소 뭉개지게 나뉜 케이크는 작은 아이스팩과 함께 각각 종이 접시 위로 올라간다. 케이크 속 체리 과육에 쉽게 걸리던 플라스틱 칼이 몇 번이고 휘청거려 만들어진 결과다. 소금은 이를 악문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냥 포장해서 몰래 놓고 오자. 그게 낫겠다.
—그렇게 작은 상자에 포장된 케이크 조각들이 여러분의 방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해가 넘어가고도 한참 된 밤중에 발생한 일이었다. 아, 내 주제에 케이크는 무슨. 툴툴대도 후회하기엔 이미 늦은 시간이다. 곧 박살 날 이부자리에 애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