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날씨 소식입니다. 오늘은 대체로 맑고 화창한 날씨가 기대되겠습니다. 평화시는 밤 사이 내린 소나기로 인해 오전 중 습도가 높겠으며, 오후 2시 경 최고 기온 30도 내외의 무더위가 찾아올 전망입니다. 수분 보충과 야외 활동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날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상 캐스터의 음성이 낡은 차량 내장 라디오 스피커에서 거슬리지 않을 만큼 낀 노이즈와 함께 흘러 나온다. 동시에 햇빛을 가리던 꼬마 구름이 바람을 타고 물러나자 안팎을 가리지 않고 지저분하게 찍힌 순찰차 유리창의 손자국들이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
핸들에 손을 올린 채 이른 아침 뉴스에 귀를 기울이던 양장은 감히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 없을 만큼 뿌옇고 난잡한 손자국의 향연에 난감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여간 창에 손 좀 올리지 말라니깐 들어먹질 않네요. 아아~ 또 내가 닦아야 하잖아, 이거. 어쩜 좋아."
아무튼 닦는 사람 따로 어지르는 사람 따로인 건 어딜 가도 비슷비슷 하다니까. 이런 게 눈에 보이는 유전자가 정해져 있기라도 한 건가? 톡톡톡, 인간이 타고날 수 있는 색상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하얀 손가락이 핸들을 가볍게 두드린다. 뭐. 까짓 수고 좀 더 하면 되는 일이지. 이왕 하는 거 세차까지 할까? 지난밤에 저놈 잡아라 하면서 달렸더니 그새 더러워져서는, 이래서야 시민들에게 신뢰의 시옷 자도 못 얻을 꼴이 아닌가. 잠시나마 툴툴거린 게 무색할 만큼 본인이 당장 취해야 할 액션과 가장 가까운 세차장까지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신속히 정리 완료한 양장은 이윽고 기어를 바꿨다. 타이어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도로로 나아간다.
양장이 근무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손세차장은 연배를 따지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눈에 퇴락했다 싶을 정도로 시설이 근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테리어 값을 아낀 덕인지 가격은 근처의 모든 세차장을 통틀어 가장 저렴했고, 구둣발 닳도록 드나드는 경찰들을 한결같은 단골 대우로 반겨주는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이라 양장을 포함한 그의 동료들이 자주 애용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비록 혹사당하던 민중의 지팡이가 가끔 일그러진 보닛이라던지 정체 알 수 없는 물질을 타이어에 달고 문턱을 드나들어 어느순간부터 자연스레 일반 차량의 방문이 뜸해지긴 했지만.
-이잉, 여기 파리가 날리네, 파리가 아주 훨훨 날아다녀. 아주 윙~윙 거리는 게 시끄러워서, 에잉. 쯧.
그래서 가끔 이렇게 에둘러 타박도 듣지만 어쨌거나 양장은 이곳이 좋았다.
쪽빛이던 하늘이 물을 탄 듯 연한 색으로 변해갈 때 쯤 양장은 세차를 마쳤다. 커튼 같은 앞머리 아래로 드러난 입매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맺혀 있다. 사실 그는 이런 걸 꽤 즐기는 편에 속했다. 보람 있지 아니한가. 축축해진 손을 구석에 마련된 개수대에서 꼼꼼히 씻은 뒤 양장은 다시 순찰차에 올라탄다.
엑셀을 밟는다. 깨끗해진 차 표면 위로 아침 햇살이 구슬 마냥 구른다. 타이어가 구른다. 출근길 정체 도로를 피해 샛길로 들어가며 무전기를 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