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지들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이기에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도록 합시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441-442 그리고 반대로 연호나 다른 이들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죠! 아무튼 후자의 질문은 누군가는 꼭 물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은석이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저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지만 그건 내일 상황을 지켜보고 정하는 것으로 할래요!
>>445 혹시 모르지요! 잔잔했던 프로그램에 한 방울 파장을 살짝 섞어놓고 자신은 슬쩍 뒤로 빠진 후에 어떻게 하는가 지켜보고 있을지도요. 원래 그런 것이 MPC의 역할 같은 것이잖아요? 라고 우겨보겠어요! 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은석주가 겁이 많아서 아무 것도 안 할 수도 있는 거니까 결론은 기대를 하기에 배신을 당한다라는 뭐 그런 말이 있다는 것이에요!
아린은 얼떨결에 몸을 숙인 연호 때문에 시선이 자연히 인디 핑크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전문가의 눈—아니다—으로 염색모인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본래의 머리색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결이 상하지 않게 물든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아린은 색을 좋아했다. 어떤 한 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여러 색들을 좋아했다. 호불호 없이 여러 색감을 만지고 조합하는 것이 직업적으로도 취향적으로도 꽤 좋아하는 것이었다. 은석을 만나고서는 고풍스럽고 무게감 있는 검은색에 흠뻑 빠졌던 적도 있었다. 그의 이름을 듣고 은빛으로 빛나는 돌맹이를 생각하곤 했다는 말은 은석에게 하지는 않았지만. 헤어진 지금도 가끔 생각났다.
“…머리 색이 참 예쁘네요.”
하고 무의식 중에 말을 꺼냈다가 아린은 아차 싶은 마음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눈을 깜빡였다. 방금 상대방이 뭐라고 물었더라.
“아, 네. 갈증이 나서요.”
아린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뻔뻔하게 음료를 고르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그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를 넣고 자판기에 있는 음료들을 눈으로 훑다가 푸른색의 이온음료 한 캔을 뽑았다. 덜컹, 하고 나오는 음료를 꺼내고 캔을 따는 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아린은 한 모금을 마신 뒤 다시금 연호를 올려다봤다.
“정연호 씨 맞으시죠?”
아린은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뒤늦게 말을 이었다.
아린은 돌아오는 칭찬에 눈을 깜빡이고는 답하지는 않았다. 칭찬하는 말에 반응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처럼. 연호의 미소가 참 예쁘다고 잠시 생각했을 뿐이었다. 본래의 색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은 뭔가….
‘은석이 같네.’
어린이집 교사라고 했던가. 누군가에게 친절한 말을 건네는 것이 익숙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것일까? 아린은 연호의 이름을 읊으면서 연한 호수빛을 떠올렸다. 하늘이 까맣게 물들면 그 색도 까만 색을 띄고 하늘이 푸른 빛을 띄면 푸른색을 띄고. 지금은 노을져 분홍색이 물들었지만. 은석의 은빛도 무언가를 비추는 색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두 사람이 비슷한 것도 그새 납득해버린다.
“네에. 어린이집에도 인형들이 많을 것 같은데….”
아린은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말했다. 어린이집에 있는 인형들을 상상해보면…. 동물 인형이 많지 않을까? 그 중에는 토끼나 곰인형들이 옷을 입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속의 토끼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고 곰돌이는 남색의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었다.
은석은 기숙사는 물론이요, 근처에 있는 시설을 하루를 꼬박 투자해서 돌아봤고 이 곳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연애'라는 것에 특화된 장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숙사는 바로 방 밖으로 나가면 이성의 방이 있었기에 다른 이성과 접촉하는 것이 너무나 쉬웠으며 낮이나 저녁에 남들의 시선을 아주 살짝 피하면 방 안에서 조용히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면 전 연인과 지금 방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자신은 어쩌는게 좋을까. 자신의 방 맞은 편을 쓰고 있을 아린의 방을 두들겨볼까 마음은 가졌으나 은석은 굳이 지금은 두들기지 않고 자신의 방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고수했다.
가지고 온 짐 중에는 자신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도 있었다. 오늘따라 아메리카노가 왜 이리 끌리는지. 저녁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아메리카노를 가볍게 끓여내니 카페 안보다는 그 풍미가 덜했다. 당연한 일일까. 환경이 다르고 사용하는 기기가 달랐으니까. 물론 원리는 똑같을테니 사용방법에 실수를 할 일은 없었으나 좀 더 손에 익는 기기가 있는 법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카페에서 쓰는 기기를 하나 가지고 올 걸 그랬나. 후회를 살짝 하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평소 자신이 끓이는 커피의 맛 그대로를 즐기고 싶다고 이제 와서 커피 기기를 가지고 오겠다고 하는 것도 되게 이상하지 않은가.
'대충 이제 이름과 얼굴도 매칭이 되었고.. 남은 것은...'
일전 영월의 모습을 보았으나 바로 이름을 매칭하지 못한 것이 조금 분했는지 은석은 이후 프린터물로 제공된 프로필을 정말로 꼼꼼하게 읽으며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머릿속으로 매칭했고 기억하면 좋을 것을 모조리 기억했다. 물론 100% 전부 다 말하라고 하면 그건 어려웠으나 대략적인 사실 정도는 이제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필요할 때마다 프린터물을 보거나, 혹은 사진으로 찍은 후에 한번씩 확인하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나 그렇게 하면 상대에게 자신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 딱 좋지 않겠는가. 어찌 되었건 이건 연애 프로그램이었고 자신은 중간에 결정을 지어야만 했다. 제 연인인 아린과 다시 합쳐지는 것을 생각할지. 아니면 경쟁에 참여해서 자신의 마음을 잡을 새로운 이와 새로운 스타트를 시작할지. 아니면 그런 것을 다 포기하고 그냥 카페나 적당히 홍보해서 카페의 단골을 늘릴지.
'당장 정해야 할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괜히 고민만 되네.'
방금 낸 아메리카노를 그는 한 입 머금었다. 역시 평소보다 조금 쓰게 느껴졌다. 아직 기기가 손에 익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피곤 혹은 마음 속의 망설임 및 미련으로 인해 제조법이 살짝 흐트려졌는가. 그것을 판단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내일이나 그 다음 날. 다시 똑같이 끓여서 확인해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조금 더 쓴 느낌이 있다고는 하나 먹지 못할 커피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근처의 어설픈 카페들보다 훨씬 더 맛과 향이 좋다고 그는 자부할 수 있었다. 미소를 작게 지으며 그는 커피를 다시 입에 담았다.
'아린 누나는 어쩌려고 할까. 경우에 따라서는 아린 누나를 원하는 이도 있을테고.'
혹은 그녀가 다른 누군가를 마음 속에 품고 다가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차피 자신은 이미 전 남자친구일 뿐이고 이제 와서 그런 것을 간섭할 생각은 없었으며 간섭 받을 마음도 없었다. 현 연인도 아니고 전 연인이 그래봐야 구질구질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아직 그는 자신의 마음에 제대로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멋대로 감정적으로 나가봐야 손해면 손해지. 절대로 이득이 될 순 없었다. 무엇보다 어설픈 마음으로 행동하게 되면 아린에게도 큰 피해가 되지 않겠는가. 자신에게도 그녀에게도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지. 절대로 플러스가 될 수 없었기에 그는 그것만큼은 회피할 생각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나 역시도 어느 순간 아린 누나 대신 다른 이를 품게 될지도 모르는거고.'
쓴 웃음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명확하게 마음을 정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은 이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아니면 다시 합쳐질 수 있는 가능성을 믿고 여기로 왔는가.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아직 그는 내릴 수 없었다. 여기에 참가하게 될 이들과 접촉하고 이것저것을 보면 자연히 자신의 마음도 정해지게 될까. 그런 고민을 살짝 입에 머금으며 아메리카노를 반참 삼아 그는 그 많은 것을 꿀꺽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일단은 어떻게 될 지 조금 지켜볼까.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빨라.'
이제 시작이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다짐했다. 자신의 현 마음을 확실하게 규정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하겠다고. 제 전 연인과 합쳐지고 싶다면 다시 스며들려고 할 것이고 마음에 드는 이가 생긴다면 그 상대의 마음을 홀리리라. 그러니까 우선 마음부터 확실하게 정하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미소지어 카페를 홍보하고 나갈 수 있도록.
'그저 손가락만 빨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야.'
조용한 결의 속, 아메리카노 향이 유난히 쓰다고 그는 느꼈다. 역시 기기가 손에 맞지 않은 탓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그 쓴 빛깔 향을 가득 들이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