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58075> [1:1/중세] 늑대의 쉼터 - 첫 번째 이야기 :: 118

◆bb1hgZO.RI

2022-07-09 18:10:31 - 2022-07-22 19:04:43

0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10:31


꼬마야, 내 무릎으로 오려무나.
잘 들어라, 비가 어찌나 많이 오던지,
지붕 너머로, 칠흑 같은 밤,
그 가운데 숲의 바람이 마치 늑대처럼 으르렁거렸단다.

쉿, 아가, 일단 들어보거라.
그리고 이야기의 값은 키스로 지불하면 돼.
네 아버지도 칠흑 같은 밤에 길을 잃었단다.
바로 이런 폭풍우 속에서.

>>1 𝓜𝓪𝓻𝓰𝓸𝓽 𝓔𝓻𝓲𝓬𝓱
>>2 𝓓𝓲𝓪𝓷𝓮 𝓔𝓻𝓲𝓬𝓱

53 ◆bb1hgZO.RI (qmtwlIsCNo)

2022-07-12 (FIRE!) 11:35:28

좋은 아침이에요, 디안주.

디안은 한결 같이 좋은 신랑감이었네요. 10년 동안 아무도 채가지 않은게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54 디안 - 마고 (9HdJzQcLrg)

2022-07-12 (FIRE!) 11:51:35

" 푸흣. 마고가 그렇게 부끄러워 할거라곤 생가고 못 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걸? "

등에 업힌 체로 분하다는 듯 소리치고 속삭여오는 마고에게 디안은 그저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능청스런 대답을 돌려준다. 살짝 원했던 상황이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효과가 좋아서 업고 나온 보람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바람대로 자신의 아내라는 걸 제대로 홍보까지 했으니.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질리가 없었다.

내려달라는 말에도 '기다려' 라는 말을 할 뿐 꿋꿋하게 마고를 업은 체로 숲 속으로 나아간다. 마고가 제대로 기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두사람이 기사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냇가에 도착했을 무렵에서야 근처의 앉기 좋을 크기의 커다란 바위 위에 마고를 앉혀준다.

" 여기 기억나? 맨날 여기 공터에서 나뭇가지 휘두르고 그랬잖아. "

냇가 옆의 공터는 두사람에게 하나의 성이 되기도 하고, 전장이 되기도 했다. 기사를 꿈꾸는 아이들이 뛰어놀던 곳은 지금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 지켜지고 있었다.

" 나 여기 계속 관리하고 있어서 나름 그대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

주변을 둘러보면서 뿌듯한 얼굴을 해보이던 디안은 몸을 낮춰 마고와 눈을 마주하곤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두사람의 장소였기에 있는 그대로 지켜내고 싶었고, 언젠가 돌아올 마고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 피크닉 하긴 딱이지? "

55 ◆sIJsrPYTRg (9HdJzQcLrg)

2022-07-12 (FIRE!) 11:52:43

좋은 아침, 마고주. 점심도 잘 챙기구.

10년동안 디안 본인이 전혀 연애에 생각이 없었거든. 마고에게 반할 줄 몰랐을거야 정말

56 마고 - 디안 (qmtwlIsCNo)

2022-07-12 (FIRE!) 14:12:22

"흥. 당신이 나를 귀여운 놀림감으로 만든 이 사건을, 난 영원토록 잊지 않겠어. 그렇게 기뻐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의연한 그 태도가 더욱 마고의 심기를 긁었다.
당장이라도 뒷덜미를 물어 볼듯이 그 부분을 노려 보았으나, 실제로 깨물지는 않았다.
그건 마고가 전장을 떠나, 이 여관에서 지금껏 누리지 못했던 너무나도 달콤한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소 무뎌진 것이다. 늑대처럼 날카롭게 곤두섰었던 그 성격이.
아니면 그저, 자신의 남편에게만 물렀던 것일 수도 있고.
내려달라는 말에도 응하지 않는 디안을 조금 꿍하게 바라보고, 입을 닫아 버렸다.
더 이상 당신과는 여관에 돌아갈 때까지 말하지 않기라도 하겠다는 듯.
그리고 곧, 디안은 마고를 한 바위 위에 앉혀 주었다.
구태여 자신의 요청을 거절하면서까지 이런 곳까지 업은 채로 데려 온 디안에겐, 그 댓가만큼이나 차가운 대답이 들려왔다.

"뭐가? 아...."

허나 그 광경이 마고의 눈에 담기자, 그 서릿발 같던 목소리는 금세 얼빠진 감탄사로 형태를 바꾸었다.
동그랗게 뜨인 눈. 크게 열려가는 동공.
입은 살짝 벌어져, 하얀 송곳니가 잘 보이고 있었다.

"10년 동안 쭉...."

목소리에서도 느껴지는 벅찬 떨림. 감동스러운 심음에 먼지처럼 묻어 있던 우수는 금세 씻겨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왠지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자리를 박찬 마고는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치 이제 막 왕도로 상경했던 15살의 그 시절처럼, 정말 뭐에라도 홀린 듯 주위를 둘러 보았다.

"피크닉.... 당신 지금... 피크닉이라고 했어?!"

내장으로부터 터져나오는 눌린 울먹거림 덕에 목소리가 조금 번져 났다.
거기에 약간 영문을 알 수 없는 노기가 더해졌다. 갈 곳을 잃은 그 감정이 자꾸만 눈에서 수분기를 뽑아내었다.
실제로도 울음을 겨우 참는 듯한 표정이, 디안을 올려다 보았다.

"이거 전부, 날 위해서야...?"

57 ◆bb1hgZO.RI (qmtwlIsCNo)

2022-07-12 (FIRE!) 14:18:00

점심은 아점으로 같이 챙겼어요. 디안주도 점심 맛있게 드세요~.

디안은 철벽남이었군요. 마을에 마고를 질투하는 아가씨들도 꽤 있을 법 하네요. 그걸로 에피소드를 만들어 봐도 재미있겠어요.

58 디안 - 마고 (9HdJzQcLrg)

2022-07-12 (FIRE!) 14:40:11

마고가 우는 것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그녀가 이곳을 본다면 방긋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을까 해서 가꿔왔던 곳인데.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 이 장소가 마고에게는 큰 의미를 갖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늘 씩씩하기만 하던 마고가 울먹이는 것은 그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 딱히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 기사가 되려고 네가 떠난 날부터 자꾸만 외롭고 힘들어질 때면 여기에 와서 시간을 보냈어. 물론 마을에서 쌓은 추억도 많았지만 여기선 온전히 우리 둘만의 장소였잖아? "

물론 어린 시절의 디안은 겁쟁이에, 울보 기질이 있어서 손을 잡고선 숲으로 들어가려는 마고에게 무섭다며 도망치려고 하기도 했었지만 몇차례 오고가는 동안 익숙해져선 그 이후론 둘의 비밀기지처럼 찾아오곤 했었다. 마고가 훌쩍 떠나버렸을 때에도, 멍하니 마을에 있다가 도망치듯 이곳으로 달려오곤 했다.

보고 싶어, 나도 같이 가고 싶었어. 나도 기사가 되고 싶었어, 너와 함께 상상만으로도 즐겁던 그 풍경 속에 함께하고 싶었어. 하지만 남겨진 건 디안 혼자였고, 떠난 것은 마고 혼자였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기에, 그 탓에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디안은 늘 이곳에서 마고를 생각했다.

" 자꾸만 기억 속의 넌 흐려져만 가는데. 그래도 여기에 와서 우리가 뛰어놀던 때의 모습으로 가꾸면 네 모습이 또렷해져서. 그래서 여길 계속 찾아왔어. "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나뭇가지를 들고 자신을 따라오라며 앞장서서 달려가는 마고와 그 뒤를 꺄르르 웃으며 따르던 자신의 모습. 종종 기사가 된 마고의 소식이 들려올 때에도 어느갠가 이곳에 와있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꿈을 이뤄, 기사가 된 마고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것만으로도 마고와 시간을 공유하는 것 같았으니까.

" 그래서 네가 돌아왔을 때에도 몇번인가 널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데려왔네. 넌 이야기도 꺼내지 않아서 잊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결혼하고 나서 제대로 여행도 못 하고 뒷산으로 온게 다라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여긴 보여주고 싶었어. "

다름 아닌 우리들만의 기억이 담긴 공간이잖아. 디안은 부드러운 눈을 한 체 조곤조곤을 말을 해나가며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마고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이젠 자신보다 작아진 마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 곁을 지켜준다.

" 어때, 여보도 반가워? "

59 ◆sIJsrPYTRg (9HdJzQcLrg)

2022-07-12 (FIRE!) 14:41:25

고마워, 덕분에 잘 챙긴 것 같아.

왠지 디안이나 마고 또래의 마을 여자들이 디안 주변에서 재잘거리고 있으면, 마고가 질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걸까.

60 마고 - 디안 (qmtwlIsCNo)

2022-07-12 (FIRE!) 15:37:20

"...이... 거북이가.... 둔탱이, 머저리...! 하, 하아... 이, 이런 거 보여준다고... 내, 내가 기뻐할 줄 알았어? 감동 받아서 막...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라도 할 줄 알았니? 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분노와 화가 일시에 몰아쳐, 머리가 뜨거워졌다.
마고 본인조차 왜 본인이 이렇게까지 애꿎은 디안에게 짜증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속이 먹먹하고, 또 답답했다.
눈물이 핑 돌자,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동반한다.

"아..., 으, 하, 하나도 안 반가워!"

머리를 쓰다듬는 디안의 손을 탁 하고 쳐냈다.

"윽! ...."

생각보다도 너무 세게 처 버린 탓에 놀라, 무심결 사과를 해 버릴 뻔 했다.
하지만 마고는 입술을 꽉 깨물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그것을 그대로 꽉 눌러 담아 버렸다.
디안에게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진심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웃고 넘겨 버린다면, 마음의 한 구석이 너무나도 괴로워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그때 나랑 함께 올라 갔으면 좋았잖아.... 같이 갔으면 이렇게... 혼자 추억만 삼킬 필요도 없었던 거잖아...."

안 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디안은 무책임한 남자가 아니었다. 이유는 충분히 설명을 들었을 터.
이해를 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듣고도 납득하지 못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
마고는 디안의 선택을 존중했었다.
허니 지금 이 발언은 그저 어린 아이의 짜증 같은 것이라 보아도 좋을 만큼, 너무나도 실없는 것이었다.

"근데, 뭔데 이건.... 대체 어쩌라는 거야, 나보고!"

마고는 콱콱 신경질적으로 발을 디디며, 디안의 앞으로 다가갔다.
직후, 그의 멱살을 잡았다. 허나 그 어느 쪽으로도 밀거나 끌어당기지 않고, 그대로 이글거리는 그 눈만으로 똑바로 쳐다보고서 절규했다.

"난 말이야! 나 혼자 당신을 버리고 왕도로 올라갔어! 혼자라도 기사가 되겠다고! 당신..., 날 버리고 마을을 택한 당신 같은 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떠나던 그날, 당신 눈 앞에서 악담을 퍼부으면서까지...."

호흡이 과도하게 섞였다. 숨이 부족한지 자꾸만 거친 호흡을 계속해 갔다.

"흐.... 차라리 나 때문에 괴로웠다고 욕을 해! 왜, 왜 이런 걸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흑, 으윽.... 끅...."

결국, 눌렀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건 지금껏 마고가 디안에게 보여주었던 여느 모습 중에서도 가장 볼품없었고, 동시에 가장 약한 모습이었다.

61 ◆bb1hgZO.RI (qmtwlIsCNo)

2022-07-12 (FIRE!) 15:45:16

아마 마고는 마을을 떠나면서 이중적인 감정을 가졌을 거에요. 머리로는 디안이 자신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지만, 그래도 가슴 속으로는 못내 따라와줬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모순적인 감정을 말이에요.

그리고 아마 질투스러운 걸 직접 입에 담지는 않겠지만,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것 같네요. 마치 반쯤 장난인 것처럼 질투심을 숨겨서 말입니다.
그 와중에 살짝 삐쳤다는 분위기는 아무래도 숨기기 어려우니, 슬쩍슬쩍 풍겨 버리겠지만요.

62 디안 - 마고 (9HdJzQcLrg)

2022-07-12 (FIRE!) 16:02:10

" 괴롭지 않았어, 여보. 여보와의 기억은 그 어떤 것도 괴롭지 않았어. "

마고가 힘을 줘서 쳐낸 손은 얼얼했지만, 자신의 멱살을 쥔 체 따지듯 외치는 마고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디안은 마고를 배웅하던, 마고에게 몹쓸 말, 매정한 말 다 들은 그때처럼 희미한 미소를 지은체 말한다. 정말로 단 한번도 마고와의 기억이 괴로움과 절망으로 다가왔던 적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다 내려놓고 싶을 때에도 마고와의 기억은 그를 일으켜세우는 힘이 되어주었으니까.

물론 같이 수도로 향하지 못 했던 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고와 떠나지 못 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고, 마음이 저린 기억이었지만. 그저 그 뿐이었다. 그게 마고에 대한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었다.

" 오히려 미안했어. 여보가 마을을 떠나기 전에 내 손을 잡고 같이 떠나자고 말할 때도, 내가 오히려 여보를 배신한 것 같아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여보가 날 뿌리치고 마을을 떠나던 그곳에서 서있었으니까. "

오히려 사과를 해야할 것은 자신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둘이 함께 하자며 약속을 해놓고는, 낯선 곳으로 홀로 떠나려는 마고의 손을 놓아버린게 미안해서. 여태껏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날, 마고를 따라서 떠났다면 좀 더 나은 모습이 되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 내가 여보를 여기로 데려온 건 나한테 미안함을 느끼길 바라는게 아니라 앞으로는 여기에서 새로운 추억들을 쌓아나가고 싶어서 그런거야. 과거는 과거잖아. 이젠 돌이킬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 이제 우린 새로운 삶을 살아갈테니까 이젠 정말로 좋은 기억들만 다시 쌓으려고. 그래서 데려온거야. "

천천히 두손을 끌어올려 네 두 뺨을 감싸곤 흘러내리는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 닦아준다. 이런저런 험한 일을 해와서, 검을 다루는 손가는 다른 투박한 촉감이 느껴졌겠지만, 적어도 그가 전하고자 하는 온기는 따스했을 것이다. ' 울긴 왜 울어, 예쁜 얼굴 망가지게. ' , 디안은 자꾸만 눈물을 흘리는 마고를 달래듯 속삭였다.

" 나 정말로 마고 사랑하거든. 그리고 이번엔 정말로 마고를 혼자 두지 않을거야. 혼자서 먼길을 떠나게 하지 않을거고,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 나쁜 말들도 할 일이 없게 해줄거야. 그러니까 마고는 있지, 내 곁에서 앞으로 행복해주기만 하면 돼. 물론 술은 줄이면 좋겠지만, 그냥 내 곁에 행복하게 있어줘. 마고는 웃는게 예쁘니까, 앞으로도 언제나 웃었으면 좋겠어. 그 미소를 보려고 나도 노력할테니까. "

눈물 가득한, 촉촉해진 마고의 눈과 자신의 눈을 마주한 그는 상냥하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아, 진짜 예쁘다, 우리 여보. 디안은 쿡쿡 웃으머 상냥한 속삭임을 더한다. 이젠 마고가 행복할 수 있기를. 매일 밤 기도하는 그였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그는 한번 더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신에게 기도한다.

우리 마고 좀 행복하게 해주세요.

" 아, 날 사랑하는 것도 잊지 말아줘. 알았지? 앞으로도 자주 오자, 여기. 다른 사람들은 안 오니까. "

63 ◆sIJsrPYTRg (9HdJzQcLrg)

2022-07-12 (FIRE!) 16:04:05

디안은 단 한번도 마고를 원망한 적 없지만 말이야. 오히려 미안함을 느꼈으면 느꼈지. 아마 마고의 기사 시절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면 더 미안하게 생각하겠지. 같이 화도 내주고 말이야.

아하하, 마고 귀엽다. 아마 그런 모습을 보이면 디안이 기가 막히게 알아채서 열심히 기분을 풀어주겠지.

64 ◆sIJsrPYTRg (6RGgG6Tyv.)

2022-07-12 (FIRE!) 20:04:30

오늘의 일거리도 끝났으니 갱신해둘게.

65 마고 - 디안 (qmtwlIsCNo)

2022-07-12 (FIRE!) 21:30:53

아마 디안의 앞이 아니었다면, 마고는 땅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다면, 울음을 터트릴 이유도 없었겠지만.
꽉 쥐고 있는 주먹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마고의 손아귀에 쥐어진 옷의 섬유가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대체 얼마나 세게 쥐고 있는 것인지, 고양감에 팔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왜... 당신이 미안해 해?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어.... 당신한테 심한 말하고 마을을 떠난 건, 바로 나잖아...! 윽, 흐윽.... 다, 당신 얼굴에 흉터가 난 것도 나 때문이고.... 전부, 나 때문이라고!"

울먹이며 소리치자, 마고는 머리가 잠시 띵해짐을 느꼈다.
뚝뚝 바닥으로 떨어지는 눈물. 이렇게 펑펑 울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모르긴 몰라도, 분명 10년도 훨 더 된 이야기일 것이다.

"...."

눈물에 젖은 침묵.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먹먹함만이 입안을 감돌고, 해야할 말, 하고 싶은 말, 마음에 없는 말, 말이란 말은 모두 입가에서 연기처럼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디안을 올려다 본 눈에 독기가 슬며시 가셔갔다.
한번 물을 흘려 보내고 나니, 잠시 열병처럼 달아 올랐던 마고의 뇌수도 점차 식어가는 듯했다.

"당신...."

뺨을 흐르는 눈물이 디안의 손가락을 적신다. 눈을 살짝 감았다 뜨자, 거기에 고여있던 눈물들이 다시 구슬처럼 뭉쳐 주르륵 흘러 버린다.
마고는 숨을 골랐다.

"...하아.... 당신, 진짜 바보 같은 거 알아? 하지만... 그래도 이런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건, 역시 당신 밖에 없으니깐...."

그대로 발 뒤꿈치를 들고,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했다.
빤히 디안의 눈을 마주한다. 분위기 때문일지, 아니면 방금 일들이 스스로 부끄럽다 여겼기 때문일지, 마고의 표정엔 약간 수줍어하는 느낌도 있었다.
디안의 멱살을 잡은 손이 강제로 높이를 맞추려는 듯, 그의 상반신을 아래로 끌어 당겼다.
가까워지는 숨결, 방금 전까지 응어리진 분노를 토해내던 입가에선 약간 야릇한 세기의 날숨이 새어 내와 디안의 뺨을 간질였다.
마고는 조금 더 디안을 잡아 당기고, 그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때 늦은 봄바람 같은 그것이, 디안의 귀를 살며시 자극했다.
그리고... 울어버린 직후의 여운이 남아 있는, 마고의 수면 아래로 나즈막하게 잠긴 목소리가 불었다.

"...그래도 술은 포기할 수 없어."

...어느 새, 마고는 디안을 보고 한껏 질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멱살을 잡은 손을 밀면서 확 풀어 버린 채, 등을 돌아 버린다.
이게 처음부터 연기였다면, 아마 그 어떤 사내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그녀의 얼굴이 여우 같은 표정을 담아 버린다. 거기에 눈가가 붉게 달아올라, 마치 화장을 한 듯 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움보다는, 요염하다거나 영악하다는 수식어가 더욱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우후후... 빨리 밥이나 먹자! 서둘러, 당신! 당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에리히 부인께서 지금 주린 배를 곯고 계신다고?"

이젠 아예 콧노래까지 부르며, 이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꽃이 예쁘네, 같은 소리나 하면서. 태평하게.

"아—, 그래. 종종 오자고. 물론 당신이 매번 그 두 발로 날 업고 데려다 준다면 말이지만?"

살짝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건넨 그 말은, 역시 조금 얄미운 구석이 있었다.

66 ◆bb1hgZO.RI (qmtwlIsCNo)

2022-07-12 (FIRE!) 21:40:26

좋은 밤이에요. 답텀이 느려서 매번 미안해요.... 아마, 오늘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어요.

나중에 디안이 게르트루트에게 수습 기사 시절 마고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남편이니까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들도 있을 테니까요. 만약 디안이 없었다면 마고는 어떻게 됐을지 참....

67 디안 - 마고 (DA8JsbnxYo)

2022-07-12 (FIRE!) 21:48:26

" 마고 때문이 아니야. 내 선택이었고, 그저 그 결과가 돌아온 것 뿐이지. 그 모든 건 마고 탓이 아니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생각읂 ㅏ지마."

자신의 탓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마고를 보며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디안이 고개를 살살 저어보인다. 그녀의 탓일리 없었다. 외로움을 느낄 그녀를 혼자 보내게 된 탓에 원망을 듣게 된 것도 자신의 잘못이었고, 마고를 구하려다 흉터가 생긴 것도 자신이 좀 더 야무지지 못해서 생긴 것이니까. 그 모든 것은 마고의 탓이 아니었다. 마고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길 바랬다. 디안은 마고에게 미안함만이 느껴지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미안함이 차지할 자리마저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으면 했다.

" 얼마든지 업고 올게, 여보 업고 오는 것 하나 못 하겠어? "

콧노래를 부르며 빙빙 돌기 시작한 너를 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다 그저 미소를 지어보이며 디안은 답했다. 뭐, 저건 마고 나름대로 머쓱한 것을 감추려는 노력이라 생각하면 귀엽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으니까. 여우 같은 그 모습이 오늘 밤에도 힘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지만. 일단 이곳에 데려온 것은 나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아직은, 아직은 마고를 업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체력은 충분한 듯 했으니까. 부디 자신의 몸이 오래오래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오래오래 마고의 곁을 지키자.

" 자, 아무튼 배고프다고 노래를 부르니까 어쩔 수 없네. 이리와. "

자신을 살짝 돌아보는 마고에게 손짓을 해 부르며 바위로 돌아간다. 그리곤 바구니에서 깔고 앉을 천을 꺼내 바위 옆에 펼쳐두곤 그 위에 가지고 온 빵과 고기, 야채들을 먹기 좋게 그릇에 담아 펼쳐놓는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은 하나하나 디안이 신경써서 만든 것이 느껴질 정도로 빛깔이 좋았다. 향긋한 내음도 사라지지 않고 주변을 맴도는 것이 두사람의 식욕을 자극하기엔 충분해보였다.

" 밥 먹고 물놀이라도 할까, 오랜만에? "

먼저 자리에 앉아 마고가 먹기 좋게 마고의 그릇 위에 음식을 올려두면서 다가오는 마고에게 장난스레 말한다. 어차피 여긴 둘만 아는 장소였으니까 너무 어둑해지기 전까지는 가볍게 시간을 보내도 좋을테니까. 술은 안된다고 했지만, 디안도 조금은 아쉬운지 다음번에는 챙겨올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 물에 젖은 마고도 꽤 예쁠 것 같거든, 푸흐 "

68 ◆sIJsrPYTRg (DA8JsbnxYo)

2022-07-12 (FIRE!) 21:50:06

답텀은 너무 신경쓰진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마고주의 답레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 즐거우니까. 마고주도 즐거우면 좋을텐데. 마고주도 고생했어.

그러게, 게르트루트한테 하나하나 물어보는 디안과, 옆에서 같이 듣고 있다가 귀가 간지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마고.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걸. 디안도 마고가 없다면 이렇게 행복하지 못 했을거라 생각해.

69 ◆sIJsrPYTRg (KTDUn.POU.)

2022-07-13 (水) 13:22:03

오늘은 비가 오는구나. 덥진 않아서 다행이네.

70 ◆sIJsrPYTRg (ncNH3s1Lpc)

2022-07-13 (水) 19:07:44

갱신해둘게. 하루종일 비가 와서 고생 좀 하는 라루였네.

71 ◆sIJsrPYTRg (f5cB.h/cn2)

2022-07-13 (水) 22:11:53

오늘은 마고주가 바쁜 모양이구나.

72 마고 - 디안 (5tYxTwMRSM)

2022-07-14 (거의 끝나감) 09:39:37

"...재미없어. 필요 없거든? 그 등 한 번만 더 탔다가는, 아마 당신보다 내 쪽이 먼저 쓰러질 게 분명하다고."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사양이라는 듯, 얼굴을 확 찡그리는 마고.
허나 그런 표정도 음식과 함께 부르는 손길에 금세 풀어져 버린 채, 주인이 있는 강아지 마냥 졸졸 따라가 디안의 옆에 전세라도 낸 듯 몸을 기대어 왔다.
코에 다소의 감각을 곤두세우며, 새벽녘의 샛별처럼 빛나는 눈이 음식들을 한번에 담아냈다.

"오호라..., 이것 보게. 고기부터 빵까지..., 평소에 먹던 것들보다 훨씬 냄새가 좋지 않은가? 당신, 공 좀 들였네. 혹시... 나한테 뭔가 바라는 거라도 있는 거야?"

빙긋 웃으며, 디안의 쪽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올려다 보며 슬슬 잠재된 욕망을 불러오는 그 색기어린 표정은 여자의 특권, 그것은 마고가 가진 무기들 중에서도 다소 치사한 편이라 말할 수 있었다.

"뭐, 침대 위에서 잠들기 전까진 생각해 둬."

그 직후, 마고는 손을 뻗어 허겁지겁 차려진 접시를 게눈 감추듯 비워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음식을 입에 한가득 넣고 제대로 씹지도 않은 채 넘기려다 잠깐 좁은 목구멍에 걸리기도 하고, 그것을 포도주 대신 물로 한방에 쓸어내리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답답했는지 주먹을 쥐고 가슴을 팍팍 쳐내곤, 몇 초 뒤에야 겨우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푸흐으..., 하아.... 정말로 죽을 뻔했어.... 전장에서 쌓았던 버릇이 이렇게나 위험한 것일 줄이야.... 당신은 안 먹어?"

그제서야 디안에게 물어보는 마고, 하지만 금세 자신의 음식 쪽에 한눈이 팔려 또 게걸스레 그것들을 입으로 밀어넣고 있는다. 마치 한 3일은 굶은 사람처럼.

"우흐...? 후, 물놀이? 나는 딱히 상관 없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해 해도 괜찮겠어? 홀딱 젖는 건 아마 내가 아니라 당신이 될 텐데?"

또 먹다 겨우 목구멍 끝으로 그것들을 넘겨내고, 진심으로 디안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그렇기에 더욱, 열받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지만....

"쿠후... 그래도 좋다면, 얼마든지 덤벼 봐. 어렸을 때 당신을 냇가에 빠트려 젖은 생쥐로 만들었던 그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 줄 테니까."

73 ◆bb1hgZO.RI (5tYxTwMRSM)

2022-07-14 (거의 끝나감) 09:43:59

좋은 아침이에요. 어젠 바빠서 계속 접속을 못했네요.... 마안해요.

게르트루트는 다소 새디스틱한 면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아마 마고가 그런 반응을 보이면, 더 적극적으로 신나서 디안에게 떠벌릴 거에요.

74 디안 - 마고 (4WYL25L7jo)

2022-07-14 (거의 끝나감) 11:41:47

" 마고는 복스럽게 먹으니까 잘 챙겨주고 싶어지거든. "

바라는게 있는게 아니냐는 마고의 말에 피식 웃어보인 디안은 마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정하게 말한다. 잘 먹는 모습이 좋았다. 술은 조금 줄여주면 좋겠지만, 먹을 때에 기분 좋게 먹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마고의 음식을 준비할 때는 디안 역시 좀 더 신경써서 챙겨주기로 마음 먹었다. 부부 좋다는게 뭔가,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잘 챙겨줘야지.

" 천천히 먹어, 안 뺏어먹으니까. "

자신도 조금씩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게 먹는 마고를 눈에 담는다. 급하게 먹는 것은 지난 십여년의 흔적이겠지만, 분명 저 모습도 자신과 시간을 보내다보면 차츰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싶었다. 입가에 묻은 양념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면서, 이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보이는 자신도 어지간히 팔불출이라 생각하난 디안이었다.

" 뭐, 생각해보면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될지도 모르지. "

그도 그럴 것이 물놀이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닌 마고였으니까. 그저 여관 주인인 그로서는 자신의 아내를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뭐 어쨌다는 것인가. 결국은 그 또한 마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인데. 새롭게 쌓아가는 추억인데. 마고가 즐거울 수 있다면 기꺼이 생쥐 꼴이 될 수 있었다.

" 하지만 사람도 오지 않는 으슥한 곳이니까... 신혼 느낌도 낼 수 있지 않겠어? "

디안은 덤덤하게 말을 늘어놓다가 천천히 팔을 마고의 허리에 휘감고는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인다. 그 역시 한창 때의 남자였고, 신혼 부부였으니까. 사심이 없을래야 없을수는 없었다.

" 누구 덕분에 의욕 하나는 충만해서. 체력도 말이지. "

아주 잠시 마고를 바라보던 디안의 눈이 반짝였을지도 모른다. 아직 해가 내려가기엔 시간에 있었으니까.

75 ◆sIJsrPYTRg (4WYL25L7jo)

2022-07-14 (거의 끝나감) 11:42:50

괜찮아. 바쁘면 어쩔 수 없는거잖아.

마고가 부들부들 하는게 눈에 선한걸. 그 모습이 귀여워서 디안이 일부러 더 물어볼지도 모르겠어, 정말로.

76 마고 - 디안 (5tYxTwMRSM)

2022-07-14 (거의 끝나감) 14:03:55

"흥. 당신은 그 태연한 모습이 항상 열받는단 말야.... 바로 며칠 전까지는 숫제 총각이었던 주제에."

교묘한 장난들을 이리도 다정한 멘트로 받아쳐 버리니, 조금 김이 새어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다정함이야 말로 디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 멀쩡함을 헤롱헤롱하게 바꿔 버리고도 싶었다. 게다가 여관에서 하루가 갈 수록, 디안의 능청스러움이 점점 더해지는 것도 눈에 보였다.
신혼 첫 날, 처음 여관의 방 안에서 달빛 아래 마주쳤을 때만 해도 무엇보다 부끄러움이 앞섰는데 말야.... 어쩌다 그새 이런 다정한 짐승이 되어 버렸는지.
격세지감이라고 함은 꼭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이어진 지적에는 조금 억울했던 것인지, 마고는 발끈하여 소리쳤다.

"나, 나도 알아! 이건 그냥 버릇이니까.... 당신이 여관 침대 시트의 각을 항상 반듯하게 잡아 놓는 거랑 같은 거라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달콤했다.
마고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닦아주고, 그 마저도 사랑 가득한 눈으로 보아 주었다. 하지만 이 이상 디안에게 자신이 반해 봐야 좋은 일은 없었다. 사랑은 밤의 어둠보다도 눈을 어둡게 만드는 법이니까.
사랑하는 반려에게 반하는 것보단, 자신에게 반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아내의 역할이라고... 분명 어딘가에서 들었던 가르침을 마고는 다시 한 번 상기했다. 분명 게르트루트였던가? 하여간 이상한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고 있으니, 마고의 가는 허리에 단단한 팔이 휘감겨 왔다. 잘 단련된 모양의 근육질인 마고였지만, 허리 쪽은 큰 부피의 근육이 없었기 때문인지 한 팔만으로도 제법 여유가 있을 정도로 감겨 들었다.
디안의 품에 안긴 채 꼼짝도 할 수 없는 이 감각은 완전히 속박되었다고 해야할 지, 아니면 보호 받는다고 해야할 지 묘한 기분이었다.
자기보다 높은 위치에서 디안의 숨결이 날아 들었다.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물론 마고는 거기에 담긴 사심의 농도를 읽어내지 못할 만큼 어수룩한 여자가 아니었다.

"어머나... 늑대들이 죄다 영역을 옮겼다더니,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었나 보네? 우후후... 그렇다고 너무 힘빼지는 말아 줄래? 당신은 이따 여관에서 날 업고 2층까지 데려다 줄 의무가 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당신..."

뭔가 더 흥미로운 장난을 치려던 그 때, 똑 하고 물방울 하나가 마고의 콧잔등에 떨어졌다.

"...앗, 차거...! 잠깐, 이거 뭐야. 비?"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느새 먹구름이 가득했다.
몇 초 뒤, 그 한 방울은 곧 수천 개의 빗방울이 되어 지면으로 부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입이 벌어질 정도로 강력한 소나기였다.

77 ◆bb1hgZO.RI (5tYxTwMRSM)

2022-07-14 (거의 끝나감) 14:12:20

마고는 거기서 받은 설움을 어디에서 풀 수 있을까요. 오빠를 끔찍히 아낀다는 세 아가씨들로부터, 디안의 부끄러운 순간에 대해 듣는다거나 하는 것 정도일까요.
잘 구슬려 친해진 뒤, 마고의 주요한 아군 겸 부부간의 정보통이 되어 활약해 주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가끔 마고는 디안 몰래 아가씨들을 보러 가기도 하고요.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좋은 점심 보내세요~.

78 디안 - 마고 (D2AYlCFPug)

2022-07-14 (거의 끝나감) 15:08:28

분위기를 잡던 중에 쏟아지기 시작한 비, 한방울이 열방울, 열방울이 백방울, 나중에는 더이상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고를 허리춤에 끌어안고 있던 디안은 열정이 가득한 눈으로 마고를 바라보고 있다가 웃음을 터트린다. 무엇이 그리도 재밌는지 한번 터진 웃음은 멈출 줄 모르고 터져나온다.

" 하하...푸흐흐... "

그렇게 홀로 웃던 디안은 두사람이 비운 그릇을 아무렇게나 바구니에 담고 먼저 몸을 일으켜 앉아있던 마고에게 손을 내민다. 언제인가, 아니 한번이 아니었을 두사람의 모습,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홀딱 젖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 꺄르르 웃음소리를 냈을 어린 시절의 둘이 머리 속에 아른거린다.

" 이렇게 홀딱 젖으니까 어릴때로 돌아간 것 같네. 간만에 밖에서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했더니. "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하는 디안이었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듯 마고를 가볍게 일으켜 세운다. 그리곤 마고의 몸이 혹시라도 자신보다 먼저 식어버릴까 한팔로 감싸안고는 바구니를 챙겨든다.

" 분위기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서 마저 잡자. 감기 걸리기 전에 돌아가게. "

야외에서 분위기를 잡는 것은 포기 안 했는지, 다음을 마음속으로 기약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고와 오른다.

" 아, 맞다. 마침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역시 마고 닮은 딸이 갱기닌게 좋겠지? "

혹시라도 마고가 지루할까, 가벼운 농담을 덧붙이면서.

79 ◆sIJsrPYTRg (D2AYlCFPug)

2022-07-14 (거의 끝나감) 15:10:01

마고와 동생들의 연합이라, 이거 디안이 꼼짝없이 당하겠는걸. 거스를 수 없는 보물들의 연합이라니. 역시 디안은 마고의 손바닥 위일지도?

고맙긴, 마고주와의 일상이 즐거우니까 그런거지. 다음은 마고주의 막레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지? 마고주도 점심 맛있게 먹구.

80 마고 - 디안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02:11:20

디안이 애써 잡아 둔 분위기는 차가운 빗방울 덕에 깨져 버렸다.
그렇게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에리히 부부, 그들은 서로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부끄러운 청춘의 열기는 이미 소나기에 빼앗기고, 이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서로에 대한 수줍은 감정 뿐.
그 어렸던 성년 전의 시절처럼 호탕하게 웃기엔 그만인 상황이었다.

"...후흣... 아하하, 핫핫핫하—!"

지금 디안도 나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마고는 디안의 손을 받아 일어났다.

"응, 그렇네 정말. 당신에게 손을 내미는 건 항상 내 역할이었는데,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 걸?"

빗물에 튄 진한 흙냄새가 코 끝을 매만졌다.
그러는 사이 축축하게 젖은 그의 손이 마고의 젖은 몸을 감쌌다.
비는 찬 가운데, 두 사람의 체온 만이 서로에게 온기를 나눠 주었다.
그리고 실없는 농담을 건네는 디안에겐 혀를 내밀었다.
거세지는 빗발 속에서 목소리는 점차 물에 잠겼다. 그리고 그런 먹먹함에서 빠져 나와 디안에게 가까워지려는 듯, 마고는 더욱 크게 자신의 목소리를 올렸다.

"싫거든—? 그랬다가 어린 딸한테 당신의 관심을 홀라당 빼앗길 줄도 모르는데, 내가 누구 좋으라고. ...기왕이면, 당신을 닮은 아들이 좋겠어. 마침 당신이 바쁠 때에도 내 응석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했거든. 당신과 내 아들이란 말이지. 잘 키우면 분명, 당신처럼 다정한 남자로 자라줄 거야!"

그리고 빗물로 가득 젖은 단단한 디안의 윗 가슴을 검지 손가락으로 쿡쿡 눌렀다.
축축하게 감싸 안긴 채로 습기에는 눈조차 뜨기 어려웠지만, 이런 장난은 포기 못할 것이었다. 설령 소나기의 속에서라 해도 디안의 귀여운 모습은 마고 자신에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 줄테니.
요즘은 그것만한 여흥도 없었다.

"그러니까— 한번 힘내 보세요, 아버지. 혹시 알아? 당신이 조금만 더 노력해 준다면, 두 아이가 동시에 우리 곁을 찾아와 줄지도."

방긋... 허나 그 표정은 그리 오래는 가지 못했다.
마고는 하얗게 질려 몸을 움츠러트린다.

"....흐으, 그나저나 비 한번 차갑네. 돌아가면, 바로 목욕이나 할까...."

빗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잦아드는 것은 오로지 주변의 소음과 두 사람의 목소리 뿐.
비와 서로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멀어져만 갔다.
얼마 뒤 여관에 도착하고 나서는 따뜻한 물에 몸을 지지고, 또 얼마간의 술로 속을 데울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다시 사랑으로 식어버린 서로의 모든 것들을 천천히 덥혀 가겠지....
그렇게 다시 내일이 오게 될 터였다.
늑대 같은 전직 여기사와 다정한 여관주인, 두 사람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바로 다음 페이지가.

81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02:14:42

이렇게 첫 장이 마무리 됐네요. 자꾸만 일이 생겨서, 이렇게 새벽이라도 레스 남겨 놓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 지문은 어떤 내용이 좋을까요? 생각해두고 있는 내용은 많지만, 그것들을 언제 써먹을지는 조금 고민이네요.

82 ◆sIJsrPYTRg (MHdbRGS7e2)

2022-07-15 (불탄다..!) 07:17:12

첫장의 마무리라니, 되게 기분이 좋아.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기대도 되고..

음, 일상 이야기도 괜찮을 것 같고 마고랑 추억 쌓기도 좋을 것 같긴 해.

83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08:43:13

>>82 그럼 왕도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마을 축제는 어떠신지요? 붇고 마시고, 축제의 열기 속에 같이 춤도 춰보고요. 축제 기간동안 사람들에게 여관을 무료로 대여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줄리오와 에리히 부부 간의 갈등을 그려 봐도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모브 캐 관련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마고 관련 캐는 제가 굴리고, 디안의 관련 캐는 디안주가 굴리는 방향이 좋을 것 같습니다.

84 ◆sIJsrPYTRg (MHdbRGS7e2)

2022-07-15 (불탄다..!) 09:21:18

>>83 그것도 되게 좋을 것 같아. 마고가 인내심 테스트를 하게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지만.

모브캐는 그렇게 하는게 편할 것 같긴 해. 아무래도 서로의 모브캐는 서로가 잘 알테니까

85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09:31:18

그럼 마을 축제가 이번 주제겠네요. 마고의 인내심 테스트... 줄리오가 과연 어떤 깽판을 쳐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번엔 선지문 부탁드려도 될까요? 축제 아침에 자고 있는 마고를 깨우는 부분부터 하면 좋을 것 같아요.

86 ◆sIJsrPYTRg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0:00:10

알았어, 이번엔 내가 선지문 써올게. 다만 일이 있어서 좀 걸릴 것 같으니 느긋하게 기다려 줘.

87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10:15:57

천천히 다녀오세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88 디안 - 마고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0:54:53

작은 마을에도 축제는 매년 찾아왔다. 어딘가의 대도시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어딘가의 해안도시처럼 특출난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한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시작한 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지금까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축제가 열리곤 했다. 소박하지만. 그래도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축제는 작은 마을을 들뜨게 만둘기는 충분했으니까.

디안도 축제가 벌어지는 마을에 찾아올 손님들을 생각해서 평소보다 부지런히 일어나 준비를 했다. 비어있던 방을 청소하고 깔끔하게 시트를 깔아둔다. 그리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어 밖을 보면 축제준비에 한창인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 슬슬 깨워야 하려나.. "

디안은 해가 어느정도 올라온 하늘을 발견하곤 미소를 짓더니 돌아서선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중얼거린다. 어젯밤에도 열심히 시간을 보냈던 자신의 아내가 잠든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면서.

" 마고, 마고. 일어나서 축제 구경할 준비 해야지. "

디안의 여관도 축제에 맞춰 움직일 필요가 있었지만, 그건 디안이 해야할 일이었다. 마고는 그저 축제를 즐기길 바랬던 디안이었기에, 잠들어있던 마고를 살며시 건들여 깨우며 다정하게 속삭인다. 어젯밤에도 술을 마시고 잠든 마고를 깨우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이런 시간마저도 소중했다.

" 안 일어나면 아침부터 여보한테 힘을 쓰게 될지도 몰라. 자는 모습도 예뻐서. "

그래서 약간의 장난, 어쩌면 그저 농담만은 아닐지도 모를 말을 마고게게 속삭이며 살며시 마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마고를 깨우고, 자신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오늘 하루도 여느때랑 다를 바 없이 지나갈 것리라 생각하면서.

89 ◆sIJsrPYTRg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0:55:25

자 새로운 에피소드의 시작이네. 이번에도 잘 부탁해, 마고주. 즐거울 것 같아.

90 마고 - 디안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12:22:43

여전히 이역만리 꿈 속 나라를 여행 중인 마고의 머리칼은 평소보다도 더 크게 헝크러져 있었다. 그건 어젯밤 마고가 마셔 댄 술잔의 갯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흔적이었다.
배게에 얼굴을 파묻은 채 부비적부비적, 마치 우화 직전의 나방처럼 이불 속에서 꾸물거렸다.
아침이 되었는데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은 옷가지가 침대 밑으로 흘러 내렸지만, 언제나처럼 옷보다도 더 따스한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름다운 미인의 목소리, 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쇳소리 섞인 괴로운 음성이 이불 속에서 나왔다.

"으후으으..., 몰라 당신 멋대로 해.... 이대로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다고."

쓰다듬어지며 들린 얼굴은 꽤 심한 표정, 일어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것들을 게워 내지 않은 것만 해도 제법 용한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정도였다.
잠시 이불 밖으로 나왔던 마고의 얼굴은 구름에 해가 가려지듯이 쑥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고 몇 초인가 뒤, 돌연 다시 이불 아래서 얼굴을 살짝 내밀고 디안을 올려다 보며 중얼거였다.

"...방금, 축제라고 했어...?"

술독에 빠진 고양이 같은 몰골을 하고서도 곧장 축제라는 말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글러먹은 인간이 여기에 있었다.
빠져나갔던 혼백이 일시에 다시 몸을 찾은 듯한 반응을 하고 있다.
마고는 생각했다.
축제라면 술과 고기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들과 흥겨운 분위기, 그리고 노래와 춤이 거리마다 함께할 게 분명했다.
여긴 어지간한 도시만큼 규모가 큰 곳도 아니었지만, 바로 근처에 교회가 관리하는 커다란 도시가 있기 때문에 오고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는 볼 거리나 즐길 거리도 평소보다 잔뜩 있게 되겠지.
대충 또 여느 때처럼 몸을 이불로 가린 채 침대에서 몸을 확 일으키고 디안을 향해 힘껏 따지듯 소리쳤다.

"축제라니, 말도 안 돼...! 당신, 나한테 그런 중요한 걸 왜 이제야 말해 주는 거야?! 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이렇게 밍기적대다간 하루가 끝나 버릴지도 몰라."

아마 축제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어제 들었을 터이지만, 보나마나 술에 한눈이 팔려 들은 체 만 체 했을 것이 뻔할 뻔자였다.
그렇게 안절부절하며 손톱을 깨물던 마고는 대뜸 디안을 향해 호령을 내렸다.

"당신! 나 옷 갈아입게 당장 나가!"

맨살을 보여지는 게 부끄럽다기엔, 이제 더 이상은 숨길 것도 없는 사이였다. 마고와 디안은 벌써 결혼하여 함께 밤을 보낸 지 몇 주는 지났을 터였다. 불꽃과도 같은 젊은 남녀 사이에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디안은 마고가 늘 옷을 갈아 입고 몸을 정리 할 때마다 방에서 쫓겨 나야만 했다.
마고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디안이 잠시도 밍기적거릴 틈도 주지 않은 채, 목소리를 높여 재촉했다.

"빨리... 나가란... 말이야!"

결국 몸까지 동원해 디안을 밀어, 기어코 방 밖으로 디안을 내보내고 말았다.
가만 보면 다소 여리고 말라 보일 수도 있는 체형이지만, 옷 안엔 단련된 근육이 즐비해 체구만 작은 황소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다 이불이 바닥으로 스르륵 흘러 내리는 것도 닫히기 전의 문틈 사이로 디안에게 보였을 것이다.
물론 아마도... 드러난 새하얀 맨살을 눈으로 즐길 시간은 아마 충분하지 않았으리라.

"금방 나갈게!"

매정하게도 닫힌 방문 뒤로 뭔가 부시럭 대는 것과 함께 마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디안의 연인은 정말이지 폭풍과도 같은 여인이었다.
그렇게..., 어째서일지 말과는 달리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버린다.

91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12:26:35

잘 부탁해요, 디안주. 이번 에피소드는 줄리오와의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느냐가 관건일 것 같네요. 멋진 악역의 등장이 기대됩니다.

대략 이 에피소드 전날 밤의 상황을 픽크루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걸쭉하게 취해 2층까지 업혀 올라와 침대 위에서 행패를 부리는 마고와 그걸 다 받아주는 디안의 모습이에요.

92 디안 - 마고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2:42:11

고양이 같은 연인의 등쌀에 떠밀려 방 밖으로 내쫒겨나온 디안은 자연스레 웃음소리를 흫린다. 정말이지,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인데 옷을 입을 때면 늘 저런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마치 밀고 당기기를 하듯, 뜨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도 막상 저렇게 옷을 갈아입을 때에는 부끄러워 하는 모습의 차이가 주는 느낌은 신선했다.

하루하루 보여주는 모습들이 신기하면서도 더욱 더 그녀에게 애정이 생기게 만들어 주었다. 그녀가 그것을 의도하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무의식 중에 흘리는 자연스러운 매력인지는 디안은 몰랐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냥 마고라는 존재가 그에겐 보뭏이었으니까.

" 네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다급히 자신을 밀어낸 방 안의 마고에게 장난스럽게 답하곤 팔짱을 낀 체 문에 기대어 서서 복도의 창문을 바라본다. 사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아직 축제 준비 중이었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해줘도 됐지만, 왠지 이정도 장난은 괜찮을 것 같았으니까. 물론 마고가 발끈하면 열심히 풀어줄 생각을 하면서.

" 여보~ 언제 나올 거야~? 그러다 해가 다 지겠다~ "

팔짱을 낀 체 서선 나오지 않는 마고를 기다리던 디안은 슬슬 재촉을 해벌까 싶었는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조금은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방 안의.마고를 불러본다. 뭘 입어도 예쁠테니 간단하게 입어도 될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예쁘게 꾸민 마고를 기대하는건 그가 어쩔 수 없는 애처가라는 증거였을 것이다.

" 안 나오면 들어간다? 응? 옷 갈아입는거 보러? "

들어갈 생각은 없으면서도 능청스럽게 손잡이를 돌려보면서 자꾸만 마고를 재촉하는 것은, 방금 전 나오기 전에 본 몸의 실루엣 때문이 아니라곤 못 하겠지만, 그 역시 마고와 축제를 둘러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게, 마고와 축제를 둘러본 것이 까마득히 오래전의 어린 시절 기억 뿐이었으니까.

" 마고 ~ "

93 ◆sIJsrPYTRg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2:43:43

그러게, 줄리오를 굴릴 디안주가 분발해야할 것 같아. 아자, 열심히 해봐야지. 마고주도 즐거울 수 있도록 말이야.

마고의 행패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디안은 그런 모습 마저 사랑스러워서 열심히 받아주고 달래고 할 것 같아. 그러다가 둘이서 밤을 지새울 일도 생기고 하겠지. 예쁜 부부네, 정말.

94 마고 - 디안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22:28:34

디안이 문고리를 잡고 열기보다 조금 먼저, 반대편에서 문이 안쪽으로 젖혀졌다.

"...끄흐으으.... 재촉하지마. 다, 다 됐거든.... 으흑.... 읍...."

옷 위로 허리에 끈을 메었기 때문일까 좀 전보다 두 배는 어두워진 안색의 마고가 디안을 반겼다.
표정을 보아 목구멍의 끝에서 뭔가 올라오려는 것을 억지로 틀어막는 듯했다.
용암같이 뜨거운 뭔가를 꿀꺽 삼키는 듯한 행동 뒤에, 짧게 숨을 내뱉는 마고.

"후... 아냐, 할 수 있어! 가자 당신. 축제 시간에 늦으면 안 돼....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즐겨야 한다고."

고기와 술이 그녀의 앞에 아른거렸다. 거대한 타종의 잔향처럼 웅웅 머릴 울리는 숙취조차도 그녀의 주식에 대한 갈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거기에 흥겨운 노래도 빠질 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덜 깬 술과 잠 덕에 조금 어지러웠단 탓인지, 그대로 걸어가려다 디안이 있는 쪽으로 살짝 쓰러져 몸을 기댔다.
그리고 그 품 안에서 힘이 풀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이번엔 당신과 부부로서 함께하는 첫 축제잖아. 절대로, 그저 그런 기억으로는 남기고 싶지 않아."

거기엔 뭔가 간절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
허나 금세 다시 마고는 디안에게 아예 몸을 맡겨 버리며, 또 약한 모습을 보이며 어리광을 피워댔다.

"...조금만 부축해 줄래, 당신? 계단만 내려가면, 나 혼자 갈 수 있으니까...."

간절히 쳐다 보면 뭐든 다 되는 줄 아는 참으로 거만한 생물.
하지만 그건 그만큼, 디안이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고 믿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몇 초간 디안의 말을 기다리며, 조용히 올려다 본 채 기다림을 하는 마고였다.
좋은 아내는 남편의 결정이 설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기도 해야 하니까.

95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22:31:58

지금도 저는 충분히 즐겁지만요. 오늘은 아마 이게 마지막 레스가 되겠네요. 좋은 밤 되세요~.

나중에 가면 마고가 디안을 위로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디안은 마고를 잘 챙겨주지만, 가끔은 디안도 사람이니 자기가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요.

96 디안 - 마고 (pCHbj5hpyA)

2022-07-15 (불탄다..!) 22:40:52

"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안된다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아니, 애초에 안된다는 대답 따윈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

숙취와 남은 졸음 탓에 품에 들어온 마고였지만, 가녀린 그 목소리에서 마고의 진심이 전해진다. 그 모습이 퍽 귀여우면서도, 한없이 사랑스러워 부드럽게 등을 쓸어내려주며 다정히 속삭인다. 마고에게 안된다고 말할 것은 몇가지 안될 것이다. 헤어지자는 말, 자신을 싫어하라는 말, 그리고 자신을 잊으라는 말. 이런 말에나 안된다고 대답을 돌려줄 것이다. 아, 오늘처럼 숙취가 심한 날엔 술도 안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 내가 누군데. 마고가 기대고 싶으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잖아. "

마고의 허리를 감싸안고 몸을 지탱해주곤 계단을 내려갈 준비를 한다. 마고가 추억을 만들고 싶다니, 자신도 그 기대에 부응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오늘도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내를 지탱해선 한걸음 한걸음 걸어내려간다.

" 일단 속이 좀 편해지게 과일가게 아저씨네 가판부터 가서 주스라도 마시고 돌아다닐까? "

귀엽다는 듯 마고의 뺨을 매만져주며 내려온 디안은 가볍게 둘러볼 코스를 정하려 하면서 여관의 문을 연다. 아마도 그때까지는 매우 매우 좋았을 것이다. 문을 열자 나타난, 잔뜩 미간을 찌푸인 줄리오가 서있었다. 줄리오는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마고를 품에 안은 디안을 보곤 인상을 찌푸린다.

" 쳇, 어이 디안. 축제 때문에 이야기 좀 하게 따라와. "

마고가 디안의 품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찬 줄리오는 퉁명스럽게 말하곤 마고를 바라본다. 그러다 우연히 마고와 눈이 마주치자, 마고에겐 징그럽게 느껴질법한 윙크를 해보이면서. 디안은 줄리오가 자신을 부를 이유를 떠올리는 중이었는지 그것은 보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 마고,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

디안은 미안하다는 듯 마고를 벽에 기대어 서있을 수 있게 해주곤 살살 뺨을 매만져주며 말한다. 그리곤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더욱 찌푸린 줄리오와 함께 여관 뒷편으로 향한다.

그리고 몇분이나 지났을까. 줄리오가 무어라 소리치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97 ◆sIJsrPYTRg (pCHbj5hpyA)

2022-07-15 (불탄다..!) 22:41:52

마고주 내일 봐. 좋은 밤 되길 바래.

음, 디안이 취해선 마고한테 어리광을 부리듯 토로하는 에피소드도 괜찮겠는걸.

98 ◆sIJsrPYTRg (Adh8y5JewE)

2022-07-16 (파란날) 17:37:26

갱신해둘게

99 마고 - 디안 (13Sa6CejJE)

2022-07-16 (파란날) 21:28:52

"흥, 잘난 척 하긴! 늑대인 내가 진심으로 싸우면, 거북이인 당신은 아마 등껍질도 제대로 못 추릴 걸? 여전히 당신은 내 상대가 못 돼. 전장에서든, 침대 위에서든...."

솔직하고 느끼한 그 멘트에 도저히 맞장구를 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고는 또 한번 그 교활한 여우 같은 웃음을 보이고 열심히 부축하는 디안의 볼을 검지로 쿡 찔러 그를 방해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 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 가끔씩은 당신이 나보다 강할 때가 있긴 하지. 물론 그건 침대 위에서겠지만? 우후후...."

약간 기운을 차리고 즐겁게 웃는 듯 했으나, 결국 금방 다시 기운 없이 퍼져 버린다.
몸에 힘이 쭉 빠져 더욱 디안에게 체중을 싣고, 마치 속 빈 강정처럼 멕아리 없는 한숨이 이어졌다.

"하아... 그래, 그게 좋겠네. 이대로 계속 있다간, 방금 같이 마치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재미 없는 농담만 쭉 늘어놓게 생겼어."

뺨에서 느껴지는 투박을 감촉을 느껴가며, 손에 볼을 부볐다. 옛날보다 많이 거칠어진 손이지만, 이것도 남성미가 느껴져 나름 좋았다.
타인으로부터 이쁨을 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마고가 미리 알았다면, 단장 시절 귀족들의 앞에서 조금 더 아양을 떨었을까?
...생각해 보니, 그것에 대한 대답은 아마 no. 솔직히 그 치들 앞에선 그럴 기분도 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관의 문을 열자, 왠 짜증나게 생긴 무뢰배 하나가 에리히 부부의 앞을 막아섰다. 마고의 기억 상으론 아마 촌장의 아들, 그리고 지금은 분명 촌장 대리였던가.

"...."

줄리오의 부담스런 눈웃음에 배알이 갈렸다만, 이를 바득 긁으며 마고는 겨우 사랑스러운 아가씨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것은 마고가 단장이었던 시절 게르트루트의 지시에 따라,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귀족식의 예절을 연습해 둔 성과였다.
물론 줄리오는 그녀 안에서 마그누센 변경백과 비슷할 정도로 기분 나쁜 부류에 속했으나, 어디까지나 그는 디안 쪽의 인선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자신이 귀족들과의 관계를 신경쓰며 평민 출신임에됴 단장의 자리를 지켜왔던 것처럼, 디안 역시 이 마을의 일원으로서 마을 사람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다져 놓았을 것이었다. 다소의 손해를 보면서까지 말이다. 젊은 주인이 이렇게 훌륭한 여관을 홀로 지켜내기 위해선, 그만큼이나 많은 고난이 따랐을 것이었다. 정작 디안은 그런 것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모를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남편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웃음기마저 거둬 버릴 정도로 기사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
마고는 스스로 생각했다. 잘도 저 눈웃음을 보고도, 토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줄리오는 디안을 데려가고, 마고는 그 자리에 혼자 얌전히 디안을 기다렸다.
남편을 기다리는 것은 좋은 아내의 자질, 그것을 되뇌이면서.

"늦네...."

처음엔 단순히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는가 싶었다.

"...!"

...분명 지금, 뺨을 맞는 소리가....
그 순간부터 머리 속이 핑핑 돌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일목요연. 그 때문에 피어오른 격렬한 분노가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감히 줄리오가 남편에게 손찌검을 댄 것이다.

"하, 하핫...!"

참아야 한다는 이성과 노기에 쩔은 본성이 힘껏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2층에서 검을 들고 와 줄리오의 목을 베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의 목을 온존하기는 커녕, 반려인 디안마저도 극형을 면하기 어려우리라는 판단이 섰다.
귀족 사회에는 여전히 그녀의 적이 많이 남아 있다. 평민 출신의 천한 그녀가 검 좀 다룰 줄 안다 하여, 과분한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 단지 그 이유.... 게다가 지금의 마고는 단장의 신분도 아닌 민간인,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편을 들어 줄 사람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빌어먹을 쓰레기가. 차라리 아무도 모르게, 산에 묻어 버린다면 좋을까...."

그런 멍청하고 극단적인 말까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 나왔다.
솔직히 될 리가 없다. 이런 좁은 마을에서는 더더욱.
...자신은 여기서 대화가 끝나길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무력하게.
그 사실을 통감한 마고는 가만히 고개를 푹 숙였다. 꽉 쥔 주먹, 깨문 입술 사이로 살짝 피가 번졌다.
수렁에 빠진 듯 끈적한 절망감이 몸에 붙어 왔다. 사랑하는 녀석이 뺨을 맞았는데도, 지금의 자신은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건가 하고....
대체 무엇이 왕국의 늑대인가? 하는 짓은 그저 집 지키는 번견만도 못한데.

100 ◆bb1hgZO.RI (13Sa6CejJE)

2022-07-16 (파란날) 21:33:21

오늘은 밤에 찾아 왔네요. 좋은 밤이에요.

취한 디안. 디안이 폭주하는 모습도 귀엽겠네요. 이래 저래 마고는 그 모습을 재미있어 할 것 같고요. 디안은 술이 약한 편인가요?

101 디안 - 마고 (gbZFtdfz.c)

2022-07-16 (파란날) 21:46:01

디안은 얼얼한 뺨을 느끼면서도 희미한 미소를 띈 체 바라본다. 씩씩거리며 제 분을 이기지 못 하는 줄리오를 보고 있자니 참 우스웠다. 소리는 컸지만 그가 느끼는 통증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입술이 살짝 터진 것 같은데, 벌써부터 마고가 신경쓰였다.

" 그러니까...이익...! 여관 무료로 열라고! 마을에 귀하신 분들이 여럿 오신다잖아! "

무료로 열라는 줄리오의 요구에, 당연히 그럴 수 없다며 버티고 선 디안을 줄리오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본다. 이장이 될 자신에게 건방지게 구는 디안이 요즘은 마고마저 갖게 되니 여간 마음에 안 드는 줄리오였다. 억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시비를 거는 것도 분풀이 중 하나였다. 고작해야 마을 아이들에게 두드려 맞고 사는 여관집 아들 주제에, 자신이 갖고자 하는 것을 갖다니. 줄리오에겐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 ...줄리오, 그게 될리가.. "
" 그냥! 내가 하라고 하라면 해! 왜, 또 그사람들한체 밉보여서 마을 사람들이 내년에도 고생하길 바라냐? 주제에 안 맞는 네 아내도 마찬가지고. "

손가락으로 꾹꾹, 디안의 튼튼한 가슴팍을 찔러대며 이를 악 물고 말한다. 그리고 디안이 그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인질까지 들먹이면서. 디안은 한순간 주먹을 불끈 쥐곤 줄리오를 노려봤지만 이내 천천히 숨을 뱉어내며 눈읗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마고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기로 한 날이니까, 줄리오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 ... 알았어, 무료로 묵게 하면 되잖아. "
" 씨...말을 하면 걍 들을 것이지.. "

찰싹, 찰싹. 자신이 이겼다 생각한 것인지 줄리오가 씩 웃으며 디안의 붉어진 빰을 건드리며 말한다. 아무것도 아닌 녀석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잘 하라는 듯 어깨도 몇차례 건드린 줄리오는 먼저 여관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러다 여전히 문 쪽에 서있던 마고를 보곤 줄리오가 야릇한 눈길을 보이며 웃어보인다. 마치 마고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마냥.

" 부인은 오늘도 아름다우시네요. 그럼 가보겠습니다아. "

피식 웃으며 말을 던지고 줄리오는 인파속으로 사라지고, 그제야 디안이 마고에게 돌아온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입술이 터졌으면서도 환하게 웃어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마고를 끌어안는다.

" 미안해, 오래 기다리게 했지? 얼른 구경가자. 이제 준비도 다 됐을거야. "

디안은 마고에게 언제나처럼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마고는 방금 있었던 일 같은 건 알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그저 마고가 좋은 생각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디안이었다.

" 매년 겪은 축제인데, 오늘따라 더 설렌다. 마고 덕분인가. "

102 ◆sIJsrPYTRg (gbZFtdfz.c)

2022-07-16 (파란날) 21:47:34

어서와, 마고주.

디안은 아예 못 먹는 편은 아닌데, 마고한테는 비할 바 못 되고.. 평범하게 마시는 사람보단 못 마시는 정도? 그래서 마고가 술을 먹을 때에도 그냥 이야기상대를 해주거나 애정표현을 하거나 하면서 상대해줄 것 같아.

103 마고 - 디안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07:04:10

"...."

먼저 지나온 것은 줄리오, 그리고 그에게 보내는 아가씨의 웃음. 천박한 사탕 발림의 댓가로는 너무나 과분할 정도로 잘 꾸며진 표정.
허나 지금 마고의 얼굴을 얇게 감싸고 있는 인두겁을 한 겹만 벗겨 본다면, 그 뒤엔 필시 줄리오를 향한 살의가 용암처럼 들끓어 오르고 있을 것이었다.
아마 그 악귀와 같은 민낯과 마주한다면, 그와 같은 소인배들은 꼬리를 말고 집의 침대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어 찾아온 디안의 모습은 그야 말로 심한 꼴이 되어 있었다.
소리가 났을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계속 보고 있자니 겨우 붙잡아 둔 이성이 버틸 수 없게 될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그리고 시선을 피해 짧은 대답만을 전했다.

"응."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 아무렇지 않을 리가 있는가? 거짓이다. 위선이다. 오로지 마고를 지키기 위해 펴는 거짓된 얼굴이다.
디안 역시 꾹꾹 마음을 누른 채, 마고의 앞에서만은 그것을 들키지 않고자 하고 있다. 정말로 모를 거라 생각하진 않을 테고, 아마 이건 마고더러 신경 쓰지 말라는 다정한 제안일 것이었다.
자신은 이런 상황에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당신만은 이런 상황에서도 내게 상냥하구나.
디안은 마고를 꼬옥 품에 두었다.

"...."

그리고 그 다정함이 마고에게 기름을 부었다.

"저기, 당신."

품 속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 차가움과 뜨거움이 반반 정도로 섞인 그것에는 감정의 자욱한 수증기가 달무리처럼 끼어 있었다.
하지만 표정에 드러난 것은 무엇보다도 명확한 감정, 분노였다.

"당신은 분하지도 않아?"

마고는 디안을 가슴팍을 확 밀치며, 그의 포옹을 확 떨쳐냈다.
밀치는 것에 감정이 실렸다. 거기엔 꽤 강한 힘이 실려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는 듯, 뭔가를 따지려는 듯한 분위기로 입을 열었다.

"이, 이...! 얼간이 같으니라고! 어쩌자고 사람이 그렇게...."

다정한 거야.
말의 맺음을 짓지 못하고, 목소리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멀리 사라졌다.
물이 가득찬 주전자처럼 자꾸만 감정이 흘러 넘쳐 버릴 뻔하지만, 겨우 그것들을 감내해낸 채로 작게 내리 깔았다.

"...갈거야."

그와 동시, 저만치 돌아서서 멀리 앞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고의 뒷모습은 마치 디안에게 이 이상은 따라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만 같았다.
꽤 화나 나 있었다. 그것도 빠른 템포의 걸음걸이부터 아주 눈에 띌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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