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지들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이기에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도록 합시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아린은 음료를 마시면서 연호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인형들을 업고 논다는 것에 눈이 조금 반짝이기도 했다. 귀엽겠다. 어린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귀엽다. 어린아이와 놀아주는 것과는 별개로. 어린아이를 놀아주는 것은 아린에게는 너무나 무리인 이야기였지만.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보다는 어른을 대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한 일이다. 아이를 위한 옷을 짓는 것도 사실 참 좋아했다.
“보통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에 비싼 옷을 입히진 않으니까요. 사실 제 고객층은 인형을 좋아하는 어른들이라서요.”
하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에 예쁜 옷을 입혀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보람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물론 주문제작하는 고급 천과 레이스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 저렴한 원단과 레이스로 뚝딱뚝딱 미싱질하면 외우고 있는 패턴으로 금방 옷을 만들어낼 수 있을터였다.
아린은 아이들 때문에 너덜너덜 닳아버린다는 그 말에 작게 웃었다.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찢어지거나 벗겨지는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나지 않던가. 아이들을 위한 인형이란 원래 그럴 용도로 만드는 것이기에 맘아플 일도 없고 딱 적절한 용례에 맞춰 사용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버린다.
“수집 목적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에게 여러 옷을 입히고 싶은 이들도 있고요.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하는 일도 하고. 인형극을 하는 곳에서 특별한 의상이 필요할 때 연락이 오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인형옷을 만드는 일이 더 있지만 지금 생각나는 정도로만 작은 손을 하나하나 꼽으며 이야기했다.
연호가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말에 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린도 공감하고 있었다. 제 일에 대한 프라이드나 자부심 같은 것, 혹은 보람이나 가치를 느끼는 것은 꽤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저도 옷을 만드는 일, 좋아해요. 인형옷을 주로 만들긴 하지만 종종 사람이 입는 옷을 만들기도 하고요.”
옷을 만든다는 것은 나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자부심도 있었다. 옷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옷을 선물하는 그 느낌 자체를 더 좋아했다. 그것이 판매라는 이름하곤 있지만서도 아린에게 있어서 본질적인 느낌은 선물에 가까웠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503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특징 때문에 크게 손해보는 일은 없이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딱히 고치려는 마음은 은석이에겐 없어요. 물론 조금은 줄여볼까..정도의 생각은 하기도 하지만요. 사실 계산적으로 산다고 해도 매사에 다 계산적인 것은 아니고 그냥 손해보지 말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득은 챙기자. 정도거든요. 막 구두쇠처럼 진짜 기계적으로 자신의 이득과 손해를 다 계산하고 행동하고 그러진 않는답니다!
"작품 전시라구요... 그건 꽤 보고 싶네요~ 저, 전시 좋아하거든요. 쉬는 날에도 종종 보러 가요. 있죠. 언제 전시 열면 불러 주세요."
아린이 하나씩 꼽는 손가락에 스르르 시선을 흘렸다. 인형극은 아이들을 데리고 몇번 관람한 적이 있던가? 공장제의 조잡한 인형들이었기에 아린이 말하는 인형옷들과 퀄리티는 다르겠지만. 불러달라는 이야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버린 것은, 연락처를 주고받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는 걸 그만큼 자연스럽게 까먹었기 때문일 것이라.
그녀의 자부심은 연호에게도 전달된 듯하다. 아린의 입가에 떠오른 잔잔한 미소는 그리 느끼기에 충분했다. 어느새 음료는 뒷전이 되어버린 연호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역시 지금 입고계신 옷도 직접 만든 거예요?"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가렸다가는, 말을 잇는다.
"아, 죄송해요. 처음 뵀을 때부터 너무 궁금했어서. 살아있는 인형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는 어떤 걸까? 연호는 캔을 느슨히 손에 쥔 채 조용히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아린은 자연히 전시에 불러달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처 공유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연호의 그 말이 매우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정말 연락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버린 탓이었다. 어차피 가까운 시일 내에 전시 일정은 없어서 더더욱 그러했고.
연호가 눈을 반짝이며 이 옷도 직접 만든 것이냐고 묻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 말에 아린은 조금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살아있는 인형인 것 같다는 그 말의 의미에 대해서.
“…사과를 받아야 할 말은 맞는 것 같네요. 초면에 특이하다는 말을 한 것도, 살아있는 인형같다는 말도 기분이 나빠서요.”
특이하다는 말은 본래 긍정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지 않나. 저 애 좀 특이해, 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뉘앙스를 생각하면 그랬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뭔가 살짝 거슬린다는 느낌이었지만 방금의 그 살아있는 인형같다는 말을 들으니 앞의 말 또한 곱씹어 같이 수면 위로 올라와버린 것이었다.
인형같다는 말도…. 사실은 칭찬으로 받을 수 있는 말일 수 있다. 인형같이 예쁘다거나 그런 뜻으로. 하지만 반대로 생기가 없다거나 인간같지 않다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그런 뜻으로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아린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부정적인 말의 뉘앙스에 예민한 편이었다.
그 말에 상처받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눈을 살짝 내려깔며 두 손으로 쥐고 있는 캔을 보았다가 다시금 눈커풀을 들어 연호를 올려다보는 눈빛은 무감해보였으니까.
재차 사과하는 연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미안하단 기색을 내보였다. 사실은, 특이하지 않은 사람만이 특이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특별한 구석 하나 없는 연호처럼.
"내 말은, 예쁘단 의미였어요. 사실 일반적으로 입는 옷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직접 취향에 맞게 만든 예쁜 옷 입고다니는 거, 좋아 보여요."
상처 줬나? 연호는 아린의 눈빛에서 감정을 읽어내려 애썼다. 어쨌든, 정연호, 실수했구나. 그러고보니 자신도 모르게 특별한 사람 취급을 했던 것이 당사자에게는 기분나쁠 법 하다. 연호는 아랫입술을 진지하게 어루만지며 고민했더랬다. 사람들 사이에서 튀는 사람들의 부류는 둘로 나뉜다. 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외려 기뻐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이쪽은 후자였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말로만 사과하긴 좀 그렇네요. 내가 둔했던 건데. 언제 한 번 커피라도 사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남자이니 그 <친절함> 때문에 이별선언 당한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연호는 악의가 없어 보이는 무해한 웃음을 띄웠다.
아린은 재빠르게 사과하는 연호를 깜빡깜빡 눈을 감았다 뜨며 살폈다. 아무래도 말실수를 했었던 것이지 일부러 마음을 상하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해본다고 쳐도 이런 연애 프로그램에 나와서 상대방 여성 참가자에게 굳이 시비를 걸거나 나쁜 말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은석과 비슷한 부류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고.
아린은 숨을 내쉬며 순간 날카로워진 마음도 같이 흘려보냈다. 인형은 좋아하지만 자신이 인형 취급 당하는 것은 싫어하고, 그러면서도 인형에 입히는 옷을 만들어 입는 자신이 모순적이기도 했다. 연호의 잘못은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잘못은 인형과 같은 차림새를 하는 자신에게 있는 것일지도.
이렇게 자기 탓을 해버리는 것 또한 아린의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저도 말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라서 이해해요. 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요.”
아린은 깜빡깜빡 눈을 감았다 뜨면서 그러자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애매한 답변을 한 뒤에 음료를 입에 머금었다. 어느새 마지막 한 모금이었다. 아린은 캔을 구겨 쓰레기통에 넣은 뒤—캔은 구겨버려야 더 많이 들어간다는 지극히 생활적이고 재활용에 입각한 행동이었다— 아린은 연호에게 목례했다.
“그럼, 이만.”
아린은 할 이야기는 끝난 듯 미련없이 발길을 돌렸다.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나 도망치듯 자리를 피한 건 커피 이야기에 다시금 은석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무엇이든 선물 한 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뭘 부탁하고 싶어?" 최은석: 저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24시간이요. 최은석: 그것만큼 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선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런 거 있잖아요? 당신의 하루. 오늘은 내 꺼예요. 같은 거. 최은석: 그래서 줄 거예요? 후훗.
"내게 복종해라." 최은석: 시급은 어떻게 되나요? 복지는요? 워라벨은 확실하게 보장되나요? 일주에 얼마나 잔업이 있죠? 최은석: 어라. 깐깐하다고요? 이런 것은 따져야죠. 왜 이러실까. 복종받는 사람의 입장도 요즘은 얼마나 중요한데. 최은석: 노동법이라던가 근로자보호법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 사람을 막 부리는 거 아니에요.
"근처의 어르신에게 혼이 난다면?" 최은석: 그냥 적당히 대답하고 사과해야죠. 최은석: 애초에 혼이 날 정도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거고, 설사 억울해도 그 자리에서 바로 따져봐야 말을 들어주지도 않을테니 나중에 진정되었을 때 다시 말해야죠. 아. 가벼운 꾸중 같으면 바로 말해야죠. 그건 당연히 그래야지.
모호한 답변에, 연호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아린의 목례에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연호도 같은 방식으로 인사한다.
"또 봬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건, 이곳이 지극히도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데에 있을 것이다. 한동안 서 있던 연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있어 서로를 알지 못한다는 요소는 즐거움과 설렘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또한 긴장감의 원천이 될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그의 캔은 쓰레기통에 원 상태 그대로 들어갔으니, 어쩌면 그는 생활적이지 않은 타입인지도 모르겠다.
>>524 은석이에게는 아무래도 바리스타를 그냥 단순히 커피 끓이는 사람 정도로 치부하는 그런 약간 무시하는 말이 진짜 극지뢰가 될 것 같아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상당히 자기 일이나 그런 것에 엄청난 자부심이 있거든요. 아마 원두와 잔을 딱 내려놓고 그럼 당신이 그 커피를 끓여보던지요. 라고 응수할지도 모르겠네요.
>>541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카페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편안한 연두색 벽지를 시작으로 해서 여기저기에 화분을 전시하는 등의 약간 자연 카페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화분이나 장식물을 전시하려고 공간을 넓히거나 배치를 바꾸는 등으로 공사를 하는 중이고요!
그러니까 아마 아린이가 준 인형도 전시되어있지 않을까 싶어요. 헤어진 이후에 그것을 치워야할까 말아야할까 고민하다가 아마 치우진 못하고 일단 손님들이 좋아하니까 전시해둔다라는 명목으로 놓아두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