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58075> [1:1/중세] 늑대의 쉼터 - 첫 번째 이야기 :: 118

◆bb1hgZO.RI

2022-07-09 18:10:31 - 2022-07-22 19:04:43

0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10:31


꼬마야, 내 무릎으로 오려무나.
잘 들어라, 비가 어찌나 많이 오던지,
지붕 너머로, 칠흑 같은 밤,
그 가운데 숲의 바람이 마치 늑대처럼 으르렁거렸단다.

쉿, 아가, 일단 들어보거라.
그리고 이야기의 값은 키스로 지불하면 돼.
네 아버지도 칠흑 같은 밤에 길을 잃었단다.
바로 이런 폭풍우 속에서.

>>1 𝓜𝓪𝓻𝓰𝓸𝓽 𝓔𝓻𝓲𝓬𝓱
>>2 𝓓𝓲𝓪𝓷𝓮 𝓔𝓻𝓲𝓬𝓱

1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11:48

https://picrew.me/image_maker/1651432

"오늘 내가 먹을 먹잇감을 정했어. 바로 당신이야."

이름: 마고 에리히
나이: 25세
성별: 여성
키/몸무게: 171cm/67kg
직업: 무직(전 기사단장)
생일: 1월 17일
혈액형: O형
주로 쓰는 손: 왼손
좋아하는 것: 달콤한 디저트, 고기, 술, 낮잠, 양털 침대, 근육
싫어하는 것: 귀족, 늑대

외관: 숲의 늑대와 같은 회색 빛깔의 긴 머리칼. 날카롭고 고혹적인 눈매 끝에선 대단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코는 오똑하게 섰고, 턱은 갸름하다. 미인이냐고 물으면 확실히 미인이긴 하지만, 다소 기가 세 보이는 특징이 있다. 여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단련된 몸에는 그간 전장에서 쌓아온 전공의 수만큼 흉터들이 가득하다. 물론 옷으로 가려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성격: 예전 소년 시절의 화끈하고 털털한 기질이 전부 남아 있다. 하지만 귀족들과 자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거기에 여우 같이 간사스러운 면이 더해졌다. 애둘러 말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한다. 남들 앞에서 표정을 꾸미는 데엔 익숙하지만, 남편 앞에서 만큼은 솔직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거기에 뭔가 더 챙김을 받고 싶은 마음에 괜히 어리광까지 부리게 된다.

인간 관계: 디안 에리히. 남편. 처음에는 절친 정도였으나, 그로부터 지금껏 입은 상처들을 위로받고 보듬어지며 조금씩 감정이 싹텄다. 결국 그러다 그가 먼저 고백하자, 자신에게 일을 강요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청혼을 받아 들였다.

디안의 부모. 일찍 죽은 양친을 대신해 자신을 거둬 준 은인 같은 사람들. 기사단장 시절 부친 쪽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에 크나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기젤라 귄터 크루거. 기사단장 시절 1살 연하의 여성 부하. 당시 부단장이었으며, 현재는 기사단장이다. 남작가의 영애 출신. 귀족이긴 해도 하위 귀족이라서 마고의 생각에 곧잘 공감해 주었다.

마일로 마이어 마그누센. 마그누센 변경백. 기사단장 시절의 앙숙. 3대 귀족 파벌 중 하나인 보수파의 리더. 변경에 아주 넓은 영지를 소유한 중년의 대귀족이다. 철저하게 귀족 중심의 사고를 가진 인물. 마고가 귀족에 대한 혐오 가지게 해 준 일등 공신이다.

레오폴트 레빈 라르손. 라르손 궁정백. 3대 귀족 파벌 중 개혁파의 젊은 리더. 틈만 나면 추파를 던지는 호색한, 마고를 자신의 첩으로 삼고자 했었다. 하는 짓은 참 넌더리가 났지만, 그래도 동시에 기사단을 위해 힘을 많이 써 주기도 했기에 애증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콘라트 오베 란다우. 란다우 후작. 재상. 3대 귀족 파벌 중 중도파의 리더.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며, 슬하에 자식이 없다. 그래서 마그누센 변경백이 마고의 신분을 문제 삼았을 때, 마고를 회유하여 양녀로 들이고자 했다. 마고에게 작위와 영지를 주자고 국왕에게 제안한 자 역시 이 사람이다. 마고를 친손녀처럼 잘 대해 준 인자한 할아버지.

게르트루트 밴더미어. 스승. 머리가 하얗게 샌 차가운 인상의 여성. 기묘할 정도로 얼굴은 젊다. 마고가 입단하기 한참 전부터 지금까지 기사단의 훈련 교관을 맡고 있다. 신분부터 출신 국가까지, 과거에 대한 모든 것이 불명인 수수께끼의 인물. 다만 검술 하나만큼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기타: 항상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이유는 남편이 귀가 예쁘다고 해줬기 때문이다.

마을 아주머니들의 수다 사이에 끼여서 항상 괴로워한다. 모여서 재잘대는 것보단, 차라리 혼자 낮잠이라도 자는 것을 선호한다.

요리는 못하지만, 수프와 육포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전쟁터에서 자주 해먹어던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결혼 전 성씨는 쿠쉬였다.

옛날에 자기보다 키가 작고 느린 남편을 거북이라고 불렀었다. 지금도 가끔 그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새벽에 몰래 나와 숲 속에서 홀로 달빛 아래 검술을 단련한다. 남편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편.

2 ◆sIJsrPYTRg (MT92KfSmvo)

2022-07-09 (파란날) 18:20:59

https://picrew.me/share?cd=1P0DevvBSz

"좋은 아침, 마고ㅡ 아침 먹을래?"

이름: 디안 에리히
나이: 25세
성별: 남성
키/몸무게: 190cm/85kg
직업: 여관 주인
생일: 1월 17일
혈액형: O형
주로 쓰는 손: 오른손
좋아하는 것: 마고, 남들을 돕는 것, 요리, 가족, 마을
싫어하는 것: 악인, 불합리한 것, 마고와의 다툼

외관: 마고처럼 기사를 하진 않았지만, 마을의 허드렛일들과 여관일, 그리고 자기 자신만의 단련을 통해서 다져진 근육질 몸은 보기 좋고 부드러운 근육으로 다져져 보기 좋게 자리 잡았다. 얼굴은 잘 생겼다고 말하기는 좀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남자답게 생겼다. 다만 얼굴에는 어린 시절 마고와 놀다 생긴 흉터가 있어서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몸과 더불어 두려움을 느끼게도 하는 편이다. 물론 잘 웃고 다니기에 무섭게만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눈은 갈색 눈동자를 품고 있고, 부드러운 눈매를 가지고 있다.

성격: 그는 마고에 비해선 꽤나 순한 편에 속했다. 애초에 항상 앞장 서는 것은 마고였고, 그 뒤를 열심히 따라다니는 것이 그였으니까. 하지만 불의 앞에선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로 정의로운 마음을 기지고 있었고, 용기가 부족한 것도 아니여서 마을 사람들에겐 누구나 힘이 되어주는 맘씨 좋은 사내로 자라났다. 종종 마고가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에 질투심도 느끼긴 하지만, 제대로 표현은 하지 못하고 질투심을 느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우울함을 느끼기도 하는 착한 성격.

인간 관계:

마고. 아내. 죽마고우였기에 마고가 돌아왔을 때에도 그는 망설이지 않고 마고를 받아들였다. 물론 돌아온 마고를 보고 예전과는 달라진 감정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런 감정이 없었어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마고가 돌아온 후, 열심히 자신을 어필해서 청혼에 성공했고,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일을 시키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 혼인에 성공했다.

어머니. 그가 마을에 머무르게 된 이유1, 현재는 그녀 역시 병으로 제대로 걷지 못 하고 방에서 머무르는 편이기에, 그가 동생들과 함께 잘 보살피는 중. 어머니도 그가 마고를 따라나서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고가 돌아온 후 한결 밝아진 그의 모습에 안심하고 있다.

줄리오 사케. 그보다 두어살 많은 마을 이장의 아들, 어릴 때부터 사사건건 여관집 아들이었던 그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현재 이장이 노환으로 물러날 시기가 되자, 이장 대리가 되어선 마읗의 잡일이란 잡일에 그를 부려먹고 있다. 마고를 짝사랑하기라도 했는지 결혼 이후엔 더 심해졌다.

루아, 루이, 루나. 그의 여동생들. 현재 루아와 루이는 근처 도시로 나가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원래는 다니지 않으려 했지만 오빠인 그가 강하게 주장해서 하는 수 없이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도 재능이 있어 공부는 잘 하고 있다. 루나는 아무래도 어머닐 두고 떠날 수 없다며, 자신은 약재사가 될거라고 주장해 마을에 남아 마을 약재사에게 일을 배우며 어머니를 돌보고 종종 여관일을 돕고 있다. 셋 다 오빠바라기라서 오빠를 끔직히 아끼는 편.

마을 사람들. 대부분 어릴 때부터 봐온 사이기에 사이가 좋은 편. 마을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애초에 마을 아가씨들 사이에서도 꽤나 신랑감으로 꼽는 듯 했지만, 그가 결혼에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지내왔기에 선뜻 다가오진 못 했던 모양이었다.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남을 잘 돕는 그의 성격을 이용해서 부려먹으려는 사람들도 이쓴 편이다.

기타:

마고바라기. 어릴 때도 친구로서 졸졸 따라다니길 좋아하던 편이었지만 그녀가 돌아오고 반하기 시작했을 때부턴 행동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몸 곳곳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듯 했다. 흉터가 있어 사납게 보이던 그의 얼굴도 마고를 볼 때면 사르르 풀려선 다른 사람같아 보인다고 할 정도.

기사를 동경했다.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마고와 함께 기사가 되고 싶었지만 가족을 위해 마을에 남게 되었다. 그래도 혼자서 하는 단련은 빼먹지 않는 편. 이젠 생활처럼 되어서 자연스럽다고.

마고를 사랑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한켠에 가지고 있다. 다시 검을 집어들고 마을을 떠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따금 마고가 떠나던 날의 꿈을 꾼다고 한다.

요리를 잘한다. 그의 여관은 근방을 지나는 여행자들이나 마을 사람들에겐 맛있는 여관이란 소문이 자자하다.

마을 사람들이 종종 자신을 부려먹으려는 건 알고 있지만 그저 웃음으로 넘기며 돕는 편. 그저 다들 사정이 있는거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편

저축도 잘 해둬서 소문은 안 났지만 나름 부유한 편에 속한다. 물론 그는 다 여동생들 결혼 자금이니 뭐니 하고 있지만, 여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으고 있어 받을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잠든 마고를 보다 잠드는게 새로운 취미다. 곁에 있는 마고만 보고 있어도 더 필요한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3 ◆sIJsrPYTRg (MT92KfSmvo)

2022-07-09 (파란날) 18:22:48

일단 잘 부탁해!

4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28:37

>>3 잘 부탁해요. 그럼 설정은 얼추 정해졌으니, 곧바로 첫 지문을 어떻게 할지 같이 생각해 볼까요?

간단한 일상으로 시작해도 좋고, 뭔가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게 있어도 좋을 것 같네요.

5 이름 없음 (BOjMNtOgy2)

2022-07-09 (파란날) 18:32:54

>>4

음, 뭐가 좋으려나. 시작은 잔잔한 일상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시간적으로는... 음, 결혼을 하고나선 일주일 정도 지난 후가 좋으려나?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하는거지.

6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36:06

>>5 좋아요. 그럼 마고가 디안의 옆에서 곤히 자다가 일어나는 묘사부터 해볼까요?

첫 시작은 잔잔하고 달콤하게 끊어 보죠.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7 ◆sIJsrPYTRg (AGpXSZTtGE)

2022-07-09 (파란날) 18:45:06

>>6 좋다.. 상상만으로도 좋은 것 같아. 그러면 기다릴게.

8 마고 - 여관 2층, 침실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9:19:29

아침의 향기, 창가로부터 따스한 햇살이 에리히 부부가 누운 침대로 내리 쬐었다.

"으, 으으므...."

마고는 거슬리는 자극에 미간을 찌푸리고, 손에 든 양털 베개를 얼굴 쪽으로 그대로 파묻어 버렸다.
어제는 너무 마셨다. 아니, 어제 뿐만이 아니다. 그 전 날도, 그 전 전 날도, 남편과 첫 날 밤을 보내고 나서부터는 계속 취기에 푹 젖어 있는 상태였다.

"괴로워...."

기운도 없고 마른 목소리가 텁텁한 입가에 맴돌기만 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숙취 덕에 머리가 빙빙 돌았다.
어제 디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위장에 술을 퍼부어 댄 어리석은 자신의 머리통을 한 대 휘갈겨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온몸이 허공에 붕 뜨는 듯한 어지러운 감각에, 구역감이 치밀었다.

얼굴은 베개 속에 박아 버린 채, 손만을 뻗어 물을 찾았다.
분명 어제도 이쯤에 다인이 찬물을 올려 놓아 줬었으니, 분명 오늘도 그리 해주었을 거라 생각했다.
마고의 남편은 상냥한 사람이었으니까.

그 때, 손 끝에 뭔가가 톡하고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물컵이구나 하고.

조금만 더 뻗으면 완전히 닿을 것 같았기에, 몸을 침대 밖으로 살짝 빼고 간절하게 손을 움직였다.
솔직히 그냥 일어나면 될 일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이 나른한 감각을 보존하기 위해 포근한 침대 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끄응.... 으, 으와아아—?! 끄흐으으...."

쿠당탕 소리와 함께, 침대 아래로 꼴사나운 자세를 취하며 낙마했다.
견갑에 망치처럼 가해진 충격은 무려 전직 기사단장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새어 나오도록 할 정도로 욱씬거리는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몸이 초승달처럼 움츠러든다.
허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어서 흔들림으로 인해 탁자 위 물컵으로부터 차가운 물 한 바가지가 그녀의 얼굴 위에 쏟아 부어졌다.

"푸하.... 쿨럭, 아침부터 이게 뭐야...."

마고는 마치 물에 젖은 생쥐가 되어, 팔뚝으로 눈을 가렸다.

요 며칠 간은 완전히 같은 일상만 반복되었었다.
여관 1층에서 줄창 퍼마시고 기절. 그리고, 디안에게 엎힌 채 2층의 침대로.
분명 며칠 전까진 내 등을 맡겨도 될만큼 절친한 친구였건만, 이제는 그 넓은 등에 몸을 기댄 채로 엎혀 다니고나 있었다.
내겐 너무 과분할 정도로 행복하고 나태한 시간들, 그것에 대한 벌을 신께서 이제야 내게 내리신 것일까?
모를 일이었다. 아침부터 침대 위에서 떨어지고 찬물까지 뒤집어 쓰고 나니, 정말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9 디안 - 마고 (QbL9lWW6ho)

2022-07-09 (파란날) 19:30:25

" 읏차...! "

디안이 휘두르는 도끼가 찍힌 나무토막이 깔끔하게 반토막이 되어 옆으로 떨어진다. 땀에 젖은 셔츠와 밖으로 드러나 땀이 맺힌 그의 탄탄한 팔은 하루 이틀 해온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간이기에 온도는 선선한 편이었지만, 그의 옆에 가득 쌓여있는 장작들을 보면 왜 그리 땀을 흘리는지 알 수 있을 듯 했다. 땅에 떨어진 장작을 주워 장작더미에 올려둔 디안은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긴다.

" 이정도면 이번주는 충분할 것 같은데.. 아, 슬슬 일어났으려나. "

디안은 쌓인 장작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웃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여관 맨 위층을 바라본다. 언제나 홀로 지내던 여관 2층의 끝방에는 이젠 같이 머무는 이가 생겼으니까. 사실 일주일 전 결혼식을 올린 것이 지금에 와선 한편의 꿈 같이 느껴졌지만, 그떄를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되어버린다. 마고 에리히. 어릴적부터 이어져온 인연이자, 이젠 새롭게 부부의 연을 이어가게 된 소중한 사람이었다. 옆에 걸어둔 수건으로 손을 뻗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곤 여관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 디안, 신혼 생활은 할만해~? 벌써 힘이 부족한 건 아니지? "
" 맞아맞아, 신혼 떄 힘 딸리면 너 쫒겨나도 할 말 없다? "
" ... 정말이지, 얼른 아침이나 마저 드시고 일 나가세요. 문제없으니까. "

1층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마을 사람들의 짓궂은 말에 피식 웃은 디안은 덤덤하게 대꾸하곤 삐걱거리는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 자신의 방, 아니 이젠 부부의 방으로 향한다. 예쁘장한 자신의 아내가 있는 방에 들어선 디안은 물에 젖은 생쥐처럼 푹 젖어선 바닥에 엎어져있는 마고를 발견하곤 놀란 눈을 한 체 다가간다. 평소 같았으면 땀냄새가 난다며 바로 다가가지 않았을텐데, 혹여 마고가 아프기라도 할까 방금전까지 몸을 사용해 평소보다 더 탄탄해진 몸으로 다급하게 품에 안아올린다.

" 마고?! 무슨 일이야, 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

걱정스럽게 품 안의 마고를 바라보며 조금은 다급해진 목소리로 물어오는 것이 꽤나 팔불출처럼 보였을지도 몰랐다. 아니, 신혼이라면 당연한 모습일까.

10 마고 - 디안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9:58:39

디안은 방에 들어오자 마자 허겁지겁 마고를 안아 올렸다.
따뜻해, 그리고 단단해. 분명, 방금 전까지 격하게 몸을 쓰다 온 모양이었다.

그의 넓은 품 속에 마치 공주님처럼 안겨 있자니, 약간 부끄러움이 앞섰다.
아직까지는 자신도 적응이 안되는 모양이었다.
항상 지켜주는 기사의 입장이던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나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물론 따지고 보면, 옛날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긴 했었다.
그래도 그땐 이렇게 로맨틱한 분위기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런 감정을 느끼기엔 내가 너무 어렸었다.
게다가 정확히 안아 올린다는 느낌보단, 반쯤 질질 끌고 간다는 느낌에 가까웠었지.... 내가 디안보다 한 뼘 정도는 더 컸었을 때니까, 아마.

"보면 알잖아...? 침대에서 떨어지고 찬물을 맞았을 뿐이야. 별일 아냐."

걱정스레 빤히 쳐다보는 그 눈빛이 마고를 늘 과보호했었던 아저씨를 연상하게 해서 조금 괴로웠다.
피를 이은 부자 관계라서인지 상냥한 점도 어쩜 이리 닮았을까.

그나저나 딱 봐도 일찍 일어나서 일하다 들어왔을 텐데, 이제 일어난 사람이 역으로 챙김을 받는 건 역시 아니다 싶었다.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정리는 내가 하고 나갈 테니까, 당신은 가서 일 봐도 돼."

11 디안 - 마고 (1qY1xZ5OZY)

2022-07-09 (파란날) 20:07:48

다행히 별일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침대에서 떨어져선 찬물을 맞았을 뿐이라니, 뭔가 그것도 평범한 일은 아닐 텐데. 그것을 하나하나 따지자니 좀 그런 것 같아서 디안은 결국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물에 맞은 그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일은 하고 왔고, 오늘은 아침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 조금은 이렇기 같이 있어도 될 것 같은데. '

디안은 쑥스러운 듯,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너와 좀 더 있고 싶다는 말을 던지며 품 안의 마노를 응시한다. 여관만 아니었다면 잠시 든처 도시로 신혼여행을 갔어도 됐을텐데, 자그마한 마을의 여관은 꽤나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행도 떠나지 못 했다. 그게 미안했다. 그가 생각하는 마노는 그런 걸 몇번이고 받아도 부족할 신부였으니까.

" 아, 땀냄새나서 거슬리려나? 미안해. "

그러다 문득 방금 전까지 장작을 패고 와서 땀에 젖은 셔츠와 몸을 떠올리곤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부드럽게 사과의 말을 건낸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자신에겐 한없이 과분한 사람이라 라나라도 더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종종 이렇게 기사였던 그녀와는 다른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 ...일단.. 사랑해,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

그래도 결혼하고나서 하루도 거르지 않던 말을 조심스럽게 건낸다. 흘깃흘깃, 입을 맞춰도 될지 마고의 얼굴을 살피면서. 이래저래 아침부터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는 디안이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예쁜 신부가 있는 남편들이라면 다 똑같이 생각할거라 합리화도 하면서.

12 ◆bb1hgZO.RI (KDyV59byEc)

2022-07-09 (파란날) 20:23:39

늦은 저녁입니다. 먹고 와서 금방 이을게요.

그나저나 디안은 정말 사랑스러운 새신랑씨네요, 풋풋해라....

13 ◆sIJsrPYTRg (1qY1xZ5OZY)

2022-07-09 (파란날) 20:35:20

맛있게 먹고 와. 천천히 줘도 느긋이 기다릴테니까.

그야 마고가 사랑스러우니 절로 따라가는게 아닐까? 부부는 닮기 마련이라니까.

14 마고 - 디안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22:07:35

"흠, 할 일을 미루고 온 게 아니라면 그렇게 해."

아저씨도 아줌마도 여관 일을 도울 수 없게 된 지금의 디안은 정말 하루 종일 바빴다.
밑에 다른 직원이라도 두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래저래 돈 쓸 일이 많아 여유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딱히.... 어제 자면서 계속 맡았던 냄새잖아. 이제 와서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어."

단순하게 위치만 침대 위에서 옆으로 바뀌었을 뿐, 디안이 마고를 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어제도 다인의 넓은 품 속에 안겨, 한참 동안 디안의 향취를 코에 한껏 담았다.
지금껏 마고는 남자의 냄새라면, 전쟁 중에 같이 생활했던 단원들의 냄새 밖에 몰랐었다. 단언컨대 그건 악취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남편의 냄새만큼은 그렇게 지독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걸 계속 맡고 있다 보면, 마냥 불쾌한 느낌과는 뭔가가 결이 다른 끈적한 감정이 마고의 안에서 자꾸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이었다. 거기에 찬물을 맞아 축축해진 상태로 다시 침대를 뒹구는 것은 썩 끌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 건 나중에 하자고, 마고는 생각했다. 대신 배가 조금 고팠다.

"또 그 멘트. 당신, 더 새로운 건 없는 거야? 예를 들면, 아가씨. 오늘 아침 간식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라던가."

슬슬 미소를 피우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마고. 며칠 전부터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표정을 지으며, 디안에게 은근히 졸라왔다.
예전 같으면 바라는 게 있다면 솔직하게 곧이 곧대로 이야기하는 편이었다만, 그간 쓸 데 없이 처세술이 늘어 이렇개 다양한 방식으로 디안을 곤란하게 해왔다.
기세를 탔다고 생각했는지, 마고는 디안의 턱 끝을 살짝 만지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럼 나는 거기에 대해 아마 이렇게 답하겠지. 그거라면 우유에 벌꿀을 타서 데운 음료 정도로 충분해요. 답례는, 어제처럼 진한 키스 한 번이면 될까요?"

디안을 빤히 보고, 쐐기를 박듯 속삭였다.
기사단장을 역임했던 그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도, 이렇게 야릇한 웃음을 지으니 어딘가 사내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아마, 자신에게 입을 맞추고픈 디안의 기색을 미리 읽었던 걸지도 모른다.

"부탁할게, 당신."

15 ◆sIJsrPYTRg (n6dBcm1g0Y)

2022-07-09 (파란날) 22:24:16

아가씨, 오늘 아침 간식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기억해두자고 디안은 생각했다. 아리따운 얼굴에, 잘 어울리는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져오는 마고의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두기로 한다. 디안은 이런 쪽에는 많이 약했다. 애초에 자신이 이렇게 행복해질거라고 생각도 못 했었으니까. 마고가 돌아오면서 그의 인생도 뒤바뀌게 되었으니까.

" 정말이지, 난 아마도 죽을 때까지 마고를 이길 수 없을거야. 날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야릇한 미소를 띈 체 답해오는 마고를 보며 말한다. 그의 얼굴에는, 아니 그의 눈에는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물씬 담겨 마고를 응시하고 있었고, 살며시 끌어안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그녀의 말이 그가 바라는 것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증거였다.

" 근데, 벌꿀을 탄 우유를 만드려고 마고를 침대에 눕히고 다녀오려면 선불이 필요해서. "

실례할게. 디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아직은 입을 맞추는 것이 서툴고 조심스러워 투박한 입맞춤이 아주 잠시 이어지고, 마고는 가볍게 그의 품에 들려져선 침대로 옮겨진다. 정성스레 침대에 눕힌 그는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준다.

" 다녀올게, 옷 갈아입을거면 갈아입고 있어. "

마고를 위해 주방에 다녀오려는 듯 천천히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신혼이라면 역시 곁에 있어줘야 할텐데, 하는 욕심 섞인 중얼거림을 남기며 방을 나선다. 계단을 내려와 일을 나서는 손님들을 만기고, 그릇을 치우며 마고를 위한 우유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로 끓여 꿀을 넣어 달콤하게 만든다. 일련의 과정이 능숙하게 이뤄지고 기분 좋게 잔에 따라두곤 한켠에선 부드러운 빵을 굽기 시작한다. 가볍게 우유와 곁들여지면 좋을 부드러운 빵, 그곳에도 너무 달지 않게 살짝 꿀을 바르곤 그릇에 올려 쟁반에 담는다.

" 입맛에 잘 맞아야 할텐데. 괜찮겠지. "

그녀가 먹었을 값비싼 요리들은 이 마을에는 없었으니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맞춰줄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간 그는 조심스레 문 앞으로 다가간다. 마고가 옷을 갈아입고 있을수도 있으니 배려를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이건 여동생들에게 주의 좀 하라며 다년간 잔소리를 들어온 것이 큰 습관이었지만.

" 들어갈게, 괜찮지? "

16 ◆sIJsrPYTRg (7i78LUlxUI)

2022-07-10 (내일 월요일) 00:49:06

마고주는 쉬러갔으려나? 일단 잘 자구 내일 보자

17 마고 - 디안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02:15:07

"음, 이제라도 그 사실을 알아채서 다행이야. 난 언제까지고, 당신을 이겨 먹을 생각이니까."

마고의 입가에 즐거운 듯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실제로 그만큼 디안과 나누는 말장난은 그녀가 아는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보다도 훨씬 더 즐거웠다.
왕도에 있던 시절에도 대화를 나눌 상대 정도라면 사실 얼마든지 존재했었다. 그러나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려놓은 채, 흉금을 트고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까웠던 이는 없을 뿐이었다.
그나마 가까웠던 부단장 기젤라의 앞에서도, 그녀는 최소한 단장으로서의 모습을 지켜야만 했었다.
하지만 다인에게 만큼은 달랐다.
다인의 앞에서 마고는 굳이 기사단장일 필요가 없었으니까. 다인에게 있어서 마고는 기사단장이 아닌, 그저 옛 절친으로서의 마고 본인으로 충분했을 테니까. 그러니 이런 어리광조차 유일하게 그에게만 허락되는 감정일 터였다.
물론 지금의 디안은 옛날 소년 시절과는 달리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 마고의 남편이 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다른 것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마고의 가장 큰 이해자인 동시에, 항상 놀리기 좋은 먹잇감이었으니까.

"조금이지만, 팔 힘도 강해졌네. 나한테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어?"

조금은 아니었다. 분명 순수히 육체가 담고 있는 힘만으로 따지면, 이제는 분명 여성인 마고보다 디안 쪽이 조금 더 우위에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뛰어 넘는 일은 그닥 유쾌하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그 두꺼운 팔에 안겨 있는 게 자기 자신이라면 조금은 다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소란스럽게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정말 그냥 입만 맞추고 도망가 버렸네."

마고는 느긋하게 남편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서툰 입맞춤이 지나간 입술의 자리를 만지며 실없다는 반응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입맞춤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뭔가 성급하게 보이는 디안의 반응은 누가 봐도 초짜 같아서 또 귀엽게도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아래로 시선을 내리깔자 보이는 것은 홀딱 젖은 채 침대 위에 놓인 자신의 소매.
이러다 만약 침대의 솜까지 젖어버린다면, 분명 오늘 밤의 잠자리가 영 편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감기가 들면 큰일이니까..., 일단은 벗어둘까."

홀로 남은 방 안에서 그리 중얼거리고, 젖은 옷을 쭉 짜서 창가의 근처에 걸어 두기 시작했다.
그러길 얼마 후, 문 밖에서 꿀과 우유의 달콤한 향이 마고의 코 끝을 간질였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나름 배려까지 해 준 것인지, 허가를 요청하는 디안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어차피 조금 보여지더라도 별 상관은 없는데.

"음, 들어와 당신."

아마 방에 들어오면 디안의 눈에 곧장 보였을 마고의 알몸.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옷들은 전부 창가에 널려있었다.
정확히는 온몸에 이불을 두르고 있는 형태였다만, 그렇다고 딱히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건 얇은 껍질을 싸고 있는 번데기 같은 형태에 가까웠다.

"후후—, 어때? 어울려?"

하얀 이불을 둘러싼 번데기가 이단의 시야 안에서 몸을 꿈틀댔다.
그 이불 위로도 충분히 몸의 굴곡은 드러나 보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 모습은 상당히 개그스러운 면이 있었다.

18 ◆bb1hgZO.RI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02:16:25

죄송합니다, 깜빡 잠들어 버렸었네요.... 늦었지만, 디안주도 좋은 꿈 꾸세요.

19 ◆sIJsrPYTRg (.mgRR8Q2LU)

2022-07-10 (내일 월요일) 03:12:08

우두커니 디안은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선 상태로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까지 마고가 걸치고 있던 옷들은 창가에 널려있었고, 몸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불의 실루엣으로 그녀의 상태가 어떤지 한눈에 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의 눈에 언제나 마고는 아름다웠으니까.

" 어..그러니까...그게... "

디안은 더듬더듬 입을 달싹이며 제대로 대답을 돌려주지 못한다. 웅얼웅얼, 입가에서 맴도는 말을 간신히 뱉어내며 삐그덕 소리가 날 것 같은 걸음걸이로 방문을 닫고선 테이블에 들고 온 쟁반을 내려놓는다. 그의 귀가 붉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을지 모르지만,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재빠르게 마고에게 달려온다. 마고를 덮치듯 잘려온 그는 다급히 커텐을 치고는 마고를 끌어안는다.

" ...그, 다른 사람들이 볼지 모르니까 조심해. "

물론 마고와 보낸 며칠의 밤에서, 아니 청혼 직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도 본 마고의 몸이었지만 디안은 늘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꼈다. 두근거려서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은 매번 지치지도 않고 자긴의 존재감을 뽐냈다. 아름다웠다. 곳곳에 그녀가 기사였다는 증거처럼 박힌 흉터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로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몸이었다. 아니 아름다운 몸이 아니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몸이었으니까 너무나도 설랬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감정 때문에 행여라도 다른 이가 그것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자신만이 눈에 담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으니까. 그로서는 부리는 것이 익숙지 않은 소유욕이었다.

" 게다가 그,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까.. 은근히 아직 새벽공기가 차기도 하고.. "

막상 끌어안고서는 그 몸을 눈에 담을 용기가 없는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웅얼웅얼 말을 이어간다. 마고의 눈에는 아마도 그의 붉어진 얼굴이 보이지 않았을까. 대범해도 이상할 것 없는, 한창 뜨거울 시기의 신혼임에도 순수하기 짝이 없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가 그만큼 마고를 사랑한다는, 아낀다는 증표나 다름 없을 것이다.

" 아, 맞아.. 꿀 들어간 따뜻한 우유랑 식빵도 준비했으니까 같이 아침을.. "

이불 사이로 살짝 살짝 엿보이는 피부를 애써 못 본 척, 안 보려는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을 이어간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커튼을 쳤지만 불안한지 이불 체로 마고의 몸을 끌어안은 팔에는 포근하고 따스한 단단함이 남아있었다.

" 다음부턴 조심하고... "

20 ◆sIJsrPYTRg (.mgRR8Q2LU)

2022-07-10 (내일 월요일) 03:12:45

잠들 수 있는거지, 시간이 시간이니까. 마고주도 좋은 꿈 꾸고 아침에 보자. 답레 남겨두고 갈게.

21 마고 - 디안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09:40:27

대답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그대로 창문이 닫혔다.
제대로 두면 오늘 밤까지 바짝 말리더라도, 아마 축축한 기운이 다 가시지 않을 것만 같아 보였다.
꿉꿉한 잠자리는 사양이었다. 거기에 애써 마련된 포근한 침구류가 푹 익은 고기처럼 눅눅하게 되어 버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고는 살짝 한 번 미간을 좁힌 뒤, 다시 창문을 열려는 듯 창가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하아.... 이봐, 옷 말려야 하는데 당신이 그걸 닫으면...."

그때, 마고를 힘껏 끌어안은 새신랑. 걸음을 하려다 이불과 함께 그에게 붙잡힌 마고는 멀뚱멀뚱 말을 더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디안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입가로부터 슬며시 웃음기가 올라왔다.

"흐응...."

네, 독점욕 당첨.
기사단장으로 받아들일 때의 그 감정은 굉장히 피곤하고 지치기만 할 터였는데, 여기에 약간의 달콤한 애정이 더해지니 이렇게나 보기 좋은 것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한번 더 자각했다. 나는 정말로 디안의 여자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솔직히 마고는 아직까지 확 와닿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었다. 언제라도 그와는 다시 어렸던 시절처럼 나무 막대기를 들고 기사 놀이를 하러 산으로 떠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소중한 친구, 단 하나 뿐인 내 사람. 물론 만약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서 디안을 빼앗으려 한다면, 설령 마고라도 이렇게 웃는 표정은 못 지었을 터였다. 그래도... 역시 창문까지 닫아 버리는 건, 조금 과보호가 아닌가 생각했다. 이렇게 제대로 이불도 두르고 있었는데.

"걱정 따윈 안 해. 만약 그런다고 해도, 당신은 이렇게 달려와서 날 가려줄 거지? 내 몸은 오직 당신만의 것이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결국 디안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듯한 그런 말을 하고, 그의 뺨에 검지 손가락을 얹어 빙글빙글 돌렸다.
꽤 교태스러운 그 제스쳐는 감히 기사단장이라는 직함을 달고서는 절대로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그런 잔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으, 잔소리가 심하네.... 어렸을 땐 잘만 봤으면서."

마지막까지 과보호의 멘트를 날리는 것에는 약간 부루퉁한 반응을 해 보였다.
그리고 돌연 가만히 입을 쭉 벌렸다.

"아—, 당신이 직접 먹여 줘. 난 지금 당신에게 잡혀 있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말야... 이대로 내가 직접 먹으면 살짝 걸치기만 한 이불이 흘러내릴 테고, 거기에 남아 있는 건 내...."

일부러 말을 흘리는 마고. 비릿한 미소와 동시에, 디안의 품 안에서 살짝 꾸물거려 몸의 이곳저곳이 닿게 만들었다. 좋게 말해도 마고의 몸은 그다지 부드럽다고는 할 수 없었겠지만, 적어도 이 온기와 숨결만큼은 확실히 디안에게 전해졌을 것이었다.

"...먹여줄 거지, 당신?"

22 ◆bb1hgZO.RI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09:40:55

좋은 아침이에요.

23 ◆sIJsrPYTRg (zuLQmciSIA)

2022-07-10 (내일 월요일) 11:28:07

" 당연히 그래야지. 마고 넌.. 내 부인이니까 당연한거지. "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매만지며 요염한 교태를 부리는 마고를 보며 디안은 어색한 미소로 침을 꿀걱 삼킨다. 아주 옛날, 골목대장 시절의 마고라면 이런 모습은 상상도 못 했을텐데. 어느샌가 이런 교태 섞인 모습들을 자꾸만 보여준다. 그 모습에 설레고 두근거리면서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모습을 갖게 된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게 없어도 마고는 충분히 빛이 나는 존재였다고 디안은 생각했다. 물론 지금의 교태가 싫다는 건 아니었다. 좋다 못해 자꾸만 두근거려 미칠 것 같았다.

" ... 지금은 정말 내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땐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 했었고. 어리기도 했고. "

반쯤은 우상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고 디안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자신은 마고의 뒤를 따라다니는 아이였으니까. 자신보다 용감하고 뛰어난 아이, 어린 시절의 디안에게는 마고가 동경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그런 존재가 자신의 부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꿈 같으면서도 기뻤다. 종종 자신을 찔러오는 매혹적인 모습은 심장에 안 좋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아침이라는 사실이 아쉬운 걸지도 몰랐다.

" 알았어, 어차피 손님들도 다 나갔으니까.. 하여튼, 어차피 이런식으로 부탁해오면 내가 거절 못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 "

맞댄 몸에서 느껴지는 마고의 몸, 굴곡이 느껴지고 체온이 느껴진다. 얇은 이불로는 가릴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그것이 기분 좋아서 조금 더 팔에 힘을 주어 끌어안고는 다정하게 고개를 숙여 눈을 맞추곤 말한다. 어리광은 싫지 않았다. 아니 앞으로 더 부려줬으면 했다. 마고가 자신에게 기대려고 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래서 좀 더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다.

" 일단 요리 값부터 받고 먹여줄테니까. 잠깐.. "

마고의 몸을 감싸안던 팔을 풀곤 두 손으로 마고의 뺨을 감싸쥐어 입을 맞춘다.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서툴기 그지 없는 입맞춤이었지만 그 행위에서 마고를 향한 마음 하나는 제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미을 사람들이 지나가며 이야기 하는 소리, 말이나 소가 지나가며 내는 발굽소리,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그것이 들려오는 방안에서 얼마나 입을 맞추었을까, 천천히 떨어진 디안은 테이블을 침대 가까이로 끌고온다. 그리곤 마고를 안은 체 침대에 걸터앉는다. 자신의 다리 위에 마고를 앉힌 자세가 되어선 빵을 먹여줄 준비를 한다.

" 자, 아~ 해볼래. 여보? "

24 ◆sIJsrPYTRg (zuLQmciSIA)

2022-07-10 (내일 월요일) 11:28:21

좋은 아침이야, 마고주

25 마고 - 디안 (HNIl4Po6zs)

2022-07-10 (내일 월요일) 15:10:32

"어머, 기쁘네."

마고의 눈이 초승달처럼 굽어져 빛났다.
그 눈빛은 기쁘다고 해야 할까, 정확히는 뭔가 귀여운 생물을 지켜 보는 그런 설레임 쪽에 더 가까웠을 것이었다.
자꾸만 작고 여렸던 그때의 디안과 지금 디안의 모습의 겹쳐져 보였다. 사랑의 방식은 달랐지만, 분명히 그때도 지금처럼 디안은 마고를 잔뜩 좋아해 주고 있었다. 보일 리 없는 강아지의 꼬리가 마치 디안의 뒤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작은 소동물 같던 아이가 언제 날 감싸고 안을 정도로 이렇게 커버린 것일까. 마고 자신이 디안의 부모는 아니었지만, 조금 감개가 무량할 지경이었다.

"그야 그랬겠지. 그때 당신은 내가 여자아이였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둔감한 거북이였으니까 말야."

그때의 디안을 추억하며 마고는 따지듯이 이야기하며, 디안의 넓은 가슴팍에 등을 쭈욱 기댔다.

"우후후, 당신은 단순한 남자니까. 뭐, 하기야 당신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남자라는 생물이 전부 그렇긴 하다만. 싫으면 거절해도 괜찮은데? 물론, 내 몸을 가린 이불은 금세 다시—."

그러면서 은근슬쩍 마고가 어깨까지 감싸고 있던 이불을 내리자, 하얀 어깨선과 쇄골이 드러났다. 거기엔 단련된 어깨 근육이 제법 훌륭한 모양으로 붙어 있었지만, 골격 자체는 확실히 성숙한 여성의 그것이었다.
그 상태로 디안과 입술을 마주하고, 그와 혓바닥을 섞었다.

"프후.... 아아 당신, 정말 키스 못하네."

떨어지고 나서 곧장 놀리는 발언으로 디안을 자극했다.
누가 봐도 일부러 그러는 것일 테지만,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아니니 조금 더 교활한 면이 있었다.
그러면서 자꾸만 마고의 꼬리뼈가 앉은 부위의 허벅지를 지긋이 누르는 것 같은 감각은, 그저 단순한 착각이 아닐 지도 몰랐다.

"아암. 우흠으흠.... ! 달콤해. 이거 꿀 바른 거야?"

번뜩, 빵을 입에 가득 넣은 마고의 눈이 어린아이처럼 크게 뜨였다.

26 ◆sIJsrPYTRg (zuLQmciSIA)

2022-07-10 (내일 월요일) 15:27:21

" 아하하...아니, 그땐 마고도 머리도 짧게 하고 다니고 그랬으니까 "

따지듯 말해오는 마고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확실히 친구의 성별도 제대로 알지 못 했다는 건 변명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기도 했으니까. 성별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마고를 대하는 것이 달랐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사소한 사고로 마고의 성별을 알게 되긴 했지만 어찌됐든 디안은 잠시 추억에 빠져있다 자신의 가슴팍에 기대어 오는 감각에 현실로 돌아왔다. 지금의 마고는 성별을 헷갈릴 일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과거의 마고를 아는 그에게누어렴춧이 어린 시절의 마고도 보였지만.

" 그야, 마고랑 해본게 전부니까. 그래도 나름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해. "

조금 분했다. 이런 부분에서 분함을 느낄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장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기가 생기고 만다. 그러고 보면 마고는 어릴 때도 이런 식으로 살살 건드리곤 했으니 어린 시절의 습관 같으누걸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을 하는 디안이었다. 물론 그 시절엔 뜀박질 같은 부분이었지만. 아무튼 다음번에는 좀 더 발전하자고 마음을 먹으며 마고를 자신의 다리 위에 앉힌 체로 아침을 먹이기 시작한다.

" 이번에 양봉장 아저씨께서 좋은 꿀이 나왔다길래 사왔거든. 사기 전에 맛도 봤는데 마고가 좋아할 것 같아서. 잘 골라온 모양이네. "

은근히 유혹하듯 느껴지는 마고의 몸짓에 한팔로 마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안으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행복해 하는 마고의 모습, 그건 마고가 돌아온 첫날부터 그가 보고 싶어하던 모습이었다. 마고는 어릴 때부터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사내아이처럼 다닐 때에도 웃을 때엔 분명 이 세상에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탓에 디안은 아름다운 것을 떠올릴 때면 마고의 미소를 떠올리곤 했으니까.

" 자, 한조각 더 먹어봐. 아, 오늘은 뭐 할거야? 나는 저기 야채가게 아저씨 밭에 다녀오고, 이장님 댁 천장에 비가 샌다고 해서 고쳐드리고 , 그리고 그 옆집에서 ..... 그래서 점심 먹을 즈음에 돌아올 것 같은데. "

마을 여기저기에서 그를 찾는다는 걸 보여주듯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는 디안은 그를 찾는게 당연한 것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사실은 당연한게 아닐텐데, 어릴때부터 이어진 일이라 그런지 그는 그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다.

" 빨래 같은 건 내가 해둘테니까 마고는 편하게 쉬고 있어도 돼. 낮엔 해가 따갑더라. "

한손으론 포크로 빵을 먹여주고, 한손으론 고양이를 다루듯 마고의 뺨과 머리를 매만져주며 다정하게 말한다. 마고는 그냥 편히 있어도 된다는 듯 따스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다.

27 ◆sIJsrPYTRg (zuLQmciSIA)

2022-07-10 (내일 월요일) 15:28:49

마고가 정말 사랑스럽다. 줄리오를 첫 등장 시켜볼까 했는데 뭔가 텃 일상에 그녀석이 나오면 마고가 심기가 불편할 것 같아서 다음 기회로 미뤄봤어.

28 마고 - 디안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19:09:46

얼버무리는 미소 뒤, 추억 속에 한껏 젖은 것 같은 디안은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분명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기대할게, 더 나아질 당신의 다음 키스를."

어릴적의 서투른 디안도, 지금의 서투른 기색을 애써 숨기려는 디안도 전부 귀여웠다.
분명 세월이 지나 설령 디안이 배 나온 아저씨가 된다 할지라도, 왠지 마고 자신이라면 귀여워해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도 상관 없겠지.
그나저나 이건 칭찬해 줄 수 밖에 없겠는 걸.

"역시 난 당신이 좋아!"

답례로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 만약 마고의 전 부하들이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마 부끄러워 그대로 숨져 버릴 것이었다.
또 한번 껴안은 채로 디안은 마고를 빤히 보았다. 그 시선에 담긴 애정을 마고 역시 듬뿍 만끽했다.
마고는 자신이 이런 사교적인 성격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교적이라고 해야 하나, 나쁘게 말하자면 치사하고 교활한 성격이 된 것이라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자신을 좋아해 주는 얼빠진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있다면, 그런 치사한 아양을 얼마나 떨어대든 그리 힘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쭉 이야기를 들었다.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점차 빵을 씹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
마고의 표정에 점차 어둠이 드리워졌다. 약간의 짜증과 분함, 그리고 자책감이 섞인 부정적 감정으로 즐거운 분위기에 살짝 균열을 내었다.

"...당신, 난 말야. 아직 마을 관련된 일은 잘 몰라. 그래서 당신이 하는 일이 어느 정도인 건지도 솔직히 감이 잡히질 않아. 그렇지만..., 무리는 하지 말아 줘. 난 나를 위해 헌신해 주는 당신은 좋아하지만, 당신이 남들에게 쓸 데 없이 부려 먹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불쾌할지도."

슬프게, 디안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이런 말을 해 버린 건 좋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도 하지 않는 자신을 위해, 디안 홀로 마을의 일원으로서 감당해야 할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불편한 감정들이 고개를 들이밀자,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다.
그렇기에 그것을 미소 속에 밀어 버리고, 신경쓰지 말라는 듯이 머리를 톡 하고 디안의 쇄골 쪽에 부딪혔다.

"...방금 내가 한 말은 잊어 줘. 잘 모르면서 내가 괜한 말을 꺼냈네. 마을 내에서 당신의 입장도 있었을 텐데 말야. 쿠흐흣—, 미안해?"

그리고 디안에게 방금 말을 잊을 것을 종용하듯 부비부비 고개를 돌려 품 속에 냄새를 묻힌다.
산뜻한 여자의 향, 그리고 어딘가 어린 늑대나 숲의 짐승들이 품고 있을 것 같은 아찔한 냄새가 풍겼다. 보통의 마을 여자치고는 체취가 조금 강한 편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이용하기라도 하듯, 마지막은 애교스레 디안의 목 칼라를 앞니로 살짝 깨물어 보인다.

"응. 난 얌전히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남편을 기다리는 건 기특한 아내의 자질이니까. 돌아 오면, 잔뜩 칭찬해 달라고?"

마고는 그에레 쓸 데 없는 걱정까지 시키고 싶진 않았다.
그것 말고도 디안에겐 할 일이 잔뜩 쌓여 있었으니까. 이런 상태로는 일을 도와 주지는 못할 테니, 하다 못해 짐이라도 되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작게 다짐했다.

29 ◆bb1hgZO.RI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19:13:27

귀여운 신랑을 보면 자꾸만 질나쁜 애교가 튀어나오고 마는 마고씨입니다. 디안주의 자비로운 결정에 줄리오는 오늘 목숨을 건졌네요.

아마 오늘은 이후로 일정이 있어서 여기까지일 것 같네요. 답텀이 길어서 매번 미안해요~.

30 디안 - 마고 (DE5Q4.LTwc)

2022-07-10 (내일 월요일) 19:23:21

" 나도 마고를 사랑해. "

해맑은 마고의 웃음, 그것을 보면서 디안은 망설임 없이 웃어보였다. 쉴 세 없이 이어진 고민들 속에서 겨우겨우 용기를 내서 청혼을 했을 그 때부터 디안은 언제든 마고가 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돌아왔을 때의 마고는 무언가 상실한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더이상 그런 마고는 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망설이는 동안 마고는 더욱 아파할 것 같았으니까 그는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그래서 기뻤다. 마고가 자신을 보며 이렇게 미소 짓고 있었으니까.

"... 으음, 마고가 그렇게 생각하는게 이상하다고는 생각 안 해. 그래도 이건 부탁 받은지 좀 된 일이라서 하려는거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 "

마고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디안은 알고 있었다. 그가 착하다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 중에선 자신을 불쾌한 의도로 부려먹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마고가 오기 전까진, 예전부터 도움 받은 것들이 있었기에 마을에 봉사를 해온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이젠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자신의 배우자가 된 마고가 이젠 디안의 최우선이었으니까.

" 아니야, 마고가 그렇게 말해줘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더 잘 알 것 같으니까. 고마워, 역시 여보가 있어야 내가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여보는 걱정할 것도 없고, 속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그냥 여보는 편안하게 지내면 되는거야. 난 여보가 그랬으면 좋겠어."

품에서 부비부비 고개를 부벼대는 마고를 꼭 끌어안고선 오히려 너무 마음을 쓰지 말라는 듯 부드럽게 다독여준다. 마고는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다. 애초에 고생을 시키려고 결혼을 한 것도 아니었고, 결혼을 하기 전보다 더 보듬어주고 사랑해주고 싶었기에 결혼을 했던거니까. 코 끝에 아찔한 마고의 향이 감돈다. 밤새도록 맡고 잠드는 그 향을 폐 깊숙이 빨아들이듯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뱉어낸다.

" 그렇게 말하면 나 이대로 밖에 안 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르는데? 여관 문도 잠깐 닫아버리고 방에서 안 나가버릴지도 몰라. 기특한 아내가 너무 예뻐서 품에서 놓고 싶지 않을 것 같거든. "

마고의 등을 손 끝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려주며 귓가에 조곤조곤 말을 이어간다. 큰 키와 덩치에 맞지 않게 부드러운 그 목소리는 손으로만 보듬어주려는 것이 아닌 듯 했다.

" 있잖아, 그러면 오전 일만 마치고 돌아오면 잠깐 여관 문 닫고 뒷산으로 피크닉이라도 가자. 어때? "

그렇게 마고를 부드러운 손길로 매만져주다 좋은 생각이 난 듯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춰주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기왕이면 좋은 걸 눈에 담게 해주고 싶었다.

31 ◆sIJsrPYTRg (Cmb1bHM25Y)

2022-07-10 (내일 월요일) 19:24:24

질 나쁜 애교라니, 질이 너무 좋아서 디안이 어쩔 줄 몰라하는데. 줄리오는 오늘 목숨을 건졌지. 마고가 온전히 꽁냥거릴 수 있게 말이야.

답텀은 괜찮으니 걱정말고 다녀와. 난 가벼운 잡담도 좋아하니까.

32 ◆sIJsrPYTRg (7DBumfTmuM)

2022-07-10 (내일 월요일) 23:37:57

잠들기 전에 생각을 해보는데 마고랑 근처 도시로 여행을 가는 에피소드도 좋을 것 같고, 수도에서 자꾸만 찾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수도로 둘이서 가는 에피소드도 괜찮을 것 같아

33 ◆sIJsrPYTRg (sTHAdoQ93w)

2022-07-11 (모두 수고..) 08:18:26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래.

34 마고 - 디안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09:10:39

"흥, 그건 이미 배가 부를 정도로 잔뜩 들었어. 거기에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 당신의 얼빵한 얼굴에 그렇게 써져 있잖아?"

디안은 늘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 주었다.
마고의 입장에서는 굳이 그 말을 듣지 않아도 전부 표정에 나와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구태여 계속 이리 표현해 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즐거운 내색만 하는 건 아무래도 입이 조금 간지러웠기에, 괜히 퉁명스레 짖꿎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 낯 뜨거운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자신감—, 그건 이미 재능의 영역이겠네. 아무 걱정도, 속상할 일도 없이... 말이지. 후후 축하해, 당신. 방금 그건, 듣던 내가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질 정도로 정말 완벽하게 느끼한 멘트였어."

입은 놀리는 듯이 말하지만, 몸은 디안의 보듬어 주는 손길을 순순히 받아 들였다.
꽤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자신의 장난에 어쩔 줄 몰라하는 디안의 귀여운 모습도 보고 싶었지만, 그와 동시에 남편의 다정한 손길에도 꽤 고파 있던 것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그것 둘 다를 동시에 취하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수고스러움이 더해질 뿐이었다. 디안이 완전히 기죽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그의 이성을 긁어내는 것이.
거기에 너무 힘을 줘 버리면 또 곤란했다. 잔뜩 디안의 풀이 죽든, 아니면 그날 침대 위에서 마고가 죽든, 둘 중 하나가 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고는 예상대로 디안이 자신의 냄새를 잔뜩 들이마시고 있는 장면을 빤히 올려다 보았다.

"당신—, 지금 뭘 맡고 있는 거야? 그렇게 대놓고 등 뒤에서 숨을 들이 쉬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된다고. 변태 디안."

본인이 그걸 의도했으면서 모르는 척 이죽 거리며, 검지 손가락으로 디안의 코를 꾸욱 눌러 버리는 마고.
사실 처음에는 체향이 강하다는 것을 조금 신경 쓰고 있었는 지도 몰랐다. 하지만 남편인 디안은 그것을 상관 없이 좋아해주는 모양이라, 지금 와선 무리하게 그 냄새를 지울 필요도 없어졌다.
뭔가 기뻤다. 디안이 자신의 모든 부분을 그대로 받아 들여 준다는 생각에.
...어쩌면 정말로 변태스러운 건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지만, 마고는 애써 그 생각을 흘려 보냈다.
그리고 마치 키우는 강아지에게 하는 것처럼 다정히 등을 쓸어주는 그 행동도, 무척이나 기분 좋은 것이었다. 아마 개나 늑대처럼 마고에게도 꼬리가 달려 있었다면, 아마 이 타이밍에 흔들었을 것이다.

"뒷산?"

그 단어를 듣고 마고는 즐거운 추억을 연상했다.
동시에 얼굴에는 그리운 미소도 함께 떠올랐다.
뺨에 입맞춤을 받은 즉시, 마고는 하얀 목을 쭉 내고 디안의 뺨에도 입을 맞추었다. 단순히 가벼운 입맞춤이라기엔 어딘가 짖꿎은 그것은 입이 맞춰진 부위를 잔뜩 젖게 만들었다. 맑고 끈적한 그녀의 타액으로.
무조건 일부러였다. 저질러 버리고 난 뒤에 만족한 듯, 즐거운 웃음 소리를 흘리는 것을 보면 아마 확실히.

"우후후.... 저기 말야, 당신. 혹시 우리가 예전에 같이 먹던 산딸기도, 아직 거기에 열려 있을까?"

어렸을 적, 두 사람의 주 무대는 산 속이었다. 나무 막대를 서로 하나씩 꼬나쥐고, 그들은 일명 순찰이라는 이름 하에 산 속에서도 기사 놀이를 했었다.
거기서 도중에 근처에 열린 산딸기나 머루 같은 것도 자주 따서 먹곤 했고, 그건 지금 와서 소중한 추억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디안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도 그 무렵.... 디안의 상처를 보는 순간, 마고는 그 때의 광경을 떠올리고 얼굴과 몸이 살짝 굳었다.

"...그리고, 늑대...도. 아직 거기 있을까."

더듬더듬. 자신감의 빛을 잃은 시선이 아래로 내리 깔아졌다.

35 ◆bb1hgZO.RI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09:19:55

좋은 아침이에요.

왕도 여행 에피소드나 근처 도시에 방문하는 에피소드 둘 다 너무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도시의 큰 사건 혹은 음모에 휘말려 버리는 것도, 좋은 전개가 될 것 같네요.

거기서 마고의 어머니 같은 포지션의 게르트루트와 디안의 만남도 조금 기대되고요. 그녀는 깐깐하면서 조금 기묘한 사람이라, 착실한 디안과 어떤 케미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36 디안 - 마고 (RGDYu4nQOY)

2022-07-11 (모두 수고..) 09:29:58

새삼스럽게 느낀 사실이지만, 마고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 디안을 깨물기도 하고, 몸을 부벼 체향을 남기려고 하기도 하고, 방금처럼 뺨에 뽀뽀를 하며 흔적을.남기기도 했다. 마치 자신의 영역이라고 누군가에게 주장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잊지 않고 하는 행동이었다. 디안은 처음에는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 와선 오히려 그 행동이 자신에게도 안도감을 가져다준다는 걸 깨달았다. 온전히 자신이 마고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처럼 자신도 기분좋게 귓볼을 깨물어주기도 하면서 답례를 해주곤 했다.

조물조물, 기분 좋게 마고의 귓볼을 깨물어주곤 고개를 떼어낸다.

" 산딸기라면 가득 열려있지. 아마도 질릴 때까지 먹을 수 있을걸? "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마고의 허리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다정하게 대답한다. 얼마전, 뒷산에 갔을 때 봤던 모습이라면 분명 먹음직스러운 산딸기들이 가득 익어가고 있었으니까. 역시 오늘 마고를 데려가는게.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레 이마를 맞대곤 부벼본다. 간질거리는 마고의 체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는 느낌이 좋았다.

" 늑대는 없어. 요 몇년 간 사냥꾼들이 많이 사냥을 해서 영역을 옮긴 것 같더라. 그래서 나도 몇년 간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나타나도 걱정하지마, 내가 있잖아. "

그러다 늑대 이야기를 꺼내며 풀이 죽기 시작한 마고의 두 뺨을 살며시 커다란 두 손으로 감싸곤 눈을 맞춰 조곤 조곤 이야기를 한다. 분명 늑대에.대한 안 좋은 기억들 탓이리라. 디안은 마고가 겁먹을 것은 하나도 없다는 듯 싱냥한 어조로 천천히 속삭임을 이어간다. 이젠 내가 곁에 있으니까, 고작해야 늑대 몇마리가 마고를 건드리게 둘 생각은 없으니까. 디안은 단단한 팔로 꽉 안아주며 믿음을 주려했다.

" 마고의 곁에는 내가 있어. 무슨 일이 마고에게 생기던 내가 어떻게든 해줄테니까. 내가 마고의 남편이니까, 그냥 즐거운 생각만 하는거야. "

오똑한 마고의 코 끝에 사랑을 담아 입을 맞춰주곤 맞췄던 눈을 떼어낼 생각도 없는 듯 애정 가득한 눈으로 응시한다.

" .. 그러니까 뒷산으로 피크닉가자. 알았지? "

37 ◆sIJsrPYTRg (RGDYu4nQOY)

2022-07-11 (모두 수고..) 09:31:25

좋은 아침, 마고주.

소소한 일상이 이어지다 마고의 과거에 휘말리기도 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그때와 다른건, 곁에 디안이 있다는거겠지.

아하하, 그건 나도 기대된다. 왠지 뒤늦은 상견례 느낌일지도.

38 마고 - 디안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2:20:33

귓볼을 살며시 깨무는 감각, 읏— 하고 실없는 신음소리를 뱉었다.
그건 적어도 대낮에 내도 좋을 만한 그런 목소리는 아니었다. 아마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흠칫 놀라 이쪽을 바라 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고는 반은 볼을 붉히며 당황한 투로, 나머지 반은 건방지다는 경고를 담아 한번 노려 보았다.

"당신도 가만 보면, 나보다 훨씬 더 응큼한 면이 있어...."

뺨을 감싸졌다. 커다랗고 남자다운 두 손은 완전히 마고의 턱선을 따라 하얀 피부를 덮었다.
늑대. 부모님. 디안의 상처.
앞으로도 평생, 마고를 따라 다닐 싫은 기억들.
전장에서는 왕국의 늑대라고 불리웠던 그녀였으나, 그녀는 여전히 늑대가 두려웠다.
마고의 부모가 살해당한지 벌써 20년도 더 되었다.
이젠 그들에 대한 약간의 기억조차 희뿌연 안개에 가려진 듯 거의 희미해져 가는데도, 오로지 늑대에 대한 두려움만이 그림자처럼 남아 몸을 옥죄어 왔다.
그리고 디안도, 마고가 짐이 되었던 탓에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 그저 얼굴의 흉터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었을 지도 모른다.
수렁처럼 어두운 기억의 족쇄가 또 한 번, 마고로부터 소중한 사람을 빼앗을 뻔했던 것이다. 허나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늑대는 무서웠다.

"으응.... 알았어."

마고는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코 끝에 닿는 입술의 감촉에 슬며시 부끄러움도 일어 버린다.
응큼한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의도가 애매한 경계에 있는 디안의 사랑은 마고의 마음을 자꾸만 뒤숭숭하게 헤집어 놓었다.
더 이상 가까워지면 그대로 침대에 같이 누워 버리겠다 싶었던 건지, 마고는 팔꿈치로 디안의 어깨를 꾹 밀어내곤 시선을 살짝 피했다.
그는 곧 일도 하러 가야 했으니까.
비록 디안이 젊고 건장한 마을 남자라곤 하나, 그 체력은 무한이 아닐 터였다.
거기에다, 어차피 오늘 밤도 요 며칠 그랬던 것처럼 침대 시트의 끝을 잡고 길게 시간을 늘어트릴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취해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잖아? 나도, 언제까지고 항아리 속 들쥐에 겁먹은 꼬마처럼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디안의 응원에 금세 기운을 차렸는지, 마고는 안심하라고 말하는 듯 방긋 웃었다.
이어 마고는 디안의 허벅지에 돌아 앉아, 그를 마주 본 상태에서 허리와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안겼다.
그리고 귀에 속삭이기를.

"빨리 다녀 오기나 해, 거북이. 여자가 기다리다 지치면, 주변에 잘생긴 파리들이 더러 꼬이게 되는 경우도 꽤 있다니까...."

나서 귀로부터 입을 뗐다.
그대로 흥미진진한 표정을 올려 보이며, 디안을 마치 여우나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 관찰했다.

"후후. 뭐, 지금의 나한텐 당신 밖에 없으니까...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겠지만?"

또 한번 교활하고 발칙한 그 미소는 여전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무서운 늑대의 이야기 같은 건 저 멀리 어딘가, 더 이상 닿지 않을 곳으로 보내 버린 채.

39 ◆bb1hgZO.RI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2:27:19

서로가 서로의 공백이었던 과거를 되짚어 가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네요. 그간 여러 고충이 있었을 테니까요.

홀로 왕도에 상경해서 검 하나 쥐고 거친 기사 생활을 치뤄 온 마고, 젊은 나이에 여관을 물려 받고 어엿한 마을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분투해 온 디안. 거기서 생긴 악연, 줄리오나 마그누센 백작 같은 이들과도 다시 조우하게 되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둘이니까요.

40 디안 - 마고 (MFBUbjAGes)

2022-07-11 (모두 수고..) 12:41:51

" 잘생긴 파리들이라.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이 마을에 그런 사람은 없을텐데. 그래도 마고의 옆에 나말고 파리들이 앵앵거리는건 싫으니까 서둘러 다녀올게. "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런 외진 마을에 잘생긴 파리라니. 없어야 한다. 디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을 놀리려는 듯 꺼내는 저런 말을 듣고 있으니 괜히 마고의 곁을 떨어지고 싶지 않아진다. 사람이 신경 쓰일 말을.던져놓고 반응응 살피려는 여우같은 얼굴을 디안이 모를리가 없었지만, 자신의 신부는 알고도 모르는 척 넘어가게 만드는 존재라는 걸 몇번이고 느끼고 마는 디안이었다.

" 그럼 다녀올게. "

조금이라도 더 빨리 피크닉을 가기 위해서 마고를 가볍게 들어선 자신의 옆에 앉혀두곤 몸을 일으킨다. 삐걱거리는 침대소리. 요즘 들어 삐걱거림이 심해진 침대 위에 앉혀둔 마고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방을 나선다. 해야할 일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가지만, 여전히 그의 머리 속을 차지한 건 마고였다. 이불을 두른 체로 사랑스럽게 웃어보이던 그 모습을 원동력 삼아 여관을 성큼성큼 나선다. 이 기세라면 미뤄둔 일들을 처리하는 것에 큰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 * - * - * - * - * -

정확히 디안은 해가 머리 위로 올라서기도 전에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은 한가했고, 손님도 없어 가게를 비우고 다녀오기에도 알맞은 모습이었다. 피크닉에 나가서 먹을 간단한 빵과 야채, 그리고 조금의 고기를 앙증맞은 바구니에 챙겨넣어 준비를 해서 들고는 마고가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올라간다.

" 마고, 준비 다 됐으니까 피크닉 가자. "

방문을 열고 바구니를 흔들어 보이며 부드럽게 말을 던지는 그의 이마에.맺힌 땀 몇방울은 그가 마고를 다시 보러 오기 위해 얼마나 서둘렀는지 보여주는 듯 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히 서선 마고를 응시한다.

" 아, 오늘 피크닉 갈 때는 업고 갈까? 마고 고생시키면 안되잖아. "

분명 피크닉을 가기 위해선 마을를 가로질러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짓궂게 마고를 업고선 마을을 가로지르겠다는 듯 장난스럽게 말을 던진다. 어차피 그로선 뭐가 됐든 좋은 선택지였다. 업어주고 싶기도 했고, 그냥 사이 좋게 손을 잡고 걸어가도 좋았다. 그저, 이렇게 아리따운 자신의 아내를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 어때, 뭐가 좋겠어? "

41 ◆sIJsrPYTRg (MFBUbjAGes)

2022-07-11 (모두 수고..) 12:43:27

디안의 과거 자체는 마고랑 비교하기엔 평이하겠지만 마고는 자신이 모르는 빈 시간이 궁금하겠지?

마고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들에겐 디안은 분명 무조건 마고의 폄을.들테니까 말이야. 상대가 아무리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42 마고 - 디안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5:38:29

"...흐응, 그렇게 어른스럽게 넘기는 건 조금 열받는데."

장난이 계획대로 먹히지 않은 것 같자, 조금 심통이 난 투로 중얼거렸다.
볼을 부풀리고, 빤히 쳐다만 보았다.
그러다 온몸이 번쩍 들리고 인형처럼 들려지자, 버럭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난 애가 아니야!

* * *

"어서와, 당신."

문을 열자 반기는 것은 적당히 마을 아가씨 풍의 옷을 걸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
원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옷들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혹은 그 반대였었다. 딱히 바쁜 와중에 쓸모도 없었으니 구비해 두지 않았던 터였다.
그러니 이건,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마을에서 가장 큰 맥주 양조장을 하고 있는 부인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받은 것보다는 참견심에 억지로 떠안겨졌다는 표현이 더욱 적확할 테지만.
부인의 덩치가 꽤 근육이 붙은 마고보다도 더욱 컸던 탓인지, 옷은 헐렁하게 어깨까지 내려와 버렸다. 다만, 허리엔 옷이 완전히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 끈으로 묶었다. 그 결과, 그 부분만은 잘록하게 들어가 가슴께부터 엉덩이에 이르기까지의 선을 조금 부각하는 면이 있었다.
옷을 걸치는 옷걸이가 달라지니, 디안이 마을에서 종종 보아왔을 평범한 그 옷도 이젠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을 지도 모르지.

"호오, 잘도 말하네? 날 보통 마을 처녀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당신. 이래 봬도 근육들 때문에 꽤 무게가 나가니까. 괜찮겠어 당신의 허리?"

자랑이라도 하듯 배를 살짝 내밀어 본다. 옷을 단단히 여미고 있어 맨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충 겉으로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도 느낌은 들만 했다.
군살 하나 없는 복근. 평범한 마을 여관 주인의 부인에게 이런 게 붙어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러 의미로 굉장한 것. 아마 디안은 그것을 포함한 마고의 몸을 요 며칠 간 그 눈으로 몇 차례 새겼을 터이기에, 굳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옷 안에 있을 근육의 형태가 잘만 보였을 것이다.
그러고 있자니, 마고는 어느 샌가 디안의 곁으로 후루룩 다가와 흔들리는 바구니에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으음, 그건 그거고... 어머나. 이 냄새는 설마... 고기야? 역시 당신은 이런 면에서 제법 센스가 있다니까! 물론, 단맛이 나는 포도주도 챙겨 두었겠지?

마고의 후각은 아주 날카로웠다. 애초에 수 차례나 사선을 넘나들다 보니, 모든 종류의 감각이 전부 극도로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연유였다.
아마도 그 앙증맞은 바구니 안에 술병이 들어갈 공간 따위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터, 허나 그러면서도 능청스레 묻는 건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 분명했을 것이다.
즉, 조르는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귀엽지 않은 방향으로.

43 ◆bb1hgZO.RI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5:41:54

귀족의 비위를 거스를 일도 불사하다니, 디안도 대담하네요. 귀엽고 멋진 남편을 둬서 행복한 마고입니다. 마고도 만약 그 귀족이 디안에게 해코지를 하려 들면, 자신의 목을 내놓고서라도 칼을 들겠지만요.

조금 늦었지만, 좋은 점심이에요~.

44 디안 - 마고 (hgEISwwC82)

2022-07-11 (모두 수고..) 16:18:22

" 옷도 예쁘게 차려입었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내가 마고를 한두번 드러보는 것도 아니잖아. 새삼스럽게. "

평범한 마을 아가씨의 복장이지만, 입은 사람이 입은 사람인 만큼 테가 좋은 복장을 한 마고를 눈에 담으며 능청스런 미소를 지어보인다. 단련된 몸이여서 마을을 다른 여성들보다는 조금 더 나갈지도 모르지만, 마을에서 튼튼하기로 소문난 그의 몸은 충분히 마고를 안고 뒷산으로 갈 수 있었다. 애초에 마고를 들어본 것이 한두번은 아니었으니 이래저래 거짓말은 아니었다. 특히 최근엔 꽤나 자주 들어봤으니까.

" 술은 다녀와서 마시도록 해. 뒷산이긴 하지만 넘어지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옆에 있어주더라도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안되잖아. 난 마고가 다치는건 싫어. "

그런 건 챙기지 않았다는 걸 잘 알텐데도 조르듯 물어오는 마고를 보곤 눈웃음을 짓는 디안. 이젠 꽤나 그런 조르기가 익숙한지 역으로 '당신을 아끼니까 챙기지 않을거야' 라는 이유를 내세워 조르는 마고를 살살 달래기 시작한다. 술을 달고 사는 마고가 슬슬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고, 기왕 같이 시간을 보내러 가는건데 알코올에 젖어든 마고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아쉬웠다.

물론 밤의 마고는 알코올에 젖어들어도,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있었지만 아무튼 이번 피크닉에선 마고에게 포도주를 먹이지 않을 생각을 한 디안이었다. 마고가 얼마나 더 고집을 부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 모습도 보여줘야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순탄해질거라 생각하면서.

" 자, 그러니까 이 바구니는 마고가 꼭 쥐고 있고 내 등에 업혀. 서둘러야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오지. "

포도주 이야기가 더 나오는 것을 마냥 내버려둘 생각은 없는지 단숨에 이야기의 전환을 노리면서 태연히 돌아서서 몸을 낮춘다. 그리곤 얼마든지 올라타라는 듯 넓은 디안의 등판이 마고를 반긴다.

" 아, 마고가 얼른 업혔으면 좋겠다. 나 마고 업고 싶은데. "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은근히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말을 던지며 도개를 돌려 마고를 바라본다.

45 ◆sIJsrPYTRg (hgEISwwC82)

2022-07-11 (모두 수고..) 16:20:04

마고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디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거가 되었으니까. 마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거야. 늑대한테 뛰어든 그때처럼 말이야. 마고가 자기 때문에 검을 다시 들게 되면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겠지만.

응응, 마고주도 좋은 점심이였으려나?

46 마고 - 디안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7:25:05

"으음,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생각해 보니 요 며칠 간 1층에서 2층으로 디안이 술기운에 쩔어 넝마가 된 마고를 업고 몇 번이나 여관의 계단을 올랐는지 정확히 기억 속에는 없었지만, 그게 분명 한두 번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거기다 결혼 전, 왕도에서 내려 온 그 날을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 횟수는 못해도 배로 늘어날 것이었다.
확실히 지금의 디안이라면, 자신의 몸을 들고 여유롭게 마을 뒷산 정도는 거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남자 아이의 성장이란 건 이렇게나 극적인 거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한 때는 마고 자신도 디안처럼 남자 아이가 되길 바랬던 적도 있었다. 아니, 분명 꽤나 최근까지도 그랬다. 그 이와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지금은 그렇게 변하게 해준다고 해도 사양이었다. 기사로 성공하는 일 따위, 이젠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달리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 남편으로부터 어떻게 잘 구슬려야 포도주를 내어 줄까 하는 것들이라거나.

"아—, 응."

"응."

"으..., 으응? 잠깐만 당신, 포도주는...."

상황은 급변했다.
마고가 적당히 답하는 사이, 어느샌가 눈 앞엔 디안의 넓은 등짝이 마치 올라 타라는 듯이 펼쳐져 있었다.

"...하아. 당신, 오늘 밤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곱게 내일을 맞이할 생각 같은 건, 미리 단념해 두는 게 당신의 신상에 이로울 걸. 지금 마시지 못한 술, 이따 밤에 모조리 받아낼 테니까."

비겁한 술수를 부렸다는 듯 비난하는 눈초리로 디안에게 쏘아 붙인 후, 한숨과 함께 그 등에 살며시 몸을 기댔다.
단단한 동시에 포근함이 느껴졌다. 여관의 양털 이불과는 또 다른 느낌의 나른함이 마고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한 팔로 디안의 목덜미를 감싸고, 다른 한손에는 그가 건넨 바구니를 들었다.

"자..., 올라탔어. 빨리 가자고."

어딘가 피곤한 듯 하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낙담한 듯한 마고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원래도 여성치고는 허스키한 편이었 건만, 이렇게 되니 꽤나 위압감이 서리는 목소리가 되고 만다.

47 ◆bb1hgZO.RI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7:36:57

예나 지금이나 용감하네요. 디안은 어렸을 때도 그런 성격이었을까요? 아니면 커가면서 조금씩 그렇게 된 걸까요?

48 ◆sIJsrPYTRg (4ynRjaPPvc)

2022-07-11 (모두 수고..) 17:45:52

" 그래그래, 밤에는 부족한 포도주만큼 남편으로 채워주면 되는거지? 우리 여보 말 잘 알았어. "

말로 쏘아붙이머 몸을 기대어 오는 마고에게 능청스럽게 대꾸를 하며 마고를 업을 준비를 갖춘다. 밤에도 술을 달라는 마고와 실랑이를 해야할지도 몰랐지만, 그런 실랑이도 하나의 추억이라 생각하면서 디안은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맨정신의 마고와 보내는 밤도 꽤 기대가 된다는게 사실이었으니까. 고집을 부린 김에 좀 더 고집을 부려보기로 마음 먹어본다. 좀 고생을 할지도 모르지만.

" 예이예이, 출발하겠습니다. 예쁜 신부님. "

낙담한 마고의 목소리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디안은 기운 좋게 일어나선 방을 나선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마고를 업고 하나하나 내려오면서 든든하게 마고를 업는 모습은 전혀 불안정해보이지 않았다. 마치 앞으로도 이것처럼 마고를 지탱해주겠다는 듯 올곧은 자세로 마고를 업고 여관을 나선다. 여관을 나서자마자 두사람을 반기는 건 마을 여자아이들의 꺄르르 꺄아~ 하는 재잘거림이었다.

신혼부부에 대한 선망과 이래뵈도 마을의 선넘선녀라 불릴 두사람이었기에 나오는 반응일지도 몰랐다. 둘을 보면서 ' 있지있지, 여관은 새벽에도 .. ', ' 나도 결혼하고 싶다아...! ' 같은 어린 나이대의 아이들이 속닥거릴만한 말이 들려왔다.

" 마고가 마을에서 인기가 많아서 기쁜거 있지? 내 아내가 이렇게 예쁨 받으니까 내 일 같아서 말이야. "

아이들을 지나치자 이번엔 마을 아주머니들의 어머어머, 저것 좀 봐~ 하는 아주머니들 특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사스럽다는 말도 들려오고, 우리집 바깥양반은 업어주지도 못 한다는 불평을 하기도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디안은 마고를 고쳐 업으며 쿡쿡 웃음을 흘린다. 마을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마을을 가로질러가는 신혼부부에게 몰려들었고, 디안은 마고가 자신의 아내라고 한번 더 외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자아, 그러면 뒷산으로 가볼까아.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은근히 마을을 늦게 벗어나려고 빙 돌아서 마을 밖으로 향하는 것이, 부부의 모습을 마을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뿌듯한 모양이었다. 적어도 디안이 애처가인 것은 확실했다.

" 날씨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니 밖에 나가기엔 딱이네. 어때, 마고? "

천천히 뒷산으로 향하는 오솔길에 올라선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마고를 살피며 부드럽게 묻는다. 힘든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49 ◆sIJsrPYTRg (4ynRjaPPvc)

2022-07-11 (모두 수고..) 17:51:50

정확히는 어릴 때는 겁이 많았어도, 정말 몸을 던져야 할 때는 던질 줄 아는 아이였고, 지금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건 지키고자 하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야. 물론 능력이 따라오는가에 대해선 좀 별개의 문제겠지만 아내인 마고나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능력이 안될 일에도 뛰어들 성격이지.

50 ◆sIJsrPYTRg (KpoYNoivR6)

2022-07-11 (모두 수고..) 21:58:26

자, 오늘 하루도 바쁜건 마무리 하고 쉬어볼까.

51 ◆sIJsrPYTRg (4r9FPxchCQ)

2022-07-12 (FIRE!) 08:47:31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자, 마고주.

52 마고 - 디안 (qmtwlIsCNo)

2022-07-12 (FIRE!) 11:31:02

"흥.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데, 거북이 주제에."

마고는 웃으며 방을 나서는 그 모습이 별로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모처럼 결혼하고 디안과 처음으로 나서는 나들이에 포도주가 빠져 버린 것에 아직도 부아가 남아 있는 듯 보였다.

"...."

디안의 물음에도 묵묵부답.
원래라면 아이들에게 지나치는 인사라도 건네 주어야 할 것이었다. 누가 뭐래도 마고는 이 마을 여관의 안주인, 에리히 부인이었으니까.
허나 이제 막 성년이 된 어린 여자 아이라면 또 모를까, 마고의 나이는 이미 성년이 되고도 10년씩이나 지나 있었다. 무슨 일이건 어리니까 라는 단순한 변명 같은 게 더 이상 통할 나이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익은 과일처럼 얼굴을 붉히며, 숙여진 고개를 디안의 등짝에 파묻는 일 외엔 아무 것도.

"뭐..., 그렇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질문엔 건성으로 그리 답한다.
잠깐의 침묵.
멀미라도 나 버린 것 같은 울렁거림.
디안의 목에 걸쳐둔 팔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고민은 잠시였다. 오솔길에 올라갈 무렵, 마고는 디안의 귀 쪽에 괴로움을 함뿍 담아 속삭였다.

"...당신..., 내가 잘못했어. 내려 줘."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버텨낼 수 없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인 길은 지나 버렸으나, 지금이라도 내리려는 것은 그간의 여운이 다소 깊게 남았기 때문이리라.
이런 시간에 남편의 등에 엎혀서 나들이를 나가는 마을 아가씨. 보통은 그것을 남편이 아내를 많이 아끼나 보다 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겠지만, 막상 그 대상이 되어 보니 별 거 아닌 게 아니었다.
그야 말로 막대한 수치심이 마고의 온몸을 엄습해왔다. 귀 끝마저 빨갛게 달아올라 버릴 정도로.

"설마,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으리라고는.... 정말 방해야! 참견이라고!"

괜시리 허공에 대고 분한 듯 소리쳐 보았다.
아직도 따끔따끔하게 남은 아찔한 감각에, 식은 땀이 이마로부터 흘러 내릴 뻔했다.
분연히 터져 나오는 한숨.
그리고 괜시리 흘러내린 귓머리를 쓸어 넘겼다.

"하아.... 이럴 때에 머리를 식힐 술 한 잔이라도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 그 좋은 것을 누구 씨의 과보호 덕에 못 가져오게 되어 버렸으니...."

아쉬운 뒷맛을 삼키고, 디안을 빤히 바라보는 마고.
딱 봐도 여관을 나설 때와는 달리, 꽤 피곤한 모습이었다. 정신적으로.

"한 것도 없는데, 왠지 지치네.... 밥이나 먹자. 나 배고파."

53 ◆bb1hgZO.RI (qmtwlIsCNo)

2022-07-12 (FIRE!) 11:35:28

좋은 아침이에요, 디안주.

디안은 한결 같이 좋은 신랑감이었네요. 10년 동안 아무도 채가지 않은게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54 디안 - 마고 (9HdJzQcLrg)

2022-07-12 (FIRE!) 11:51:35

" 푸흣. 마고가 그렇게 부끄러워 할거라곤 생가고 못 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걸? "

등에 업힌 체로 분하다는 듯 소리치고 속삭여오는 마고에게 디안은 그저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능청스런 대답을 돌려준다. 살짝 원했던 상황이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효과가 좋아서 업고 나온 보람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바람대로 자신의 아내라는 걸 제대로 홍보까지 했으니.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질리가 없었다.

내려달라는 말에도 '기다려' 라는 말을 할 뿐 꿋꿋하게 마고를 업은 체로 숲 속으로 나아간다. 마고가 제대로 기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두사람이 기사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냇가에 도착했을 무렵에서야 근처의 앉기 좋을 크기의 커다란 바위 위에 마고를 앉혀준다.

" 여기 기억나? 맨날 여기 공터에서 나뭇가지 휘두르고 그랬잖아. "

냇가 옆의 공터는 두사람에게 하나의 성이 되기도 하고, 전장이 되기도 했다. 기사를 꿈꾸는 아이들이 뛰어놀던 곳은 지금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 지켜지고 있었다.

" 나 여기 계속 관리하고 있어서 나름 그대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

주변을 둘러보면서 뿌듯한 얼굴을 해보이던 디안은 몸을 낮춰 마고와 눈을 마주하곤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두사람의 장소였기에 있는 그대로 지켜내고 싶었고, 언젠가 돌아올 마고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 피크닉 하긴 딱이지? "

55 ◆sIJsrPYTRg (9HdJzQcLrg)

2022-07-12 (FIRE!) 11:52:43

좋은 아침, 마고주. 점심도 잘 챙기구.

10년동안 디안 본인이 전혀 연애에 생각이 없었거든. 마고에게 반할 줄 몰랐을거야 정말

56 마고 - 디안 (qmtwlIsCNo)

2022-07-12 (FIRE!) 14:12:22

"흥. 당신이 나를 귀여운 놀림감으로 만든 이 사건을, 난 영원토록 잊지 않겠어. 그렇게 기뻐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의연한 그 태도가 더욱 마고의 심기를 긁었다.
당장이라도 뒷덜미를 물어 볼듯이 그 부분을 노려 보았으나, 실제로 깨물지는 않았다.
그건 마고가 전장을 떠나, 이 여관에서 지금껏 누리지 못했던 너무나도 달콤한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소 무뎌진 것이다. 늑대처럼 날카롭게 곤두섰었던 그 성격이.
아니면 그저, 자신의 남편에게만 물렀던 것일 수도 있고.
내려달라는 말에도 응하지 않는 디안을 조금 꿍하게 바라보고, 입을 닫아 버렸다.
더 이상 당신과는 여관에 돌아갈 때까지 말하지 않기라도 하겠다는 듯.
그리고 곧, 디안은 마고를 한 바위 위에 앉혀 주었다.
구태여 자신의 요청을 거절하면서까지 이런 곳까지 업은 채로 데려 온 디안에겐, 그 댓가만큼이나 차가운 대답이 들려왔다.

"뭐가? 아...."

허나 그 광경이 마고의 눈에 담기자, 그 서릿발 같던 목소리는 금세 얼빠진 감탄사로 형태를 바꾸었다.
동그랗게 뜨인 눈. 크게 열려가는 동공.
입은 살짝 벌어져, 하얀 송곳니가 잘 보이고 있었다.

"10년 동안 쭉...."

목소리에서도 느껴지는 벅찬 떨림. 감동스러운 심음에 먼지처럼 묻어 있던 우수는 금세 씻겨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왠지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자리를 박찬 마고는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치 이제 막 왕도로 상경했던 15살의 그 시절처럼, 정말 뭐에라도 홀린 듯 주위를 둘러 보았다.

"피크닉.... 당신 지금... 피크닉이라고 했어?!"

내장으로부터 터져나오는 눌린 울먹거림 덕에 목소리가 조금 번져 났다.
거기에 약간 영문을 알 수 없는 노기가 더해졌다. 갈 곳을 잃은 그 감정이 자꾸만 눈에서 수분기를 뽑아내었다.
실제로도 울음을 겨우 참는 듯한 표정이, 디안을 올려다 보았다.

"이거 전부, 날 위해서야...?"

57 ◆bb1hgZO.RI (qmtwlIsCNo)

2022-07-12 (FIRE!) 14:18:00

점심은 아점으로 같이 챙겼어요. 디안주도 점심 맛있게 드세요~.

디안은 철벽남이었군요. 마을에 마고를 질투하는 아가씨들도 꽤 있을 법 하네요. 그걸로 에피소드를 만들어 봐도 재미있겠어요.

58 디안 - 마고 (9HdJzQcLrg)

2022-07-12 (FIRE!) 14:40:11

마고가 우는 것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그녀가 이곳을 본다면 방긋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을까 해서 가꿔왔던 곳인데.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 이 장소가 마고에게는 큰 의미를 갖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늘 씩씩하기만 하던 마고가 울먹이는 것은 그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 딱히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 기사가 되려고 네가 떠난 날부터 자꾸만 외롭고 힘들어질 때면 여기에 와서 시간을 보냈어. 물론 마을에서 쌓은 추억도 많았지만 여기선 온전히 우리 둘만의 장소였잖아? "

물론 어린 시절의 디안은 겁쟁이에, 울보 기질이 있어서 손을 잡고선 숲으로 들어가려는 마고에게 무섭다며 도망치려고 하기도 했었지만 몇차례 오고가는 동안 익숙해져선 그 이후론 둘의 비밀기지처럼 찾아오곤 했었다. 마고가 훌쩍 떠나버렸을 때에도, 멍하니 마을에 있다가 도망치듯 이곳으로 달려오곤 했다.

보고 싶어, 나도 같이 가고 싶었어. 나도 기사가 되고 싶었어, 너와 함께 상상만으로도 즐겁던 그 풍경 속에 함께하고 싶었어. 하지만 남겨진 건 디안 혼자였고, 떠난 것은 마고 혼자였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기에, 그 탓에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디안은 늘 이곳에서 마고를 생각했다.

" 자꾸만 기억 속의 넌 흐려져만 가는데. 그래도 여기에 와서 우리가 뛰어놀던 때의 모습으로 가꾸면 네 모습이 또렷해져서. 그래서 여길 계속 찾아왔어. "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나뭇가지를 들고 자신을 따라오라며 앞장서서 달려가는 마고와 그 뒤를 꺄르르 웃으며 따르던 자신의 모습. 종종 기사가 된 마고의 소식이 들려올 때에도 어느갠가 이곳에 와있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꿈을 이뤄, 기사가 된 마고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것만으로도 마고와 시간을 공유하는 것 같았으니까.

" 그래서 네가 돌아왔을 때에도 몇번인가 널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데려왔네. 넌 이야기도 꺼내지 않아서 잊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결혼하고 나서 제대로 여행도 못 하고 뒷산으로 온게 다라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여긴 보여주고 싶었어. "

다름 아닌 우리들만의 기억이 담긴 공간이잖아. 디안은 부드러운 눈을 한 체 조곤조곤을 말을 해나가며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마고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이젠 자신보다 작아진 마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 곁을 지켜준다.

" 어때, 여보도 반가워? "

59 ◆sIJsrPYTRg (9HdJzQcLrg)

2022-07-12 (FIRE!) 14:41:25

고마워, 덕분에 잘 챙긴 것 같아.

왠지 디안이나 마고 또래의 마을 여자들이 디안 주변에서 재잘거리고 있으면, 마고가 질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걸까.

60 마고 - 디안 (qmtwlIsCNo)

2022-07-12 (FIRE!) 15:37:20

"...이... 거북이가.... 둔탱이, 머저리...! 하, 하아... 이, 이런 거 보여준다고... 내, 내가 기뻐할 줄 알았어? 감동 받아서 막...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라도 할 줄 알았니? 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분노와 화가 일시에 몰아쳐, 머리가 뜨거워졌다.
마고 본인조차 왜 본인이 이렇게까지 애꿎은 디안에게 짜증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속이 먹먹하고, 또 답답했다.
눈물이 핑 돌자,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동반한다.

"아..., 으, 하, 하나도 안 반가워!"

머리를 쓰다듬는 디안의 손을 탁 하고 쳐냈다.

"윽! ...."

생각보다도 너무 세게 처 버린 탓에 놀라, 무심결 사과를 해 버릴 뻔 했다.
하지만 마고는 입술을 꽉 깨물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그것을 그대로 꽉 눌러 담아 버렸다.
디안에게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진심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웃고 넘겨 버린다면, 마음의 한 구석이 너무나도 괴로워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그때 나랑 함께 올라 갔으면 좋았잖아.... 같이 갔으면 이렇게... 혼자 추억만 삼킬 필요도 없었던 거잖아...."

안 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디안은 무책임한 남자가 아니었다. 이유는 충분히 설명을 들었을 터.
이해를 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듣고도 납득하지 못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
마고는 디안의 선택을 존중했었다.
허니 지금 이 발언은 그저 어린 아이의 짜증 같은 것이라 보아도 좋을 만큼, 너무나도 실없는 것이었다.

"근데, 뭔데 이건.... 대체 어쩌라는 거야, 나보고!"

마고는 콱콱 신경질적으로 발을 디디며, 디안의 앞으로 다가갔다.
직후, 그의 멱살을 잡았다. 허나 그 어느 쪽으로도 밀거나 끌어당기지 않고, 그대로 이글거리는 그 눈만으로 똑바로 쳐다보고서 절규했다.

"난 말이야! 나 혼자 당신을 버리고 왕도로 올라갔어! 혼자라도 기사가 되겠다고! 당신..., 날 버리고 마을을 택한 당신 같은 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떠나던 그날, 당신 눈 앞에서 악담을 퍼부으면서까지...."

호흡이 과도하게 섞였다. 숨이 부족한지 자꾸만 거친 호흡을 계속해 갔다.

"흐.... 차라리 나 때문에 괴로웠다고 욕을 해! 왜, 왜 이런 걸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흑, 으윽.... 끅...."

결국, 눌렀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건 지금껏 마고가 디안에게 보여주었던 여느 모습 중에서도 가장 볼품없었고, 동시에 가장 약한 모습이었다.

61 ◆bb1hgZO.RI (qmtwlIsCNo)

2022-07-12 (FIRE!) 15:45:16

아마 마고는 마을을 떠나면서 이중적인 감정을 가졌을 거에요. 머리로는 디안이 자신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지만, 그래도 가슴 속으로는 못내 따라와줬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모순적인 감정을 말이에요.

그리고 아마 질투스러운 걸 직접 입에 담지는 않겠지만,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것 같네요. 마치 반쯤 장난인 것처럼 질투심을 숨겨서 말입니다.
그 와중에 살짝 삐쳤다는 분위기는 아무래도 숨기기 어려우니, 슬쩍슬쩍 풍겨 버리겠지만요.

62 디안 - 마고 (9HdJzQcLrg)

2022-07-12 (FIRE!) 16:02:10

" 괴롭지 않았어, 여보. 여보와의 기억은 그 어떤 것도 괴롭지 않았어. "

마고가 힘을 줘서 쳐낸 손은 얼얼했지만, 자신의 멱살을 쥔 체 따지듯 외치는 마고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디안은 마고를 배웅하던, 마고에게 몹쓸 말, 매정한 말 다 들은 그때처럼 희미한 미소를 지은체 말한다. 정말로 단 한번도 마고와의 기억이 괴로움과 절망으로 다가왔던 적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다 내려놓고 싶을 때에도 마고와의 기억은 그를 일으켜세우는 힘이 되어주었으니까.

물론 같이 수도로 향하지 못 했던 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고와 떠나지 못 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고, 마음이 저린 기억이었지만. 그저 그 뿐이었다. 그게 마고에 대한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었다.

" 오히려 미안했어. 여보가 마을을 떠나기 전에 내 손을 잡고 같이 떠나자고 말할 때도, 내가 오히려 여보를 배신한 것 같아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여보가 날 뿌리치고 마을을 떠나던 그곳에서 서있었으니까. "

오히려 사과를 해야할 것은 자신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둘이 함께 하자며 약속을 해놓고는, 낯선 곳으로 홀로 떠나려는 마고의 손을 놓아버린게 미안해서. 여태껏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날, 마고를 따라서 떠났다면 좀 더 나은 모습이 되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 내가 여보를 여기로 데려온 건 나한테 미안함을 느끼길 바라는게 아니라 앞으로는 여기에서 새로운 추억들을 쌓아나가고 싶어서 그런거야. 과거는 과거잖아. 이젠 돌이킬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 이제 우린 새로운 삶을 살아갈테니까 이젠 정말로 좋은 기억들만 다시 쌓으려고. 그래서 데려온거야. "

천천히 두손을 끌어올려 네 두 뺨을 감싸곤 흘러내리는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 닦아준다. 이런저런 험한 일을 해와서, 검을 다루는 손가는 다른 투박한 촉감이 느껴졌겠지만, 적어도 그가 전하고자 하는 온기는 따스했을 것이다. ' 울긴 왜 울어, 예쁜 얼굴 망가지게. ' , 디안은 자꾸만 눈물을 흘리는 마고를 달래듯 속삭였다.

" 나 정말로 마고 사랑하거든. 그리고 이번엔 정말로 마고를 혼자 두지 않을거야. 혼자서 먼길을 떠나게 하지 않을거고,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 나쁜 말들도 할 일이 없게 해줄거야. 그러니까 마고는 있지, 내 곁에서 앞으로 행복해주기만 하면 돼. 물론 술은 줄이면 좋겠지만, 그냥 내 곁에 행복하게 있어줘. 마고는 웃는게 예쁘니까, 앞으로도 언제나 웃었으면 좋겠어. 그 미소를 보려고 나도 노력할테니까. "

눈물 가득한, 촉촉해진 마고의 눈과 자신의 눈을 마주한 그는 상냥하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아, 진짜 예쁘다, 우리 여보. 디안은 쿡쿡 웃으머 상냥한 속삭임을 더한다. 이젠 마고가 행복할 수 있기를. 매일 밤 기도하는 그였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그는 한번 더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신에게 기도한다.

우리 마고 좀 행복하게 해주세요.

" 아, 날 사랑하는 것도 잊지 말아줘. 알았지? 앞으로도 자주 오자, 여기. 다른 사람들은 안 오니까. "

63 ◆sIJsrPYTRg (9HdJzQcLrg)

2022-07-12 (FIRE!) 16:04:05

디안은 단 한번도 마고를 원망한 적 없지만 말이야. 오히려 미안함을 느꼈으면 느꼈지. 아마 마고의 기사 시절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면 더 미안하게 생각하겠지. 같이 화도 내주고 말이야.

아하하, 마고 귀엽다. 아마 그런 모습을 보이면 디안이 기가 막히게 알아채서 열심히 기분을 풀어주겠지.

64 ◆sIJsrPYTRg (6RGgG6Tyv.)

2022-07-12 (FIRE!) 20:04:30

오늘의 일거리도 끝났으니 갱신해둘게.

65 마고 - 디안 (qmtwlIsCNo)

2022-07-12 (FIRE!) 21:30:53

아마 디안의 앞이 아니었다면, 마고는 땅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다면, 울음을 터트릴 이유도 없었겠지만.
꽉 쥐고 있는 주먹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마고의 손아귀에 쥐어진 옷의 섬유가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대체 얼마나 세게 쥐고 있는 것인지, 고양감에 팔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왜... 당신이 미안해 해?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어.... 당신한테 심한 말하고 마을을 떠난 건, 바로 나잖아...! 윽, 흐윽.... 다, 당신 얼굴에 흉터가 난 것도 나 때문이고.... 전부, 나 때문이라고!"

울먹이며 소리치자, 마고는 머리가 잠시 띵해짐을 느꼈다.
뚝뚝 바닥으로 떨어지는 눈물. 이렇게 펑펑 울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모르긴 몰라도, 분명 10년도 훨 더 된 이야기일 것이다.

"...."

눈물에 젖은 침묵.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먹먹함만이 입안을 감돌고, 해야할 말, 하고 싶은 말, 마음에 없는 말, 말이란 말은 모두 입가에서 연기처럼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디안을 올려다 본 눈에 독기가 슬며시 가셔갔다.
한번 물을 흘려 보내고 나니, 잠시 열병처럼 달아 올랐던 마고의 뇌수도 점차 식어가는 듯했다.

"당신...."

뺨을 흐르는 눈물이 디안의 손가락을 적신다. 눈을 살짝 감았다 뜨자, 거기에 고여있던 눈물들이 다시 구슬처럼 뭉쳐 주르륵 흘러 버린다.
마고는 숨을 골랐다.

"...하아.... 당신, 진짜 바보 같은 거 알아? 하지만... 그래도 이런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건, 역시 당신 밖에 없으니깐...."

그대로 발 뒤꿈치를 들고,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했다.
빤히 디안의 눈을 마주한다. 분위기 때문일지, 아니면 방금 일들이 스스로 부끄럽다 여겼기 때문일지, 마고의 표정엔 약간 수줍어하는 느낌도 있었다.
디안의 멱살을 잡은 손이 강제로 높이를 맞추려는 듯, 그의 상반신을 아래로 끌어 당겼다.
가까워지는 숨결, 방금 전까지 응어리진 분노를 토해내던 입가에선 약간 야릇한 세기의 날숨이 새어 내와 디안의 뺨을 간질였다.
마고는 조금 더 디안을 잡아 당기고, 그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때 늦은 봄바람 같은 그것이, 디안의 귀를 살며시 자극했다.
그리고... 울어버린 직후의 여운이 남아 있는, 마고의 수면 아래로 나즈막하게 잠긴 목소리가 불었다.

"...그래도 술은 포기할 수 없어."

...어느 새, 마고는 디안을 보고 한껏 질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멱살을 잡은 손을 밀면서 확 풀어 버린 채, 등을 돌아 버린다.
이게 처음부터 연기였다면, 아마 그 어떤 사내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그녀의 얼굴이 여우 같은 표정을 담아 버린다. 거기에 눈가가 붉게 달아올라, 마치 화장을 한 듯 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움보다는, 요염하다거나 영악하다는 수식어가 더욱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우후후... 빨리 밥이나 먹자! 서둘러, 당신! 당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에리히 부인께서 지금 주린 배를 곯고 계신다고?"

이젠 아예 콧노래까지 부르며, 이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꽃이 예쁘네, 같은 소리나 하면서. 태평하게.

"아—, 그래. 종종 오자고. 물론 당신이 매번 그 두 발로 날 업고 데려다 준다면 말이지만?"

살짝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건넨 그 말은, 역시 조금 얄미운 구석이 있었다.

66 ◆bb1hgZO.RI (qmtwlIsCNo)

2022-07-12 (FIRE!) 21:40:26

좋은 밤이에요. 답텀이 느려서 매번 미안해요.... 아마, 오늘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어요.

나중에 디안이 게르트루트에게 수습 기사 시절 마고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남편이니까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들도 있을 테니까요. 만약 디안이 없었다면 마고는 어떻게 됐을지 참....

67 디안 - 마고 (DA8JsbnxYo)

2022-07-12 (FIRE!) 21:48:26

" 마고 때문이 아니야. 내 선택이었고, 그저 그 결과가 돌아온 것 뿐이지. 그 모든 건 마고 탓이 아니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생각읂 ㅏ지마."

자신의 탓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마고를 보며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디안이 고개를 살살 저어보인다. 그녀의 탓일리 없었다. 외로움을 느낄 그녀를 혼자 보내게 된 탓에 원망을 듣게 된 것도 자신의 잘못이었고, 마고를 구하려다 흉터가 생긴 것도 자신이 좀 더 야무지지 못해서 생긴 것이니까. 그 모든 것은 마고의 탓이 아니었다. 마고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길 바랬다. 디안은 마고에게 미안함만이 느껴지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미안함이 차지할 자리마저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으면 했다.

" 얼마든지 업고 올게, 여보 업고 오는 것 하나 못 하겠어? "

콧노래를 부르며 빙빙 돌기 시작한 너를 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다 그저 미소를 지어보이며 디안은 답했다. 뭐, 저건 마고 나름대로 머쓱한 것을 감추려는 노력이라 생각하면 귀엽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으니까. 여우 같은 그 모습이 오늘 밤에도 힘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지만. 일단 이곳에 데려온 것은 나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아직은, 아직은 마고를 업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체력은 충분한 듯 했으니까. 부디 자신의 몸이 오래오래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오래오래 마고의 곁을 지키자.

" 자, 아무튼 배고프다고 노래를 부르니까 어쩔 수 없네. 이리와. "

자신을 살짝 돌아보는 마고에게 손짓을 해 부르며 바위로 돌아간다. 그리곤 바구니에서 깔고 앉을 천을 꺼내 바위 옆에 펼쳐두곤 그 위에 가지고 온 빵과 고기, 야채들을 먹기 좋게 그릇에 담아 펼쳐놓는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은 하나하나 디안이 신경써서 만든 것이 느껴질 정도로 빛깔이 좋았다. 향긋한 내음도 사라지지 않고 주변을 맴도는 것이 두사람의 식욕을 자극하기엔 충분해보였다.

" 밥 먹고 물놀이라도 할까, 오랜만에? "

먼저 자리에 앉아 마고가 먹기 좋게 마고의 그릇 위에 음식을 올려두면서 다가오는 마고에게 장난스레 말한다. 어차피 여긴 둘만 아는 장소였으니까 너무 어둑해지기 전까지는 가볍게 시간을 보내도 좋을테니까. 술은 안된다고 했지만, 디안도 조금은 아쉬운지 다음번에는 챙겨올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 물에 젖은 마고도 꽤 예쁠 것 같거든, 푸흐 "

68 ◆sIJsrPYTRg (DA8JsbnxYo)

2022-07-12 (FIRE!) 21:50:06

답텀은 너무 신경쓰진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마고주의 답레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 즐거우니까. 마고주도 즐거우면 좋을텐데. 마고주도 고생했어.

그러게, 게르트루트한테 하나하나 물어보는 디안과, 옆에서 같이 듣고 있다가 귀가 간지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마고.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걸. 디안도 마고가 없다면 이렇게 행복하지 못 했을거라 생각해.

69 ◆sIJsrPYTRg (KTDUn.POU.)

2022-07-13 (水) 13:22:03

오늘은 비가 오는구나. 덥진 않아서 다행이네.

70 ◆sIJsrPYTRg (ncNH3s1Lpc)

2022-07-13 (水) 19:07:44

갱신해둘게. 하루종일 비가 와서 고생 좀 하는 라루였네.

71 ◆sIJsrPYTRg (f5cB.h/cn2)

2022-07-13 (水) 22:11:53

오늘은 마고주가 바쁜 모양이구나.

72 마고 - 디안 (5tYxTwMRSM)

2022-07-14 (거의 끝나감) 09:39:37

"...재미없어. 필요 없거든? 그 등 한 번만 더 탔다가는, 아마 당신보다 내 쪽이 먼저 쓰러질 게 분명하다고."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사양이라는 듯, 얼굴을 확 찡그리는 마고.
허나 그런 표정도 음식과 함께 부르는 손길에 금세 풀어져 버린 채, 주인이 있는 강아지 마냥 졸졸 따라가 디안의 옆에 전세라도 낸 듯 몸을 기대어 왔다.
코에 다소의 감각을 곤두세우며, 새벽녘의 샛별처럼 빛나는 눈이 음식들을 한번에 담아냈다.

"오호라..., 이것 보게. 고기부터 빵까지..., 평소에 먹던 것들보다 훨씬 냄새가 좋지 않은가? 당신, 공 좀 들였네. 혹시... 나한테 뭔가 바라는 거라도 있는 거야?"

빙긋 웃으며, 디안의 쪽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올려다 보며 슬슬 잠재된 욕망을 불러오는 그 색기어린 표정은 여자의 특권, 그것은 마고가 가진 무기들 중에서도 다소 치사한 편이라 말할 수 있었다.

"뭐, 침대 위에서 잠들기 전까진 생각해 둬."

그 직후, 마고는 손을 뻗어 허겁지겁 차려진 접시를 게눈 감추듯 비워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음식을 입에 한가득 넣고 제대로 씹지도 않은 채 넘기려다 잠깐 좁은 목구멍에 걸리기도 하고, 그것을 포도주 대신 물로 한방에 쓸어내리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답답했는지 주먹을 쥐고 가슴을 팍팍 쳐내곤, 몇 초 뒤에야 겨우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푸흐으..., 하아.... 정말로 죽을 뻔했어.... 전장에서 쌓았던 버릇이 이렇게나 위험한 것일 줄이야.... 당신은 안 먹어?"

그제서야 디안에게 물어보는 마고, 하지만 금세 자신의 음식 쪽에 한눈이 팔려 또 게걸스레 그것들을 입으로 밀어넣고 있는다. 마치 한 3일은 굶은 사람처럼.

"우흐...? 후, 물놀이? 나는 딱히 상관 없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해 해도 괜찮겠어? 홀딱 젖는 건 아마 내가 아니라 당신이 될 텐데?"

또 먹다 겨우 목구멍 끝으로 그것들을 넘겨내고, 진심으로 디안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그렇기에 더욱, 열받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지만....

"쿠후... 그래도 좋다면, 얼마든지 덤벼 봐. 어렸을 때 당신을 냇가에 빠트려 젖은 생쥐로 만들었던 그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 줄 테니까."

73 ◆bb1hgZO.RI (5tYxTwMRSM)

2022-07-14 (거의 끝나감) 09:43:59

좋은 아침이에요. 어젠 바빠서 계속 접속을 못했네요.... 마안해요.

게르트루트는 다소 새디스틱한 면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아마 마고가 그런 반응을 보이면, 더 적극적으로 신나서 디안에게 떠벌릴 거에요.

74 디안 - 마고 (4WYL25L7jo)

2022-07-14 (거의 끝나감) 11:41:47

" 마고는 복스럽게 먹으니까 잘 챙겨주고 싶어지거든. "

바라는게 있는게 아니냐는 마고의 말에 피식 웃어보인 디안은 마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정하게 말한다. 잘 먹는 모습이 좋았다. 술은 조금 줄여주면 좋겠지만, 먹을 때에 기분 좋게 먹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마고의 음식을 준비할 때는 디안 역시 좀 더 신경써서 챙겨주기로 마음 먹었다. 부부 좋다는게 뭔가,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잘 챙겨줘야지.

" 천천히 먹어, 안 뺏어먹으니까. "

자신도 조금씩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게 먹는 마고를 눈에 담는다. 급하게 먹는 것은 지난 십여년의 흔적이겠지만, 분명 저 모습도 자신과 시간을 보내다보면 차츰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싶었다. 입가에 묻은 양념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면서, 이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보이는 자신도 어지간히 팔불출이라 생각하난 디안이었다.

" 뭐, 생각해보면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될지도 모르지. "

그도 그럴 것이 물놀이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닌 마고였으니까. 그저 여관 주인인 그로서는 자신의 아내를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뭐 어쨌다는 것인가. 결국은 그 또한 마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인데. 새롭게 쌓아가는 추억인데. 마고가 즐거울 수 있다면 기꺼이 생쥐 꼴이 될 수 있었다.

" 하지만 사람도 오지 않는 으슥한 곳이니까... 신혼 느낌도 낼 수 있지 않겠어? "

디안은 덤덤하게 말을 늘어놓다가 천천히 팔을 마고의 허리에 휘감고는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인다. 그 역시 한창 때의 남자였고, 신혼 부부였으니까. 사심이 없을래야 없을수는 없었다.

" 누구 덕분에 의욕 하나는 충만해서. 체력도 말이지. "

아주 잠시 마고를 바라보던 디안의 눈이 반짝였을지도 모른다. 아직 해가 내려가기엔 시간에 있었으니까.

75 ◆sIJsrPYTRg (4WYL25L7jo)

2022-07-14 (거의 끝나감) 11:42:50

괜찮아. 바쁘면 어쩔 수 없는거잖아.

마고가 부들부들 하는게 눈에 선한걸. 그 모습이 귀여워서 디안이 일부러 더 물어볼지도 모르겠어, 정말로.

76 마고 - 디안 (5tYxTwMRSM)

2022-07-14 (거의 끝나감) 14:03:55

"흥. 당신은 그 태연한 모습이 항상 열받는단 말야.... 바로 며칠 전까지는 숫제 총각이었던 주제에."

교묘한 장난들을 이리도 다정한 멘트로 받아쳐 버리니, 조금 김이 새어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다정함이야 말로 디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 멀쩡함을 헤롱헤롱하게 바꿔 버리고도 싶었다. 게다가 여관에서 하루가 갈 수록, 디안의 능청스러움이 점점 더해지는 것도 눈에 보였다.
신혼 첫 날, 처음 여관의 방 안에서 달빛 아래 마주쳤을 때만 해도 무엇보다 부끄러움이 앞섰는데 말야.... 어쩌다 그새 이런 다정한 짐승이 되어 버렸는지.
격세지감이라고 함은 꼭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이어진 지적에는 조금 억울했던 것인지, 마고는 발끈하여 소리쳤다.

"나, 나도 알아! 이건 그냥 버릇이니까.... 당신이 여관 침대 시트의 각을 항상 반듯하게 잡아 놓는 거랑 같은 거라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달콤했다.
마고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닦아주고, 그 마저도 사랑 가득한 눈으로 보아 주었다. 하지만 이 이상 디안에게 자신이 반해 봐야 좋은 일은 없었다. 사랑은 밤의 어둠보다도 눈을 어둡게 만드는 법이니까.
사랑하는 반려에게 반하는 것보단, 자신에게 반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아내의 역할이라고... 분명 어딘가에서 들었던 가르침을 마고는 다시 한 번 상기했다. 분명 게르트루트였던가? 하여간 이상한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고 있으니, 마고의 가는 허리에 단단한 팔이 휘감겨 왔다. 잘 단련된 모양의 근육질인 마고였지만, 허리 쪽은 큰 부피의 근육이 없었기 때문인지 한 팔만으로도 제법 여유가 있을 정도로 감겨 들었다.
디안의 품에 안긴 채 꼼짝도 할 수 없는 이 감각은 완전히 속박되었다고 해야할 지, 아니면 보호 받는다고 해야할 지 묘한 기분이었다.
자기보다 높은 위치에서 디안의 숨결이 날아 들었다.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물론 마고는 거기에 담긴 사심의 농도를 읽어내지 못할 만큼 어수룩한 여자가 아니었다.

"어머나... 늑대들이 죄다 영역을 옮겼다더니,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었나 보네? 우후후... 그렇다고 너무 힘빼지는 말아 줄래? 당신은 이따 여관에서 날 업고 2층까지 데려다 줄 의무가 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당신..."

뭔가 더 흥미로운 장난을 치려던 그 때, 똑 하고 물방울 하나가 마고의 콧잔등에 떨어졌다.

"...앗, 차거...! 잠깐, 이거 뭐야. 비?"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느새 먹구름이 가득했다.
몇 초 뒤, 그 한 방울은 곧 수천 개의 빗방울이 되어 지면으로 부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입이 벌어질 정도로 강력한 소나기였다.

77 ◆bb1hgZO.RI (5tYxTwMRSM)

2022-07-14 (거의 끝나감) 14:12:20

마고는 거기서 받은 설움을 어디에서 풀 수 있을까요. 오빠를 끔찍히 아낀다는 세 아가씨들로부터, 디안의 부끄러운 순간에 대해 듣는다거나 하는 것 정도일까요.
잘 구슬려 친해진 뒤, 마고의 주요한 아군 겸 부부간의 정보통이 되어 활약해 주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가끔 마고는 디안 몰래 아가씨들을 보러 가기도 하고요.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좋은 점심 보내세요~.

78 디안 - 마고 (D2AYlCFPug)

2022-07-14 (거의 끝나감) 15:08:28

분위기를 잡던 중에 쏟아지기 시작한 비, 한방울이 열방울, 열방울이 백방울, 나중에는 더이상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고를 허리춤에 끌어안고 있던 디안은 열정이 가득한 눈으로 마고를 바라보고 있다가 웃음을 터트린다. 무엇이 그리도 재밌는지 한번 터진 웃음은 멈출 줄 모르고 터져나온다.

" 하하...푸흐흐... "

그렇게 홀로 웃던 디안은 두사람이 비운 그릇을 아무렇게나 바구니에 담고 먼저 몸을 일으켜 앉아있던 마고에게 손을 내민다. 언제인가, 아니 한번이 아니었을 두사람의 모습,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홀딱 젖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 꺄르르 웃음소리를 냈을 어린 시절의 둘이 머리 속에 아른거린다.

" 이렇게 홀딱 젖으니까 어릴때로 돌아간 것 같네. 간만에 밖에서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했더니. "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하는 디안이었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듯 마고를 가볍게 일으켜 세운다. 그리곤 마고의 몸이 혹시라도 자신보다 먼저 식어버릴까 한팔로 감싸안고는 바구니를 챙겨든다.

" 분위기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서 마저 잡자. 감기 걸리기 전에 돌아가게. "

야외에서 분위기를 잡는 것은 포기 안 했는지, 다음을 마음속으로 기약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고와 오른다.

" 아, 맞다. 마침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역시 마고 닮은 딸이 갱기닌게 좋겠지? "

혹시라도 마고가 지루할까, 가벼운 농담을 덧붙이면서.

79 ◆sIJsrPYTRg (D2AYlCFPug)

2022-07-14 (거의 끝나감) 15:10:01

마고와 동생들의 연합이라, 이거 디안이 꼼짝없이 당하겠는걸. 거스를 수 없는 보물들의 연합이라니. 역시 디안은 마고의 손바닥 위일지도?

고맙긴, 마고주와의 일상이 즐거우니까 그런거지. 다음은 마고주의 막레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지? 마고주도 점심 맛있게 먹구.

80 마고 - 디안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02:11:20

디안이 애써 잡아 둔 분위기는 차가운 빗방울 덕에 깨져 버렸다.
그렇게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에리히 부부, 그들은 서로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부끄러운 청춘의 열기는 이미 소나기에 빼앗기고, 이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서로에 대한 수줍은 감정 뿐.
그 어렸던 성년 전의 시절처럼 호탕하게 웃기엔 그만인 상황이었다.

"...후흣... 아하하, 핫핫핫하—!"

지금 디안도 나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마고는 디안의 손을 받아 일어났다.

"응, 그렇네 정말. 당신에게 손을 내미는 건 항상 내 역할이었는데,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 걸?"

빗물에 튄 진한 흙냄새가 코 끝을 매만졌다.
그러는 사이 축축하게 젖은 그의 손이 마고의 젖은 몸을 감쌌다.
비는 찬 가운데, 두 사람의 체온 만이 서로에게 온기를 나눠 주었다.
그리고 실없는 농담을 건네는 디안에겐 혀를 내밀었다.
거세지는 빗발 속에서 목소리는 점차 물에 잠겼다. 그리고 그런 먹먹함에서 빠져 나와 디안에게 가까워지려는 듯, 마고는 더욱 크게 자신의 목소리를 올렸다.

"싫거든—? 그랬다가 어린 딸한테 당신의 관심을 홀라당 빼앗길 줄도 모르는데, 내가 누구 좋으라고. ...기왕이면, 당신을 닮은 아들이 좋겠어. 마침 당신이 바쁠 때에도 내 응석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했거든. 당신과 내 아들이란 말이지. 잘 키우면 분명, 당신처럼 다정한 남자로 자라줄 거야!"

그리고 빗물로 가득 젖은 단단한 디안의 윗 가슴을 검지 손가락으로 쿡쿡 눌렀다.
축축하게 감싸 안긴 채로 습기에는 눈조차 뜨기 어려웠지만, 이런 장난은 포기 못할 것이었다. 설령 소나기의 속에서라 해도 디안의 귀여운 모습은 마고 자신에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 줄테니.
요즘은 그것만한 여흥도 없었다.

"그러니까— 한번 힘내 보세요, 아버지. 혹시 알아? 당신이 조금만 더 노력해 준다면, 두 아이가 동시에 우리 곁을 찾아와 줄지도."

방긋... 허나 그 표정은 그리 오래는 가지 못했다.
마고는 하얗게 질려 몸을 움츠러트린다.

"....흐으, 그나저나 비 한번 차갑네. 돌아가면, 바로 목욕이나 할까...."

빗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잦아드는 것은 오로지 주변의 소음과 두 사람의 목소리 뿐.
비와 서로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멀어져만 갔다.
얼마 뒤 여관에 도착하고 나서는 따뜻한 물에 몸을 지지고, 또 얼마간의 술로 속을 데울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다시 사랑으로 식어버린 서로의 모든 것들을 천천히 덥혀 가겠지....
그렇게 다시 내일이 오게 될 터였다.
늑대 같은 전직 여기사와 다정한 여관주인, 두 사람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바로 다음 페이지가.

81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02:14:42

이렇게 첫 장이 마무리 됐네요. 자꾸만 일이 생겨서, 이렇게 새벽이라도 레스 남겨 놓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 지문은 어떤 내용이 좋을까요? 생각해두고 있는 내용은 많지만, 그것들을 언제 써먹을지는 조금 고민이네요.

82 ◆sIJsrPYTRg (MHdbRGS7e2)

2022-07-15 (불탄다..!) 07:17:12

첫장의 마무리라니, 되게 기분이 좋아.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기대도 되고..

음, 일상 이야기도 괜찮을 것 같고 마고랑 추억 쌓기도 좋을 것 같긴 해.

83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08:43:13

>>82 그럼 왕도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마을 축제는 어떠신지요? 붇고 마시고, 축제의 열기 속에 같이 춤도 춰보고요. 축제 기간동안 사람들에게 여관을 무료로 대여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줄리오와 에리히 부부 간의 갈등을 그려 봐도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모브 캐 관련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마고 관련 캐는 제가 굴리고, 디안의 관련 캐는 디안주가 굴리는 방향이 좋을 것 같습니다.

84 ◆sIJsrPYTRg (MHdbRGS7e2)

2022-07-15 (불탄다..!) 09:21:18

>>83 그것도 되게 좋을 것 같아. 마고가 인내심 테스트를 하게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지만.

모브캐는 그렇게 하는게 편할 것 같긴 해. 아무래도 서로의 모브캐는 서로가 잘 알테니까

85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09:31:18

그럼 마을 축제가 이번 주제겠네요. 마고의 인내심 테스트... 줄리오가 과연 어떤 깽판을 쳐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번엔 선지문 부탁드려도 될까요? 축제 아침에 자고 있는 마고를 깨우는 부분부터 하면 좋을 것 같아요.

86 ◆sIJsrPYTRg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0:00:10

알았어, 이번엔 내가 선지문 써올게. 다만 일이 있어서 좀 걸릴 것 같으니 느긋하게 기다려 줘.

87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10:15:57

천천히 다녀오세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88 디안 - 마고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0:54:53

작은 마을에도 축제는 매년 찾아왔다. 어딘가의 대도시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어딘가의 해안도시처럼 특출난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한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시작한 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지금까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축제가 열리곤 했다. 소박하지만. 그래도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축제는 작은 마을을 들뜨게 만둘기는 충분했으니까.

디안도 축제가 벌어지는 마을에 찾아올 손님들을 생각해서 평소보다 부지런히 일어나 준비를 했다. 비어있던 방을 청소하고 깔끔하게 시트를 깔아둔다. 그리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어 밖을 보면 축제준비에 한창인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 슬슬 깨워야 하려나.. "

디안은 해가 어느정도 올라온 하늘을 발견하곤 미소를 짓더니 돌아서선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중얼거린다. 어젯밤에도 열심히 시간을 보냈던 자신의 아내가 잠든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면서.

" 마고, 마고. 일어나서 축제 구경할 준비 해야지. "

디안의 여관도 축제에 맞춰 움직일 필요가 있었지만, 그건 디안이 해야할 일이었다. 마고는 그저 축제를 즐기길 바랬던 디안이었기에, 잠들어있던 마고를 살며시 건들여 깨우며 다정하게 속삭인다. 어젯밤에도 술을 마시고 잠든 마고를 깨우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이런 시간마저도 소중했다.

" 안 일어나면 아침부터 여보한테 힘을 쓰게 될지도 몰라. 자는 모습도 예뻐서. "

그래서 약간의 장난, 어쩌면 그저 농담만은 아닐지도 모를 말을 마고게게 속삭이며 살며시 마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마고를 깨우고, 자신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오늘 하루도 여느때랑 다를 바 없이 지나갈 것리라 생각하면서.

89 ◆sIJsrPYTRg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0:55:25

자 새로운 에피소드의 시작이네. 이번에도 잘 부탁해, 마고주. 즐거울 것 같아.

90 마고 - 디안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12:22:43

여전히 이역만리 꿈 속 나라를 여행 중인 마고의 머리칼은 평소보다도 더 크게 헝크러져 있었다. 그건 어젯밤 마고가 마셔 댄 술잔의 갯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흔적이었다.
배게에 얼굴을 파묻은 채 부비적부비적, 마치 우화 직전의 나방처럼 이불 속에서 꾸물거렸다.
아침이 되었는데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은 옷가지가 침대 밑으로 흘러 내렸지만, 언제나처럼 옷보다도 더 따스한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름다운 미인의 목소리, 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쇳소리 섞인 괴로운 음성이 이불 속에서 나왔다.

"으후으으..., 몰라 당신 멋대로 해.... 이대로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다고."

쓰다듬어지며 들린 얼굴은 꽤 심한 표정, 일어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것들을 게워 내지 않은 것만 해도 제법 용한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정도였다.
잠시 이불 밖으로 나왔던 마고의 얼굴은 구름에 해가 가려지듯이 쑥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고 몇 초인가 뒤, 돌연 다시 이불 아래서 얼굴을 살짝 내밀고 디안을 올려다 보며 중얼거였다.

"...방금, 축제라고 했어...?"

술독에 빠진 고양이 같은 몰골을 하고서도 곧장 축제라는 말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글러먹은 인간이 여기에 있었다.
빠져나갔던 혼백이 일시에 다시 몸을 찾은 듯한 반응을 하고 있다.
마고는 생각했다.
축제라면 술과 고기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들과 흥겨운 분위기, 그리고 노래와 춤이 거리마다 함께할 게 분명했다.
여긴 어지간한 도시만큼 규모가 큰 곳도 아니었지만, 바로 근처에 교회가 관리하는 커다란 도시가 있기 때문에 오고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는 볼 거리나 즐길 거리도 평소보다 잔뜩 있게 되겠지.
대충 또 여느 때처럼 몸을 이불로 가린 채 침대에서 몸을 확 일으키고 디안을 향해 힘껏 따지듯 소리쳤다.

"축제라니, 말도 안 돼...! 당신, 나한테 그런 중요한 걸 왜 이제야 말해 주는 거야?! 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이렇게 밍기적대다간 하루가 끝나 버릴지도 몰라."

아마 축제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어제 들었을 터이지만, 보나마나 술에 한눈이 팔려 들은 체 만 체 했을 것이 뻔할 뻔자였다.
그렇게 안절부절하며 손톱을 깨물던 마고는 대뜸 디안을 향해 호령을 내렸다.

"당신! 나 옷 갈아입게 당장 나가!"

맨살을 보여지는 게 부끄럽다기엔, 이제 더 이상은 숨길 것도 없는 사이였다. 마고와 디안은 벌써 결혼하여 함께 밤을 보낸 지 몇 주는 지났을 터였다. 불꽃과도 같은 젊은 남녀 사이에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디안은 마고가 늘 옷을 갈아 입고 몸을 정리 할 때마다 방에서 쫓겨 나야만 했다.
마고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디안이 잠시도 밍기적거릴 틈도 주지 않은 채, 목소리를 높여 재촉했다.

"빨리... 나가란... 말이야!"

결국 몸까지 동원해 디안을 밀어, 기어코 방 밖으로 디안을 내보내고 말았다.
가만 보면 다소 여리고 말라 보일 수도 있는 체형이지만, 옷 안엔 단련된 근육이 즐비해 체구만 작은 황소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다 이불이 바닥으로 스르륵 흘러 내리는 것도 닫히기 전의 문틈 사이로 디안에게 보였을 것이다.
물론 아마도... 드러난 새하얀 맨살을 눈으로 즐길 시간은 아마 충분하지 않았으리라.

"금방 나갈게!"

매정하게도 닫힌 방문 뒤로 뭔가 부시럭 대는 것과 함께 마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디안의 연인은 정말이지 폭풍과도 같은 여인이었다.
그렇게..., 어째서일지 말과는 달리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버린다.

91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12:26:35

잘 부탁해요, 디안주. 이번 에피소드는 줄리오와의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느냐가 관건일 것 같네요. 멋진 악역의 등장이 기대됩니다.

대략 이 에피소드 전날 밤의 상황을 픽크루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걸쭉하게 취해 2층까지 업혀 올라와 침대 위에서 행패를 부리는 마고와 그걸 다 받아주는 디안의 모습이에요.

92 디안 - 마고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2:42:11

고양이 같은 연인의 등쌀에 떠밀려 방 밖으로 내쫒겨나온 디안은 자연스레 웃음소리를 흫린다. 정말이지,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인데 옷을 입을 때면 늘 저런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마치 밀고 당기기를 하듯, 뜨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도 막상 저렇게 옷을 갈아입을 때에는 부끄러워 하는 모습의 차이가 주는 느낌은 신선했다.

하루하루 보여주는 모습들이 신기하면서도 더욱 더 그녀에게 애정이 생기게 만들어 주었다. 그녀가 그것을 의도하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무의식 중에 흘리는 자연스러운 매력인지는 디안은 몰랐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냥 마고라는 존재가 그에겐 보뭏이었으니까.

" 네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다급히 자신을 밀어낸 방 안의 마고에게 장난스럽게 답하곤 팔짱을 낀 체 문에 기대어 서서 복도의 창문을 바라본다. 사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아직 축제 준비 중이었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해줘도 됐지만, 왠지 이정도 장난은 괜찮을 것 같았으니까. 물론 마고가 발끈하면 열심히 풀어줄 생각을 하면서.

" 여보~ 언제 나올 거야~? 그러다 해가 다 지겠다~ "

팔짱을 낀 체 서선 나오지 않는 마고를 기다리던 디안은 슬슬 재촉을 해벌까 싶었는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조금은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방 안의.마고를 불러본다. 뭘 입어도 예쁠테니 간단하게 입어도 될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예쁘게 꾸민 마고를 기대하는건 그가 어쩔 수 없는 애처가라는 증거였을 것이다.

" 안 나오면 들어간다? 응? 옷 갈아입는거 보러? "

들어갈 생각은 없으면서도 능청스럽게 손잡이를 돌려보면서 자꾸만 마고를 재촉하는 것은, 방금 전 나오기 전에 본 몸의 실루엣 때문이 아니라곤 못 하겠지만, 그 역시 마고와 축제를 둘러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게, 마고와 축제를 둘러본 것이 까마득히 오래전의 어린 시절 기억 뿐이었으니까.

" 마고 ~ "

93 ◆sIJsrPYTRg (YFnQvAvEKs)

2022-07-15 (불탄다..!) 12:43:43

그러게, 줄리오를 굴릴 디안주가 분발해야할 것 같아. 아자, 열심히 해봐야지. 마고주도 즐거울 수 있도록 말이야.

마고의 행패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디안은 그런 모습 마저 사랑스러워서 열심히 받아주고 달래고 할 것 같아. 그러다가 둘이서 밤을 지새울 일도 생기고 하겠지. 예쁜 부부네, 정말.

94 마고 - 디안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22:28:34

디안이 문고리를 잡고 열기보다 조금 먼저, 반대편에서 문이 안쪽으로 젖혀졌다.

"...끄흐으으.... 재촉하지마. 다, 다 됐거든.... 으흑.... 읍...."

옷 위로 허리에 끈을 메었기 때문일까 좀 전보다 두 배는 어두워진 안색의 마고가 디안을 반겼다.
표정을 보아 목구멍의 끝에서 뭔가 올라오려는 것을 억지로 틀어막는 듯했다.
용암같이 뜨거운 뭔가를 꿀꺽 삼키는 듯한 행동 뒤에, 짧게 숨을 내뱉는 마고.

"후... 아냐, 할 수 있어! 가자 당신. 축제 시간에 늦으면 안 돼....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즐겨야 한다고."

고기와 술이 그녀의 앞에 아른거렸다. 거대한 타종의 잔향처럼 웅웅 머릴 울리는 숙취조차도 그녀의 주식에 대한 갈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거기에 흥겨운 노래도 빠질 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덜 깬 술과 잠 덕에 조금 어지러웠단 탓인지, 그대로 걸어가려다 디안이 있는 쪽으로 살짝 쓰러져 몸을 기댔다.
그리고 그 품 안에서 힘이 풀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이번엔 당신과 부부로서 함께하는 첫 축제잖아. 절대로, 그저 그런 기억으로는 남기고 싶지 않아."

거기엔 뭔가 간절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
허나 금세 다시 마고는 디안에게 아예 몸을 맡겨 버리며, 또 약한 모습을 보이며 어리광을 피워댔다.

"...조금만 부축해 줄래, 당신? 계단만 내려가면, 나 혼자 갈 수 있으니까...."

간절히 쳐다 보면 뭐든 다 되는 줄 아는 참으로 거만한 생물.
하지만 그건 그만큼, 디안이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고 믿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몇 초간 디안의 말을 기다리며, 조용히 올려다 본 채 기다림을 하는 마고였다.
좋은 아내는 남편의 결정이 설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기도 해야 하니까.

95 ◆bb1hgZO.RI (6u0AEqzrc6)

2022-07-15 (불탄다..!) 22:31:58

지금도 저는 충분히 즐겁지만요. 오늘은 아마 이게 마지막 레스가 되겠네요. 좋은 밤 되세요~.

나중에 가면 마고가 디안을 위로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디안은 마고를 잘 챙겨주지만, 가끔은 디안도 사람이니 자기가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요.

96 디안 - 마고 (pCHbj5hpyA)

2022-07-15 (불탄다..!) 22:40:52

"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안된다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아니, 애초에 안된다는 대답 따윈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

숙취와 남은 졸음 탓에 품에 들어온 마고였지만, 가녀린 그 목소리에서 마고의 진심이 전해진다. 그 모습이 퍽 귀여우면서도, 한없이 사랑스러워 부드럽게 등을 쓸어내려주며 다정히 속삭인다. 마고에게 안된다고 말할 것은 몇가지 안될 것이다. 헤어지자는 말, 자신을 싫어하라는 말, 그리고 자신을 잊으라는 말. 이런 말에나 안된다고 대답을 돌려줄 것이다. 아, 오늘처럼 숙취가 심한 날엔 술도 안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 내가 누군데. 마고가 기대고 싶으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잖아. "

마고의 허리를 감싸안고 몸을 지탱해주곤 계단을 내려갈 준비를 한다. 마고가 추억을 만들고 싶다니, 자신도 그 기대에 부응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오늘도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내를 지탱해선 한걸음 한걸음 걸어내려간다.

" 일단 속이 좀 편해지게 과일가게 아저씨네 가판부터 가서 주스라도 마시고 돌아다닐까? "

귀엽다는 듯 마고의 뺨을 매만져주며 내려온 디안은 가볍게 둘러볼 코스를 정하려 하면서 여관의 문을 연다. 아마도 그때까지는 매우 매우 좋았을 것이다. 문을 열자 나타난, 잔뜩 미간을 찌푸인 줄리오가 서있었다. 줄리오는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마고를 품에 안은 디안을 보곤 인상을 찌푸린다.

" 쳇, 어이 디안. 축제 때문에 이야기 좀 하게 따라와. "

마고가 디안의 품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찬 줄리오는 퉁명스럽게 말하곤 마고를 바라본다. 그러다 우연히 마고와 눈이 마주치자, 마고에겐 징그럽게 느껴질법한 윙크를 해보이면서. 디안은 줄리오가 자신을 부를 이유를 떠올리는 중이었는지 그것은 보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 마고,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

디안은 미안하다는 듯 마고를 벽에 기대어 서있을 수 있게 해주곤 살살 뺨을 매만져주며 말한다. 그리곤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더욱 찌푸린 줄리오와 함께 여관 뒷편으로 향한다.

그리고 몇분이나 지났을까. 줄리오가 무어라 소리치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97 ◆sIJsrPYTRg (pCHbj5hpyA)

2022-07-15 (불탄다..!) 22:41:52

마고주 내일 봐. 좋은 밤 되길 바래.

음, 디안이 취해선 마고한테 어리광을 부리듯 토로하는 에피소드도 괜찮겠는걸.

98 ◆sIJsrPYTRg (Adh8y5JewE)

2022-07-16 (파란날) 17:37:26

갱신해둘게

99 마고 - 디안 (13Sa6CejJE)

2022-07-16 (파란날) 21:28:52

"흥, 잘난 척 하긴! 늑대인 내가 진심으로 싸우면, 거북이인 당신은 아마 등껍질도 제대로 못 추릴 걸? 여전히 당신은 내 상대가 못 돼. 전장에서든, 침대 위에서든...."

솔직하고 느끼한 그 멘트에 도저히 맞장구를 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고는 또 한번 그 교활한 여우 같은 웃음을 보이고 열심히 부축하는 디안의 볼을 검지로 쿡 찔러 그를 방해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 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 가끔씩은 당신이 나보다 강할 때가 있긴 하지. 물론 그건 침대 위에서겠지만? 우후후...."

약간 기운을 차리고 즐겁게 웃는 듯 했으나, 결국 금방 다시 기운 없이 퍼져 버린다.
몸에 힘이 쭉 빠져 더욱 디안에게 체중을 싣고, 마치 속 빈 강정처럼 멕아리 없는 한숨이 이어졌다.

"하아... 그래, 그게 좋겠네. 이대로 계속 있다간, 방금 같이 마치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재미 없는 농담만 쭉 늘어놓게 생겼어."

뺨에서 느껴지는 투박을 감촉을 느껴가며, 손에 볼을 부볐다. 옛날보다 많이 거칠어진 손이지만, 이것도 남성미가 느껴져 나름 좋았다.
타인으로부터 이쁨을 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마고가 미리 알았다면, 단장 시절 귀족들의 앞에서 조금 더 아양을 떨었을까?
...생각해 보니, 그것에 대한 대답은 아마 no. 솔직히 그 치들 앞에선 그럴 기분도 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관의 문을 열자, 왠 짜증나게 생긴 무뢰배 하나가 에리히 부부의 앞을 막아섰다. 마고의 기억 상으론 아마 촌장의 아들, 그리고 지금은 분명 촌장 대리였던가.

"...."

줄리오의 부담스런 눈웃음에 배알이 갈렸다만, 이를 바득 긁으며 마고는 겨우 사랑스러운 아가씨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것은 마고가 단장이었던 시절 게르트루트의 지시에 따라,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귀족식의 예절을 연습해 둔 성과였다.
물론 줄리오는 그녀 안에서 마그누센 변경백과 비슷할 정도로 기분 나쁜 부류에 속했으나, 어디까지나 그는 디안 쪽의 인선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자신이 귀족들과의 관계를 신경쓰며 평민 출신임에됴 단장의 자리를 지켜왔던 것처럼, 디안 역시 이 마을의 일원으로서 마을 사람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다져 놓았을 것이었다. 다소의 손해를 보면서까지 말이다. 젊은 주인이 이렇게 훌륭한 여관을 홀로 지켜내기 위해선, 그만큼이나 많은 고난이 따랐을 것이었다. 정작 디안은 그런 것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모를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남편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웃음기마저 거둬 버릴 정도로 기사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
마고는 스스로 생각했다. 잘도 저 눈웃음을 보고도, 토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줄리오는 디안을 데려가고, 마고는 그 자리에 혼자 얌전히 디안을 기다렸다.
남편을 기다리는 것은 좋은 아내의 자질, 그것을 되뇌이면서.

"늦네...."

처음엔 단순히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는가 싶었다.

"...!"

...분명 지금, 뺨을 맞는 소리가....
그 순간부터 머리 속이 핑핑 돌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일목요연. 그 때문에 피어오른 격렬한 분노가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감히 줄리오가 남편에게 손찌검을 댄 것이다.

"하, 하핫...!"

참아야 한다는 이성과 노기에 쩔은 본성이 힘껏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2층에서 검을 들고 와 줄리오의 목을 베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의 목을 온존하기는 커녕, 반려인 디안마저도 극형을 면하기 어려우리라는 판단이 섰다.
귀족 사회에는 여전히 그녀의 적이 많이 남아 있다. 평민 출신의 천한 그녀가 검 좀 다룰 줄 안다 하여, 과분한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 단지 그 이유.... 게다가 지금의 마고는 단장의 신분도 아닌 민간인,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편을 들어 줄 사람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빌어먹을 쓰레기가. 차라리 아무도 모르게, 산에 묻어 버린다면 좋을까...."

그런 멍청하고 극단적인 말까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 나왔다.
솔직히 될 리가 없다. 이런 좁은 마을에서는 더더욱.
...자신은 여기서 대화가 끝나길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무력하게.
그 사실을 통감한 마고는 가만히 고개를 푹 숙였다. 꽉 쥔 주먹, 깨문 입술 사이로 살짝 피가 번졌다.
수렁에 빠진 듯 끈적한 절망감이 몸에 붙어 왔다. 사랑하는 녀석이 뺨을 맞았는데도, 지금의 자신은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건가 하고....
대체 무엇이 왕국의 늑대인가? 하는 짓은 그저 집 지키는 번견만도 못한데.

100 ◆bb1hgZO.RI (13Sa6CejJE)

2022-07-16 (파란날) 21:33:21

오늘은 밤에 찾아 왔네요. 좋은 밤이에요.

취한 디안. 디안이 폭주하는 모습도 귀엽겠네요. 이래 저래 마고는 그 모습을 재미있어 할 것 같고요. 디안은 술이 약한 편인가요?

101 디안 - 마고 (gbZFtdfz.c)

2022-07-16 (파란날) 21:46:01

디안은 얼얼한 뺨을 느끼면서도 희미한 미소를 띈 체 바라본다. 씩씩거리며 제 분을 이기지 못 하는 줄리오를 보고 있자니 참 우스웠다. 소리는 컸지만 그가 느끼는 통증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입술이 살짝 터진 것 같은데, 벌써부터 마고가 신경쓰였다.

" 그러니까...이익...! 여관 무료로 열라고! 마을에 귀하신 분들이 여럿 오신다잖아! "

무료로 열라는 줄리오의 요구에, 당연히 그럴 수 없다며 버티고 선 디안을 줄리오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본다. 이장이 될 자신에게 건방지게 구는 디안이 요즘은 마고마저 갖게 되니 여간 마음에 안 드는 줄리오였다. 억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시비를 거는 것도 분풀이 중 하나였다. 고작해야 마을 아이들에게 두드려 맞고 사는 여관집 아들 주제에, 자신이 갖고자 하는 것을 갖다니. 줄리오에겐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 ...줄리오, 그게 될리가.. "
" 그냥! 내가 하라고 하라면 해! 왜, 또 그사람들한체 밉보여서 마을 사람들이 내년에도 고생하길 바라냐? 주제에 안 맞는 네 아내도 마찬가지고. "

손가락으로 꾹꾹, 디안의 튼튼한 가슴팍을 찔러대며 이를 악 물고 말한다. 그리고 디안이 그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인질까지 들먹이면서. 디안은 한순간 주먹을 불끈 쥐곤 줄리오를 노려봤지만 이내 천천히 숨을 뱉어내며 눈읗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마고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기로 한 날이니까, 줄리오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 ... 알았어, 무료로 묵게 하면 되잖아. "
" 씨...말을 하면 걍 들을 것이지.. "

찰싹, 찰싹. 자신이 이겼다 생각한 것인지 줄리오가 씩 웃으며 디안의 붉어진 빰을 건드리며 말한다. 아무것도 아닌 녀석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잘 하라는 듯 어깨도 몇차례 건드린 줄리오는 먼저 여관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러다 여전히 문 쪽에 서있던 마고를 보곤 줄리오가 야릇한 눈길을 보이며 웃어보인다. 마치 마고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마냥.

" 부인은 오늘도 아름다우시네요. 그럼 가보겠습니다아. "

피식 웃으며 말을 던지고 줄리오는 인파속으로 사라지고, 그제야 디안이 마고에게 돌아온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입술이 터졌으면서도 환하게 웃어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마고를 끌어안는다.

" 미안해, 오래 기다리게 했지? 얼른 구경가자. 이제 준비도 다 됐을거야. "

디안은 마고에게 언제나처럼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마고는 방금 있었던 일 같은 건 알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그저 마고가 좋은 생각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디안이었다.

" 매년 겪은 축제인데, 오늘따라 더 설렌다. 마고 덕분인가. "

102 ◆sIJsrPYTRg (gbZFtdfz.c)

2022-07-16 (파란날) 21:47:34

어서와, 마고주.

디안은 아예 못 먹는 편은 아닌데, 마고한테는 비할 바 못 되고.. 평범하게 마시는 사람보단 못 마시는 정도? 그래서 마고가 술을 먹을 때에도 그냥 이야기상대를 해주거나 애정표현을 하거나 하면서 상대해줄 것 같아.

103 마고 - 디안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07:04:10

"...."

먼저 지나온 것은 줄리오, 그리고 그에게 보내는 아가씨의 웃음. 천박한 사탕 발림의 댓가로는 너무나 과분할 정도로 잘 꾸며진 표정.
허나 지금 마고의 얼굴을 얇게 감싸고 있는 인두겁을 한 겹만 벗겨 본다면, 그 뒤엔 필시 줄리오를 향한 살의가 용암처럼 들끓어 오르고 있을 것이었다.
아마 그 악귀와 같은 민낯과 마주한다면, 그와 같은 소인배들은 꼬리를 말고 집의 침대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어 찾아온 디안의 모습은 그야 말로 심한 꼴이 되어 있었다.
소리가 났을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계속 보고 있자니 겨우 붙잡아 둔 이성이 버틸 수 없게 될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그리고 시선을 피해 짧은 대답만을 전했다.

"응."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 아무렇지 않을 리가 있는가? 거짓이다. 위선이다. 오로지 마고를 지키기 위해 펴는 거짓된 얼굴이다.
디안 역시 꾹꾹 마음을 누른 채, 마고의 앞에서만은 그것을 들키지 않고자 하고 있다. 정말로 모를 거라 생각하진 않을 테고, 아마 이건 마고더러 신경 쓰지 말라는 다정한 제안일 것이었다.
자신은 이런 상황에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당신만은 이런 상황에서도 내게 상냥하구나.
디안은 마고를 꼬옥 품에 두었다.

"...."

그리고 그 다정함이 마고에게 기름을 부었다.

"저기, 당신."

품 속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 차가움과 뜨거움이 반반 정도로 섞인 그것에는 감정의 자욱한 수증기가 달무리처럼 끼어 있었다.
하지만 표정에 드러난 것은 무엇보다도 명확한 감정, 분노였다.

"당신은 분하지도 않아?"

마고는 디안을 가슴팍을 확 밀치며, 그의 포옹을 확 떨쳐냈다.
밀치는 것에 감정이 실렸다. 거기엔 꽤 강한 힘이 실려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는 듯, 뭔가를 따지려는 듯한 분위기로 입을 열었다.

"이, 이...! 얼간이 같으니라고! 어쩌자고 사람이 그렇게...."

다정한 거야.
말의 맺음을 짓지 못하고, 목소리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멀리 사라졌다.
물이 가득찬 주전자처럼 자꾸만 감정이 흘러 넘쳐 버릴 뻔하지만, 겨우 그것들을 감내해낸 채로 작게 내리 깔았다.

"...갈거야."

그와 동시, 저만치 돌아서서 멀리 앞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고의 뒷모습은 마치 디안에게 이 이상은 따라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만 같았다.
꽤 화나 나 있었다. 그것도 빠른 템포의 걸음걸이부터 아주 눈에 띌 정도로.

104 ◆bb1hgZO.RI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07:06:46

좋은 아침입니다.

아마 마고도 그걸 은근히 바랄 것 같네요. 누군가는 멀쩡하게 뒷정리를 하고 마고를 침대에 돌려 보내 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정말 유지비가 많이 드는 부인이랍니다. 특히 술값과 고깃값이 그렇죠.

105 디안 - 마고 (2j0HGLEf/Y)

2022-07-17 (내일 월요일) 09:20:04

디안도 화를 낼 줄 안다. 그 역시 속을 들여다보면 마고처럼 거친 면도 있었으니까. 다만 그 모습을 마고에게 몇번이고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좋은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그녀의 쉼터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 몇번이고 보여줄법한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의 줄리오도 참아주는 것 뿐이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마고가 없는 디안이었다면 줄리오를 가만두지 않았겠지.

" 마고 "

강하게 밀치는 손길에 멀리 밀려난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은 체 마고를 바라본다. 꽤나 화가 난 듯한 마고의 모습에, 디안은 뒤뜰에서 있었던 일을 마고가 알아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몰랐으면 했는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 마고 "

앞장서서 걸어가는 마고를 한번 더 부르던 그는 천천히 몸을 추스린다. 성큼성큼 빠르게도 걸어가는 마고의 뒷모습을 씁쓸한 미소를 지은 체 바라보다가 그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마음 같아선 바로 따로잡아 품에 끌어안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바로 마고가 마음이 더 상할 것 같아서 어느정도 거리를 둔 체로 그 뒤를 따라간다.

" .....미안해 "

이따금 볼품없는 남편이 될 때면 느끼던 감정. 아아, 나는 좀 더 나은 남편이 될 수는 없던걸까. 좀 더 나은 남편이었다면, 마고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었을텐데. 그 생각에 마고의 뒤를 따라 걷다가 작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고개를 저어보인다. 야채가게 아저씨의 가판, 과일가게 아저씨의 주스 가판 같은 곳을 몇차례 지나칠 즈음, 그는 걸음을 빠르게 해 마고를 따라잡는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는다.

" 마고, 나는 너랑 같이 다니고 싶어. 너랑 같이. "

추억을 쌓고 싶어. 그 말을 삼킨 체로 손을 잡아 마고를 멈춰 세우고는, ' 넌 아니야? ' 라는 눈을 한 체로 마고를 응시한다. 이렇게 보내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이니까. 좀 더, 좀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는 시건이었으니까.

" 미안해, 용서해줘. 그러니까 이젠.. 떨어지지 말자. 우리 그러지 않아도 많이 떨어져 있었잖아. "

커다란 손이 부드럽다고는 할 수 없는 마고의 손과 깍지를 낀다. 따스했다, 그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기분이 좋았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마고의 체향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이젠 더이상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둘 다 바라지 않는 긴 시간동안 떨어져 있지 않았는가.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 나는. 너도 그렇지, 마고? "

많은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에서도 그는 마고밖에 뵈질 않았으니까.

106 ◆sIJsrPYTRg (2j0HGLEf/Y)

2022-07-17 (내일 월요일) 09:21:45

좋은 아침이야, 마고주

아하하, 그치만 잘 먹는 마고의 모습을 보는 것도 디안에게는 소중하니까 말이지. 물론 슬슬 술 때문에 마고의 건강을 걱정하고, 자신이라도 관리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언제나 밤에는 더욱 다정해지는 디안이야.

107 마고 - 디안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13:56:55

"...."

무거운 침묵. 첫 번째 부름에는 미동조차 없이 가는 길을 계속해 나아갔다.

"말 걸지 마."

두 번째 부름에 쏟아친 것은 딱 자른 거절. 얼음 같은 차가움과 안개처럼 답답한 감정이 묘하게 섞인 기묘한 말투였다.
허나 앞을 향한 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

미안하다, 그 말에 비로소 마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 말을 들어 버리고도 계속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디안에게 사과를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

디안의 그 고백과도 같은 말에 분노의 감정으로 붉게 물들었던 얼굴의 색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점차 그 표정만을 달리해 갔다.
이런 대낮에 낯 뜨거운 말도 곧잘 할 줄 아는 남편. 언젠가는 그 건방진 사랑법을 한번 혼내 줘야 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사실 마고도 그 말이 싫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

거기에 마고의 마음 구석을 건드리는 말.
마고는 10년 전에 디안을 마을에 두고 홀로 왕도로 상경을 했고, 남겨진 디안은 쓸쓸하게 마고를 추억하며 여관을 지켰다.
그리고 지금 그 여관의 2층 방 중 하나는 두 사람만을 위한 방이 되어 있다. 기사단장직을 저버린 자신을 받아준 유일한 남자.
그런 남자가 한다는 소리가... 바로 저것이다.
비겁하다. 정말 비겁하다. 절로 한숨이 튈 정도로.

"...하아... 비겁한 수를 쓰고 말야. 게다가 보나마나, 내 뒤에서 당신은 얼빠질 정도로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을 테지. 틀려?"

그러며 확 돌아 보았다. 여전히 수줍게 붉어진 얼굴로.
역시 거기엔 상상대로의 디안이 서 있었다. 솔직히 저런 얼굴에는 어떤 험한 짓도 할 맘이 들지 않는다.

"난... 딱히 당신에게 화가 난 건 아니야. 단지 그냥, 검을 놓은 내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에 대해 깊이 통감했을 뿐."

변명은 아니다. 그렇게 주장하듯 마고는 다소 당당하게 디안의 앞에서 자신의 말을 피력했다.
그리고는 잡힌 손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끌려, 스스로 디안의 품에 뛰어든 뒤에 바로 턱 밑에서 디안을 올려다 보았다.

"정말 떨어지고 싶어도, 이미 당신에겐 내 몸의 향취가 잔뜩 묻어 있잖아? 그리고 또 지금도... 필사적으로 내 냄새를 맡고 있어."

그것은 웃음을 참는 표정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힘들었다. 귀여운 남편 때문에. 분명 또 이 거북이는 날 귀엽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었다. 아마 진짜 귀여운 쪽은 자신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로.

"당신은 내가 그렇게 좋아?"

그리곤 디안의 코를 검지로 꾸욱 누르며, 짖꿎은 웃음을 지었다.
여우라는 짐승에 악마의 꼬리를 단다면 이런 생물이 될 지도 모르겠다 싶은 그런 분위기를 가득 품은 채.
마치 이미 사냥해 둔 먹이를 농락하는 눈빛으로.

"푸흐, 이 변태 거북이!"

108 ◆bb1hgZO.RI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13:57:31

결혼식 픽크루 만들어 보다가 나온 TS 에리히 부부입니다. 다정한 곰 남편이 토끼 같은 아내가 되었군요. 그리고 암컷 여우는 진짜 늑대가 되었고요.

109 ◆bb1hgZO.RI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14:01:10

그리고 이건 오리지널입니다.

밤에 다정해지는 디안. 다정함이 조금 무서울 정도라 평할 수도 있겠네요, 마고는. 너무 단 술을 마시면 평소에 먹던 음식의 맛도 느끼지 못하게 되니까요. 지금도 충분히 무서울 정도로 다정한데 말이죠.

110 디안 - 마고 (YNu9LoUsNU)

2022-07-17 (내일 월요일) 14:12:26

" 역시 당신은 날 너무 잘 알고 있어. "

한숨을 푹 내쉰 마고가 뒤로 돌아서며 하는 말에, 움찔 놀란 디안은 졌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그치만 어쩔 수 없었다. 마고를 볼 때면 늘 그런 표정이 나와버리니까. 자신의 삶에 더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눈부신 축복, 마고는 디안에게 그런 존재였다. 자신의 삶에 이유를 하나 더 부여해준 사람. 그런 사람에게 어찌 그런 표정을 안 지어보일 수 있을까.

"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나는 우리 여보 말에 반항도 못 할 정도로 휘어잡여 사는데. 무력한 사람일리 없잖아, 우리 여보가. 당신은 검이 없어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걸. "

밤에도 꽤나 뛰어나고, 작게 장난스런 말을 덧붙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정말이지, 그깟 검이 손에 쥐여있지 않으면 어떠한가.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보기만 한다면 힘이 솟아나게 하는 존재가 어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수 있을까. 이미 자신에겐 없어선 안될 존재인게 마고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젠 아내로서의 마고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 그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이니까. 몇번을 맡아도, 진해지고 옅어지고 상관없이 이 향을 원하게 됐으니까 말이야. 여보도 이러길 바란거 아니야? 이젠 없이는 못 살 정도로 내 몸을 만들어뒀으니까. "

턱 밑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마고가 사랑스러웠다. 축제 따윈 집어치우고 이대로 안아들고 두사람의 반으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이 마음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혼할 때도 더 커질거라 생각하지 못 했는데, 마고를 품에 안은 날이 늘어갈수록 이 마음도 커져간다.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아, 나만 가지고 싶어. 그런 욕심마저 디안은 마음에 품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품에 안긴 마고를 강하게 끌어안아 단단한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다.

" 나보다 좋아, 당신이. 미치도록. "

그 말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아니 마고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당연하다는 듯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사랑스러운 사람. 자신이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 마고가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더 사랑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될 정도로 사랑했다. 코를 건드리며 장난스헌 미소를 짓는 마고를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는다. 샘솟는 마음을 막을 수 없다. 그대로 마고를 품에 안은 체로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빠진다. 그리곤 마고를 벽에 기대게 하곤 몸를 숙여 입을 맞춘다.

귓가에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지만, 아무도 그들을 볼 수 없다. 아니, 두사람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디안은 망설이지 않고 마고와 입술을 겹친다. 아주 도금, 자신의 찢어진 입술에서 새어나온 피가 주는 씁쓸한 맛이 느껴지지만, 이내 그 맛도 달콤한 마고의 맛에 휩쓸려 사라져간다. 한손으론 마고의 손을 깍지 껴 잡고, 한손으론 마고의 뺨을 감싼 체 시간이 어찌 흘러가던 입을 맞춰간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을 무렵에서야 천천히 입술을 떼어낸 디안이 이마를 맞대어온다.

" 사랑하니까, 이따금 변태 소리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아. 그리고...


오늘도 무척 예뻐, 마고. 옷이 잘 어울려. "

이마를 맞댄 디언이 눈을 맞춘 체로 곱게 눈을 접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111 ◆sIJsrPYTRg (YNu9LoUsNU)

2022-07-17 (내일 월요일) 14:14:12

뭔가 오리지널 보다 TS 부부가 어울리는 건 내 기분 탓은 아니겠지? 나중에 TS로 이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마고의 늑대적인 면이 잘 드러나려나?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예쁜 픽크루를 만들어줘서 고마워. 난 그런 쪽엔 좀 서투른데 마고주 덕분에 더 즐거운 것 같아.

112 ◆sIJsrPYTRg (OWNLfwLQpw)

2022-07-18 (모두 수고..) 13:10:59

오늘도 올려두고 갈게. 좋은 하루 되길.

113 ◆sIJsrPYTRg (ygMs8Nnf5U)

2022-07-19 (FIRE!) 08:08:47

마고주가 좋은 하루 보내길. 갱신해둘게.

114 ◆sIJsrPYTRg (Xld1aHMRXc)

2022-07-19 (FIRE!) 17:10:18

https://picrew.me/share?cd=vkLMU7kc3f

얼굴 한복판 흉터는 없어서 일단 뺨흉터로 타협본 디안이야.

115 ◆sIJsrPYTRg (wibBlT8Ofw)

2022-07-20 (水) 07:53:33

갱신해두고 갈게. 마고주도 좋은 하루 보내길.

116 ◆sIJsrPYTRg (UcKhWNOFK6)

2022-07-20 (水) 19:26:15

갱신할게.

117 ◆sIJsrPYTRg (hNhRDaIlRM)

2022-07-21 (거의 끝나감) 08:26:04

마고주가 많이 바쁜걸까

118 ◆sIJsrPYTRg (eWdD0s0a0E)

2022-07-22 (불탄다..!) 19:04:43

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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